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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5.24.선고 2015다77748 판결
약정금
사건

2015다77748 약정금

원고피상고인

A

피고상고인

B

원심판결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5. 12. 1. 선고 2015나1298 판결

판결선고

2016. 5. 2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사문서의 진정성립에 관한 증명 방법에 관하여는 특별한 제한이 없으나 그 증명 방법은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증인의 증언에 의하여 그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경우 그 신빙성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증언 내용의 합리성, 증인의 증언 태도, 다른 증거와의 합치 여부, 증인의 사건에 대한 이해관계, 당사자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12. 9. 선고 2004다40306 판결 등 참조).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이상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경우에는 신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4666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문서의 제출은 원본으로 하여야 하며, 원본이 아니고 단순한 사본만에 의한 증거의 제출은 정확성의 보증이 없어 원칙적으로 부적법하므로, 원본의 존재 및 원본의 성립의 진정에 관하여 다툼이 있고 사본을 원본의 대용으로 하는 것에 대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사본으로써 원본을 대신할 수 없다. 반면에 사본을 원본으로서 제출하는 경우에는 그 사본이 독립한 서증이 되나, 그 대신 이에 의하여 원본이 제출된 것으로 되지는 아니하고, 증거에 의하여 사본과 같은 원본이 존재하며 또 그 원본이 진정하게 성립하였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그와 같은 내용의 사본이 존재한다는 것 이상의 증거가치는 없다. 다만, 서증 사본의 신청 당사자가 문서 원본을 분실하였다든가, 선의로 이를 훼손한 경우, 문서제출명령에 응할 의무가 없는 제3자가 해당 문서의 원본을 소지하고 있는 경우, 원본이 방대한 양의 문서인 경우 등 원본 문서의 제출이 불가능하거나 비실제적인 상황에서는 원본의 제출이 요구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 있으나, 그와 같은 경우라면 해당 서증의 신청 당사자가 원본 부제출이 정당하게 되는 구체적 사유를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6133 판결 등 참조),

다. 그리고 민사소송법 제202조가 선언하고 있는 자유심증주의는 형식적·법률적 증거규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할 뿐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실의 인정은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친 증거능력 있는 증거에 의하여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하여야 하고, 사실인정이 사실심의 재량에 속한다 하더라도 그 한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09다77198, 77204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그 명의의 2009. 9. 30.자 지불각서(갑 제1호증, 이하 '이 사건 지불각서'라 한다), 2009. 9. 30.자 지불약정서(갑 제4호증의 1, 이하 '이 사건 지불약정서'라 한다)의 진정성립을 다투는 이 사건에서, (1) 피고가 대표이사로 있던 주식회사 H(이하 'H'이라 한다)에서 이 사건 지불약정서를 팩스로 전송하였고, H에서 원고에 대하여 채무관계가 있는 사람은 피고 외에는 없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지불약정서는 피고가 작성하여 팩스로 전송한 문서라는 이유로 그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2) 이 사건 지불각서의 내용이 건설업 면허 양수대금 액수 및 채무인수 갈음에 관한 이 사건 지불약정서의 기재와 유사하고 제1심 증인 C이 피고가 이 사건 지불각서에 직접 날인하였다고 증언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지불각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한 다음, (3) 이 사건 지불각서 및 이 사건 지불약정서 등에 기초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약정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실들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1) 이 사건 지불약정서의 상단에 있는 팩스전송내역에 피고가 대표이사로 있던 H에서 2010. 4. 20. 23:08 전송하였다는 내용이 표시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 지불약정서의 상단에는 발신처가 표시되지 않은 채 2010. 5. 10. 오후 1:48에 전송하였다는 내역도 함께 표시되어 있으므로, ① 이 사건 지불약정서는 H에서 바로 원고에게 팩스로 송부된 것이 아니라, H에서 2010. 4. 20. 불상의 수신자에게 이 사건 지불약정서를 발신하고, 그 수신자가 20일이 경과한 2010. 5. 10. 원고에게 이 사건 지불약정서를 그대로 전송하였다고 볼 수 있는데, 피고가 이 사건 지불약정서를 작성하였다면 원고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를 송부할 이유가 뚜렷이 없으므로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교부하기 위하여 이 사건 지불약정서를 작성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② H에서 2010. 4. 20. 불상의 문서를 팩스로 발신하고, 그 수신자가 그와 같이 수신한 문서의 상단에 인쇄된 수신일시만 사용하여 이 사건 지불약정서를 작성한 후 원고에게 전송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불상의 수신처를 거쳐 원고에게 전송되었고 그 내용마저 수정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 H에서 2010. 4. 20. 문서를 발신하였고 H에 피고 외에는 원고에 대하여 채무관계가 있을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팩스기기에서 출력된 문서인 이 사건 지불약정서가 피고에 의하여 작성되어 전송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2) 한편 원고가 2010. 5. 10. 오후 1:48 전송받은 이 사건 지불약정서에는 피고의 신분증 사본이 첨부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 사건 지불약정서에 기재된 첨부서류 항목에는 피고의 신분증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며, 피고의 신분증 사본이 H에서 전송된 시간은 이 사건 지불약정서 및 다른 첨부서류들보다 10분 정도 늦은 시각으로 표시되어 있고, 일련번호도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아니하여 피고의 신분증 사본이 처음부터 이 사건 지불약정서에 관하여 전송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또한 이 사건 지불약정서 상단에 표시된 팩스전송내역 중 H에서 전송된 문서의 일련번호는 1번부터 8번까지 존재하는 것으로 인쇄되어 있으나 2번 서류는 제출되지 않았다.

(3) 또한 이 사건 지불약정서에는 피고가 2009. 11. 3. 원고에게 3,000만 원을 인터넷뱅킹으로 입금한 내역이 기재된 원고 명의의 통장사본이 첨부되어 있다. 그러나 피고가 스스로 이 사건 지불약정서를 작성하면서 원고에게 송금한 사실을 증빙하려면 그 송금 내역이 기재된 피고 명의의 통장사본 또는 피고의 인터넷뱅킹 내역을 첨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송금 상대방인 원고 명의의 통장사본을 첨부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위 통장은 2008. 8. 7. 발행된 것인데 원고는 이미 2008. 1. 23. 피고에게 D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를 양도하고 등기부상 임원의 지위에서도 사임하였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지불약정서를 전송할 무렵 원고 명의의 위 통장을 소지하고 있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4) 제1심 증인 C은 2009. 9. 30. 원고, 피고와 함께 정산할 당시 D을 양수하기 전까지 D의 건설업면허를 이용한 대가로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부금비율을 15%로 하자고 요구하였다가 피고로부터 너무 높다는 항의를 받았고, 또한 16%는 들어보지 못하였다고 증언하였다. 그럼에도 이 사건 지급약정서에 첨부된 총괄공사 정산서에는 피고의 부금비율이 16%로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15%의 부금비율에 대하여 너무 높다고 항의하던 피고의 종전 태도와 모순되는 내용이다.

(5) 결국, 원심이 인정한 것과 달리, 이 사건 지불약정서의 상단에 표시되어 있는 팩스전송내역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지불약정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팩스로 전송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피고가 이 사건 지불약정서를 작성하였다는 사실과 어긋나는 다른 사실들이 인정되므로, 사본에 불과한 이 사건 지불약정서의 진정성립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나. (1) 원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1억 3,000만 원을 3회로 분할하여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기재된 지불각서의 '사본'을 갑 제1호증으로 제출하였는데, 피고가 답변서에서부터 일관되게 갑 제1호증이 위조되었다고 주장하며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고 있었음에도, 원고는 제6차 변론기일에 이르러서야 피고가 갑 제1호증 지불각서를 작성한 후 원본을 가져가고 원고에게는 사본을 교부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채무를 이행할 것을 약속하는 취지의 지불각서를 작성한 후, 채권자에게는 사본을 교부하고 채무자가 원본을 가져간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지불각서에 인감도장을 날인하고,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도록 요구하였다고 주장하였는데,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까지 요구하면서 원본이 아닌 사본을 교부받았다는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만으로는, 원고가 갑 제1호증의 원본을 제출하지 못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이 사건 지불각서는 작성일이 2009. 9. 30.로 기재되어 있고, 원고, 피고 및 C이 함께 작성한 정산확인서(이하 '이 사건 정산확인서'라 한다)는 작성일이 2009. 10. 25.로 기재되어 있는데, 원고는 이 사건 정산확인서의 작성일이 2009. 9. 25.의 오기이고 이 사건 정산확인서를 먼저 작성한 후 5일 뒤에 다시 정산하여 이 사건 지불각서를 작성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이 사건 정산확인서에는 "차후 새로이 발생되는(2009년 10월 31일까지 확인되는 금액에 한함) 정산액에 대하여는 별도 계상하기로 한다."고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정산확인서를 작성한 후 2009. 10. 31.이 아닌 2009. 9. 30. 다시 모여 정산할 이유가 없어 보이고, ② 원고, 피고 및 C은 D의 양도양수 당시를 기준으로 공사비용(부금포함), 채권채무 거래차액, 건설업면허 양도양수대금 등을 정산한 후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금액을 81,065,951원으로 확정하여 이 사건 정산확인서를 작성하고 3인이 모두 서명하였는데, 이후 그와 다른 내용으로 다시 정산하였다.면 3인이 새로 합의한 정산결과를 기재한 확인서를 다시 작성하고 3인이 모두 서명하여야 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피고만 구속력을 받는 형식인 피고 단독 명의의 지불각서를 작성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③ 이 사건 정산확인서에서는 공사비용(부금포함), 채권채무 거래차액 등을 모두 포함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정산금을 81,065,951원으로 원 단위 금액까지 구체적으로 정하였는데, 그로부터 불과 5일 만에 다시 정산하면서 공사비용, 채권채무 거래 차액 등에 관하여 어떠한 언급도 없이 건설업면허 양도양수대금만 1억 3,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였다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려우므로,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피고는 2009. 11. 3. 원고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이는 이 사건 정산확인서에 정산금 중 1회 분할금의 변제기가 2009. 11. 5.로 기재되어 있는 것을 따른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지불각서에 기재된 분할금의 변제기는 그보다 한 달이나 이후로 기재되어 있는데 피고가 변제기를 한 달이나 남겨두고 미리 원고에게 정산금을 지급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4) 제1심 증인 C은 2009. 9. 30. 원고, 피고와 함께 공사부금 및 D 양수대금에 관하여 정산한 후, 자신이 컴퓨터로 이 사건 지불각서를 작성하고 피고에게 날인하라고 하니 피고가 차에 가서 도장을 가지고 와서 날인하였다고 증언하였다. 그러나, ① 피고가 이 사건 지불각서 외에 다른 문서에 위 도장을 사용한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위 도장은 원고가 제출한 이 사건 지불약정서의 인영과도 다르고, ② 원고, 피고 및 C은 이 사건 정산확인서를 작성하면서 모두 날인하지 아니하고 서명하였는데, 피고가 이 사건 지불각서에는 서명하지 않고 굳이 차에 다시 가서 인감도장도 아닌 도장을 가져와 날인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할 뿐 아니라, ③ C은 원고가 실질적인 사주로 있던 D에서 대표이사로 있다가 원고가 피고에게 D을 양도하자 사임한 사람으

로서, 원고를 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정산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이므로,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지불각서의 진정성립에 관한 증인 C의 증언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5) 결국, 원고는 이 사건 지불각서에 대하여 원본을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원본 부제출을 정당하게 하는 구체적 사유를 주장 · 증명하지도 아니하였으므로, 그와 같은 내용의 사본이 존재한다는 것 이외에 피고의 약정사실을 증명하는 증거로서의 가치는 없고, 증인 C의 증언에 신빙성을 인정하기도 어려우며, 오히려 성립이 인정된 이 사건 정산확인서와 비교하면 그 형식 및 내용이 배치되므로, 이 사건 지불각서 역시 그 진정성립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4.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반하는 앞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지불각서 및 이 사건 지불약정서의 진정성립을 잘못 인정하고, 그 전제에서 피고가 이 사건 지불약정서에 의하여 약정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처분문서의 진정성립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사유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이기택

대법관이인복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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