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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5.9.17. 선고 2015노823 판결
살인,사체은닉,아동복지법위반
사건

2015노823 살인,사체은닉,아동복지법위반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윤재필(기소), 오지석, 우성영(공판)

변호인

변호사 BS (국선)

판결선고

2015. 9. 17.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8년에 처한다.

압수된 증 제1 내지 8호를 몰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C에 대한 살인의 짐은 무죄.

이 사건 판결 중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사실오인, 법리오해, 심신미약 및 양형부당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C을 살해한 바가 없음에도,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까지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2) 심신미약

피고인이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서 M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것임에도, 원심은 피고인의 심신미약 상태를 간과하였다 1).

3)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4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양형부당

피고인이 2명을 살해하고, 사체를 은닉하는 등 그 범죄가 치밀하고, 대담하며, 잔혹한 점 및 아동을 불결한 환경에 방치한 점 등에 비추어,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부분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2)

피고인은 C에게 심한 불만을 가지고 있던 중 2004년 가을경 자신의 주거지인 포천시 L빌라 가동 201호에서, 평소 자신이 복용하고 있던 독시라민 성분이 함유된 다량의 수면제와 아테놀롤이 함유된 고혈압 치료제를 물이나 에탄올이 주성분인 용매에 녹여 그 정을 모르는 C이 마시게 하는 등 C에게 불상의 방법으로 먹여, C으로 하여금 의식손상, 송수상태 등 독시라민의 과다복용에 따른 약물중독 등의 원인으로 사망하게 하거나, 또는 위와 같은 약물중독의 영향 하에 있는 C의 호흡을 막는 불상의 방법에 의해 C으로 하여금 질식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C으로 하여금 약물중독 등의 원인으로 사망하게 하는 방법으로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 부분을 일부 수정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다.

가) 피고인은 둘째 아들인 J의 사망과 남편인 C의 외도 등으로 인해 C을 원망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부부간의 불화가 잦는 등 C을 살해할 동기가 충분하였다.

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C이 자연사하였다거나 자살하였을 가능성 및 다른 제3자에 의하여 살해될 가능성이 없다. 즉, C의 간에서는 수면제 주성분인 독시라민이 검출되었고, 검출된 양(52.97mg/kg)도 치사농도 범위(14~300mg/kg) 내였다. 고도의 부패로 인하여 C의 신체 상당부분이 소실된 상태였으나 골절이 확인되지는 않아, 과량의 독시 라민이 사인일 가능성이 높다. 별다른 질병이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던 C이 자연사하였을 가능성은 합리적 의심 없이 배제할 수 있다. 제3자가 침입하여 피해자 C을 살해하였다고 볼 정황이 없다. C이 사망하기 전 자살의 징후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고, 유서 또한 발견되지 않았다.

다) 다음과 같은 정황은 C이 피고인에 의하여 독살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즉, 피고인은 2001년경부터 수면제, 신경안정제 등을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하였고, 혈압약도 복용하였는데,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발견된 여러 가지 약 중에서 독시라민, 아테놀롤 성분이 발견되었다.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발견된 내용물이 없는 알루미늄 맥주캔, 맥주병, 컵 등에서도 독시라민 성분이 검출되었고, 특히 유리컵에 굳은 가루를 긁어내어 조사해보니 7.5g 상당의 독시라민 성분이 검출되었으며, 이는 수면제 50정에 해당하는 양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 C에게 독시라민 성분의 수면제를 가루를 내어 물이나 술에 탄 후 피해자 C에게 먹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라) 다음과 같은 C이 사망한 이후의 정황도 피고인에 의한 범행임을 짐작케 한다. 피고인은 C이 사망하였음에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병원으로 후송하여 장례를 치르고 매장하는 등의 정상적인 방법을 취하지 아니한 채 사망한 자리에 수일간 방치하였다. 피고인의 첫째 아들인 F과 함께 C을 고무통에 집어넣고 10여 년간 방치하였다. C의 사망사실을 C의 가족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고, 오히려 C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여 사용하였다.

마) 피고인이 자백하는 M에 대한 살해수법과 유사한 수법으로 C을 살해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즉, 피고인은 2013년경 M에게 졸피뎀과 독시라민 성분의 수면제를 먹게 하고 목을 조르는 등의 방법으로 M을 살해하였는데, 그 살해방법이 C에게 발생한 사망원인과 일면 유사하다. 또한 M을 살해한 후 그 사체를 C의 사체가 들어있던 고무통에 집어넣어 은닉하기도 하였다.

3) 관련 법리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 그리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은 형사소송법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위 헌법과 형사소송법 규정에 내재한 법치국가의 기본원칙으로서 형사재판을 지배하는 대원칙이다. 그러므로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도11771 판결 등 참조).

4)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여러 정황, 특히 C이 사망한 이후 그 시신을 고무통에 넣고 10년 가까이 방치한 정황이나 사체에서 발견된 독시라민 성분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C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살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강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서 보건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사망한지 10년이 넘어 발견된 사체를 통해 그 사인 등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고, 그 사인조차 명확하지 않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C을 살해하였다고 단정하기는 더욱 어려우며,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는 이유 있다.

가) 우선 C이 사망한 원인이 분명하지 않다.

(1) 먼저 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피고인이 약물중독의 영향 하에 있는 C의 호흡을 막는 불상의 방법으로 살해하였다'는 부분이 있으나, C이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하여 사망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다. 때문에, 이 사건의 쟁점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공소사실 부분 즉, '피고인이 독시라민(doxylamine)이 함유된 다량의 수면제와 아테놀롤(atenolol)이 함유된 고혈압 치료제를 물이나 에탄올이 주성분인 용매에 녹여, 그 정을 모르는 C이 마시게 하는 등 불상의 방법으로 C으로 하여금 약물중독 등의 원인으로 사망하게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있는지 여부이다. 위 공소사실은 C의 간에서 독시라민 52.97mg/kg과 아테놀롤 61.70㎎/kg이 검출되었는데, 독시라민의 간조직 치사농도가 14 ~ 300㎎/kg으로 보고되고 있으므로, 위 검출농도가 위 치사 농도의 범위 내에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2) 그러나 과연 위와 같은 사정으로 C의 사망 원인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약물중독으로 사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증거를 살펴본다. ① 부검의 R의 원심 및 당심 진술 등에 의하면, '독시라민 외에는 사망의 원인이 될 만한 다른 흔적이 없다'는 것이나, 부검감정서에는 '독시라민 단독 복용에 의한 사망 사례는 드물다'는 것이고, C의 사체에서 발견된 독시라민의 농도(52.97mg/kg)가 치사농도의 범위(14 ~ 300mg/kg) 내에 있다고 하더라도 상한(300g/kg)보다는 하한(14g/kg)에 가까운 수치이다. ② C에 대한 부검과정에서 약물분석을 담당한 원심 및 당심 증인 Q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독시라민은 수면보조제로 사용되는 것으로 안정적이라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구입이 가능하고, 위 치사농도의 범위 중 14mg/kg 농도는 독시라민 단독으로 사망한 사례에서의 농도가 아니며, 독시라민 단독으로 사망한 사례인 독시라민 농도 80g/kg 및 300g/kg의 각 사례(위 14mg/kg 사례를 포함하여 나머지 사례는 모두 독시라민 단독으로 사망한 사례가 아니라는 것이다)와 비교할 때, C에게 발견된 독시라민 농도는 그 이하이다. 3 C의 사체에서 나온 독시라민의 농도를 계산할 때 C의 키나 몸무게 등 신체 자료는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C의 사체는 밀봉되지 아니한 고무통 속에 10년 가까이 담겨 있었고, 독시라민이 발견된 M의 사체가 몇 달 동안 C의 사체 위에 놓인 채 있었으며, 독시라민이 발견된 부위도 간이 아니라 간으로 추정된 곳이라는 것인바, 결국 C의 사체에서 검출된 독시라민 등의 양이 실제 C이 섭취한 용량을 정확하게 반영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을 모아 보면, 독시라민이 C의 사망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3) 나아가 독시라민 외에 C의 사체에서 발견된 아테놀롤(61.7mg/kg)이 독시라민과 함께 상호작용하여 C이 사망하게 된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에 대하여 본다. 약물분석 전문가인 위 Q의 원심 진술에 의하면, 독시라민 47mg/kg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는데 이는 다른 약물과 같이 복용한 사례라는 것이다. 그런데 Q의 원심 및 당심 진술에 의하면, 그 다른 약물이 아테놀롤은 아니라는 것이고, 고혈압약 성분인 아테놀롤을 독시 라민과 함께 복용할 경우 상호작용에 관한 문헌이 없으며, 함께 처방하지 말라는 금기 사항도 없어, 그 상호작용에 의하여 생길 수 있는 결과에 대하여는 정확하게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Q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두 약물에 의하여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므로, 독시라민과 아테놀롤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C이 사망하였다고 보기에는 다양한 사례검증이나 학계의 검토 없어 위와 같은 추론만으로는 살인죄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는 근거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약하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4) 한편, 피고인이 살해하였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M의 사체에서 발견된 독시라민의 양은 6.3mg/kg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M을 살해한 방법은 목을 졸라 질식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피고인이 C을 수면제 등을 과다복용하게 하는 방법으로, 살해하였다면 M을 살해할 경우에도 굳이 완력을 사용하지 않고, C과 마찬가지로 수면제 등을 과다 복용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데, M의 사체에서 발견된 독시라민의 양은 C의 사체에서 발견된 양의 약 1/10에 불과하여 피고인이 M을 살해하는 방법과 유사한 방법으로 C을 살해하였을 것이라고 추단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피고인이 사망한 C과 M을 같은 고무통에 넣고 사체를 방치하거나 유기한 사정이 유사할 뿐이다.

(5) 더구나 골절의 흔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독시라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였을 가능성만 남는 것은 아니다. R의 원심이나 당심 진술에 의하더라도, 비구폐색 질식의 경우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을 수 있는 등 자연사나 사고사 가능성에 대하여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고, C의 사체에 폐나 심장과 같은 주요 장기가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여서 질병이나 다른 외력에 의한 사망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므로, 이는 '다른 원인으로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과는 명백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사망한 지 10년 가까이 지나 사체가 발견되어 독시라민 성분이 검출된 부분도 해부학적 위치를 통해 간이라고 추정할 정도이고, 다른 장기 검사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사체가 심하게 훼손되었는바, 이른바 '돌연사'3)나 '수면 중 구토물에 의한 질식사'를 포함하여 골절의 흔적 없이 사망할 여지도 얼마든지 있으므로,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이 사건에서 그 가능성을 위와 같이 확실하지 않은 의학적, 약물학적 추론만으로 모두 배제하는 것은 곤란하다.

(6) 따라서 C의 사체에서 독시라민과 아테놀롤이 검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독시라민 또는 독시라민과 아테놀롤의 혼합 작용이 C의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나) C의 사망에 피고인의 행위가 개입되었다고 볼 충분한 증거가 없다.

(1)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이 '수면제와 고혈압 치료제를 물이나 에탄올이 주성분인 용매에 녹여 그 정을 모르는 C에게 마시게 하였다는 것이다.

(2) 그런데 Q의 원심 진술에 의하면, 맥주병과 맥주 캔에 묻은 독시라민 상태로 보아 C이 과량의 독시라민을 섭취한 상태에서 맥주를 마신 것으로 보이지, 처음부터 맥주병이나 캔에 약을 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어서 위 공소사실과 차이가 있다. 그런데 C의 사체에서 검출된 독시라민 양에 비추어 보면, C이 상당한 양의 수면제를 먹었어야 할 터인데, 피고인이 멀쩡한 정신의 C에게 완력으로 다량의 수면제를 먹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고, 수면제를 물에 타서 마시게 하는 것도 혼탁한 상태나 이물감 등으로 인하여 C이 금방 알아챘을 것이므로, 그리 용이해 보이지 않는다. 또한 맥주에 타서 먹였을 가능성도 Q의 위 원심 진술과 어긋나서 취신하기 어렵고, 달리 에 탄올이 주성분인 용매가 무엇인지, 그것이 현장에 있었는지, 피고인이 이를 구입하였거나 소지하였는지 등 피고인이 개입되었다고 볼 사정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한편, 부검감정서 4)에 의하면, 독시라민 25㎎이 검출되려면 60kg 체중을 가진 사람의 경우 약 60정 정도를 복용하여야 하는 것인바, 당시 70kg 정도의 C의 경우 적어도 150정 가까이5) 복용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C 모르게 위와 같은 양의 수면제를 C으로 하여금 먹게 하였다는 것도 잘 수긍이 가질 않는다.

(4) 다른 한편, Q의 당심 진술에 의하면, 독시라민과 아테놀롤이 체내 잔류하는 반감기를 고려할 때 C의 사체에서 검출된 독시라민과 아테놀롤이 상당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섭취된 것인지 한꺼번에 섭취된 것인지 구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고, 반감기가 아테놀롤의 경우 평균 7시간, 독시라민의 경우 10시간이라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일시에 다량의 약물을 섭취하게 하는 방법으로 C을 살해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달리 여러 날에 걸쳐 C에게 다량의 독시라민과 아테놀롤을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하였을 가능성도 상정해 볼 수 있으나, 정작 그 증거가 없다.

(5) 더구나 Q의 당심 진술에 의하면, '독시라민과 아테놀롤을 함께 복용할 경우 상호작용에 관한 문헌이나 함께 처방하지 말라는 금기사항도 없어 일반인이 위 두 성분이 함유된 약을 함께 복용할 경우 위험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는 것이므로, 의약품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는 피고인이 C을 살해하기 위하여 위 두 가지 성분이 함유된 약을 일부러 함께 사용하였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다른 사정도 있다.

(1)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 'C에게 영양제라고 속이고 수면제를 한 주먹 주었을 수도 있다'고 하고6) 그 다음 조사과정에서 'C과 같이 자려고 피고인 자신도 먹고 C에게도 수면제 한 움큼과 혈압약 약간을 섞어서 주었다'고 진술하다가) '솔직히 C에게 약을 먹였는지 안 먹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약을 먹일 사람이 피고인 자신밖에 없으니 먹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앞선 진술을 번복하였다8).

피고인은 C에게 수면제를 한 주먹 주었을 수도 있다고 진술한 경위에 관하여 'C이 영양제를 좋아하였다'는 것인데,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피고인의 위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삼기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수긍이 가지 않는 점이 있다.

먼저 피고인의 진술은 '주었다'는 것이 아니고 '주었을 수도 있다'거나 '준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므로, 'C의 사체에서 혈압약과 수면제 성분이 나왔다'는 추궁에 마지못해 자신의 행동이 아님에도 추측을 대답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또한 C이 아무리 영양제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부터 한 주먹씩이나 받아서 이를 먹었다는 것도 잘 납득이 가질 않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영양제를 물이나 에탄올이 주성분인 용매에 녹여 먹었다는 것은 더더욱 납득이 가질 않는다.

결국, 피고인이 진실을 얘기하려 하였다면, 굳이 위와 같이 수긍이 가질 않는 내용으로 실토하였을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의 위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삼기엔 부족함이 있다.

(2) 또한 피고인이 자백하는 나머지 범죄사실도 살인과 사체유기 및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그 사안이 중대하여 이미 중형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굳이 C에 대한 부분만을 부인하는 것을 보면, 피고인이 이 부분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3) 더구나 피고인이 C을 살해할 동기에 관하여도 분명하지 않은 점이 있다. 검찰은 둘째 아들의 사고사를 C의 책임으로 돌리는 등의 사정으로 피고인과 C과 사이에 불화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피고인의 아들인 원심 증인 F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의 둘째 아들이 1995년경 사고로 사망한 이후 피고인과 C 사이에 다툼이 많았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F의 다른 진술에 의하면, C이 사망할 무렵에 피고인과 C은 각 방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같은 방 침대에서 잠을 잤다는 것이고, 피고인은 검찰의 위와 같은 주장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C이 자살할만한 사정도 없었고 스트레스가 있어도 자살할만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C이 사망할 무렵 피고인과 사이에 새삼스럽게 불화가 존재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그 당시 피고인이 C살해할 정도로 그 불화가 극에 달하였다는 점 등에 관한 충분한 자료도 없다.

(4) 한편, 피고인이 C을 살해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진술분석 결과9)에 의하면, '피고인이 C에게 수면제를 먹이지 않았다'는 진술과 '피고인이 C을 살해하지 않았다'는 진술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되었으나, 반면 심리분석 결과 10)에 의하면, 피고인이 C의 사체에서 발견된 약물에 관하여 알지 못한다'고 한 진술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고, '피고인이 C을 살해하지 않았고 아침에 깨우려고 흔들었을 때 일어나지 못했다'는 진술은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며, 심리생리 분석결과11)에 의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므로, 위 진술분석 결과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유죄의 증거가 된다고 보기 어렵고, 더구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서불안성 인격장애 상태인 피고인에 대한 위 진술분석 결과가 정상인과 같은 정도의 정확성을 담보한다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

(5) 끝으로 C이 사망한 이후의 피고인의 기이한 행동도 피고인이 범인이어서 라기보다 피고인의 정서불안정성 인격장에에 기인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즉, 피고인은 둘째 아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수면제와 고혈압 치료약 및 안정제 등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면서 거의 매일 술을 마셨고, M을 살해한 이후에도 파리가 들끓는다며 동네 사람들이 불만을 제기할 때까지 그 사체를 마루에 그냥 방치하였으며, 먹고 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집안청소를 전혀 하지 아니한 상태에 8세 아들을 상당 기간 방치하였는바, 당심 정신감정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과 같은 정신병적 상태는 아니지만,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충동적인 정서불안성 인격장애의 성격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비정상적 성격으로 인하여 피고인은 C이 사망한 이후에도 이를 신고하거나 가족에게 알려 장례를 치루는 등의 정상적인 절차를 취하지 아니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심신미약 주장 부분

피고인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태도나 치료 경력 및 당심에서의 정신감정 촉탁결과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M을 살해하거나 살해 후 그 사체를 유기할 당시에 정서불안 정성 인격장애상태에 있었던 점은 인정되지만, 이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일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기로 하여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은, 범죄사실 중 제1항을 삭제하는 외에는 원심판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원심 및 당심 법정진술

1. 검사 작성의 S에 대한 진술조서

1. 사경 작성의 T, U, V, W, X, Y, Z에 대한 각 진술조서

1. 각 수사보고[범행현장감식, 현장 출동 소방관 진술조서 작성건, 용의자 A 가족관계 및 아들 F 관련, 피의자 특정, 부검임장, 피해자 특정, 국과수 감정 회보 긴급 유선통보, N 직원 AA 상대 수사, 피의자 A 2013. 5. 25.자 병원진료에 대하여, 국과수 실무자 회의, AB 내과의원 수사, 약국 탐문수사, 피해자 M 행정 종합수사, P 관련수사, N회사 V 전화진술 청취보고, 피해자 M 유족 S으로부터 변사체 옷을 통해 피해자가 M이 맞다는 확인보고, 현장검증영상CD 첨부, 피해자 M 생전사진에 착용한 의류와 변사체 의류 비교결과, 동일한 의류 확인, 부검감정서 관련 추가 수사, 통계자료분석을 통한 급사가능성 확인, AF 정형외과의원, AG약국 상대 수사, 피해자 M이 사망 전 처방받은 약 중 독시라민, 졸피뎀 성분은 함유되지 않은 사실 확인보고, 5. 24., 5. 25., 5. 26. 수면제 약을 병원을 옮겨가며 처방을 받아 약을 구입한 사실 확인보고, 상하수도 사용내역 확인결과 최근 1년 6개월 동안 이용내역 미미, 감정의뢰회보 양성반응 사진, 국과수 보건연구관 Q 전화진술 청취보고, 경기북부아동보호 전문기관 AH 상담관 진술청취 보고, 피의자 및 동거인 X 주거지, 피의자 직장 N 인근 통신기지국 위치 각 확인, 피의자 최근 10개월간 통화내역 추적 결과 1주일에 3회 이상 외박을 일삼은 사실 등 확인, 피의자와 동거인 X와 통화내역 확인결과 상호 209차례 통화확인]

1. 변사사건(타살의심) 발생보고, 112 신고처리표, 내사보고(타살의심 변사체 발견)

1. 관련 사진, 포천 살인사건 현장사진 기록 하달, 포천 살인사건 지문 긴급감정 결과, 검증조서, 현장검증사진, 현장검증영상CD

1. 수사자료제공 협조요청 회신(M), 국과수 부검결과 약물감정, 지문감정서(M), 감정의뢰회보

1. 시체검안서, 취학예정자 관련자료 3장, 사진 3매(증거기록 제1859쪽), 각 의무기록부 사본증명서 및 처방전(M, A), 처방전 사본(증기기록 제2187쪽), 상하수도 사용료 자료송부(L빌라 가동 201호), 피의자 외박을 일삼은 통화내역 발췌, 피의자 및 X 상호 통화내역

1. 각 압수조서, 각 압수목록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살인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형법 제161조 제1항(사체은닉의 점),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2호, 제17조 제6호(아동 방임의 점,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가장 무거운 살인죄에 정한 형에 형기 합산 범위 내에서 가중)

1. 몰수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5년 ~ 42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10년 이상12)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18년 및 몰수

피고인은 돈 문제로 다투다가 피해자 M을 살해하였는바,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인 인간의 생명을 무참히 빼앗은 범행을 저지른 동기에 참작할 정상이 없다. 또한 피고인은 수면제 등을 먹어 그 약기운으로 반항할 힘이 없는 피해자 M의 목을 조르고, 스카프를 목에 감아 잡아당기고, 랩으로 얼굴을 수회 감아 질식하게 하여 살해하였는바, 그 살해의 방법도 잔인하다. 더구나 피고인은 M을 살해한 후 그 시체를 고무통에 집어넣어 은닉하는 등 피고인으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은 M의 유족들이 입은 피해회복을 위하여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고, 시체 2구가 들어있는 고무통을 집에 보관하면서 청소조차 되지 않은 극히 불량한 환경에 8세의 어린 아들을 그곳에 방치하면서 집에 가끔 들려 음식을 두고 나온 외에는 2달이 넘도록 다른 남자의 집에서 동거하면서 집에도 들어오지 않는 등 자신이 낳은 아 이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보호·양육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았는바, 이로 인하여 어린 아이가 입었을 정신적 충격과 그 후유증을 고려하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피고인이 초범이고, 당심에서 유죄로 인정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자백하고 계속하여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피고인이 1995년경 둘째 아들을 잃고 불안정한 심리상태로 생활하여 왔고 이러한 심리상태가 위 범행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점도 있다.

위와 같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거나 유리한 사정 등과 함께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든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가-1)항 기재와 같은바, 제2-가-3), 4)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위 무죄 부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강영수

판사기우종

판사이현수

주석

1) 원심에서는 양형사유로만 주장하였다.

2) 살해방법에 관하여 원심에서 공소장변경신청과 이에 대한 법원의 허가가 있었다.

3) 수사보증거기록(6-4), 2059쪽]에 의하면, 통계청 자료상으로 40~4세의 남성 중 "원인 미상의 기타 급사"의 확률이 인구 10만 명당 1.2명이라는 것이나, 그렇다고 이 사건에서 그 가능성이 전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4) 증거기록(6-4) 1716쪽

5) (52.97 : 25) × 70 148 {학회의 보고에 의하면, C 사체에서 검출된 농도는 약 10정 내지 40정 정도를 복용한 결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나 증거기록(63) 1482쪽], 위 부검감정서의 기재와 어긋나서 받아들이기 어렵고, 설령 위 수사보고가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섭취자가 모르고 먹기에는 많은 양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6) 증거기록(6-5) 2438, 2440쪽

7) 증거기록(6-5) 2464, 2465쪽

8) 증거기록(6-5) 2468쪽

19) 증거기록(6~5) 2475쪽 이하(진술자의 비언어적, 언어적 음성적 반응에 대한 관찰 및 분석, 진술자의 기본 행동과 사건 관련 단계에서 나타난 행동반응을 비교·분석, 진술자의 행동과 정서표현의 적절성 분석, 인지적 부하의 반응 및 적절정 분석 등을 통해 진술의 진위 여부를 분석한다)

10) 증거기록(65) 2494쪽 이해심리생리검사(폴리 그래프), 뇌파분석검사, 행동분석 등을 통해 진술의 진위 여부를 추론한다]

11) 증거기록(6~5) 2498쪽 이하(심리생리분석기에 의하여 심리적 동요에 따른 혈압, 맥박, 호흡 및 피부전류저항 등 생리적 변화를 측정, 기록한 후 그 기록의 해석에 의하여 진술의 진위 여부를 추론한다)

12)1. 가. 살인죄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군,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10년 ~ 16년

나. 사체은닉죄, 아동복지법위반죄: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음

2.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10년 이상(사체은닉죄, 아동복지법위반죄에 대하여는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양형기준이 설정된 살인죄의 양형기준상 형량범위의 하한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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