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노512 폭행,재물손괴,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피고인
A
항소인
검사
검사
박순애, 오승환, 최현철, 황정임(기소), 성진영(공판)
원심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18. 3. 8. 선고 2016고단5409, 5656(병합),
2017고단1266(병합), 5533(병합)판결
판결선고
2018. 7. 13.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0월에 처한다.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횡령의 점은 무죄.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1)
가. 사실오인(공소사실 중 B에 대한 폭행, 재물손괴의 점)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B에게 폭행을 가하였고, B 소유의 안경을 부러뜨렸다고 봄이 상당한데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위법이 있다.
○ B는 경찰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주먹으로 자신의 오른쪽 얼굴을 1회 때렸고, 피고인이 떨어진 자신의 안경을 주워 손으로 부러뜨렸다고 진술하였는데, B의 진술은 핵심적인 부분과 관련하여 그 내용이 일관적이다.
○ 양쪽 다리가 부러진 안경 사진, B의 안경 구입 영수증 등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된다.
○ 또한 피고인의 주장은, 피고인이 스스로도 피해자와 시비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점, 피고인이 과거에도 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과가 많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신빙하기 어렵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횡령의 점의 요지
피고인은 2016. 8.경 성명불상자로부터 사용 중인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거래 내역을 만들어 신용도를 올린 후 1,000만 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에 응하여 성명불상자에게 피고인이 사용하던 F은행계좌(계좌번호 G)의 계좌번호를 알려준 후 2016. 8. 30.경 H, I, J 명의로 합계 120만 원 상당의 금원이 위 계좌로 입금되자 이를 보관하던 중 횡령하기로 마음먹고, 2016. 8, 30.경 위 금원 중 45,000원을 당시 운영하던 사무실의 팩스 요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K 명의 계좌로 송금하고, 2016. 8. 31.경 F은행 청량리 지점에서 115만 원을 인출한 후 이를 임대료로 납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합계 119만 5,000원을 횡령하였다.
나. 관련 법리
전기통신금융사기(이른바 보이스피싱 범죄)의 범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의 돈을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받았다면 이로써 편취 행위는 기수에 이른다. 따라서 범인이 피해자의 돈을 보유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피해자와 사이에 어떠한 위탁 또는 신임 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는 이상 피해자의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며, 나아가 그 후에 범인이 사기 이용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미 성립한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인출행위는 사기의 피해자에 대하여 따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사기 범행에 이용되리라는 사정을 알고서도 자신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함으로써 사기범행을 방조한 종범이 사기이 용계좌로 송금된 피해자의 돈을 임의로 인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7도3045 판결 참조).
다.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 I, H, J의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피고인은 F은행 계좌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성명불상자에게 알려준 것과 관련하여, 성명불상자가 이를 사기 범행 등에 사용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하고 있다(2017고단1266호 증거기록 127쪽, 198쪽). 또한 피고인은 2009, 2014년경에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계좌번호 등을 알려줌으로써 성명불상자의 사기 범행을 방조하려는 미필적인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② I는, 성명불상자가 3,000만 원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면서 수수료 명목으로 401,000원을 위 F은행 계좌로 입금해달라고 하여 자신이 피고인의 F은행 계좌에 위 금원을 송금하였다고 진술하는바(2017고단1266호 증거기록 10~13쪽), 위 F은행 계좌는 실제로 대출을 가장한 보이스피싱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③ 한편 이 부분 공소사실 문언의 기재만으로는 피해자가 누구인지가 분명하지 아니하나, I가 수사기관에 진정서 및 진술서를 제출함으로써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점,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시에 경찰관이 '피해자 I'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피해자에게 변제하거나 합의한 사실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였던 점(2017고단1266호 증거기록 128~129쪽), 피고인이 원심 공판과정에서 '피해자 I'에게 40만 원을 변제하고 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표명하였고(공판기록 133~135쪽), 검사가 이 부분에 대하여 별다른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의 피해자는 위 F은행 계좌에 금원을 송금하였던 I, H, J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 2017도3045 판결의 법리에 의하여, 피고인이 위 피해자들의 금원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④ 설령 검사가 성명불상자를 피해자로 상정하여 공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횡령죄에서의 위탁신임 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 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 관습·조리 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과 성명불상자 사이에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위 탁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어느 모로 보더라도 피고인에게 금원 보관자의 지위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라. 소결론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고, 이 부분과 나머지 공소사실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유죄로 인정될 경우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이 점에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음에도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3.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
1) 폭행
피고인은 2016. 3. 초순경 서울 동대문구 N에 있는 B(여, 50세)가 근무하는 찻집에서 피해자가 다른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화가 나 "남자를 정리하고 나한테 와라"고 말을 하면서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1회 때려 폭행하였다.
2) 재물손괴
피고인은 위 1항과 같은 일시 장소에서, 폭행 과정에서 벗겨져 바닥에 떨어진 B 소유의 시가 미상의 안경을 집어 든 후 손으로 안경다리를 부러뜨려 이를 손괴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고소인 B의 진술이 전부이다. 그런데 고소인 B는 고소장 및 고소보충진술조서에서 피고인과 4개월간 동거를 하고 헤어졌고, 피고인이 갑자기 주먹으로 고소인 자신의 오른쪽 얼굴을 때렸고, 이 과정에 안경이 바닥에 떨어지자 피고인이 안경을 주워서 양손으로 안경의 양 다리 부분을 부러뜨렸다고 진술하였다가, 피고인과의 대질시에는 피고인이 도망가고 나서 보니까 안경이 부러져 있던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여 피고인이 안경을 부러뜨리는 것을 직접 보았는지 아니면 이후 부러진 것을 확인하였을 뿐인지에 대해 불명확한 점, 고소인은 수사기관 조사시 당시 자신은 한 모금의 술도 마시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가(2016고단5409호 증거기록 86, 87면), 이 법정에서 술을 마신 것을 시인하였던 점, 고소인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과 동거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한 점, 고소인은 사건 발생 이후 한 달이 지난 2016. 4. 6.경 이 사건 형사고소를 하였던 점, 더군다나 2016. 3. 19. 02:20 경 고소인이 피고인의 주거에 침입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당일 05:09경 경찰에 신고를 하였고, 이에 대해 고소인은 자신이 아는 지인을 통해 받은 열쇠를 이용해 피고인의 허락 없이 들어와 있는 사실을 인정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이와 같이 신고하게 되자 이후 고소인이 이 사건 고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여 그 고소의 동기가 의심스러운 점, 고소인이 제출한 고소장을 보면 '3월초 끼고 있던 안경까지 손괴되었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을 뿐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피고인이 고소인을 주먹으로 때렸다는 내용은 없고 오히려 문자로 욕을 했다던가 가게 누워서 잠을 잠을 잤다는 정도의 기재만 있을 뿐이고, 위 손괴도 안경이 손괴되었다는 것이지 피고인이 고의로 손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은 아닌 점, 고소인은 당시 사진과 같은 증거를 남겨놓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점, 피고인은 수사기관 조사시부터 비교적 일관되게 고소인을 때리지 않았고 피고인이 나가려고 하던 상황에 고소인이 뒤 허리띠를 잡아 당겨 같이 넘어졌고, 그 와중에 난로가 넘어졌고, 고소인을 일으켜 방에다 놓고 갔다고 진술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고소인의 진술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 없이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다. 당심의 판단
제1심 증인의 진술에 대한 제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에,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취지 및 정신을 함께 고려해 보면, 제1 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는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 및 형사증명책임의 원칙에 비추어 이를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심이 B를 증인으로 소환하여 직접 증인으로 신문하였던 이 사건에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거나, 당심에서 원 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났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는 앞에서 본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며,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아래와 같이 고쳐 쓰는 것 이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원심판결문의 범죄사실 중 횡령 부분(원심판결문 3쪽 3행부터 12행까지 부분)을 삭제한다.
○ 원심판결문 4쪽 8행의 'I, M의 각 진술서"를 "M의 진술서 "로 고친다.
○ 원심판결문 4쪽 9행을 삭제한다.
○ 원심판결문 4쪽 11행의 "현금 인출 CCTV 캡쳐사진, CCTV 캡쳐사진"을 "CCTV 캡쳐사진"으로 고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제2항 단서 제6호, 제7호, 형법 제268조(업무상과 실치상의 점, 금고형 선택), 도로교통법 제152조 제1호, 제43조(무면허운전의 점, 징역형 선택),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2호, 제6조 제3항 제2호(접근매체 대여 의 점,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2항, 제50조 양형의 이유 피고인이 운전하던 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피고인 측 보험회사에서 피해 회복을 위하여 일부 금원을 피해자 측에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시각장애 3급의 장애인인 점 등의 사정은 존재하지만, 한편 피고인이 동종 범행으로 여러 차례 실형을 복역한 전력이 있고(2001년, 2003년, 2005년, 2012년경 각 무면허운전 등), 그 외에도 동종 범행(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무면허운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으로 십여 회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한 점, 2016고단5656호 범행은 피고인이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주의의무를 위반하고, 면허 없이 운전한 중과실로 인하여 야기되었던 점, 피해자 E이 이 사건 교통사고로 중한 상태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 E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은 점,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행은 금융거래의 신뢰와 안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각종 다른 범죄행위의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엄벌할 필요가 있는 점, 실제로 피고인이 대여한 접근매체가 사기 범행에 사용되어 추가 피해가 발생하였던 점 및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가족관계, 범행 동기, 수단 및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모든 양형 사정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위 2.의 다. 항에서 살펴본 것처럼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이 동의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헌숙
판사한상술
판사강면구
주석
1) 한편, 검사는 항소장에 그 불복범위를 '전부'라고 기재하여 제출하였으나, 검사가 제출한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 어디에도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에 대한 항소이유의 기재가 없고, 항소이유서의 '공소
사실의 요지'에도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이 아예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검사가 이 부분에 대하
여는 항소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