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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14. 1. 24. 선고 2012구합16916 판결
[변상금부과처분취소][미간행]
원고

학교법인 숙명학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화우 외 2인)

피고

한국자산관리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푸른 외 1인)

2013. 12. 20.

주문

1.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다.

2. 피고가 2012. 5. 12. 원고에 대하여 한, 7,382,148,830원의 변상금 부과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비용 중 2분의 1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주위적으로, 주문 제2항 기재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판결.

예비적으로, 주문 제2항과 같은 판결.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숙명여자대학교를 설치·운영하는 학교법인이고, 피고는 국유재산인 서울 용산구 청파동 2가 53-12 대 21,319.40㎡, 같은 동 53-38 대 20.40㎡(이하 위 각 토지는 그 지번만으로 지칭하고 통틀어서는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의 관리·처분에 관한 사무를 위탁받은 공법인이다.

나. 피고는 2012. 4. 18.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2007. 5. 9.부터 2012. 5. 8.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변상금 7,381,010,730원을 부과할 것임을 사전통지하는 한편 연간 대부료를 1,408,426,800원으로 정하여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대부계약을 체결하라고 안내하였다.

다. 이에 원고는 2012. 5. 4.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는 원고가 1938년 이래 대한민국으로부터 무상으로 대부받아 점유·사용하여 오고 있으므로 변상금 부과는 부당하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라.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관리청이었던 서울특별시 용산구청장(이하 ‘용산구청장’이라 한다)이 1992. 2. 27. 변상금 부과·고지를 함으로써 무상사용의 의사표시를 철회하여 원고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2012. 5. 10. 원고에게 구 국유재산법(2012. 12. 18. 법률 제115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국유재산법’이라 하고, 그 시행령을 ‘국유재산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72조 동 시행령 제71조 에 근거하여 변상금 합계 7,382,148,830원을 부과·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부터 5호증, 을 제7호증(이상 가지번호 있는 서증은 모두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도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처분은 다음과 같은 위법이 있어 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한다.

가. 변상금 부과 권한의 부존재

피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할 권한을 적법하게 위탁받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권한이 없는 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다.

1)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38조 제3항 제7호 에 의하면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관리·처분에 관한 사무를 위탁받기 위해서는 이 사건 토지를 관리·처분 사무 위탁의 대상으로 지정하는 총괄청의 행위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총괄청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 사건 토지를 피고에 대한 관리·처분 사무 위탁의 대상으로 지정한 바 없다.

2) 국유재산법 제42조 제1항 은 총괄청이 소관 일반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사무의 일부를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변상금 부과는 같은 법 제2조 제3호 , 제4호 가 정의한 관리, 처분 권한에 포함될 수 없다.

3) 정부조직법 제6조 제3항 에 따르면 행정기관은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계되지 아니하는 사무만을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법인·단체에 위탁할 수 있는바, 변상금 부과는 권력적 단독행위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계되는 것이므로 피고에게 위탁할 수 있는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위탁 근거 표시의무 위반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38조 제4항 은 피고가 총괄청으로부터 일반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사무를 위탁받은 경우 위탁의 근거 규정을 표시하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는 이 사건 처분시 원고에게 위탁의 근거를 표시하지 않았다.

다. 종전 판결의 기판력 저촉

어떠한 행정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소구한 행정소송에서 그 행정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경우에 처분행정청이 그 행정소송의 사실심변론종결 이전에 발생한 사유를 내세워 다시 확정판결에 저촉되는 행정처분을 하는 것은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원고는 용산구청장의 1992. 2. 27.자 변상금 부과처분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에 그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하여 위 법원으로부터 원고가 1938년경부터 국가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무상으로 대부받아 점유·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승소판결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이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어 확정되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 것으로서 위법하다.

라. 이 사건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수익할 권리의 존재

이 사건 토지는 구 조선황실 재산으로서 원고는 1938. 5. 20. 구 조선황실의 재산을 관리하는 이왕직장관으로부터 학교부지 용도로 사용할 것을 조건으로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승낙을 받은 바 있다. 이 사건 토지는 구 황실재산법(1954. 9. 23. 법률 제339호로 제정된 것, 이하 ‘황실재산법’이라 한다) 제2조 에 의하여 비로소 국유로 되었을 뿐, 그 이전에는 황실의 사유재산이라 할 것이어서, 사법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1938. 5. 20.자 이왕직장관의 사용승낙으로 원고와 황실 사이에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사법상의 무명계약이 체결되었다. 대한민국은 황실재산법 제2조 에 의하여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함과 동시에 그 재산에 따르는 의무까지 승계하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무상 사용승낙토록 할 위 계약상의 의무도 승계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를 학교부지로 사용하는 한 무상으로 점유·사용할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관계 법령

별지와 같다.

4. 판단

가. 인정 사실

1)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이왕직 장관의 사용승낙

원고는 1938. 5. 18. 구 조선황실의 재산을 관리하던 이왕직장관에게 경기도 경성부 청엽정2정목 산 2-1 임야 2정 1단 8무 28보(서울 용산구 청파동 2가 산 2-1로 지번이 변경되었다가 같은 동 2가 53-12로 지번이 다시 변경되었고 이후 1990. 12. 21. 53-38 토지가 분할되어 현재와 같이 되었다)를 학교부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승낙해 달라는 신청을 하였고, 이왕직장관은 같은 달 20일 ‘① 용도 : 학교부지, ② 대부료 : 무료, ③ 용도 이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위 토지의 사용을 승낙(이하 ‘1938. 5. 20.자 승낙’이라고 한다)하였다. 원고는 그 지상에 숙명여자대학교의 전신인 숙명여자전문학교의 학교 건물을 신축한 후 현재까지 점유·사용하고 있다.

2) 이 사건 토지의 국유재산 귀속

이 사건 토지는 원래 구 황실재산으로서 황실재산법 제2조 에 의하여 국유로 전환되어 구황실재산 사무총국이 관리해오다가 1963. 2. 9.자 문화재보호법 부칙 제2조 제1항에 의하여 잡종재산으로서 문화재관리특별회계에 해당하여 문화재관리국에서 관리하여 왔고 이후 1989. 1. 1. 특별회계가 폐지됨에 따라 재무부로 소관부서가 변경되어 용산구청장에게 관리사무가 위임되었다. 한편,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1927. 3. 22. 창덕궁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었다가, 1983. 2. 11. 국가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었다.

3) 국유재산 귀속 후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사용승낙 및 관리

가) 원고는 이 사건 토지가 국유재산으로 귀속된 이후 관리청인 구황실재상 사무총국장으로부터 서울 용산구 청파동 2가 산 2-1 대지 6,548평에 대하여, ① 1955. 12. 31.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교사 증축 목적으로 사용함에 대하여 이의없이 승낙한다”는 취지의 승낙서를, ② 1957년 7월 “위 부동산은 본국관리인바,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교사 신축목적으로 사용함에 대하여 하등의 이의 없이 승낙한다”는 취지의 승낙서를, ③ 1957년 11월 “위 부동산은 본국소유로서 귀교창립시대부터 기사용권을 부여하여온 바, 금후로도 계속 사용할 것을 승인한다”는 취지의 승낙서를 받았다.

나) 원고는 1968년경 서울 용산구 청파동 2가 산 4-8 임야 1,955㎡ 중 1,868㎡(이하 그 지번만으로 지칭한다)와 그 인접한 같은 동 산 4-7 토지(이하 그 지번만으로 지칭한다) 지상에 학교 건물 일부를 신축한 후 산 4-7 토지는 대한민국으로부터 매수하였으나 산 4-8 토지는 그 중 일부만이 학교 건물의 부지로 편입된 관계로 매수하지 못하였다.

다) 이후 이 사건 토지의 관리청인 문화재관리국장은 1969. 10. 2. 숙명여자대학교 총장에게 서울 용산구 청파동 2가 53-12 대 6,471평에 관하여 교사 증축의 목적으로 사용함을 승인하였고, 1972년 11월 다시 위 토지를 학교 건물 증·개축 목적으로 사용함을 승낙하였다.

라) 원고는 1969년 10월과 1970. 3. 28. 문화재보호법 부칙(1963. 2. 9. 제1265호로 제정된 것)에 의하여 이 사건 토지를 양여하여 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1970. 4. 17. 문화재관리국장으로부터 재정형편상 불가하다는 취지의 통지를 받았다.

마) 한편 문화재관리국장은 1971. 6. 26. 원고에게 1962년에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구황실재산 사무총국장 명의로 학교 건물 신축 목적으로 사용함을 승낙하였으나, 세입재원이 부족한 관계로 무상양여는 불가하고, 위 토지를 감정평가가격 258,840,000원으로 매수할 것을 제안하였다. 원고는 1971. 7. 16. 53-12 대지 6,471평은 1938(소화13년). 5. 20. 이왕직장관으로부터 사용승낙을 받은 이래 학교 부지로 사용 중이라고 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회신하였다. 이에 문화재관리국은 1971. 7. 23.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처분이 불가피하니 위 토지를 매수하여 사용하라면서 재차 매수협의를 제안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바) 원고는 1975. 10. 22. 문화재관리국장으로부터 1971. 11. 18.부터 1975. 10. 21.까지 산 4-8 토지에 대한 사용료를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고 사용료를 납부한 이래 1986. 3. 26.까지 산 4-8 토지에 관한 매년 사용료를 모두 납부하였다.

사) 원고는 1977. 9. 16. 문화공보부장관에게 1938. 5. 20. 이왕직장관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무상으로 대부받은 후 40년 동안 학교부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 사건 토지를 무상으로 양도해달라고 신청하였으나, 문화재관리국장으로부터 같은 해 10. 10. 재산관리 방침상 위 신청에 응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4) 용산구청장의 변상금 부과처분 및 종전소송의 경과

가) 문화재관리국장은 1985. 1. 17. 원고에게 53-12 토지에 대하여 유상 대부계약을 체결하거나 매수하라고 수차 통보하였음에도 현재까지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무단으로 점용하고 있다고 하면서, 국유재산을 사용하기 위하여는 상호 권리관계를 설정하여야 하니, 국유재산법 관련규정에 따른 국유재산 대부신청서를 제출할 것을 촉구하였고, 이러한 유상사용절차 없이 무단 사용하는 경우에는 무단점용에 따른 변상금을 부과할 것을 고지하였다.

나) 문화재관리국장은 1989. 8. 30. 원고에게 53-12 토지, 산 4-8 토지, 서울 용산구 청파 2가 53-25 대 51.9㎡의 관리, 처분사무가 용산구에게 이관되었다고 통보하면서 재산 점용에서 발생한 채권(미납변상금)도 이관하게 되므로 원고가 납부할 변상금(재산사용료)이 있으면 이관 이후의 인수기관에 납부하라고 통지하였다.

다) 용산구청장은 1992. 2. 27. 원고가 산 4-8 토지와 53-12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다고 하면서 원고에게 각 77,592,470원과 1,246,793,160원의 변상금을 부과하였으나 원고는 변상금 부과 처분에 대하여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1993. 6. 1. 산 4-8 토지는 국가로부터 묵시적 허가를 받아 원고가 유상으로 점유·사용하고 있고, 53-12 토지는 1938년 이래 국가로부터 무상으로 대부받아 원고가 점유·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변상금 부과처분을 위법하다고 하면서 변상금 부과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92누24556 판결 ), 이에 용산구청장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1994. 1. 11. 변상금 징수규정은 국유재산에 대한 점유나 사용수익의 개시 그 자체가 법률상 아무런 권원없이 이루어진 경우에 변상금을 징수한다는 취지이므로 당초에는 국가로부터 국유재산을 대부 받거나 유상사용허가를 받아 점유·사용하였으나 그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 새로운 계약을 체결함이 없이 이를 계속 점유·사용한 경우에는 그 적용이 없는 바, 원고의 산 4-8 토지나 53-12 토지에 대한 점유나 사용·수익의 개시가 법률상 아무런 권원 없이 이루어진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93누15076 판결 ).

5) 종전 소송 이후의 정황

원고는 1994. 2. 3. 용산구청장에게 판결에 의하여 원고가 1938년 이래 53-12 토지와 53-38 토지를 국가(구황실재산 사무총국, 문화재관리국)로부터 무상으로 대부받아 사용하는 것이 확인되었다며 학교 건물 증축을 위하여 53-12 토지 및 53-38 토지를 사용하는 데 승낙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총괄청인 재무부장관은 같은 해 2월경 서울특별시장에게 이 사건 토지의 사용권과 관련한 소송에서 국가가 패소하였고 원고의 학교 건물 증축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 사건 토지의 사용승낙에 동의한다고 회신하였다. 이에 용산구청장은 1994. 3. 11.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무상사용에 대하여 총괄청인 재무부로부터 무상사용승낙이 접수되었다고 통보하였다.

6)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고의 관리·처분 권한 위탁

가) 한편 기획재정부장관은 2011. 12. 22. 서울특별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과 피고에게 국유재산 중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총 179,628필지의 토지를 같은 달 28일자로 피고에게 이관하기로 확정하였음을 안내하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위 토지들에 대한 서류를 피고에게 송부하라고 하였는데 그 서류 목록에는 대부계약서, 무단점유 현황, 변상금 부과·징수 현황에 관한 서류도 포함되어 있었고, 그에 첨부된 이관대상이 되는 재산 목록에 53-12 토지와 53-38 토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나) 용산구청은 2011. 12. 28.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한 일반재산을 인계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앞에서 채택한 증거들, 갑 제6부터 19, 25부터 30, 32 부터 35, 40, 41호증, 을 제1부터 5,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나. 판단

1) 변상금 부과 권한의 부존재 주장에 대하여

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총괄청의 지정행위의 존부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38조 제3항 제7호 국유재산법 제42조 제1항 에 따라 총괄청이 일반재산의 효율적 관리·처분을 위하여 지정하는 재산에 관한 사무를 피고에 위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총괄청의 지정행위에 어떠한 정형화된 형식이나 방식을 요구하지 않고 있고, 다만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 어떤 재산에 대한 관리·처분사무가 위탁되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정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할 것인데,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총괄청인 기획재정부장관이 2011. 12. 22. 이 사건 토지를 지정하여 피고에게 그 관리·처분 사무를 위탁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변상금 부과의 관리·처분 사무에의 포함 여부

국유재산법 제72조 제1항 은 ‘중앙관서의 장등은 … 변상금을 징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국유재산법 제2조 제11호 에 의하면 ‘“중앙관서의 장등”이란 국가재정법 제6조 에 따른 중앙관서의 장과 제42조 제1항 에 따라 일반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사무를 위임·위탁받은 자를 말한다’고 정의하여 일반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사무를 위탁받은 피고 역시 변상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중앙관서의 장등’에 포함된다. 또한, 국유재산법 제42조 제1항 은 ‘총괄청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관 일반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사무의 일부를 그 소속 공무원이나 중앙관서의 장 또는 그 소속 공무원, 정부출자기업체, 특별법에 따라 설립한 법인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게 위탁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제6항 에서 ‘ 제1항 에 따라 일반재산의 관리·처분한 일반재산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산의 대부료, 매각대금, 개발수입 또는 변상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위임이나 위탁을 받은 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다’고 정하는 한편, 국유재산법 제2조 제3호 는 ‘관리’를 국유재산의 취득·운용과 유지·보존을 위한 모든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므로 국유재산을 무단으로 점용하는 자에 대하여 변상금을 부과하는 행위도 국유재산의 유지·보전을 위한 행위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국유재산법의 규정과,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기획재정부장관이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관리·처분사무를 용산구청장에게서 피고로 이관하면서 인수인계하도록 한 서류에 무단점유 현황, 변상금 부과·징수 현황 등 변상금 부과를 전제로 한 서류가 포함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위탁받은 일반재산의 관리·처분 권한에는 변상금 부과 권한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변상금 부과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계되는 사무이므로 정부조직법 제6조 제3항 에 따라 위탁대상이 될 수 없는지 여부

정부조직법 제6조 제3항 은 권한의 위탁에 관한 일반규정에 불과하므로 개별 법령의 근거가 있으면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련되는 사무도 위탁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인데, 국유재산법 제4조 는 국유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국유재산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유재산의 관리에 관한 권한의 위탁과 관련해서는 국유재산법정부조직법에 대하여 특별법의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계되는 사무라고 하더라도 국유재산법에 따라 권한의 위탁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2) 위탁근거 표시의무 위반 주장에 대하여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38조 제4항 은 일반재산의 관리·처분 사무를 위탁받은 경우 위탁의 근거 규정을 표시하고 위탁받은 자의 명의로 관리·처분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그 취지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관리·처분에 관한 사무를 위탁받은 자가 적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권한을 둘러싼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므로 비록 수탁받은 자가 위탁의 근거 규정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제반 사정에 비추어 수탁받은 자가 적법한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면 제38조 제4항 을 위반한 것만으로 수탁받은 자의 관리행위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비록 피고가 피고 명의로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원고에게 위탁의 근거 규정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나타난 바와 같이 이 사건 처분에 앞서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관리, 처분 권한이 있음을 전제로 원고에게 변상금을 부과할 예정임을 통지하고 대부계약을 체결하라는 안내를 한 점, 원고 역시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관리, 처분권한의 존부에 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점유권한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변상금 부과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로서는 피고가 기획재정부장관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관리사무를 위탁받아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할 뿐만 아니라 일반재산의 관리·처분시 위탁의 근거 규정을 표시하도록 한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위탁의 근거 규정을 표시하지 않은 잘못이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이나 적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종전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는 주장에 대하여

전소와 후소의 소송물이 동일하지 아니하여도 전소의 기판력 있는 법률관계가 후소의 선결적 법률관계가 되는 때에는 전소의 판결의 기판력이 후소에 미쳐 후소의 법원은 전에 한 판단과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 없으나,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그 판결의 주문에 포함된 것, 즉 소송물로 주장된 법률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의 결론 그 자체에만 미치는 것이고 판결이유에서 설시된 그 전제가 되는 법률관계의 존부에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0. 2. 25. 99다5547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소의 소송물은 이 사건 처분의 적법여부이고, 전소의 소송물은 1992. 2. 27.자 변상금부과처분의 적법여부로서 각 소송물이 다를 뿐 아니라 전소의 소송물에 관한 판단이 이 사건 소의 소송물에 대한 선결문제가 되거나 모순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이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할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이 사건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수익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가) 이 사건 토지가 1938. 5. 20.자 승낙 당시 국유재산이었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는 국유재산이 아니라 황실이 창덕궁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황실 소유의 재산이라 할 것인데, 1936(소화 11년). 8.경 조선총독부의 국유재산법의 조선시행에 관한 칙령에 따라 조선에서 시행된 일본 구 국유재산법[1921(대정 10년). 4. 7. 법률 제143호로 제정된 것]은 제2조 에서 국유재산을 공공용재산, 공용재산, 영림재산, 잡종재산으로 구분하고 있을 뿐 황실재산을 따로 국유재산에 포함시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고, 일본 국유재산법이 황실용재산을 행정재산으로서 국유재산에 포함시킨 것은 종전 이후인 1948.(소화 23년). 6. 30. 법률 제73호로 제정된 국유재산법의 시행 이후이므로, 당시 시행된 관련 법령에 따르면, 황실 소유인 이 사건 토지는 국유재산으로 볼 수 없고 황실의 사유재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74. 7. 26. 선고 73다1558, 1559 판결 의 취지 참조).

나) 1938. 5. 20.자 승낙의 법적 성격

이 사건 토지가 국유재산이 아니라 황실의 사유재산에 해당한다고 보는 이상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법률행위에 대해서는 당시 1912년 조선민사령에 의하여 의용되고 있던 일본 민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인데,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1938. 5. 18. 황실재산을 관리하던 이왕직장관에게 이 사건 토지를 학교부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승낙해달라는 신청을 하였고, 이왕직장관이 이에 대하여 1938. 5. 20.자 승낙을 하였으므로, 원고의 1938. 5. 18.자 신청은 계약의 청약에, 이왕직장관의 1938. 5. 20.자 승낙은 원고의 청약에 대한 승낙에 해당하여, 이에 따른 의사의 합치로서 원고와 이왕직장관 사이에는 원고가 기한의 정함이 없이 이 사건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내용의 당시 시행되던 일본 민법 제593조가 규정한 사용대차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할 것이다.

다) 1938. 5. 20.자 승낙에 따른 의무의 승계

1950. 4. 9. 법률 제119호로 제정된 구왕궁재산처분법(1954. 9. 23. 법률 제33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구왕궁재산처분법’이라 한다)은 구왕궁재산을 구한국황실 또는 의친왕궁의 소유에 속하였던 재산으로서 구이왕직에서 관리한 일체의 동산과 부동산을 지칭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이를 국유로 한다고 규정하였으나, 1954. 9. 23. 제정된 구황실재산법 제2조 제1항 은 ‘구황실재산은 국유로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 은 ‘전항에서 구황실재산이라 함은 구한국황실의 소유에 속하였던 재산으로서 구이왕직에서 관리한 일체의 동산, 부동산 기타의 권리를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제3항 에서는 ‘전항 재산에는 그 재산에 따르는 의무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이왕직장관이 관리하던 이 사건 토지가 구왕궁재산처분법에 의하여 국유로 되었다고 하더라도, 구황실재산법 제2조 제3항 에 의하여 1938. 5. 20.자 승낙에 따라 원고로 하여금 무상으로 이 사건 토지를 사용·수익하게 할 구황실의 원고에 대한 의무도 당연히 국가가 승계하였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78. 10. 10. 선고 78다1168 판결 의 취지 참조).

라) 소결

따라서 구황실재산법에 따라 국가가 1938. 5. 20.자 승낙에 의하여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승계함으로써 원고로서는 이 사건 토지가 국유로 된 후에도 여전히 이를 사용·수익할 권리가 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권원 없이 무단 점유·사용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5)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구황실재산법 제2조 제3항 에 따른 의무에 채무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주장

피고는 구황실재산법 제2조 제3항 에서 구황실재산에 따르는 의무란 물권만을 의미하고, 사용대차계약에서 발생하는 채무는 국가가 승계하는 구황실재산에 따르는 의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구황실재산법은 국유로 되는 구황실에 속하였던 재산을 동산, 부동산 기타의 권리라고 규정하고 있어 그 재산에는 물권뿐만 아니라 채권도 포함된다 할 것이고, 마찬가지로 국가가 승계하는 재산에 따르는 의무에는 물권에 의한 부담뿐만 아니라 그 재산에 따르는 채무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대법원 1960. 4. 21. 선고 4292민상483 판결 | 대법원 1960. 4. 21. 선고 4292민상483 판결 | 대법원 1960. 4. 21. 선고 4292민상483 판결 | 대법원 1960. 4. 21. 선고 4292민상483 판결 의 취지 참조). 그러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법령의 개정으로 1938. 5. 20.자 승낙의 효력이 소멸되었다는 주장

피고는, 1961. 10. 17. 법률 제748호로 개정된 구황실재산법 제3조의2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와 수차에 걸쳐 개정된 국유재산법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와 같은 을종재산에 해당하는 구황실재산 또는 국유재산 중 잡종재산 또는 일반재산의 경우 대부 기간을 제한하거나 공용 또는 공익사업 외의 목적으로 무상 대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1963. 2. 9.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은 부칙 제2조로 구황실재산법을 폐지하였으므로, 1938. 5. 20.자 승낙은 개정 구황실재산법 또는 수차에 걸쳐 개정된 국유재산법에 반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주장하나, 개정 구황실재산법 또는 수차에 걸쳐 개정된 국유재산법에 의한 대부는 그 시행 이후 위 각 법령에 근거하여 체결된 국유재산의 대부계약에 적용되는 것일 뿐이다. 국가는 위 각 법령의 시행일 이전에 사법상 계약인 1938. 5. 20.자 승낙에 따른 의무를 승계함으로써 사권의 설정으로 제한을 받는 상태에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위 각 법령이 국유재산에 대한 대부계약의 효력을 위와 같이 제한한다고 하여 그 효력이 사법상 계약인 1938. 5. 20.자 승낙에 미친다거나 그 효력을 소급적으로 상실시킨다고 볼 수는 없고, 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은 정당한 보상 없이 법률에 의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 또한 국가가 사법상 계약에 따른 의무를 승계한 후 그 근거가 되는 법률이 폐지되었다고 하여 국가가 이미 승계한 의무가 그에 따라 소멸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다) 국유재산에 대하여 사권의 설정을 금지하는 국유재산법에 위반된다는 주장

피고는 1956. 11. 28. 제정된 국유재산법 제15조 가 사권이 설정된 물건의 구입, 교환 또는 기부채납은 그 사권이 소멸된 후가 아니면 이를 취득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이래 현재까지 그와 같은 규정이 남아 있으므로 1938. 5. 20.자 승낙은 위 규정에 반하여 그 효력이 소멸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구황실재산법 제2조 제3항 에 의하여 1938. 5. 20.자 승낙에 따른 의무를 당연 승계하였음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사권설정을 금지하는 국유재산법의 규정은 국유재산법 시행 이후에 취득하는 경우 사권이 소멸된 후가 아니면 이를 취득하지 못한다는 취지에 불과하고 이미 국유재산에 설정되어 있는 사권까지 소멸시킨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현행 국유재산법 제11조 제1항 단서는 판결에 따라 취득하는 경우에는 사권이 설정된 재산의 취득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되어 있기도 하다).

라) 수익적 행정행위의 철회 주장

피고는 1938. 5. 20.자 승낙이 수익적 행정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용산구청장이 1992. 2. 17. 변상금 부과처분을 함으로써 수익적 행정행위에 대한 철회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주장하나, 1938. 5. 20.자 승낙이 사법상 계약에 불과할 뿐 행정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하는 원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마) 승낙의 의사표시 철회 주장

피고는 1992. 2. 17.자 변상금 부과처분으로 1938. 5. 20.자 승낙의 의사표시를 철회하였다고 주장하나, 계약에서의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하고, 일단 발생한 의사표시의 효력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바) 부가적 판단

피고의 1992. 2. 17.자 변상금 부과처분으로 1938. 5. 20.자 승낙의 의사표시를 철회하였다는 주장을 1938. 5. 20.자 승낙의 의사표시에 따라 체결된 사용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주장으로 선해하여 보더라도, 앞서 1992. 2. 17.자 변상금 부과처분이 이루어진 경위에 비추어 여기에 사용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를 해지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민법이 정한 사용대차의 해지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1) 1912년 조선민사령에 의하여 의용되고 있던 일본 민법 제593조는 ‘사용대차는 당사자의 일방이 무상으로 사용 및 수익을 한 후에 반환을 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으로부터 어떤 물건을 받음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제597조 제2항은 ‘당사자가 반환시기를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차주는 계약에서 정한 목적에 따라 사용 및 수익을 종료한 때에 반환하여야 하고, 그 사용 및 수익을 종료하기 전이라도 사용 및 수익을 하기에 충분한 기간이 경과한 때에는 대주는 즉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민법 제609조 는 ‘사용대차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무상으로 사용, 수익하게 하기 위하여 목적물을 인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이를 사용, 수익한 후 그 물건을 반환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제610조 제1항 에서 ‘차주는 계약 또는 그 목적물의 성질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법으로 이를 사용, 수익하여야 한다’, 제2항 에서 ‘ 제1항 에 위반한 때에는 대주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 제613조 제2항 은 ‘시기의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차주는 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의한 사용, 수익이 종료한 때에 반환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용, 수익에 족한 기간이 경과한 때에는 대주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제614조 는 ‘차주가 사망하거나 파선선고를 받은 때에는 대주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각 규정하면서, 그 부칙 제2조에서 ‘본법은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본법 시행일 전의 사항에 대하여도 이를 적용한다. 그러나 이미 구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1938. 5. 20.자 승낙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인도받음으로써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사용대차계약은 그 효력이 발생되었다고 할 것이고, 그 후 위 민법 부칙의 조항에 따라 위 사용대차계약에 대해서는 민법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2) 그런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38. 5. 20.자 승낙에는 이 사건 토지의 반환시기를 따로 정하지 않았으므로, 피고로서는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를 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법으로 사용, 수익하지 않았다거나, 이 사건 토지의 사용, 수익에 족한 기간이 경과하였다거나, 원고가 파산하였다는 이유로 1938. 5. 20.자 승낙에 따른 사용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 뿐이다.

(3) 먼저,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1938. 5. 20.자 승낙에서 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토지를 인도받은 이후 계속하여 숙명여자대학교의 학교 부지로 사용하고 있어 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법으로 사용, 수익하고 있고, 파산선고를 받지도 않았으므로 이를 이유로 1938. 5. 20.자 승낙에 의한 사용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4) 다음으로, 민법 제613조 제2항 소정의 사용수익에 충분한 기간이 경과하였는지의 여부는 사용대차계약 당시의 사정, 차주의 사용기간 및 이용 상황, 대주가 반환을 필요로 하는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평의 입장에서 대주에게 해지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다36806 판결 , 대법원 2001. 7. 24. 선고 2001다23669 판결 , 대법원 2005. 7. 8. 선고 2004다35342 판결 참조), 원고가 이 사건 토지의 사용, 수익에 족한 기간이 경과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본다.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갑 제44 내지 4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고종황제의 계비이자 영친왕의 친모인 순헌황귀비는 1906년 개인소유 재산을 출자하여 현재 숙명학원의 전신인 명신여학교를 설립하였고, 1912년 그 자산을 토대로 원고 재단법인이 설립되었다.

(나) 원고는 1936. 12. 25. 평의원회를 개최하여 숙명여자전문학교의 설립을 추진하기로 결의하고, 숙명여자전문학교 창립위원회를 구성한 후 모금운동을 전개하였다. 영친왕 역시 1938. 5. 20.자 승낙 무렵 원고에게 황실재산이던 경성부 종암정 소재 임야 48정6단8무를 하사하기도 하였다.

(다) 원고는 1938. 5. 20.자 승낙에 따라 이 사건 토지를 확보한 후 그 지상에 교사를 신축하여 1938. 9.경 숙명여자전문학교 설립인가를 신청하고 1938. 12. 21. 조선총독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았다.

(라) 대한민국정부 수립 후 1949. 4. 12.자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이승만은 당시 문교부장관에게 숙명여학교 재단유지에 관하여 정부로서의 방침의견을 제출할 것을 명하였고, 1949. 4. 13.자 의회에서 숙명여자대학과 숙명여자중학교 경영에 지장이 없도록 구 왕궁청 소유재산 일부를 분할하여 원고의 기본재산에 편입할 것을 결의하기도 하였다.

(마)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제정된 구왕궁재산처분법 제4조 는 ‘구왕궁의 기부행위로 설립된 교육기관의 유지경영에 필요한 재산은 양여한다’고 규정하였고, 그 후 제정된 구황실재산법 제4조 제3항 역시 구황실의 기부행위로 설립된 교육기관의 유지경영상 필요한 때에는 제3조 의 기타 재산의 을종재산 중에서 이를 그 교육기관에 양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문화재보호법 부칙(1963. 2. 9. 법률 제126호) 제2조 제1항에 따라 구황실재산법을 폐지하면서 제2항에서 잡종재산을 처분함에 있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구황실의 기부행위로 설립된 재단법인 숙명학원, 재단법인 진명학원과 재단법인 양정학원에 그 재산의 일부를 양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이 사건 토지가 원고의 학교부지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여 두었다.

(바) 원고는 1955년경 숙명여자전문학교가 종합대학인 숙명여자대학교로 승격하자 부족한 교사의 신축 및 증축을 목적으로 이 사건 토지의 사용을 승낙해달라는 신청을 하였고, 이에 이 사건 토지의 관리청인 구황실재산 사무총국장은 1955. 12. 31.과 1957. 7. 및 1957. 11.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사용을 승낙하였고, 문화재관리국장 역시 1969. 10. 2. 및 1972. 11. 다시 이 사건 토지의 사용을 승낙하였다.

(사) 또한 이 사건 토지의 관리청인 용산구청장은 1992. 2. 17.자 변상금 부과처분 이후인 1994. 3. 11. 원고에게 다시 이 사건 토지의 무상 사용을 승낙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1994. 3. 11.자 승낙을 근거로 그 이후부터 2006년경까지 이 사건 토지의 관리청인 용산구청장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이 사건 토지 위에 교수회관, 대학본부, 학생회관, 대학원관 등의 견고한 건물을 신축 또는 개축하여 왔다.

(아) 그 결과 원고가 운영하는 숙명여자대학교는 2012년을 기준으로 9개 대학, 13개 대학원, 학부생 13,643명, 대학원생 1,027명, 교직원 459명에 이르는 규모를 갖게 되었다.

위 각 인정사실에 나타난 바와 같이, 1938. 5. 20.자 승낙에 이르게 된 경위 및 목적, 구왕궁재산처분법, 구황실재산법문화재보호법의 제정 및 개정의 취지, 이 사건 토지의 관리청이 수차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사용을 승낙하면서도 그 사용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았고, 1992. 2. 17.자 변상금 부과처분 후에도 재차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사용을 승낙한 점, 이에 따라 원고가 2006년까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이 사건 토지 위에 다수의 교사 건물을 신축 또는 개축한 후 숙명여자대학교를 정상적으로 운영하여 왔고, 그 교사 건물의 효용이 다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사용대차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숙명여자대학교는 폐교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사립학교를 지원·육성하여야 하고, 사립학교의 설립목적을 존중하여야 할 의무( 교육기본법 제25조 참조)를 부담하는 국가로서 그와 같은 의무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토지를 반환받아야 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1992. 2. 17.자 변상금 부과처분을 할 당시 사용대차계약 체결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사용, 수익하기에 충분한 기간이 경과하였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현재까지도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사용, 수익하기에 충분한 기간은 경과하지 않았다고 보일 뿐이다.

사) 1938. 5. 20.자 승낙이 권한없는 자에 의한 것으로서 무효라는 주장

피고는, 이왕직 장관이었던 시노다 지사쿠(조전치책)가 1938. 5. 20.자 승낙 당시 원고의 이사장으로서 황실의 동의 없이 위 승낙을 한 것으로서 이는 쌍방대리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1938년 당시 의용되던 일본 민법 제108조는 동일한 법률행위에 관하여는 당사자 쌍방의 대리인이 될 수 없으나, 본인이 미리 허락한 행위에 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앞서 본 인정사실에 나타난 사정에 나타난 바와 같이, 순헌황귀비의 출연으로 명신여학교를 설립하였고, 1912년 그 자산을 토대로 원고 재단법인이 설립된 점, 원고가 숙명여자전문학교 설립을 추진하면서 영친왕이 1938. 5. 20.자 승낙 무렵 원고에게 황실재산이던 경성부 종암정 소재 임야 48정6단8무를 하사하기도 한 점, 1938. 5. 20.자 승낙에 따라 이 사건 토지 위에 교사를 신축한 후 숙명여자전문학교 설립인가를 받은 점, 구왕궁재산처분법구황실재산법에서도 원고의 유지경영에 필요한 재산을 양여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하였고, 그 이후에게 이 사건 토지의 관리청이 수회에 걸쳐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사용함을 승낙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1938. 5. 20.자 승낙 당시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였던 황실 역시 이 사건 토지를 원고에게 사용, 수익토록 하는 것을 미리 허락하였다고 판단되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황실 또는 국가가 이왕직 장관의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6) 이 사건 처분이 당연무효인지에 대하여

하자 있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 여부를 판별함에 있어서는 그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함을 요한다. 행정청이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어느 법률의 규정을 적용하여 행정처분을 한 경우에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그 법률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져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청이 위 규정을 적용하여 처분을 한 때에는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할 것이나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그 법률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아니하여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에는 행정관청이 이를 잘못 해석하여 행정처분을 하였더라도 이는 그 처분 요건 사실을 오인한 것에 불과하여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어떤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이를 처분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로서 그것이 처분대상이 되는지의 여부가 그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여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는 때에는 비록 이를 오인한 하자가 중대하다고 할지라도 외관상 명백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2다68485 판결 , 2006. 10. 26. 선고 2005다31439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사용권원이 관련규정들에 의하여 명백하여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하자는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의 무효를 구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 부분은 이유 없고, 취소를 구하는 예비적 청구 부분은 이유 있다.

5. 결론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며, 소송비용은 승패의 비율에 따라 원고와 피고가 나누어 부담하게 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병수(재판장) 김재령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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