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도1190 판결
[분묘발굴][집43(1)형,511;공1995.3.15.(988),1364]
판시사항

가. 분묘발굴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

나. 사실상 분묘를 관리 수호하던 피고인이 종중 결의에 따라 망인의 가를 계승한 양손자의 승낙하에 종교적 예를 갖추어 분묘를 발굴하였다면, 양손녀들의 승낙을 얻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위법한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분묘발굴죄는 그 분묘에 대하여 아무런 권한 없는 자나 또는 권한이 있는 자라도 사체에 대한 종교적 양속에 반하여 함부로 이를 발굴하는 경우만을 처벌대상으로 삼는 취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법률상 그 분묘를 수호, 봉사하며 관리하고 처분할 권한이 있는 자 또는 그로부터 정당하게 승낙을 얻은 자가 사체에 대한 종교적, 관습적 양속에 따른 존숭의 예를 갖추어 이를 발굴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의 위법성은 조각된다고 할 것이고, 한편 분묘에 대한 봉사, 수호 및 관리, 처분권은 종중이나 그 후손들 모두에게 속하여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 분묘에 관한 호주상속인에게 전속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법리는 사후양자로서 그 가를 계승한 경우에도 다르지 아니하다.

나. 사실상 분묘를 관리, 수호하고 망인의 봉제사를 행하여 오던 피고인이 실질상 손이 끊겨 수호 관리하기 힘든 조상들의 묘를 화장 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종중의 결의에 따라 망인의 사망 당시 호주의 사후양자로 그를 호주상속하여 망인의 가를 계승한 양손자의 승낙하에 종교적 예를 갖추어 그 분묘를 발굴하였다면, 비록 그 발굴 전에 망인의 출가한 양손녀들의 승낙을 얻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위법한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김준성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분묘발굴죄의 보호법익이 분묘에 대한 관리,처분권이 아니고, 분묘의 평온을 유지하여 사자에 대한 종교적 숭경의 감정이나 종교적 습속을 보호하려 함에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분묘에 매장된 망 박채옥의 손녀들인 전성진 등 이 사건 고소인들의 승낙을 얻지 아니한 채 망 박채옥의 묘를 발굴한 다음 그 안의 유골을 꺼내어 화장한 이상 피고인이 분묘발굴 전에 종중회의의 결의를 얻었거나 위 망 박채옥의 양손자인 전한진의 승낙을 얻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분묘발굴죄에 해당하고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그러나 분묘발굴죄는 그 분묘에 대하여 아무런 권한없는 자나 또는 권한이 있는 자라도 사체에 대한 종교적 양속에 반하여 함부로 이를 발굴하는 경우만을 처벌대상으로 삼는 취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법률상 그 분묘를 수호,봉사하며 관리하고 처분할 권한이 있는 자 또는 그로부터 정당하게 승낙을 얻은 자가 사체에 대한 종교적,관습적 양속에 따른 존숭의 예를 갖추어 이를 발굴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의 위법성은 조각된다고 할 것이고, 한편 분묘에 대한 봉사,수호 및 관리,처분권은 종중이나 그 후손들 모두에게 속하여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 분묘에 관한 호주상속인에게 전속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법리는 사후양자로서 그 가를 계승한 경우에도 다르지 아니하다 할 것인바( 당원 1980.10.27. 선고 80다409 판결 , 1967.12.26. 선고 67다2492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분묘에 매장된 망 박채옥의 가를 계승한 사람은 위 망인의 사망 당시 호주였던 망 전찬진의 사후양자로 그를 호주상속한 것으로 되어 있는 공소외 전한진이고 고소인들은 단지 출가 등의 사유로 오래 전에 위 가를 떠난 위 망 박채옥의 양손녀들일 뿐임이 명백하므로 사실상 위 분묘를 관리,수호하고 봉제사를 행하여 오던 피고인이 실질상 손이 끊겨 수호 관리하기 힘든 조상들의 묘를 화장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종중의 결의에 따라 위 전한진의 승낙하에 종교적 예를 갖추어 이 사건 분묘를 발굴하였다면 비록 위 발굴 전에 위 망 박채옥의 출가한 양손녀들인 고소인들의 승낙을 얻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위법한 행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3.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과연 피고인이 위 전한진의 사전 승낙을 얻어 위 분묘에 대한 종교적 예를 갖추어 이 사건 분묘발굴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를 좀더 심리하여 본 다음에 이에 어긋나는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만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분묘발굴죄의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미진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하겠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이용훈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