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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광주고등법원 2015. 4. 28. 선고 2014노490 판결
[살인①피고인1에대하여일부제1예비적죄명및일부인정된죄명: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제2예비적죄명:유기치사②피고인2에대하여인정된죄명: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제2예비적죄명:유기치사③피고인3·피고인9에대하여일부예비적죄명및일부인정된죄명:유기치사·살인미수①피고인1에대하여제1예비적죄명: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제2예비적죄명:유기치상②피고인2에대하여인정된죄명: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제2예비적죄명:유기치상③피고인3·피고인9에대하여인정된죄명:유기치상·업무상과실선박매몰·수난구호법위반·선원법위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일부제1예비적죄명및일부인정된죄명:유기치사·유기치상·일부제2예비적죄명및일부인정된죄명:수난구호법위반·유기치사·유기치상·해양환경관리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5인

항 소 인

피고인 16 주식회사(대판:공소외 4 주식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 및 검사

검사

박재억(기소, 공판), 장성철, 김영오, 조영성, 김현우(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심우성 외 10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6 주식회사(대판:공소외 4 주식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1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피고인 2를 징역 12년에 처한다.

피고인 3을 징역 7년에 처한다.

피고인 4, 피고인 5를 각 징역 5년에 처한다.

피고인 6, 피고인 12를 각 징역 1년 6개월에 처한다.

피고인 7, 피고인 8을 각 징역 2년에 처한다.

피고인 9를 징역 10년에 처한다.

피고인 10, 피고인 11,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를 각 징역 3년에 처한다.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한 공소사실 중 업무상과실선박매몰의 점 및 해양환경관리법위반의 점은 각 무죄.

무죄 부분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검사의 피고인 16 주식회사(대판:공소외 4 주식회사)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

1) 사실오인, 법리오해 등

가) 살인 및 살인미수의 점(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 주1) 에 대하여)

위 피고인들이 퇴선하기 전에 피고인 1의 승객 등에 대한 퇴선방송 지시는 없었고, 위 피고인들은 즉각 퇴선조치를 하지 않으면 승객 등이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면서도 승객 등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용인하면서 퇴선한 것으로 위 피고인들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 특히 원심은 피고인 9의 조리원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살인의 고의는 인정하였는데, 피고인 9가 직접 목격한 공소외 1, 공소외 2와 목격하지 않은 다른 승객 등에 대하여 살인의 고의를 달리 판단할 이유가 없다.

나) 수난구호법위반의 점(피고인 16 주식회사(대판:공소외 4 주식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하여)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주2)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 등’에서 ‘조난현장’은 조난된 선박이 아닌 ‘조난된 사람’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문리적 해석에 부합한다. 이와 같은 해석에 의할 때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에는 ○○호와 같은 ‘조난된 선박’도 포함될 수 있고 조난된 선박은 위 제18조 제1항 단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에도 해당할 수 있으므로 위 피고인들에게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되어야 한다.

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점(피고인 1,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하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고 한다) 제5조의12 주3) 의 조문 형식, 입법경과 등을 고려할 때 위 제5조의12 규정의 주체가 ‘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주체인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고, 이는 선박의 교통으로 인하여 해상사고를 일으켜 형법 제268조 의 죄를 범한 선장 및 승무원을 모두 포함한다. 따라서 위 피고인들에게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2 가 적용되어야 한다.

라) 업무상과실선박매몰의 점(피고인 1에 대하여)

원심은 업무상과실선박매몰의 점과 관련한 피고인 1의 과실 중 사고 장소에서의 직접 지휘의무 위반의 점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호 침몰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지점은 평소 조류가 빠르고 전류 시에는 와류가 발생하는 등 위험성이 상존하는 해역으로, 이 사건 사고 지점에서 복원성이 약화되어 있는 ○○호를 운항할 때는 선장이 선박의 조종을 직접 지휘하여야 하는 ‘선박에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 지점에서 ○○호 조종을 직접 지휘하지 않은 피고인 1에게 직접 지휘의무 위반의 과실이 인정된다.

마) 유기치사, 유기치상의 점(피고인 16 주식회사(대판:공소외 4 주식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하여)

(1) 원심이 위 피고인들에 대한 유기치사상죄의 법률상 보호 의무 발생 근거에서 제외한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와 해운법 제21조 제1항 주4) 에 따른 ○○호 운항관리규정은 위 보호 의무 발생 근거에 포함되어야 한다.

(2) 원심은 유기치상죄로 인정된 일부 피해자의 상해 내용 중 일부가 위 피고인들의 유기행위로 인한 상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범죄사실에서 제외하였으나 위 제외된 일부 상해 역시 피해자들이 ○○호 탈출 과정에서 입은 것으로서 유기치상죄의 범죄사실에 포함되어야 한다.

(3) 원심은 ○○호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에 바다로 추락한 실종자 공소외 3의 경우 위 피고인들의 유기행위와 그 사망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공소외 3이 추락 즉시 사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 한 위 피고인들이 바다로 추락한 공소외 3을 구조할 의무가 있는데 위 피고인들이 구조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공소외 3이 사망한 것이므로 위 피고인들의 유기행위와 공소외 3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4) 원심은 사건 당일 09:00경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essel Traffic Service Center, 이하 ‘VTS’라고 한다)의 퇴선 준비 교신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피고인들이 제주 VTS로부터 퇴선 준비 교신을 들었다는 내용을 범죄사실에서 제외하였으나 관제사 공소외 10의 진술과 무선통신일지의 기재 등에 의하면 당시 제주 VTS가 ○○호와 교신하면서 승객 등의 퇴선 준비를 요청하였음이 인정된다.

2) 양형부당(피고인들 전부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선장, 선원 및 선사로서 선박 침몰 등 비상상황 발생 시 자신들에게 주어진 의무와 책임을 방기하고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을 제공하여 희생자만 304명에 이르는 참사가 있어났고 다시는 이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일반 예방적 측면에서도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피고인 1 징역 36년, 피고인 2 징역 20년, 피고인 3 징역 15년, 피고인 4, 피고인 5 각 징역 10년, 피고인 6 징역 7년,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10,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 각 징역 5년, 피고인 9 징역 30년, 피고인 16 주식회사(대판:공소외 4 주식회사) 벌금 1,00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16 주식회사(대판:공소외 4 주식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

1) 사실오인, 법리오해

가)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살인의 점(피고인 9)

피고인 9는 당시 심한 공포감과 극심한 육체적 고통으로 인한 공황 상태에서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생각하고 기관부 선원들과 함께 탈출한 것으로 피고인 9에게 위 피해자들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

나) 업무상과실선박매몰의 점(피고인 2, 피고인 4, 피고인 5)

(1) 피고인 2

○○호의 화물적재와 고박에 관한 업무는 피고인 16 주식회사(대판:공소외 4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라고 한다)의 물류팀과 하역회사인 공소외 14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4 회사’라고 한다)가 전담하였고 피고인 2가 위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으므로 위 피고인에게 ○○호의 화물적재 및 고박에 관한 업무상주의의무가 없다.

(2) 피고인 4

(가) 피고인 4는 이 사건 사고 해역에서 정해진 항로를 따라 5도씩 나누어 정침이 됐는지를 확인하면서 피고인 5에게 변침을 지시하였고, 레이더와 각종 기기 등을 주의 깊게 살피며 항해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르러 피고인 5에게 145도 변침을 지시한 직후 갑자기 선체가 급격히 우회두하면서 좌현으로 기울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선박이 정상적으로 운항하기 위해서는 15도 이상의 타각도 당연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설령 변침 과정에서 피고인 5가 타기를 조금 더 돌렸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호의 선체가 기울어져 복원력을 상실하였다면 그 자체로 ○○호에 결함이 있는 것이고, 당직항해사인 피고인 4가 조타수인 피고인 5가 타기를 얼마나 돌리는지를 계속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조타지휘에 관한 피고인 4의 업무상과실은 인정될 수 없다.

(나)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은 무리한 선박 개조로 인한 선박 무게중심의 상향이동 및 복원성의 심각한 저하, 과적 및 평형수 부족, 부실한 고박 등에 있는데, 이러한 사정은 전적으로 ○○호의 선사인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설령 피고인 4 등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정들이 선박 침몰의 주된 원인인 이상 피고인 4 등의 과실과 선박매몰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

(3) 피고인 5

(가) 피고인 5는 이 사건 사고 해역에서 135도 방향으로 진행하던 중에 피고인 4의 140도 변침 지시에 따라 타를 우현으로 5도 정도 돌렸다가 선체 방향이 143도까지 넘어가는 것을 보고 정침을 위해 좌현 방향으로 타를 돌린 적이 있을 뿐,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타를 우현 대각도로 돌린 사실이 없다.

(나) 설령 피고인 5가 15도 이상의 타각을 40초 동안 유지하는 것과 대등한 정도의 대각도 타각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화물 고박이 제대로 되어 있었다면 ○○호가 매몰되지 않았으므로 위 피고인의 과실과 선박매몰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

다) 유기치사, 유기치상의 점(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

(1) 피고인 4

(가) 피고인 4의 비상배치표에 따른 임무는 선장 보좌 및 비상통신으로 당시 피고인 4는 선장인 피고인 1로부터 어떠한 지시를 받은 바가 없고 가중되는 횡경사로 인해 사실상 이동이 어려워 승객에 대한 구호조치를 하지 못한 것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유기의 고의가 없었다.

(나) 피고인 4의 짧은 선원 경력, 비상상황에 대한 교육 부재, 놀람 및 두려움 등으로 인하여 당시 위 피고인에게 구조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었다.

(2) 피고인 5

(가) 조타수에 불과한 피고인 5에게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와 승객들 사이의 운송계약에 따른 이행보조자로서 승객들에 대한 계약상 보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그 보호 의무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나) 피고인 5는 선장이나 항해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조타수로서 선장인 피고인 1 등의 지시 없이 구조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

(3) 피고인 6, 피고인 7

(가) 피고인 6은 2014. 4. 14.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서 면접을 본 후 일단 승선해서 2등항해사의 업무를 배워보라는 지시에 따라 승선하였을 뿐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와 정식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의 이행보조자로서 승객들에 대한 계약상 보호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나) 피고인 6, 피고인 7이 계약에 따른 보호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하더라도 위 피고인들은 선장의 지휘·감독을 받는 항해사 또는 조타수로서 선장인 피고인 1 등의 지시 없이 구호조치를 취할 수는 없고, 위 피고인들의 계약상 보호 의무의 내용은 ○○호의 운항관리규정에서 정한 바에 한정되어야 한다. 당시 피고인 1은 위 피고인들에게 어떠한 지시를 한 사실이 없으므로 위 피고인들은 승객들에 대한 계약상 보호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더구나 피고인 7은 좌현 갑판의 구명뗏목을 터뜨리기 위해 접근을 시도하였으므로 계약상 보호 의무를 다하였다.

(다) 원심은 피고인 6, 피고인 7이 2014. 4. 16. 09:26경 진도 VTS로부터 10분 후 구조정이 도착한다는 말을 듣고도 구호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유기행위가 기수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였으나, 그 시점은 위 피고인들이 구조를 중단한 시점이 될 수 있을지언정 유기행위의 기수시점으로 볼 수 없다.

(라) 피고인 6은 승객들이 사무부 직원들을 통하여 퇴선명령을 전달받은 것으로 잘못 생각하였고 해양경찰(이하 ‘해경’이라고 한다)이 도착하면 승객들도 구조할 것으로 생각하였으며 실제로 해경이 도착하자 해경과 함께 구조작업을 하였다. 09:26경에는 피고인 6, 피고인 7이 조타실 바깥의 좌·우현으로 나가려는 시도가 실패할 정도로 이동도 어려웠다. 따라서 위 피고인들에게 유기의 고의가 없었다.

(마) 피고인 6, 피고인 7이 09:26경 승객들을 외부 갑판으로 유도했다고 하더라도 400명이 넘는 승객들이 외부 갑판에서 안전하게 구조를 기다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선박 밖으로 나왔으나 바다에 떨어져 사망한 피해자도 있으므로 위 피고인들의 유기행위와 피해자들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

(바) 피고인 6, 피고인 7이 ○○호에서 퇴선한 행위는 생명에 대한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형법 제22조 제1항 의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거나 형법 제22조 제3항 의 과잉피난 또는 형법 제21조 제3항 의 과잉방위에 해당하여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으므로 책임이 없다.

(4) 피고인 8

(가) 피해자들은 2014. 4. 16. 09:26경 적절한 대피명령이 있었으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자기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었으므로, 실제로 부조가 필요한 노약자나 질병을 앓고 있던 사람을 제외하고는 형법 제271조 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조를 요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선장 및 항해사의 지시를 받는 피고인 8에게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와 승객들 사이의 운송계약에 따른 이행보조자로서 승객들에 대한 계약상 보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그 보호 의무의 기준이 모호하여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피고인 8의 승객에 대한 계약상 보호 의무의 범위도 명확하지 않다.

(다) 피고인 8은 선장이나 항해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조타수로서 피고인 1, 피고인 2로부터 승객 구조에 관한 어떠한 지시도 받지 못했고, 좌·우현 구명뗏목을 펼치기 위해 시도하다가 공황상태에서 퇴선하였으며, 퇴선 이후에 해경을 도와 일부 승객을 구조하였으므로 당시 피고인 8에게 요부조자에 대한 부조의무를 해태한다는 유기의 고의가 없었다. 또한 피고인 8에게 승객 구조에 대한 기대가능성도 없었다.

(라) 원심은 피고인 8 등이 09:26경 진도 VTS로부터 10분 후 구조정이 도착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직접 또는 사무부 직원들을 통해 퇴선명령을 내리고 승객들을 이동 가능한 출입문으로 안내하는 구호조치를 시작하였어야 함에도 위와 같은 구호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09:26경 피고인 8 등의 유기행위가 기수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였으나, 선장 및 선원들의 역할에 따라 그 기수시기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원심은 유기행위의 기수시기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

(5) 피고인 11, 피고인 13, 피고인 14

(가) 피고인 11, 피고인 13, 피고인 14는 피해자들이 부조를 요하는 상태에 있었음은 인식하였으나 피해자들을 유기한다는 인식이나 위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이 있는 객실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인식이 없었으므로 피해자들에 대한 유기의 고의가 없었다.

(나) 사고 지점 조류의 속도와 방향, 수온 및 ○○호의 침몰상황 등에 비추어 피고인 11, 피고인 13, 피고인 14가 구호조치를 하였다면 피해자들이 모두 구조되었거나 상해를 입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위 피고인들의 유기행위와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

(다) 피고인 11, 피고인 13, 피고인 14가 ○○호에서 퇴선한 행위는 생명에 대한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형법 제22조 제1항 의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거나 형법 제22조 제3항 의 과잉피난 또는 형법 제21조 제3항 의 과잉방위에 해당하여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으므로 책임이 없다.

(6) 피고인 12

(가)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피고인 12의 유기행위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위 피고인의 유기행위와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

(나) 피고인 12는 사고 전날 ○○호에 처음으로 승선하였고, 선원들의 침실과 승객들이 있는 구역이 분리되어 있어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이 타고 있는 줄도 몰랐다. 3층 기관부 선원실 앞에서 대기할 당시에도 사고 원인이나 승객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고, 선장이나 기관장으로부터 구호조치에 관한 아무런 지시도 받지 못하였으므로, 위 피고인에게는 유기의 고의가 없었다.

(7) 피고인 15

피고인 15는 ○○호의 선체가 급격하게 기울어질 당시 침실에서 굴러 떨어져 앞니가 부러지고 아랫입술이 찢어지는 등 얼굴, 어깨, 무릎 부위에 부상을 당하였고, 극심한 통증으로 인하여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기관부 선원실 앞에서 대기할 당시에도 사고 원인이나 승객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고, 선장이나 기관장으로부터 구호조치에 관한 아무런 지시도 받지 못하였으므로, 위 피고인에게 유기의 고의가 없었다.

라) 해양환경관리법위반의 점(피고인 4, 피고인 5)

(1) 피고인 4

피고인 4는 ○○호 운항상의 과실이나 화물 과적 및 부실고박에 대한 과실이 없고, 설령 과실이 있더라도 선박의 기름이 유출된 사실과의 인과관계가 없다.

(2) 피고인 5

피고인 5에게 ○○호 매몰에 관한 과실이 없다.

2) 양형부당(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

다음과 같이 원심이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가) 피고인 1(선장, 징역 36년)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해가 커진 것에 해경,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 한국해운조합의 과실도 기여하였고, 피고인 1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고령으로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

나) 피고인 2(1등항해사, 징역 20년)

피고인 2가 1등항해사이기는 하지만 선장의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구조 활동에 임하기 어려웠고 그에 맞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지 않았으며 급여도 다른 선원들과 큰 차이가 없어 양형에서 직급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두는 것은 부당한 점, 유기에 대한 미필적 고의만 있었던 점, 선원들에 대하여 충실한 교육 및 훈련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 처와 네 자녀를 부양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

다) 피고인 3(2등항해사, 징역 15년)

피고인 3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진도 VTS와 교신하면서 승객 구조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였던 점, 초범으로 승무 경력이 짧고 처와 남매를 부양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

라) 피고인 4(3등항해사, 징역 10년)

피고인 4의 선원 경력, 가족관계(편모, 2녀 중 장녀)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

마) 피고인 5(조타수, 징역 10년)

피고인 5에게 동종 전과가 없고 조타수 중에서도 가장 낮은 지위에 있었던 점에 비추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

바) 피고인 6(항해사, 징역 7년)

피고인 6은 이 사건 사고 전날 ○○호에 처음 승선하였고 2014. 3.경의 추락 사고로 인하여 당시 정상적으로 걸을 수 없는 상태였으며 조타실에서 진도 VTS와 교신을 유지하고 퇴선 이후 해경을 도와 승객 구조 작업을 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

사) 피고인 7(조타수, 징역 5년)

조타수라는 피고인 7의 지위 및 피고인 7이 퇴선 이후 해경을 도와 승객 구조 작업을 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

아) 피고인 8(조타수, 징역 5년)

피고인 8은 퇴선 이후 해경을 도와 일부 승객을 구조하였고 지체장애 4급의 장애인으로 처와 두 자녀를 부양하고 있는 가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

자) 피고인 9(기관장, 징역 30년)

피고인 9가 유기치사상죄는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당시 공황 상태로 인해 승객들에 대한 구조작업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던 점, 위 피고인의 경력, 가족관계(처, 세 자녀)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

차) 피고인 10(1등기관사, 징역 5년)

피고인 10이 상급 선원으로부터 구조 지시를 받지 못하였고 ○○호의 기울기로 인해 선내 구조 활동이 매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

카) 피고인 11, 피고인 13, 피고인 14(3등기관사, 조기수, 조기수, 각 징역 5년)

위 피고인들은 선장, 기관장, 항해사들에 비하여 그 책임의 정도가 가볍고, 특히 조타실에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던 조타수 피고인 7, 피고인 8과 같은 형을 선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

타) 피고인 12(조기장, 징역 5년)

피고인 12의 여객선 근무 경력이 짧고 이 사건 사고 전날 ○○호에 처음 승선하였던 점,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 임직원에게 선고된 형량 및 ○○호의 조리부 및 사무부 직원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정, 딸이 2014. 6. 25. 자살한 점 등에 비추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

파) 피고인 15(조기수, 징역 5년)

선원들에 대한 충실한 교육 및 훈련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 임직원에게 선고된 형량 및 ○○호의 조리부 및 사무부 직원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정, 피고인의 나이(62세) 등에 비추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

2. 직권판단

검사 및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 2에 대한 살인 및 살인미수의 점에 대한 예비적 공소사실인 유기치사, 유기치상의 점(원심에서 일부 유죄로 인정되었다)을 제2 예비적 공소사실로 변경하고, 제1 예비적 공소사실로 선박교통사고 후 도주로 인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을 추가하고 제1 예비적 죄명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적용법조에 ‘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2 , 제1호 , 제2호 , 형법 제268조 ’를 각각 추가하는 내용의 2015. 4. 7.자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여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피고인 2에 대한 원심판결에 위와 같은 직권 파기 사유가 있음에도 원심판결 중 피고인 2 부분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 및 피고인 2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된다. 이하에서는 검사의 주장 및 피고인 2를 포함하여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하여 차례로 살핀다.

3. 검사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등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살인 및 살인미수의 점(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 주5) 에 대하여)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는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6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인 승객 등이 안내방송을 믿고 대피하지 않은 채 선내에 대기하고 있고, 승객 등을 퇴선시킬 경우 충분히 구조가 가능하며, 피해자들이 선내에 그대로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가 더 기울면 ○○호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승객 등에 대한 어떠한 구조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 9는 09:38경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서 나와 09:39경 해경 구명단정을 이용하여 먼저 ○○호에서 퇴선하였고,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은 09:39경 피고인 9 등이 퇴선하는 것을 보고 퇴선하기로 마음먹고, 09:46경 ○○호에서 퇴선하였다.

이로써 위 피고인들은 공모공동하여 ○○호에 남아있던 피해자 정○○(남, 16세)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Ⅰ 기재 피해자 303명 및 피해자 공소외 3(남, 57세)을 그 무렵 바다에 빠져 익사하게 하여 살해하고, 피해자 강○○(남, 40세)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Ⅱ 기재 피해자 152명이 사망할 것을 용인하면서 퇴선하였으나 위 피해자들이 해경 등에 의하여 구조되는 바람에 사망하지 않았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한 것을 넘어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위 피고인들에 대한 살인죄 및 살인미수죄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가)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1) 피고인 2, 피고인 3 등이 사고 직후 제주 및 진도 VTS와 교신하면서 구조를 요청하고 09:26경 해경 구조정이 10분 후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사무부원에게 알려주었던 사실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인들은 승객들과 함께 모두 구조되기를 희망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2)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은 조타실에서 09:30경부터 구조작업을 시작한 헬기의 소리를 듣거나 해경의 구명단정을 목격함으로써 해경 구조대가 도착하여 구조행위를 개시한 것을 확인하였으므로, 해경에 의한 구조작업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였을 수 있다.

(3) 피고인 1은 해경 구조정이 도착할 무렵 피고인 3에게 승객들을 퇴선시키라는 지시를 하였고, 피고인 3은 이를 공소외 6 사무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무전기에 대고 탈출시키라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4) 조타실에 있던 위 피고인들이 서로 승객들보다 먼저 구조받기 위하여 승객들에 대한 퇴선명령을 내리면 안 된다거나 승객들보다 먼저 탈출해야만 살 수 있다는 말을 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

나) 피고인 9

(1) 피고인 9가 조타실을 나올 당시 선장과 항해사들이 모두 조타실로 모인 것을 보았고, 피고인 2가 초단파무선통신(Very High Frequency, 이하 ‘VHF’라고 한다)을 통해 구조요청을 하는 것도 알았다.

(2) 피고인 9를 비롯한 기관부 선원들이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서 3층 좌현 출입문으로 탈출할 당시에는 구조 헬기가 도착하여 인명구조 작업을 하고 있었고, 해경 구조정도 도착하여 구조 활동을 개시하였다.

(3) 승객인 피해자들에 대해서 그 상태를 알지 못하였고, 해경이 구조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피고인 1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선장인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승객 등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한 것을 넘어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1의 승객 등에 대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는 인정된다.

(1) 선장으로서의 법률상 권한과 책임

해사안전법 제45조 는 “누구든지 선박의 안전을 위한 선장의 전문적인 판단을 방해하거나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선원법 제6조 는 “선장은 해원을 지휘·감독하며 선내에 있는 사람에게 선장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선원법 제22조 는 선장의 해원들에 대한 징계권을 규정하고 있는 등 법률에서 선장에게 선박의 안전과 선원 관리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선원법 제10조 는 “선장은 화물을 싣거나 여객이 타기 시작할 때부터 화물을 모두 부리거나 여객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선원법 제11조 는 “선장은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는 등 선장에게 의무도 부여하고 있다. 위와 같은 선장의 법률상 권한과 의무에서 보듯이 피고인 1은 ○○호의 선장으로서 승객 구조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또한 수행하여야 하는 지위에 있었다.

(2) 구조작업이나 승객 안전에 대한 선장으로서의 역할 포기

피고인 1은 선장실에 있다가 사고 직후 조타실로 이동하여 조타실 뒤 쪽 해도대에 몸을 기댄 채 피고인 2, 피고인 3 등의 제안에 따라 소극적으로 선내 대기 방송 지시 등 몇 가지 지시를 하였을 뿐 승객 구조를 위한 적극적인 지휘를 전혀 하지 않았다. 피고인 2, 피고인 3 등이 진도 VTS와 교신하면서 해경 구조대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피고인 1은 해경 구조대 도착 이후 원활한 구조작업 진행을 위해 현재 승객들의 상황을 사무부 직원을 통해 확인하고 선원들과 해경 구조대가 도착하면 어떻게 승객을 구조할 지를 논의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위와 같은 행동도 전혀 하지 않았다. 더구나 피고인 3은 09:25경 진도 VTS로부터 “지금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저 선장님께서, ○○호 선장님께서 최종적으로 판단을 하셔갖고 지금 승객 탈출을 시킬지 최대한 지금 빨리 결정을 해 주십시오”라는 교신을 듣고 피고인 1에게 “어떻게 할까요”라고 수차례 물었다. 09:25경은 승객들에 대한 구조가 가능한 적절한 시점인 이른바 ‘골든타임’ 무렵으로 이를 놓치지 않고 원활한 구조작업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피고인 1이 신속한 판단 하에 승객들에 대한 퇴선을 지시하는 등 선장의 역할을 다 해야 함에도 피고인 3의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하여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

급작스러운 사고로 당황한 측면이 없지 않더라도, 1983년경부터 선장 또는 1등항해사로 연안 여객선 등에 승선하여 일하는 등 총 27년 9개월의 승무경력이 있고(위 경력의 대부분은 선장 경력이다), 2013. 3.경 ○○호가 인천~제주 항로에 취항할 당시부터 선장으로서 근무하였던 피고인 1이 정신이 없어 승객들에 대하여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다고 변명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3) 퇴선방송 지시의 부존재

원심은 피고인 1의 승객들에 대한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하였으나,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위 퇴선방송 지시는 없었다고 인정함이 타당하다. 설령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되더라도 위 지시는 호출에 응답이 없는 무전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된 후 그 퇴선명령에 수반된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서 형식적이고 무의미한 퇴선방송 지시에 불과하다.

(가) 피고인 1 등이 퇴선할 무렵에도 퇴선방송 대신 선내 대기 안내방송이 흘러나옴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 3은 08:58경 무전기를 통해 사무장 공소외 6에게 승객들에 대한 ‘선내 대기 안내방송’을 지시하고, 09:26경 진도 VTS로부터 10분 후에 해경 구조정이 도착한다는 말을 듣고 그와 같은 사실 역시 무전기로 사무부 직원들에게 알려주었으며, 피고인 3의 위와 같은 말은 모두 사무부 직원에게 전달되어 같은 내용의 안내 방송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원심이 존재를 인정한 피고인 3의 무전기를 통한 ‘퇴선방송’ 지시는 사무부 직원들에게 전달되지 않아 피고인 1 등이 ○○호를 퇴선할 무렵에도 여전히 사무부 직원들의 승객들에 대한 선내 대기 안내방송은 계속 되고 있었는데, 유독 피고인 3의 퇴선방송 지시만 사무부 직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을 쉽게 납득할 수 없다(당심증인 공소외 5 주6) 의 법정진술과 이 법원의 무전기 검증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무전기의 송·수신 방법, 송·수신 시 작동 상태와 함께 공소외 6 사무장외에도 사무부 직원인 공소외 7, 공소외 20 등도 ○○호 3층 안내데스크 부근에서 무전기를 통한 조타실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 3의 무전기를 통한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면 그 지시가 사무부 직원에게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나) 퇴선방송 지시에 수반되는 조치가 아무것도 이루어진 바 없음

승객 등에 대한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면, 선장의 퇴선명령에 수반되는 조치, 즉 해경이나 □□□□□호 등 구조세력에 대한 승객 구조 요청, ○○호 운항관리규정 비상부서 배치표상의 퇴선 상황에 따른 조치, 퇴선명령에 따라 승객들이 원활하게 유도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 등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피고인 1이 주장하는 퇴선방송 지시 직후 및 ○○호 퇴선 이후에 이와 같은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피고인 1 등이 승객들보다 먼저 퇴선하였다.

(다)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5, 피고인 6 진술의 신빙성 부족

피고인 1의 퇴선방송 지시와 관련된 진술은 지시의 유무, 시기, 방법 등에 관하여 일관되지 않고, 피고인 2, 피고인 3 등 다른 피고인들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는다(피고인 1의 퇴선방송 지시는 그 중요성에 비추어 그 지시의 유무, 시기, 방법 등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혼동 또는 착각한다는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당심 법정에서도 퇴선방송 이후 피고인 3이 피고인 1에게 퇴선방송 지시 여부를 보고하였는지에 관하여 두 사람 사이에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 또한 수사 단계부터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5, 피고인 6의 진술은 무전교신을 한 위치, 횟수, 퇴선 지시의 시기, 방법 등에 있어서 불일치하거나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진술이 바뀌고 있다.

더구나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과 조타실에 함께 있었던 피고인 4, 피고인 7은 수사기관과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도 피고인 1의 퇴선지시나 이를 사무부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피고인 3의 무전 교신이 없었거나 못 들었다고 주7) 진술하였다. 피고인 3은 이 법정에서 무전기에 대고 “승객들 탈출시키세요”라고 지시하였는데 반응이 없어 다급하게 큰 목소리로 반복하여 이야기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퇴선방송 지시를 피고인 4나 피고인 7은 듣지 못하였다는 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필리핀 가수로 ○○호에 승선하였다가 사고 당시 조타실에서 피고인 1의 바로 뒤 출입문 부근에 있었던 공소외 8 주8) 은 원심 법정에서 선장이 선원들에게 승객들을 배에서 탈출시키라고 지시하는 것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5, 피고인 6은 모두 승객들이 선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퇴선한 선장 및 선원들로서 퇴선방송 지시도 없이 퇴선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극심한 비난에 노출될 것이므로 이를 은폐하려는 내심의 동기가 강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객관적이고 중립적 지위에 있는 위 공소외 8 또는 비난을 감수하고 퇴선방송 지시가 없었다고 털어놓은 피고인 4, 피고인 7의 진술은 더 신빙성 있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승객들에 대한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는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5, 피고인 6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라) 피고인 3의 VTS 교신 내용의 문제점

피고인 3이 09:37경 진도 VTS의 “지금 침수 상태 어떻습니까? 침수요”라는 질문에 “침수상태 확인 불가하고 지금 뭐 일단 승객들은 지금 해경이나 옆에 상선들 옆에 거의 50m에 근접해 있고, 지금 좌현에 좌현으로 해가지고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만 일단 탈출을 시도하라고 일단은 방송 했는데, 지금 좌현으로 사실 그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지금 그런 상황입니다”라고 교신한 사실은 확인된다. 그러나 위 교신과 달리 승객들에 대한 퇴선방송은 실제 이루어지지 않았고, 승객들에 대한 ‘퇴선명령’은 ‘승객 전부’에 대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것임에도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만 일단 ‘탈출을 시도’하라는 표현은 이와 부합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위 교신 내용을 승객들에 대한 퇴선방송 지시의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

(4) 퇴선 당시 인식 및 퇴선 이후 구조작업 불이행 등 승객 안전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

피고인 1은 선내 대기 명령에 따라 선내에 대기하고 있던 400여 명의 승객이 좌현으로 기울고 있는 ○○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조타실에 있는 동안 승객의 안전에 관하여는 한 마디 대화도 나누지 않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고, 승객들에 대한 퇴선 안내 등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채 09:48경 ○○호에서 먼저 퇴선하여 해경 구조정에 승선한 이후에도 해경에게 자신이 선장임을 밝히지도 않고 현재 승객들의 선내 대기 상황에 대하여 해경에게 말하여 구조를 촉구하는 등 승객의 구조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았으며, 승객 구조에 관하여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해경정의 선실로 들어가 버렸고 심지어 사고 현장을 떠나 진도에 있는 병원에서 신원이 밝혀질 때까지도 스스로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5) 선장으로서의 승객 구조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지위에 비추어 본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의 동등성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해사안전법, 선원법 등 법률은 선장에게 선박의 안전과 인명 구조를 위해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 사건 사고 당시 선장인 피고인 1은 승객들의 퇴선 여부 및 그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고 선원의 비상임무 배치를 지시하는 등 위기 상황에서 승객 등의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조치를 결정할 수 있는 법률상·사실상 유일한 권한을 가진 지위에 있었고, 그러한 권한 및 지위는 누구에 의해서도 대신 이행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피고인 1은 퇴선명령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앞에서 본 골든타임에, 또는 적어도 피고인 1이 퇴선하기 전까지 피고인 1은 고층 빌딩 화재 현장에 구조를 위해 출동한 소방대장, 또는 야간에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를 조치할 수 있는 유일한 당직의사와 동등한 정도의 막중한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었다.

피고인 1이 승객 구조를 위해 필요 최소한으로 했어야 할 적시의 퇴선조치 또는 유보갑판 등으로의 퇴선 준비 조치는 조타실 내의 방송장비 또는 선내 전화기를 통한 안내방송, 무전기를 통한 사무부에의 지시, 비상벨의 이용 등 비교적 간단하고 쉬운 방법으로 가능하였다. 당시 승객 등은 ○○호가 침몰할 수도 있다는 각자의 인식에 따라 스스로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 선내 대기 방송에 따라 기울어가는 ○○호 선내에서 해경 등 구조세력을 기다리며 마냥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피고인 1은 침몰하는 ○○호에 승객 등을 계속 대기하도록 내버려둔 채 별다른 조치 없이 해경 구조정으로 퇴선하여 버렸고 퇴선 이후에도 아무런 구조조치를 취하지 주9) 아니하였다. 이러한 피고인 1의 부작위는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고, 승객들이 입은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는 작위행위에 의해 결과가 발생한 것과 규범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피고인 2, 피고인 3

원심 판시 사정 중 퇴선방송의 지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사정과 함께 ① 피고인 2, 피고인 3은 승객 구조를 위해 제주 VTS 및 진도 VTS와 교신하고 구명벌을 터뜨려 보려고 노력하는 등 ○○호 퇴선 이전까지 승객 구조를 위한 조치를 어느 정도 하였던 점, ② 선박안전법 제31조 는 “누구든지 선박의 안전을 위한 선장의 전문적인 판단을 방해하거나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피고인들이 1등항해사 및 2등항해사로서 상급 선원이기는 하지만 선장의 지휘·감독을 받는 선원으로서 선장의 ‘선내 대기 명령’에 따라 승객들이 선내에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선장의 별도 지시 없이 승객 구조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기는 어려운 지위에 있는 점, ③ 위 피고인들을 비롯해 조타실에 있었던 선원들은 피고인 1의 선원들에 대한 퇴선명령에 따라 ○○호에서 퇴선하였던 점, ④ 해경 구조정 선실 밖으로 나와 보지도 않은 피고인 1과 달리 피고인 3은 ○○호에서 퇴선한 이후 구조정 갑판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돕고 익수자에 대한 인공호흡을 실시하였고, 피고인 2는 퇴선 이후 해경이나 다른 선원들의 승객 구조 활동을 적극적으로 돕지는 않았으나 구조정 갑판에서 승객 구조 활동을 주시하면서 혹시 구조를 요청하는 승객들이 없는지 살피기도 하였던 주10) 점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 2, 피고인 3에게 ○○호 퇴선 당시 승객들의 사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 피고인 9

원심 판시 사정과 함께 ① 피고인이 기관장이기는 하지만 선장의 지휘·감독을 받는 선원으로서 선장의 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승객 구조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기는 어려운 지위에 있는 점, ② 기관장은 기관부 선원을 지휘하며 선박의 하부에 있는 기관실의 선박 엔진, 전기설비의 운전 및 보수 관리를 총괄하는 사람으로 선장이나 항해부 선원들에 비해 승객들과 교류하거나 접촉한 기회가 거의 없는 점 등의 사정까지 더해보면, 피고인 9에게 ○○호 퇴선 당시 승객들의 사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4) 소결론

원심의 판단 중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에 대하여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부분은 그 결론이 정당하다. 그러나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됨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피고인 1 부분에 한하여 이유 있다(다만, 피고인 1에 대한 살인의 점 중 피해자 공소외 3 부분은 [파기 부분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무죄 부분 2. 피고인 1에 대한 살인의 점 중 피해자 공소외 3 부분에서 설시한 것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의 행위와 피해자 공소외 3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수난구호법위반의점(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하여)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호는 2014. 4. 16. 08:48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서 복원성을 잃고 급속히 기울어져 승객인 정○○(남, 16세) 등이 조난사고를 당하였다. 위 피고인들은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4항 내지 제5항 기재와 같이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임에도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6항 기재와 같이 조난당한 승객들을 신속히 대피시키는 등 인명 구조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써 위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

2) 수난구호법 관련 규정

본문내 포함된 표
제1조(목적) 이 법은 해수면과 내수면에서 조난된 사람, 선박, 항공기, 수상레저기구 등의 수색·구조·구난 및 보호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조난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4. "조난사고"란 해수면 또는 내수면에서 선박 등의 침몰·좌초·전복·충돌·화재·기관고장 및 추락 등으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신체 및 선박 등의 안전이 위험에 처한 상태를 말한다.
제15조(조난사실의 신고 등) ① 해수면 또는 내수면에서 조난사고가 발생한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즉시 가까운 구조본부의 장이나 소방관서의 장에게 조난사실을 신고하여야 한다.
1. 조난된 선박 등의 선장·기장 또는 소유자
2. 3. (생략)
4. 조난사고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
제18조(인근 선박 등의 구조지원) ①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 등의 선장·기장 등은 조난된 선박 등이나 구조본부의 장 또는 소방관서의 장으로부터 구조요청을 받은 때에는 가능한 한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 다만,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19조(조난된 선박 등의 구난작업 신고) ① 누구든지 조난된 선박 등을 구난하려는 자는 구난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구조본부의 장 또는 소방관서의 장에게 그 사실을 신고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형선박을 구난하려는 경우, 제16조제3항에 따른 구조본부의 장 또는 소방관서의 장의 요청으로 구난을 하려는 경우 또는 긴급구난을 하려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에 따른 신고의 내용 및 서식 등에 필요한 사항은 총리령으로 정한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수난구호법 제18조 , 제15조 제1항 의 규정 형식과 문언에 비추어 보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에 의하여 구조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 등(인근 선박 등)’의 선장·기장 등이라 할 것이고 ‘조난된 선박 등’은 구조요청의 주체로서 ‘인근 선박 등’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서,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는 ‘조난된 선박’ 자체에 해당하는 ○○호의 선장 및 승무원들인 위 피고인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4)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가)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에 대한 문리적 해석 위배

원심은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과 ‘조난된 선박’을 대립되는 개념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위 조항에서 구조요청을 받은 때 구조에 최대한 지원을 제공해야 하는 선박에 해당하는 지는 ‘조난현장 부근’에 있는 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원심의 경우 ‘조난현장 부근’을 ‘조난된 선박 부근’으로 해석하는 결과가 되어 조난된 선박 자체는 조난현장 부근에 있는 선박에 해당할 수 없게 되므로 오히려 문리적 해석에 반하게 주11) 된다. 설령 원심과 같이 제18조 제1항 본문의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과 ‘조난된 선박’을 대립되는 개념으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항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을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에 한정하여 해석해야 한다고 볼 수도 주12) 없다.

나) 수난구호법의 다른 조문과의 균형 해석 위배

수난구호법 제15조 제1항 은 조난사실의 신고의무자로 제1호 에서는 ‘조난된 선박 등의 선장·기장 또는 소유자’를, 제4호 에서는 ‘조난사고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을 각각 규정하면서 ‘조난된 선박’과 ‘조난사고 원인을 제공한 선박’을 대립되는 개념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고 이는 양립이 주13) 가능하다 (원심은 조난된 선박의 경우 굳이 법률상 강제를 하지 않더라도 신고할 것이 예상되므로 수난구호법 제15조 제1항 제1호 의 경우 따로 처벌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원심의 해석대로라면 위 제1호 에서 조난된 선박의 승무원과 달리 선장 또는 기장에게 신고의무를 특별히 부과할 이유가 없다). 또한 수난구호법 제19조 는 조난된 선박의 구난과 관련한 규정으로 수난구호법 제18조 가 조난된 사람에 대한 구조규정인 것과 대비되는 점을 고려하면 수난구호법 제18조 의 ‘조난현장 부근’은 ‘조난된 선박 부근’이 아닌 ‘조난된 사람 부근’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심의 해석은 위와 같은 수난구호법 다른 조문과의 균형 해석에도 위배된다.

다) 선원의 구조의무 인정 범위 협소 및 그에 따른 구조의 공백 발생

원심의 해석에 의할 경우, 조난된 사람이 승선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게는 위 선박이 조난사고의 원인을 스스로 제공한 때에도 구조의무가 없게 되고, 더구나 조난현장의 부근에 다른 선박이 없는 경우에는 조난된 사람이 구조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되어 구조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조난된 선박의 승무원들은 위 선박이 조난사고의 원인을 스스로 제공한 때에도 신고의무자가 아니므로 선장이 조난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 조난사실이 신고 되지 아니하여 조난된 사람이 다른 구조세력에 의해 구조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다.

라) 수난구호법의 제정목적에 위배되는 해석

관련 규정에서 본 바와 같이, 수난구호법은 해수면과 내수면에서 조난된 사람, 선박, 항공기, 수상레저기구 등의 수색·구조·구난 및 보호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조난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는데, 원심의 해석은 위와 같은 수난구호법의 제정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5) 소결론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는 ‘조난된 선박’이자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에 해당하는 ○○호의 선장 및 승무원들인 위 피고인들에게 적용되어야 함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부당하다. 다만, 피고인 2에 대하여는 [파기 부분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무죄 부분 5. 피고인 2에 대한 수난구호법위반의 점에서 설시한 것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2의 수난구호법 위반의 점은 죄가 되지 아니하므로 결과적으로 피고인 2에 대한 수난구호법위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 결국 이 부분 원심 판결은 피고인 2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한하여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피고인 2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 부분에 한하여 이유 있다.

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피고인 1,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하여)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 피고인 4, 피고인 5는 공동하여,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4항, 제5항 기재와 같은 업무상과실로 2014. 4. 16. 08:48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서 ○○호를 침몰하게 하여 승객과 다른 선원들이 구조를 기다리며 침몰하는 ○○호 선내에 대기 중임에도 대피 및 퇴선을 위한 구조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퇴선하였다.

이로써 위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호에 탑승 중이던 피해자 정○○(남, 16세) 등 456명을 바다에 빠지거나 매몰된 선체에 갇히게 하였음에도 조난된 피해자들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여, 피해자 정○○(남, 16세)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Ⅰ 기재 피해자 303명 및 피해자 공소외 3(남, 57세)으로 하여금 익사로 사망하게 하고, 피해자 강○○(남, 40세)로 하여금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어깨, 팔, 무릎 타박상 및 불면 등 적응장애의 상해를 입게 하는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Ⅱ 기재 피해자 152명을 상해에 이르게 하였다.

2) 특정범죄가중법 관련 규정

본문내 포함된 표
제5조의12(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해사안전법」제2조에 따른 선박의 교통으로 인하여「형법」제268조의 죄를 범한 해당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수난구호법」제18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 처벌한다.
1.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2 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박교통사고도주죄의 입법취지와 경과, ② 선박교통사고도주죄 규정의 문언상 의미, ③ 일반법에 대비되는 특별법의 의미, ④ 특정범죄가중법상의 다른 법 규정과 비교되는 선박교통사고도주죄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하여 보면, 특정범죄가중법상의 선박교통사고도주죄는 ‘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따른 구호조치를 취하여야 하는 사람, 즉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필요한 구조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에 처벌되는 것을 기본 범죄로 하여, 이들이 형법 제268조 의 죄(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고를 범한 경우)를 범하였음에도 도주하는 경우를 처벌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서 위 제5조의12 는 ‘조난된 선박’ 자체에 해당하는 ○○호의 선장 및 승무원들인 위 피고인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4) 이 법원의 판단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2 는 ‘조난된 선박’ 자체에 해당하는 ○○호의 선장 및 승무원들인 위 피고인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가) 선박교통사고도주죄의 주체

특정범죄가중법 제1조 에서 “이 법은 형법, 관세법, 조세범 처벌법, 지방세기본법,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특정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건전한 사회질서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5조의12 에서 선박교통사고도주죄의 주체로 ‘ 해사안전법 제2조 주14) 에 따른 선박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 의 죄를 범한 해당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제5조의12 형법 제268조 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및 중과실치사상죄를 기본범죄로 하여 선박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 의 죄를 범한 해당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을 그 주체로 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최초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2 에 대한 의원원문에서 행위의 주체를 ‘선박의 운항자’로, 조치의무의 내용으로는 ‘선박이 충돌하는 경우’ 각 선박의 선장이 취하여야 하는 조치 내용을 규정한 ‘ 선원법 제12조 주15) ’ 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하였다가, ‘선박 운항자’ 개념의 불명확성과 조치의무 내용의 부정합성을 이유로 그 주체를 ‘선장 또는 승무원’으로 변경하고 조치의무의 내용도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로 변경하였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위 제5조의12 에서 선장 또는 승무원에게 요구되는 ‘조치의무의 내용’을 분명히 하기 위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를 인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를 들어 선박교통사고도주죄의 주체를 한정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나)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에 대한 해석 오류

설령 원심의 판단과 같이 선박교통사고도주죄의 주체가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따른 구호조치를 해야 하는 사람, 즉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 한정된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수난구호법위반의 점에 대한 이 법원의 판단 부분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원심의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에 대한 해석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조난된 선박’이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에도 해당할 수 있으므로 조난된 선박이라도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이라면 그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도 위 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5) 소결론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2 는 선박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 의 죄를 범하고도 구호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선장 또는 승무원인 피고인 1, 피고인 4, 피고인 5에게 적용되어야 함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부당하다. 다만,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하여는 아래 4. 나. 2) 다)에서 설시한 것과 같은 이유로 위 피고인들의 조타와 관련한 업무상과실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결과적으로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 결국 이 부분 원심 판결은 피고인 1 부분에 한하여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피고인 1 부분에 한하여 이유 있다.

라. 업무상과실선박매몰의 점(피고인 1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선장의 직접 지휘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선원법 제9조 주16) 의 취지와 선원법 제9조 위반의 경우 형사처벌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위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그 밖에 선박에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는 때’는 입·출항 시 또는 협수로를 지날 때와 대등할 정도로 위험 발생의 우려가 명백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판단하면서, ① ○○호가 기울어진 시점 및 지점에서의 조류의 세기 및 형태, ② ○○호 주변 선박 통행량, ③ 사고 지점의 위치(협수로인 ▒▒▒▒를 빠져나온 곳), 수심, 날씨 및 바람이나 파도의 정도, ④ 같은 구간에 대한 피고인 4, 피고인 5의 운항 경험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1의 직접 지휘의무 위반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인 1의 직접 지휘의무 위반의 점을 업무상과실선박매몰의 범죄사실에서 제외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 설시와 같은 사정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마. 유기치사, 유기치상의 점(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하여)

1) 법률상 보호 의무 발생 근거에 관한 부분

원심은 위 3의 나. 3)항 원심의 판단 부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는 조난된 선박 자체에 해당하는 ○○호의 선장 및 승무원들에 대한 법률상 구호의무의 발생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위 피고인들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에 의하여 승객들에 대한 구출의무를 부담한다는 부분은 범죄사실에서 제외하였다. 그러나 위 3의 나. 4)항 이 법원의 판단 부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고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는 ‘조난된 선박’이자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에 해당하는 ○○호의 선장 및 승무원들인 위 피고인들에게 적용되어야 하므로, 위 조항은 위 피고인들의 법률상 구호의무 발생 근거가 된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있다.

나) ○○호 운항관리규정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호의 운항관리규정에 따라 선원들이 부담하는 임무는 유기죄의 법률상 보호 의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위 피고인들이 ○○호의 운항관리규정에 의하여 승객들에 대한 구조의무를 부담한다는 내용을 범죄사실에서 제외하였다.

(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유기죄의 주체가 되는 ‘법률상 의무 있는 자’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법규범의 수범자가 누구이고 어떠한 의무가 부과되는지 여부가 누구나 예견할 수 있도록 법률에 의하여 규정되어야 한다.

(나) 해운법 제21조 의 문언 내용, 해운법의 목적과 취지, 입법 연혁, 해운법의 제재 대상이 되는 자의 범위, 해사안전법 등 다른 법규범과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해운법 제21조 는 내항여객운송사업자를 대상으로 안전관리체계를 수립할 것을 요구하는 조항일 뿐 선원들에 대하여 승객구호의무를 부과하는 것까지 시행규칙에 위임하였다고 해석하기 어렵다.

(다) 해운법에 따라 해운법 시행규칙 제15조의2 와 별표 2의2에서 ‘해양사고 등 비상사태 발생 시의 조치에 관한 사항으로 선원의 비상시 임무’를 운항관리규정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으로 규정한 것을 선원에 대한 법률상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2) 이 법원의 판단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2) 유기치상죄 피해자 중 일부 상해 제외 부분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2014. 10. 1.자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의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Ⅲ 순번 2, 4, 12, 15, 16, 18, 20, 24, 26, 39, 40, 41, 44, 59, 61번 기재 각 일부 상해내용은 사고 초기에 ○○호가 기울면서 당한 부상인지 아니면 선원들의 지시나 도움 없이 탈출하는 과정에서 입게 된 부상인지를 확인할 수 없어 유기행위로 인한 상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부분 상해를 범죄사실에서 제외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1)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Ⅲ 순번 2, 4, 12, 24, 41, 44, 59, 61번 기재 각 피해자의 경우, 검사가 당심에서 증거를 추가로 제출하지 않았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인 원심 법정진술 또는 법정진술 기재(순번 4 고○○, 순번 12 김○○, 순번 59 최○○, 순번 61 최○○), 위 피해자들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또는 진술서에 의하면, 위 피해자들이 ‘사고 초기 ○○호가 기울 때’ 원심이 범죄사실에서 제외한 상해를 입은 것으로 판단되고 달리 위 상해가 피고인들의 유기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2)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Ⅲ 순번 18번 기재 피해자 김○○의 경우, 김○○의 원심 법정진술, 김○○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및 당심에서 추가로 제출된 김○○의 진술서를 종합하면, 피해자 김○○은 ○○호가 기울 당시 또는 그 직후 객실에서 3층 로비 쪽으로 이동할 무렵에 친구 공소외 9가 미끄러지면서 옆구리 부분을 부딪치는 바람에 원심이 범죄사실에서 제외한 상해를 입은 것으로 판단되고 달리 위 상해가 피고인들의 유기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3)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Ⅲ 순번 40 기재 피해자 윤길○의 경우, 윤길○의 당심 법정진술과 윤길○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에 의하면, 원심이 범죄사실에서 제외한 상해인 ‘발목 및 발 3도화상’은 피해자 윤길○이 ○○호가 기울 당시 넘어진 온수통에서 쏟아진 뜨거운 물에 덴 상해임이 명백하다.

(4)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Ⅲ 순번 15, 16, 20, 26, 39 기재 각 피해자의 경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인 원심 법정진술(순번 16 김○○, 순번 20 김○○), 위 피해자들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및 당심에서 추가로 제출된 위 피해자들의 진술서를 종합하면, 위 피해자들은 선원들의 지시나 도움 없이 ○○호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원심이 범죄사실에서 제외한 상해를 입은 것으로 판단된다.

다) 소결론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Ⅲ 순번 15, 16, 20, 26, 39 기재 각 피해자에 한하여 이유 있다.

3) 실종자 공소외 3에 대한 범행 부분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최○필의 수사기관 및 법정진술 등에 의하여 ○○호가 기울기 시작한 08:49경 60대로 추정되는 남자 1명이 3층 좌현 난간에서 바다로 추락하였는데 위 남자는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실을 인정하고, ○○호 침몰 사고 희생자 현황 및 연령의 유사성을 고려할 때 최○필이 목격한 남자는 실종자 공소외 3인 사실을 인정하면서 공소외 3의 경우 다른 실종자들과는 달리 ○○호가 침몰할 때까지 선체 내부에 있었다고 볼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망한 시점이나 사망한 원인을 알 수 없어 유기행위와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인들의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한 유기치사죄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한 사실을 인과관계에 대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더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피해자 공소외 3이 ○○호가 기울 무렵 바다에 빠져 부조를 요하는 상태에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피고인들의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한 유기치사죄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제주 VTS 퇴선 준비 교신 부분

원심은, 제주 VTS 녹음파일에 퇴선 준비 교신내용이 녹음되어 있지 않고 제주 VTS 녹취록은 교신을 담당하였던 공소외 10이 사고 발생 당일 오후에 다시 작성한 것이며 제주 VTS 무선통신일지에는 위와 같은 교신내용이 다른 교신내용 사이에 추가로 기재되어 있는 정황에 비추어 볼 때 09:00경에 퇴선준비를 지시했다는 공소외 10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달리 위와 같은 교신내용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교신내용을 범죄사실에서 제외하였다.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 설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옳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잘못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피고인 2,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9,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살인의 점(피고인 9)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9는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6항 기재와 같이 3층 복도에서 다른 기관부 선원들과 모여 있던 중, ○○호가 좌현으로 계속 기울고 있어 빠른 시간 내에 3층이 침수되어 선박이 전복될 것임을 예상하였고, 자신의 바로 옆 복도에 스스로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상을 당한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가 아무런 구조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과 이들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할 경우 ○○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익사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으며, 자신의 지휘를 받고 있는 다른 기관부 선원들과 함께 공소외 1과 공소외 2를 갑판으로 이동시켜 해경 등을 통해 구조를 받게 할 수 있었음에도 09:39경 해경 구명단정에 올라타면서 구조 해경에게 공소외 1, 공소외 2가 선내에 쓰러져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로써 피고인 9는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 남아있던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를 구조할 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위 피해자들을 그 무렵 바다에 빠져 익사하게 하여 살해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 9에게 동료 선원인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를 구조해야 할 조리상 의무가 있고 피고인 9가 기관장으로서 3층 객실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관부 선원들을 지휘하여 위 피해자들을 구조할 수 있는 있는 지위에 있었으며 즉시 구조하지 않으면 위 피해자들이 부상당한 상태에서 침몰하는 ○○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됨으로써 사망하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위 피해자들을 그대로 남겨 두고 자리를 벗어나 위 피해자들이 익사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피고인 9의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피고인 9의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 9에게 피해자들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미필적으로라도 있어야 한다.

가) 관련 법리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검사가 제출하고 있는 증거만으로 피고인 9에게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한 것을 넘어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는 피고인 9 등 기관부 선원들이 ○○호를 퇴선하기 얼마 전 갑자기 3층 우현 쪽에서 피고인 9 등이 대기하고 있던 좌현 복도 쪽으로 떨어졌는데, 당시 피고인 9는 좌현 쪽 문을 통해 갑판 밖 상황을 살피고 있어 위 피해자들에게 직접 가서 보지는 못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하여는 피고인 10으로부터,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하여는 피고인 14로부터 전해 들어 상태를 파악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2) 피고인 9는 피해자 공소외 2가 좌현 복도 쪽으로 떨어진 직후 피고인 10으로부터 피해자 공소외 2의 상황을 보고 받고 뇌진탕이 온 것 같으니까 가서 주물러 주라고 하는 등의 조치를 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1이 떨어진 후에는 피고인 14로 하여금 피해자 공소외 1을 통로 쪽에 눕히게 하는 등의 조치를 하였다.

(3) 피고인 9가 퇴선할 당시 위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었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① 피고인 10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 9가 자신에게 ‘식당 아줌마 상처 부위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라’고 하여 자신이 아줌마 어깨를 흔들었더니 아무 움직임이 없고 신음소리를 내지 않아서 기관장에게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라고 보고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서도 “숨을 안 쉬고 미동도 없다는 것까지는 보고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② 피고인 11은 원심 법정에서 피해자 공소외 1의 상태에 대하여 “머리에서 피가 나고 의식이 없었으며, 신음을 하고 있지 않았고 전혀 미동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서 피해자 공소외 2가 처음에는 살아있었으나, 그 이후에는 확실하지 않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③ 피고인 14는 원심 법정에서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하여 “안고 있을 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고 신음소리도 없었다. 숨을 쉬지 않았고 움직임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이 법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9가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가 좌현 쪽으로 떨어질 무렵에는 살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더라도, 퇴선 무렵에는 위 피해자들이 사망하였을 수도 있다고 오해했을 가능성이 있다.

(4) 퇴선 당시 피고인 9가 기관부 선원들에게 “우리도 위험한데, 피해자들을 그냥 두고 갑시다”라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을 방치하도록 하지는 않았고, 다른 기관부 선원들이 피고인 9에게 위 피해자들을 데리고 나가자고 제안한 적도 없었다.

(5) 피고인 10은 원심 법정에서 “당시 제가 침실 매트리스 보를 가져와 피해자 공소외 2를 데리고 나오자고 제의하였으나, 피고인 9가 지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며 제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이 법정에서는 이와 같은 이야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하고 실제 행동으로 취하려고 하였는지 그냥 속으로 생각만 하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며, 피고인 9를 위해서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가지고 나오겠다고 하자 피고인 9가 이를 제지하였던 것과 혼동하였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4) 소결론

피고인 9의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위 고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피고인 9의 위 피해자들에 대한 살인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 9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업무상과실선박매몰의 점(피고인 2, 피고인 4, 피고인 5)

1) 피고인 2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 2가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의 간부들에게 화물과적과 부실한 고박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곤란하였을 사정은 인정하면서도, ① 피고인 2가 20년 이상의 항해경력을 가진 ○○호의 1등항해사로서 ○○호가 처음 출항한 때부터 화물적재에 관한 업무를 담당해 왔던 점, ②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 해무팀의 이사 공소외 15와 대리 공소외 16이 원심 법정에서 사고 전날 출항 시에 피고인 2로부터 화물과 관련하여 문제가 있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다고 진술하였던 점, ③ 피고인 2가 화물적재와 관련하여 아무런 권한이 없었다거나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는 점, ④ 피고인 2는 평소 과적이나 평형수 부족이 선박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이를 묵인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피고인 2는 화물 고박에 관하여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하는지조차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2에게 ○○호가 안전한 상태에서 운항할 수 있도록 화물적재량과 고박상태를 확인하여 사고 발생을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을 제공하였음을 인정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 설시와 같은 사정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 2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잘못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 2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피고인 4, 피고인 5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4, 피고인 5와 피고인 1, 피고인 2는 2014. 4. 16. 08:48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서,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4항 내지 제5항 기재와 같은 피고인 1, 피고인 2의 평형수 감축 적재, 화물과적 및 고박 불량, 피고인 5의 조타 미숙, 피고인 4의 지휘감독 잘못 등의 업무상과실로 ○○호가 좌현으로 기울어지면서 전복됨으로써 승객 등 476명이 현존하는 ○○호를 침몰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4, 피고인 5는 피고인 1, 피고인 2와 공동하여 업무상과실로 사람이 현존하는 선박을 매몰하게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호의 선박 자동식별 장치(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이하 ‘AIS’라고 한다) 자료, ▽▽▽▽연구소(이하 ‘▽▽▽▽’라고 한다)의 시뮬레이션 결과 보고서, 피고인 1, 피고인 4, 피고인 9의 진술 등을 근거로 피고인 5가 우현으로 조타기를 대각도로 돌리는 바람에 ○○호의 선수가 급속도로 우회두하면서 외방경사의 영향으로 선체가 좌현 측으로 급속히 기울어졌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인 5가 타기를 임의로 사용한 것과 피고인 4가 대각도 변침에 관한 감독의무를 소홀히 한 것은 업무상과실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들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사고 당시 ‘조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는지’에 관하여 여전히 ‘합리적인 의심’이 있다.

(1) 침로 140도에서 145도로 변침을 시작하여 변침이 진행되는 ‘초기’ 과정에서 피고인 5가 15도 이상의 각도로 조타를 하였는지 여부

○○호의 예정 항로에 의하면, ▒▒▒▒를 통과해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병풍도 앞 지점까지는 항로를 130도에서 145도로 변경하는 변침구간에 해당한다. ○○호의 사고 당시 AIS 자료에 의하면, ○○호의 선수방위각이 08:44:15경 130도에서 증가하기 시작하여 08:46:22경 140도에 도달한 이후 08:48:38경까지 140도 방향을 2분 16초 이상 유지하였음이 확인되므로, 130도에서 140도까지의 변침 과정에서는 피고인 4의 변침 지시에 따라 피고인 5가 우현으로 조타하여 정상적으로 변침이 완료된 사실이 인정된다. 이후 피고인 4는 140도에서 145도로의 변침을 지시하였고 피고인 5는 위 지시에 따라 우현 5도 변침을 시작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갑자기 선수가 급격하게 우선회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에 대하여 ○○호의 AIS 자료를 기초로 사고 원인을 분석했던 합동수사본부 자문단은 ‘여객선 ○○호 침몰 사고 원인분석 결과 보고서’에서 피고인 5가 145도의 변침 지시를 받고 변침을 시도하던 중 조류의 영향 등으로 추정되는 이유로 선회가 잘 되지 않자 최소 15도 이상의 각도로 조타하였는데 이에 선수가 빠르게 우선회하였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지점에서 조류 때문에 조타가 잘 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는 ◇◇◇◇호 선장 공소외 17의 원심 법정진술과 사고 당시의 조류는 약 0.5노트로서 ○○호와 같은 큰 선박의 조향성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 연구원 공소외 18의 원심 법정진술, 0.5노트 정도의 조류는 인천과 제주를 왕복하는 ○○호의 전체 항로에서 약한 편에 속하는 사실, 평소 항해를 할 때에 1노트 이하의 조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4의 원심 법정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5가 피고인 4의 지시에 따라 ○○호의 침로를 140도에서 145도로 변경하는 시점에서 사고 지점의 조류가 피고인 5의 조타에 방해가 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피고인 5가 변침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타각을 15도까지 사용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한 ○○호의 원래 선장인 공소외 11은 피고인 4 등에게 ○○호의 복원성이 매우 약하므로 변침은 5도 이하로 나누어 하고 미리미리 해야 하며 타도 조금씩 사용하라고 교육하였고, 피고인 4, 피고인 5도 ○○호의 복원성이 좋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며, 당시 마주오던 선박과 충돌할 위험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므로 피고인 5가 사고 당시 대각도로 조타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런데 아직까지 피고인 5가 피고인 4의 지시에 따라 140도에서 145도로 변침을 시도하던 중 갑자기 선수가 급격하게 우선회하기 시작한 원인에 대하여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원심 역시 피고인 5가 5도 변침을 시도하다가 ‘우선회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하자’ 당황하여 좌현 방향으로 타를 쓰려고 하였으나, 자이로컴퍼스의 회전판이 가리키는 방향을 착각하여 우현 방향으로 타를 더 크게 썼거나 타를 반대로 쓰던 중에 피고인 4의 ‘반대로요’라는 말을 듣고 착각하여 다시 우현으로 대각도의 타를 사용하였을 것이라고 추측하여 판단하고 있다).

(2) 조타기의 비정상 작동 가능성

① 피고인 3이 검찰 조사에서 한 “피고인 5가 ‘타가 쓴 것보다 많이 돌았다거나 배가 확 넘어갔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는 진술, ② 피고인 6이 원심 법정에서 한 “사고 발생 후 모텔에서 지낼 당시 피고인 5로부터 ‘키를 돌렸더니 너무 많이 오른쪽으로 돌아가서 왼쪽으로 키를 돌렸는데 빠르게 오른쪽으로 돌아가서 키를 왼쪽으로 더 돌렸다’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 ③ 피고인 9의 “피고인 4의 변침 지시 이후 피고인 5가 ‘어 안 돼!. 어.. 어.. 안 돼!’, ‘조타기가 안 돼요!’라고 소리쳤다”는 진술, ④ 피고인 4의 “변침 지시 후 몇 초 지나지 않아 피고인 5가 갑자기 ‘어. 타가...’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5가 피고인 4의 지시에 따라 140도에서 145도로 변침을 시도하던 중 자신이 사용한 조타기의 타각보다 더 많은 각도의 타효가 발생하여 ○○호가 급격하게 우선회하기 시작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은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현상 등 조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다.

(3)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현상 등의 가능성

솔레노이드 밸브(Solenoid Valve)는 전기신호의 변화에 따라 밸브를 열고 닫아 유량을 조절하는 밸브로서 조타유압장치에 설치되어 있다. 조타기에서 타를 돌린다는 것은 솔레노이드 밸브에 전기적 신호를 주어 밸브를 열고 닫음으로써 유압을 발생시켜 그 유압으로 주17) 러더(Rudder) 를 돌리는 것이다. 그런데 노후한 선박의 경우 솔레노이드 밸브 안에 있는 스풀(spool, 솔레노이드 밸브 안에서 좌·우로 움직이는 장치)에 오일 찌꺼기인 슬러지가 끼는 경우 스풀이 고착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스풀이 이동한 채로 고착되면 솔레노이드 밸브가 닫히지 않고 계속 열려 있어 유압이 계속 작용함으로써 조타기 작동 여부에 관계없이 러더가 일정 방향으로 계속 돌아가 35도 전타 위치까지 가게 된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 5가 140도에서 145도로 변침을 시도하던 중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현상이 발생하였다면 피고인 5가 조타기를 다시 주18) 미집(midship) 으로 놓거나 반대타를 사용하더라도 러더에 유압이 계속 발생하여 러더가 우현 35도까지 돌아갈 수 있고, 그 영향으로 ○○호가 변침 과정에서 급격하게 우선회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합동수사본부 자문단의 ‘여객선 ○○호 침몰 사고 원인분석 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사고 당일 08:49:13(○○호 선수 방위각 150도 시점)부터 08:49:40(○○호의 선수 방위각이 184도에서 비정상적으로 급격하게 변동하기 시작하는 시점)까지의 ‘선회 초기’ ○○호 AIS 자료에 근거한 항적이 아래 그림과 같이 ○○호를 건조할 당시 우현 최대 타각 35도로 한 주19) 선회시험 에서의 항적과 거의 일치하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오히려 이와 같은 사실은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현상에 의해 러더가 우현 35도까지 갔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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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없다는 검사의 주장에 대한 의문점

검사는, ① 조타실 상부에 설치되어 있는 타각지시기는 조타기의 조타 각도가 아닌 실제 러더의 각도를 나타내는데, 피고인 1이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원심 법정에서도 사고 직후 조타실 정면 상단의 타각지시기가 우현 15도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② 피고인 5도 타각지시기가 작동하였다고 진술한 점, ③ 피고인 5, 피고인 7, 피고인 8 등 ○○호의 조타수들이 사고 당일 조타기가 고장 나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 ④ 피고인 4가 사고 직후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상대방의 ‘타기가 고장이었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변하였던 점, ⑤ 합동수사본부 자문단장이었던 공소외 12가 원심 법정에서 사고 당시 조타기의 고장은 없었다고 진술하였던 점, ⑥ 사고 이후 촬영된 영상에 의하면 ○○호의 러더가 미집에 위치하고 있는데, 러더는 조타기를 통한 유압에 의하지 않고는 돌아가지 않고 전원이 차단되면 당시 미쳤던 유압이 계속 작용하기 때문에 조타기에 전원을 다시 넣고 조타기를 돌리지 않는 이상 러더는 그대로 고정되어 있으므로, 러더가 미집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은 오히려 당시 조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점, ⑦ 해양안전심판원 특별조사부의 ‘여객선 ○○호 전복사고 특별조사 보고서’에서도 사고 당시 ○○호의 조타설비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사고 당시 ○○호의 조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위와 같은 검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① 비록 피고인 1이 타각지시기를 보게 된 경위에 관하여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구체적으로 진술하였고, 원심 제21회 공판기일에서 실시한 실험에서 안경을 쓰지 않고 약 4미터 떨어진 시계 바늘의 방향과 위치를 대체로 볼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1은 사고 직후 바지도 입지 못한 채 조타실로 겨우 올라간 상태였고 피고인 1이 위치하고 있던 해도대 부근부터 조타실 정면 타각지시기까지의 거리가 약 4미터 정도로 가깝지 않으며, 피고인 1은 시력이 좋지 않고 난시까지 있는데 당시 안경도 쓰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피고인 1이 본 타각지시기의 각도가 의심할 여지없이 정확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②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러더가 실제로 움직이는 이상 타각지시기는 그에 따라 작동하므로 타각지시기가 작동하였다는 사실이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현상과 배치되지 않는다.

③ 피고인 5, 피고인 7, 피고인 8 등 ○○호의 조타수들이 사고 이전까지 조타기가 고장 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더라도 위 진술만으로 사고 순간에도 조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④ 피고인 4 카카오톡 메시지 내역(증거목록 순번 393, 증거기록 1372면 내지 1391면)에 의하면, 피고인 4가 2014. 4. 18. 15:11경 ‘010-6450-71××’ 번호의 휴대폰을 사용하는 주20) 사람 의 “근디 타기가 고장이야?”라는 질문에 “아니에요”라는 답변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피고인 4는 위 문자 메시지 이후에 “기계적 결함이나 선박 결함 같은 건 인양해 봐야 알거 같고”, “대각도 변침도 아니고”, “타수 아저씨가 타.. 타가.. 이러면서 타가 안 먹고 좌현으로 기울면서 우회두하고”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위 사람의 “하드까지 간 건 고장 나서 그런 거지?”라는 질문에 “아.. 그게 기억이 안나서”라는 답을 보냈던 주21) 점 에 비추어 보면, 당시 피고인 4가 조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하여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보인다.

⑤ 공소외 12는 선체운동, 그 중에서도 선체조종 시뮬레이션을 전공한 공학박사(전공 분야가 조타기 등 선체동력 분야가 아니다)로서 원심에서 주로 정전에 의한 조타기 미 작동 또는 오작동 가능성은 없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진술하였다.

⑥ 피고인 4 측의 전문가 증인인 공소외 19(▽▽▽▽▽▽ 컨설팅 대표)는 이 법정에서 조타기에 전원이 끊겼다가 다시 들어오면 러더가 미집에 원위치한다고 진술하고 있다. ○○호가 좌현으로 기운 이후 ○○호의 전원이 끊겼다가 다시 들어온 사실이 있으므로, 공소외 19의 위 진술에 의하면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현상이 발생하였더라도 ○○호의 러더가 사고 이후 미집에 위치하고 있는 현상이 설명된다. 검사는 유압으로 작동시키지 않은 이상 러더가 스스로 돌아가지는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에 대한 근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검사는 사고 이후 러더가 미집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피고인 5가 조타기를 다시 미집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검사의 기소 내용과 같이 피고인 5가 5도 변침을 시도하다가 원하는 대로의 변침이 이루어지지 않자 당황하여 임의로 조타기를 우현 측으로 대각도로 돌렸다면, ○○호가 급격하게 우선회하면서 좌현 쪽으로 30도 이상 기울게 된 상황에서 피고인 5가 조타기를 다시 미집에 원위치시켰다는 주장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⑦ 해양안전심판원의 특별조사 보고서 역시 사고 당시 타각지시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다는 피고인 5의 진술과 사고 이후 ○○호의 러더가 미집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근거로 ○○호의 조타설비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5) 그 밖의 프로펠러 오작동 가능성

이 사건 사고 당시 조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다고 하더라도, ○○호는 프로펠러가 2개이고 타가 하나인 이른바 ‘2축 1타선’인데 2축 1타선의 경우 엔진 이상 등으로 좌현 쪽 프로펠러만 작동하고 우현 쪽 프로펠러는 작동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였다면, 추진력 차이로 인하여 ○○호가 급격하게 우선회할 수도 있다.

라) 소결론

물론 이 법원에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자료나 기존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조타기에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현상 등의 고장이 발생하였거나 프로펠러가 오작동 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호를 해저에서 인양하여 관련 부품들을 정밀히 조사한다면 사고 원인이나 기계 고장 여부 등이 밝혀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사고 원인을 모를 때에는 피고인들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고 당시 조타기나 프로펠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는지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이상 피고인 5에게 우현으로 대각도로 조타한 업무상과실이 있고 피고인 4에게 대각도 조타에 관한 감독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 4, 피고인 5에게 조타와 관련한 업무상과실을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 4, 피고인 5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유기치사, 유기치상의 점(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

1) 계약상 보호 의무 관련 주장(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가) 피고인 6이 2014. 4. 14. 면접을 본 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다음날 ○○호에 처음으로 승선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가 인천지방해양항만청에 피고인 6을 ○○호의 선원으로 신고하였고 피고인 6은 사고 전날 ○○호에 항해사로 승선하여 ○○호의 선원으로서 근무하였으며 급여는 승선한 날로부터 지급되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사고 당일의 항차에 관하여 피고인 6과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 사이에 묵시적인 근로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나) ○○호의 선원인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은 비록 승객들과 직접 운송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아니지만 자신들이 속한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와 승객들 사이에 체결된 운송계약의 의무 이행자 또는 이행보조자로서, 승객들을 출발지인 인천항에서 목적지인 제주항까지 안전하게 운송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고, 만일 운항 중에 이 사건과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구호조치를 해야 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한다. 위 피고인들이 부담하는 계약상 보호 의무는 사고 발생 시 승객들의 구호와 관련된 것으로서 그 기준이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볼 수 없고, 그 내용이 ○○호 운항관리규정에서 정한 바에 한정될 것도 아니며 선장인 피고인 1의 지시가 없었다고 하여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

다) 피고인 7이 좌현 갑판의 구명뗏목을 터뜨리기 위해 접근을 시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승객들에 대한 계약상 보호 의무를 다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라)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일부 피해자의 경우 부조를 요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피고인 8)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형법 제271조 가 규정하는 부조를 요하는 경우는 스스로 자기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는데, ① 이 사건 사고 발생으로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진 후에 ○○호가 계속하여 좌현으로 기울었고, 09:47:35경에는 3층 난간이, 09:50:21경에는 4층 난간이 완전히 침수되어 3, 4층에서 대기하던 승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선체를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던 사정, ② 당시 승선하고 있던 승객들 중에는 노약자, 어린이도 있었고 선체가 기울면서 부상을 입은 승객들도 있었던 사정, ③ 선체가 언제 뒤집혀 침몰할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서 승객들은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선원들의 후속 조치를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던 사정 등을 종합하여, 피해자들이 선원들의 부조를 요하는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 설시와 같은 사정들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당시 상황에 비추어 노약자나 질병을 앓고 있던 사람뿐만 아니라 선내에 대기하고 있던 모든 승객들이 부조를 요하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 8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유기의 고의 관련 주장(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

가)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등 조타실에 머물렀던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 피고인들을 비롯한 조타실에 머물렀던 피고인들 중 일부가 조타실에 머무는 동안 VHF 교신을 통해 해경에 구조요청을 하는 등의 조치를 하였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 피고인들이 선내 대기 방송에 따라 사무부 직원들과 승객들이 선내에 대기하면서 조타실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사정과 퇴선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승객들의 생명·신체에 위험이 발생한다는 인식하였으면서도 필요한 구호조치를 하지 아니한 점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위 피고인들의 승객 등에 대한 유기의 고의를 인정하였다.

(가) 위 피고인들은 ○○호의 복원성이 좋지 않으므로 횡경사가 발생한 경우 ○○호가 쉽게 복원될 수 없다는 점, ○○호의 승객들이 배에서 탈출하지 않는 경우 생명·신체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 점, 승객들이 추가조치를 기다리며 선내에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퇴선준비를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승객들이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점 등을 인식하여 승객들이 자신들의 부조를 요하는 상태에 있음을 알고 있었다.

(나) 위 피고인들은 VHF로 진도 VTS 또는 □□□□□호의 선장과 교신하는 과정에서 승선원들을 퇴선시켜야 한다는 사실과 자신들이 승선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해야 할 행위를 알게 되었다.

(다) 위 피고인들은 09:26경 이후에도 좌현 구명뗏목으로 이동하거나 승객들이 있는 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었고, 다만 위 피고인들은 그와 같은 시도를 하는 경우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두려움으로 섣불리 그러한 행동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 설시와 같은 사정들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위 피고인들이 선장인 피고인 1로부터 승객 구호에 대한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하여 위 피고인들에게 유기의 고의가 없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 8이 퇴선 이후 해경을 도와 일부 승객을 구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유기행위가 이미 완료된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 등 3층 선실 복도에 머물렀던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 12가 사고 전날 ○○호에 처음으로 승선한 사실, 피고인 12, 피고인 15가 선내에서 근무하는 동안 승객들과 마주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사실, 피고인 15가 ○○호가 기울어질 당시 이빨이 깨지고 입술이 터지는 등 상해를 입고 어깨와 무릎 등을 다쳐 사고 이후 상당 기간 입원치료를 받았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 피고인들이 3층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 모여 있는 동안 승객들이 부조를 요하는 상태에 있음을 알면서도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음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위 피고인들에 대한 유기의 고의를 인정하였다.

(가) 위 피고인들은 ○○호가 침몰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임을 인식하였고, 사고 초기부터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퇴선에 대비하였던 점, 승객들이 추가조치를 기다리며 선내에 대기하고 있음을 알았고, 그 뒤에 퇴선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승객들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위 피고인들은 승객들이 자신들의 부조를 요하는 상태에 있음을 알고 있었다.

(나) 위 피고인들은 비상상황 발생 시 선원으로서 승객들에 대한 구조 활동을 하여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승객들에 대한 구조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약 30분 동안 구명동의를 착용하고 3층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서 머물렀고, 피고인 12는 좌현 갑판 출입문을 통해 물이 얼마나 가까워지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등 위 피고인들은 승객들에 대한 구조의무가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부조를 요하는 승객을 유기한다는 인식을 하였다.

피고인 12의 경우에도 ①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 대기하고 있을 때에 누군가가 “승객들이 많이 탔는데...”라고 하면서 승객들을 걱정하는 취지의 말을 하였던 점, ② 피고인 12가 위와 같은 말을 듣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호의 규모와 당시의 기울어진 상황에 비추어 사무부 승무원 5명으로 모든 구역과 이동경로의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어려웠던 점, ③ 설령 피고인 12가 탑승한 승객의 수가 적어 사무부 직원에 의한 승객 유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더라도 결국 승객의 퇴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무부 직원 외의 다른 승무원들이 구명뗏목 또는 사다리를 내려 승객들을 퇴선시키는 조치를 해야 하는데, 피고인 12는 그러한 조치를 취할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2에게 승객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이행할 의사가 없었다고 인정된다.

(다) 위 피고인들은 09:37경 서로 손을 잡고 좌현 갑판으로 내려왔고 따라서 그 이전에도 충분히 선내를 이동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위 피고인들은 조타실에 있던 다른 피고인들과 마찬가지로 당시 선내에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생각하였다기보다는 움직임으로 인하여 자신들이 다치거나 바다에 빠질 것을 두려워하여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인 15의 경우에도 혼자서 좌현 갑판에 내려온 뒤 해경 구명단정까지 직접 이동하여 탔고 해경 123정에 탄 뒤에도 별다른 문제없이 움직인 것으로 확인되고, 피고인 15가 당시 다른 생각을 전혀 떠올리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부상을 입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 설시와 같은 사정들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위 피고인들이 피고인 1 또는 피고인 9로부터 승객 구호에 대한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하여 위 피고인들에게 유기의 고의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유기행위의 기수 시점 관련 주장(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가) 원심의 판단

유기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유기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들의 생명·신체에 대한 추상적 위험만 발생하면 기수에 이른다. 이 사건과 같이 부작위에 의한 유기행위에 있어서 그 기수 시기는 구호조치를 취함으로써 승객들에 대한 위험발생을 제거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다. 그런데 ○○호의 승객들이 모두 퇴선경로를 확보하고 대피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당시 승객의 수나 ○○호의 기울기, 대피장소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였고, ○○호가 기울어진 직후인 08:58경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이루어짐에 따라 승객들과 사무부 선원들이 선내에 대기하고 있었으므로, 조타실에 있었던 위 피고인들로서는 늦어도 09:26경 진도 VTS로부터 10분 후 구조정이 도착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직접 또는 사무부 직원들을 통해 퇴선명령을 내리고 승객들을 이동 가능한 출입문으로 안내하는 구호조치를 시작하였어야 하는데, 위 피고인들이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09:26경 위 피고인들의 유기행위는 기수에 이르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추상적 위험범의 기수시기에 대한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또한 피고인 8을 포함하여 선원들 사이에 유기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므로 피고인 8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들의 역할에 따라 그 기수시기를 개별적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5) 인과관계 관련 주장(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가) 피고인들의 유기행위와 피해자들의 사망과의 인과관계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 피고인들이 09:26경 퇴선 안내방송을 실시하고 피해자들을 퇴선하기 좋은 외부 갑판으로 유도하거나 구명뗏목 등 구호장비를 작동시키는 등 피해자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하였다면, 사망한 피해자들이 모두 구출되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위 피고인들의 유기행위와 피해자들의 사망 사이에 인관관계를 인정하였다.

(가) 사고 당시의 수온(12.6도)과 국제 항공 및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에 의한 사람의 생존 예상 시간(10도에서 15도 사이의 수온에서 6시간 미만, 4도에서 10도 사이의 수온에서 3시간 미만)을 고려하면, ○○호의 승객들이 구명동의를 입고 바다에 빠지더라도 상당한 시간 동안 생존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 사고 지점 인근 해역의 조류 세기(09:00경 0.2노트 또는 0.5노트, 10:00경 0.4노트 또는 1.9노트, 10:30경까지 2노트를 넘지 않음)와 ○○호에서 바다로 뛰어든 승객들이 큰 움직임 없이 바다에 떠 있다가 구명뗏목 쪽으로 헤엄쳐 갈 수 있었던 점, 당시 구조헬기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구명뗏목을 이동시켰던 공소외 13이 법정에서 구명뗏목을 이동시키는 데에 조류의 영향은 크게 느끼지 못했고 ○○호의 선체가 조류를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진술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사고 당시 승객들이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조류에 떠밀려 흩어질 정도는 아니었고, 설사 다른 곳으로 떠내려갔다고 하더라도 ○○호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초계기와 헬기, 어선 등에 의해서 충분히 발견될 수 있었다.

(다) 사고 이후 해경 123정, □□□□□호, 어업지도선인 전남 201호 등 선박들이 ○○호 근처에 도달한 시간, 승선 가능 인원과 해경 소속 CN-235 초계기가 09:30경부터 상공에 뜬 상태에서 ○○호 주변을 관찰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승객 443명이 09:26경부터 모두 사고해역에 표류하였다고 하더라도 전남 201호가 도착한 10:06경까지 바다에 표류한 모든 사람들의 구조가 가능하였다고 판단된다.

(라) 각 선실에서 복도로 나올 수 있는 방법 및 경로, 승객들이 ○○호의 선실로부터 복도를 거쳐 출입문까지 이동하는 데에 특별히 이동에 장애가 될 만한 요소가 발견되지 않는 점, 각 구역별 탈출 가능성 및 실제 상황에 근거한 탈출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09:26경 퇴선명령이 내려졌을 경우 모든 승객들의 대피와 퇴선이 원활하게 이루어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마) 시신이 선체 밖에서 발견된 피해자들의 경우도 ① ○○호가 기울 당시 바다로 빠진 것으로 목격된 60대 남자 1명을 제외하고 피해자들은 모두 사고 당시 선내에 있었던 사실, ② ○○호가 전복될 당시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해경 또는 어선에 의해 구조되어 다른 선박으로 옮겨진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호가 전복될 당시 탈출에 실패하여 익사한 것으로 보이고 다른 원인에 의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 설시와 같은 사정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3층의 경우 선체의 좌현 쪽 전체가 갑판이고, 4층의 경우도 갑판의 길이가 약 40m 정도 되어 승객들이 대피할 수 없을 만큼 공간이 협소하지 않았고, 갑판으로 나올 수 없는 승객들은 갑판 가까운 곳의 복도에서 대기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 6, 피고인 7의 주장과 같이 400명이 넘는 승객들이 외부 갑판에서 안전하게 구조를 기다린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따라서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피고인들의 유기행위와 피해자들의 상해와의 인과관계

(1) 원심의 판단

정신적 상해의 경우, ① 피해자들이 ○○호가 기울어진 후 안내방송에 따라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렸고, 배가 기울어진 사고 자체로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거나 혼란에 빠졌다고 볼만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 점, ② △△고 학생들도 친구들과 함께 복도 바닥에 나란히 기대어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렸던 점, ③ 피고인들의 승객 구호조치가 있었다면 피해자들 모두 탈출할 수 있었고, 탈출과정에서 피고인들을 비롯한 ○○호 승무원들의 지시와 도움을 받았다면 현재 느끼고 있는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상해가 피고인들의 유기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신체적 상해의 경우, 피해자들의 법정진술과 진단서의 기재 등에 의하면,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Ⅲ에 기재된 신체적 상해가 피고인들의 유기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스스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음이 확인되므로, 위 피해자들에게 발생한 신체적 상해와 피고인들의 유기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 설시와 같은 사정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가 주장하는 잘못이 없다. 따라서 위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6) 긴급피난 또는 기대가능성 관련 주장(피고인 4,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11, 피고인 13, 피고인 14)

가) 긴급피난 부분

형법 제22조 제1항 의 긴급피난이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를 말하고, 여기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첫째 피난행위는 위난에 처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어야 하고, 둘째 피해자에게 가장 경미한 손해를 주는 방법을 택하여야 하며, 셋째 피난행위에 의하여 보전되는 이익은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해야 하고, 넷째 피난행위는 그 자체가 사회윤리나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비추어 적합한 수단일 것을 요하는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0도13609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인들이 승객에 대한 구호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호를 탈출하여 승객 293명으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하고 승객 140명으로 하여금 상해에 이르게 한 행위가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기대가능성 부분

위 피고인들이 당시 사고로 인하여 당황한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피고인들의 선원경력, 선원교육 이수내역 및 ○○호 운항관리규정에는 미치지 못하나 ○○호 선장 공소외 11에 의하여 실시되었던 훈련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당시 위 피고인들에게 승객 구조 등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다) 소결론

피고인 4,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11, 피고인 13, 피고인 14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해양환경관리법위반의 점(피고인 4, 피고인 5)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4, 피고인 5는 피고인 1과 공동하여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8의 가.항 기재와 같은 업무상과실로 ○○호가 좌현 뒷부분부터 침수되면서 바다에 매몰되어 유류탱크의 에어벤트(통풍관) 등을 통하여 벙커C유 139킬로리터(㎘), 경유 39킬로리터(㎘)와 윤활유 36킬로리터(㎘) 등 연료유로 사용되는 총 214킬로리터(㎘) 가량의 기름을 주변해상으로 배출하였다.

2) 판단

위 4. 나. 2)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사고 당시 조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는지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이상 피고인 5에게 우현으로 대각도로 조타한 업무상과실이 있고 피고인 4에게 대각도 조타에 관한 감독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 4, 피고인 5에게 조타와 관련한 업무상과실을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 4, 피고인 5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있다.

5. 검사의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의 사용인인 피고인 1이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과실로 214킬로리터(㎘) 가량의 기름을 주변 해상으로 배출하기는 하였으나, 기름의 유출량이 크지 않고 당시 사고로 인하여 피고인 1 등이 기름 배출에 관한 즉각적인 대처를 하기는 어려운 사정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선고한 벌금 1,000만 원이 파기할 정도로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6. 결론

검사의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1항 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검사의 항소 중 피고인 1에 대한 살인 및 살인미수의 점, 피고인 2,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수난구호법위반의 점, 피고인 1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유기치사, 유기치상의 점 중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관한 법률상 보호 의무 발생 근거 부분, 유기치상의 상해에서 제외된 일부 상해 부분과 피고인 9의 항소 중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살인의 점, 피고인 4, 피고인 5의 항소 중 업무상과실선박매몰의 점 및 해양환경관리법위반의 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유 있다. 또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직권파기 사유가 있다.

따라서 검사의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 부당 주장 및 위 피고인들의 양형 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쌍방의 항소 중 이유 있는 부분과 예비적 공소사실 관계에 있거나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또는 상상적 경합범 관계에 있는 유죄 부분, 이유 무죄 부분을 포함하여 위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 판결 전부를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또는 제6항 에 따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주22)

주22) 범죄사실

1. 피고인들의 경력·지위 및 임무

가. 피고인 1

1983년경부터 선장 또는 1등항해사로 연안 여객선 등에 승선하여 일하였고, 2급 항해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2006. 11. 1.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입사한 뒤 2013. 3.경 ○○호가 인천~제주 항로에 취항할 당시부터 선장으로 일하다가 2013. 8.경 정년 퇴직한 다음부터는 공소외 11의 휴가기간에 ○○호의 선장으로 근무하는 등 총 27년 9개월의 승무경력이 있다.

나. 피고인 2

1992년경부터 2012. 12.까지 1등항해사 등으로 원양어선 및 여객선에 승선하여 일하였고 1급 항해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2012. 12. 15.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입사한 뒤 2013. 3.경부터 2014. 4. 16.까지 1등항해사로 ○○호에 승선하여 일하는 등 총 20년 5개월의 승무경력이 있다.

○○호에 1등항해사로 승선하여 사망·질병 또는 부상 등 부득이한 사유로 선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선장의 직무를 대신하고, 평상시에는 선장의 지휘에 따라 여객과 화물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하는데 필요한 항해 및 화물의 적재, 주23) 고박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다. 피고인 3

1990. 3.경부터 1992. 3.경까지 강원도 1함대, 인천 2함대, 진해에 있는 작전사령부에서 해군으로 복무하였고, 2012. 8.경부터 2013. 12.경까지 남해고속카페리7호에서 2등항해사로 일하였으며 3급 항해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2014. 1. 1.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입사한 뒤 2014. 1. 2.경부터 ○○호의 2등항해사로 일하는 등 총 2년 4개월의 승무경력이 있으며, ○○호에 2등항해사로 승선하여 선장의 지휘에 따라 운항관리, 각종 항해장비, 통신기 점검 등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라. 피고인 4

2012. 11. 11.부터 2013. 9. 1.까지 3등항해사로 ◆◆◆ 국제여객선(◆◆◆, 총톤수 17,022톤)에 승선하여 일하였고 3급 항해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2013. 12. 15.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입사한 뒤 2013. 12. 16.부터 3등항해사로 ○○호에 승선하여 일하는 등 총 2년 1개월의 승무경력이 있다.

○○호에 3등항해사로 승선하여 평소 선장을 보좌하여 선원 교육훈련, 유관기관 합동점검 등 사항에 관하여 항해일지를 작성하는 등 ○○호 운항에 관한 각종 문서를 작성하고, 출항 전 ○○호의 화물적재 및 하역 시 힐링(배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맞추며, 안전점검보고서 작성 및 제출, 출항시간, 주24) 흘수 수치 등을 항해일지에 기재하고, 항해 시 항해당직사관으로서 조타실에서 여객과 화물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한 운항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마. 피고인 5

1992년경부터 원양어선의 갑판원으로 일하다가, 2013. 11. 1.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입사한 뒤 ○○호의 조타수로 일하는 등 총 13년 10개월의 승무경력이 있다.

○○호에 조타수로 승선하여 항해사의 지시에 따라 조타를 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바. 피고인 6

2011. 3.경부터 여객선에 승선하여 3등항해사 등으로 일하다가 이 사건 사고 직전인 2014. 4. 15.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입사한 뒤 ○○호에 항해사로 승선하는 등 총 3년 7개월의 승무경력이 있으며 3급 항해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호에 승선하여 2등항해사인 피고인 3이 휴가를 갈 경우 이를 보조하는 업무를 부여받아 피고인 3의 업무인 운항관리, 각종 항해장비, 통신기 점검 등을 보조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사. 피고인 7

1979년경부터 1982년경까지 갑판원으로 벌크선에 승선하여 일하였고, 2012년경 3등항해사로 유조선에 승선하여 일하였으며 4급 항해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2013. 2. 1.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입사한 뒤 ○○호에 조타수로 승선하여 일하는 등 총 5년 9개월의 승무경력이 있다.

아. 피고인 8

2002년경부터 2011년경까지 ▷▷▷관광 여객선 ‘◁◁호’에 승선하여 조기수·갑판원 등으로 일하다가, 2013. 7. 15.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입사한 뒤 ○○호의 조타수로 일하는 등 총 9년 11개월의 승무경력이 있다.

자. 피고인 9

1981년경부터 ♤♤♤호에 승선하여 일하였고, 이후 각종 선박에서 기관사 및 기관장으로 일하다가 2001. 9. 3.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입사한 뒤 2012. 11. 14.부터 ○○호의 기관장으로 일하는 등 총 24년 11개월의 승무경력이 있으며, 1급 기관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호에 기관장으로 승선하여 기관부 선원을 지휘하며 선박의 엔진, 전기설비의 운전 및 보수 관리를 총괄하면서, 출항 전에는 주기관의 점검, 유류 적재 등을, 항해 시에는 주기관, 전기설비 등 각종 설비의 운전 및 보수 업무를 총괄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차. 피고인 10

1985년경부터 상선에서 기관사 및 기관장으로 일하여 오다가, 2013. 12. 15.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입사한 뒤 ○○호의 1등기관사로 일하는 등 총 21년 3개월의 승무경력이 있으며, 1급 기관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호에 1등기관사로 승선하여 선장 지휘 하에 기관장을 보좌하여 주기관 엔진운전·정비 및 기관 부속품 관리 등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카. 피고인 11

2013. 11. 20.부터 ○○호에 3등기관사로 승선하여 일하는 등 총 1년 4개월의 승무경력이 있으며, 3급 기관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호에 3등기관사로 승선하여 선장의 지휘에 따라 기관장을 보좌하며 엔진 및 발전기 등 기관장비의 운항 상태를 점검하고 조작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타. 피고인 12

1983년경부터 원양어선 및 화물선에서 조기수로 일하여 오다가, 이 사건 사고 직전인 2014. 4. 15.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입사한 뒤 ○○호의 조기장으로 일하는 등 총 23년 1개월의 승무경력이 있으며, 6급 기관사 자격면허를 가지고 있다.

○○호에 조기장으로 승선하여 기관장이나 기관사의 지시를 받아 조기수를 지휘하면서 엔진 및 발전기 등 기관 장비를 점검·정비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파. 피고인 13

1981년경부터 원양어선에 승선한 것을 시작으로 벌크선, 시멘트 운반선, 어선 등 각종 선박에서 조기수로 일하다가, 2012. 12. 1.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입사한 뒤 ○○호에 조기수로 승선하여 일하는 등 총 28년 8개월의 승무경력이 있다.

○○호에 조기수로 승선하여 선장의 지휘에 따라 기관장, 기관사, 조기장의 지시를 받아 엔진 및 발전기 등 기관 장비를 점검, 정비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하. 피고인 14

1980년경부터 유조선에 승선한 것을 시작으로 시멘트 운반선, 화객선 등 각종 선박에서 조기수로 일하다가, 2014. 1. 1.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입사한 뒤 ○○호의 조기수로 승선하여 일하는 등 총 27년 7개월의 승무경력이 있다.

거. 피고인 15

1982년경부터 유조선, 자동차운반선, 여객선 등 각종 선박에서 조기수로 일하다가, 2013. 11. 15.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입사한 뒤 ○○호의 조기수로 승선하여 일하는 등 총 10년 4개월의 승무경력이 있다.

2. 화물과적과 고박불량

○○호는 2014. 4. 15. 18:30경 제주도로 출항할 예정이었으나, 같은 날 17:35경 안개로 인한 시정주의보가 발효되어 출항이 지연되다가 같은 날 20:35경 시정주의보가 해제되어 같은 날 21:00경 출항하게 되었다. ○○호는 2014. 4. 15. 21:00경 인천에 있는 연안부두에서 ○○호 선수 갑판에 컨테이너 45개를 일반 로프로 묶어 적재하는 등 많은 화물을 적재하고,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 등 총 476명이 승선한 뒤 출항하였다.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가 선박안전법 제28조 주25) 에 의하여 해양수산부장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주26) 복원성자료 에 의하면 총톤수가 6,825톤인 ○○호가 최대한 적재할 수 있는 주27) 재화중량 톤수는 3,794 주28) 톤 이고, 복원성을 유지하면서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최대치는 1,077톤이었으므로, ○○호가 만재흘수 6.264m를 유지하면서 최대 1,077톤의 화물을 적재하기 위해서는 평형수 1,694.8톤, 연료유 560.9톤, 청수 290.9톤을 적재하고 출항하여야 한다.

당시 1등항해사로서 화물의 적재 업무를 담당하는 피고인 2는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와 ○○호의 화물적재, 고박 업무를 처리하는 계약을 체결한 공소외 14 회사의 현장 감독자를 통하거나 직접 현장 인부에게 화물의 적재 여부, 적재 위치와 방법 등을 적절히 지시·점검하여 화물 적재가 위 최대치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선장인 피고인 1은 화물 적재가 최대치를 초과하지 않는지 등을 점검하여 ○○호의 안전운항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되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 2는 2014. 4. 15. ○○호에 위와 같은 기준보다 평형수 933.6톤, 연료유 410.3톤, 청수 31.9톤 등 모두 1,375.8톤이 감축된 평형수 761.2톤, 연료유 150.6톤, 청수 259톤만 적재하여 감축된 무게만큼 화물을 더 적재할 수 있도록 하고, 피고인 1은 이를 점검을 하지 않아 화물 적재가 위 최대치를 초과되도록 하였다.

그 결과, ○○호는 출항 전까지 C데크(2층) 선수 갑판에 컨테이너 45개와 일반 화물 등, 트윈데크(2.5층) 선미 화물칸에 승용차 30대 등, C데크(2층) 화물칸에 승용차 70대, 화물차 28대, 중장비 1대 등, D데크(1층) 화물칸에 승용차 24대, 화물차 29대, 중장비 3대, 컨테이너 7개, 일반 화물 등, E데크(지하) 화물칸에 컨테이너 53개와 일반 화물 등 모두 2,142톤 상당의 화물을 적재하여, 복원성자료에 기재된 적재 가능한 화물 최대치 1,077톤을 1,065톤 초과한 화물을 적재하였다.

한편, 화물은 선박안전법 제39조 주29) 에 의하여 운항관리규정 첨부 차량적재도 및 화물고박장치도에 정해진 방법으로 적재하고, 항해 시 화물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박을 하여야 한다. ○○호 운항관리규정에 첨부된 차량적재도 및 화물고박장치도에 의하면, ① 컨테이너의 적재방법은 수직 적재 시 1단의 경우 바닥에 설치된 돌기(콘)에 컨테이너 아랫부분의 홈을 끼워 잠금장치를 하고, 앞·뒷면에는 X자로 라싱바를 설치한 후 버클을 이용하여 바닥에 고정하며, 2단의 경우 1단 컨테이너 상단에 돌기(콘)를 설치하여 끼운 뒤 1단의 경우와 동일한 방법으로 고정하고, 수평 적재 시 컨테이너 2개 상단의 양쪽을 커넥팅 피트로 연결하여 고정하는 것이고, ② 차량의 적재방법은 승용차의 경우 승용차 앞·뒤 고리에 X자로 라싱밴드(나일론) 4가닥을 연결하고, 고정 화물차의 경우 화물차 앞·뒤 고리에 X자로 라싱기어(쇠사슬) 4가닥을 연결하며, 고정 중장비의 경우 중장비 둘레에 라싱기어 10가닥을 연결하여 고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화물의 고박 업무를 담당하는 피고인 2는 공소외 14 회사의 현장 감독자를 통하거나 직접 현장 인부들에게 화물의 고박 방식을 적절히 지시하여 적재된 화물들이 항해 중 움직이지 않게 규정대로 고박하도록 한 뒤, 화물의 적재 및 고박상태에 대하여 피고인 1에게 보고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피고인 1은 화물의 고박이 규정대로 되었는지 점검하여 안전운항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고, 출항 전에 ‘출항 전 안전점검 보고서’를 작성한 뒤 이를 운항관리자에게 제출하여 확인을 받은 후 출항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 2는,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 물류팀 차장 김정수 등이 현장 인부들에게 “화물을 무조건 많이 적재하고, 컨테이너는 2단 컨테이너 상단을 로프로 둘러 묶는 방법으로만 고박하라”는 취지로 지시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묵인하였다.

이에 따라 현장 인부들은 2014. 4. 15. 화물을 고박할 때 바닥에 컨테이너를 고정할 수 있는 잠금장치(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컨테이너를 적재하도록 승인되지 아니한 D데크(1층) 화물칸과 E데크(지하) 화물칸에도 위와 같이 컨테이너를 적재한 후 바닥에 고정하지 않은 채 상단을 일반 로프로 둘러 묶는 방법으로 고박하고, 선수 갑판에 설치된 컨테이너용 잠금장치의 규격과 맞지 않는 컨테이너를 2단으로 적재한 뒤 상단을 일반 로프로 둘러 묶는 방법으로 고박하는 등 규정에 위반하여 화물을 고박하였다.

그 후 피고인 1은 위와 같이 부실하게 고박된 화물에 대하여 점검하지 않았다.

위와 같이 피고인 1, 피고인 2는 ○○호에 복원성자료에 따른 적재 가능 화물 최대치를 초과하여 화물을 적재하고 고박을 규정대로 하지 않는 등 ○○호의 안전운항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호는 복원성이 현저히 악화된 채 출항하게 되었다.

3. ○○호의 전복

사고 당일 07:30경부터 피고인 4는 당직항해사로, 피고인 5는 당직조타수로 근무하던 중, 08:48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 이르러 침로 약 140도, 엔진 최대 출력을 유지한 채 145도 방향의 우현 변침을 시도하다가 선수가 급속도로 우회두하면서 주30) 외방경사 의 영향으로 선체가 좌현 쪽으로 급속히 기울어졌다.

그 과정에서 제2항 기재와 같이 과적된 상태로 부실하게 고박된 화물이 좌현 쪽으로 급격하게 쏠리면서 그 영향으로 ○○호는 좌현 쪽으로 더욱 기울게 됨으로써 복원력이 상실되어 결국 좌현으로 약 30도 전도되었고, 2014. 4. 16. 08:49:13경 위도 34.162247, 경도 125.96492 지점 해상에 있다가 아래 그림과 같이 엔진정지 및 조류의 영향 등으로 선박 우측방향으로 타원형을 그리면서 08:52:01경 위도 34.160717, 경도 125.96008 지점 해상으로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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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호는 09:34:03경 52.2도로 기울어진 것을 비롯하여 09:35:02경 52.9도, 09:36:17경 54.1도, 09:38:44경 54.4도, 09:39:10경 54.9도, 09:40:52경 55.3도, 09:41:26경 55.4도, 09:43:27경 56.2도, 09:44:38경 56.7도, 09:45:03경 57.3도, 09:46:38경 61.2도, 09:47:37경 62도, 09:49:44경 62.8도, 09:50:22경 62.6도, 09:51:46경 63.3도, 09:54:35경 64.4도, 10:07:41경 68.9도, 10:09:03경 73.8도, 10:10:43경 77.9도로 기울어지다가 10:17:06경 108.1도로 전복되었다.

4. 구조요청과 퇴선

위와 같이 ○○호가 좌현으로 전도되어 08:52경 위도 34.160717, 경도 125.96008 지점 해상에 멈추자 각자의 선실에 있던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은 사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조타실에 모였다. 피고인 2는 ○○호가 복원성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배가 좌현으로 많이 기울고 배의 균형을 잡는 힐링 펌프가 작동이 되지 않자 배가 곧 침몰할 것으로 인식하고 08:55경 제주 VTS에 “본선... 아...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가 있습니다”라며 구조요청을 하였다.

당시 ○○호에는 피고인들을 포함한 승무원 33명 외에 443명의 주31) 승객들이 승선하고 있었고, 이 중에는 건강한 남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녀자와 노약자, 특히 수학여행을 가는 △△고 학생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호의 승무원인 피고인들은 승객들을 잘 통솔하여 동요하지 않도록 하고, 승객들에게 선내방송을 통하여 사고 발생 사실을 알리고 적당한 간격으로 선원들에 의해 어떤 비상조치가 시행되고 있는지 등의 구조 관련 상황을 반복해서 알림으로써 승객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선장인 피고인 1은 승객들의 퇴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퇴선을 명령하고, 피고인들과 나머지 선원들은 신속히 담당 구역으로 간 뒤 질서 있게 승객들을 인도하여 승객들이 당황하지 않고 질서를 지키며 선원들의 지시와 유도에 따르도록 함으로써 승객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퇴선시켜야 한다. 한편, 갑판으로 대피 시 제대로 안내를 받지 못하고 선내에 남아 있는 승객이나 선원이 있을 수 있고, 방송을 듣고서도 대피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환자 혹은 노약자가 있을 수 있으므로 선장인 피고인 1, 1등항해사인 피고인 2, 기관장인 피고인 9 등은 최종적으로 객실 및 선원 선실을 수색할 필요가 있다.

피고인 1 등 피고인들은 ○○호의 승무원으로서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주32) 단서, ○○호 주33) 운항관리규정 제10장, 제14장, 붙임 2 비상부서 주34) 배치표 등에 따라 인명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고처리 업무를 모든 업무에 최우선하여 시행해야 하며, 선장인 피고인 1의 지휘에 따라 비상탈출구 위치 및 대피 방법에 대한 안내방송을 이행하고, 담당구역의 여객 대피 안내 등 각자 맡은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여 승객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했다.

특히 피고인 1은 선장으로서 인명구조 및 퇴선 등 구조조치를 총괄 지휘하면서 승객들을 구조가 쉬운 갑판 등에 대피시키고 안전한 퇴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내 방송설비·무전기·전화 등을 통한 대피명령과 퇴선명령 및 상황전파 안내방송, 선원을 통한 안내 및 승객 유도, 선원들의 담당구역 배치 및 구명뗏목과 주35) 슈트 의 투하 지시 등 적절한 구조조치를 취함과 아울러 선원들이 각자에게 부여된 구조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지휘·감독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피고인 2는 1등항해사로서 선장을 보좌하여 현장을 지휘하고, 우현 슈트를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들이 우현 슈트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피고인 3은 2등항해사로서 선장을 보좌하면서 좌현 슈트와 구명뗏목을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들이 좌현 슈트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피고인 4는 3등항해사로서 승객구조를 총지휘하는 선장을 보좌하고, 항해일지 등 운항 관련 기록을 보존하며, 통신기기로 조난신고, 구조요청을 하는 등 승객들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피고인 6 역시 항해사로서 승객 구호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

피고인 5, 피고인 7, 피고인 8은 각 조타수로서 선장과 항해사들의 지휘를 받아 슈트, 구명뗏목, 비상 사다리나 구명환을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들이 구명뗏목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피고인 9는 ○○호의 기관장으로서 선박 침몰과 같은 비상상황 발생 시 승객들에게 비상탈출구 위치 및 대피 방법을 안내함과 아울러 기관부 선원들을 지휘하여 기관부 선원들로 하여금 담당 구역에 따라 좌·우현 슈트, 구명뗏목 투하, 좌·우현 비상사다리 투하 등 승객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

피고인 10은 1등기관사로서 주기관을 담당하고 우현 슈트 및 구명뗏목을 투하하며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들이 구명뗏목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피고인 11은 3등기관사로서 기관실을 총지휘하는 기관장을 보좌하여 승객들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피고인 12는 조기장으로서 익수자를 구조하고 우현 슈트 및 구명뗏목을 투하하며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들이 우현 슈트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는 각 조기수로서 기관장의 지휘를 받아 슈트, 구명뗏목, 비상 사다리나 구명환을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들이 구명뗏목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호가 이 사건 사고 직후 이미 좌현으로 약 30도 정도 기울고, 선수 갑판에 있던 컨테이너 등의 화물들이 좌현으로 쏠려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서 피고인들은 평소 복원력이 나빴던 ○○호가 곧 전복되어 침몰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의무에 따라 선장인 피고인 1은 즉시 다른 피고인들을 비롯한 전 선원들에게 비상부서배치 명령을 발하여 각 선원들이 비상부서배치표에 따라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지휘하고, 피고인 2를 비롯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각자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승객 등을 선실에서 나오게 한 뒤 갑판으로 유도하는 등 퇴선준비를 하여야 했다.

그런데 피고인 1은 위와 같은 퇴선준비를 하지 않은 채 오히려 08:58경 피고인 3에게 승객들로 하여금 “구명조끼를 입고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을 지시하고, 이에 피고인 3이 시스템 배전반에 부착되어 있는 방송시스템 전원버튼을 누르고 “선내 대기하라”는 방송을 하였으나, 비상버튼을 누르지 않아 선내방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피고인 3은 ○○호의 사무장 공소외 6에게 무전기로 연락하여 ○○호의 침몰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주지 않은 채 안내방송을 하라고 지시하고, 공소외 6은 3층 안내데스크에 있는 ○○호의 매니저 공소외 7에게 ‘선내 대기’ 안내방송을 할 것을 지시하여 공소외 7은 승객들에게 “선내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하였고, 그 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선내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하여 승객들로 하여금 선박의 침몰 상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채 계속 선내에 대기하도록 하였다.

한편,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 9는 ○○호가 급속히 기울어져 선수 갑판의 컨테이너가 좌현 쪽으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전복될 것으로 판단하여 엔진을 정지시키기 위해 엔진 텔레그래프(Engine Telegraph) 레버를 잡아 당겼으나 불완전하여 엔진이 완전히 정지되지 않은 상태에 있던 중 피고인 1의 지시로 엔진을 완전히 정지시킨 다음 직통전화로 기관실에 전화를 걸어 기관실에 있던 기관부 선원인 피고인 11, 피고인 14, 피고인 13에게 기관실에서 나올 것을 지시하였다.

이어서 피고인 9는 피고인 1이 “기관실로 내려가 봐라”라고 지시하자 곧바로 조타실을 나와 기관부 선실이 있는 3층 복도까지 계단으로 내려갔고, 09:06경 그곳에서 기관실로부터 올라 온 피고인 11, 피고인 14, 피고인 13과, 기관부 선실에서 나온 기관부 선원인 피고인 10, 피고인 12, 피고인 15와 함께 구조선이 오기를 기다리며 대기하였다.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등은 09:13경 ○○호 부근을 항해 중이던 □□□□□호가 진도 VTS의 구조요청을 받고 ○○호의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호에 다가오면서 “탈출을 하면 저희들이 구조를 하겠습니다”라는 교신을 보내는 것을 들었으므로 □□□□□호가 구조를 위해 인근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후 진도 VTS와의 교신을 통해서 경비정 및 인근 어선들도 구조를 위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한 09:21경 및 09:23경 진도 VTS 및 □□□□□호로부터 “지금 둘라에이스가 지금 접근 중에 있는데 지금 그 ALONGSIDE가 할 수 없는 상태라 구조 대기하고 있습니다”, “인근에 있다가 인명들이 탈출하면 인명구조 하겠습니다”라는 교신을 들었고, 이때는 사고 직후보다 배가 좀 더 좌현으로 주36) 기울었음에도 불구하고 구명뗏목과 슈트 등 구조장비를 투하하고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등의 구조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묵살하였다.

더욱이 조타실에 있던 위 피고인들은 09:23경 진도 VTS로부터 “경비정 오는데 15분, 15분입니다”, “방송이 안 되더라도 최대한 나가셔서 그 승객들한테 구명동의를 꼭 착용을 하고 옷을 두껍게 입으라고 최대한 많이 전파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교신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09:24경 □□□□□호 선장으로부터 “맨몸으로 하지 마시고 라이프링이라도 하여간 착용을 시켜서 탈출을 시키십시오. 빨리”라는 교신을 받았음에도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등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를 묵살하고, 다시 09:25경 진도 VTS로부터 “지금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저 선장님께서, ○○호 선장님께서 최종적으로 판단을 하셔갖고 지금 승객 탈출을 시킬지 최대한 지금 빨리 결정을 해 주십시오”라는 교신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등 구조조치를 취하지 않고 묵살하였다.

그 무렵 조타실에 있던 위 피고인들은 피고인 3이 소지하고 있던 무전기와 조타실에 비치된 무전기를 통해 3층 객실 안내데스크에 있던 ○○호의 매니저 공소외 20과 공소외 7로부터 선내에 대기 중인 승객들에 대한 대피 등 추가 조치 요청을 수차례 받았음에도 승객들에 대한 대피명령을 하는 등 추가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선박 침몰 상황 및 올바른 대처 방법을 알지 못하는 공소외 20과 공소외 7은 계속해서 “선내 대기하라”는 방송을 하여 승객들로 하여금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한 채 계속 선내에 대기하도록 하였다.

조타실에 있던 위 피고인들은 09:26경 진도 VTS로부터 “경비정이 10분 이내에 도착을 할 겁니다”라는 교신을, 09:27경 진도 VTS로부터 “1분 후에 헬기가 도착할 예정입니다”는 교신을 각 받았으므로 승객들을 대피 장소에 모이게 하는 등 즉시 탈출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함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던 중, 09:34경 ○○호가 사고 당시보다 더 많이 주37) 기울면서 ○○호의 침수한계선(D데크 높이까지의 흘수)이 이미 수면에 잠기어 복원력을 완전히 상실하였으므로 ○○호가 곧 전복될 것이고, 따라서 승객들에 대한 대피명령 및 퇴선명령을 더 이상 지체하면 선내 대기하라는 방송에 따라 선내에 대기하고 있던 승객들은 아예 선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다.

그럼에도 조타실에 있던 위 피고인들은 09:37경 이후 진도 VTS로부터의 교신에 응답하지 않은 채 해경 경비정이 ○○호에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대피명령 및 퇴선명령, 승객 퇴선유도 등 승객을 구조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승객의 상황에 대하여 확인하거나 승객 구조 방법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않다가, 09:39경 피고인 9 등 기관부 선원들이 퇴선하는 것과 전방에 경비정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승객과 다른 선원들을 ○○호에 그대로 대기시켜 둔 채 자신들만 퇴선하기로 마음먹고, 곧바로 조타실 좌측에 있는 출입문을 통해 차례로 윙브릿지로 나간 후, 09:46경 ○○호의 조타실 앞에 도착한 해경 123호 경비정에 탑승하면서 자신들이 선장 또는 선원임을 밝히지 않고 ○○호를 퇴선하였다.

한편, 피고인 9는 위와 같이 ○○호의 3층 기관부원 객실 복도에서 피고인 10,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로 하여금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도록 하였고, 피고인 9 등 위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은 조타실의 피고인 1 등이 구명뗏목과 슈트 등 구조장비를 투하하지 아니하였고 승객들에 대한 대피명령 및 퇴선명령도 하지 아니하여 승객 등이 선내에 대기 중인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다.

피고인 9가 조타실이 있는 5층에서 기관부 선실이 있는 3층까지 계단을 이용하여 내려왔고, ○○호의 가장 아래층인 선저의 기관실에 있던 피고인 11, 피고인 14, 피고인 13이 3층까지 올라온 점 등에 비추어 기관부 피고인들은 선내 이동이 가능한 상황임을 인식하였으므로, 인접한 선실로 이동하여 승객들을 대피시키거나 위와 같이 각자 맡은 비상시 임무를 수행하여 승객들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대기하던 중, 바로 옆 복도에서 조리수 공소외 1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고, 조리원 공소외 2가 굴러 떨어진 충격으로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호가 좌현으로 계속 기울고 있어 더 이상 지체하면 “선내 대기하라”는 방송에 따라 선내에 대기하고 있던 승객들이 아예 선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하게 되고, 특히 부상을 당한 공소외 1과 공소외 2도 선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익사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 9 등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은 구명뗏목과 슈트를 투하하고 위 공소외 1, 공소외 2와 승객들을 구조가 쉬운 갑판으로 대피시키는 등 승객 구조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승객의 상황에 대하여 확인하거나 승객 구조 방법을 논의조차 하지 않은 채 3층 복도에 모여 약 30여 분 동안 해경 구명단정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후 피고인 9는 09:38경 해경 구명단정이 ○○호의 좌현으로 접근하자 승객들과 다른 선원들을 ○○호에 그대로 대기시켜 둔 채 자신들만 퇴선하기로 마음먹고, 피고인 10 등 기관부 선원들에게 3층 복도와 연결된 좌현 쪽 출입문을 통하여 밖으로 나가도록 한 뒤 09:39경 해경 구명단정에 탑승하면서 자신이 선원임을 밝히지 않고 ○○호를 퇴선하였고, 피고인 10,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도 피고인 9의 지시에 편승하여 승객들에 대한 아무런 구조조치 없이 피고인 9와 함께 ○○호를 퇴선하였다.

5. 사고 발생 후 승객의 대응 및 피해상황

○○호에서는 08:52경부터 매니저 공소외 7에 의하여 선내방송으로 승객들에게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가 시작된 것을 비롯하여 09:50경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선내 대기하라”는 방송만 계속되었을 뿐, 승객들에게 사고 상황이나 대피요령 등에 대해서는 안내방송이 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따라 08:52경 ○○호에 타고 있던 피해자 주38) 최○○ (남, 16세)가 119에 최초로 사고 신고를 하고, 피해자 김○○(여, 16세)이 09:41경 “아 진짜 보고싶어ㅜㅜ엄마ㅜㅜ, 야 진짜무서워ㅜㅜㅜ, 창문바로앞에컨테이너, 떠내려가고잇어, 존나방송도안해줘, 걍가만히만잇으래”, 09:42경 “아빠가 속보 떳다고, 보라고해서, 아니숙소안에, 다잇어, 배터리단다고, 지피에스 켜놓고, 배터리다니까, 기다리래ㅜㅜ“라는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피해자 박○○(여, 16세)이 10:17경 “지금 더 기울어”라는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승객들은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선내에서 구조조치를 기다리면서 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한편, 피해자 유○○(남, 58세)은 3층 선수 좌현 큰방에서 대기하던 중 좌현 쪽 창문을 통해 바닷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고 출입문을 이용하여 안내데스크로 이동한 후 다시 로비 계단을 통해 4층 우현 갑판까지 이동하여 대기하던 중 해경에 구조된 것을 비롯하여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에도 불구하고 갑판 등으로 이동하여 해경에 의해 구조되었던 승객이 있었던 것을 보면, 피고인들이 퇴선명령을 하고 구명뗏목을 투하하는 등 구조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다면 승객들이 살아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위와 같이 ○○호가 전복되고 피고인들이 대피명령 및 그에 따른 승객들의 대피유도 등 아무런 구조조치 없이 ○○호를 퇴선함에 따라 ○○호에 탑승했던 정○○(남, 16세)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Ⅰ 기재 303명 및 공소외 3(남, 57세)은 그 무렵 바다에 빠져 사망하였고(2015. 4. 28. 판결 선고 당시의 실종자 9명을 포함하였다), 강○○(남, 40세)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Ⅱ 기재 152명은 해경 등에 의하여 구조되었으나 ○○호가 갑자기 기울어 질 때 또는 탈출 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

6. 피고인별 법률 적용

가. 피고인 1, 피고인 2의 업무상과실선박매몰

피고인 1, 피고인 2는 2014. 4. 16. 08:48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서, 제2항 기재와 같은 위 피고인들의 평형수 감축 적재, 최대 적재 화물량 초과 및 고박불량 등의 업무상과실과 알 수 없는 다른 원인이 결합하여 ○○호가 좌현으로 기울어지면서 전복됨으로써 승객 등 476명이 현존하는 ○○호를 침몰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1, 피고인 2는 공동하여 업무상과실로 사람이 현존하는 선박을 매몰하게 하였다.

나. 피고인 1의 살인, 살인미수

피고인 1은 제4항 기재와 같이 평소 복원력이 나빴던 ○○호가 사고 발생 직후 이미 좌현으로 약 30도 정도 기운 뒤 계속하여 기울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호가 곧 침몰할 수 있다는 사실과 피해자인 승객 등이 안내방송을 믿고 대피하지 않은 채 선내에 대기하고 있는 사실 그리고 진도 VTS 등과의 교신을 통하여 승객 등을 퇴선시킬 경우 구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였다.

승객 등에 대한 퇴선명령을 하여야 할 결정권자인 피고인 1은 2014. 4. 16. 08:55경 ○○호 조타실에서 제주 VTS에 피고인 2가 구조요청을 한 뒤부터 09:37경 진도 VTS와의 교신을 단절하기까지 피해자들의 구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구명뗏목과 슈트 등 구조장비를 투하하고 피해자들로 하여금 구조가 용이한 갑판 등으로 대피하도록 하는 등 구조조치를 해야 했다. 특히 ○○호 인근에 대기하고 있던 □□□□□호에서 교신을 통하여 09:13경 피해자들이 탈출하면 구조를 하겠다고 하고 나아가 09:24경에는 피해자들에게 라이프링을 착용시켜 빨리 탈출을 시키라고까지 하였으므로, 피고인 1은 지체 없이 피해자들을 안전하게 퇴선시켜야 했다. 더욱이 피고인 1은 조타실에 있는 무전기 또는 선내 방송장치, 비상벨로 쉽게 피해자에게 대피 등 구호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 1은 피해자들이 선내에 그대로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가 더 기울면 아예 ○○호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위와 같은 퇴선을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선내 대기 중인 피해자들에 대한 대피 등 후속조치를 묻는 사무 승무원들의 무전에 대하여 위와 같은 조치를 명하지 아니함으로써 오히려 계속 선내 대기 방송만이 나가도록 하였고, 09:26경에는 진도 VTS로부터 해경 경비정이 10분 내에 도착한다는 교신을 받았으므로 10분 뒤 해경이 도착하였을 때 피해자들로 하여금 바로 퇴선하여 구조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하나 이때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피해자들로 하여금 계속 선내에 대기하고 있도록 하였다.

이후 피고인 1은 해경 123정 1척만이 ○○호 인근에 도착하는 것을 발견하였는데, ○○호가 증·개축으로 무게중심이 위에 있어 복원력이 약하고 고박 부실과 과적 등으로 좌현으로 화물이 쏠려 배가 결국 침몰될 수밖에 없고, 당시의 배 기울기 진행 속도로 보아 짧은 시간 내에 배가 전복될 것이므로 승객 등이 ○○호에 남아있을 경우 곧 죽을 수도 있는 반면에, 퇴선명령이 없는 상태에서 피고인 1이 먼저 탈출하면 우선적으로 구조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피고인 1은 “승객 등에게 대피 또는 퇴선명령을 하지 않고 ○○호를 퇴선하면 선내에 대기하고 있던 승객 등은 ○○호가 침몰할 때 선내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할 수 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 하에 승객들에 대한 구호 조치 없이 자신만 퇴선하기로 용인하였다.

피고인 1은 09:37경 위 조타실에서 더 이상 진도 VTS와의 교신을 하지 않고 있던 중 09:39경 피고인 9 등 기관부 선원들이 해경 구명단정을 이용하여 먼저 퇴선하는 것을 보고 “퇴선명령을 하지 않아 선내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침몰 중인 ○○호 선내에 계속 있을 경우 빠져나오지 못하여 사망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에 승객 등에 대한 어떠한 구조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퇴선하기로 마음먹고, 그곳에 함께 있던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과 윙브릿지로 나와 자신들이 선장과 선원이라는 사실을 비롯하여 선내에 승객 등이 대기 중이라는 사실 그리고 승객 구조를 위해 필요한 선박에 관한 정보 등을 구조 해경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로써 피고인 1은 ○○호에 남아있던 피해자 정○○(남, 16세)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Ⅰ 기재 피해자 303명을 그 무렵 바다에 빠져 익사하게 하여 살해하고, 피해자 강○○(남, 40세)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Ⅱ 기재 피해자 152명이 사망할 것을 용인하면서 퇴선하였으나 위 피해자들이 해경 등에 의하여 구조되는 바람에 사망하지 않았다.

다. 피고인 1, 피고인 2의 주39)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피고인 1, 피고인 2는 공동하여 제2항과 같은 업무상과실로 2014. 4. 16. 08:48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서 제6의 가.항 기재와 같이 ○○호를 침몰하게 하여, 승객인 공소외 3이 바다에 빠지거나 승객과 다른 선원들이 구조를 기다리며 침몰하는 ○○호 선내에 대기하고 있음에도 대피 및 퇴선 등 구조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퇴선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 1, 피고인 2는 공동하여 ○○호에 탑승 중이던 피해자 공소외 3(남, 57세)이 바다에 빠졌음에도 조난된 피해자를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여 위 피해자로 하여금 익사로 사망하게 하였다.

또한 피고인 2는 ○○호에 탑승 중이던 피해자 정○○(남, 16세) 등 455명을 바다에 빠지거나 매몰된 선체에 갇히게 하였음에도 조난된 피해자를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여, 피해자 정○○(남, 16세)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Ⅰ 기재 피해자 303명으로 하여금 익사로 사망하게 하고, 피해자 강○○(남, 40세)로 하여금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어깨, 팔, 무릎 타박상 및 불면 등 적응장애의 상해를 입게 하는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Ⅱ 기재 피해자 152명으로 하여금 상해에 이르게 하였다.

라.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9, 피고인 10,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의 유기치사, 유기치상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9, 피고인 10,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는 2014. 4. 16. 08:48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서 침몰한 ○○호의 승무원으로서 제4항 기재와 같이 승객 등을 구조할 법률상·계약상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위 피고인들은 승무원의 선내 대기 방송에 따라 구조를 기다리며 침몰하는 ○○호 선내에 대기 중이던 승객과 다른 선원들의 구조를 위해 필요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이로써 위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Ⅰ, Ⅲ 기재 피해자들을 유기함으로써, 피해자 정○○(남, 16세)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Ⅰ 기재 피해자 303명으로 하여금 그 무렵 익사로 사망에 이르게 하고, 피해자 강○○(남, 40세)으로 하여금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어깨, 팔, 무릎 타박상 및 불면 등 적응장애의 상해를 입게 하는 등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Ⅲ 기재 피해자 142명으로 하여금 주40) 상해 에 이르게 하였다.

마. 피고인 1의 선원법위반

선장은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 1은 2014. 4. 16. 08:48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서 ○○호가 복원성을 잃고 급속히 기울어져 전복될 급박한 위험이 있었음에도 제4항 기재와 같이 승객들을 신속히 대피시키는 등 인명 등의 구조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

바.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9, 피고인 10,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의 주41) 수난구호법위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호는 2014. 4. 16. 08:48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서 복원성을 잃고 급속히 기울어져 승객인 정○○(남, 16세), 공소외 3(남, 57세) 등이 조난사고를 당하였다.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9, 피고인 10,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는 제2항 기재와 같이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임에도 제4항 기재와 같이 조난당한 승객들을 신속히 대피시키는 등 인명 구조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써 위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

7. 피고인 1의 해양환경관리법위반

피고인 1은 제2항 기재와 같은 업무상과실로 ○○호가 좌현 뒷부분부터 침수되면서 바다에 매몰되어 유류탱크의 에어벤트(Air Vent, 통풍관) 등을 통하여 벙커시유 139킬로리터(㎘), 경유 39킬로리터(㎘)와 윤활유 36킬로리터(㎘) 등 연료유로 사용되는 총 214킬로리터(㎘) 가량의 기름을 주변 해상으로 배출하였다.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설시하는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증거의 요지를 아래와 같이 수정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원심 판결 제35면 하단 증거의 요지의 [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 부분]을 [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 로 변경하고, 그 부분 증거의 요지에 ‘1. 피고인 1의 당심 법정진술, 1. 당심증인 윤길○의 법정진술, 1.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Ⅱ 기재 피해자들에 대한 각 진단서 및 소견서, 수사보고(○○호 침몰사건 생존자 92명 진료내역 확인), 병원별 진료내역 파악 결과, 1. 각 현장감식결과보고, 검시조서, 각 검시사진, 각 사체검안서, 각 변사사건 발생보고 및 지휘건의’를 추가한다.

○ 원심 판결 제37면 둘째 줄 [살인죄, 유기치사죄, 유기치상죄, 선원법위반죄]를 [살인죄, 살인미수죄, 유기치사죄, 유기치상죄, 선원법위반죄, 수난구호법위반죄]로 변경하고, 그 부분 증거의 요지에 ‘1. 피고인 3, 피고인 9의 당심 법정진술, 1. 피고인 1의 일부 당심 법정진술, 1. 당심증인 공소외 5, 윤길○의 각 법정진술’을 추가한다.

○ 원심 판결 제39면 [ 2014고합384호 ] 부분 증거의 요지에 ‘1. 피고인 1의 당심 법정진술’을 추가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가. 피고인 1 : 형법 제189조 제2항 , 제187조 , 제30조 (업무상과실선박매몰의 점), 각 형법 제250조 제1항 (살인의 점), 각 형법 제254조 , 제250조 제1항 (살인미수의 점),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2 제1호 , 형법 제268조 , 제30조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한 선박 교통사고 도주 후 치사 또는 치사 후 도주의 점), 선원법 제161조 전문, 제11조 (인명 구조 미 조치의 점), 수난구호법 제43조 제2호 , 제18조 제1항 단서, 형법 제30조 (조난된 사람 구조 미조치의 점), 해양환경관리법 제127조 제2호 , 제22조 제1항 (과실 선박 기름 배출의 점)

나. 피고인 2 : 형법 제189조 제2항 , 제187조 , 제30조 (업무상과실선박매몰의 점), 각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2 제1호 , 형법 제268조 , 제30조 (선박 교통사고 도주 후 치사 또는 치사 후 도주의 점), 각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2 제2호 , 형법 제268조 (선박 교통사고 도주 후 치상 또는 치상 후 도주의 점)

다.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9, 피고인 10,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 : 각 형법 제275조 제1항 , 제271조 제1항 , 제30조 (유기치사의 점), 각 형법 제275조 제1항 전문, 제271조 제1항 , 제30조 (유기치상의 점), 수난구호법 제43조 제2호 , 제18조 제1항 단서, 형법 제30조 (조난된 사람 구조 미조치의 점)

1. 상상적 경합

가. 피고인 1

형법 제40조 , 제50조 [각 살인죄 및 각 살인미수죄 상호간, 형과 범정이 가장 무거운 피해자 권○○(2008. 6. 27.생)에 대한 살인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선원법위반죄 및 수난구호법위반죄 상호간, 형이 더 무거운 수난구호법위반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나. 피고인 2

형법 제40조 , 제50조 [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 상호간, 형과 범정이 가장 무거운 피해자 권○○(2008. 6. 27.생)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다.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9, 피고인 10,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

형법 제40조 , 제50조 [각 유기치사죄, 각 유기치상죄 및 수난구호법위반죄 상호간, 형과 범정이 가장 무거운 피해자 권○○(2008. 6. 27.생)에 대한 유기치사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형의 선택

살인죄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에 대하여 유기징역형을, 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에 대하여 금고형, 수난구호법위반죄와 피고인 1의 해양환경관리법위반죄에 대하여 징역형을 각 선택

1. 경합범가중

가. 피고인 1 :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1호 , 제50조 [형이 가장 무거운 살인죄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을 선택하였으므로 다른 형을 과하지 아니함]

나. 피고인 2 :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2항 , 제50조 [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 상호간, 형이 더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두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1. 작량감경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12 : 형법 제53조 , 제55조 제1항 제3호 (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양형의 이유

○○호는 승객 443명, 승무원 33명 등 총 476명이 탑승한 상태에서 인천을 출항하여 제주도로 향하던 중 병풍도 부근에서 전복되어 침몰하게 되었다. 피고인들은 여객선인 ○○호의 선장 및 선원들로서 승객 등에 대한 구조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승객 등을 침몰하는 ○○호에 남겨두고 먼저 ○○호를 탈출하였다. 당시 승객들은 선장인 피고인 1의 선내 대기 명령에 따라 구조를 기다리며 마냥 대기하고 있다가 탈출 기회도 갖지 못하고 침몰하는 ○○호와 함께 바다에 매몰되었다. 다행히도 어떤 승객들은 선내 대기 명령에도 불구하고 선실 바깥으로 나와 구조되거나 겨우 탈출에 성공하여 살아남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304명이 사망하고 152명이 상해를 입는 끔찍한 대참사가 발생하였고,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피해자들은 물론 그 가족들 또한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게 되었다. 피고인들은 승객들을 구조해야 할 1차적인 책임이 있고 그 책임을 이행함으로써 이와 같은 끔직한 결과를 막을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선장 및 선원들로서 그 결과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한편, ○○호는 증·개축으로 인한 복원성 약화, 과적 및 부실고박 등의 사유로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위험한 여객선이었다. 선사인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의 간부들은 경비절감을 위하여 여러 차례 선장과 선원들이 지적한 ○○호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았고, 매출 증대를 위하여 과적을 조장하고 부실고박을 방치하였으며, 평소 ○○호의 선원들에게 비상시에 대비한 훈련을 관련 규정에 맞게 실시하지 않음으로써 ○○호가 전복되고 승객들에 대한 구조조치에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였다. 또한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가 승객 및 선박 안전에 관한 규정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안전점검 기관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도 이 사건 사고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위와 같은 정상을 토대로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을 정하되, 피고인들의 지위와 권한, ○○호 매몰에 대한 과실 유무, 사고 발생 이후 ○○호 탈출 전까지 승객 구조를 위해 취한 조치 내용, ○○호 탈출 이후 승객 구조조치 참여 여부, 선원 경력 및 ○○호 근무 경력 등 아래와 같은 개별적 양형요소와 함께 피고인들의 나이, 경력, 가족관계,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의 조건들을 고려하였다.

○ 피고인 1( 주42) 68세, 주43) 무기징역)

피고인이 정년퇴직을 한 후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의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호와 ○○호의 선장들이 휴가를 갈 때에만 선박을 운항하였기 때문에 화물 과적 및 부실고박을 조장하는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의 업무관행을 바로잡기 어려웠던 점, 68세의 피고인이 2013. 10. 말경 담석수술을 받아 평소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던 점 등의 정상은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자신의 선내 대기 명령 및 안내방송에 따라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질서정연하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고 어린 학생 등을 포함한 304명에 이르는 승객들을 방치하였고, 이른바 ‘골든타임’에 선장으로서 아무런 역할도 수행하지 않아서 이들을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였으며, 심지어 이들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선원들만 데리고 먼저 탈출하였다.

피고인의 무책임한 행위로 꽃다운 나이에 꿈도 펼치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수많은 학생들, 생때같은 어린 자식들을 먼저 보내고 아직도 자식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살면서 분노와 좌절 속에 신음하고 있는 부모들, 1년이 넘도록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팽목항을 맴돌면서 방황하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 구사일생으로 탈출하였으면서도 죄의식과 우울증 등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생존자들에게 치유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겨주었다.

나아가 ○○호가 어린 학생들과 함께 침몰하는 과정을 언론을 통하여 지켜보던 많은 국민들에게 크나큰 공포와 슬픔을 안겨주어 국민 전체가 집단적인 우울증을 겪게 되었고, 국가기관과 사회질서에 대한 신뢰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공동체가 극심한 분열과 혼란에 빠지게 되었으며, 외신을 통하여 전 세계에 ○○호의 사고 모습과 선장의 무책임한 탈출 장면이 보도되는 등 대한민국의 국격은 곤두박질치게 되었다.

이와 같은 크나큰 비극을 초래한 피고인의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서받기 어렵고, 우리 사회에 다시는 이와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피고인에게 엄중한 형사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에 대하여 사회와 영구히 격리시키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

○ 피고인 2(42세, 징역 12년)

피고인은 승무경력 20년 5개월의 1등항해사로서 선박의 복원성 유지에 필요한 정도의 평형수를 적재하고, 화물의 적재와 고박 상태를 확인하는 등 ○○호의 복원성을 유지할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러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복원성 유지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의 평형수 과소 적재 상태 및 사고 전날 ○○호에서 이루어진 화물 과적 및 부실고박을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호가 복원성을 갖추지 못하여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한 데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1등항해사로서 선장인 피고인 1이 승객 구조를 위한 지휘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 최상급 선원으로서 이를 대신하거나 조언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음에도 ○○호가 전복된 이후 VHF를 통하여 해경에 구조요청을 한 것 외에는 별다른 구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았고, 피고인 1에게 승객들의 대피 및 구조조치에 관한 적절한 조언을 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호에서 탈출한 이후 해경 123정에 남아 있을 때에도 해경이나 다른 선원들의 승객 구조 활동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원들 중 그 죄책이 가장 무겁다.

다만, 피고인이 선원으로서 화물 과적을 조장하는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 간부들의 뜻에 반하여 적정량의 화물만 적재하기는 어려웠던 점,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비상시에 대비한 훈련을 받지 못하였던 점, 처와 나이 어린 네 자녀를 부양하고 있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

○ 피고인 9(53세, 징역 10년 주44) )

피고인은 승무경력 24년 11개월의 기관장으로서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의 해무이사, 해무팀장, 선장, 1등항해사 등이 참석하는 ○○호 선상회의에 함께 참여하는 간부 선원이다. 피고인은 사고 순간 피고인 4, 피고인 5와 함께 조타실에 있다가 선내 전화로 기관실에 있던 피고인 11, 피고인 13, 피고인 14에게 탈출을 지시하는 등 사고의 위험성을 직감하였음에도 고급간부로서 부하 선원들의 구호조치를 독려하기는커녕 기관부 선원들과 3층 복도에서 대기하다가 기관부 선원들을 인솔하여 가장 먼저 ○○호를 탈출하였고, 탈출 이후에도 승객들에 대하여 아무런 구조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른 선원들에 비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

다만, 피고인이 사고 발생 직후 조타실을 벗어나 3층 기관부 객실 앞 복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지위에 있었던 점, 당심에 이르러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부분을 모두 자백하고 있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

○ 피고인 3(46세, 징역 7년)

피고인은 2등항해사로서 사고 이후 ○○호와 VTS 등 다른 외부기관과의 통신과 선내 방송 지시 등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런데 피고인은 ○○호가 전복된 직후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라는 선내 방송을 시도하였으나 조타실 방송 장치의 스위치를 잘못 조작하여 선내 방송을 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조타실에 있던 선장과 선원들이 조타실에서 직접 선내 방송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오인하는 결과를 낳게 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사무부 직원들에게 선내 대기 방송을 할 것을 무전기로 지시하였기 때문에 그 후 조타실에서 사무부 직원들에게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을 경우 승객들이 그대로 선내에 대기함으로써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고인 1에 의한 승객 퇴선명령 없이 ○○호를 탈출함으로써 선내에 대기하고 있던 승객들이 ○○호에 그대로 남게 하는 데에 주요한 원인을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선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선원들 중에서는 비난 가능성이 가장 크다.

다만, 피고인이 해군 복무 후 약 20년 만인 2012. 8.경 선원생활을 시작하여 승무경력이 2년 4개월에 불과하고 ○○호에도 2014. 1. 2.부터 승선하였던 점, ○○호가 전복된 이후 힐링 펌프를 가동시켜 ○○호의 복원력을 회복시키려고 노력하고 진도 VTS와 해경에 구조요청을 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승객 등에 대한 구조조치에 임하였으며 ○○호에서 탈출한 뒤에도 해경 123정에 남아서 승객들을 구조하고 의식을 잃은 2명의 사람들에게 직접 인공호흡을 실시하여 그 중 1명의 생명을 구하였던 점, 당심에 이르러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부분을 모두 자백하고 있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

○ 피고인 4(25세, 징역 5년)

피고인은 3등항해사로서 자신이 당직을 서고 있는 순간에 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조타실 좌현 쪽 문 앞에 쪼그려 앉아 울면서 당직사관으로서 해야 할 임무 및 승객 등에 대한 구조조치를 하지 않았고 ○○호를 탈출한 뒤에도 승객들의 구조를 위한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승객들에 대한 구조조치에 참여한 선원들이나 기관부 선원들에 비해 비난가능성이 크다.

다만, 피고인이 25세의 여성으로서 실습기간을 제외한 승무경력이 약 1년 2개월에 불과하고, 원심 법정 및 이 법정에서도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참회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점,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여동생을 부양하고 있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

○ 피고인 5(55세, 징역 5년)

피고인은 조타수로서 자신이 당직을 서고 있는 순간에 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조타실 내에서뿐만 아니라 ○○호를 탈출한 뒤에도 승객들의 구조를 위한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피고인 4와 마찬가지로 승객들에 대한 구조조치에 참여한 선원들이나 기관부 선원들에 비해 비난가능성이 크다.

다만, 피고인이 조타수 중 ○○호에서의 근무경력이 가장 짧은 점, 피고인 1 등 다른 간부 선원들의 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승객에 대한 구조 활동을 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

○ 피고인 10(57세), 피고인 11(25세), 피고인 13(56세), 피고인 14(59세), 피고인 15(61세)(각 징역 3년)

피고인 10은 1등기관사, 피고인 11은 3등기관사,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는 각 조기수의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들로서,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승객들의 안전 확보를 위하여 ○○호의 비상부서배치표상 임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평소 비상부서배치표상의 임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3층 기관부 선실이 있는 복도에서 ○○호를 탈출할 때까지 승객들을 구호하는 데 필요한 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승객들이 선내에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관장인 피고인 9에게 조타실에 연락하여 상황을 파악하자거나 승객들을 구호해야 한다는 건의도 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조타실의 선원들보다 먼저 ○○호를 탈출하였고, 해경에 구출된 뒤에도 승객들이 선내에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승객들의 구조를 돕기 위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다만, 피고인들은 3층 기관부 객실에서 대기하고 있을 당시 기관장인 피고인 9의 지휘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 9의 지시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단독으로 승객들을 구할 수 있는 조치를 이행하기 어려웠다. 또한 피고인들은 조타실로부터 정보를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해경을 비롯한 구조 선박들의 출동 상황 및 퇴선이 필요한 시점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웠다.

피고인 10은 해경에 의하여 구조된 후에 모텔에서 자살을 기도하였고 수사 단계에서부터 원심 법정 및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피고인 11은 25세의 여성으로서 실습기간을 제외한 승선경력이 약 4개월에 불과하고, 피고인 16 회사(대판:공소외 4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비상시 대처방안에 관한 훈련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호가 전복된 직후 승객들에 대한 구조 활동을 할 능력이 부족하였다.

피고인 13은 오른손의 손가락이 절단된 장애인으로서,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였고, 피고인 15는 ○○호가 기울 당시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오른쪽 앞니가 부러지고 오른쪽 어깨와 무릎에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 모두 ○○호에 근무하는 동안 비상시 승객 구조에 관한 교육을 받지 못하였다.

이와 같은 점을 위 피고인들에 대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

○ 피고인 7(59세), 피고인 8(57세)(각 징역 2년)

피고인 7, 피고인 8은 조타수로서 사고 이후 조타실에서 구조 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다만, 피고인 7은 ○○호가 전복된 직후 ○○호의 기울기를 회복시키기 위하여 노력하고 VHF 교신을 담당하면서 ○○호의 탑승 인원과 당시 상황을 해경에게 알렸으며 ○○호를 탈출한 이후 해경 123정에 남아서 해경의 구조작업을 도왔던 점, 피고인 8은 오른손의 일부 손가락이 없는 장애인임에도 조타실에 있을 당시 구명벌을 터뜨리기 위해 우현 출입문으로 나가려는 시도를 하였고, 해경에 의하여 구조된 이후에는 해경 123정에 남아서 망치로 ○○호의 객실 창문을 깨거나 구명보트를 타고 온 승객들을 끌어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승객들을 구조하는 작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는 점에서 구조작업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기관부 선원들에 비하여 비난가능성이 작다.

○ 피고인 6(33세), 피고인 12(60세)(각 징역 1년 6개월 주45) )

피고인 6은 항해사의 지위에 있으면서 조타실에 머무르는 동안 교신을 하는 것 외에는 승객 구조를 위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고, 피고인 12는 조기장으로서 다른 기관부 선원들과 함께 ○○호에서 가장 먼저 탈출하였고 탈출 이후에도 승객들의 구조를 위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사정은 있다.

그러나 피고인들 모두 사고 전날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호에 처음 승선하여 ○○호의 구조, 비상사태 발생 시의 임무 및 다른 선원들의 이름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 있어서 승객 등에 대한 구조조치를 제대로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선원들 중 비난가능성이 가장 작다. 또한 피고인 6은 승무경력이 3년 7개월로 짧은 편이고 2014. 3.경 다른 여객선에서 근무하던 중 사다리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여 왼쪽 무릎 인대를 다쳐 사고 당시에 정상적으로 걷지 못하는 상태였던 점, 피고인 12는 ○○호가 전복될 당시 침대에 허리를 부딪쳐 상해를 입었고, 사고 이후 딸이 자살하였던 점 등까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

무죄부분

1.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한 업무상과실선박매몰의 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 해양환경관리법위반의 점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1) 업무상과실선박매몰의 점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4. 나. 2) 가)항 기재와 같다.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3. 다. 1)항 기재와 같다.

3) 해양환경관리법위반의 점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4. 라. 1)항 기재와 같다.

나. 판단

위 4. 나. 2) 다)항에서 설시한 것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4, 피고인 5의 조타와 관련한 업무상과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결론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위 피고인들의 업무상과실선박매몰의 점, 해양환경관리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따라 이 부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예비적 공소사실인 유기치사죄, 유기치상죄 및 수난구호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

2. 피고인 1에 대한 살인의 점 중 피해자 공소외 3 부분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판시 범죄사실 제4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 공소외 3(남, 57세)이 안내방송을 믿고 대피하지 않은 채 선내에 대기하고 있고, 승객 등을 퇴선시킬 경우 충분히 구조가 가능하며, 피해자가 선내에 그대로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가 더 기울면 ○○호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떠한 구조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09:39경 피고인 9 등이 퇴선하는 것을 보고 퇴선하기로 마음먹고 ○○호에서 퇴선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1은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와 공모공동하여 위 피해자로 하여금 그 무렵 바다에 빠져 익사하게 하여 살해하였다.

나. 판단

위 3. 마. 3)항의 검사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등 주장에 대한 판단 중 실종자 공소외 3에 대한 범행 부분에서 설시한 것과 동일한 이유로 피고인 1의 행위와 피해자 공소외 3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결론

피고인 1의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한 살인의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이와 상상적 경합범 관계에 있는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살인죄, 살인미수죄 및 예비적 공소사실인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

3.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에 대한 살인 및 살인미수의 점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3. 가. 1)항 및 4. 가. 1)항 기재와 같다.

나. 판단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의 승객 등에 대한 살인 및 살인미수의 점은 위 3. 가. 3) 나), 다)항과 같은 이유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고, 특히 피고인 9의 조리원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살인의 점은 위 4. 가. 3)항과 같은 이유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다. 결론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피고인 2에 대하여는 이와 제1 예비적 공소사실 관계에 있는 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 3, 피고인 9에 대하여는 예비적 공소사실 관계에 있는 각 유기치사죄 및 유기치상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

4.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9, 피고인 10,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의 유기치사의 점 중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한 범행 부분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판시 범죄사실 제4항 기재와 같이 승객을 구조할 법률상·계약상의 의무가 있음에도, 공동하여 승무원의 선내 대기 방송에 따라 구조를 기다리며 침몰하는 ○○호 선내에 대기 중이던 피해자 공소외 3(남, 57세)의 구조를 위해 필요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유기하여 위 피해자로 하여금 익사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나.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은 위 3. 마. 3)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이와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유기치사죄, 유기치상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

5. 피고인 2에 대한 수난구호법위반의 점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호는 2014. 4. 16. 08:48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서 복원성을 잃고 급속히 기울어져 승객인 정○○(남, 16세), 공소외 3(남, 57세) 등이 조난사고를 당하였다. 피고인 2는 판시 범죄사실 제2항 기재와 같이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임에도 판시 범죄사실 제4항 기재와 같이 조난당한 승객들을 신속히 대피시키는 등 인명 구조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써 피고인 2는 피고인 1 등과 공동하여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

나. 판단

법조경합의 한 형태인 특별관계란 어느 구성요건이 다른 구성요건의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외에 다른 요소를 구비하여야 성립하는 경우로서, 피고인 2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는 선박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 의 죄를 범한 해당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므로 위 죄는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 위반으로 인한 수난구호법위반죄와 특별관계에 있다. 따라서 피고인 2가 업무상과실로 ○○호를 매몰시켜 승객 등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하고도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만이 성립하고 별도로 수난구호법위반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다. 결론

피고인 2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이와 법조경합의 관계에 있는 판시 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

[별지 피해자 일람표 생략]

판사 서경환(재판장) 김성주 장정환

주1) 피고인 9의 경우 원심에서 살인죄를 인정한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부분은 제외

주2) 제18조(인근 선박 등의 구조지원) ①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 등의 선장·기장 등은 조난된 선박 등이나 구조본부의 장 또는 소방관서의 장으로부터 구조요청을 받은 때에는 가능한 한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 다만,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주3) 제5조의12(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해사안전법」제2조에 따른 선박의 교통으로 인하여「형법」제268조의 죄를 범한 해당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수난구호법」제18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 처벌한다. 1.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주4) 제21조(운항관리규정의 작성 및 심사) ① 내항여객운송사업자는 여객선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운항관리규정을 작성하여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운항관리규정을 변경하려는 때에도 또한 같다.

주5) 피고인 9의 경우 원심에서 살인죄를 인정한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부분은 제외

주6) 당시 피고인 3과 사무직 직원들이 사용하였던 무전기(JR 500)의 제조사인 공소외 59의 직원이다.

주7) 피고인 7이 ○○호 퇴선 이전에 조타실 밖으로 나간 사실은 있으나, 그 시각은 09:40분 무렵으로 퇴선방송 지시 시점 이후여서 피고인 7이 조타실 밖으로 나갔기 때문에 퇴선방송 지시를 듣지 못했을 가능성은 없다.

주8) 이 증인에 대하여 원심은 “필리핀 국적 여가수는 이 법정에서 증언을 할 때에 통역의 도움을 받기는 했으나 검사나 변호인의 질문을 먼저 이해하고 답변을 할 만큼 한국어를 잘 하는 것으로 보였다”라고 판단하였다.

주9) 이는 마치 고층 빌딩 화재 현장에 구조를 위해 출동한 소방대장이 빌딩 안의 승객들 구조를 외면한 채 옥상의 구조 헬기를 타고 먼저 빠져나오는 행위, 야간 응급실 당직의사가 위독한 환자를 방치하고 병원에서 빠져나오는 행위와 같이 평가할 만하다.

주10) 목포해경 123정 구조 동영상 CD의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 2가 퇴선 이후 해경 123정 갑판에서 전화통화를 하는 장면이 촬영되었는데, 그 시각은 10:21경으로 피고인은 피고인 16 회사(대판 : 공소외 4 회사) 직원인 공소외 16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당시 상황을 알려준 것으로 판단된다.

주11) 즉, 다른 선박의 운항상 과실로 조난된 선박이라도, 조난현장 부근을 지나가던 다른 선박이 조난된 사람을 발견하고 구조본부의 장 또는 소방관서의 장에게 조난사실을 신고하고 이 신고를 받은 구조본부의 장이 조난된 선박에게 조난된 사람에 대한 구조 요청을 하는 경우 조난된 선박은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으로서 그 선장이 조난된 사람의 신속한 구조를 위한 지원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주12) 즉,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은 조난사고 발생사실을 알지 못한 채 운항하여 조난현장 부근을 벗어났을지라도 주변 선박의 연락 등을 통해 조난사고 발생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면 그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은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주13) 관련 규정에서 본 바와 같이, 수난구호법 제2조 제4호는 ‘조난사고’에 대하여 ‘해수면 또는 내수면에서 선박 등의 침몰·좌초·전복·충돌·화재·기관고장 및 추락 등으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신체 및 선박 등의 안전이 위험에 처한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조난사고는 화재, 기관고장 등 다른 선박에 의하지 않고 자기 선박의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주14)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생략 2. "선박"이란 물에서 항행수단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배(물 위에서 이동할 수 있는 수상항공기와 수면비행선박을 포함한다)를 말한다.

주15) 제12조(선박 충돌 시의 조치) 선박이 서로 충돌하였을 때에는 각 선박의 선장은 서로 인명과 선박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하며 선박의 명칭·소유자·선적항·출항항 및 도착항을 상대방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다만, 자기가 지휘하는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주16) 제9조(선장의 직접 지휘) 선장은 선박이 항구를 출입할 때나 좁은 수로를 지나갈 때 또는 그 밖에 선박에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에는 선박의 조종을 직접 지휘하여야 한다. 다만, 제60조 제3항에 따라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1등항해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원에게 선박의 조종을 지휘하게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주17) 러더란 선박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장치인 타판을 의미한다. ○○호의 경우 프로펠러는 2개이고 러더는 양 프로펠러 사이에 1개가 설치되어 있다.

주18) 미집이란 배의 중앙부를 의미하는 단어로 조타시 타기를 0도에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주19) 선박의 선회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최대 조타각인 타각 35도를 사용하여 360도 1회전 선회하면서 종방향 및 횡방향의 이동거리와 선회각속도, 총 소요시간 등을 알아보는 시험이다.

주20) 피고인 4는 지도관님이라고 호칭하고 있다.

주21) 위 문답과 관련하여 당시 피고인 4가 지도관님이라고 호칭한 사람과 주고받았던 문자 메시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도관 : 그럼 타를 얼마나 썼는지는 모르고? 피고인 4 : 네.. 그래서 제가 마지막에 돌고 나서 아저씨를 봤거든요 지도관 : 응 피고인 4 : 타를 볼 수 없으니까 타기 어디까지 갓ㄴ는지. 하드까지 간 거 같은데.. 그 타가 기운 게.. 지도관 : 하드까지 간 건 고장 나서 그런 거지? 피고인 4 : 아. 그게 기억이 안 나서 지도관 : 고작 5도 변침하는데 하드까지 갈 이유가 없잖아 피고인 4 : 그건 모르겠고..

주22) 공소사실을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고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용을 삭제하거나 편집하여 범죄구성요건 위주로 정리하였다.

주23) 고박(고박, Lashing) - 선박 내에서 컨테이너, 화물, 차량 등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네트, 와이어, 로프, 쇠사슬 등을 이용하여 선박의 바닥에 있는 디링(D-Ring)에 고정하는 것을 말한다.

주24) 물에 떠 있는 선박의 밑바닥부터 수면까지의 거리를 말한다.

주25) 제28조(복원성의 유지)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선박소유자는 해양수산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복원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다만, 예인·해양사고구조·준설 또는 측량에 사용되는 선박 등 해양수산부령이 정하는 선박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여객선 2. 선박길이가 12미터 이상인 선박

주26) 복원성이라 함은 수면에 평형상태로 떠 있는 선박이 파도·바람 등 외력에 의하여 기울어졌을 때 원래의 평형상태로 되돌아오려는 성질을 말한다(선박안전법 제2조 제8호). 해양수산부 고시(선박복원성기준)에 따르면, 여객선은 횡경사각 10도에 있어서의 복원정(GZ10)이 여객의 횡이동에 따른 경사우력정과 선회에 의한 경사우력정 이상일 것, 액체의 자유표면의 영향을 고려한 무게중심으로부터 횡메타센터까지의 높이(GoM)가 0.15m 이상일 것 등 6가지의 복원성 기준을 충족하여야 한다.

주27) 재화중량(Deadweight tonnage)은 컨테이너, 화물, 차량 등 경하상태에서 선박에 실을 수 있는 최대 무게를 의미한다.

주28) 만재흘수(안전항해를 위해 허용되는 최대의 적재량을 실은 상태에서 선체가 물속에 잠기는 깊이)까지 적재할 수 있는 선원, 승객, 화물, 연료, 물, 식량 등의 중량의 합계이며 최대 재화중량을 의미한다.

주29) 제39조(화물의 적재·고박방법 등) ① 선박소유자는 화물을 선박에 적재(적재)하거나 고박(고박)하기 전에 화물의 적재·고박의 방법을 정한 자체의 화물적재고박지침서를 마련하고, 해양수산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해양수산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주30) 선체가 회전할 때 선체의 반대쪽으로 경사가 발생하는 현상으로, 유속이 빠를 경우 더 큰 경사가 발생할 수 있다.

주31) 공소사실에는 승무원 29명, 승객 447명이 승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선장 포함 선원 15명, 조리부 승무원 5명, 사무부 승무원 5명, 필리핀 국적 가수 2명, 아르바이트생 6명을 포함하여 총 33명의 승무원들과 승객 443명이 탑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32) 제18조(인근 선박 등의 구조지원) ①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 등의 선장·기장 등은 조난된 선박 등이나 구조본부의 장 또는 소방관서의 장으로부터 구조요청을 받은 때에는 가능한 한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 다만,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주33) ○○호의 운항관리규정에서 규정한 선원들의 의무가 법률상 의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더라도, 운송계약에 의하여 승객들에 대한 안전의무를 부담하는 선원들이 비상상황에서 취해야 할 구체적인 조치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계약상 보호의무의 내용을 이룬다고 할 것이다.

주34) 비상시 승무원들이 신속히 조직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행동계획표로서, 비상상황별 승무원들의 담당 역할이 규정되어 있다.

주35) 사람이 선박에서 바다로 뛰어들 때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다.

주36) 사고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09:21경부터 09:23경까지 사이의 ○○호의 기울기는 45도 이상 52.2도 미만으로 추정된다.

주37) 사고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09:34경 ○○호의 기울기는 52.2도로 추정된다.

주38) 피해자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호의 승무원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의 성명을 비실명으로 기재하였다.

주39)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의 점 중 무죄로 판단한 피해자 공소외 3 부분에 대하여 제1 예비적 공소사실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대해 판단하였다.

주40) 검사의 항소 중 일부를 받아들인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Ⅲ 순번 15, 16, 20, 26, 39 기재 피해자들의 상해 부분은 유기치상의 상해로 인정하여 별지 피해자 일람표 Ⅲ의 상해 부위(밑줄 부분)에 추가하였다.

주41) 피고인 1에 대하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와 피해자 공소외 3을 구조하지 않은 것으로 인한 수난구호법위반죄가 법조경합 관계에 있으므로 피해자 공소외 3을 제외한 나머지 승객 및 선원 등의 구조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분에 한정한다.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하여는 제1 예비적 공소사실인 유기치사 부분에서 무죄로 판단한 피해자 공소외 3 부분에 한하여 제2 예비적 공소사실인 수난구호법위반 부분을 판단한다.

주42) 사고일인 2014. 4. 16.을 기준으로 한 피고인들의 나이를 기재하였다.

주43) 피고인 1의 살인죄 및 살인미수죄는 상상적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참고적으로 살인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살펴보면, 살인범죄의 제2유형인 ‘보통 동기 살인’에 해당하고 특별양형 행위인자로는 감경요소인 ‘미필적 살인의 고의’가 있고 가중요소는 없으므로 감경영역에 해당하여 권고되는 형량 범위는 ‘징역 7년 이상 12년 이하’이다.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수난구호법위반죄와의 경합범으로 다수범죄의 처리 기준에 따라 양형기준이 설정된 범죄의 하한만이 권고되므로 결과적으로 권고되는 형량 범위는 징역 7년 이상이 된다. 그러나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아래에서 보는 양형사유를 참작하여 위 참고적 권고 형량 범위를 이탈하여 형을 정한다.

주44) 피고인 9 등의 유기치사죄 및 유기치상죄는 상상적경합범 관계에 있고, 유기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2014. 10. 1. 이후 공소 제기된 사건에 대하여 적용되므로 2014. 5. 15. 기소된 이 사건에는 위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참고적으로 피고인 9 등의 유기치사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살펴보면, 체포·감금·유기·학대범죄 중 유기·학대,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고 특별양형 행위인자로는 감경요소인 ‘미필적 고의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가 있고 가중요소인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가 있으므로 기본영역에 해당하여 권고되는 형량 범위는 ‘징역 2년 이상 4년 이하’이다. 피고인 9,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하여는 위 권고 형랑 범위를 이탈하여 형기를 정한 것이다.

주45) 피고인 6, 피고인 12의 유기치사죄 및 유기치상죄의 경우도 유기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으나, 참고적으로 위 피고인들의 유기치사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살펴보면, 체포·감금·유기·학대범죄 중 유기·학대,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고 특별양형 행위인자로는 감경요소인 ‘미필적 고의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 ‘범행가담에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이 사건 사고 직전인 2014. 4. 15. ○○호에 처음으로 탑승함)가 있고 가중요소인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가 있으므로 감경영역에 해당하여 권고되는 형량 범위는 ‘징역 1년 6개월 이상 3년 이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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