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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등법원 2017.6.29.선고 2017노122 판결
자살방조
사건

2017노122 자살방조

피고인

A

항소인

검사

검사

김경완(기소), 심재계(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C 담당변호사 E

원심판결

대구지방법원 2017. 2. 10. 선고 2016고합189 판결

판결선고

2017. 6. 29,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해자가 작성한 메모, 피해자의 딸 등 유족이 녹음한 피해자의 녹음진술 및 피해자의 딸 등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신변을 비관하며 죽어버리겠다는 피해자에게 "이거 먹고 콱 죽어라"라며 제초제(그라목손)가 담긴 드링크병을 건네주어 피해자의 자살을 방조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2. 3. 4.경 피해자와 혼인신고를 하고 부부 관계에 있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5. 5. 1. 10:40경 경북 울진군 G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가 고기잡이 그물을 분실한 사실과 관련하여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였다. 피해자가 신변을 비관하며 "죽어버리겠다"라고 하자, 피고인은 "이거 먹고 확 죽어라"라고 말하며 집 안에 있던 제초제(그라목손)가 담긴 드링크병을 피해자에게 건네주었다. 피고인은 피해자로 하여금 위 제초제를 마시게 하는 등으로 피해자가 자살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그달 9. 03:27 경 속초시 영랑호반길 3에 있는 속초의료원에서 피해자가 제초제(그라목 목손) 중독으로 사망하게 함으로써 피해자의 자살을 방조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① 피해자가 작성한 자필 메모와 녹음파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 ②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농약을 건네준 사실을 인정하였다는 내용의 피해자의 친딸인 H, I와 피해자의 동생인 J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은 이를 그대로 신빙할 수 없고,1)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진실한 것이라고 확신을 가지게 할 정도로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다.

1) 자필 메모와 녹음진술의 증명력

가) 피해자는 메모 앞부분에서는 '진짜 엄마가 싫다'라고 썼다가 뒷부분에서는 '나는 엄마한테 0점짜리고 엄마는 나한테 100점짜리다'라고 쓰는 등 피고인에 대한 정서적 친밀감이나 감정 표현이 일관되지 못하다. 두 사람은 평소 사소한 일로 잦은 다툼이 있었고, 특히 이 사건 당일에는 생계수단인 고기잡이 그물을 잃어버린 것 때문에 심한 말다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피해자의 심리상태와 피고인에 대한 악감정으로 인해 피해자가 정황사실을 과장하거나 거짓으로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섣불리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H, I는 피해자의 친딸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피해자와 떨어져 할머니 슬하에서 성장하였고, 메모 작성과 녹음진술이 이루어질 당시 함께 있었던 H, I, J 등 피해자의 가족들은 모두 피해자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활하여 자주 왕래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가족들과의 정서적 유대관계에 피해자가 메모 작성과 녹음진술이 이루어질 당시에는 자신이 곧 사망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가족들에게 자신의 음독 경위를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나)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피해자는 녹음진술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쌍화탕병에 든 농약 두 병을 받아 한 병을 마시고 다른 한 병을 깨뜨렸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자의 집에서는 쌍화탕병 또는 그 깨진 조각이 발견되지 않았고, 방바닥이나 쓰레기통 등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도 않았다(현장감식을 담당한 경찰관이 쓰레기통에서 드링크병을 발견하기는 하였으나, 농약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가적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

한편 피해자가 음독했을 만한 농약병이 피고인의 집 보일러실에서 발견되었지만, 오래되어 먼지가 쌓여 있는 상태였고, 피고인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지문이 나오지 않았다. 다) 피해자는 2015. 5. 4. 14:30경 K병원 응급실에서 작은딸인 가 지켜보는 가운데 메모를 작성하였고, 그날 16~17시경 문병을 온 다른 친척들과 이야기하던 도중 1가 휴대전화로 피해자의 진술을 녹음하였다. 녹음진술을 할 당시 의 물음에 피해자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대화가 이루어졌는데, 녹음파일에는 피해자의 대답 부분만 남아있고 녹음파일을 그대로 녹취한 녹취서(증거목록 순번 25번)에 의하면, 그 분량도 117자에 불과하다], 과연 가 어떤 질문을 했고, 피해자의 대답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피해자의 당시 심리상태가 어떠했는지 여부 등을 전혀 확인할 수가 없어서 녹음파일 자체만으로는 녹음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선뜻 판단하기 어렵다.

라)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농약을 건네주었다는 부분에 관하여 메모에는 ‘새엄마가 농약 있는 데를 가르쳐줘서 직접 자기가 갖다 주었다.'라고 비교적 간략하게 기재되어 있고, 문맥상으로도 자연스럽지 않다'가르쳐 줘서'라는 표현이 뒷부분의 '직접 자기가 갖다 주었다'와 서로 호응되지 않는다).

반면에 녹음진술에서는 “두 병인데 그 검은 봉지에다 싸가지고, 똘똘 싸가지고 꺼내 주더라. 그러면서 '이거다.'고 '쌍화탕병이다.'고 그러대. 그래서 내가 ‘야 쌍화탕병에다. 이렇게 넣어놓으면 내가 어떻게 찾니?' 그래서 뭐 그래, ‘이거 제초제 이거 꽉 먹고 죽으라.'고 그러면서 주고 나가더라고"라고 메모에 비해 상당히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메모와 녹음진술의 구체적인 내용, 메모 작성과 녹음진술을 한 시기, 녹음 진술 당시의 대화 방식, 녹음파일에 수록된 피해자 진술의 분량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가 피해자가 작성한 메모를 본 후 자신이 원하는 구체적인 답변을 유도하여 녹음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스스로도 원심 법정에서 “피해자의 말을 들은 후 녹음이 필요할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이야기해보라'라고 말한 후 녹음하게 되었다.” 라고 진술하여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과정에서 녹음이 이루어진 것은 아님을 인정하였다).

마) 메모 작성과 녹음진술은 모두 피고인이 없는 자리에서 피고인과 감정이 좋지 않은 피해자와 등 다른 가족들만 있는 가운데 이루어졌고, 이 사건 수사가 본격적으로 개시되기 이전까지는 피고인이 위 메모와 녹음진술을 확인하거나 반박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였다(이는 피해자가 메모를 작성한 직후 피고인을 포함한 다른 가족들이 병실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메모를 가방에 감추어 놓았다).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아내인 피고인이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매우 충격적인 내용임에도 친딸인 H, I 등 다른 가족들이 곧바로 피고인에게 그 내용을 따져 묻지 않았고, 피해자가 사망할 때까지는 피고인과 평소와 다름없이 지낸 것으로 보인다.

바) 피해자의 메모와 녹음진술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농약을 건네주었다는 간략한 내용뿐 이고(메모와 녹음진술의 이 부분 분량이 글자 수를 기준으로 각 100자 미만에 불과하다), 농약을 건네준 시기와 경위, 당시 피해자의 반응 태도와 구체적인 음독방법, 분량 등의 구체적인 정황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 또한 , H 등 가족들이 피해자에게 그 구체적인 정황을 재차 확인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2) 피고인의 말을 들었다는 H, I, J(이하 '유족들'이라 한다)의 진술의 신빙성

가)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에게 농약병을 건네주었다.” 라는 내용인 반면에 유족들이 들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농약이 있는 위치를 알려주었다.”라는 것이어서 그 내용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나) 유족들의 수사기관 및 법정 진술을 자세히 살펴보면, 유족들이 직접 피고인에게서은 내용과 메모 및 녹음파일을 통하여 알게 된 내용, 유족들이 서로 대화하면서 알게 된 내용, 유족들이 자기 나름대로 추측한 내용이 뒤섞여 있고, 피해자의 사망 시점으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여 기억이 희미해진 상태에서 이를 전부 피고인에게서 들은 것처럼 진술하거나 어떤 사실을 알게 된 경위를 잘못 진술하고 있으며, 서로 간에도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 등 진술 자체의 신빙성에 대하여 상당한 의문이 드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피해자의 큰딸인 H는 경찰에서 “2015. 5. 4. 10:55경 피고인과 통화하면서 피해자가 어떻게 해서 농약을 먹게 되었는지 물었더니 '피해자와 술을 마시면서 다투었는데 피해자가 술만 마시면 죽는다는 소리를 하니까 홧김에 농약이 선반 위에 있다고 알려주고 나갔다'라는 말을 했다.”라고 진술하였다. 그 후 H는 검찰에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술을 마시고 죽는다는 소리를 해서 농약이 있는 위치를 가르쳐주고 확 먹고 죽으라고 말하고 집을 나갔다'는 말을 했다.”라고 진술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

H는 검찰에서 “제가 경찰 대질조사 당시 농약병의 위치에 대해 선반 위에 있다고 진술한 바 있는데, 그 부분은 정확한 기억이 아니다.”라고 진술하였고, 원심 법정에서는 “위에 있다고 하니까 제 생각에 선반일 것 같아서 선반이라고 이야기하였다.”라고 진술하여 그 진술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농약이 있던 위치를 자신이 추측하여 진술한 것이라고 인정하였다. 또한 H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확 먹고 죽어라'라고 이야기했다는 부분은 피고인에게 들은 이야기는 아니고, 동생 와 이야기하면서 알게 된 것을 그렇게 진술한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확 먹고 죽어라'라고 이야기했다는 부분은 피고인의 자살방조 고의를 추단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임에도 H는 이를 다른 사람을 통하여 알게 된 내용과 혼동하여 진술하였음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2) 피해자의 작은딸인 그는 경찰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참작해 보면 피해자가 농약을 찾을 수 없어서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에게 농약병을 건네주고 갔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진술하였고, 검찰에서는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에게 농약을 갖다 주면서 농약을 마시라고 하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진술하여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에게 농약을 건네주었다는 진술은 자신의 막연한 추측임을 자인하였다. 또한, 는 경찰에서는 “농약이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보관하였는지는 전혀 모른다.”라고 진술하였고, 검찰에서도 농약의 위치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았는데, 사건 발생일부터 약 1년 3개월이 지난 원심 법정에서 “작은고모에게 ‘피고인이 선반 위에서 농약을 꺼내서 갖다 주었다.'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진술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술 내용이 피고인에게 더욱 불리하게 구체적으로 바뀌고 있다.

(3) 피해자의 여동생인 J은 경찰관과의 전화통화에서 “2015. 5. 4. K으로 가던 중 와 통화를 했는데, 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검은 봉지에 담긴 병을 주어 피해자가 농약을 마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에게 다시 물어서 그 내용을 녹음해 두라고 하였다.” 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는 원심 법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녹음하게 된 시기는 JO K병원에 도착한 이후인 2015. 5. 4. 오후 4~5시경이고, 문병을 온 다른 친척들과 이야기하던 도중 친척의 권유로 피해자의 진술을 녹음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하여 J의 위 진술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J도 원심 법정에서는 그가 말한 내용을 K으로 가는 도중에 들은 것인지, K에 도착하여 들은 것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진술을 스스로 번복하였다.

다) 피해자가 음독하기 이전부터 피고인과 유족들은 사이가 그리 원만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과 유족들은 피해자가 남긴 재산(어선을 처분한 대금인 5,700만 원과 보험금 등)을 놓고 경제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이이므로, 유족들이 피고인에게 악감정을 갖거나 상속분 쟁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목적으로 과장·거짓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을 쉽사리 배제하기 어렵다.

3) 그 밖의 정황 사실

가) 피고인이 10년 넘게 혼인관계를 유지한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만한 특별한 동기를 발견하기 어렵다(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자신을 수익자로 지정하여 3개의 보험에 가입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이 발생하기 훨씬 이전인 2003년, 2009년, 2011년에 가입한 것이고, 더구나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하기 1개월 전인 2015. 4. 8. 일부 보험 가입금액을 줄이기도 하였다).

나) K병원에서 담당 의사인 M가 피해자에게 농약을 마신 경위에 관해 묻자, 피해자는 “제가 먹었어요. 3일 전에 죽고 싶어 소주 3병과 함께 쌍화탕병에 든 제초제를 먹었다(증거기록 259쪽 참조).”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하였다.

다) 피해자가 다른 가족들이나 담당 의료진 앞에서 피고인을 경계하거나 적개심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피해자가 입원해 있는 동안 피고인이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피고인과 함께 피해자를 면회하기도 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형법 제252조 제2항의 자살방조죄는 자살하려는 사람의 자살행위를 도와주어 용이하게 실행하도록 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으로서 이러한 자살방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방조 상대방의 구체적인 자살의 실행을 원조하여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의 존재 및 그 점에 대한 행위자의 인식이 요구되는데(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5도1373 판결 등 참조), 자살방조는 그 방조범으로서의 성격상 방조 상대방의 자살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방조행위의 존재 및 이에 대한 방조 행위자의 인식에 앞서 자살하려는 사람이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부정적으로 행사하려는 의사, 즉 자살의 결의를 하고 그 결의에 따른 자살행위가 있으며, 방조 행위가 상대방의 이러한 자살의 사와 자살행위를 인식하고 위와 같은 방조행위로 나아갈 것이 요구된다.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고기잡이용 그물을 분실한 것에 대하여 질책을 받고 술을 마시면서 피고인과 다툰 점, ②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이 집을 나간 사이에 농약을 마시기는 하였지만, 마신 날로부터 3일이 지나 버스를 타고 울진의료원을 방문하였고, 당시 진료기록지에는 '피해자가 마시지는 않았고 입안에 한 모금만 넣었다가 토해내어 소량 흡수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피고인이 마신 농약의 양은 비교적 소량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또한 위 진료기록지에는 농약을 마신 이유로 "화가 나서 먹었어"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④ 피해자는 농약을 마시기 전 유서 등을 남기지 않았고 피해자는 평소 술을 마시면 소란을 피우기도 하였지만 실제 자살을 시도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되게 이 사건 다음 날 집에 갔더니 피해자로부터 '당신 겁주려고 농약을 마셨는데 이불에 토해버렸 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농약을 마신 것은 실제로 죽을 마음을 먹고 그 자살 의사를 실행에 옮긴 것이라기보다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배우자와 싸우면서 발생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피고인이 없는 상황에서 충동적으로 벌인 사건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다분하고, 피고인이 피해자가 실제 자살하거나 농약을 마시는 행동으로 나아갈 것을 예견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따라서 사실오인 등을 다투는 검사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박준용

판사이정목

판사권민오.

주석

1)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해자의 자필메모와 녹음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였으나, 형사소송법 제318조 제1항

"겸사와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한 서류 또는 물건은 진정한 것으로 인정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

고 있다. 그리고 공판조서의 기재가 명백한 오기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판기일의 소송절차로서 공판조서에 기재된 것은 조

서만으로써 증명하여야 하고 그 증명력은 공판조서 이외의 자료에 의한 반증이 허용되지 않는 절대적인 것이므로(대법원

1996. 4. 9. 선고 96도173 판결 등 참조), 검사 제출의 증거에 관하여 동의 또는 진정성립 여부 등에 관한 피고인의 의견이

증거목록에 기재된 경우에는 그 증거목록의 기재는 공판조서의 일부로서 명백한 오기가 아닌 이상 절대적인 증명력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원심에서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위 자필메모와 녹음진술에 대하여 피고인이 원심 제7회 공판기일에서 증거로

동의하여 제8회 기일에 증거조사가 이루어졌음이 증거목록에 기재되어 있고 위와 같이 증거목록에 동의로 기재된 것이 명백

한 오기임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특히 원심은 위 증거들에 대한 증거인부 및 증거조사를 위해 변론을 재개

하였다), 위 증거목록의 기재는 공판조서의 일부로서 절대적 증명력을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위 자필메모 및 녹음진술의 증

거능력을 부정한 원심의 판단은 부당하다. 다만 위 증거들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더라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증명력을 배

척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할 수 있어 결론에서는 정당하므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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