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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2.26. 선고 2014도11771 판결
강제추행
사건

2014도11771 강제추행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M

담당변호사 N, T, S, U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4. 8. 21. 선고 2013노1757 판결

판결선고

2015. 2. 26.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C병원 물리치료사인바, 2011. 12. 10. 13:00경부터 같은 날 13:30경까지 위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목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는 피해자(여, 30세)를 상대로 수기(手技)치료를 하던 중 침대에 누워 있는 피해자의 가슴을 수 회 만지는 등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라는 것이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하였으나, 원심은 피해자의 진술을 증거로 삼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 그리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은 형사소송법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위 헌법과 형사소송법 규정에 내재한 법치국가의 기본원칙으로서 형사재판을 지배하는 대원칙이다. 그러므로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41 4044 판결 참조).

3. 이러한 법리에 따라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공소사실 자체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하였다는 강제추행 행위는 '물리치료사인 피고인이 위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약 30분간 피해자를 상대로 수기치료를 하던 중 침대에 누워 있는 피해자의 가슴을 수 회 만졌다'는 것이 전부이다.

그리고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이 수기치료를 한다면서 치료시간 대부분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옷 위로 유두를 비롯한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집중적으로 만졌고, 이는 피해자의 환부와 전혀 관계없는 부위로서 치료를 위하여 피해자의 신체 부위를 만진 것이 아니라고 그 당시 분명히 느꼈지만, 피고인에게 항의하여 그와 같은 행위를 저지하거나 일어나서 처치를 거부하지 않고 단지 '거기 안 받아도 되니까 목만 해 주세요'라는 취지로 피고인에게 말했을 뿐 거의 추행으로만 이루어진 피고인의 처치를 끝까지 받았는데, 이는 '치료 중간에 나오면 이상한 사람이 되고 주목받는 게 싫어서', '소위 진상 피우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소리를 지르거나 어떤 말을 하면 너무 예민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등의 이유에서였다는 취지이다. 한편 원심판결 이유에서는, 범행장소인 물리치료실이 넓지 않고 비교적 개방된 공간이기 때문에 그 공간 안에 병원 직원이나 환자 등 여러 명이 함께 있었다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추행을 범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피고인의 직장 동료인 제1심증인 L, K은 물론 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자인 원심증인 0까지 이 사건 당시 위 물리치료실 안에 여러 명의 직원과 환자들이 함께 있었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추행이 없었거나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렵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사정이 있으나, 피해자가 제1심에 이어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진술한 내용이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진술할 수 있는 내용으로 상당히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전후 상황에 대한 진술과도 부합하고 진술 태도가 자연스러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을 떨쳐버리기에 충분하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위와 같은 원심판결 이유와 증거 등 기록에 의하면, 적어도 피해자는 동시에 여러 명이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다수인이 수시로 출입하는 개방된 공간인 물리치료실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수기치료를 받고 있었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치에 즉각 항의하거나 이를 거부하는 데에 지장을 줄 만한 객관적 장애가 전혀 없었음이 분명함을 알 수 있다. 또, 공소사실 자체로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추행을 위하여 어떤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였다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마음만 먹으면 그저 분명히 말을 하거나 처치를 거부하고 자리를 뜨는 등의 지극히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피고인의 추행을 그만두게 하거나 추행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피해자는 약 30분에 이르는 수기치료 시간 거의 내내 피고인으로부터 치료와 관계없음이 분명하다고 느껴지는 추행을 당하였다고 하면서도, 단지 예민하거나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싫고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피고인의 처치에 순응하였고,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싫다는 의사조차 뚜렷하게 표시하지 않았으며, 병원에도 아무런 항의를 하지 않다가 이틀 후에야 비로소 고소를 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통상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한 30세의 여성이 보일 만한 태도로는 보이지 않고, 과연 피해자 진술과 같은 피고인의 추행이 실제로 있었는지 강한 의심을 갖게 만든다.

더욱이 원심도 인정하였다시피, 피고인의 동료인 L, K 외에 심지어 당시 치료를 받은 환자인 까지 모두 '사건 당시 현장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통상적인 수기 치료를 실시하는 것을 목격하였고,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았으며 그럴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는 취지로 일치하여 증언하였다. 기록에 포함된 다른 자료들과 대조하여 살펴보아도 그와 같은 여럿의 일치된 진술이 피해자의 진술과 배치된다는 것 외에 허위라고 의심할 만한 아무런 객관적 사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또 그와 같이 목격한 내용 자체에 관한 진위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위 각 진술에 따르면 당시 위 물리치료실 안에 피고인과 피해자 외에 직원들과 환자가 번갈아 또는 함께 있었다는 것이 된다.

(3) 앞서 본 바와 같이 무죄추정의 원칙은 헌법적 차원의 대원칙으로서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바,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그 진술 내용에서 뚜렷한 모순점이나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점을 찾기 어려운 점 및 피고인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제3자의 진술과 정황이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설령 피해자의 성향이 다소 소심하거나 돌발적인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오직 원심이 든 것과 같이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고 전후 모순이 없으며 진술 태도가 자연스럽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진술에 반대되는 피고인의 진술과 객관적인 여러 사정을 모두 배척하고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타당성, 다른 정황과의 일치 여부, 경험칙에의 합치 여부 등 공판절차에서 얻어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련된 모든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진술만을 믿어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 하였다. 이와 같은 원심판결에는 강제추행죄의 성립과 공소사실의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5. 이에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이상훈

대법관김창석

주심대법관조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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