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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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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2009. 9. 16. 선고 2008노5155 판결
[배임수재][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쌍방

검사

조찬만

변 호 인

변호사 조준연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1999년경부터 2000년경까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화성공장지회 지회장으로 재직하다가 2002. 2. 25.경부터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에 있는 9개의 계파 중 하나인 기아자동차 민주노동자회(이하 ‘기노회’라고 한다)의 화성공장 부의장, 2003. 6. 11.경부터 2003. 11.경까지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대의원, 2003. 7. 13.경부터 기노회의 중앙집행위원장, 2005. 1.경부터 2007. 1.경까지 기노회 중앙의장으로 각 재직한 자이고, 기노회는 ‘노동자 민중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하여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한 계파로서 출범한 후, 회사 측과의 임금·단체협상 등 각종 노사협상이 진행됨에 있어 집행부 또는 기노회 소속 교섭위원들을 통해 기노회의 의견이 관철되도록 하는 한편 협상타결안에 대한 조합원 전체 찬반투표에서도 계파의 영향력을 통해 조합원 전체의 여론을 형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노사관계에 대한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온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내의 최대 계파인데, 이와 같은 기노회의 간부인 피고인으로서는 사용자인 기아자동차 주식회사의 경영진과의 임금·단체협약 등 각종 노사교섭 등이 진행될 때에 기노회의 의견을 사용자 측에게 전달하거나 또는 교섭위원으로 선발된 기노회 소속 대의원들을 통해 사용자 측에게 전달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의견의 관철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노사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전체 노조원들의 찬반투표에 있어 잠정합의안에 대한 기노회 소속 회원들의 찬반의견을 내부적으로 형성하고 그 의견을 전체 노조원들에게 적극 홍보하여 이를 관철시키는 임무에 종사하므로 기노회 소속 회원들 및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조합원 전체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 2002. 5. 말경부터 2002. 6. 초순경까지 사이에 평택시 이충동에 있는 피고인의 주거지 인근 도로 위에서, 2002년도 임금·단체협약의 교섭 진행 중 ‘주 40시간 근로’, ‘퇴직금 누진제 실시’,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구성’ 등의 현안에 대한 노사간 의견충돌로 인해 부분 파업 등이 발생하자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공장장인 공소외 1로부터 기노회 소속 대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위와 같은 안건들에 대하여 회사에 더 이상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고 위 협상이 원만하게 조속히 타결될 수 있도록 잘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즉석에서 현금 30,000,000원을 교부받아 이를 취득하고,

나. 2003. 7. 하순경부터 2003. 8. 초순경까지 사이에 평택시 이충동에 있는 피고인의 주거지 인근 도로 위에서, 2003년도 임금협상 교섭 진행 중 4명당 1명의 조장을 배치하는 팀제 도입 안건 등으로 협상 진행에 어려움이 발생하자 공소외 1로부터 기노회 소속 대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위와 같은 안건들에 대하여 회사에 더 이상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고 위 협상이 원만하게 조속히 타결될 수 있도록 잘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즉석에서 현금 20,000,000원을 교부받아 이를 취득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이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 각 증거를 종합하여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10월을 선고하였다.

3.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① 피고인은 공소외 1로부터 2회에 걸쳐 5,000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 자체가 전혀 없다. 이에 반하는 공소외 1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

② 만일,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5,000만 원을 수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인은 기아자동차 노동조합과는 전혀 별개의 단체인 기노회의 간부에 불과하였고, 직접 청탁의 대상이 된 사무인 노사협상과 관련된 사무는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사무일 뿐 피고인이 기노회 회원들이나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원들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기노회로부터 부여받은 임무와 관련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0월)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이 선고한 위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4.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기초적인 사실관계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은 1991. 6. 17. 기아자동차에 입사하여 1995년 여름경부터 1997년 하반기까지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화성지부 쟁의부장으로, 1999년 여름경부터 2001년 여름경까지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화성지부 지부장으로 각 활동하다가, 2002. 2. 25.경부터는 기노회의 화성공장 부의장으로, 2003. 6. 11.경부터 2003. 11.경까지는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대의원으로, 2003. 7. 13.경부터는 기노회의 중앙집행위원장, 2005. 1.경부터 2007. 1.경까지는 기노회의 중앙의장으로 각 재직하였다.

공소외 1은 1973년경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2001. 10. 13.경까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지원사업부 담당 상무로 재직하다가 기아자동차로 전직하여 2001. 10. 13.경부터 2003. 12. 19.경까지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공장장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하여 2005. 6.경부터 현재까지 자동차부품 하청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2) 기노회는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에 속해 있는 9개의 계파 중 하나로서 2000년경 출범하여 현재 소속 노조원은 약 250명 정도이고, 조직은 중앙위원회 및 운영위원회(기아자동차 3개 공장, 판매지부, 정비지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노회의 규약상 부의장은 의장을 보좌하고 유고시 위촉에 의하여 의장의 직무를 대행하고(의장의 임무 : 1. 본 회를 대표하고 업무 일체를 총괄지휘 감독한다. 2. 각종 회의를 소집하고 의장이 된다. 3. 중앙 집행 실, 부서장의 임면권자가 된다), 중앙집행위원장은 의장, 부의장을 보좌하며 본 회의 업무 일체를 관장하고 부서를 통괄하고 본 회의 각종 회의 일체를 주관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3) 한편, 기아자동차 노사간의 임금에 관한 협상은 먼저 노동조합의 집행부가 임금협약에 대한 안을 작성하여 노동조합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최종 안을 심의·확정한 후 이를 회사에 통보하고, 회사는 노동조합의 안을 검토하고 노동조합의 교섭위원 16명과 협상을 진행하여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잠정합의안에 대하여 노동조합 전체 총회에서 표결을 거치는 과정으로 진행되어 왔다.

(4)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수사는 검찰에서 2006년경 기아자동차 불법자금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공장장으로 재직하였던 공소외 1이 회사의 비자금 중 일부가 노사관계에 사용되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개시되었고, 공소외 1은 검찰에서 노사협상이 회사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원만히 타결될 수 있도록 피고인에게 2회에 걸쳐 합계 5,000만 원을 교부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피고인은 시종일관 자신에 대한 배임수재 혐의를 전면 부인하였다.

나. 피고인이 5,000만 원을 받은 사실의 인정 여부

피고인이 5,0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입증할 유일한 직접 증거인 공소외 1의 진술의 신빙성을 살핀다.

① 공소외 1의 진술은, 청탁의 내용이나 지급 시기, 장소 등에 관하여 일관되지 못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이 피고인에게 2002년경 3,000만 원 및 2003년경 2,000만 원을 지급하였다는 부분만큼은 검찰 이래 당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고 있는 점, ② 피고인은 1995년경부터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쟁의부장 내지 지부장으로 활동하였고, 2000년경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계파 중 하나인 기노회가 출범한 이후부터는 기노회의 간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여 온 점, ③ 피고인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중 2003. 5.경 자신의 모친 전세보증금으로 2,000만 원을 마련하여 준 사실과 자신의 예금계좌에 2,000만 원이 입금된 사실이 드러나 그 자금 출처에 대하여 자료 제출을 요구받았음에도 이를 거부하였던 점(수사기록 611쪽), ④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2006년경 기아자동차 불법자금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공소외 1이 비자금 사용처를 밝힘에 따라 개시된 것으로서 그 인지 경위가 자연스러우며, 공소외 1이 일부러 피고인을 모함할 만한 동기나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공소외 1의 진술 중 자신이 피고인에게 2002년경 3,000만 원 및 2003년경 2,000만 원을 지급하였다는 부분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공소외 1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2002년경 3,000만 원 및 2003년경 2,000만 원 합계 5,000만 원을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된다.

다.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

(1) 형법 제357조 제1항 소정의 배임수재죄는 재물 또는 이익을 공여하는 사람과 취득하는 사람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개재되지 않는 한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인데, 여기서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청탁을 의미하므로 청탁한 내용이 단순히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에 불과하다면 사회상규에 어긋난 부정한 청탁이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이러한 청탁의 사례로 금품을 수수한 것은 배임수재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 1982.9.28. 선고 82도1656 판결 등 참조). 또한 배임수재죄에 있어서 “임무”라 함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위탁받은 사무를 말하나 그 위탁관계로 인한 본래의 사무뿐만 아니라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범위 내의 사무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82.2.9. 선고 80도2130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기노회 소속 대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임금협상의 안건들에 대하여 회사에 더 이상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고 위 협상이 원만하게 조속히 타결될 수 있도록 잘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았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바,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나마 위와 같은 청탁을 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 살핀다.

(가) 인정을 뒷받침하는 사정

① 피고인은 기아자동차에 입사한 직후부터 노조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1995년경부터 2001년경까지 노동조합 화성지부 쟁의부장 또는 지부장직을 역임하는 등 노동조합의 간부로서 활동하여 온 점, ②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내에는 뜻을 같이 하는 조합원들이 모여 만든 9개의 계파가 존재하는데(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계파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계파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조합원들도 있다), 2000년경 출범한 기노회는 그 계파들 중 다수의 조합원들로 구성되어 있어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시키기 위해 노동조합에게 사실상 영향력을 미치는 단체로서 존재하고 있으며, 피고인은 기노회 출범 당시부터 기노회에 가입하여 화성공장 부의장, 중앙집행위원장, 중앙의장직을 역임하면서 기노회의 간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여 온 점, ③ 앞에서 인정된 바와 같이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2002년경 및 2003년경 교부받은 돈의 액수가 합계 5,000만 원에 이르는 거액임에도 피고인은 공소외 1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무엇인가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금원을 교부하였고, 피고인도 그와 같은 정을 알면서 위 돈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나) 인정에 방해가 되는 사정

① 청탁내용에 관한 공소외 1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그 내용이 불분명하다.

공소외 1은 2002년경 3,000만 원의 금품지급사실과 관련하여 2006. 5. 11. 검찰 조사에서는 “기노회 소속 대의원이 협상담당자로 지정된 항목의 노사협상이 회사 측에 유리하게 타결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고 로비하라는 본사의 연락을 받고 돈을 준 것이다”라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8쪽), 2006. 1. 17. 검찰 조사에서는 “기노회 대의원이 많기 때문에 화성공장 기노회 의장인 피고인에게 돈을 주면서 화성공장에서 올라간 기노회 소속 대의원이 협상담당자로 지정된 항목에 관하여 회사 측에 유리하게 타결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라고 진술하였으며(수사기록 109쪽), 이후 이루어진 2007. 2. 5. 및 2007. 4. 6. 검찰 조사에서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원심 및 당심 법정에 이르러서는 “부임해 보니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와는 노사문화가 너무 달라 화성공장의 노사문화를 바꾸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여 최대 계파인 기노회 소속 피고인을 선택하여 피고인이 조직관리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하여 돈을 교부한 것이다”라고 진술하거나(공판기록 387쪽) “당시 화성공장에 안전사고가 많이 일어나서 수시로 라인을 세우고 분위기가 안 좋았기 때문에 조직을 설득해서 분위기를 개선시키고 라인을 세우지 않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금원을 교부한 것이다”라고 진술하는 등(당심 증언) 청탁내용에 관한 진술을 번복하였다.

공소외 1은 2003년경 2,000만 원의 금품지급사실과 관련하여서는 2006. 5. 11. 및 2007. 1. 17. 검찰 조사에서는 노사협상이 회사 측에 유리하게 타결되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면서 금원을 교부한 것이라고 막연하게 진술하다가 2007. 2. 5.자 3차 검찰 진술에서 처음으로 “기노회 소속 회원인 공소외 2가 발의한 팀제 운영안이 임금단체협상 안건으로 채택되지 않고 그대로 철회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는 취지로 피고인에게 2,000만 원을 지급한 것이다”라고 그 지급경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는데, 위 금원 지급 당시 공소외 2는 기노회 소속 회원이 아니었고, 노조의 대의원도 아니었으며, 또한 팀제운영안이 2003년 임금협상 안건 중의 하나로 채택되어 있었으나 위 안건은 그 당시 기노회가 아닌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조합장 선거에서 승리한 계파인 ‘미래를 여는 노동자협의회’가 대의원대회에 핵심 요구안으로 상정한 것으로서 대의원도 아닌 공소외 2의 발의로 팀제 운영안이 채택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므로, 위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

② 공소외 1은 피고인이 기노회에서 맡은 직책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소외 1은 피고인이 기노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노사협상 과정에 피고인의 영향력을 이용하기 위하여 금품을 지급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나, 4차례에 걸친 검찰 조사에서는 피고인의 지위에 대해 기노회 화성공장 의장이라고 진술하다가 원심 법정에 이르러서는 피고인이 기노회 화성공장 의장인지 부의장인지 정확히 몰랐다고 진술하였고, 당심 법정에서는 피고인이 기노회의 화성공장 전임 의장으로서 영향력이 강한 인물이었다고 진술하는 등 금품 교부 당시 피고인의 기노회의 간부인지 여부도 제대로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③ 금품 지급 시기와 관련한 진술이 번복되고 있다.

공소외 1은 금품지급시기와 관련하여 2002년경 3,000만 원에 대하여는 2007. 2. 5.자 3회 검찰 진술에 이르기까지 “임금단체협상이 진행 중이던 2002. 6.경부터 2002. 7.경 사이에 피고인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였다”고 진술하다가 2007. 4. 6.자 4회 검찰 진술 이후부터는 통상 노사협상 시작 1, 2주 내에 본사에 로비자금을 요청하고 노사협상 2-4주가 지날 무렵 피고인을 만나 3,000만 원을 전달하였다는 진술을 추가하면서 금품지급시기를 노사협상 시기에 맞추어 2002. 5. 하순에서 2002. 6. 초순까지로 번복하였고, 2003년경 2,000만 원에 대하여는 2007. 1. 17.자 2회 검찰 진술에 이르기까지 “2003. 6.경부터 2003. 7.경까지 사이에 피고인에게 2,000만 원을 지급하였다”고 진술하다가 2007. 2. 5.자 3회 검찰 진술 이후부터는 실제 이루어진 임금단체협상 시기를 확인한 이후에야 그 지급시기를 2003. 7.경부터 2003. 8.경까지로 번복한 점에 비추어 금품을 지급한 시기에 관한 공소외 1의 진술도 믿기가 어렵다.

④ 5,000만 원의 자금을 조성한 경위가 불분명하다.

2001. 8.경부터 2005. 8.경까지 기아자동차 재경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노사문제 해결과 관련한 로비자금을 각 공장장에게 지급하는 역할을 담당하여 온 구태환은 검찰에서 “ 공소외 1은 2001. 10.경부터 2003. 12.경까지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장으로 근무하였는데, 노사문제와 관련하여 공소외 1에게 매년 3-4회씩 비자금을 준 사실이 있고 1회에 2,000만 원 내지 5,000만 원씩을 지급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이에 반하여 공소외 1은 “2회에 걸쳐 피고인에게 지급한 합계 5,000만 원 이외에는 재경본부장으로부터 특정한 목적을 위한 노무비를 받아 이를 집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구태환과 공소외 1의 진술은 로비자금의 교부 횟수, 액수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⑤ 피고인이 그 무렵 회사 측에 유리하도록 스스로 발언을 하거나 다른 노조원들을 설득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공소외 1은 2007. 2. 5. 검찰 조사에서 “기노회에서 제일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돈을 준 것인데, 실제적인 도움은 별로 없었다”(수사기록 246쪽)고 진술하는 한편, 2003년경 지급된 2,000만 원과 관련하여 “2,000만 원을 준 이후 피고인으로부터 ‘ 공소외 2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잘 되지 않는다, 노력은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기노회 소속 교섭대의원 공소외 3으로부터도 ‘피고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현장 정서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라는 말도 들었다”(수사기록 251, 252쪽)라고 진술한 바 있으나, 원심 법정에서 공소외 3은 증인으로 출석하여 “2003년 노사협상 과정에서 공소외 1과 팀제 운영안에 대하여 대화를 나눈 사실이 없고, 피고인으로부터 팀제 운영을 철회하거나 완화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바 없다”(공판기록 132쪽)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또한 공소외 1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조직적으로 도와준 적이 없고, 기노회에서 반대하는 것에 대해 특별히 피고인이 기노회에 힘을 쓴 것 같지는 않다”(공판기록 94쪽)라는 취지로 진술하거나 “2002년경 피고인에게 돈을 준 후 그 효과가 전혀 없었다”(공판기록 390쪽)고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이 그 무렵 회사 측에 유리하도록 발언을 하거나 다른 노조원들을 설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 소결론

형사재판에서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6110 판결 등 참조).

위에서 드러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나마, 기노회 소속 대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임금협상 안건이 원만하게 조속히 타결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았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3) 나아가 피고인이 기노회에서 위탁받은 “임무와 관련하여” 청탁을 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 살핀다.

위 인정사실과 기록에 의하여 드러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당시 기노회의 화성공장 부의장 또는 기노회의 중앙집행위원장의 사무를 담당하였고, 그 규약상 임무를 보면 기노회 내의 업무 일체를 관장하고 부서를 통괄하고 각종 회의 일체를 주관하거나 이를 보좌하도록 되어 있을 뿐 노동조합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지는 아니한 점, ② 기노회는 그 소속 조합원 수가 많은 관계로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내 유력한 계파를 형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노동조합과는 전혀 별개의 단체이며 노동조합의 임원 구성에도 공식적으로는 관여할 수 없는 점, ③ 임금 및 단체협상과 관련된 임무는 교섭위원으로 선정된 대의원들이나 노동조합 집행부의 임무일 뿐 기노회 간부의 임무로 볼 수 없음이 명백한 점, ④ 피고인이 공소외 2(앞서 본 바와 같이 당시 기노회원은 아니었다) 등 평소 알고 지내던 노조원들에게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피고인의 개인적 인간관계를 이용하는 것일 뿐 기노회 간부의 임무와는 관련이 없다고 보여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기노회로부터 위탁받은 본래의 사무 또는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범위 내의 사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은 것으로 볼 수도 없다.

5.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다.

그렇다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1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제4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최재혁(재판장) 이은정 김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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