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95. 3. 10. 선고 93다30129, 30136 판결
[가등기말소,소유권이전등기등(반소)][공1995.4.15.(990),1565]
판시사항

가. 매매대금이 일부 지급되지 않았음에도 전부 지급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무조건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경우, 매매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나. 사문서의 작성명의인이 인영 부분을 시인하였다고 하더라도 반증을 들어 진정성립의 추정을 깰 수 있는지 여부

다. 관련 형사판결에서의 사실판단을 민사재판에서 배척할 수 있는지 여부

판결요지

가. 매매대금이 일부 지급되지 않았음에도 전부 지급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무조건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한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곧바로 잔대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이와 함께 계약 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행동과 계약 전후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서는 그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도 있다.

나. 사문서의 작성명의인이 인영 부분을 시인하였다고 하더라도 반증을 들어 진정성립에 관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하면 진정성립의 추정이 깨어진다.

다. 관련 형사판결에서의 사실판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가 되는 것은 물론이나,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내용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증거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배척할 수 있다.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김삼순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나복 외 1인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희부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 이유의 요지

원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⑴ 먼저 기초사실로서 피고(반소 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가 1988.8.19. 그의 대리인인 소외 1을 통하여 원고(반소 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대금 76,000,000원에 매수하면서 계약당일 계약금 3,000,000원을, 같은 해 9.12. 중도금 30,000,000원을 각 지급하기로 하되, 잔대금 43,000,000원은 같은 달 30. 피고로부터 위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받음과 동시에 이를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위 약정에 따라 위 계약금 및 중도금을 그 각 정하여진 날짜에 지급한 사실 및 원고가 같은 달 30. 피고에게 위 부동산에 관하여 위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보전을 위하여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경료하여 준 사실은 당사자사이에 다툼이 없고, 성립에 다툼이 없는 을 제2호증(공탁서), 피고 명의의 인영의 진정성립에 관하여 다툼이 없으므로 문서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을 제1호증의 2(영수증)의 기재 및 제1심 증인 소외 1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같은 달 30. 원고에게 위 매매대금의 잔대금으로 금 38,000,000원을 지급하고 그 나머지 잔대금 5,000,000원은 원고가 그 수령을 거절하여 1989.8.24. 이를 변제공탁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을 제1호증의 2(영수증)는, 위 소외 1이 1988.8.19. 위 매매계약의 계약금을 지급하면서 원고에게 그 영수증 작성을 요구하여 원고가 미농지에 그의 주소와 이름만을 서명, 날인하여 교부하였던 것을 피고가 이를 이용하여 위조한 것이다’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판단하기를, 이에 부합하는 갑 제5호증의 6(고소장), 13, 15, 17, 24, 25, 28, 갑 제6호증의 6(각 진술조서), 갑제8호증(공소장), 갑제13호증의 10,13,14(각 증인신문조서), 12(자술서 인증서), 갑제14호증의 5(진술조서), 갑 제16호증의 4(사건송치), 6(의견서), 7(고소장), 9, 10, 11(각 진술조서), 19(공소장)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박미라, 김호태, 정낙주, 원심 증인 이금채의 각 증언은 갑 제5호증의 2(사건송치), 4(의견서), 19, 20, 21, 22, 23(각 진술조서), 을 제8호증의 7(수사보고서), 11(필적감정조회회보), 12(감정서), 을제17호증의 1(불기소사건기록표지), 2(사실과 이유), 을 제18호증의 3(판결), 을 제21호증(판결등본)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이정자, 소외 1의 각 증언, 원심 감정인 이익주의 필적 및 인영감정결과에 비추어 이를 믿지 아니하고, 갑 제5호증의 10(메모), 갑 제9호증의 1, 2(자유저축예금통장 표지 및 내용)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한 후, ⑵ 본소청구에 대한 판단에 들어가, ‘피고가 위 매매계약상의 잔대금 지급기일에 위 잔대금 43,000,00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원고가 수차례에 걸쳐 그 지급을 최고하였으나 이에 불응하므로,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그 원상회복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경료된 피고 명의의 위 가등기의 말소를 구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의 잔대금 지급의무와 원고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으므로 원고가 피고에게 위 잔대금 이행의 지체책임을 물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려면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피고에게 교부하거나 이를 준비하여 그 사실을 피고에게 통지하는 등 채무의 본지에 따른 이행을 제공하고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위 잔대금 채무의 이행을 최고하였어야 할 것인데도, 원고가 그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피고에게 제공하였다는 점에 대한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으므로 원고의 위 매매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그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이어서‘피고는 그가 위 잔대금 43,000,000원을 지급한 사실이 없으면서도 그중 금 38,000,000원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관한 원고 명의의 영수증(을 제1호증의 2)을 위조하여 행사하는 등으로 이의 지급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하였으므로 원고로서는 위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의무와 이행제공 없이도 적법하게 위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어 이 사건 소장 송달로서 위 매매계약은 해제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가 위 잔대금 지급기일에 원고에게 금 38,000,000원을 지급하고 나아가 1989.8.24. 나머지 금 5,000,000원을 공탁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하여 원고의 본소청구를 배척하였고, (3) 나아가 피고의 반소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1988.8.19. 원고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금 76,000,000원에 매수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위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고, 위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한 다음, 위 매매계약이 피고의 잔대금지급의무의 이행지체를 원인으로 이 사건 소장송달로 적법하게 해제되었다는 원고의 항변에 대하여는 본소청구에 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를 배척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를 받아들임으로써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1988.9.19.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명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상고이유(그 보충이유는 이를 보충하는 한도 내에서)에 대한 판단

가. 매매대금이 일부 지급되지 않았음에도 전부 지급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무조건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한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곧바로 잔대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할 것이나, 이와 함께 계약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행동과 계약 전후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서는 그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인바 ( 당원 1993.12.7. 선고 93다32361 판결 1990.10.23. 선고 90다카19906 판결 참조),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잔대금 43,000,000원을 지급한 사실이 없으면서도 그 중 금 38,000,000원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관한 원고 명의의 영수증(을제1호증의 2)을 위조하여 제출하고 있다면, 피고가 최초 응소시부터 원심 변론종결일에 이르기까지 무려 3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위 잔대금을 지급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거나 잔대금수령과 동시이행으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한다는 항변을 제출하거나 이를 반소로 구하는 등 잔대금을 지급할 의사가 있음을 알 수 있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음이 기록상 분명한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는 위 잔대금의 지급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고로서는 위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의무의 이행제공 없이도 적법하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위와 같이 본다면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본소 청구가 받아들여지고, 이를 항변으로 제출한 피고의 반소 청구가 배척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원고의 이 사건 본소 청구와 피고의 반소 청구는 모두 피고의 잔대금 38,000,000원의 지급사실 인정 여부에 따라 그 당부가 가려지게 되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위 잔대금 지급사실 인정 여부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이 설시한 증거들로써 피고의 잔대금 38,000,000원의 지급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피기로 한다.

나. 을 제1호증의 2의 진정성립 추정이 유지될 수 있는지 여부

(1) 우선 기록에 의하면 을제1호증의 2는 일정 간격의 줄이 그어져 있는 용지에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대금 중 금 38,000,000원을 수령하였다는 취지로 발행일자를 “1988.10.1.”로 하여 원고가 피고를 대리한 소외 1에게 발행한 도합 9행의 영수증으로, 그 6행의 발행일자 “1988.10.1.”, 7행의 “광주직할시 동구 지산동 250-16번지”, 8행의 “김삼순”, 9행의 “귀하”는 모두 수기로 되어 있고, 그 나머지 부분은 타자로 쳐져 있으며 2행의 금액란과 8행의 “김삼순”기재 바로 다음에 원고 명의의 인영이 각 찍혀 있음을 알 수 있고, 이에 대하여 그 작성명의인인 원고는 인영이 자신의 인장에 의하여 현출되었고 그 수기 부분 역시 자신의 필적에 의한 것임은 이를 시인하나, 유영석이 1988.9.30. 금 38,000,000원을 실제로 지급한 바 없는데도 같은 해 8.19. 이 사건 매매계약의 계약금 영수증 작성을 위하여 원고로부터 백지에 위 수기 부분만을 기재하고 날인하여 교부받은 것을 이용하여 위와 같이 새로운 내용의 잔대금 영수증으로 위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2) 사문서의 작성명의인이 인영부분을 시인하였다고 하더라도 반증을 들어 진정성립에 관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하면 진정성립의 추정이 깨어진다 고 할 것인바( 당원 1986.9.23. 선고 86다카915 판결 참조), 기록을 검토하여 보면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을제1호증의 2가 진정하게 성립되었다는 추정은 이미 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즉, ① 을 제1호증의 2의 문안의 배열 등 그 구성체재를 보면 용지의 중하단에 많은 여백을 남기고 상단 부분에 지나치게 치우쳐 타자되어 있는데다가, "광주직할시 동구 지산동 250-16번지"라는 영수인의 주소가 먼저 기재되고 “영수인 김삼순”의 기재가 줄을 바꾸어 그 밑에 기재되어 있으며, “귀하”까지 수기로 기재되어 있는 등 미리 타자로 쳐서 준비하여 간 영수증치고는 문안 배열이 부자연스럽고 영수인으로 하여금 지나치게 많은 수기를 요하도록 되어 있는 한편, 불과 20일 전 중도금 수령시 동일인에 의하여 작성된 영수증인 을 제1호증의 1을 보면 문안 배열이나 전체적인 구성이 자연스럽고 영수인으로 하여금 금액 및 지급인 및 영수인 이름만을 간단히 수기하도록 되어 있는 점을 비교·고려하여 보면, 소외 1이 영수증의 문안을 타자하여 미리 준비한 후 원고의 수기 및 서명날인을 받은 것이라기 보다는 이미 수기 부분이 기재된 용지에 나머지 부분을 타자로 추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② 또한 피고의 주장과 같이 소외 1이 1988.9.30. 금 38,000,000원이나 되는 적지 않은 액수의 금원을 지급하였다면, 금원을 교부받는 자리에서 곧바로 원고로부터 영수증을 교부받는 것이 우리의 경험칙이라 할 것인데도,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일단 금원을 지급한 후 집에 돌아가 영수증을 준비하고 그 다음날 원고로부터 직접 수기 부분 및 서명날인 등을 받았다는 것은 아무래도 석연치 아니하다.

③ 또 위 영수증이 정당하게 작성되었다면 소외 1은 관련 형사사건에서 굳이 위 영수증상에 타자를 직접 친 사람의 인적사항에 대하여 숨길 이유가 없는데도, 수사기관에서 진술할 때에는 소외 1 본인이 타자를 쳤다거나, 공원에서 우연히 처음 만난 여자 또는 서울에서 주점을 하는 성명을 모르는 여자친구라고 하였다가 공판정에 이르러서는 조카인 소외 2를 증인으로 내세워 동인이 타자를 쳤다고 하는 등 그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

(3) 위에서 살핀 여러 사정들 및 아래 다.항에서 보는 을 제1호증의 2의 기재내용의 신빙성에 관한 여러 의문점 등을 종합하면 비록 원고가 위 문서에 찍힌 인영이 자신의 인영임을 시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문서가 진정하게 성립되었다는 추정은 이미 번복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나아가 위 문서가 이미 원고의 서명날인 및 필적이 있는 용지를 이용하여 그 나머지 내용을 타자로 추기, 변작한 위조문서가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

(4) 원심은 소외 1에 대한 사문서위조등 피고 사건에서 소외 1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형사판결인 을 제18호증의 3의 기재에 얽매여 을 제1호증의 2가 위조되었다는 원고의 증거항변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배척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형사판결에서의 사실판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가 되는 것은 물론이나,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내용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증거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이를 배척할 수 있는 것 이다.

이 사건에서 형사판결인 을제18호증의 3의 기재는 위 영수증이 소외 1에 의하여 위조되었다는 검사의 주장에 대하여 이에 부합하는 이 사건 원고인 김삼순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고, 증인 이정자 등의 증언에 비추어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에 그칠 뿐, 적극적으로 소외 1이 위 영수증을 위조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며, 더더욱 이 사건에서는 위 형사사건에서 보다 많은 자료가 새롭게 현출되어 있으므로 을 제1호증의 2의 위조 여부에 대한 증거판단을 새롭게 달리 할 수 있는 것이다.

다. 을 제1호증의 2의 기재 및 소외 1의 진술의 각 신빙성 여부

기록을 살피건대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을제1호증의 2의 기재내용과 소외 1의 진술의 신빙성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기 어려우므로, 원심이 피고의 잔대금 38,000,000원 지급사실을 인정함에 있어 거친 증거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즉, ①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갑 제4호증(매매계약서)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와 소외 1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당초 계약 내용을 일부 변경하여 매도인인 원고가 위 부동산을 금 30,000,000원에 채권적 전세계약의 방법에 의하여 임차하는 것으로 하여 당분간 그 곳에 거주하되 위 금 30,000,000원을 잔대금의 일부로 충당하기로 하고, 또한 원고가 소외 1로 하여금 그 나머지 잔대금 등의 마련을 위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거기에 필요한 서류를 구비하여 주기로 약정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이 당초 계약 내용을 변경하여 원고가 매매목적물을 임차하는 것으로 하여 당분간 그 곳에 거주하게 하되 그 전세금 상당을 잔대금의 일부로 충당하기로 하였다면 소외 1로서는 잔대금 지급기일에 원고에게 당초 약정된 잔대금에서 위 전세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 13,000,000원만을 지급하면 매매대금 지급의무를 전부 이행한 것이 되고, 피고는 나머지 금 13,000,000원마저 은행융자를 받아 치룰 정도로 자금이 부족한 사정에 처해 있었는데도, 소외 1이 잔금 지급기일에 이르러 계약에서 정한 지급의무인 금 13,000,000원을 초과하는 금 38,000,000원을 지급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어 쉽사리 수긍이 가지 아니한다.

이 점에 대하여 피고는 1990.10.6. 자 준비서면과 1992.3.9. 자 준비서면에서 원고가 1988.9.12. 소외 1로부터 중도금 30,000,000원을 수령한 후 광주 북구 두암동 305의 52 유영석의 건축공사현장에 찾아와 서울에 부동산을 매수하여 이사를 가야 하므로 중도금 지급을 위하여 당초 약정된 잔대금 43,000,000원을 지급하여 달라고 독촉하여 위 금 38,000,000원을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여 원고의 새로운 부동산 매수에 따른 사정 변경을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갑 제18호증 또는 을 제23호증의 2(원고의 주민등록등본)와 을 제8호증의 17,18,19(상호신용금고 정기부금증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한 직후 1988.8.27. 친정 동생인 김기태의 주민등록지인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149의 27로 주민등록을 옮겼다가 당초 계약 내용이 변경되어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임차하는 것으로 하여 당분간 그 곳에 거주하게 되자 같은 해 11.23. 다시 종전 주소로 옮겨 놓는 한편, 1988.9.12. 수령한 중도금 30,000,000원을 상호신용금고에 만기를 1년 후로 한 정기부금으로 예탁하여 놓고 1990.2.17. 현재까지 이자를 정기적으로 수령하여 온 사실을 알 수 있고, 또한, 가사 피고의 주장대로 금 38,000,000원을 지급하였다면 소외 1로서는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명도하여야 할 시기, 잔금 5,000,000원을 지급할 시기 및 그 조건 등에 관하여 별도의 약정을 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관한 아무런 약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서울에 새로운 부동산을 마련하는 것을 일단 포기한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원고가 1988.9.12. 중도금을 수령한 후 서울에 부동산을 매수하여 이사를 가야 할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변경된 계약 내용과는 달리 잔대금 전부를 요구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② 또한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갑 제1호증의 2(등기부등본)의 기재에 의하면, 소외 1이 원고에게 금 38,000,000원을 지급하였다는 1988.9.30. 당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김창섭 등 명의의 처분금지 가처분등기가 경료되어 있었고, 위 가처분신청은 1989.11.1.에 이르러서야 취하됨으로써 그 다음날인 같은 달 2.에야 말소된 사실을 알 수 있고, 한편 피고는 당초 매매계약시에는 모르고 있다가 중도금지급 후 잔금 지급기일에 이르러 등기부를 열람하여 보고서야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김창섭 등에게 먼저 매도한 후 다시 피고에게 이중양도한 사실을 알았다는 것인바(피고의 1992.3.9. 자 준비서면 참조), 그렇다면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1988.9.30. 자 피고 명의의 가등기를 경료한다고 하더라도 그 가등기에 앞서 김창섭 등 명의의 처분금지가처분등기가 경료되어 있는 관계로 경우에 따라서는 피고로서는 매매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는데도 1988.9.30. 당시 잔대금 중 5,000,000원만을 남겨두고 금 38,000,000원을 전부 지급하였으리라고는 보이지 아니한다.

③ 또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위 금 38,000,000원의 자금 출처에 대하여, 1988.9.28. 서울에 거주하는 6촌 동생 소외 3 으로부터 채무변제로 받은 현금 20,000,000원 및 같은 날 친척인 소외 4로부터 차용한 현금 10,000,000원에 소외 1이 광주 북구 각화동 506의 3 소재 피고 소유 대지를 매도하고 받은 매매대금 중 집에 보관 중에 있었던 금 8,000,000원(현금 6,000,000원과 수표 액면금 1,000,000원권 2매)을 더한 도합 금 38,000,000원을 주었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 위 소외 3,4 및 피고 자신의 은행예금통장이나 송금관계서류 또는 위 수표의 발행 및 결제에 관련한 발행은행에 대한 조회 등 피고의 위와 같은 자금출처에 관한 주장의 진실성을 뒷받침하는데 납득할 만한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④ 또한 피고는 위 잔대금 지급경위에 대하여 소외 1이 지급당일 15:00경 현금 36,000,000원, 수표 1,000,000원권 2매를 가방 속에 넣은 채 광주 시내 염동은 사법서사 사무실에서 원고를 만나 피고 명의로 가등기에 필요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다시 그 곳에서 나와 그 부근에 있는 이형년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제소전 화해를 위한 위임장과 각서를 작성한 다음 원고와 같이 택시를 타고 원고의 집으로 가 원고에게 건네 주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소외 1이 위와 같이 법무사 사무실, 변호사 사무실 등 변제 사실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장소를 경유하면서도 그 곳에서 잔대금을 교부하지 아니하고 굳이 원고의 집까지 함께 가 두사람 만이 있는 곳에서 지급하였다는 것은 거래의 현실이나 경험칙에 비추어 선뜻 믿기 어렵다. 또 한편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을 제8호증의 16(원고의 예금통장)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가 잔대금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는 1988.9.30. 원고의 예금구좌에서 동생에게 대여할 금 10,000,000원을 인출한 사실이 있는바, 원고가 소외 1로부터 금 38,000,000원을 받을 일이 있다면 그날 원고의 통장에서 금 10,000,000원을 인출할 필요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⑤ 그 밖에 이 사건 부동산 매매계약을 중개한 이정자도 관련 형사사건에서 피고가 잔대금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는 1988.9.30. 이후인 1989. 여름경 원고가 소외 1로부터 잔대금을 받지 못하였고, 이 사건 부동산에서 전세금 30,000,000원에 임차하여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으며(기록 239, 282쪽), 한편 피고의 남편인 소외 1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의 전과정과 이 사건의 소송 전반에 이르기까지 관여하여 온 자로서 실질적으로 피고와 다름없으므로 동인의 진술에 쉽사리 신빙력을 부여할 수는 없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위 을 제1호증의 2가 위조된 것이라는 원고의 증거항변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배척하고, 아직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그 신빙성마져도 결여된 을제1호증의 2의 기재와 신빙성 없는 소외 1의 진술 및 변론의 전취지만으로 피고의 잔대금 38,000,000원 지급사실을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문서의 진정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에 위반한 증거판단에 의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형선(재판장) 박만호(주심) 박준서 이용훈

arrow
심급 사건
-광주지방법원 1993.5.13.선고 91나2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