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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6. 8. 19. 선고 86도1080 판결
[강도상해][공1986.10.1.(785),1269]
판시사항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판결요지

형사재판에서의 유죄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임기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 및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원심이 유지한 제1심 판결은 그 이유에서, 피고인이 1985.6.26. 00:30경 서울 마포구 염리동 151소재 동도중학교의 맞은 편 서강대학교앞 인도(공소장에는 동도중학교 맞은편 인도라고 하였다)에서, 피해자 (여, 47세) 가 성명불상여자에게 동도중학교가 어디냐고 묻는 것을 보고,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길을 가르쳐 주겠다고 하면서 피해자를 위 중학교 정문까지 동행하여 그 정문 옆 구석진 곳에 밀어넣고, 길을 가르쳐 주었으니 일당을 내놓으라고 하며 피해자의 목을 조여 항거불능케 한 다음, 피해자의 손지갑을 빼앗아 뒤져보았으나, 돈이 없자, 피해자의 멱살을 붙잡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땅에 넘어뜨려 발로 허리와 엉덩이를 차서 피해자에게 전치 약 10일간의 우측안면좌상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는 범죄사실을, 증인 이상각, 피해자의 각 법정진술 및 검찰에서의 진술기재, 제1심의 현장검증조서의 기재, 의사 신현수 작성의 소견서의 기재 등을 종합하여 인정하였고, 원심판결은 위 증거들 및 특히 피해자 의 경찰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범행장소에 가게 된 동기, 택시에서 하차한 지점 등에 관한 진술내용에 다소 석연치 아니하거나 모순되는 점이 있기는 하나, 그 점만으로는 피해상황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제1심 판시 범죄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2. 기록에 의하여 원심 및 제1심이 유죄의 증거로 인용한 증거들을 살펴보면 피고인을 체포하였다는 이상각의 진술은 그 전후진술 취지에 비추어 피고인의 범행현장을 목격하였거나 피고인이 범행현장에서 도망하는 것을 직접 목견하고 추격하여 체포하였다는 내용은 아니며, 다만 범행장소를 지나다가 피해상황 및 범인의 인상착의에 관한 피해자의 말을 듣고 범인이 도망하였다는 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500미터 가량을 가다가 피고인을 불심검문하여 연행하였다는 내용에 불과하고, 제1심의 현장검증조서는 위 이상각의 진술을 토대로 하여 작성한 현장상황에 관한 것이고, 의사 신현수 작성의 소견서는 피해자가 입었다는 상처의 부위 정도에 관한 것이어서 어느 것이나 피고인을 범인으로 단정할만한 증거가 될 수 없는 것들이므로 원심이나 제1심이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증거는 피해자 의 경찰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의 진술 뿐인바, 그의 진술은 첫째, 택시에서 하차한 지점과 피고인을 처음 만났다는 장소에 관하여 확실성과 일관성이 없다. 즉 기록에 의하면 경찰에서는 최초에 동도중학교 부근이라 했다가 현장검증때에는 서강대학교 근방 광성고등학교 입구라 했고, 검찰에서는 다시 동도중학교 근처라 했다가 제1심 및 원심법정에서는 서강대학교 앞이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제1심의 현장검증조서에 의하면 서강대학교와 동도중학교의 위치가 서로 맞은 편이거나 근처는 아니며 무려 1킬로미터 가량이나 떨어져 있고 걸어서 15분쯤 걸리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음이 분명할 뿐더러,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해자는 동도중학교가 있는 근방의 지리를 잘 알고 있었던 사정이 엿보이므로 그 장소 상호간에 착각을 일으킬만한 곳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남영동에서 택시를 타고 오다가 내린 지점 및 범인을 최초에 만났던 장소에 대하여 처음에는 동도중학교 부근이라고 했다가 이와 상당한 거리가 있는 서강대학교 앞이라고 바꾸어 진술한 것은 만일 피고인을 만난 장소가 동도중학교 부근이었다면 그 곳의 지리를 능히 알고 있었음직한 피해자로서 피고인에게 동도중학교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피고인이 길을 가리켜 주겠다하여 범행장소까지 함께 걸어가게 된 것이라는 진술부터 의심스럽게 되고 피고인과 함께 걸었다는 거리가 얼마 되지 않고 따라서 시간적으로 범인의 인상착의를 관찰할 수 있는 여유도 없었을 것이 당연하여 범인의 인상착의에 관한 자기의 진술이 정확성을 의심받게 되자 그 진술의 정확성과 확실성을 고집하려고 꾸며대는 진술이 아닌가 의심된다. 둘째, 피해자는 범인과 만나 범행장소까지 함께 간 경위에 대하여 범인에게 동도중학교가 어디냐고 물어본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진술하고 있으나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동도중학교 맞은 편에서 불과 60여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수정여인숙이라는 곳에 자주 드나들면서 선 기사라는 사람과 여러번 동숙한 사실이 있었음이 인정되고 이 사건으로 동도중학교 맞은 편에 위치한 마포경찰서 염리파출소에 연행된 때에도 즉시 위 수정여인숙에 머물고 있던 선 기사라는 사람에게 연락을 취하여 오게 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동도중학교의 위치와 그 부근의 지리를 잘 알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범인에게 동도중학교의 위치를 물어 길을 가리켜 준다기에 범행장소까지 함께 가게 되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매우 의심스럽고 그밖에 피해자는 동도중학교 앞을 찾아가게 된 이유에 대하여도 친정 사촌언니를 만나기 위해 간 것이라고 진술하지만 밤 12시를 넘은 시각에 찾아가면서 미리 연락을 취하고 간 것도 아닌데다 그집의 위치조차 모른다는 것이어서 무엇인가 진실을 숨기고 있는 진술인 것이 역력하므로 이러한 점들을 모두어 생각하면 범인의 인상착의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 역시 그 진실성과 확실성이 매우 의심스럽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3. 형사재판에서의 유죄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장소 근방에서 같은 밤 시각에 비슷한 방법으로 범행한 전과가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또 피해자가 시종일관하여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점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범인일 수 있다는 의심이 일기는 하지만, 피해자의 진술내용은 위에서 지적한 몇가지 의문점 때문에 범인이 바로 피고인이었다고 인정하기 위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라고 볼 수 없으니, 결국 원심이나 제1심의 판단은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에 위해하여 의심스러운 증거만으로 유죄인정을 한 것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준승(재판장) 오성환 이병후 윤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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