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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20.4.16.선고 2019노2533 판결
살인,사체손괴,사체은닉
사건

2019노2533 살인,사체손괴,사체은닉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김동진(기소, 공판)

변호인

변호사 국민엽(국선)

판결선고

2020. 4. 16.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압수된 부엌칼(총길이 30cm) 1자루(증 제5호), 톱니빵칼(총길이 32.2m) 1자루(증 제6호), 전기자전거(알톤) 1대(증 제7호), 검정색 기타가방 1개(증 제12호), 절단기 1개(증 제36호)를 각 몰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각 양형부당)

가. 피고인 1)

①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후 자수하고, 수사기관에서부터 범행을 모두 자백한 점, (②) 피해자의 유족에 대하여 사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점, ③ 피고인이 피해자의 고압적인 태도에 모멸감과 분노를 느낀 나머지 이 사건 범행에 이르는 등 범행의 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④ 피고인에게 폭력 성향이 없고, 동종 전과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전력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무기징 역)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① 이 사건 범행의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그로 인한 결과도 중대한 점, ② 그럼에도 피고인이 후회하거나 죄책감을 보이지 않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 점, ③ 피해자의 유족들이 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이에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을 탄원하는 점, ④ 원심판결 선고 후 검찰시민위원회의 위원들이 모두 원심의 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고, 피고인을 사형에 처함이 상당하다.

2. 직권 판단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검사가 당심에서 사체손괴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 중 범행 일시와 방법을 아래 [변경 후 범죄사실]과 같이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며, 이 부분 공소사실과 나머지 공소사실인 살인의 점, 사체은닉의 점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은 모두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은, 원심판결의 범죄사실 중 원심판결문 4면 8 내지 15행을 아래와 같이 변경 전 범죄사실]에서 [변경 후 범죄사실]로 변경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아래-

[변경 전 범죄사실]

같은 날 위 D호실 욕실에서, 위 부엌칼로 피해자의 목 부위를 자르기 위해 찔렀으나 칼이 목 안으로 들어가지 아니하자 피고인이 거주하고 있던 E호로 내려왔다.

피고인은 2019. 8. 11. 새벽 무렵 위 D호 욕실에서, 위 톱니빵칼로 사체의 오른쪽 사타구니 부위 살을 썰었으나, 뼈 때문에 절단되지 아니하자, 사타구니 부위 살을 한 바퀴 돌려 도려내고 다리 부위를 잡고 수회 꺾고 비틀어 오른쪽 다리 부위를 절단한 다음 욕조에 넣고, 계속하여 왼쪽 다리 사타구니, 오른팔 어깨, 왼팔 어깨, 목 부위를 같은 방법으로 차례로 절단하여 피해자의 사체를 손괴하였다. [변경 후 범죄사실] 2019. 8. 10. 오전 무렵 위 D호실 욕실에서 위 부엌칼로 피해자의 목 부위를 자르기 위해 찔렀으나, 칼이 목 안으로 들어가지 아니하자, 사체를 손괴하지 못하고 피고인이 거주하고 있던 E호로 내려온 후, 서울 AK 소재 피고인의 원룸으로 가 절단기를 가지고 위 모텔로 돌아왔다.

피고인은 2019. 8. 10. 밤 무렵 위 D호 욕실에서 사체를 절단하기로 결심하고 위 톱 니빵칼을 이용하여 사체의 오른쪽 사타구니 부위 살을 썰었으나, 뼈로 인해 절단되지 아니하자, 사타구니 부위 살을 한 바퀴 돌려 도려내고 다리 부위를 잡고 수회 꺾고 비틀며, 절단기를 이용하여 뼈를 잘라 오른쪽 다리 부위를 절단한 다음 욕조에 넣고, 계속하여 왼쪽 다리 사타구니, 오른팔 어깨, 왼팔 어깨, 목 부위를 같은 방법으로 차례로 절단하여 피해자의 사체를 손괴하였다.

증거의 요지

위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증거의 요지에 '1. 피고인의 당심 법정진술', '1. 메모사본, 노트 일부 사본', '1, 감정의뢰 회보', '1, 각 수사보고(압수물 노트, 메모지 임의제출 및 추송, 압수물 절단기 등 임의제출 및 감정의뢰 등에 대하여, 압수물 절단기 감정결과 회신 및 추송, 피고인 작성 메모 및 노트확인)', '1. 각 압수조서, 압수물사진'을 각 추가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살인의 점, 무기징역형 선택), 각 형법 제161조 제1항(사체손괴 및 사체은닉의 점)

1. 경합범 처벌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1호, 제50조 제2항(형이 가장 무거운 살인죄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을 선택하였으므로, 다른 형을 과하지 아니함)

1. 몰수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무기징역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 [제2유형] 보통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자수 가중요소: 계획적 살인 범행, 사체손괴, 잔혹한 범행수법

[일반양형인자] 가중요소: 사체유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특별가중영역, 징역 15년 ~ 무기 이상 [처단형에 따라 수정된 권고형의 범위] 무기징역(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의 하한이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과 불일치하는 경우이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에 따름)

3. 선고형의 결정: 무기징역

가. 전제되는 법리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형을 선고할 때는 형법 제51조가 규정한 사항을 중심으로 한 범인의 나이,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 정도, 성장과정, 가족관계, 전과의 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사전 계획의 유무,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와 피해 감정, 범행 후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 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철저히 심리하여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명확하게 밝힌 후 비로소 사형의 선택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도924 판결,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도5785, 2015전도105 판결 등 참조).

나.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실과 사정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이 인정된다.

1)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성장과정, 가족관계, 교육 정도, 직업과 경력 가) 피고인은 1980년생으로 편모슬하에서 외아들로 성장하였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사실상 독립하여 혼자 생활하였으며, 현재 미혼이다. 피고인의 어머니가 1999년경 재혼하였으나, 피고인은 양아버지, 어머니와 거의 연락하거나 왕래하지 않았고, 이 사건 범행 후 피고인의 어머니가 면회를 오기 전까지 1년 정도 어머니를 만나지 않는 등 가족 간의 유대관계가 거의 없는 상태이다(증거기록 3권 1328, 1335, 1395 내지 1397면).

나) 피고인은 초중고 학창 시절 대체로 '활동적이고 사교적이며 맡은 일에는 책임을 다하나, 자기중심적이다'는 평가를 받았고, 고등학교의 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아 2 학년 때 자퇴한 후 2000년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을 취득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정보처 리기능사,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증을 취득하여 해병대 부사관에 지원하였으나, 신체조 건 미달로 탈락한 후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였다(판결전조사서 11, 12면).

다) 피고인은 2004년경 유흥주점에서 웨이터로 일하였고, 2005년경부터 여러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2017. 8.경부터 'B' 모텔(이하 '이 사건 모텔'이라 한다)에서 지배인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이 사건 모텔 1층 E호에서 생활하면서 24시간 교대 형식으로 근무하였는데, 이 사건 모텔 업주와 동료 직원의 각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지 않고, 손님들과 직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였으나, 진상을 부리는 손님들에게는 똑같이 행동하여 모텔에서 쫓아내기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2권 1080, 1093 내지 1096면).

라) 피고인은 이 사건 모텔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1년 정도 댄스 동호회에서 활동을 하거나 여자 친구를 만나기도 하였으나, 이 사건 모텔에 근무하면서부터는 2008년경부터 해 온 주식 투자에 실패하여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은 채 인터넷 관상 카페를 운영하면서 인터넷 게시판에 여러 글을 작성하여 게시하거나 다른 사람이 게시한 글에 댓글을 달았으며, 온라인으로 바둑과 장기를 두고,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하는 등 별도의 여가 생활 없이 사실상 은둔 생활을 하였다. 피고인이 인터넷에 게시한 글 중에는 진상을 부리는 손님에 대처하는 노하우나 토막 살인범에 대한 평가, 학교 폭력 가해자에게 보복하는 방법 등이 있다(증거기록 4권 1802, 18036권 2644 내지 2646면, 판결전 조사서 13, 14면).

마)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에 대한 심리 면담을 하였고, 그 결과 피고인에게 비현실적 망상, 편집증적 사고, 피해 의식 등 임상적 수준의 문제는 관찰되지 않지만, 다소 융통성 없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이 보이며, 타인과 상호작용 없는 고립된 생활로 매몰된 사고를 수정할 기회 없이 자신의 판단과 신념을 과잉 확신하게 되는 경향이 있고,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심리적 · 물리적 괴롭힘에 대한 강한 분노가 보인다고 분석하였다(증거기록 3권 1334 내지 1337면).

바) 피고인은 당심에서 이루어진 서울보호관찰소의 판결전조사에서 스스로의 성격에 대하여 사람이 많은 것을 싫어하고, 조용하게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이유 없이 자신을 위협하는 상대방에 대하여는 그냥 넘어가지 않으며, 일단 도망을 친후 뒤에서 보복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판결전조사서 16, 17면). 한편 피고인에 대한 다면적 인성검사(MMPI-2) 결과에 의하면, 긍정적인 정서가 상당히 낮은 우울감이 일반 남성들에 비하여 많은 상태이고,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한 불만족, 열등감, 자기비하, 희망 없는 미래 등에 대한 사고가 만연해 있으며, 사회적 불편감이 많아 다른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기를 싫어하고 회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판결전조사서 15면), 또한 피고인에 대한 문장 완성 검사(SCT) 결과에 의하면, 다양한 감정에 대한 인식이나 발달이 부진하고, 자신의 가족에 대한 부끄러움, 창피함, 어머니에 대한 극심한 반감 등 부정적인 사고와 정서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난다(판결전조사서 15면).

2) 피고인의 전과 유무

가) 피고인은 투표용지를 촬영한 범죄사실로 2010. 8. 23. 공직선거법위반죄로 벌 금 50만 원의 형사처벌을 받았다.

나) 그 밖에 피고인은 2008년경 저작권법 위반죄, 2016년경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죄로 각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으나, 폭력 범죄나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나 이러한 범죄로 수사를 받은 적은 없다.

3)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가)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일 모텔 손님으로 온 피해자가 반말을 하고, 숙박비를 깎으려고 하면서 다른 모텔로 가라는 피고인의 권유를 거부한 채 주먹으로 피고인의 복부를 여러 차례 때리며, 얼굴을 때리려고 위협하여 두려움과 분노를 느끼던 중 피해자가 피고인의 얼굴을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자 '피해자를 죽여 버릴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반말로 객실까지 안내하라는 말을 듣자 '피해자를 죽여 버리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고, 선불인 숙박비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1층으로 내려오게 되자 화가 나서 복통을 느끼게 되었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였음에도 화가 가라앉지 아니하여 피해자가 잠이 들면 죽이겠다고 결심하였다.

4) 사전 계획의 유무,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가) 피고인은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피해자를 살해할 방법, 도구 등에 관하여 고민하다가 이 사건 모텔 1층 카운터 구석에 있던 망치(총길이 37cm, 증 제1호)를 보고 피해자를 가장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가 투숙한 D호에 들어가서 피해자가 자고 있으면 망치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내리쳐 살해하고, 잠을 자지 않으면 잘 자라고 말한 후 내려오기로 계획하였다.

나) 피고인은 망치를 든 왼손을 뒤쪽으로 숨긴 채 마스터키로 D호의 문을 열고 피해자가 엎드려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후, 침대 옆에 서서 왼손으로 망치를 들고 피해자의 뒤통수 부위를 1회 내리쳤으며, 이어서 양손으로 망치를 잡고 같은 부위를 3회 정도 내리쳤다. 이로 인하여 피해자의 두개골이 함몰되었고, 피가 위로 솟구 치며 침대 아래로 흘러내렸다.

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것을 확인한 다음 D호에 계속 투숙하는 것처럼 조치하고, 피해자의 사체를 욕실에 옮겨 놓았으나, 살해한 당일에는 살인을 했다는 생각과 범행이 발각될 두려움에 이 사건 모텔을 벗어나 신림역 근처를 배회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이 다음 날 다시 이 사건 모텔에 돌아왔음에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을 알고 사체를 처리할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사체를 운반하기 위해 차량을 렌트하려고 하였으나, 사체가 무거워서 혼자 운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손괴한 후 G에 버리기로 계획하였다.

라) 이에 피고인은 이 사건 모텔 지하에 있던 부엌칼(총길이 30cm, 칼날길이 18cm, 증 제5호)과 톱니빵칼(총길이 32.2cm, 칼날길이 20.4cm, 증 제6호)을 가지고 D호에 가서 위 부엌칼로 피해자의 목 부위를 자르기 위해 찔렀으나, 위 부엌칼이 들어가지 않자 중단한 후 AK에 있는 원룸으로 가서 사체를 담을 큰 배낭과 절단기를 챙겨서 돌아와 톱니빵칼로 살을 도려내고 절단기로 뼈를 잘라냈다.

마) 피고인은 위와 같이 절단한 사체를 비닐봉지에 나누어 담아 2019. 8. 11. 새벽부터 다음 날인 2019. 8. 12. 새벽 사이에 전기자전거(증 제7호)를 타고 여러 차례 G으로 가서 피해자의 머리, 몸통, 다리, 양팔을 차례로 버렸다.

5) 범행의 결과

가) 피고인이 망치로 피해자의 뒤통수 부위를 내리쳐 피해자는 우측 후두부 개방성 파쇄 골절로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

나)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손괴하여 G에 던져 버림으로써 2019. 8. 12.부터 같은 달 17.까지 G에서 피해자의 몸통과 오른쪽 팔, 머리가 차례로 발견되었다. 다만 피해자의 사체 전부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6) 범행 후의 정황

가)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후 이 사건 모텔의 CCTV 영상을 여러 차례 포맷하는 방식으로 삭제하였고, 피해자가 이 사건 모텔에 온 흔적을 없애기 위하여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수어 도림천 근처에 버리는 한편 피해자의 신분증, 신용카드, 수첩 등을 오려서 BJ 근처 쓰레기장에 있는 쓰레기봉투에 버렸으며, 피해자가 입고 있던 옷은 헌옷 수거함에 버렸다.

나) 피고인은 사체 손괴와 은닉 및 D호의 청소에 필요한 방독면, 가방, 스티커, 방향제 등을 구입한 후 방독면을 착용한 상태에서 칼과 절단기로 피해자의 사체를 절단하였으며, 객실 내 벽에 남아 있는 핏자국에 별 모양 스티커를 붙이고, 피로 얼룩진 침대 매트리스를 뒤집어 두었으며, 피 범벅이 된 침대 시트를 교체하기도 하였다.

다) 그 후 피고인은 G에서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범행이 발각될 수 있다는 심리적인 압박을 받던 중 2019. 8. 16. 탐문 수사를 온 경찰관으로부터 피해자의 사진을 제시받았으나, 피해자를 잘 모르겠다고 하였으며, CCTV 영상의 보관 기간이 2일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2019. 8. 15. 이후의 장면만 나오는 영상을 보여 주었다. 피고인은 경찰관이 돌아간 후 자수할지, 자살할지 고민하다가 같은 날 밤 동료 직원에게 이 사건 모텔 일을 그만둔다고 말한 후 피해자를 살해한 경위를 알리고자 한 방송국에 제보 전화를 거는 한편 종로경찰서에 가서 자수하였다.

7) 피고인의 범행 후 심정과 태도 및 반성과 가책 유무

가)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후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느끼며 후회 하기보다는 오히려 범행이 적발될 것을 걱정하였고, 수사와 원심 공판 과정에서도 피해자에게 미안하지 않고, 피해자가 같은 행동을 한다면 또 죽일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증거기록3권1402,1570면9,증거기록4권1706면,공판기록93면).

나) 다만 피고인은 서울보호관찰소의 판결전조사 과정에서 구치소에 수감되어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책을 읽고, 다른 수감자들과 대화하면서 상해 정도에 그치지 않고 살인 행위를 한 것은 잘못하였다고 하면서도 먼저 원인을 제공한 피해자에 대하여 보복하는 것은 여전히 정당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판결전조사서 5, 6면), 또한 피고인은 수용되어 있는 구치소에서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작성한 노트나 회고록을 외부에 전달하려고 한 규율위반 행위로 금치 처분을 받기도 하였다.

다) 한편 피고인은 판결전조사와 당심 법정에서 진술을 하면서 슬픈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해 피해자 유족의 감정에 대한 이입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피해자의 유족에게 죄송하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판결전조사서 7면, 당심 제3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의 법정진술), 피해자의 유족에게 사과하는 편지를 작성하여 당심에 제출하기도 하였다.

8) 피해 회복의 정도와 피해자 유족의 의사

가)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당시 32세였고, 피해자의 유족으로는 32세의 배우자와 6세의 아들, 58세의 어머니가 있는데, 임신 중이던 피해자의 배우자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충격으로 유산하는 등 피해자의 유족들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

나) 피해자의 유족들은 피고인으로부터 피해를 회복하지 못하였고, 피고인이 피해를 회복하기 위하여 특별히 노력한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9) 재범의 가능성

피고인에 대한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도구(KORAS-G) 적용 결과 위험성 점수가 총점 30점 중 12점으로 재범 위험성이 '높음(12점 이상)' 수준에 해당하고, 정신병 질자 선별도구(PCL-R) 적용 결과 위험성 점수가 총점 40점 중 19점으로 정신병 질적 성격 특성에 의한 재범 위험성은 '중간(7~24점)' 수준에 해당하며, 후회나 죄책감, 공감능력, 책임감 부재와 같은 정서적 문제와 행동 통제력 부족의 문제가 두드러지고, 반사회적 특성과 관련하여 문제된 행동은 적은 편이나, 대인관계, 생활양식 등에서 다소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판결전조사서 16면).다. 구체적인 양형의 판단

위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실과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사람의 생명은 우리 사회의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그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이다. 피고인은 이 사건 모텔에 손님으로 온 피해자가 반말을 하고 위협하는 등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에 화가 나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미리 망치를 준비하였다가 피해자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한 후 망치로 피해자의 뒤통수 부위를 수회 내리쳐 피해자의 두 개골이 골절되고 뇌와 뇌수가 흘러나올 정도로 잔혹하게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피고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사체를 욕실로 옮겨 톱니빵칼과 절단기 등으로 절단한 다음 인적이 드문 심야를 틈타 여러 차례에 걸쳐 G에 던져 버림으로써 피해자의 사체를 처참하게 손괴하고 은닉하였다. 이처럼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사전에 계획하여 실행하였고, 위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우며, 범행의 수단과 방법도 잔혹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범행 후에는 이 사건 모텔의 CCTV 영상을 삭제하고, 객실 내 핏자국에 스티커를 붙였으며, 피해자의 신분증, 신용카드, 휴대전화 등을 손괴하여 멀리 떨어진 쓰레기장에 버리는 등 이 사건 범행을 치밀하게 은폐하였다. 피해자는 예상하지 못한 치명적인 공격을 받고 별다른 저항도 해 보지 못한 채 허무하게 젊은 생을 마감하였으며, 그 사체까지 무참하게 훼손되었다. 그로 인하여 피해자의 유족들이 입은 정신적 충격과 고통은 실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후 죄책감을 느끼거나 후회하기보다는 피해자에 대한 정당한 보복 또는 정당방위라고 생각하면서 이 사건 범행의 경위를 알리고자 방송국에 제보하려고 하거나 수사기관에 자수하였고, 수사와 원심 공판 과정에서도 피해자에게 미안하지 않다고 하면서 피해자가 같은 행동을 한다면 다시 같은 범행을 저지를 것이라고 하는 등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의 생명에 대하여 최소한의 존중도 보이지 않았다. 비록 피고인이 당심에서 살인 행위를 한 것은 잘못이라고 하였으나, 사리사 욕을 채우기 위해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는 것과는 달리 행위를 유발한 피해자에 대하여 보복한 자신의 행동은 여전히 정당하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글을 작성하여 외부에 알리려고 하는 등 현재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피해자의 유족들은 피고인으로부터 피해를 회복하지 못하였고,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범행의 내용과 수법, 범행의 계획성, 범행 후 피고인의 행동과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피고인의 책임이 중하므로,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형으로 처벌하여야 할 사정이 있음은 충분히 인정된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의 경위를 알리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경찰서에 출석하여 이 사건 범행을 자수하였고, 범행 일체를 자백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고압적이고 모멸적인 태도에 화가 난 나머지 이를 억제하지 못하고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는데, 비록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피고인이 다른 사람과의 유대관계나 상호작용이 없는 고립된 생활 등으로 인한 환경적 요인과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에 의한 자신의 판단과 신념의 과잉 확신, 심리적·물리적 괴롭힘에 대한 강한 분노감 등으로 인하여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성향 등도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잔인한 방법으로 손괴하고 은닉하기는 하였으나, 처음부터 이와 같은 사체 손괴와 은닉까지 치밀하게 계획하였다기보다는 피해자에 대한 분노 감정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다음 이러한 범행에까지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나 폭력적인 성향보다는 성인이 된 후 가족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맺지 못하고 교류 없이 협소하고 고립된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된 생각과 판단을 고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이를 지나치게 확신하고 있으며, 이 사건 범행 후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도 이처럼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자기 과시욕에서 비롯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인이 당심의 공판 과정에서는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잘못하였다고 하면서 사죄의 의사를 표시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전에 다른 종류의 범죄로 벌금형 1회의 처벌을 받은 전력만 있다.

위와 같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거나 유리한 정상들과 앞서 본 피고인의 나이, 경력,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그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조건 및 앞서 본 사형의 선고가 허용되기 위한 요건, 다른 중대범죄 사건에서 일반적인 양형과의 형평성 등을 모두 종합하면, 비록 앞에서 본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피고인을 엄중한 형으로 처벌하여야 할 필요가 있으나, 피고인을 사형에 처하여 피고인의 생명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 법제상 사형 이외의 형벌로서 무기징역형보다 더 무거운 형은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피고인에게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향후 기간의 정함이 없이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수감생활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참회하며,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므로,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배준현

판사표현덕

판사김규동

주석

1) 피고인은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답변서(2019. 11, 29.자)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

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 범행의 경위와 방법,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계획한 점, 이 사건 범행으로 피

해자가 사망에 이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의 고압적인 태도가 원인이 되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

한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라고 할 수 없어 정당방위나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

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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