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권리행사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려면, 주관적으로 그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을 경우이어야 하고, 객관적으로는 그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며,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비록 그 권리의 행사에 의하여 권리행사자가 얻는 이익보다 상대방이 입을 손해가 현저히 크다 하여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권리남용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염동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10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갑인
피고들 보조참가인
서울특별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갑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들 소유의 건물이 원고소유의 대지[은평구 (주소 생략) 답 2,108평에서 분필된 토지]위에 건립되어 있고, 피고들이 그 대지를 건물의 부지로 권원없이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원고가 토지소유권에 기하여 피고들에게 그 건물의 철거와 대지인도를 구하는 것은 아래같은 이유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하여 배척하였다. 즉 서울시가 1978.12.경 남북회담에 대비하여 통일로 주변의 불량건물을 정비하는 계획을 세우고 취락구조개선사업을 시행함에 있어서 통일로 주변의 불량건물을 철거하고 당시 전답으로서 개발제한구역일 뿐만 아니라 군사보호지역이었던 이 사건 각 토지를 포함한 일대의 토지 16,500평을 매입하여 택지를 조성한 후 일단의 근교 마을을 형성하여 위 철거주민들에게 분양하기로 하고 1979.3.26.부터 그해 8.14.까지 사이에 평당 공사비 돈 114,000원을 들여 성토를 하는등 택지를 조성한 후(택지 10,950평, 공공용지 5,550평), 1979.10.17. 건설부장관의 취락구조개선사업 허가에 따라 건물 1동 당 대지는 50평, 건평은 25평 규모의 건물 215동을 신축하여 이를 철거주민들에게 분양하였고, 위 신축건물을 분양받게 되는 주민들은 철거보상금 또는 융자금 등으로 평당 돈 312,000원 정도의 건물신축 대금전액을 부담하는 한편, 서울시의 지시에 따라 대지매입을 예상하여 평당 돈 40,000원의 비율에 따른 대지대금을 서울시 농협 통일로지소에 예치하고 이에 입주한 사실, 피고들 중 일부는 위 신축건물의 건축비용을 부담한 후 서울시로부터 이를 직접 분양받은 자들이고, 나머지는 원래의 피분양자들로부터 그 지위를 승계한 자들인데 서울시는 위 사업당시 그 대상 토지들에 대하여 2개소의 감정기관에 시가감정을 시행한 후 지주들로부터 토지를 매수하여 왔던 바 대부분의 토지들은 그 소유자들로부터 감정가격대로 이를 매수하였으나,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하여는 그 소유자인 원고가 감정가격인 평당 돈 13,000원 내지 15,000원이 지나치게 저렴하다는 이유로 그 매수협의에 불응함으로써 이를 매수하지 못한채 위 취락구조개선사업의 일환인 주택단지조성공사에 착수한 사실, 이에 원고는 1979.4. 초순경 서울시를 상대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주택단지 조성공사 금지의 가처분신청을 하여 그 시경 그 가처분결정이 있었으나, 서울시는 위 공사의 성질상 원고소유 토지를 제외한 채로는 이를 시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주택단지조성공사를 계속 진행하면서, 한편으로 원고와 수차례에 걸쳐 위 토지매수를 위한 협의를 시도하여 오고 있는데, 서울시는 개발이익을 공제한 가액을, 원고는 대지화한 상태대로의 싯가 상당액을 각기 주장함으로써 그 매매대금액의 차이로 말미암아 아직까지 매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사실, 이 사건 각 토지일대는 위 사업시행 이전은 물론 그 이후인 현재까지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을 뿐만 아니라 군사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위 사업과 같은 행정당국의 사업시행에 의하지 않고는 그 토지내에서의 건축물의 건축등이 불가능하며, 원고로서도 위 토지 자체의 사용보다는 서울시와의 협의과정에서 만족할 만한 가격협의가 이루어져 그에 상응한 서울시의 체비지로 대토받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사실등을 인정할 수 있고, 한편 원고가 위 취락구조개선사업시행 이전에 이 사건 각 토지상에 특용작물을 재배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고 있었다는 원고의 주장사실은 믿지 않기로 한 당심증인 소외인의 일부증언 외에는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설시한 다음, 위에서 인정한 위 사업시행 이전 및 그 이후의 이 사건 각 토지의 용도, 서울시의 취락구조개선사업 경위, 이에 투자된 비용, 그동안 서울시가 행한 매수협의의 진행정도와 이에 대한 원고의 희망내용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사업이후 상당기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서울시의 지시만 믿고 이에 순응한 피고들에 대하여 그들 소유의 건물의 철거와 이를 전제로 한 토지의 인도를 구하는 것은 필경 권리행사의 이름을 빌려 이 사건 각 토지의 사용수익보다도 피고들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서울시와 사이에 비싼 값으로 토지를 매도하려는 데에 그 전정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어, 이는 권리의 사회성에 반하여 권리의 행사로서는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권리행사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려면, 주관적으로 그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데 있을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을 경우이어야 하고, 객관적으로는 그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며,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비록 그 권리의 행사에 의하여 권리행사자가 얻는 이익보다 상대방이 입을 손해가 현저히 크다하여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권리남용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토지가 그 판시와 같은 경위로 택지로 조성된 전후를 막론하고 개발제한구역 또는 군사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토지내에서의 건축물등의 건축이 불가능하게 되어있다 하더라도 토지소유자인 원고로서는 위와 같은 개발제한구역 또는 군사보호지역지정으로 인한 이용상의 제한을 받는 범위내에서 토지를 사용수익할 권리와 이익이 있다 할 것이니 거기에 장해가 되는 지상건물의 철거와 토지인도를 구하는 원고의 권리행사가 오직 상대방인 피고들에게 고통만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데 있을뿐 원고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원심은 원고가 판시 취락구조개선사업시행 이전에 이 사건 각 토지에서 특용작물을 재배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고 있었다는 주장을, 원심증인 소외인의 증언은 믿을 수 없고 달리 증거가 없다하여 배척함으로써 원고의 토지소유권에 기한 침해배제청구가 결국은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듯하나, 위 소외인의 증언내용을 믿지 못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 볼 수도 없으려니와 원고가 원래 농지인 이 사건 토지에서 특용작물을 재배한 사실이 없다하여 바로 그점만으로 토지이용상의 이익이 전혀 없었거나 장래에도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고, 본래 원고의 토지소유권행사가 그 행사자인 원고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다는 점은 그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피고측에서 주장, 입증하여야만 할 사항에 속한다 할 것이므로 원심이 위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것도 잘못이다.
또, 원심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토지소유권의 침해상태는 피고들 보조참가인인 서울특별시가 소유자인 원고와의 원만한 협의절차없이 이 사건 토지에 무작정 택지조성공사를 시행하려하자, 원고가 법원으로부터 그 공사금지가처분결정까지 받아 집행하였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택지조성공사를 강행한 후 그 지상에 피고들 소유의 이 사건 분양건물을 신축한 불법행위에 의하여 초래된 것이어서 원고에게 그 침해상태를 그대로 감수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사회정의감에도 반한다 할 것이니, 이 사건 토지가 택지로 조성된 경위와 목적, 그 지상에 피고들에게 분양한 건물을 건축하게 된 당시의 사정, 피고들이 입주한 경위 기타 피고들 보조참가인이 토지매수를 위하여 원고와 협의를 거친 정도등이 원심판시와 같고, 피고들이 비록 가처분결정의 상대방이 아니었다 하여도 앞서와 같은 경위로 이루어진 불법적인 침해상태를 배제하려는 원고의 이 사건 권리행사를 가르켜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서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밖에 원고가 피고들 보조참가인에게 과다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유는 피고들 보조참가인이 스스로 자초한 결과이며 택지조성공사 및 건축에 투입된 비용이 많다는 원심판시의 사유는 원고의 이 사건 권리행사로 원고가 얻게 될 이익보다 상대방인 피고들이나 피고들 보조참가인이 입게 될 손해가 현저히 크다는 사정에 불과하므로 어느 것이나 원고의 권리행사를 권리남용이라고 단정할 사유가 못된다.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토지소유권행사를 배척한 것은 권리남용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이는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 소정의 파기사유에 해당한다 하겠으므로 상고논지는 이유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