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도16 판결
[횡령][공1994.4.1.(965),1033]
판시사항

동업관계 청산 과정에서 동업자산을 단독 처분한 행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이유불비 또는 횡령죄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동업관계 청산 과정에서 동업자산을 단독 처분한 행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이유불비 또는 횡령죄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사선) 김형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나서 제출한 상고이유보충서와 변호인의 상고이유서는 상고이유서에 기재된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안에서 본다.

1. 제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90. 6.초순 일자미상 피해자 윤종복(이하 피해자라고 한다)과 대전 대덕구 오정동 에 있는 생선판매점포 24평 상당을 임차하여 생선도소매업을 동업하기로 약정하고, 동대전세무서에 피해자의 처 이민영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한 다음, 동업투자금으로 피해자가 금 13,750,000원을, 피고인이 금 23,000,000원을 각 출연한 후, 같은 해 8. 22.경 위 동업투자금으로 위 점포의 보증금 5,000,000원을 지급하고 생선보관용 냉장고 2대, 생선운반용 포터 1톤 트럭 1대, 전화기와 의자등 각종 비품등 동업설비를 구입하여 생선도소매업을 동업하여 오던중, 같은 해 9. 3.경 위 점포에서 피해자와 동업운용방식 등에 관한 불화가 생겨 피해자로부터 동업투자금 13,750,000원을 반환하여 달라는 제의를 받고 이를 거절하면서 피해자와의 사이에 피해자가 같은 해 9. 13.까지 피고인의 동업투자금을 피고인에게 지급하면 위 점포의 동업설비와 재고상품 일체는 피해자에게 넘어가고, 이를 지급하지 못하면 그 설비와 재고상품은 피고인이 인수하기로 약정하였으며, 위 약정에 따라 피고인은 같은 해 9. 13. 21:00경 피해자와 사이에 같은 날 22:30경 대전 유성구에 있는 리베라호텔 커피숍에서 피고인의 동업투자금을 수령하기로 약속하여 피해자가 같은 날 22:30경부터 23:00경까지 위 호텔 커피숍에서 피고인에게 제공할 동업투자금 23,000,000원을 준비하여 공소외 김소식과 함께 대기하였으나 피고인이 위 장소에 나가지 아니하여 위 돈의 수령을 회피한 다음, 피고인이 피해자 소유의 위 동업설비와 재고상품 시가 금 24,000,000원 상당을 피해자를 위하여 계속 보관하고 있음을 기화로 1991. 1. 11.경 피해자의 승낙없이 함부로 이를 공소외 최미선에게 금 53,660,000원에 임의 매도 처분함으로써 횡령하였다는 것이고, 원심은 피고인이 위 점포의 동업설비와 재고상품 일체를 위 최미선에게 처분한 것은 사실이나, 위 설비와 재고상품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약정에 따라 피해자가 1990. 9. 13.까지 피고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피고인의 투자금 23,000,000원을 제공하지 아니하여 피고인 단독 소유로 귀속되었던 것이고, 설사 그 소유권이 피고인 단독 소유로 귀속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위 약정기간 이후 피해자가 점포에 출근도 하지 않고, 피고인 혼자서는 영업을 계속할 수 없어 위 약정기한으로부터 4개월여가 지난 뒤에 위 설비와 재고상품등이 피고인 단독 소유로 귀속한 것으로 믿고 이를 처분하였던 것이므로 피고인에게는 횡령의 범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사실오인을 주장하는 항소이유에 대하여, 제1심이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마쳐 채택한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범죄사실을 인정하기에 넉넉하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2. 그러나, 기록을 살펴보면 제1심의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에 대한 판시 범죄사실을 인정하기에 넉넉하다고 간단히 말할 수는 없어 보인다.

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법정에 이르기까지 판시 위 점포의 동업설비와 재고상품을 매도 처분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피해자와의 약정에 따라 그것들이 피고인의 단독 소유로 귀속된 것으로 알고 처분한 것이었다고 변소하고 있고, 원심 증인 최미선은 생선을 제외한 일체를 금 24,000,000원에 인수하였고, 재고생선과 외상매출채권을 포함해서는 금 53,000,000원에 매수하였다고 증언하고 있는 바, 피고인이 피해자와 판시와 같은 경위로 생산도소매업을 동업하여 오다가 동업운용방식 등에 관한 불화가 생겨 피해자와의 사이에 피해자가 피고인의 동업투자금을 같은 해 9. 13.까지 피고인에게 지급하면 위 점포의 동업설비와 재고상품 일체는 피해자에게 넘어가고 이를 지급하지 못하면 피고인이 인수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원심의 사실인정은 수긍할 수 있으나,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피해자가 제공하는 투자금의 수령을 회피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횡령의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원심의 조처에는 수긍하기 어렵거나 심리가 미진한 점이 없지 않다.

나.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작성된 서약서에 의하면, 피해자는 피고인의 투자금 23,000,000원을 1990. 9. 13.까지 전액 일시불로 지급하기로 하되 위 금액을 피고인이 정해진 기간내에 수령했을 때부터 위 점포의 모든 권리는 피해자에게 넘어가나 만일 위 기간내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위 금액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에는 위 점포의 모든 권리는 피고인에게 넘어가고 피해자는 자신이 투자한 금액 일체를 포기하고 반드시 물러나기로 약정하였고, 이 투자금반환의 이행장소에 관하여는 별도의 약정이 없었음을 알 수 있는 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채무변제의 이행장소를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특정물인도 이외의 채무의 이행은 채권자의 현주소나 현영업소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므로( 민법 제467조 ), 이 사건에 있어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투자금반환채무는 지참채무로서 그 이행장소는 원칙적으로 피고인의 집이거나 위 점포가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그런데 원심의 형사기록검증결과(사법경찰리 작성의 김병찬, 길용섭, 피고인, 정영채에 대한 각 진술조서, 사법경찰리 작성의 김소식, 윤종복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에 의하면, 피해자는 그의 사돈인 공소외 김소식, 김병찬 부자에게 부탁하여 약정기한의 마지막날인 1990. 9. 13. 21:00경에 이르러서야 피고인에게 반환할 투자금을 준비하기는 하였으나(김소식 부자가 금 15,000,000원, 피 해자가 금 8,000,000원을 준비하였다는 것이다), 위 김소식 등은 피해자를 믿지 못하여 그들이 준비한 돈을 피해자에게 교부하지는 아니하였고,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충남 연기군 금남면 대평리에 있는 위 김소식의 주거지로 돈을 받으러 올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고인이 그 곳까지 돈을 받으러 가야 할 이유가 없다고 거절하자 다시 대전 유성구에 있는 리베라호텔 커피숍에서 22:30경 만날 것을 제의하였고, 피고인은 피고인의 집을 알고 있으니까 집으로 오라고 하였으나 계속하여 그 곳으로 나오라고 하여 마지 못하여 알았다고 승낙하였으나 피고인은 너무 늦은 시간이고 피고인이 안나가면 집으로 오던지 위 점포로 오리라고 생각하고 위 장소에 나가지 아니하였고, 이에 피해자와 함께 피고인을 기다리던 위 김소식은 그들 부자가 준비하였던 돈을 가지고 돌아가 버리고 피해자는 피고인을 전화로 위 점포로 불러 피고인과 피고인의 처가 나오자 투자금반환의 이행은 하지 아니한 채 위 리베라호텔에 나오지 아니하였다고 시비만 걸었고, 이에 피고인이 같은 해 9. 14. 12:00경 위 점포에서 돈(투자금)을 지급하라고 하여 다시 만나기로 약정하고 헤어졌으나 피해자가 반환할 투자금을 준비하지도 아니한 채 12:30경에야 나타났으며, 그 후에도 피해자가 투자금반환의 이행을 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이 위 점포의 설비와 재고상품 일체를 처분할 때까지 4개월 가량이 경과한 사실이 엿보인다.

라. 사정이 위와 같다면, 피고인이 적법한 이행의 장소도 아닐 뿐만 아니라 늦은 시각에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정한 위 리베라호텔 커피숍에 나가지 않은 그 사실만을 들어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투자금의 수령을 회피하기 위하여 그리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당시 피고인이 위 커피숍에 나오지 않았다고 하여도 피해자로서는 투자금을 반환(지급)할 방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피해자가 진실로 이행의 제공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또 그 의사가 있었다면 피고인을 재촉하여 불러 낸다거나 피고인의 집으로 가서 지급할 수도 있고, 피고인이 그날 수령을 지체한다면 다음 날 지급할 수도 있는 것이며 / 가사 피고인이 그 수령을 지체한다고 하여도 피해자는 투자금반환의 지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일 뿐 채무 그 자체가 소멸하는 것도 아닐 것이고, 그 직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다음 날 12:00경 위 점포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정하였다면 종전의 약정은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다만 투자금변제의 이행일시와 장소가 1990. 9. 14. 12:00경 위 점포로 변경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인데, 준비하였다는 투자금을 위 김소식이 가지고 돌아가 버리고 피해자는 이 돈을 소지하거나 보유하고 있지도 아니한 채 위 일시장소에서 적법한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아니하였고, 그 후에도 4개월 가량이 경과하였으며 그 동안 투자금의 변제나 그 이행의 제공을 한 것도 아니라면 그 법률관계나 위 점포의 동업설비와 재고상품의 소유권의 귀속에 관하여 견해의 차이나 분쟁의 여지가 있겠으나 이는 민사적인 문제이고, 적어도 피고인으로서는 이 동업설비와 재고상품 일체의 소유권이 피고인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믿을 여지가 없었다고 할 수 없고, 만일 피고인이 이 동업설비와 재고상품이 피고인에게 귀속되었거나 처분권이 있는 것으로 믿고 이를 타인에게 처분하였다면 피고인에게 횡령의 범의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4. 원심으로서는 피고인과 피해자간의 투자금반환의 약정이 이루어진 후 이행기한의 마지막 날의 피해자의 준비상황, 그날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 경위 또 그후 4개월이 경과하도록 이행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이유,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위 점포의 동업에 관련한 권리관계, 피고인이 위 동업설비와 재고상품을 일방적으로 처분하게 된 경위나 이유등을 살펴 위 동업설비와 재고상품이 피고인의 단독소유로 귀속되었고, 그렇지 않다고 하여도 횡령의 범의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항소이유의 당부를 정면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함에도 원심이 스스로 한 형사기록검증결과에 대하여 언급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유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제1심이 조사한 증거들만을 종합하여 이 사건 범죄사실을 인정하기에 넉넉하다고 가볍게 판단한 것은 친절한 설시방법이라고 말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이유불비 아니면 횡령죄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논지는 이 범위안에서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배만운(주심) 김주한 정귀호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