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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6.10.14. 선고 2016고합673 판결
살인치료감호부착명령
사건

2016고합673살인

2016감고4(병합)치료감호

2016전고14(병합)부착명령

피고인겸피치료감호

청구인겸피부착명령청구자

A

검사

김후균(기소), 김정옥(공판)

변호인

변호사 B(국선)

판결선고

2016. 10. 14,

주문

피고인을 징역 30년에 처한다.

피치료감호청구인을 치료감호에 처한다.

피부착명령청구자에 대하여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을 명한다.

이유

범죄 사실1)

【범행의 동기 및 심신장애】

피고인 겸 피감호청구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고만 칭함)은 중·고교시절부터 정신적 불안증세가 시작되어 2003. 3.경 C신학원 입학 후부터 '지하철을 타고 가면 남들이 쳐다본다'라거나 '여자들이 내 얘기를 하고 흙을 보는 것 같다'라는 등의 노이로제 증세로 병원진료를 받고, 2004. 6.경에는 병무 신체검사에서 신경증적 장애로 4급 판정을 받아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였으며, 이후 유사한 정신질환 증세로 입원 및 외래진료를 받아오다 2009. 8.경 D병원에 입원하여 조현병(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다.

그 후부터 피고인은 스스로 목욕과 세수, 양치를 잘 하지 않는 위생관리 및 청결 문제로 인해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지적이나 간섭을 받아왔고, 망치로 주거지의 공동현 관문을 깨거나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으로 수 차례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다가 퇴원하게 되면 약물 복용을 중단하여 증상이 재발하거나 악화되기를 반복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2015. 3.경 C신학원에 재입학하면서부터 위생관리 및 청결 문제로 학우들과 마찰이 생겼고, 2015. 8.경에는 서울 강서구 E주택 2층에 거주하면서 4층에서 여자 발소리가 들리는 층간 소음 문제로 항의하다 112 신고가 된 사실로 세종시에 있는 F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망상적 사고가 지속되는 증상을 보여 왔으며, 길에서 여자들이 앞을 가로막아 지각을 하였다거나 지하철에서 여자들이 일부러 어깨를 치고 갔다는 등의 피해망상으로 인해 여성들이 자신을 견제하고 괴롭힌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범행의 결의】

피고인은 2016. 1.경 F병원에서 퇴원한 후 약물복용을 중단하고, 2016. 3.경에는 집을 나와 구직활동을 하면서 서울 강남 일대의 빌딩 계단이나 화장실에서 숙식하였고, 2016. 5, 6.경 서울 서초구 G에 있는 ○○포차에 취업하면서 H 부근에 있는 △△△스파 건물의 화장실에서 생활하며 출퇴근을 하여 왔다.

그 뒤로 피고인은 위 ○○포차에서 서빙일을 하던 중 여자 손님이 피고인이 '코를 후벼파는 것을 보았다'고 모함하였다고 믿게 되었고, 2016. 5. 15.경 위 ○○포차 부근공터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 젊은 여성이 담배꽁초를 던져 피고인의 신발에 맞은 일로 분개하여, 자신에게 피해를 가하는 여성들로 인한 스트레스와 분노를 해소하고 여성들에게 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위 ○○포차가 있는 △△빌딩 건물의 남녀공용화장실에서 그곳을 이용하는 여성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피고인은 2016. 5. 16. 17:40경 위 ○○상회를 조퇴하면서 범행에 사용할 흉기로 그곳 주방에 꽂혀 있던 식칼(총 길이 32.5cm, 칼날길이 20cm)을 꺼내 청바지 앞주머니에 넣어 소지한 채 지하철 등을 이용하여 서울 강서구 I에 있는 건물 남자화장실에 들어가 약 2시간 가량 머무른 다음 같은 날 23:44경 미리 범행 장소로 계획한 위 △△빌딩 건물로 돌아왔다.

【범행의 실행

피고인은 그 무렵부터 약 50분 동안 위 △△빌딩 건물 1층과 2층 사이 계단에 있는 남녀공용화장실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고 서성이다가 다음날인 2016. 5. 17. 00:35경 범행을 결심하고 위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약 30분 동안 남자 용변 칸과 세면대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며 혼자서 화장실을 이용하는 여성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피고인은 같은 날 01:07경 위 화장실 남자 용변칸에 앉아 있던 중, ○○포차에서 일행과 함께 술을 마시던 피해자 OO(여, 22세)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와 여자 용변칸을 이용한 후 물을 내리는 소리를 듣고 미리 나가 식칼을 뒤로 숨기고 세면대 주변에서 기다리다 문을 열고 나오는 피해자를 위 여자 용변칸으로 밀어 넣은 다음, 피해자가 휴대폰을 만지며 신고하거나 구조를 요청할 듯한 태도를 보이자 식칼로 피해자의 왼쪽 가슴 부위를 1회 찔러 여자 용변칸 바닥에 쓰러뜨린 후 약 2분 동안 쓰러진 상태로 반항하는 피해자를 상대로 식칼을 휘두르고 왼쪽 가슴과 어깨, 팔 부위 등을 10여 회 찔러 왼쪽 가슴, 팔 등에 자창, 자절창 및 절창 등 상해를 가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심장과 폐동맥을 절단하는 가슴 부위 자창 등으로 인해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치료감호 청구원인】

피고인은 2009. 8.경 조현병(정신분열) 진단을 받은 후 총 6회 이상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계속하여 피해망상, 관계망상, 현실 판단력 장애, 충동조절능력의 저하, 병식 결여 등 조현병의 정신증세를 보여 왔고, 이 사건 범행 당시에도 피해망상 등 정신질환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피해자를 살해하였는바, 위와 같은 피고인의 정신병력 및 심신장애상태,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후의 반성 여부 및 개전의 정상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재범의 위험성이 있고, 향후 부정기간 약물치료, 정신치료, 재활요법 등 치료감호를 통한 정신과적 입원 치료의 필요성이 있다.

부착명령 청구원인)

피고인은 2016. 5. 17.경 식칼로 이 사건 피해자를 10여 회 찔러 살해하였으므로 살인 범죄를 저지른 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의 정신병력 및 심신장애상태,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후의 반성 여부 및 개전의 정상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살인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므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의 필요성이 있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J, K, L, M, N, O, P의 각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피의자신문조서

1. Q, R, O, J, K에 대한 각 검찰진술조서

1. 피고인에 대한 각 경찰피의자신문조서

1. S, T, Q, R에 대한 각 경찰진술조서

1. J. L의 각 진술서

1. 검시결과서, 부검감정서

1. 압수조서, 압수목록

1. 현장감식결과보고서, H 11번 출구 앞 혈흔 채취, 범행현장 및 변사자 사진, CCTV영상 캡쳐사진, 수사보고(피의자의 오른손바닥과 손목의 자상 관련 수사), 각 감정의뢰 회보, 각 유전자감정서, 살인사건 지문 인적확인, 수사보고(피의자 도주 및 시간별 분석), 수사보고(피의자 A 범행 전 행적 관련), 수사보고(피의자 AI 행적 관련), 노래방CCTV 자료 사본, 피의자의 범행 전후 이동 경로, 범행 전 CCTV 녹화영상 캡쳐, 범행 후 이동 경로, 범행 후 CCTV 녹화영상 캡쳐, 실황조사서, 각 현장검증동영상, 법화학 감정서, 문자메시지 출력사진, 범행 전후 CCTV 녹화영상 CD, 모바일 분석자료(CD)

1. 건강보험요양급여내역, 진료소견서, 입퇴원확인서(4부), 의무기록사본 증명서, 공익근무요원 근무지 지정 명령서, 공익근무요원 소집해제자 복무기록표 송부, 진료기록부, 학교생활기록부, 112신고사건처리표, 사건사고접수 및 처리현황, 정신감정서, 진료내역, 청구전 조사결과 회보

1. 판시 치료의 필요성 및 재범의 위험성, 살인범죄 재범의 위험성 : 위 각 증거, 특히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서 및 청구전 조사 결과 회보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즉 피고인은 피해망상, 환청, 현실 판단력 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는 조현병을 앓아온 점, 위와 같은 정신장애의 치료를 위해 향후 정신과적 전문 치료가 필요하며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재범의 가능성이 있는 점, 피고인에 대한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도구(KORAS-G) 평가 결과 총점 12점으로 재범위험성이 '상' 수준에 해당하는 점,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아무런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칼로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피고인에게 특정 피해자에 대한 범행 동기를 찾아볼 수 없어 피고인의 생명경시의 태도가 심각한 점 및 기타 피고인의 성행, 환경, 범행의 경위와 수법,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치료의 필요성 및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고, 치료감호 종료 후에도 조현병에 대한 치료가 중단될 경우 다시 살인범죄를 저지를 위험성도 있다고 판단된다.

책임능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조현병에 의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변호인이 피고인의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내용의 의견을 제시하였고, 그 주장에 부합하는 진단서 등 자료들이 상당수 제출되었으므로, 이 법원은 직권으로 피고인이 심신미약 등의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9도870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비추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정상적인 사물변별능력 및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 피고인의 정신병력 및 피고인을 진료한 의사, 감정인의 의견

가. 피고인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인 1999년경 본격적인 정신병적 증상(현관에서 신발을 신다가 그 자리에서 앉았다 일어섰다를 20여분 반복하고, 그와 같은 증상이 1주일 정도 지속되었다)을 보이기 시작하여 정신과 의원에서 강박장애 진단을 받고 외래진료, 상담 등 치료를 받아오다(당시에도 피고인의 거부로 약물적 치료는 받지 못하였다), 2005년경 U대학교 병원에서 노이로제 진단을 받았다.

나. 피고인은 만 27세인 2009. 8. 12. D병원에 입원하여 2009. 9. 11.까지 1개월 간입원치료를 받으면서 미분화형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입원 당시 피고인은 "병세가 심해지면서 2~3년 동안 사람들이 나를 비웃는 느낌이 들었다. 1주일 전부터 내가 저주를 받은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 힘과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는 취지의 말을 하였으나, 입원 이후 퇴원을 요구하면서 지속적인 위생불량, 환청 등의 증상을 보였다. 퇴원 직후에도 이명, "퇴보하는 느낌이 든다. 창조적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자살 충동이 있다."는 취지의 증상을 호소하여 수차례 약물처방을 받았다.

다. 피고인은 2010. 12. 16. 주거하는 빌라의 공동현관문 유리를 망치로 깨트린 사건으로 V병원에 입원하여 2011. 6. 15.까지 6개월 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입원 당시 진료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의료진에게 욕설을 하며 발길질을 하였고, 입원 기간 도중 지속적인 위생불량 태도를 보이며 종종 의료진에 대해 공격적 성향을 드러냈다.

라. 피고인은 2012. 2. 24. F병원에 입원한 이래 입원과 퇴원을 반복2)하였고, 2015. 7.경 2층에 거주하고 있던 피고인은 여자 발자국 소리와 떠드는 소리가 난다며 3층 및 4층 주민에게 수차례 항의하다 2015. 8.경 경찰에 신고당한 일을 계기로 2015. 8. 7.부터 2016. 1. 4.까지 약 5개월 동안 입원하였다. 당시 진료기록(증거기록 1권 295면 이하)에 의하면 피고인은 입원 당시 망상적 사고와 환청을 듣는 등의 증상이 있었고, 입원치료 도중에도 지속적인 위생불량과 망상적 사고, 현실과 동떨어져 자신만의 공상에 몰두하는 증상, 병식(病識) 결여증상을 보였다.

마. 피고인은 2016. 1, 4. 퇴원 이후 약을 복용하지 않았고, 2016. 3.경에는 가출하여 피고인의 증상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증거기록 1권 227면, 246면, 2권 681면),

바. 2015. 10.경부터 2016. 1.경까지 피고인의 담당의로 피고인을 진료하였던 M은 이 법정에서 '급성기 증상은 약물투여를 통해 상당부분 완화가 되어 2015. 10.경 당시 현저한 피해망상증상을 나타낸 것은 아니나 약간의 피해사고를 가지고 있었으며, 2016. 1. 4. 이후 피고인이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 당시 원래대로의 증상(급성기 시점의 망상적 사고)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이 사건 범행 이후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실시한 P 역시 피고인의 현재 정신 상태에 대해 '피해망상, 관계망상, 불안정한 감정, 현실 판단력 장애, 충동조절능력의 저하, 병식 결여 등 정신증세 등을 보이고 있으며, 이 사건 범행 당시에도 현재의 정신 상태와 비슷했으리라 추정된다'는 취지의 감정의견을 제시하였고, 이 법정에서도 '피고인은 당시 피해망상, 관계망상의 증상을 보여 주위 사람들이 자신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망상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리고 행동했다고 추정된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2. 피고인의 평소 행태 및 성격

가. 이 사건 범행 전인 2016. 5. 8.경부터 피고인과 함께 근무한 J은 이 법정에서 "어떨 때는 정말 말도 잘하고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느끼게끔 대화를 많이 했다. 그런데 한 번씩 주방에서 일을 할 때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경우가 한 번씩 있어서 그럴 때마다 '이 친구는 다른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느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수사기관에서 제출한 진술서에도 "일을 하다가 가만히 서있는 경우도 많고, 손떨림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정신적으로 좀 불안해 보였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다.

나. 피고인은 가지런히 놓여진 신발이 흐트러지면 "아빠가 건들었어, 신발이 삐둘어 졌다. 엄마가 건들였어, 누가 나를 미워해서 신발을 차버린다."라고 말하는 등 피해망상에 의한 행동을 하였고(증거기록 2권 679면), 피고인의 어머니가 피고인에게 식당 근무 시의 위생상태에 대해 지적하자 "엄마는 왜 사장님한테 안좋은 말을 해서 짤리게 하려고 하느냐? 이제부터는 내가 성실하게 일을 좀 해보려고 하는데. 엄마를 망치로 때려버리고 싶어."라며 위협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1권 230면, 2권 675면).

다. 피고인은 다니던 신학원에서 제적을 당하고, 잦은 지각과 결석으로 의무복무기간이 약 4개월 늦춰졌으며, 2016. 1.경 피고인의 어머니가 근무하는 식당에서 근무하기 시작하였으나 그마저도 몸에 냄새가 나고 손님에게 시비를 걸기도 하는 등 문제가 있어 2주 만에 그만두게 되는 등(증거기록 2권 681면)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영위하지 못하였다.

라. 피고인도 V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어머니에게 폭행을 가한 사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고(증거기록 2권 1028면), V병원, F병원의 각 진료기록에도 피고인이 입원 전 충동조절이 안되고 폭력적 행동이 잦으며, 가족 중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였다는 기재가 있어(증거기록 1권 295면, 4권 22면), 위 진술에 부합한다.

마.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도 향수 냄새가 나니 자리를 바꿔달라고 하는 등 상황에 부적절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였다.

3. 이 사건 범행의 계획성

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결심한 후 범행장소, 범행일시를 미리 특정하고, 범행도구를 미리 준비한 점, 범행장소 선정에 대한 나름의 이유가 존재하는 점, 2016. 5. 17. 00:35경 화장실에 들어가 30여 분간 기다리다가(다만 노래방 CCTV 자료 사본의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6. 5. 16. 오후 11:40경 △△빌딩 건물에 도착하였고 다음 날 00:30경까지 담배를 피우면서 화장실 앞을 서성거렸으나 그 동안 혼자 화장실을 이용한 여성들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으므로, 이 시간 동안 범행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 사건 범행을 한 점에 비추어 이 사건 범행이 계획적인 범행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나.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행하였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지능적이고 치밀한 계획 하에 행하여진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 점(실제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 이후 화장실로 들어온 남성에 의해 무산될 수 있었던 순간이 있었다), 증인 P의 증언 및 종래 판결례에 비추어보아도 조현병 환자라고 하여 일정 수준의 계획적 행동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후 자신의 범행을 감추거나 범행도구인 식칼을 은닉하는 등 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고 CCTV가 즐비한 강남대로에서 자신의 모습을 가리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았으며, 그 다음날 옷에 묻은 피도 지우지 아니한 채 식칼을 가지고 00포차에 출근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앞서 인정한 이 사건 범행의 계획성만으로 이 사건 범행이 조현병의 영향에 의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행하여졌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250조 제1항(무기징역형 선택)

1. 법률상감경

1. 치료감호

1.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및 준수사항 부과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 제2조 제3의2호 가목, 제9조 제1항 제1호, 제9조의2 제1항 제1호, 제2호의2, 제3호, 제5호 양형의 이유

1.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10년 ~ 50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군 > 3유형(비난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 계획적 살인 범행, 잔혹한 범행수법

감경요소 : 심신미약(피고인 스스로에 의해 심신미약 상태가 야기되지 않은 경우)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징역 18년 이상)

3. 선고형의 결정 : 징역 30년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며, 생명에 대한 권리는 법률이 보호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법익이므로, 살인죄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회복을 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가치인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중대한 범죄이다. 더구나 이 사건 범행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서울 강남의 한가운데에서 피고인과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무작위 살인'으로서 원한관계, 치정, 보복 등 범인과 피해자 사이의 일정한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하여 발생하는 통상의 살인 사건과 명백한 차이가 있다. 무작위 살인의 경우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상대방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로 그 동기에 참작할 아무런 사유가 없으며 생명경시의 태도가 매우 심한 범죄인 점, 피해자에게 어떠한 잘못도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로서는 갑자기 가해지는 폭력을 회피할 어떠한 수단도 상정하기 어렵다는 점, 사회 공동체 전체에 대한 범행으로 사회 전반에 큰 불안감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범행은 사전에 계획된 범행이었고, 피고인은 식칼을 준비한 채 2016. 5. 17. 00:30경 남자화장실 용변칸으로 들어가 30여 분간 기다리다가, 칼날길이 20cm의 식칼로 피해자의 왼쪽 가슴과 어깨, 팔 부위 등을 10여 회 찔러 피해자를 참혹하게 난자하였다. 피해자의 시신 양쪽 손에서 다수의 방어흔이 발견된 점, 화장실 변기 일부가 파손된 점, 피해자의 왼쪽 가슴, 팔 등에 많은 수의 절창 및 자창이 보이고, 피해자의 갈비뼈가 일부 절단되었으며 폐동맥 및 심장에도 자창이 발견된 점에 비추어 당시 피해자는 갑작스러운 피고인의 공격을 막기 위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고 사망 직전까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극심한 고통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성실하고 착한 딸이자 사랑스러운 여동생, 여자친구였고 대학교를 갓 졸업한 후 직장근무를 하면서 공부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22세의 어린 피해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자신의 뜻을 전혀 펼치지도 못한 채 생명을 잃었다. 그 유족들은 그 충격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으며 평생에 걸쳐 끝없는 고통을 안은 채 살아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에 반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의 명복을 빌거나 그 유족들에 대하여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등 자신의 죄를 반성하는 어떠한 태도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 법정에서 "제가 만약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강남에서 터를 잡고 잘 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어쨌던 뭐 자연스럽게 이어진 거니까 지금은 뭐 만족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피해자의 유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지속적으로 탄원하고 있고, 이러한 유족들의 주장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다만 문명국가에서 국가작용인 형벌의 부과는 헌법이 선언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그 실천적 방법으로서 우리 형사사법은 원칙적으로 책임능력이 있는 상태에서의 행위만을 처벌하고 그에 따른 양형 역시 그 책임능력의 정도에 따르도록 하는 이른바 '책임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불완전한 책임능력을 보이는 피고인에 대하여는 형사사법의 근간인 책임주의의 실현을 위해 피고인에 대한 형량을 정함에 있어 부득이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피고인의 심신미약 상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자체를 자백하고 있고, 벌금형으로 1회 처벌받은 외에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의 사정도 인정된다.

정신감정의인 P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은 여성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굉장히 엄했고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의사를 전혀 표현하지 못했으며 항상 주눅이 들어있었다. 아버지와 같이 산다는 것 자체를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던 것 같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실제 피고인은 어린 시절 머리 염색 문제로 아버지에게 혼이 나자 자기 손등을 담뱃불로 지지기도 하였고, 아버지에 의해 V병원에 비자발적으로 입원한 경험이 있으며, 이후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면서 거의 얼굴을 마주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피고인은 여성을 혐오하였다기보다, 남성을 무서워하는 성격 및 망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피해의식으로 인해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하여는 무기징역을 선택하되 심신미약감경을 한 후 조정된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위와 같은 사정들에 더하여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 후 정황, 범죄전력 등 양형조건들과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량 범위 등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아울러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피고인의 가석방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임을 지적해둔다.

판사

재판장판사유남근

판사권형관

판사윤동현

주석

1) 피고인의 방어권에 불이익이 없는 범위 내에서 공소사실을 위와 같이 수정한다.

2) 피고인은 2012.2.24. 이후 총 4회, 13개월 (2012.2.24. ~ 3.31., 2012.8.27. ~ 2013.2.27., 2013.3.4. ~ 2013.3.12., 2015, 8. 7. ~ 2016. 1. 4.) 동안 입원하였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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