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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11. 14. 선고 95다25923 판결
[약속어음금][공1996.1.1.(1),15]
판시사항

당사자에게 법률사항에 관한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지 아니한 위법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소송의 경과나 심리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약속어음의 발행지나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지의 기재의 흠결에 대하여 피고의 주장이 있었으나 원고가 이 점을 명백히 간과하여 버린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원심이 발행지 기재의 흠결에 대한 피고의 주장에 착안하여 이 점을 재판의 기초로 삼으려면 원고로 하여금 그 점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었어야 한다는 이유로, 그와 같은 기회를 주지 아니한 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피고,피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1992. 9. 25. 액면 금 10,000,000원, 지급지 서울특별시, 지급기일 1992. 12. 31., 지급장소 주식회사 한국상업은행 양재동지점, 수취인 소외 1로 된 약속어음 1장을 발행한 사실 및 원고가 현재 위 어음을 소지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어음이 지급거절된 후 이를 최종 소지하였던 피배서인으로부터 환수하였다는 원고의 어음금 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발행한 위 어음에 발행지나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지의 기재가 있었다거나 원고가 원심 변론종결일까지 위 어음의 발행지를 보충하여 피고에게 그 어음을 지급제시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가 소지하는 위 어음은 약속어음으로서의 적법요건을 흠결하여 그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기록에 의하여 이 사건 소송의 변론 과정을 정리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제1심 제1차 변론기일에 원고는 위 어음의 발행지는 서울특별시라고 진술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제1심 변론 내내 위 어음은 피고가 소외 2에게 교부해 준 것을 소외 1이 이를 절취하여 원고에게 교부해 준 것으로 원고 또한 그러한 사실을 알고서 이를 악의로 취득한 것이라고 항변하는 한편 위 어음은 배서의 연속이 없어 원고가 그 정당한 소지인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만 주장하였다. 제1심은 피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원고 승소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는 이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고 원심법원에 제출한 1994. 5. 6.자 준비서면에서 비로소 "원고가 발행한 약속어음에는 발행지의 기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지도 없어 어음요건의 흠결로 인하여 어음의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이를 원심 제2차 변론기일에 진술하였다. 그 후 제14차까지 변론기일이 진행되는 동안 원고는 발행지의 기재 여부에 대하여 아무런 변론을 하지 않고 그 보충도 하지 아니하였으며, 피고도 그 후로는 이 점에 대하여 아무런 변론을 하지 않은 채 다만 원고가 악의의 취득자로서 어음상의 권리를 취득하지 못하였다는 항변만 계속하였다. 원심도 위 어음의 발행지의 기재 여부나 그 보충 여부에 대하여는 원고에게 변론을 하게 함이 없이 다만 제3차 변론기일에 원고에게 위 어음의 취득 원인을 정리할 것을 명하고 피고의 인적 항변에 관련된 당사자의 준비서면만을 진술하게 하고 이에 대한 입증을 하게 한 후 변론을 종결하였다. 그 후 원심은 변론을 재개하여 위 어음의 원본을 제출하게 하고 다시 변론을 종결한 다음 위 어음에 발행지나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지의 기재가 없고 발행지가 보충되지도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법원은 당사자가 명백히 간과한 것으로 인정되는 법률상의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 민사소송법 제126조 제4항 ).

위와 같은 이 사건 소송의 경과나 심리 과정에 비추어 볼 때, 발행지나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지의 기재의 흠결에 대하여는, 위와 같이 피고의 주장이 있었으나, 원고는 이 점을 명백히 간과하여 버린 것으로 인정되는바, 따라서, 원심이 발행지 기재 흠결에 대한 피고의 주장에 착안하여 이 점을 재판의 기초로 삼으려면 원고로 하여금 이 점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원고가 명백히 간과한 것으로 인정되는 발행지에 관한 점을 재판의 기초로 삼아, 당사자가 전혀 예측하지 못하였던 사유로 청구를 기각하였음은 당사자에게 법률 사항에 관한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김석수 정귀호(주심) 이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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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민사지방법원 1995.4.14.선고 94나7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