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시가 토지소유자의 승낙없이 도로로 포장하여 주민 및 차량의 통행에 제공한 경우 부당이득의 성부
나. 장래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하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가. 서울특별시가 토지소유자로부터 기부채납 또는 사용승낙을 얻지 못한 채 위 소유자의 토지에 대하여 도로포장공사를 시행하여 주민과 노선버스를 포함한 차량의 통행에 제공하였다면 그 이후부터 서울특별시는 위 토지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토지를 법률상 원인없이 도로의 부지로서 점유관리하고 있고 그로 인하여 임대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고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장래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하기 위하여는 채무의 이행기가 장래에 도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의무불이행사유가 그때까지 존속한다는 것을 변론종결당시에 확정적으로 예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이러한 책임기간이 불확실하여 변론종결당시에 확정적으로 예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장래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할 수 없다.
참조조문
가. 민법 제741조 , 나. 민사소송법 제229조
참조판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연조
피고, 상 고 인
서울특별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정규
주문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부분 중 1986.7.11.부터의 장래이행을 명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이 부가인용한 제1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239평방미터에 대하여 원고가 전 소유자로부터 이를 매수하고 1978.8.24.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것인데 피고가 1979.2.10. 위 토지일부를 분할한 다음부터 이 사건 토지 166평방미터를 포함한 주변의 토지에 대하여 도로포장공사를 시행하여 노폭 6미터 정도의 도로를 개설하였으며, 그 이전부터도 통행로로 이용되어 인근주민과 차량의 통행로로 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위 포장공사 준공 후 1년 남짓 동안은 위 도로상으로 노선버스도 운행한 사실 및 피고가 도로포장공사를 하기로 하고 소유자들로부터 기부채납을 받기도 하였으나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소론은 대법원의 여러 판례를 들어 이 사건의 경우 피고가 위 토지를 사용 수익한 것이 아니거나 원고에게 임료상당의 부당이득금반환청구권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원고로부터 기부채납 또는 사용승락을 얻지 못한 채, 피고가 도로포장공사를 시행하여 주민과 노선버스를 포함한 차량의 통행에 제공하였다면 그 이후부터 피고는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이 사건 토지를 법률상 원인없이 도로의 부지로서 점유관리하고 있고 그로 인하여 임대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 당원 1981.10.24. 선고 81다96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피고가 도로를 개설하기 이전부터 주민들의 통행로로서 이용되고 있었지만 원고나 그 전소유자가 그의 의사에 의하여 도로로 제공한 것이 아니고 토지의 위치, 환경 때문에 자연스럽게 통행로로 이용되고 있었던 것이며, 따라서 원고가 다른 형태로 사용수익을 하지 않은 상태일 뿐이므로 이를 두고 사용수익을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소론이 내세우고 있는 판례들은 시가 도로개설사업을 실시한 일이 없기 때문에 시의 점유를 부정한 것( 당원 1970.8.31. 선고 70다1288 판결 ) 자연발생적인 사실상의 도로에 대하여 시가 아무런 작업없이 다른 이용자들과 더불어 이용하였을 뿐이라 하여 점유를 부정한 것( 당원 1975.12.9. 선고 75다997 판결 ) 토지소유자들이 택지분할을 하면서 도로로 제공한 토지에 시가 공사비의 일부를 부담하여 포장공사를 한 것으로서 시의 점유사용을 부정한 것( 당원 1979.10.16. 선고 78다2086 판결 )등으로서 어느 것이나 이 사건에 적절한 선례가 아니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소론은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기 이전부터 위 토지상에 관습상의 도로가 형성되어 인근주민들이 통행하고 있었다면 전소유자인 소외인은 위 토지에 대하여 무상으로 통행로로 사용하는 것을 용인한 것이고, 이를 알면서 양수한 원고는 그 전소유자의 도로사용 용인의무를 승계한 것이니 부당이득금반환청구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인근주민들이 도로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소유자가 그 토지를 도로로 제공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른 사람들이 무단히 도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그 소유자로서 방치하고 있었다는 것과 소유자로서 사용수익을 명백히 포기한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원심은 원고의 임료상당 부당이득금반환청구를 인용하면서 원심변론종결시까지 그 변제기가 도래한 이후의 시점인 1986.7.11.부터 원고가 구하는 1990.6.10.까지의 부당이득금으로서 매월 금 28,469원(판결이유에서는 금 28,496원이라고 되어 있다)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장래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하기 위하여는 채무의 이행기가 장래에 도래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의무불이행 사유가 그때까지 계속하여 존속한다는 것을 변론종결당시에 확정적으로 예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이러한 책임기간이 불확실하여 변론종결 당시에 확정적으로 예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장래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이행을 명한 1990년까지라는 장래의 기간한정은 의무불이행의 사유가 그때까지 계속하여 존속한다는 보장이 성립되지 않는 불확실한 시점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시기 이전에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수용하거나 도로폐쇄조치를 하여 점유사용을 그칠 수도 있고 원고가 위 토지를 계속하여 소유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가옥명도의 판결을 하면서 그 명도할 때까지 임료상당의 손해배상을 아울러 명하는 경우에 판결의 시점에서 볼 때 명도시기가 불확정하기는 하나 장차 명도라는 사실의 실현을 예정할 수 있어 장래의 이행을 명할 수 있는 것과 그 이치가 다른 것이다. 원심은 이 점에서 장래 이행의 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는 것이다. 논지는 이유 있다.
이에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부분 중 장래의 이행을 명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기각하고, 그 부분의 소송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