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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3.25. 선고 2003두6702 판결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취소
사건

2003두6702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취소

원고피상고인

1. A

2. B

피고상고인

서울북부보훈지청장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03. 5. 15. 선고 2002누12313 판결

판결선고

2004. 3. 25.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의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원심은 제1심판결의 이유를 원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원고들의 아들인 소외 망 C(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D생으로 1999. 11. 9. 육군에 입대한 후 제15보병사단 E중대로 전입되어 소총수로 근무하였다.

(2) 망인은 온순하고 내성적인 성격에 체력이 약하여 입대 후 부대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였는데, 같은 중대의 상급병인 병장 F, G, 상병 H 등은 망인이 근무요령 및 행동수칙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고 태권도를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시로 욕설, 구타, 추행 등을 하였는데, 위 F는 2000. 6. 하순경 소속 중대 내무반에서 망인을 서너 번 불렀는데도 대답이 없다는 이유로 “왜 부르는데 생까, 이 씨발놈아"라고 욕설을 하며 주먹으로 망인의 머리를 때린 것을 비롯하여 2000. 3. 경부터 2000. 6. 하순경까지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거나 부르는데도 대답을 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3회에 걸쳐 망인을 구타하고, 2000. 3.경 망인이 수색작전에서 낙오하였다는 이유로 망인으로 하여금 3일 동안 매일 앉았다 일어서기를 200회 가량 시키고, 위 H은 2000. 4. 15. 경계근무를 서던 중 망인이 소총을 휴대하지 않고 천막에 기대어 놓은 채 돌아다녔다는 이유로 발로 망인의 정강이를 3회 가량 걷어차고, 2000. 4. 중순경 태권도를 가르쳐 주다가 자세가 안 나오고 잘 따라 하지도 않는다는 이유로 발로 정강이를 수회 걷어차는 등으로 그 때부터 2000, 6.경까지 사이에 4차례에 걸쳐 망인을 폭행하고, 2000. 5. 3. 24:00경 망인이 자다가 자꾸 베개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베개를 두 차례에 걸쳐 집어던져 잠을 깨운 후 욕설을 하는 등으로 망인을 폭행하고, 2000. 5. 중순경 아침 점호가 끝났는데도 총기를 소대 총기관리함에 갖다 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고, 위 G는 2000, 4.경 망인이 체력이 약하여 수색작전에서 자주 낙오를 하자 체력을 단련시킨다며 구보, 턱걸이, 팔굽혀펴기 등을 시키다가 힘들어한다는 이유로 “머리를 뜯어 먹어 버린다”는 등의 욕설을 하였고, 위 F, G, H은 망인이 전입하여 온 지 한 달 후부터 망인의 성기를 수 차례에 걸쳐 만지는 등 추행하였다.

위와 같은 범죄사실로 2000. 9. 8. 제15보병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위 F는 징역 1년 6월을, 위 H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1년 6월을 각 선고받아 그 무렵 위 각 형이 확정되었다.

(3) 망인은 2000. 3. 2.경 휴가를 마치고 귀대하면서 동료인 일병 I에게 “부대에 들어가기 싫다. 소대원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하였고, 전입 초부터 수색매복 작전을 다녀오면 체력이 약하여 뒤쳐진다는 이유로 선임병들에게 질책을 받은 뒤 “다음 작전에는 어떻게 나가지”라며 힘들어 하였으며, 2000. 4. 중순경에는 화장실에서 잠을 잔 적도 있다며 내무반에 들어가는 것을 무척 부담스러워 하였다.

(4) 망인은 선임병들의 위와 같은 가혹행위, 추행 등으로 인하여 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아오다가 2000. 7. 8. 09:00부터 10:00경까지 소속 중대 위병소에서 근무를 한 후 같은 날 12:05경 강원 철원군 J에 있는 소속 중대 군견막사 앞 계곡에서 K-201 소총에 실탄 2발을 장전하여 목에 대고 격발하여 자살하였다.

(5) 원고들은 2001. 7. 5. 피고에게 망인이 구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2002. 1. 26. 법률 제66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의 순직군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유족등록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같은 해 11. 8.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망인이 자살한 것은 구 법시행령 (2002. 3. 30. 대통령령 제175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 시행령'이라고 한다)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하여 순직군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유족비해당결정을 하고 이를 원고들에게 통보하였다.

나. 이어서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근거로 하여, 온순하고 내성적인 성격에 체력이 약하여 엄격한 통제가 요구되는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던 망인에게 위 F, G, H 등이 선임병으로서의 훈계나 교육의 한계를 넘어 욕설과 구타 등의 가혹행위와 추행을 일삼아 망인이 이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기에 이르렀고, 이러한 선임병들의 행위는 외관상 직무와 관련성이 있으며, 달리 망인이 자살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선임병들이 망인에게 가한 가혹행위와 추행의 방법, 정도, 횟수 및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위 선임병들의 가혹행위 및 추행과 망인의 자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할 것이고, 이는 망인의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위와 같은 경우 망인의 자살은 법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법 제4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군인으로서 직무수행 중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한 제1심판결의 이유를 원용하여, 망인의 사망이 자해행위로 인한 것임을 이유로 원고들이 국가유공자유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군인이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사망한 경우 이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소정의 직무집행과 관련한 순직에 해당하고, 이러한 경우 그 유족은 법 소정의 연금과 군인연금법 소정의 재해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할 것이지만, 그 사망이 법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것이거나 군인연금법 시행령 제75조 제2호 소정의 고의에 의한 것일 경우에는 법 소정의 연금이나 군인연금법 소정의 재해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고 할 것이고, 한편 법과 법시행령은 국가를 위하여 공헌하거나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행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애국정신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그 공헌과 희생의 정도에 대응하여 실질적인 보상으로서 국가유공자 및 그 유족에게 연금을 비롯한 각종의 보상제도(報償制度)를 두고, 이러한 목적과 기본이념 및 보상제도에 따라 국가유공자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열거하면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 등에 대하여는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법 제1조, 제2조, 제4조, 제7조, 법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1호 내지 제4호 등), 이러한 규정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법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은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므로 군인이 상급자 등으로부터 당한 가혹행위 등이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데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인지의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자살자의 주위상황, 가혹행위와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의 근접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두2205 판결 참조).

기록과 관계법령 및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선임병 등의 위와 같은 가혹행위나 추행 등이 망인으로 하여금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데 직접적인 동기와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선임병 등의 위와 같은 행위와 망인의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지만, 망인의 나이와 성행, 망인이 당한 가혹행위와 추행의 내용과 그 정도, 망인의 신체적 상태, 자살 당시 망인이 처한 주변상황, 그리고 위와 같은 사정들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망인의 정신상태 및 심리상태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그의 나약한 성격 탓에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자살을 결의하여 이를 실행한 것이지 그것이 망인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법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인이 선임병 등으로부터 당한 가혹행위 및 추행과 망인의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망인의 자살이 망인의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법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법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이용우

대법관 조무제

대법관 이규홍

주심 대법관 박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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