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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1996. 2. 14. 선고 95가합55448 판결 : 항소
[손해배상(기) ][하집1996-1, 135]
판시사항

언론기관이 수사기관이 발표한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작성한 기사가 진실한 것으로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국가안전기획부 및 검찰이 배포한 수사자료에는 갑이 일본에서 조선노동당에 입당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이 없고, 갑이 일본에서 조선노동당에 입당하였다는 점이 기재된 자료로는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작성한 의견서와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가 있으나, 갑이 그 후 검찰에서 조사받을 시에 그 입당 사실을 극구 부인하면서 국가안전기획부에서의 진술은 수사관이 그렇게 진술하라고 하여 거짓진술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면, 갑의 그 입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로서는 수사기록을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았으면 갑의 노동당 입당사실이 진실인지 여부에 관하여 의문을 가지고 그 진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할 것이어서, 그 기사 내용을 진실한 것으로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원고(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마루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임종인외 4인)

피고

피고 1 주식회사외 2인 (소송대리인 동양종합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최광률외 2인)

주문

1.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금 5,000,000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20분하여 그 19는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들의 각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금 100,000,000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및 가집행 선고

이유

1. 기초사실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 갑 제4호증, 갑 제5호증, 갑 제7호증 1 내지 3, 을 제3호증, 을 제4호증, 을 제5호증의 10, 13, 14의 각 기재, 을 제2호증, 을 제5호증 11, 12의 각 일부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 1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는 월간잡지인 (잡지명 생략)을 발행하는 신문사이고, 피고 2, 3은 피고 회사의 기자로서 아래에서 보는 (잡지명 생략) 기사의 집필자이다.

나. 소외 1은 북한지도부로부터 지령을 받아 활동하던 일본 거주 한국인인 소외 2에게 포섭되어 그로부터 국내에 소위 남조선혁명참모본부가 될 수 있는 지하 전위조직을 결성하라는 지령을 받은 후, 그 조직결성을 위하여 원고를 2차례에 걸쳐 일본에 파견하여 위 소외 2와 교신하기도 하고, 위 소외 2가 국내에 잠입시킨 재일연락원을 통하여 지하 전위조직의 결성을 위한 지침과 자금을 제공받아 조직결성을 위한 준비를 하여 오던 중, 위 소외 2로부터 앞으로 결성할 전위조직의 창립 선언문, 강령, 규약 등을 전달받게 되자, 1993. 1. 초순경 위 전위조직의 이름을 구국전위라고 칭한 후, 원고를 비롯한 다수의 사람을 그 조직원으로 포섭하여 그 구성원으로 하였는바, 원고는 위 구국전위의 결성을 준비하기 위하여 수차 일본을 왕래하고 그 결성 후에도 북한의 지령을 받는 재일연락원으로부터 수차에 걸쳐 조직유지를 위한 자금을 수수하여 위 소외 1에게 전달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

다. 국가안전기획부는 1993. 6. 12.부터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를 국가보안법위반혐의로 인지하여 수사에 착수하여, 1994. 6. 14. 원고를 구속하고, 같은 해 7. 1. 원고의 국가보안법위반사건을 서울지방검찰청에 송치하였으며, 같은 달 일자불상경 소위 구국전위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였고, 서울지방검찰청은 1994. 7. 28. "남조선 지하당 '구국전위' 학원 및 노동계 침투현황"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하여 구국전위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같은 달 29. 원고를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기소하였다.

라. 이에 서울형사지방법원은 1994. 11. 30. 94고합1361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에 관하여, 원고가 위 소외 1의 장녀인 소외 3의 소개로 위 소외 1을 만나 자신이 학창시절부터 계속 운동을 해왔고 주체사상을 신념으로 하고 있다고 신상소개를 하는 등으로 위 소외 1과 알게 된 후, 원고가 위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은 행위 등을 함으로써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하고 그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 고무, 동조하고, 간첩을 방조하며,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반국가단체인 구국전위를 구성하여 지도적 임무에 종사하는 등의 국가위반법위반죄를 범하였다고 인정하여, 원고를 징역 10년 및 자격정지 10년에 처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원고와 검사가 항소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1995. 4. 12. 95노74호로 원고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다시 원고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1995. 7. 25. 95도1148호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원고의 국가보안법위반죄는 유죄가 확정되었다.

마. 한편 피고 2, 3은 1994. 8.초순경 위 구국전위 사건의 취재에 착수하여 그 때까지 발표된 국가안전기획부 및 검찰의 수사발표와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하고 관계 수사관들과의 인터뷰 등을 참조하여, 1994. 9.호 (잡지명 생략)의 지면에 "북한 공작지도부의 대남 지령문 완전해독"이라는 제하에 위 구국전위와 관련된 기사를 게재하면서 별지 기재와 같은 기사를 게재하였다.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잡지명 생략)의 별지 기재와 같은 기사로 인하여 원고의 명예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현저하게 훼손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회사는 위 (잡지명 생략)의 발행자로서, 피고 2, 3은 위 기사의 작성자로서 각자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들은 이 사건 각 기사내용이 모두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에 부합하므로 위법성이 없어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잡지의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그 기사를 게재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적시된 사실의 진실성이 증명되는 한 그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먼저 이 사건 각 기사내용은 그 내용으로 보아 각 기사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보도된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그 각 기사내용이 진실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위 소외 1의 장녀인 위 소외 3의 소개로 위 소외 1을 만나 자신이 학창시절부터 계속 운동을 해왔고 주체사상을 신념으로 하고 있다고 신상소개를 하는 등으로 위 소외 1과 알게 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별지 2, 3 기재 각 기사는 진실한 것으로 인정되어(다만 별지 3 기재 기사에서는 위 소외 3을 (이름 생략)으로 잘못 기재하였다) 이 부분에 관하여는 위법성이 없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원고가 일본에서 조선노동당에 입당하였는지의 점에 대하여는 이에 부합하는 듯한 을 제2호증, 을 제5호증의 11, 12의 각 일부 기재는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앞서 본 증거와 을 제5호증의 13, 14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조사받을 시에 자신이 일본에서 조선노동당에 입당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검찰에서 조사받을 시에는 위 입당 사실을 극구 부인하면서 국가안전기획부에서의 진술은 수사관이 그렇게 진술하라고 하여 거짓진술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결국 별지 1 기재 기사는 그 내용이 진실한 것으로 인정될 수 없어 이 부분에 관하여는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다시 피고들은, 이 사건 기사의 내용 중 일부가 진실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국가안전기획부 및 검찰로부터 이 사건에 관한 수사발표를 듣고 그들이 배포한 수사자료에 기하여 이 사건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원고가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구속된 상태여서 원고를 만나 그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는 상태였으므로, 결국 피고들이 이 사건 기사의 내용을 진실한 것이라고 믿는 데 상당한 이유가 있어 그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피고들이 별지 1 기재 기사내용을 진실한 것이라고 믿은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보건대, 국가안전기획부 및 검찰이 배포한 수사자료로 보이는 을 제2호증, 을 제3호증에는 원고가 일본에서 조선노동당에 입당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이 없고, 원고가 일본에서 조선노동당에 입당하였다는 점이 기재된 자료로는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작성한 의견서(을 제2호증)와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을 제5호증의 11, 12)가 있으나, 원고가 그 후 검찰에서 조사받을 시에 위 입당 사실을 극구 부인하면서 국가안전기획부에서의 진술은 수사관이 그렇게 진술하라고 하여 거짓진술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들로서는 수사기록을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았으면 원고의 노동당 입당사실이 진실인지 여부에 관하여 의문을 가지고 그 진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할 것이어서, 결국 피고들이 별지 1 기재 기사내용을 진실한 것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따라서, 별지 1 기재 기사의 게재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인 고통을 당하였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여 이를 금전으로써 위자하여야 할 것이고, 나아가 피고들이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액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의 연령, 신분, 교육 정도, 피고들이 별지 1 기재 기사를 게재하게 된 경위, 게재 정도, 유죄확정된 원고의 범죄사실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그 위자료는 금 5,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금 5,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유재선(재판장) 조귀장 남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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