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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등법원 2010. 11. 12. 선고 2010누1270 판결
[국가유공자요건비해당결정처분][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영아)

피고, 피항소인

대구지방보훈청장

변론종결

2010. 10. 15.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09. 4. 22. 원고에 대하여 한 국가유공자요건 비해당결정 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사건 처분의 경위에 관하여는, 제1심 판결의 해당 부분 중 라.항 첫째줄의 ‘군의문사진상위원회’를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로 고치는 이외에는 제1심 판결의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망인은 선임병들의 지속적 언어폭력, 구타를 비롯한 가혹행위, 후임병들의 무시와 부대원들의 집단따돌림으로 자신감을 상실한 채 탈출구를 찾지 못하여 점점 더 불안해지고 위축되고 경직되어 가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와 같은 심리상태가 업무나 내무생활에서 선임병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횡설수설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었다.

(2) 망인은 이러한 극심한 심리적인 고통을 겪던 중 부득이하게 장병학술평가에 선임병을 대리하여 응시하다가 적발되어 후임병들이 보는 앞에서 시험감독관에게 욕설과 구타를 당하였고, 적발사실이 대대장에게까지 보고되고 대대장 특별교육이 잡히게 되자 대리시험 발각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 자괴감, 중대원들에 대한 죄책감, 불안감과 공포심 등으로 인해 정신질환에 준하는 심리적 공황 상태에 이른 나머지 정신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

(3)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자살은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이 상실된 심리적 공황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자유의지에 기한 자해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달리 보고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 사실

(1) 망인의 군생활 및 사망 경위

(가) 망인은 1978. 11. 24.생으로 대구 ○○○대학교 기계계열과 1학년을 휴학하고, 1998. 5. 4. 공군 병529기로 입대하여 공군기본군사훈련단에서 5주간의 기본군사훈련을 받았으나 실기평가결과 3개 과목(태권도, 방어전기, 도수체조)에서 과락을 받는 바람에 같은 해 6. 2. 유급처리되어 후임 기수인 병530기와 같이 5주간의 추가기본군사훈련과 특기교육을 마치고 같은 해 8. 15. 제△△전투비행단 군수전대 부대정비대대 □□□정비중대에 전입하였다.

(나)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던 망인은 기본군사훈련에서 유급되어 후임 기수와 함께 수료한 것에 대하여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고, 소속부대에 전입된 후에도 업무처리가 미숙하여 선임병들로부터 무능하다는 이유로 자주 질책과 따돌림을 당하였으며, 후임병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등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였다.

(다) 한편, 망인이 소속된 제△△전투비행단 단장은 소속 부대원들의 군 기강 해이를 이유로 전 부대원들이 전투군장을 갖추고 총검술·구보 등의 강도 높은 훈련을 받도록 하는 이른바 ‘군차려’를 자주 실시하였다.

(라) 제△△전투비행단에서는 공군본부의 지휘검열에 대비하여 감찰실 주관으로 1999. 4. 19.부터 기지광장에서 소속 장병 전원을 상대로 장병학술평가시험을 시행하였는데, 망인의 소속 중대장인 대위 소외 1은 1999. 4. 23. KF-16 추가배치에 관한 회의로 인하여 당일 실시되는 장병학술평가시험에 참가할 수 없게 되자 소속 중대원으로 하여금 자신을 대리하여 시험을 치도록 지시하였고, 한편 항공기비상대기(ALT)의 야간근무조에 편성된 병장 소외 2와 소외 3도 그 무렵 후임병들에게 자신들의 대리응시자를 물색하라고 지시하였으며, 이에 따라 망인은 병장 소외 2를 대리하여 위 평가시험에 응시하게 되었다.

(마) 망인은 다른 응시자들과 함께 기지광장으로 가서 19:30경부터 20:20경까지 시험을 친 후 20:25경 시험지를 제출하던 중, 시험지에 적힌 군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름을 묻는 시험감독관인 중위 소외 4에게 ‘ 소외 2’라고 대답하였지만, 전투복 명찰에는 ‘ 소외 5’로, 출입증에는 ‘일병 소외 6’으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 소외 4의 추궁에 못 이겨 대리시험 응시사실을 토로하였고, 이에 소외 4는 망인의 소속부대를 확인한 후 인식표와 출입증을 빼앗고 중대로 복귀할 것을 명하더니, 기지강당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자신의 다리를 잡고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는 망인의 뒷머리를 오른쪽 손바닥으로 2, 3회 때리고, 멱살을 잡아 흔들면서 옆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대원들 쪽으로 다가가 ‘시험이 장난이냐 이 새끼들아, □□□ 이거 개판 아니야’는 등의 욕설을 하다가 망인을 감찰실로 데려간 다음 21:05경 준위 소외 7에게 대리시험 적발사실을 알리면서 망인에게 다음날 감찰실로 와서 조사를 받을 것을 지시하고 소속중대로 돌려보냈다.

(바) 망인은 22:40경 소속 중대에 복귀하여 내무반에서 취침을 하지 아니하고 밤새도록 독서실에 있으면서 불침번 근무를 하고 있는 후임병들에게 3회에 걸쳐 중대 분위기를 묻는 등 불안하고 초조한 모습을 보였고, 다음날인 같은 해 4. 24. 10:00경 감찰실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았는데, 소외 4는 처음에는 망인에게 일주일간 무장구보를 할 준비를 갖추어 감찰실로 오라고 명하였다가 소령 소외 8의 충고에 따라 소속부대 실정에 맞는 재교육과 함께 일주일간 반성문을 제출하도록 하는 정도로 망인에 대한 처분을 종료하였다.

(사) 망인은 같은 날 10:30경 감찰실을 나와 10:55경 중대에 복귀하여 내무반으로 내려갔고, 같은 날 13:25경 □□□무장중대 소속의 이병 소외 9에 의하여 중대 내무반 지하 화장실 우측 3번째 출입문 문틀 가로대에 군용허리띠로 목을 매고 숨져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망인이 사망하기 직전에 자필로 위 화장실 조립식 칸막이 벽에 써놓은 것으로 보이는 유서에는 ‘이제 더 이상 남에게 피해주기 싫다, 아버지 어머니께 미안하고, 군생활에 적응이 안 되고 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아) 군수사기관에서는 망인의 사체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기 위하여 원고등 유가족들에게 부검일시, 장소 등을 통보하였으나 원고 등 유가족들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1999. 5. 14. 15:05경부터 16:30경까지 사이에 국군원주병원 부검실에서 부검을 실시하였고, 사체부검 결과, 망인의 목 앞쪽에서 양쪽 옆을 지나 뒷머리를 비스듬하게 올라가며 소실되는 형태의 삭흔(삭흔)이 보이고, 이는 군용허리띠에 부합하여 삭상물에 의한 경부압박사를 고려하여야 하며, 삭흔의 양상으로 보아 의사(액사)로 생각되는 점, 안검결막 및 안와주위의 피부에서 일혈점(일혈점)이 나타나고, 심혈이 암적색 유동성이고, 내부 각 장기는 울혈상인 점 등 질식사 혹은 급사의 일반적 소견들이 나타나는 점, 이마 좌측에서 작은 두피하출혈을 보나, 두개골, 두개강, 뇌 등에서 특기할 소견을 보지 못하여 사인과 연관시키기 어려우며, 전신에서 경부삭흔을 제외하고는 특기할 손상이나 병변을 보지 못하고, 혈액검사상 특기할 약물이나 독물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루어, 망인의 사인은 의사(액사)로 추정되었다.

(2)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

(가) 원고가 2006. 4. 18. 망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위원회’라고 한다)에 제출하자, 위원회는 2006. 7. 19. 조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하였다.

(나) 위원회는 망인과 함께 복무하였던 당시 부대원들인 소외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6, 20, 21 등을 만나 당시 부대의 복무환경 및 망인의 자살 경위 등에 대하여 조사한 후 2008. 12. 8. 국방부장관에게 망인의 사망 구분에 관한 사항을 재심의할 것을 요청하는 결정을 하였다.

(3) 심리학적 소견

위원회의 의뢰에 따라 망인의 심리상태에 대하여 좋은마음 인지행동치료연구소의 임상심리전문가 소외 22가 작성한 심리학적 소견에 따르면, ‘망인은 소심하고 순종적인 성격과 평소의 비난과 무시로 일관된 어리버리한 사람이라는 편견, 문제 발생 후 부정확했던 사후처리와 그에 따른 지시 내지는 위로가 없었던 상황에서 망인이 지속적으로 보여 온 위축과 긴장감에 대한 확대해석, 그로 인한 극단적인 공포와 공황상태로의 급격한 변화가 망인에게는 절망, 비관 그리고 분노를 자극했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러한 맥락에서 극단적인 자기 연민과 함께 가족이나 지인들에 대한 걱정끼침에 대한 자괴감이 동반되면서 적어도 망인에게는 자살이라는 불가피한 선택밖에 없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기재되어 있다.

[인정 근거] 갑 제1호증의 1 내지 83, 갑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6항 제4호 에서 규정한 국가유공자 제외사유인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은 그 문언적 해석상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국가를 위하여 공헌하거나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행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애국정신 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그 공헌과 희생의 정도에 대응하여 실질적인 보상으로서 국가유공자 및 그 유족에게 연금을 비롯한 각종의 보상제도를 두고, 이러한 목적과 기본이념 및 보상제도에 따라 국가유공자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열거하면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 등에 대하여는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의 취지에 비추어, 군인이 상급자 등으로부터의 가혹행위 또는 직무수행 중의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어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그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인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및 직위, 직무 혹은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자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상황, 우울증의 발병과 자살행위의 시기 기타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기존 정신질환의 유무 및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5두14578 판결 , 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두7426 판결 등 참조).

(2) 위 인정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 즉 ① 망인의 소속 중대의 군기가 다른 부대에 비하여 비교적 엄하였고, 선임병들은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말미암아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망인이 군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좀 더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하였으며, 오히려 망인의 업무처리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잦은 집합 등을 통하여 망인을 자주 질책하였고, 구타나 가혹행위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한편 중대 내에 망인의 입대 동기는 없었으며 후임병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였고, 그 와중에서 원래 소심한 성격이었던 망인이 더욱 의기소침해지고 위축되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망인이 소속된 중대에서의 평소 망인에 대한 구타나 가혹행위, 집단따돌림의 정도가 망인이 도저히 수인할 수 없을 정도였던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고, 망인이 선임병들이나 동료들로부터 특히 괴롭힘을 당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대리시험 적발 당시 망인은 상당한 인격적 모멸감과 수치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하여 또다시 상급자들로부터 받게 될지도 모르는 질책과 소속 중대원들이 망인의 잘못으로 엄격한 군기훈련을 받게 될 경우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이나 위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절망감도 느끼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나, 망인의 대리응시 행위로 말미암아 망인에게 가하여질 상급자들의 질책이나 시험감독관의 망인에 대한 처분의 정도 역시 통상의 군인이라면 충분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망인은 힘든 이병, 일병 시절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이나 망인이 다른 동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에서 근무해 온 것으로 보이고, 상병이 되어 업무나 군대생활에 적응이 된 상태였다고 보여지므로 부대생활에 중대한 어려움이 있었다거나 정신적인 어려움이나 증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군 복무와 관련된 정신적 스트레스와 대리시험 적발로 인한 부담감이 망인에게 스트레스와 고통을 주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망인으로 하여금 우울증 등으로 인한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삶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에 이른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원고 제출의 갑 제1 내지 17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소외 23의 증언만으로는 망인이 자유로운 의지가 배제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망인이 대리시험이 발각된 후 소속부대 실정에 맞는 재교육과 함께 일주일간 반성문을 제출하는 정도로 망인에 대한 처분이 끝난 후 소속 중대에 돌아와 유서를 작성하고 자살을 한 점, 그 밖에 망인의 나이와 성행, 망인을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가혹행위 등과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의 근접성, 망인이 자살하기 전에 남긴 유서의 내용과 그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망인의 정신상태 및 심리상태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정신적 스트레스 및 부담감 등으로 인하여 의사능력이나 자유로운 의사가 결여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니라 망인 스스로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

(3) 그러므로 망인의 사망은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되므로, 망인이 순직군경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원고가 국가유공자 유족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이를 다투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별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김창종(재판장) 김수정 박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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