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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방법원 2005. 10. 20. 선고 2005고단391 판결
[배임수재][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이성일

변 호 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이돈명외 8인

주문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이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34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피고인으로부터 금 378,000,000원을 추징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인바,

2004. 8.경 ○○대학교 한의대 대학원 교수인 공소외 2가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개인의사인 공소외 1의 지도교수 및 논문심사위원으로서 공소외 1의 논문작성 지도 및 논문을 심사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피고인에게 공소외 1의 박사학위논문 작성에 필요한 실험대행 및 논문의 주요부분 작성을 의뢰하자 이를 승낙하면서 그 대가로 실험비 명목으로 금품을 받고 더 나아가 피고인도 동일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하는 등 동일 논문을 사용하기로 공소외 2와 공모한 후, 그 즈음 피고인 연구실 소속 연구원을 시켜 실험을 하고 논문원고를 작성한 후 공소외 1에게 건네주어 이를 박사학위청구 논문으로 사용하게 하고, 피고인이 직접 공소외 1의 박사학위논문 심사위원으로 참가하여 논문을 심사하면서, 2004. 11. 27.경 공소외 1로부터 “박사학위논문 작성에 필요한 실험과 논문의 주요부분 작성 등 편의를 제공하여 문제없이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공소외 2를 통하여 금 630만 원을 교부받아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것을 비롯하여 2000. 9.경부터 2004. 12.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박사학위취득자 44명으로부터 2억 7,410만 원, 석사학위취득자 27명으로부터 1억 460만 원 등 총 72회에 걸쳐 부정한 청탁을 받고 합계 3억 7,87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수수한 것이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 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첨부된 통장거래 내역 사본 포함)

1. 공소외 3, 10, 2, 13, 14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사본

1. 공소외 15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l. 피고인 작성의 진술서

1. 입금내역서( 공소외 6, 7, 16), 각 학위논문

소송관계인의 주장

1. 변호인의 주장

변호인은 ① 피고인이 학위생들이나 지도교수로부터 “학위논문 작성에 필요한 실험과 논문의 주요부분 작성 등 편의를 제공받고 문제없이 학위를 취득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은 적이나, 지도교수와 부정한 방법으로 학위를 주자는 취지로 공모한 적이 없고, 수수한 금원은 실험경비에 소요되는 금액을 추산하여 받은 것이며, ② 피고인이 학위논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은 논문의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지도교수의 배임수재 행위에 대하여 피고인이 기능적으로 불가결한 행위기여를 하였다고 볼 수 없고, ③ 학위생이 지도교수를 거치지 아니하고 피고인에게 직접 실험비를 교부한 경우에는 신분있는 자인 지도교수가 아무런 이익을 취한 바가 없어 지도교수에게 배임수재죄가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신분없는 피고인에 대하여도 배임수재죄가 성립하지 아니하며, ④ 지도교수가 학위생으로부터 실험비를 받아서 피고인에게 교부한 경우에도 지도교수에게 실험비 상당의 이득을 취할 의사가 없었고, 실제로 전혀 이득을 취한 바가 없으므로, 역시 신분 있는 지도교수 및 신분 없는 피고인에게 배임수재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부정한 청탁 및 공모여부

배임수증죄에 있어서의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과 이에 관련되어 교부받거나 공여한 재물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사무처리자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해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일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앞서 설시한 증거의 요지란 기재 각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서양 약학을 전공한 자로서, 한의학 교수들이 할 수 없었던 서양의 실험분석 기법을 통하여 한방의학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옴으로써, 그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구성과를 내어 온 사실, 그리고 이러한 성과가 국제학술지 등에 발표되면서 피고인은 그 분야에서 권위자로 인정받아온 사실, 학위를 취득하고자 하는 학위생과 그 지도교수들은 피고인에게 자신의 논문 주제에 관한 실험 등을 의뢰하면서 실험비 명목으로 공소사실 기재의 금원을 교부하였고, 피고인은 실험실의 연구원들로 하여금 그 동안 자신이 성과를 내어 왔던 실험분석 방법으로 실험을 하고 그 실험 결과 및 분석을 정리하여 논문의 형태로 작성한 후 학위생들에게 보낸 사실, 학위생들은 이렇게 받은 결과물에 일부만을 추가하여 자신들의 학위논문을 완성한 사실, 피고인은 이렇게 작성된 학위의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적도 있는 사실, 이렇게 하여 논문을 완성한 학위생들은 거의 대부분 학위를 취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실험분석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전문가로서, 피고인의 실험실에서 나온 시험결과 및 그 분석자료는 그 분야에서 학위를 수여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학위생 및 지도교수들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피고인에게 실험을 의뢰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으로서도 이러한 사정 및 학위생들이 교부하는 실험비 명목의 금원도 사실상 그에 대한 댓가라는 점을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과 학위생들과의 이러한 거래관계가 수년간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서 관행화 되어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고인이 학위생들이나 지도교수들로부터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취지의 부탁을 명시적으로 받은 적은 없었다 하더라도, 묵시적으로 실험비 명목의 금원이 이러한 청탁의 댓가라는 점을 잘 알면서 이를 수수하였고, 지도교수들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피고인에게 실험을 의뢰한 한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공소사실 기재의 청탁 및 공모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여부

변호인의 위 ② 내지 ④의 주장은 피고인이 배임수재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먼저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피건대, 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교수·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함을 목적으로 하고( 고등교육법 제28조 ), 그 목적 달성을 위하여 수업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하여야 하고( 같은 법 제21조 , 제22조 ), 연구소 등을 부설할 수 있으며( 같은 법 제25조 ), 대학에는 교수 등의 교원을 두고( 같은 법 제14조 ), 교원은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 같은 법 제15조 )하여야 하는바, 위 대학의 목적 및 교원의 지위에 비추어 보면 대학의 교원인 교수는 대학으로부터 대학의 교육 및 연구권한을 위임받은 자로서, 위 위임받은 범위에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대학의 교수인 피고인이 학위생들로부터 받은 “학위논문 작성에 필요한 실험과 논문의 주요부분 작성 등 편의를 제공받고 문제없이 학위를 취득하게 해달라” 취지의 부탁은 학위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실험을 대행하여 주고 그 결과를 논문의 주요부분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정리하여 작성하여 달라는 취지의 부탁으로서, 피고인의 대학으로부터 위임받은 교육 및 대학 시설을 이용한 실험을 통한 연구행위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피고인은 배임수재죄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한 위 각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적용법조

1. 선고형의 선택

징역형 선택

1. 경합범 가중

1. 미결구금일수의 산입

1. 추징

1. 양형이유

박사학위 취득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그 댓가로 금원을 수수한 이 사건 범행은, 비록 대학교의 부족한 실험시설과 부족한 실험실 운영비 등으로 인하여 관행적으로 이루어 진 것이라고는 하나, 그 결과 박사학위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고, 정상적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박사학위를 취득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정도 보다는 편법에 대한 유혹과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되어,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아니하지만 그로 인하여 더욱 치유하기 어렵고, 회복하기 어려운 사회적 해악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매우 나쁜 점, 피고인이 서양 약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서양과학적 실험분석을 통하여 동양 한방의학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옴으로써 한방의학의 과학화 및 선진화에 기초를 다지는 등으로 우리 의학계에 커다란 공적을 남김과 동시에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였고, 또한 앞으로 더욱 기여할 것으로 기대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본건 범행에 대하여 엄격한 책임을 물어 연구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가혹한 처사로 보일 여지도 있으나, 현재의 우리 사회는 공적을 세움으로써 명예와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올랐다는 것만으로 존경과 경의를 표하고 모든 잘못을 눈감아 주던 시대를 지나서 이른바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에게 그들의 명예와 사회적 지위의 높이에 맞는 준법성과 도덕성, 양심을 요구하고 있어, 본 재판부로서도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점, 본건 범행에 대하여 엄벌을 함으로써 교육계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죄의식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불법적인 행태에 대하여 경종을 울리고, 양심에 따라 정당하게 학위를 취득한 학위생들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리사욕 없이 묵묵하게 교육과 연구에 몰두해 온 교수들에 대하여 우리사회가 존경과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점, 수수금액이 매우 큰 점 등의 사정을 참작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주문과 같이 실형을 선고한다.

다만, 피고인에게 도주의 우려가 없는 점, 동종 범죄로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과의 형평성, 본건 범행에 대하여 항소심에서 다른 각도에서 다시 평가받아볼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참작하여 법정구속은 하지 아니한다.

[별지 범죄일람표 생략]

판사 황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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