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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6. 4. 8. 선고 86도106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공1986.6.1.(777),772]
판시사항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판결요지

형사재판에서의 유죄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해진, 박승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과 변호인의 각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1.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시의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은, 피고인이 그 소유의 마크4 승용차를 운전하고 1984.3.15. 23:40경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로타리 방면에서 같은동 소재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방면으로 진행하던중 같은동 3가76의 1 소재 라이프 종합구판장 앞길에 이르렀을 때 그곳 오른쪽 길가에서 용달차 뒷바퀴 교체작업을 하고 있던 피해자 장문순을 위 자동차의 앞범퍼로 충돌하여 땅에 넘어뜨림으로써 그에게 약 20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대퇴골 복잡골절상을 입게 하고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다는 것인바, 원심판결은 그 이유에서 누군가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1984.3.15 밤에 위 라이프 종합구판장 앞길에서 피해자 장문순을 치어 전치 20주의 좌측대퇴골 복잡골절상을 입히고 그대로 도주하였는데, 피고인이 그날 밤까지 위 차를 운전하고 다녔던 것은 피고인도 자인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그가 동일 23:30경 귀가한 후에 위 차를 도난당하였고, 그 절취범이 차를 운행하다가 위 장문순을 친 것인지 아니면 피고인이 위 사고를 낸 후 도주한 것인지가 문제라고 전제한 후,

(1) 목격자 우승동의 증언에 의하면, 사고차량의 운전사가 그 당시 양복과 흰 와이샤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하는데 이는 피고인이 자인하고 있는 그날 밤 피고인의 복장과 일치하며,

(2) 사고장소도 피고인의 집이 있는 성산동으로 가는 방향의 차선상이고,

(3) 사고차량이 발견된 곳은 사고현장에서 10분 가량 거리의 당산동 소재 철우아파트내인 바, 마침 그 아파트엔 피고인이 전에 경영하던 술집종업원 장모여인이 거주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그곳을 범행차량의 유기장소로 택하였을 가능성이 있으며,

(4) 위 사고차량이 처음 발견될 당시에 차의 내부장치엔 파손이 없었고 앞문은 모두 시정되어 있었고 오른쪽 뒷문만 열려 있었던 것으로 보아 단순한 차량절도범의 소행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5) 피고인이 차량도난신고를 하고서도 사고발생 후 4일 후에야 비로소 경찰에 출두한 것으로 보아 피고인은 사고당시에 입은 상처가 치유되기를 기다리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가며,

(6) 사고당일의 행적에 관하여 피고인은 그날 18:00부터 20:00경까지 안명균을 만났다고 하나 안명균의 진술에 의하면 그날 20:00경에 만났다가 헤어졌다고 엇갈리는 진술을 하고 있고, 그 후에 피고인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사는 박홍수를 만나기 위해 가서, 23:00에 아파트 근처에 있는 공중전화를 이용하여 위 박홍수와 통화하려 하다가 못하였다고 하나 이를 믿기 어렵고,

(7) 피고인이 사고당일 위 승용차를 집밖에 세워두었다고 하나 피고인은 전에도 승용차를 도난당한 사실이 있고, 또 약 1개월 전에 본건 사고차량의 열쇠를 도난당한 사실이 있으며 집안에 주차할 장소가 있음에 비추어 도난위험이 있는 집밖에 차를 세워두었다는 주장은 믿을 수 없으므로, 위 각 증거와 제1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각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인의 제1심판시 범죄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하여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2.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경찰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범행을 부인하고 자신이 1984.3.15 위 승용차를 운전한 것은 사실이나 당일 23:00경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출발하여 잠수교, 육군본부, 강변도로를 거쳐 23:30경 귀가하였을 뿐 사고장소를 지나온 사실조차 없으며, 당초 경찰조사에 의해 사고발생 시각이 1984.3.16. 01:30이후인 것으로 밝혀졌으니 누군가가 피고인의 집앞에 주차시켜둔 승용차를 훔쳐 타고 다니다가 이 사건 사고를 저지른 것이 틀림없다고 변소하고 있는 바,

(1) 이 사건 사고차량을 운전한 범인의 복장에 관하여 1심법정에서의 증인 우승동은 사고당시 운전수를 보지 못하여 확실히 기억을 못한다고 하면서도 복장은 흰 와이샤스에 양복을 입고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기는 하나, 1984.3.16 경찰 1회 진술시에는 차량 라이트가 정면으로 비췄기 때문에 운전석에 앉은 운전수는 못보았고 차량번호만 확인하였다고 진술한 점, 제2회 진술시에는 운전수는 보통체격에 양복을 입은 것 같고 그 이상은 모른다, 제3회 진술시에는 운전수의 얼굴은 모르고 양복을 입은 것 같다고 진술한 점등에 비추어 보면,그 뒤에 이르러 사고차량의 운전수가 흰 와이샤스에 양복을 입고 있었다는 동인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가사 그의 진술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이 자인하는 그날의 복장과 동인이 말하는 목격운전수의 복장이 위와 같은 두가지 점에서 일치한다 하여 그 점만으로 곧 피고인이 그날 그 시각에 사고차량을 운전한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며,

(2) 사고발생 지점이 피고인의 집이 있는 성산동으로 가는 방향의 차선상이었다는 점 역시 원심도 인정하다시피 피고인이 아니고서는 그 방향으로 사고승용차를 운행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볼 확실한 보장이 없는 터에 피고인을 범인으로 인정한 자료가 못된다 할 것이다.

(3) 그밖에 사고차량이 발견된 장소가 피고인이 차량의 유기장소로 택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거나, 피고인이 사고발생후 4일만에 경찰에 출두하였다는 점(원심은 이 점을 들어 사고당시에 입은 상처가 치유되기를 기다린 것으로 의심된다 하였으나 기록상 피고인이 어떠한 상처를 입었었다고 볼 자료도 없다), 도난위험이 있는 집밖에 승용차를 세워두었다는 피고인의 변명에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는 점등, 원심판시의 나머지 사유들도 피고인을 범인으로 단정할 자료가 되지 못하는 것들이고, 달리 전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인정할 만한 직접, 간접의 증거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결국 앞서와 같은 원심의 판단이 사건 사고발생시각이 1984.3.15.23:40이었고, 그날밤 사고승용차를 운전하고 다닌 피고인이 23:30분에 귀가해 있었다는 피고인의 변명과 증거는 믿을 수 없다는 전제하에, 그렇다면 피고인이 범인일 수 밖에 없다는 추정에 불과한 것이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범행시각을 원심인정과 같이 1984.3.15.23:40이라고 의심없이 확정할 만한 자료도 없다.

3. 즉 (1) 이 사건 사고발생 시각에 관하여 피해자인 장문순은 경찰에서 처음에 3.16.01:30이거나 01:00라고 진술하다가 2회 진술 이후부터 3.15.23:40경이라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형인 장명순 역시 경찰에서부터 검찰 1회 진술때까지는 사고발생 시각이 3.16.01:00경이라고 진술하다가 검찰 2회 진술때부터 그 전날인 3.15.23:40경이라고 진술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이 사건 사고발생 시각에 관한 그들의 진술이 변경된 경위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사고가 발생한후 영등포경찰서가 사고발생 시각을 1984.3.16. 01:30경으로 확정하고 평소 사고차량을 운행하여온 피고인을 용의자로 추정하여 피고인의 사고당일 행적을 조사한 결과 피고인은 이미 사고발생 시각 이전인 3.15.23:30경에 승용차를 타고 집에 돌아와 취침한 사실이 확인되어 이 사건 사고를 차량절취범의 소행으로 보고 1984.3.27에 일단 수사종결을 하였으나, 피해자 및 그 가족들의 부탁에 의하여 피고인이 신청한 보험금지급청구가 도난차량에 의한 사고라는 이유로 보험회사에 의해 거절되고, 한편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진정을 하게 되어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수사가 재개되자, 그때부터 피해자와 그의 형인 장명순이 경찰,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종전의 진술을 번복하여 이 사건 사고발생 시각이 1984.3.15.23:40이라고 진술하게 된 것임을 알 수 있고, 이에 맞추어 성백선이 경찰에 나와 피해자가 1984.3.15.23:30경에 영등포구 신길동 소재 대신주차장에서 자기와 헤어져 집으로 간다면서 나갔고 위 주차장에서 사고장소까지는 약 10분정도의 거리라고 진술하여 위 피해자와 장명순의 번복된 진술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아도 위 성백선의 경찰에서의 진술은 그 확실성의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진술이며,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흐려지는 것이 상례이므로 사고발생 시각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고발생 시각에 가까운 당초의 진술이 진실일 가능성이 많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피해자 장문순은 사고발생후 거의 3개월이 된 84.6.9에 이르러 최초의 진술보다도 사고발생 시각을 1시간 이상이나 다르게 진술하면서도 당초의 진술이 어떠한 이유로 부정확하게 된 것이라는 합리적 이유를 대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진술번복의 경위에 비추어 피해보상을 받기 위한 거짓진술이라고 의심할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이어서 신빙성이 없다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진술만으로 이 사건 사고발생 시각이 3.15.23:40경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2) 그밖에 피해자가 이 사건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고 입원한 남서울외과병원의 구급차 운전수로서 피해자가 영업용 택시에 실려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는 오인수 및 사고장소 부근인 라이프종합상가에서 현장을 목격하였다는 김연갑의 각 경찰, 검찰 1심법정에서의 진술내용을 살펴보아도 모두 일관성이 없고 불확실한 내용이고, 달리 이 사건 사고발생 시각을 3.15.23:40경이라고 확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사고현장을 최초로 목격하고 사고내용을 문래2가 파출소에 신고한 후 피해자를 택시에 태워 병원으로 보냈다는 우승동의 검찰 1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발생 시각은 3.16.01:00이후임이 틀림없다는 것이고 당시 목격자의 진술을 받아 조서를 작성한 경찰관 이사범의 진술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데 이는 피해자가 최초로 경찰에서 진술한 사고발생 시각과도 일치하는 것이고,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아도 그의 진술을 배척할 만한 합리적 이유를 찾아볼 수 없으며, 한편 원심증인 서경자, 이현재, 1심증인 박성애의 각 진술, 사법경찰관 작성의 서경자에 대한 진술조서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승용차를 타고 3.15.23:30경에 귀가하여 집앞에 주차시키고 이현재로부터 금전을 차용해 달라는 부탁전화를 받은후 취침한 사실을 인정할 수도 있다.

4. 형사재판에서의 유죄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원심이 설시한 사실들은 어느 것이나 피고인이 스스로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놓고 절도범의 소행으로 허위진술하는 것이 아닌가고 의심되는 것일 뿐, 이 사건 범행을 피고인의 소행으로 인정하기 위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라고는 볼 수 없으니,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실 및 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사고를 피고인의 소행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조처는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에 위배하여, 의심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증거없이 유죄인정을 한 것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일영(재판장) 강우영 김덕주 오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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