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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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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방법원 2006. 5. 12. 선고 2005노1381 판결
[배임수재][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김도완

변 호 인

변호사 황경남외 1인

주문

제1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제1심 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34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으로부터 378,700,000원을 추징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제1심 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대학원생들로부터 실험비용 명목의 돈을 받고 실험을 대행해 준 것은 사실이나, ① 피고인은 한의학에 대하여는 문외한으로서 단지 학위취득자들이 부탁하는 실험을 대행하여 실험결과 및 분석자료를 제공하였을 뿐 논문의 주요부분 작성에 대한 편의를 제공한 것이라 할 수 없고 학위취득자들이 논문을 작성하기 위하여 반드시 직접 실험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학위취득자들의 실험의뢰를 부정한 청탁이라고 볼 근거가 없는데도 제1심은 각 실험의뢰의 경위 및 내용, 실험결과가 논문의 작성 및 심사에 미친 영향 등을 검토하지 않은 채 만연히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부정한 청탁이라고 인정하였고, ② 피고인은 학위취득자들의 논문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도교수로서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였고 단순히 실험 실비만을 지급받고 실험을 의뢰받아 대행한 실험교수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이 지도교수들의 배임수재행위를 인식하고 이를 용인한 것을 뛰어 넘어 학위취득 자격이 없는 대학원생들에 대하여 학위논문을 수여하도록 공모하였다고 볼 수 없는데도 제1심은 피고인을 배임수재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였으며, ③ 피고인은 실험비로 수수한 돈을 전액 실험에 사용하였으므로 이를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음에도, 제1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수수 금액 전부를 추징하였으니, 이러한 제1심의 조치에는 심리미진으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정범과 공범의 구분·배임수재죄의 부정한 청탁 및 재물 등의 취득·추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가사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제1심 판결의 선고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제1심 판결의 선고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배임수재죄에 있어서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과 이에 관련되어 교부받은 재물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사무처리자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8. 6. 9. 선고 96도837 판결 참조).

제1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비록 약학을 전공하여 학위를 취득하였으나 한의학과 인접한 분야를 계속 연구하였고 그 결과 한의학 분야에 실력을 인정받아 현재 한의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사실, 피고인이 학위취득자들로부터 직접 또는 그 지도교수들을 통하여 학위논문 작성에 필요한 실험이라는 사정을 잘 알면서 학위취득자들로부터 1인당 300만 원 내지 900만 원을 지급받은 후 실험을 의뢰받아 피고인이 지도하는 실험실 연구원들로 하여금 실험을 수행하도록 한 사실, 학위취득자들 대부분은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불과 몇 차례 실험실에 가서 참관하기만 하였을 뿐 직접 실험을 주도하거나 실험에 참여하지 않았으면서도 학위논문에는 학위취득자가 직접 실험한 결과를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한 것처럼 기재한 사실(피고인은 학위취득자들이 1~2주에 한 번씩은 실험경과를 확인하였다고 주장하나, 학위취득자들의 직업·거주지·직장, 피고인 운영 실험실의 위치 및 피고인 스스로 인정하는 학계의 관행 등에 비추어보면 위 주장은 믿기 어렵다), 피고인의 실험실 연구원들이 실험결과를 분석하여 논문의 형태로 정리하여 실험을 의뢰한 대학원생들에게 제공하였으며 대학원생들은 연구원들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논문의 본문 중 주요부분으로 사용하고 국문 초록(혹은 Abstract), 서론(혹은 Introduction), 토론(혹은 Discussion) 부분에 해당 한약재에 대한 설명, 효능 등 1쪽 내외의 분량만을 추가하여 학위논문을 완성한 사실, 피고인에게 실험을 의뢰하여 논문을 작성한 대학원생들 거의 대부분은 위와 같이 작성한 논문을 가지고 논문심사에 합격하여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들에 의하면, 개업의가 대부분이었던 학위취득자들은 실험에 거의 참석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단지 돈을 주고 한의약리학 분야에 연구 성과가 뛰어난 피고인의 실험실 연구 결과를 정리된 상태로 제공받아 여기에 한의학적 고찰 등 극히 일부분만을 추가하여 논문을 작성하는 방법으로 학위를 취득한 것이어서 결국 학위청구논문을 제출할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이 이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고자 하는 자들의 지도교수로부터 부탁을 받고 실험대행 및 실험결과 분석 등 논문주요부분의 작성이라는 편의를 제공하여 학위취득을 위한 전제조건을 허위로 구비하게 하고 학위취득자들로부터 실험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이상, 학위취득자들이 지도교수들을 통하여 암묵적으로 피고인에게 한 부탁은 부정한 청탁이라고 할 것이고, 나아가 그러한 청탁이 위 금품 수수와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2) 배임수재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형법 제30조 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범죄를 실행하였을 것이 필요하고,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란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함이 없이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함은 피고인이 항소 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다(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995 판결 참조).

그러나, 2인 이상이 공동으로 가공하여 범죄를 행하는 공동정범에 있어서 공모나 모의는 반드시 직접·명시적으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고 순차적·암묵적으로 상통하여 이루어질 수도 있으며, 피고인이 공모의 점과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이 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참조).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학위취득자들의 지도교수의 부탁을 받고 단순히 실험만을 대행한 것에 그치지 않고 실험결과를 논문의 주요부분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정리하여 학위취득자들에게 제공하였고, 나아가 학위생들로부터 수령한 실험비를 가지고 실험하여 얻은 결과를 토대로 별도의 양의학적 관점의 논문을 작성한 다음 실험실 조교 및 피고인 등을 공동저자로 하여 국제학술지에 싣는 등 피고인의 실험실 연구성과로 적극 사용하였으며, 피고인이 지도교수를 거치지 아니하고 학위취득자들로부터 직접 돈을 받기도 하였고, 무려 71회에 걸쳐 학위취득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실험을 대행해 주었으므로, 피고인이 그저 단순히 실험 실비만을 지급받고 의뢰받은 실험을 대행함으로써 논문지도교수들의 배임수재행위를 인식하고 이를 용인·방조한 데 그쳤다고 볼 수 없고, 배임수재죄의 기능적 행위지배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3) 재물 등을 취득하지 않았다는 주장 및 추징액수가 과다하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배임수재죄에 있어 필요적 몰수 또는 추징은 형법 제357조 제1항 을 위반한 자에게 제공된 금품 기타 재산상 이익을 그들로부터 박탈하여 그들로 하여금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함에 그 목적이 있음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다(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4도482 판결 참조).

또한, 비록 수재자가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증재자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한 경우라도 이를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던 취지에 따라 타인에게 그대로 전달한 것이 아니라 그 세부적인 사용이 수재자의 독자적 권한에 속해 있던 것을 사용한 경우에는 수재자가 받은 금액 전부를 추징하는 것에 비추어 볼 때( 대법원 1999. 6. 25. 선고 99도1900 판결 등 참조), 수재자가 받은 금품 기타 재산상 이익이 소비된 경우에 이를 수재자로부터 추징하기 위한 요건으로 그것이 수재자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사용될 것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인이 학위취득자들로부터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서 실험비 명목의 돈을 받은 이상 이는 배임수재죄로 인하여 취득한 재물이라 할 것이고, 피고인이 실제로 받은 돈을 실험비로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그 세부적인 사용이 수재자인 피고인의 재량에 맡겨져 있던 돈을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이를 추징 대상에서 제외할 것은 아니어서(피고인이 학위논문의 주요부분으로 사용될 실험을 대행하여 그 결과 분석 및 정리의 대가로서 돈을 받았고 더욱이 위 실험이 피고인 실험실의 연구실적으로도 이용된 이상 피고인이 받은 돈을 취득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만, 제1심은 추징액수를 378,000,000원이라고 하였으나 범죄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는 378,700,000원의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이를 추징액으로 정한다.

나.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범행은 적지않은 돈을 받고 실험이나 논문 작성의 주요 부분을 대행하여 학위를 받을 자격이 없는 자들로 하여금 학위를 받게 함으로써 학위 수여 업무의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무너뜨린 것으로 그 죄질과 범정이 모두 매우 무겁고, 피고인이 대행한 실험결과를 사용하여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대학원생이 거의 70명에 이르며 학위취득자들로부터 받은 돈이 4년간 3억 7,870만 원에 이르는 등 범행 규모가 매우 크므로, 어느 모로 보나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피고인에게 이 사건 전까지 범죄전력이 전혀 없고 교수로 임용된 후 성실하게 연구에 매진하여 학술공로대상, 과학기술자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국내·외의 유수한 국제학술지들에 수십 편의 논문을 게재하는 등 빼어난 연구실적을 남긴 점, 한의약의 과학적 효능 분석의 전문가로서 해외 저명 학술지의 편집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국제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점, 피고인이 학위취득자들로부터 받은 돈 대부분이 실험비 및 취약한 상황에서 근무하는 실험실 연구원들의 생활비 보조를 위한 인건비로 지급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비롯하여 이 사건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하면, 제1심이 선고한 징역 2년의 실형은 너무 무겁다고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고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따라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제1심 판결 “범죄사실” 중 제2면 제13행의 “44명”을 “43명”으로, 같은 면 제14행의 “72회”를 “71회”로(검사는 피고인의 범행횟수가 ‘72회’인 것으로 공소제기 하였으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3번과 4번의 범죄사실은, 통장거래내역 사본에 의하면 2002. 10. 8. 공소외 4가 같은 일시에 600만 원을 송금한 것으로 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하나의 범죄사실임에도 이를 2회로 나눠 기재한 것임이 명백하므로 위 두 범행을 하나로 합하고 범행횟수도 이에 따라 변경한다), 제8면과 제9면의 별지 범죄일람표를 본 판결문의 별지 범죄일람표로 변경하는 외에는 각 해당란의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2.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범정이 가장 무거운, 판시 2003. 12. 11. 공소외 12로부터 900만 원을 받은 배임수재죄에 정한 형에 가중)

3. 미결구금일수의 산입

4.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위 파기 사유 참조)

5. 추징

[별지 범죄일람표 생략]

판사 심준보(재판장) 양시훈 김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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