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피항소인
엘에스전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성훈)
피고,항소인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이원찬)
2017. 8. 18.
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4. 9. 17. 원고에게 한 10년의 공급자등록제한이 무효임을 확인한다. 선택적으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공급자등록신청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적을 이유는 다음과 같이 이 법원에서의 판단을 추가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서의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2. 이 법원에서의 추가 판단
가.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하여
(1) 피고의 주장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운영법’이라 한다)상의 공기업인 피고는 원고와의 사이에 업무상 필요로 하는 물품인 원자력 발전용 케이블에 관하여 공공조달 계약을 체결하는 사법관계에 있고, 공공조달 계약 체결 이전의 입찰에 관한 분쟁이나 공공조달 계약 체결 이후 계약의 이행에 관한 분쟁은 모두 공공조달 계약과 관련되거나 이로부터 파생된 법률관계이므로 사법관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공급자등록제한은 사법상 계약인 공공조달 계약 체결 절차와 관련하여 피고가 그 내부규칙인 공급자관리지침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한 사법상의 통지행위에 불과하다.
또한 이 사건 공급자등록제한은 원고가 일정 기간 동안 피고와의 사이에서 공급자등록을 할 수 없다는 것인데,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모든 입찰에 대하여 참가자격이 제한되는 공공기관운영법,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이라 한다)에 근거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과 달리 대세효가 없다는 점에서도 행정청의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급자등록제한은 처분성이 없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2) 관련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판단
(가) 앞서 인용한 제1심판결에 설시하였듯이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이 사건 공급자등록제한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1) 피고는 국내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관리하는 공기업으로 피고가 시행하는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피고의 심사를 거쳐 피고에게 공급자등록을 하여야 한다. 공급자등록을 하지 못한 업체는 피고가 시행하는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므로 피고의 공급자등록제한은 입찰참가자격제한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력을 갖고, 특히 이 사건 원자력 발전용 케이블은 피고가 독점적 수요자이므로 이에 관한 한 입찰참가자격제한과 그 효력이 완전히 동일하다.
2) 공기업이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공공조달 계약은 사법상 계약으로서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고, 그 계약내용에 따른 권리의무에는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며(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0다83182 판결 참조), 그 계약의 이행 또는 계약의 위반 문제는 민사소송으로 다투어야 한다. 또한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5조 제1항 은 ‘공기업의 계약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체결되어야 한다.’는 계약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와의 사이에 원고가 낙찰자로서 공공조달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부정당업자로 제재를 받은 경우 거래가 10년간 금지된다는 계약조건을 정하는 등 공급자등록제한에 대하여 당사자 간에 어떠한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는바, 이 사건 공급자등록제한이 공공조달 계약의 내용이 되었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이 사건 공급자등록제한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공공조달 계약의 이행 혹은 계약의 위반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피고가 고권적 내지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원고의 계약 당사자가 될 권리인 입찰참가자격에 제한을 가하는 행위이다.
3)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3항 및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6조 에 의하면 공기업이 실시하는 입찰에 있어 입찰 참여자의 입찰자격을 제한하기 위하여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한다. 이는 공기업이 체결하는 계약에도 국가가 체결하는 계약과 동일한 기준을 도입하여 공기업의 계약 상대방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모든 국민이 일반경쟁 또는 일반입찰에 따라 계약의 상대방이 될 기회를 부여받도록 함으로써, 입찰방식, 낙찰자 결정 등 계약의 전 과정의 절차를 확립하여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공기업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관련법령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공정한 입찰을 통한 낙찰자 결정 과정은 공공조달 계약 체결 이전의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별개의 차원에 있는 것으로 볼 것인바, 이를 사법상 계약인 공공조달 계약으로부터 파생된 법률관계라고 보기 어렵다.
4) 이 사건 공급자등록제한에 따른 원고의 입찰참가자격제한의 효력이 원·피고 사이의 입찰에만 한정된다고 하여도 이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다만 피고가 일방적으로 그 내부규정인 공급자관리지침에서 그 효력을 정하였기 때문인데, 그와 같은 이유로 그 효력이 한정된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공급자등록제한의 처분성이 부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거기에다가 피고는 국내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관리하는 공기업으로서 상당수 원고 생산 제품의 사실상의 독점적 수요자인 점까지 더하여 보면, 이 사건 공급자등록제한이 대세효를 갖는지 여부는 이 사건 처분성의 인정에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대하여
행정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하여는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의 중대·명백 여부를 판별함에 있어서는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함을 요한다( 대법원 2004. 11. 26. 선고 2003두2403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공급자등록제한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법률상의 근거가 없거나 상위 법률에 반하는 공급자관리지침에 근거한 것이어서 그 하자가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무효이다.
(1) 피고는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 으로부터 최장 2년의 범위 내에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2) 이 사건 공급자등록제한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행정청의 지위에서 원고에 대하여 하는 불이익처분인 입찰참가자격제한과 그 실질이 같은 것인데, 법률이나 법률로부터 위임받은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단지 피고의 내부규칙에 불과한 공급자관리지침에 규정되어 있고, 그 내용도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의 상한인 2년을 훨씬 초과하는 최장 10년 동안 공급자등록제한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3) 결국, 이 사건 공급자관리지침의 해당 부분은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2년의 입찰참가자격제한의 상한을 넘어 실질적으로는 추가로 8년 동안 입찰참가자격제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서 상위 법률의 규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인바, 이에 근거하여 행하여진 이 사건 공급자등록제한은 그 하자가 중대할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무효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다.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인 제1심판결은 정당하고,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며, 항소비용은 패소한 피고가 부담하기로 한다.
[별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