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2노1944 살인
피고인
A
항소인
쌍방
검사
조남철(기소, 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D
환송전당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1. 12. 23. 선고 2011노2660 판결
환송판결
판결선고
2012.12. 7.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① 피해자의 사체에서 손에 의한 목눌림 질식사(액사)의 경우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액흔이 발견되지 않았고, 피해자의 사체에서 발견된 머리 마루(정수리) 뒤통 수 부위의 상처, 멍, 사망 후 발견될 당시 피해자가 취한 자세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의 사망원인은 액사가 아니라 이상자세에 의한 질식사인 점, ② 직장온도측정방법에 따른 사망추정 시각 등에 비추어 피해자는 피고인이 집을 나간 2011. 1. 14. 06:41 이후에 사망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③ 피해자의 머리 마루뒤통수 부위의 열상에서 나온 피의 흔적이 욕조 안에서만 발견되었고, 피해자가 욕조에 부딪혔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멍이 집중되어 있으며, 피해자의 사체가 이동된 흔적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사망장소는 욕조인 점, 4 피고인에게는 피해자를 살해할 만한 범행 동기가 전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사실에 대하여 많은 의문점이 있고, 원심이 거시한 여러 간접증거나 정황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직접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의심의 여지가 많은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만으로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2) 법리오해
원심은 이 사건 범죄사실의 범행 장소를 '피고인의 집'으로만 기재할 뿐 안방 또는 욕실로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는바, 원심판결에는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나, 검사
이 사건 범행의 결과와 범행 후 피고인의 태도 등에 비추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쟁점 및 판단방법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범행 내용은, 피고인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자격시험 1차 시험을 치른 다음 날 자신이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손으로 아내인 피해자의 목을 눌러 피해자를 목눌림 질식사로 살해하였다는 것인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으므로, 결국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중요한 쟁점은 ①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손에 의한 목눌림 질식사(액사)인지 여부, ② 이것이 피고인에 의해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라고 할 것이다.
한편 형사재판에서 유죄 인정의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해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 법칙에 위반되지 않는 한 간접증거에 의해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갖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 아래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그것들에 의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되, 다만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경우에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해서 피고인이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고, 목격자의 진술 등 이에 관한 직접증거도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결국 앞서 본 이 사건 쟁점에 대한
판단은 위 법리와 같이 간접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들의 증명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방법에 의할 수밖에 없다.
2)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액사인지 여부
가) 액사 특유의 소견
(1) 목 부위의 피부까짐
(가) 형태와 위치검안 당시 피해자의 목 전면 부위(앞목삼각, 왼 목빗근 부위)에서 사진 (검사가 환송 후 당심에서 증거목록 260번으로 제출한 '종합사진'을 가리킨다. 이하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위 종합사진을 의미한다) 7 내지 10과 같은 여러 피부까짐 이 발견되었다. 그 형태는 피부가 좌우로 쓸려 선명한 붉은 색의 출혈을 동반한 것(사진 8의 왼쪽 원), 그 오른쪽 부분에 위아래 사선 방향으로 긁혀 출혈을 동반한 것(사진 8의 오른쪽 원), 선 모양의 긁힌 것들(사진 9의 오른쪽 원, 사진 10의 원, 후자는 출혈 동반)이었는데, 부검 당시 사진 11 내지 15와 같이 확인되었다 (오히려 시간의 경과에 따라 부검 당시에는 손상의 형태가 다소 흐려져 부검감정서에 검안 사진과 같은 손상 형태가 자세히 기록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나) 생전 손상인지 여부
최초 욕조에 있던 피해자를 안방 바닥으로 옮긴 후 촬영한 사진(증거기록 23쪽 상단)에 의하면 피해자의 목 부위에 위 사진 8의 피부까짐이 확인되는 점, 피해자를 옮기는 사람들과 검안의가 부드러운 재질의 비닐 장갑을 착용하고 사체를 다루었고, 위 피부까짐 부위를 만질 필요가 전혀 없었던 점, 사망한 후에 발생한 손상이라면 붉은 색의 출혈을 동반하지 않았을 것인 점(당심 증인 P의 진술, 당심에서 제출된 추가증거기록 332쪽 이하) 등에 비추어, 위 피부까짐들은 사체를 E 병원으로 이동하여 검안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자연적으로 발생한 교란인자라고 할 수 없어 최초 사체 발견 당시부터 존재한 생전 손상으로 보아야 한다.
(다) 이상자세에 빠진 후 발생하였을 가능성 여부
나아가 위 피부까짐들이 이상자세에 빠진 피해자가 의식적 · 무의식적으로 질식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위하여 몸부림을 치는 과정에서 피부나 옷의 마찰을 통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위 피부까짐들의 손상 정도나 다양한 방향에 비추어 접혀 있는 목 부위 피부끼리의 마찰에 의하여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해자가 사망 당시 착용하고 있던 상의 재질도 일반적인 옷감인데 딱 딱하지 않은 옷감의 마찰에 의하여 설사 상처가 난다고 하더라도 그 상처의 시작과 끝은 매끄럽게 점진적으로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지 사진 8의 오른쪽 원과 같이 급격하게 파인 모양으로 형성되지는 않을 것인 점(당심 증인 BA의 진술), 당시 착용하고 있던 상의 중 단추 부분은 딱딱한 금속 재질로 되어 있으나 위 단추들은 피해자의 턱선을 따라 강하게 피부를 누르고 있었으므로(사진 27 내지 29), 위 피부까짐 부위들과는 관계 없는 점, 피해자의 몸부림으로 인한 옷의 마찰이 있었다면 위와 같이 단추들에 의하여 강하게 눌려 있던 부위에 손상 등 몸부림의 흔적이 생겨야 하나 그러한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점, 피해자가 발견될 당시의 자세를 보면 몸의 무게 중심이 오른쪽으로 상당히 실려 있어 실신에 이르는 과정이나 그 이후에 가볍고 작은 움직임에도 그 자세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만약 피해자가 질식상태에서 빠져나오려고 목에 마찰로 인한 상처를 낼 정도로 몸부림을 쳤다면 그러한 자세가 해소되었을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
(라) 소결론
그렇다면 피해자의 생전에 피해자의 목에 타인에 의한 인위적인 외력이 가해졌음이 분명하다 (아무런 외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 스스로 위와 같은 상처를 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그리고 그 외력의 행사에 끈 등의 도구를 사용한 흔적이 보이지 않고 위 피부까짐들이 반항하는 피해자의 목을 누르는 과정에서 손바닥에 의하여 강하게 쓸리거나 손톱에 의하여 긁힘으로써 생길 수 있는 손상이라는 점과 아래에서 보는 사정들에 비추어 액흔(액사의 흔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부검감정서에 기재된 완 목빗근 부위와 왼 빗장뼈부위의 건조가 동반된 피부까짐은 검안 당시 사진 33의 2개 수포(피해자의 상의 단추에 눌러 있던 부위로 추측됨)가 변형된 것으로 보여져 액사의 소견으로 볼 수 없다.
(2) 오른 턱뼈각 주변의 명, 오른 목빗근 근육 속 출혈
(가) 형태
부검 당시 사진 20 내지 23에 의하면 피해자의 오른 턱뼈각 부위 피부에 주변과 구별되는 짙은 멍과 같은 것이 관찰되는데, 그 위치와 형태가 액사에서 흔히 발견되는 지두흔(손가락 끝으로 누른 흔적)과 유사하다(당심 증인 P, BA의 각 진술, 추가증거기록 346, 418쪽). 이는 바로 밑인 오른 턱뼈각 주변의 피부 밑 물렁 조직층의 출혈이 피부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사진 41, 42). 또한 피해자의 오른 목빗근 근육 속 출혈도 관찰되었다(사진 45, 46).
(나) 이상자세에 의한 오른 목 부위 압박에 기인한 것인지 여부
이상자세에 의한 질식사의 경우에도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자세와 같이 목이 과도하게 접히고 압박을 받는 상태로 오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위와 같은 멍이나 출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특히 검안 당시 사진에 의하면 피해자의 오른쪽 볼 아래가 빗장뼈나 가슴에 의하여 눌릴 만큼 심하게 접히면서 전체적으로 왼쪽으로 고개가 돌아가 있었고 오른쪽 볼 아래와 턱선에 난 자국 등에 비추어 가장 압박을 받고 있었던 부위는 중앙 턱을 중심으로 한 좌우 부분이었고, 위 멍의 위치는 그보다 우측에 있어 압박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약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사진 26 내지 29), 가장 압박을 받고 있었던 부위에도 멍이나 내부출혈은 보이지 않고, 오른 턱뼈각 부위 멍의 위치에 그와 같은 형태로 압박을 줄 만한 딱딱한 물체도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단추 등의 자국도 보이지 않는다), 액사에 있어 목 부위 멍이나 출혈이 목의 한 쪽에 모여 있는 경우가 많아 (추가증거기록 418쪽 등), 이 부분 멍이나 출혈이 유독 오른쪽 목 부위에 집중된 것이 액사로서 비정상적인 소견으로 볼 수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멍이나 출혈이 이상자세에 의한 오른 목 부위 압박에 기인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 시반성출혈 가능성 여부
사후 시반성출혈은 중력에 의해 발생하는 시반이 매우 심하게 형성되는 경우 사후에 혈관이 터져서 밖으로 피가 배어 나오는 것을 말하고, 피해자의 사체가 발견될 당시 그 머리가 앞으로 심하게 굽혀진 상태에서 목 부분이 윗 등과 함께 욕조 바닥의 가장 낮은 위치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러한 자세와 위치 때문에 목의 양편 뒤쪽으로 피가 모여 시반이 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연약한 조직에서 시반성출혈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살피건대, 먼저 위 멍은 그 주변의 피부에서 보이는 다수의 출혈에 비하여 그 색깔이 짙고 형태도 뚜렷하여 시반의 일반적 특징과는 구별되는 점, 출혈이 발견된 오른 턱뼈 각 피부 밑 물렁조직층과 오른 목빗근 근육 부위는 그 위치가 목 부위 중에서는 위쪽이면서 앞쪽이어서, 중력에 의하여 발생하는 시반이 형성되기는 목 아래나 뒤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고 실제 그 주변 부위에 시반의 형성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점, 목 뒤편이나 왼쪽 목 부위 중 위 출혈 부위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부위에는 아무런 출혈이 없는 데 유독 오른쪽 목 앞 부위에서만 시반성출혈이 발생한다는 것은 이상한 점 등을 종합하면, 생전에 위와 같은 출혈이 발생한 후 피해자의 자세로 인해 시반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손상된 위 조직 부위로 다시 시반성출혈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이지만, 생전에는 아무런 출혈이 없던 부위에 시반성출혈이 일어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라) 소결론
그렇다면 피해자의 생전에 피해자의 목에 타인에 의한 인위적인 외력이 가해졌음이 분명하고, 위와 같은 멍과 출혈의 형태와 위치 등으로 보아 액혼으로 볼 수 있다.
(3) 방패연골(갑상연골) 왼 위뿔 주변 물렁조직 국소 출혈 부검감정서와 사진 61, 62에 의하면 부검 당시 피해자의 목 부위 방패연골 왼 위뿔 주변의 물렁조직에서 국소적인 출혈이 관찰되었다. 이 부위는 목의 가장 깊숙한 부분이어서 피해자가 넘어지면서 다치기 어려운 곳인 점, 출혈 부위의 위치가 목 앞위쪽이고, 출혈의 형태도 국소적이고 그 주변에 시반 형성이 보이지 않아 이를 시반성출 혈로 보기 어려운 점, 위 출혈은 앞서 본 피부까짐 중 일부의 주변 아래에 위치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부분 출혈도 타인에 의한 인위적인 외력의 흔적으로 볼 수 있다.
보통 액사의 경우 이 사건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방패연골 위뿔의 골절이 흔히 발견되지만, 젊은 사람 또는 여성들은 연골이 석회화가 되지 않아 딱딱하지 않고 말랑말랑한 상태에 있어 액사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골절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보이므로(당심 증인 P의 진술, 추가증 거기록 409, 421쪽), 위와 같은 골절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위 출혈이 액흔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4) 이 부분 관련 피고인 주장에 관한 판단
먼저 피고인은 만삭인 피해자가 피고인에 의해 목이 졸렸다면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였을 것이므로 피해자의 목에 부검결과 발견된 피부까짐보다 더 선명한 액흔이 나타났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만삭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기 어려웠을 것이고 여기에 피해자보다 월등한 피고인의 신체적 조건 등을 고려해 보면, 앞서 본 바와 같은 액흔은 아래에서 보는 피고인의 몸에 난 방어흔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 정도가 희미한 편이라고 할 수 없어 위 피부까짐 등을 액흔으로 보는데 지장이 없다.
다음으로 피고인은 위 피부까짐 부위에 어떠한 내부출혈이나 근육출혈이 없고, 오른 목 부위 근육 출혈에 상응하는 멍이 없는데 이는 목을 조르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목을 조르는 방법과 반항의 태양 등에 따라 목 각 부위에 가해지는 힘의 형태나 정도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오히려 일반적으로 손바닥이 위치하는 목 가운데 앞면(피부까짐 부위)보다 손가락이 위치하는 오른쪽이나 왼쪽 목 부위에 더 강한 힘이 작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보이므로,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나) 피해자의 사체에서 발견되는 외상 소견들
(1) 개요. 피해자의 사체에서 발견된 기도점막출혈, 결막하점상출혈, 유방실질출 혈, 입술점막의 멍 등의 소견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의 사망원인을 액사라고 보는 것과 모순되는 바는 없으나 액사의 특유한 소견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는다. 다만 액사의 특유한 소견은 아니지만 액사에 이르는 과정을 추정하는데 의미가 있는 부분들을 아래에서 살펴본다.
(2) 뒤통수 부위 외부 상처와 내부출혈 부검결과 피해자의 머리 마루(정수리)와 뒤통수 사이 부위에 피부까짐을 동반한 찢긴 상처가 발견되었고, 이 찢긴 상처 부위와 그 주변 머리덮개 밑 물렁조직 층에서 다섯 군데 이상의 출혈이 발견되었는바, 이는 피해자가 액사의 과정에서 입은 상치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위 내부출혈이 사후 시반성출혈이거나, 또는 피해자가 욕조에 넘어지는 과정에서 부딪히거나 질식사하는 과정에서 경련이나 발작 증상을 일으켜 머리를 좌우로 흔들다가 머리 내부에 출혈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① 피해자가 발견될 당시의 자세를 고려할 때 위 내부출혈 중 상당수는 시반이 생기기에는 높은 위치에 있고, 실제 위 내부출혈 중 주변 부위에 시반의 형성이 보이지 않은 곳들도 있으므로(사진 68 내지 75), 위 내부출혈 모두가 시반성출혈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욕조에 넘어져 실신하는 과정에서 머리에 5군데 이상의 상처가 한꺼번에 발생한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려운 점, ③ 위 내부출혈 중 일부는 시반성출혈에 의해, 일부는 넘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고 가정하기에도 그 개수가 많고 위치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점, (④)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이상자세에 의한 질식사 과정에서 경련을 일으켰다고 하더라도, 만약 이상자세로 고정되어 있었다고 한다면 머리나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의 자세는 머리에 상처를 낼 정도로 몸 부림을 쳤다면 해소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며, 출혈이 발생한 뒤통수가 닿은 욕조 안쪽은 그 표면이 매끈한 상태였으므로, 경련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뒷머리 여러 군데에 한꺼번에 출혈이 발생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피해자의 얼굴 등에 난 여러 상처 피해자의 오른 눈 부위에서 멍을 동반한 국소적인 찢긴 상처, 오른 눈 아래 부위와 코뿌리에서 국소적인 찢긴 상처, 피해자의 이마 부위 중 왼 눈썹 안쪽 가장자리 근처에서부터 머리 마루 부위를 향해 형성된 선상의 피부까짐, 오른쪽 이마 관자 경계 부근 반상의 피부까짐, 왼 무릎 앞쪽의 멍이 각 발견되었다(사진 109 내지 129, 147, 증거기록 25쪽 상단). 이는 검안 당시부터 존재하였던 것이고, 위 상처들의 형태나 부위로 보아 경정맥의 압박이나 뒤로 넘어지면서 부딪혀 생길 수 있는 것들이 아니어서 피해자가 실신 등으로 넘어지고 목이 과굴곡된 채 이상 자세에 빠져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발생할 수 없는 것이므로, 위 상처들은 피해자가 생전에 누군가와 다투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의 얼굴 부위 여러 곳에 있는 상처와 피부까짐은 어지러울 때 오른손으로 이마를 부여잡는 부분이어서 의식을 잃으면서 여러 곳에 상처가 발생하였을 개연성이 있고, 오른손으로 이마를 부여잡는 과정에서 손톱으로 눈 옆 부위를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나,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바와 같이 어지러움을 느낀다고 하여 찢긴 상처가 생길 정도로 손톱으로 이마를 세게 부여잡는다는 것은 쉽게 상정하기 어렵고, 설사 세게 잡는다 하더라도 얼굴에 다수 상처가 일시에 생긴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AV 역시 원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뒤로 넘어진 것이라면 얼굴 등의 상처가 생길 수 없다"라고 진술하였다)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가 질식사의 과정에서 경련 등 발작으로 손이 튕겨져 오르면서 손톱으로 눈 부위를 찍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질식사 과정에서 경련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위와 같은 정도의 손상을 입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이로 인해 얼굴에 다수의 다양한 상처가 일시에 생긴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피고인에게서 발견된 상처 (방어흔의 존재)
(1) 이마 부위 상처
피고인은 검찰에서 원심 판시와 같은 자신의 이마 상처는 이 사건 전날 저녁 물컵을 들고 물을 마시려고 하면서 왼쪽으로 돌아서다가 열려 있는 찬장의 모서리 부근에 부딪혀서 생긴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바와 같이 이마 부위 상처의 형상, 피고인이 부딪혔다는 찬장의 구조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마 부위의 상처가 생긴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다른 원인에 의하여 발생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팔 부위 상처
피고인은 검찰에서 원심 판시와 같은 팔 부위의 상처는 2011. 1. 12. 22:00부터 24:00 사이에 작은 방에서 공부하면서 공부가 잘되지 않아 짜증이 난 상태에서 팔 부분이 간지러워 여러 군데를 피가 나도록 손톱으로 긁고 파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① 국과수 법의학부장인 Q과 법의학자인 R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의 위 상처는 긁어서 난 상처가 아니라 한 번의 강한 자극에 의해 패인 상처라고 진술하고 있고, 당심 증인 BA도 같은 취지에서 진술하고 있는 점, ② 피고인이 피부가 가려워서 긁거나 쥐어뜯어 피가 날 정도의 진단으로 피부과 진료를 받은 적은 전혀 없는 점, ③ 아무리 공부가 잘 안된다고 하여도 의사인 피고인이 전문의 시험을 바로 앞둔 전날 밤 자신의 팔을 긁고 쥐어뜯어 피가 날 정도의 상처를 한 두 곳도 아닌 양팔 여러 곳에 낸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려운 점, ①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하루종일 연락이 되지 않는 피해자가 걱정되어 귀가하는 도중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신의 팔 부위의 상처를 유심히 보기도 하였는데 단순히 그 전날 밤 자해한 상처라고 한다면 아내가 걱정되는 상황에서 굳이 그 상처를 볼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팔의 상처가 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은기 어렵고 다른 원인에 의하여 발생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피고인은 자신의 오른팔에는 세 군데에 상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당일 자신이 입고 있던 후드티 오른팔에서는 위치가 다른 두 곳에서만 혈흔이 발견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과 무관하게 이미 피고인의 팔에 상처가 존재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소매는 걷거나 접히는 정도에 따라 팔에 난 상처의 혈흔이 묻지 않거나 다른 위치에 묻을 수도 있는 점, 팔 상처 부위에서 흘러나온 피가 후드티에 묻는지는 피의 양이나 당시 상황, 피고인이 취하고 있던 자세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3) 그 외 상처
피고인은 검찰에서 피해자가 스크럽을 해주거나 등을 긁어주는 과정에서 원심 판시와 같은 등, 어깨 부위에 상처가 발생하였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의 옷 등에서 발견된 혈흔과 관련한 판단 부분에서 들고 있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위 진술은 쉽게 믿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은 검찰에서 그 밖의 얼굴과 손 등에서 발견된 상처에 대하여 상처의 발생 경위에 알지 못하였고 상처가 있는지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하나, 피고인의 상처 부위와 정도를 보았을 때 위 상처가 난 사실을 쉽게 알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위 진술 역시 쉽게 믿기 어렵다.
(4) 소결론
위와 같이 피고인의 신체에서 발견된 상처의 발생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인바, ① 피해자의 왼쪽 손톱에서 혈흔은 검출되지 않았으나 피고인의 DNA가 검출된 점, ② 법의학 실무상 손톱으로 상대방을 피가 날 정도로 할퀴었을 경우에도 손톱에서 상대방의 혈흔이 검출되지 않는 사례도 상당히 있는 점(당심 증인 W, P의 각 진술), ③ 피고인의 상처 부위 중 오른손 엄지손가락(사진 104, 105), 얼굴, 오른쪽 어깨, 아래팔 부위의 각 상처는 법의학 교과서(DiMaio)에 액사의 경우 가해자에게서 발견되는 방어혼으로 기술된 상처 부위와 유사한 점(추가중거기록 414쪽), ④ 피고인이 긴팔 상의를 입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상의 탈의 및 재착용 여부, 소매의 걷거나 접히는 정도, 피해자가 할퀴는 강도 등에 따라 피해자가 피고인의 팔에 위와 같은 상처를 낼 수도 있는 점, ⑤ 사진 88 내지 108에 나타난 피고인의 몸에 난 상처들의 형상을 보면 각 발생시기가 다르다고 볼만한 특징들을 확인할 수 없고, 당심 증인 P도 동일한 시기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직후 피고인의 신체에서 발견된 상처는 피해자와의 물리적 다툼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라) 이상자세에 의한 질식사의 가능성 여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의 과거 병력 내용이나 사망 당시의 건강상태 등에 비추어 실신의 가능성은 상당히 낮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 건강상태에 별 이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임신이나 계절적 영향 등이 원인이 되어 실신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또한 어떠한 경위로든 낙상으로 인하여 머리 부위의 충격과 무력감 등에 빠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① 이후 그러한 자세에 의하여 질식에 이르렀다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은 피해자의 목 부위 피부까짐, 목 내부의 출혈, 얼굴 상처, 머리 뒤통수부위의 출혈 등의 소견, 피고인의 몸에 난 여러 상처 등과 모순되는 면이 많은 점, ② 피해자가 발견될 당시의 자세를 보면 몸의 무게 중심이 오른쪽으로 상당히 실려 있어 실신에 이르는 과정이나 그 이후에 가볍고 작은 움직임에도 그 자세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욕실에서 실신 등으로 이상 자세에 의하여 질식사하였다고 볼 수 없다.
마) 소결론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의 사망원인은 액사로 충분히 인정되고, 이상자세에 의한 질식사로 보기는 어렵다.
3) 피해자가 피고인에 의해 살해당한 것인지 여부
가) 피고인의 현장부재사실 증명 여부
(1) 시체강직 및 시반형성에 기초한 사망추정 시각 피해자를 검안한 이는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당일 18:00경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의 사체를 검시하였는데, 당시 피해자의 사체가 최고조로 굳어 있었고, 시반도 비교적 부분적으로 어느 정도 나와 있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보통 사망한지 10시간 정도 지나면 완전히 굳어 있고 동시에 시반도 나올 대로 많이 나와 있다고 경험 및 지식으로 알고 있어서, 피해자가 사망한 지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지난 것으로 경험칙상 추정하여 피해자의 사망추정시각을 이 사건 당일 06:00~08:00로 검안서에 기재하였고, 그 사망추정 시각은 5~6시간은 오차가 날 수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위 사망추정 시각에 대한 오차범위를 고려하더라도 시체강직 및 시반형성에 기초한 사망추정 시각에 피고인이 이 사건 당일 06:41 집을 나가기 전 피고인과 피해자가 같이 있었던 시각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O가 검안한 시각은 피해자의 안면부 상처에 대한 사진이 촬영된 18:50경(증거기록 제297쪽)이므로 위 검안 시간으로부터 10 ~ 12시간 전인 06:50~08:50'이 시체강직과 시반형성을 기초로 한 사망추정시각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① 피고인의 신고로 이 사건 당일 17:20 경 G에 도착한 Z은 검찰에서 “마포서 감식 팀(과학수사팀을 의미한 것으로 보임)은 저희들이 도착 후 30분 정도 후에 왔다. 감식반과 검안의도 같이 왔다."라고 진술한 점(증거기록 제2447쪽), ② 이 사건 당일 18:00경 이미 피해자의 사체에 대한 1차 사진촬영이 시작되었고(증거기록 제290, 295쪽), 이후 마포경찰서 과학수사팀 AR 경위가 뒤늦게 연락을 받고 이 사건 당일 18:40경 이 사건 현장에 도착하여 18:41경부터 다시 피해자의 사체에 대한 사진촬영이 이루어지면서 18:50경 피해자의 사체 안면부에 대해서도 사진촬영이 이루어진 점, ③ O는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 이 사건 현장에서 확인한 시간을 기준으로 검안시간을 ‘18:00’로 적은 것이라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는 AR 경위가 오기 전에 이미 현장에 도착하였고, 사체검안서에 기재된 '18:00 경이 최초 검안한 시간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2) 직장온도측정방법에 따른 사망추정 시각의 적용 가능성
피고인은 직장온도측정방법에 따른 사망추정 시각은 피고인이 이 사건 당일 06:41 집을 나선 이후이므로, 피해자는 피고인이 집을 나선 이후에 사망하였다고 주장한다.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 판시와 같이 E병원 영안실에서 측정된 피해자의 직장온도, 영안실의 외부온도 등을 헨스게표(Hensge nomogram, 사후체온의 변화를 고려하여 사망추정 시각을 정하는 방법임)에 대입한 사망추정시각은 이 사건 당일 08:41 또는 08:32이고, 영안실의 외부온도 대신 피해자의 사체가 발견된 욕실의 외부온도 (17~18도)를 헨스게표에 대입한 사망추정시각은 이 사건 당일 06:59 또는 06:47 이어서 모두 피고인이 집을 떠난 이후인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① 헨스게표에 따라 사망추청시각을 정하는 방법이 현재 알려진 사망시각추정 방법 중 가장 우수한 방법인 것으로는 보이나, 이 사건 당일 직장온도 측정은 피해자의 사체가 발견된 현장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피해자의 사체가 영안실로 이동된 이후에 이루어졌는데, 위 두 장소의 외부 온도에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체의 이동에 의한 환경 변화가 사체의 냉각속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헨스게표에 따른 사망시각추정을 위한 기본 조건이 충족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사체가 발견된 장소와 사망장소가 다른 경우에는 헨스게표가 사용되어서는 안될 것인바(원심에서 검찰이 제출한 의견서에 첨부된 참고자료, 공판기록 1198쪽),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피해자와 다투다가 목을 조른 것이라면 피해자의 사망장소가 욕실이 아닐 가능성도 있어 피해자의 사체가 발견된 욕실의 외부 온도를 헨스게표에 대입하여 계산된 사망추 정시각도 그 의미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헨스게표에 의한 사망추정시각은 이 사건에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인이 내세우는 시체강직 및 시반형성에 기초한 사망추정시각이나 직장온도측정방법에 따른 사망추정시각은 그 오차범위를 감안할 때 피고인에 의한 이 사건 범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거나 그 추정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건이 충족되지 아니하므로 이를 통해 피고인의 현장부재사실이 증명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피해자의 사망시각이 피고인이 집을 나가기 전인지에 관한 정황
(1) 피해자의 평소 출근 습관과 사체 발견 당시 피해자 모습의 불일치
① 피해자의 평소 출근 습관에 대하여 피해자의 어머니 H, 피해자의 고등학교, 대학교 및 대학원 동창인 L, 피해자의 직장동료 M 및 피해자의 여동생인 AA의 각 수사기관 또는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설정된 알람시간 (05:40), G 주차장 출구의 CCTV에 녹화된 피해자 차량의 최근 출차시간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임신한 이후에도 평소 05:30~06:00경에 일어나서 피고인의 토스트와 피해자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은 후 기초화장, 눈화장, 볼 터치, 입술화장 등을 하는 이른바 풀(full) 화장을 하는데 특히 눈화장을 짙게 하면서 심혈을 기울이고, 머리는 드라이어기로 모두 말리면서 웨이브를 넣는 식으로 하였고, 늦어도 07:30 이전에는 집에서 나와 유치원에 08:00 전후로 도착하여 지각과 결근을 전혀 하지 않았으며, 출근 준비를 위해 샤워를 하면서 라디오를 듣는 외에는 여유롭게 텔레비전을 보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고 분주하게 출근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AA의 검찰 진술은, AA의 당심 진술에 비추어 위와 같은 인정에 배치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②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남성으로서 임신한 여성인 피해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출근 준비에 적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피고인도 이 사건 당일 자신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시각(05:45경)에서 도서관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설 때(06:41) 까지 외출 준비를 하는데 약 55분 정도 소요되었던 점(더군다나 피고인은 검찰에서 이 사건 당일 아침에 샤워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늦어도 피고인이 집에서 나간 06:41 이전인 06:30경에는 샤워를 비롯한 출근 준비를 시작하였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이 사건 당일 아침 눈이 내렸고, 피해자는 차를 운전하여 서울 마포구 G 소재 집에서 성남시 분당구 AZ 소재 유치원까지 직접 운전하여 출근해야 하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평소보다 출근 준비를 더 서둘렀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사체 발견 당시 안경이나 렌즈를 전혀 착용하지 않고, 잠옷 차림에 씻지도 않고 화장도 하지 않는 등 출근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모습으로 욕조에서 발견되었는바, 피해자가 사체로 발견될 당시의 모습과 앞서 본 피해자의 평소 출근 습관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는 피고인이 이 사건 당일 06:41 집을 나가기 전에 이미 사고를 당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 당일 아침 피해자의 행적에 대한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 여부 피고인은 검찰에서 이 사건 당일 아침 피해자의 행적에 대하여,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05:50~05:55경 일어나서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본 외에는 별다른 출근 준비를 하지 않은 채 피고인이 나갈 무렵 피고인이 입고 나갈 옷을 골라주고, 피고인이 나갈 때 안방에서 얼굴을 내밀며 인사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① 알람시간을 05:40에 맞춰놓은 것은 피해자인데, 1차 시험이 끝난 다음 날 평소 시험 준비기간과는 다르게 알람을 맞춰놓은 피해자보다 피고인이 먼저 일어나고 피해자가 뒤늦게 일어난다는 것은 이례적으로 보이는 점, 1② 피고인의 진술과 같이 피해자가 05:50~05:55경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그 이후 06:40경까지 평소 출근 습관에 따른 출근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채 텔레비전만 보고 있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피해자가 출근시간에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바로 출근 준비를 한다는 AA의 진술과도 상반되는 점, ③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늦어도 피고인이 집에서 나간 06:41 이전인 06:30경에는 샤워를 비롯한 출근준비를 시작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이 집을 나가기 전 피해자의 행적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다툼의 흔적
(1) 피해자의 사체 및 피고인에게서 발견된 각종 상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의 얼굴 등에서 멍 등의 상처가 발견되었는바, 위 상처의 형상, 피해자의 왼쪽 손톱에서 피고인의 DNA가 발견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는 피고인과의 물리적 다툼의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이마, 양팔 등에서 방어흔으로 보이는 상처가 다수 발견되었다.
(2) 피고인과 피해자의 옷 등에서 발견된 혈흔 피고인이 이 사건 당일 집을 나서기 전까지 입고 있던 후드티, 츄리 닝과 피해자가 사체로 발견될 당시 입고 있던 옷에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되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왼쪽 손톱에서도 피고인의 DNA가 발견되었고, 이 사건 현장 안방에 있던 침대 이불과 침대 패드에서도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되었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몸과 피해자의 사체에서 다수의 상처가 발견된 점에 비추어 위와 같은 혈흔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다투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의 피가 피고인과 피해자의 옷 등에 묻은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침대 이불, 침대 패드의 혈흔은 2011. 1. 26. 실시된 루미 놀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다가 뒤늦게 발견되었는데, 이는 루미놀 검사 시행 이후에 묻었다거나 루미놀 검사 시약으로 인한 얼룩을 혈흔으로 단정 짓고 DNA 검사를 한 것이어서 위 혈흔이 피해자의 혈흔이라는 감정결과는 믿기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① 비록 침대 이불과 침대 패드의 혈흔이 2011. 1. 26. 루미놀 검사 이후에 발견된 것은 사실이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의 사체는 2011. 1. 14. 20:04경 영안실로 옮겨졌으므로 2011. 1. 26. 루미놀 검사 이후에 피해자의 혈흔이 침대 이불이나 침대 패드에 새로 묻었을 가능성은 적은 점, ② T은 원심 법정에서 위 감정물에 대하여 혈흔검사를 하여 혈흔임을 확인한 후 DNA 검사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③ 루미놀 검사 시약이 욕조에 묻은 피해자의 혈흔에 뿌려진 후의 형상(증거기록 1841쪽)과 침대 이불(증거기록 제1013, 1160쪽) 및 침대 패드(증거기록 제3753쪽)에서 발견된 얼룩(혈흔)의 형상을 비교해 보면 위 침대 이불이나 침대 패드에 루미놀 검사 시약이 묻어 얼룩이 생겼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 감정결과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인은 피고인의 옷 등에서 발견된 혈흔은 피해자가 평소 피고인의 등을 긁어주거나 머리에 난 뾰루지를 짜주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거나, 피해자가 자신의 몸에 난 뾰루지를 직접 짜는 등 부부인 피고인과 피해자가 일상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① 피해자가 평소 주변 인물들에게 피고인의 피부가 매우 좋다고 말하였던 점과 피고인을 오랜 기간 지켜본 H, I의 진술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피부는 매우 깨끗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건성피부염, 아토피와 같은 피부과 질환으로 치료받은 전력도 없는 점(중거기록에 편칠된 피고인의 사진에 나타난 몸 부위 피부 상태도 얼굴 부위 피부 상태와 마찬가지로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② 최근 들어 자신의 몸에 각질이 생기는 등 얼굴을 제외한 몸 부위만 건성으로 바뀌는 중이라거나, 피해자가 임산부용 제품(피고인이 검찰에서 피해자가 스크럽을 해줄 때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제품은 임산부용으로 보인다)으로 피고인에게 스크럽을 해 주었다는 피고인 진술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 ③ 수사 당시 촬영된 피고인의 사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진술처럼 하루나 이틀에 하나씩 뾰루지가 났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현장검증 당시 촬영된 피고인에 대한 사진에서도 피고인에게 별다른 뾰루지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증거기록 제2082쪽), ④ 통상 피부에 민감한 여성이 여드름과 뾰루지를 피가 날 정도로 손으로 짠다는 것은 이례적이고 피고인의 진술처럼 피해자에게 뾰루지가 하루나 이틀에 하나씩 났다면 피해자의 주변 인물들도 봤을 것인데, 직장 동료 M은 원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뾰루지나 여드름이 나서 짜는 것을 보지 못했다. 피해자는 증인이나 다른 사람에게 뾰루지 등이 나면 상처가 나니까 손으로 짜지 말고 다른 것을 사용해서 짜라고 이야기했다.”라고 진술하고 있고, H과 I 또한 피해자에게 뾰루지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⑤ 단지 일상생활(또는 뾰루지를 짜는 과정) 중에 피고인과 피해자가 입고 있던 옷에서 혈흔이 발견된 여러 곳에 한꺼번에 피고인과 피해자의 혈흔이 묻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가사도우미 K은 원심 법정에서 2011. 1. 12, 청소를 할 때 피고인의 집에 있는 옷과 이불, 침대에서 혈흔 같은 것은 보지 못했고 깨끗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바, 위 진술에 따르면 위 혈흔은 2011. 1. 12. 밤 이후 2011. 1. 14.경 사이에 발생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데, 일상생활 과정에서 위와 같은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⑥ 비록 피해자의 오른쪽 손톱에서는 피고인의 혈흔과 DNA가 검출되지 않고 피해자의 원쪽 손톱에서는 피고인의 혈흔은 검출되지 않고 피고인의 DNA만 검출되기는 하였으나, 살점이 패일 정도의 깊은 상처가 발생할 경우에도 혈흔과 DNA가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혈흔과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하여 곧바로 신체접촉을 부정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라) 피고인의 이 사건 당일 및 그 이후의 행적에 대한 의문점
(1)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06:41 경 도서관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① 전문의 2차 시험은 1차 시험 합격자들이 사실상 모두 붙는 시험이고 1차 시험과는 달리실기시험으로서 단기간에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험이 아니므로 통상 1차 시험 다음 날에는 대부분 휴식을 취하는 점, ② 피고인 자신도 시험이 끝나는 날이어서 하루 정도는 쉬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여 이 사건 당일 새벽까지 게임을 하였다는 것인데,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채 3시간도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시험 준비 기간에 도서관을 출입하였던 시간보다 더 이른 시간에 도서관에 출입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단순히 전문의 2차 시험 준비를 위하여 도서관에 일찍 간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일찍 도서관에 출입하여야 할 다른 급박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피고인은 평소 혼자 있을 때 장인, 장모에게 안부전화를 한 적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당일 피해자의 출근 시간인 9시가 임박한 시점(08:55경)에 장모인 H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피해자가 9시부터 4시까지 전화가 안 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는데, 피해자와 자주 통화하여 장모가 그러한 사정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는 것은 피고인도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굳이 장모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위와 같은 내용을 말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은 시험을 치른 다음 날 장모에게 안부전화를 하였다기보다.는 위와 같은 내용을 피해자와 가장 가까운 장모에게 상기시켜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못하도록 해야만 하는 어떤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08:55경 휴대전화로 장모와 통화까지 하였음에도 그 후 이 사건 당일 16:50경 다시 장모로부터 전화가 걸려올 때까지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다. 피고인은 검찰에서 자신이 휴대전화를 받지 못한 이유와 관련하여, 도서관에 들어갈 때 진동 상태로 전환하였고, 점심시간에도 휴대전화를 들고 가지 않았으며, 도서관에서 나오면서 짐을 챙기다 보니 머플러 속에 휴대전화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 ① 도서관에 있을 당시 휴대전화를 진동 상태로 전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포함하여 49건의 착신내역이 있었고, 통상 도서관 열람실과 같은 조용한 장소에서는 휴대전화의 진동 소리가 잘 들릴 것이어서 자신의 휴대전화에 전화가 오는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피고인의 진술과 같이 머플러에 휴대전화가 감겨 있어 진동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전화기를 끄지 않고 진동 상태로 전환한 상태였다면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려는 의도였다고 보이는데, 굳이 진동 상태로 전환된 휴대전화를 머플러에 넣고 장시간 부재 중 전화도 확인하지 않은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②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점심시간 때 휴대전화를 들고 가지 않은 날은 극히 드물었던 점, ③ 피고인은 점심시간에 머플러를 목에 감고 있었으므로 머플러를 꺼내거나 다시 넣는 과정에서 휴대전화의 부재 중 전화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점, ④ 더군다나 피고인은 1차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 도서관에 있는 시간대에도 휴대전화를 사용하였고, 이 사건 당일은 1차 시험이 끝난 다음 날이어서 자신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확인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을 정도로 시간에 쫓겨 가면서 공부를 해야만 할 절박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4) 피해자는 첫 아이의 출산을 얼마 남기지 않은 만삭의 상태였고, 결근과 지각을 하지 않는 피해자가 출근하지 않은 채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장모를 통해 들었다면, 비록 피해자에게 연락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다 하여도 먼저 피해자의 휴대전화나 집으로 전화하여 그 사정을 확인하는 것이 위와 같은 다급한 상황에서 보일 수 있는 일반적인 반응이라고 할 것인데, 피고인은 그와 같은 확인 과정 없이 먼저 집으로 갔고, 집으로 가는 도중 그다지 급박해 보이지 않는 자신의 직장동료에게는 전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급한 상황에서 집에 거의 다 도착하였다면 굳이 피해자에게 전화할 것이 아니라 빨리 집으로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일 터인데, 집에 거의 다도착한 상황에서 굳이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는바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동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5) 피고인은 다급한 상황에서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굳이 자신의 팔 부위 상처를 확인하였는데, 이는 단순히 통증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상처로 인하여 염려되는 다른 상황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6) 의사인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온몸 곳곳의 여러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적어도 수사 초기 경찰을 통해 알았다면 충분히 사고사가 아닌 타살의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은 사건 초기에도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처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7) 통상의 경우 만삭의 아내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빈소에서 남편으로서는 슬픔에 잠겨 판타지 소설을 볼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피고인은 원심 판시와 같이 피해자의 빈소에서도 판타지 소설을 보았다.
(8)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 거처를 옮겼고, 더군다나 자신이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경찰에서 의심을 받고 있다면 이 사건 현장 출입을 가급적 삼가고 부득이한 사유로 출입한다 하여도 경찰에 이를 알려 오해를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 것으로 보이는데, 원심 판시와 같이 피고인은 경찰에 알리지 않고 이 사건 현장을 수 회 출입하였다.
마) 제3자의 침입 가능성 여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G와 이 사건 현장인 2202호의 구조 등에 비추어 이 사건 현장은 사실상 현관문만을 통하여 출입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바, 현관문이 손괴된 흔적이 없고, 별다른 족적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이 사건 현장이 피고인이 나갈 당시에 비하여 흐트러지거나 물건을 도난당한 흔적도 없는 사정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모르는 외부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집안으로 침입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G의 경우 완벽하지는 않으나 보안카드나 CCTV 등 보안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는 점, ③ 피고인 집의 현관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피고인과 피해자, 가사도우미 외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가사도우미의 경우 이 사건 당일 행적이 확인되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 피해자가 평소 제3자에 의하여 살해당할 만큼의 원한을 살만한 특별한 관계는 없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또한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 없고 제3자가 피해자를 죽였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증거기록 제2845쪽), ⑤ 피고인이 집을 나간 이후에 피해자가 모르는 제3자가 택배 등을 가장하여 집 안으로 들어와서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제3자가 피해자의 허락 하에 집안으로 들어온 후 피해자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G에 설치된 CCTV 등 보안시스템에 출입 내역이 기록될 가능성이 많음에도 출근시간대에 위와 같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이 집을 나간 이후 제3자가 피고인 집을 방문하거나 침입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 사망장소 및 사체의 이동 가능성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체에서 발견된 머리 마루뒤통수 부위 열상은 그 위치 바로 아래 두피에 출혈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살아있을 때 발생한 것이고, 욕조 안의 머리가 닿은 부분 외에 이 사건 현장에 위 열상 부위에서 나온 피가 흐른 자국이 없는 점, 피해자가 넘어졌다면 욕조에 부딪혔을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자의 신체 부위에서 멍이 집중적으로 발견된 점, 검찰과 원심이 피해자가 살해된 것으로 사실상 판단하고 있는 안방에서 피해자의 사체가 발견된 욕실까지 사체가 이동되는 과정에서 위 열상에서 흘러내렸을 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점, 경험칙상 55kg의 임산부 시신을 피고인 혼자서 욕실까지 이동시킨 후 다시 욕조 안에 집어넣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는 욕실에서 사고로 사망하였고, 피해자의 사체는 이동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먼저 피해자와 피고인이 사용하던 안방 침대의 패드에 약 1mX1m 크기의 피해자에 의한 소변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당심 증인 W의 진술 등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입고 있던 바지와 팬티에 소변이 젖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욕조에서는 소변 흔적이 검출되지 않은 점, 위 소변 흔적에서 당시 유출된 양이 사망
시 유출될 정도의 양임을 추정할 수 없는 점, 피고인과 피해자가 다툼의 과정에 있었다면 피해자가 안방 침대에서 상당한 양의 소변을 보았더라도 이후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다툼을 이어갔을 가능성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사망장소가 안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피해자 오른눈 부위의 핏자국이 흐른 흔적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이나 그 직후에 고개가 돌아가는 등 머리의 위치나 자세가 달라졌을 가능성을 넘어 사체가 옮겨진 흔적으로까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편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의 사망원인은 액사인바, 피고인이 피해자와 다툼 끝에 목을 조른 것이라면 그 다툼과 목을 조른 장소가 여러 번 변동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피해자의 혈흔이 안방에서도 발견된 것으로 보아 그곳에서도 다툼이 벌어졌을 수 있는 점, ②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만삭의 임산부이기는 하였으나, 피해자는 신장 156㎝, 체중 55kg인 여성이었던 반면, 피고인은 신장 180㎝, 체중이 약 80kg 정도로서 피해자에 비해 신체적인 조건이 월등하였고, 살인을 한 후 극단적인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살해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해자의 머리 마루뒤통수 부위 열상에서 어느 정도의 출혈량이 있었는지 확정하기는 어려운 점, ④ 피고인이 이 사건 현장에 있는 주요 혈흔을 제거했을 가능성도 있는 점(피고인은 사건 당일 아침에 집을 나가면서 꼭 가져갈 필요가 없었던 쇼핑백을 가져갔는바, 그 속에 혈흔을 제거한 휴지 등을 가져갔을 가능성이나, 이 사건 이후에도 몇 차례 임의로 이 사건 현장을 방문하였을 때 혈흔을 제거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⑤ 루미놀 검사가 모든 물건과 장소에 대해 행해진 것이 아니어서 제거한 혈흔의 흔적이 쉽게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사망장소가 욕조가 아닌 안방 등 다른 장소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사망장소나 사체이동 여부를 확정할 수는 없고, 나아가 설사 피해자의 사망장소가 욕조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집에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사실인정을 방해할 수는 없다.
사) 범행 동기의 존재 여부
피고인은 평소 피해자와 사이에 갈등이 없었고, 피고인에게 게임중독증상이 없었으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자격시험이 예년보다 어렵게 출제되어 피고인을 포함한 모든 수험생이 시험결과에 대해 불안감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위 전문의 자격시험의 합격 여부에 따라 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로서 서울 경기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지 여부가 확정적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어서 위와 같은 문제로 피해자와 갈 등을 겪을 이유가 없었으므로, 피해자를 살해할 아무런 동기가 없다고 주장한다.
먼저 피고인과 피해자가 6년여에 걸친 연애 끝에 결혼하였고 평소 피해자가 주변에 피고인에 대한 불만을 상세히 알리지는 않은 점, 피고인은 피해자를 상대로 존댓말을 하는 등 존중하였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아이를 임신하여 출산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점, 피고인이 평소 주변에 피해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였다고 볼만한 별다른 자료는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만삭의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살해할 만한 특별한 동기가 원래부터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①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전문의자격시험과 그에 따른 군입대 등의 문제로, 피해자는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첫 아이 출산 문제 등으로 서로 신경이 예민한 시기였던 점, ② 전문의자격시험에 합격하더라도 군의관으로 복무할 것인지 여부와 그 근무지는 불확실하고, 더군다나 피고인과 함께 1차 시험을 치른 E병원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로서 군복무예정자는 피고인을 포함하여 모두 4명이었던 반면 2011년에 국군 서울지구병원에 새로 충원될 수 있는 소아청소년과 군의관은 1명에 불과하였던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이 전문의자격시험에 합격해도 국군서울지구병원에 근무하는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국군서울지구병원에 근무할 가능성은 있었고, 만약 전문의자 격시험에 합격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 가능성마저 없어지는 점, 3 피해자는 피고인이 전문의자격시험에 합격하여 국군서울지구병원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출산 후에 처가에서 함께 살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피고인이 시험을 잘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하자 크게 낙담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인과 피해자가 연애를 시작할 무렵 첫 싸움이 피고인의 게임 때문이었고 피해자는 평소 주변 인물들에게 피고인의 다른 불만은 잘 얘기하지 않으면서도 피고인의 게임중독증세를 우려하는 말을 자주 하였던 것으로 보아 비록 피고인이 당장 게임중독증으로 치료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부부 사이에 불만과 다툼의 소지는 충분히 내재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6) 더욱이 평소 피고인이 여가를 게임을 하는 데 많이 소비하여 피해자는 홀로 텔레비전을 보는 식으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어 이로 인한 불만이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도 게임을 많이 하는 피고인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이 시험을 잘 보지 못했다는 당일에도 집에서 장시간 동안 게임만 하자 이로 인한 불만이 더욱 증대되면서 피고인에게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더군다나 피해자가 사망한 것을 확인한 장인 이 피고인에게 “너희들 싸웠니”라고 묻자, 피고인이 I에게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던 것으로 보아 피해자의 불만 표출이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⑥ 피고인은 평소 엘리트의식이 상당한 것으로 보이고, 처와 처가 등 주변의 기대가 컸던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합격률이 예년의 평균 합격률 93.86%에 비해 무려 37.01%나 낮은 56.85%에 그칠 정도로 시험이 어렵게 출제되자 전문의자격시험에 자신이 불합격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심한 압박과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위와 같이 피고인을 다그치는 내용으로 불만을 표출하였다면 피고인을 더욱 자극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피고인에게 만삭 상태의 아내를 확정적으로 살해하려는 의사를 가질 만큼의 동기가 충분히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더라도, 적어도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와의 말다툼으로 인해 서로 감정이 고조되어 결국 몸싸움으로까지 이어지면서,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하면서도 우발적이고 충동적으로 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조르게 되는 상황에 이를 만한 동기는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 소결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여러 간접사실이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피고인은 예상과 달리 전문의자격시험이 어렵게 출제되어 자신이 불합격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심한 압박과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게임에 열중하는 자신을 다그치는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몸싸움까지 이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4)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결론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형사소송법 제254 조 제4항에서 범죄의 일시·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데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소제기된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공소의 원인이 된 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일시·장소 · 방법 · 목적 등을 적시하여 특정하면 족하고, 그 일부가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그와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에 의하여 그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고, 그리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3623 판결 참조).
2) 판단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실제 살해된 장소가 피고인의 집 내부 중 어디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피해자가 발견될 당시 입고 있었던 옷차림, 부검결과 등 제반 정황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 밖에서 살해 이외의 원인으로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피고인이 살인의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 이상 공소사실의 범행 장소를 '피고인의 집'으로 특정하였다면 공소의 원인이 된 사실이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 특정되었다고 보이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도 지장이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피해자와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고,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에게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 그 정상에 참작할 사정들이 있으나, 이 사건 범행은 의사인 피고인이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여 출산이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은 아내인 피해자를 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하여 결국 그 태아까지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서 사안이 매우 중대한 점, 이 사건 범행 후 사건 현장을 서둘러 떠나고 자신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의도적으로 받지 않는 등으로 피해자의 사체가 발견되는 시점을 늦춤으로써 자신의 범행을 감추려고 하였던 점,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유족에게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진정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직업,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모든 양형조건을 고려하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이 결코 무겁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만의 상고에 의하여 상고심에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항소심에 환송한 경우에 환송 후의 항소심에서 유죄의 선고를 하는 때에는 환송 전 항소심 판결과의 관계에서도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어 그 파기된 항소심 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대법원 1986. 9. 23. 선고 86도40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설사 원심의 형이 가벼워 부당하다고 인정하더라도, 결국 위와 같은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따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모두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윤성원
판사김경환
판사정승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