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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7. 2. 3. 선고 2015누36326 판결
[항만시설사용료요율변경등취소청구][미간행]
원고, 항소인

한국남동발전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박태준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인천항만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곽상현 외 1인)

변론종결

2016. 7. 15.

주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 2.항 기재 처분에 관한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4. 4. 16. 원고에 대하여 한 항만시설사용료 부과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 중 10분의 1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4. 3. 31.자 항만시설사용료 요율변경통지 및 2014. 4. 16.자 항만시설사용료 부과처분을 각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 범위

원고는 제1심에서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피고의 2014. 3. 31.자 항만시설사용료 요율변경통지의 취소도 구하였으나, 제1심은 이 사건 소 중 항만시설사용료 요율변경통지의 취소청구 부분을 각하하였고, 원고는 이 부분에 대하여 불복하지 않았으므로, 위 각하 부분은 이 법원의 심판 범위에서 제외되었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 범위는 피고의 2014. 4. 16.자 항만시설사용료 부과처분에 한정된다.

2.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석탄화력기술을 이용하여 한국전력공사에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 발전소 건설사업 등을 영위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인천 옹진군 (주소 생략)(○○도)에 위치한 ○○화력발전소 항만시설(이하 ‘이 사건 항만시설’이라 한다)을 사용하는 자이고, 피고는 2005. 7. 11. 항만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공사로서, 인천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인천항 항만시설의 개발 및 관리운영에 관한 업무를 인계받아 이 사건 항만시설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나. 원고는 ○○화력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원료 등의 조달을 위한 접안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항만시설 중 계류시설인 돌핀 부두, 석회석 부두, 물양장을 원고의 비용으로 설치하였고, 2004. 8. 1.부터 약 10년 동안 기타항 요율을 적용한 화물입출항료를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및 이를 인계받은 피고에게 납부해 왔다.

다.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2014. 3. 31. ‘무역항의 항만시설 사용 및 사용료에 관한 규정’(해양수산부고시,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에 따라 2014. 4. 1.부터 기존의 항만시설사용료(화물입출항료) 요율을 기타항 요율에서 인천항 요율로 증액한다는 내용의 요율변경통지를 하고, 2014. 4. 16. 인천항 요율을 적용한 항만시설사용료(화물료) 12,261,690원을 부과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호증, 을 제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당사자의 주장 및 이 사건의 주요 쟁점

가. 원고의 주장

1) 항만시설운영자는 사용료의 요율과 징수방법을 변경할 때 구 항만법(2014. 3. 24. 법률 제125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항만법’이라고 한다) 제30조 제7항 에 따라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신고하고, 항만공사법 제10조 제6호 에 따라 항만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피고는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국가의 소유가 아닌 이른바 비귀속 항만시설에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근거법령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피고는 원고 소유인 이 사건 항만시설 사용에 대한 사용료를 부과·징수할 수 없다.

3) 또한 피고는 피고가 관리하는 항만시설에 대해서만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는데, 항만공사법 등은 ‘관리’와 ‘관할’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으므로 피고 관할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항만시설에 대하여 곧바로 사용료 부과처분을 할 수 없다.

4) 항만법 제30조 제4항 , 제6항 , 항만법 시행령 제28조 제2항 의 위임에 의한 이 사건 고시, 항만공사법 제30조 제3항 , 같은 법 시행규칙 제12조 제1항 , 제2항 에 의한 ‘인천항의 항만시설 사용 및 사용료에 관한 규정’(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 등에 의하여 항만공사가 부과하는 사용료는 해당 항만시설을 사용하는 자에게만 부과되어야 한다.

즉 이 사건 고시 및 이 사건 규정에 따른 사용료의 일종인 ‘화물입출항료’는 그 문언대로 화물이 항만시설을 사용하는 경우에 화주에게 부과되어야 하고, 그 징수대상시설도 화물 양·적하, 보관 등에 관련된 범위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고시 및 이 사건 규정은 화물입출항료를 해당 항만의 항로 및 정박지와 같은 수역시설을 사용한 경우에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모법의 위임 범위를 일탈하였다. 따라서 이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은 그 법령상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

5) 원고는 해양수산부장관의 조치에 따라 지난 10년 동안 기타항의 사용료 요율을 적용한 화물입출항료를 납부하여 왔고, 피고도 위 조치에 따라 원고에게 낮은 요율의 사용료를 줄곧 부과하였는데, 아무런 사정변경 없이 갑자기 요율을 변경한 이 사건 처분은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

6) 원고와 함께 인천항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다른 발전소에 대해서는 기타항의 요율을 적용하면서 유독 원고에 대해서만 인천항의 요율을 적용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도 반하는 점,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과도한 비용을 부담시킬 경우 이는 곧 에너지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나. 피고의 주장

1) 이 사건 항만시설에 입항하려는 선박이 이용하는 정박지, 항로는 피고가 관리하는 ‘항만구역 외 항만시설’이므로 피고는 항만공사법 제30조 제1항 에 따라 원고에게 항만시설 사용료를 부과·징수할 수 있다.

2) 해양수산부장관은 고시 제2013-28호로 항만공사법 제30조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에 따라 항만공사가 징수하는 사용료 및 임대료의 세부 구분 등에 관한 규정을 고시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고시 및 항만공사법 제4조 제3항 , 제30조 제3항 , 같은 법 시행규칙 제12조 제1항 , 제2항 에 의하여 이 사건 규정을 제정하였다.

이 사건 규정에 의하면 항만공사는 항만시설을 사용하는 자로부터 화물입출항료를 포함한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고, 선박에 화물을 싣고 항로 및 정박지 등의 항만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선주 및 화주가 모두 해당 항만시설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같은 전제에서 내려진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대법원 1980. 8. 26. 선고 78누407 전원합의체 판결 역시 “항만내에서 화물을 양·적하 하는 것은 항만시설 즉 항만내의 항로를 이용하여 양·적하 하는 것이므로 사유시설을 통하여 화물을 양·적하 하였다고 하더라도 화물입항료를 징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므로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

피고는 원고가 화력발전의 연료 등으로 사용할 화물을 양·적하하기 위하여 인천항의 항만구역 외 항만시설을 사용하였다고 보아 인천항의 요율을 적용한 화물입출항료를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그런데 항만공사법같은 법 시행령 규정에 의하면 항만공사는 자신이 관리하는 항만시설에 대하여 사용료를 부과·징수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① 피고가 이 사건 항만시설의 항로와 정박지를 포함한 수역시설·계류시설을 ‘관리’하는 것인지 여부, ② 원고가 화물을 양·적하하기 위하여 인천항의 항만구역 외 항만시설인 장안서 정박지와 항로를 ‘사용’한 것인지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 된다.

아래에서는 먼저 이 사건 처분의 절차적 적법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고, 나아가 이 사건 처분의 실체적 적법 여부에 대하여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4. 이 사건 처분의 절차적 적법 여부

가. 항만법 제30조 제7항 은 ‘항만시설운영자나 임대계약자는 제3항 에 따른 사용료의 요율과 징수방법 등에 관한 사항을 미리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항만공사법 제30조 제3항 은 ‘공사가 제1항 에 따라 사용료를 징수할 때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종류별로 사용료의 요율 등을 정하여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신고한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항만공사법 제10조 제6호 는 ‘항만시설의 임대료 및 사용료의 기준 설정 사항 등을 심의·의결하기 위하여 공사에 항만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앞서 거시한 증거에다가 을 제1, 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인천항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그 항만시설을 관리해 오다가, 국토해양부장관이 2011. 8. 16. 인천항만공사 관할 대상 항만시설로 이 사건 항만시설(○○화력발전소 수역시설인 항로 및 정박지, 계류시설인 돌핀, 석회석부두, 물양장)을 인천항 항만구역 밖의 항만시설로 지정·고시하여 피고가 항만공사법과 이 사건 고시 및 이 사건 규정에 의하여 사용료를 징수해 오고 있는 사실, ② 해양수산부장관은 2004. 7. 13. ‘○○화력발전소 화물입출항료 적용요율 알림’이라는 제목으로, ‘원고가 제기한 화물입출항료의 인하요청을 검토한 결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서 부과하고 있는 적용요율의 적법성 여부에 대하여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나, 타 화력발전소와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국민에 대한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기여할 수 있음을 감안하여 2004. 8. 1.부터 현행 인천항 요율(192원/톤)보다 낮은 기타항 수준(114원/톤)으로 적용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원고에게 발송하였고, 위 공문에 따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원고에게 기타항 요율을 적용하여 화물입출항료를 부과한 사실, ③ 피고는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관리하던 때부터 기타항 요율을 적용한 이 사건 항만시설의 사용료 부과·징수가 관계 법령, 이 사건 고시 및 이 사건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2014. 3. 31. 원고에게 이 사건 항만시설에 향후 인천항 요율을 적용할 것을 통보한 후 이 사건 처분을 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처분은 종전에 정책적 고려에서 관계 법령, 이 사건 고시 및 이 사건 규정 내용과 달리 부과·징수하였던 사항을 시정하기로 하고 이에 따라 산정된 사용료를 부과·징수한 경우에 해당할 뿐, 피고가 항만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신고하여 정한 ‘사용료의 요율과 징수방법’에 관한 사항인 이 사건 규정 자체를 변경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바, 이러한 경우까지 반드시 원고가 주장하는 항만위원회의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 어떠한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주1)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5. 이 사건 처분의 실체적 적법 여부

가.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나. 이 사건 처분의 근거 규정과 그 효력 여하

1) 관계 법령 등의 내용

‘항만시설’은 기본시설, 기능시설, 지원시설, 항만친수시설, 항만배후단지를 말하는데, 그중 기본시설은 ① 항로·정박지·선유장·선회장 등 수역시설, ② 방파제·방사제·파제제·방조제·도류제·갑문·호안 등 외곽시설, ③ 도로·교량·철도·궤도·운하 등 임항교통시설, ④ 안벽·물양장·잔교·부잔교·돌핀·선착장·램프 등 계류시설을 총칭한다. 항만구역 안의 기본시설, 기능시설, 지원시설, 항만친수시설 등은 항만법에 의해, 항만구역 밖의 시설은 해양수산부장관이 지정·고시한 것에 한하여 항만법이 정하는 항만시설이 된다( 항만법 제2조 제5호 ).

항만시설(항로표지는 제외)을 사용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양수산부장관의 허가를 받거나 해양수산부장관 또는 해양수산부장관으로부터 항만시설의 운영을 위임 또는 위탁받은 자(이하 ‘항만시설운영자’라 한다)와 임대계약을 체결하거나 해당 임대계약을 체결한 자(이하 ‘임대계약자’라 한다)의 승낙을 받아 항만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항만법 제30조 제1항 ). 해양수산부장관, 항만시설운영자 또는 임대계약자는 항만법 제30조 제1항 에 따라 항만시설을 사용하는 자로부터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고( 항만법 제30조 제4항 ), 사용료의 종류와 요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항만법 제30조 제6항 ).

한편 항만공사법에 의하면 항만공사는 무역항의 항만별로 설립되어 항만시설의 신설·개축·유지·보수 및 준설 등에 관한 공사의 시행 및 항만의 경비·보안·화물관리·여객터미널 등 항만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업을 수행하는데, 공사의 관할 구역은 항만법에 의한 항만구역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항만구역 외의 항만시설 등이다( 항만공사법 제4조 제2 , 3항 , 제8조 제1항 제1호 ). 여기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항만구역 외의 항만시설 등’에는 항만구역 밖의 시설로서 해양수산부장관이 공사별로 지정·고시한 항만법 제2조 제5호 가목 의 기본시설 중 수역시설 및 계류시설이 포함된다( 항만공사법 시행령 제2조 제1호 ). 공사는 공사가 관리하는 항만시설을 사용 또는 임차하려는 자로부터 사용료 또는 임대료를 징수할 수 있고, 이 경우 공사가 징수할 수 있는 사용료 또는 임대료의 종류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항만공사법 제30조 제1항 ). 공사가 항만공사법 제30조 제1항 에 따라 사용료를 징수할 때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종류별로 사용료의 요율 등을 정하여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고( 항만공사법 제30조 제3항 ), 공사는 신고한 사용료의 종류별 요율 등을 공표하여야 한다( 항만공사법 시행규칙 제12조 제2항 ).

2) 이 사건 고시 및 이 사건 규정의 효력

이 사건 고시는 항만법 제30조 같은 법 시행령 제26조 내지 제28조 의 위임에 따라 항만시설의 사용 및 사용료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규정은 항만공사법 제4조 제3항 , 제30조 제3항 , 같은 법 시행규칙 제12조 제1항 , 제2항 에 의하여 인천항을 포함한 무역항의 항만공사가 관할하는 항만시설의 사용 및 사용료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항만시설사용료의 종류, 요율, 징수대상시설 및 기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이 사건 고시와 이 사건 규정에서 모두 동일하게 정하고 있다). 이때 항만공사가 사용료를 징수하는 경우 항만공사법 제30조 제1항 은 사용료의 종류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나 사용료의 종류별 요율은 항만공사법 제30조 제3항 , 항만공사법 시행규칙 제12조 제1 , 2항 에 따라 항만공사가 직접 정하여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신고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 이는 항만공사법 제정 이전의 항만법에서 항만관리청이 징수할 사용료의 요율을 항만법, 같은 법 시행령, 해양수산부(혹은 국토해양부) 고시로 순차 위임하던 것과 비교할 때 위임의 형식이 다소 다르다. 그렇지만 법령의 규정이 특정 행정기관에 그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그 권한 행사의 절차나 방법을 특정하고 있지 아니한 관계로 수임행정기관이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그 법령의 내용이 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 그러한 규정은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지 않는 행정규칙의 일반적 효력으로서가 아니라, 행정기관에 법령의 구체적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법령 규정의 효력에 의하여 그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갖게 되고, 따라서 해당 법령의 위임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그것들과 결합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갖게 된다(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두484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규정과 이 사건 고시는 모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위 법령에서 위임받은 사용료의 종류별 요율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그 내용을 보충하고 있다고 볼 것이므로 상위 법령과 결합하여 각자 대외적 구속력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처분의 직접적인 근거 규정

앞서 본 관계 법령의 내용과 이 사건 고시 및 이 사건 규정의 해석을 종합하여 보면 어떠한 무역항에 항만공사가 설립되어 관할 항만시설을 관리하는 경우 그 항만공사가 항만시설을 사용하려는 자에게 사용료 징수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항만공사법 제30조 라고 봄이 옳다. 반면 어떤 항만시설을 관할하는 항만공사가 없다면 항만법 제30조 에 근거하여 해양수산부장관이 그 항만시설을 사용하려는 자에게 사용료를 징수할 것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처분은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인천항 항만구역 외 항만시설인 이 사건 항만시설을 사용하였음을 징수 근거로 밝히고 있으므로, 이 사건 고시가 아닌 이 사건 규정이 이 사건 처분의 직접적인 근거 규정이 된다(피고도 당심에서 같은 취지로 이 사건 처분의 근거 규정을 이 사건 고시에서 이 사건 규정으로 변경하여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 규정은 항만시설 사용료 중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 항만시설을 ‘수역시설’, ‘임항교통시설’, ‘화물보관처리시설 중 화물장치장’으로 정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인천항의 수역시설인 항로, 정박지 등을 선박이 아닌 화물이 사용한 것으로 보아 화물입출항료를 부과하는 이 사건 규정이 과연 적법한 근거가 있는 것인지 항을 바꾸어 살펴본다.

가) 대법원 1980. 8. 26. 선고 78누407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의 다수의견 요지는 다음과 같다.

본문내 포함된 표
원래 1974. 5. 1. 이전에는 소위 항만입항료나 화물입항료 명목의 규정은 없었고, 다만 현재 입항료에 해당하는 외국무역 선박에 대하여서만 그 톤수, 혹은 적하량에 대하여 소위 돈세를 부과하게 되어 있었다. 그 외에는 계선, 안벽, 잔교, 계선부표, 물양장, 야적장, 부두용지 등에 대한 개개의 사용료를 받아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1973년경 대한민국과 IBRD 사이에 항만개발사업을 위한 IBRD차관협정을 체결하면서 먼저 부산 및 묵호항에 대하여 부두사용료, 항만사용료 등을 징수하고 위와 같은 사용료를 향후 모든 상선 및 연안선박에 대하여 적용하기로 약정하였으며, 1978년 이후에는 부산 및 묵호항의 각 항만청이 순고정자산에 대한 투자보수율 연 6% 이상을 올릴 수 있도록 항만시설사용 요율의 조정 등 제반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 대한민국은 위 약정의 이행을 위해 1974. 4. 16. 교통부고시 제26호로 항만시설사용료 개정의 건을 공고하였는데, 종래의 항만시설사용료의 성격은 항만시설이용에 대한 명목적인 사용료에 불과하였고 항만시설의 개량보수, 유지,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은 일반 국비에서 충당하여 왔으나 위 차관협정에 따라 “투자보수율이 연 6% 이상을 올릴 수 있도록 사용요율의 조정조치”를 하여야 했다. 그런데 선박입항료(당시의 돈세)는 톤세법의 개정을 요하므로 이에 관한 규정은 추후로 미루고, 다만 화물입항료를 신설하여 야적장, 상옥, 사용료 등 개개의 사용료는 대체로 화물입항료에 포함시키기로 하였다. 대한민국은 화물입항료를 책정하면서 장래의 선박 입·출항 총 톤수, 재항기간, 양하 출하하는 화물량 등을 예측하여 위 차관협정이 정한 기준에 맞추도록 노력하였다.
위 항만시설사용료에 관한 고시 제26조(2)에 화물입항료에 관한 규정의 “라. 적용사항”에서 ‘1) 본 요금은 항만안에서 선박에 의하여 운송된 화물을 양하하거나, 항만에 반입하여 선박에 의하여 운송될 화물에 적용한다. 2) 사설부두 또는 호안에서 입·출항되는 화물에 대하여는 선박으로부터 양하 또는 적하 일에 요금을 징수한다. 3) 사설부두에 본선이 접안하여 시설주의 자기 화물을 양·적하하는 경우는 기본료의 5할에 해당하는 요금을 징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화물입항료에 관한 규정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위 화물입항료는 항만안에서 양·적하하는 모든 화물에 모두 그 톤수내지 용적에 의하여 화물입항료를 받는 점, 또 화물 양·적하에 있어서 사설시설만을 사용하여 화물을 양·적하하여도 원칙적으로 화물입항료를 징수한다는 점과 이 모든 경우에 외국무역선에 선박입항료를 동시에 받는다는 점이고, 또 이것이 선박입항료를 별도로 지급하고 다시 자기 사설부두에 접안하여 접안료까지 지급한 후 사설부두만을 이용하여 화물을 양·적하한 선박에서도 원칙적으로 화물입항료를 징수한다는 점 등이다.
이 규정의 취지는 1975. 12. 31. 개정된 항만법(이 법에서 톤세법을 폐기하고 선박입항료와 화물입항료에 관한 위 항만법 15조의 2를 신설하였음)과 항만시설사용규칙 제8조의 2, 1977. 4. 21 개정된 및 현행 항만시설사용료에 관한 고시에 그대로 계승되었다.
원래 항만의 주된 기능은 본질적으로 대별하면, 하나는 선박이 항만내에 안전히 입항하여 정박하고, 둘째로 항만내에서 화물을 적·양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전자의 경우에 그 선주에게 선박입항료를 부담시키고, 후자의 경우 그 화주에게 화물입항료를 부담시켜서 항만시설설치 비용에 대한 수익자 부담의 원칙 하에서 항만시설을 이용한 데 대하여 선박입항료를 과하고, 현실로 적·양하한 선주에게만 화물입항료를 부담케 하자는 것이 항만법의 입법취지임을 위에서 보았다.
그러므로 본건의 경우에 항만내에서 양·적하한 자체가 즉, 항만시설 중의 항만시설 즉 그 요부인 항만내(의 항로)를 이용하여 적하하였음은 뚜렷한 사실이므로 이에 대하여 화물입항료를 징수함은 본건의 경우에서도 당연하다 할 것이고 돌핀에 정박 후에 적·양하함에 대하여는 사유물만 이용했다 하여 화물입항료를 받는 것은 항로 사용에 대한 선박입항료와 화물입항료의 이중 징수라는 논은 반드시 성립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 위와 같이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항만의 주된 기능을 ‘선박이 항만내에 안전히 입항하여 정박’하고, ‘항만내에서 화물을 적·양’하는 데 있다고 보고, 전자의 경우에는 선주에게 선박입항료를, 후자의 경우에는 화주에게 화물입항료를 각각 부담시켜 항만시설 설치비용에 대한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항만시설을 이용한 데 대하여는 선박입항료를, 현실로 적·양하한 선주에게만 화물입항료를 각각 부담하게 하는 것이 항만법의 입법취지라는 전제 하에, 원고가 울산항의 항만시설, 즉 항만내의 항로를 이용하여 양·적하하였으므로 사유시설을 통하여 화물을 물리적으로 양·적하하였더라도 이에 대하여 화물입항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다)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의 취지에 따르면 선박이 어느 항만의 항만구역 외 항만시설로 지정·고시된 항로와 같은 수역시설을 사용한 경우 이미 그 선박에 실린 화물이 항로를 이용한 것으로 평가되므로 항만시설 사용료(화물료)의 일종인 화물입출항료를 화주에게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즉 선박이 일단 어느 항만의 항로를 사용하였다면, 그 항만구역 내의 항만시설이 아닌 다른 항만시설을 사용하여 화물을 양·적하하였다 하더라도 화물입출항료가 부과된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된다.

5) 화물입출항료 부과 근거에 대한 정당한 해석

그러나 앞서 본 관계 법령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해석하면 항만시설의 사용료인 화물입출항료는 화물을 양·적하하는 항만시설을 사용한 경우에만 부과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서 밝힌 판시내용, 즉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에 수역시설을 포함시키는 입장은 이제 더 이상 타당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같은 취지로 규정된 이 사건 규정의 요율 산정기준 중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에 수역시설을 포함시킨 부분 역시 관계 법령의 위임 범위를 일탈하여 위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 주된 근거는 다음과 같다.

항만법항만공사법은 모두 항만시설을 ‘사용’한 경우에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사용’의 언어적 의미는 “일정한 목적이나 기능에 맞게 씀”으로 정의되고 있다. 항만법에 의한 항만시설로서 수역시설에 해당하는 ‘항로’에 관하여 항만법 자체에는 정의가 없으나,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호 에 의하면 ‘항로’란 선박의 출입 통로로 이용하기 위하여 같은 법 제10조 에 따라 지정·고시한 수로를 말한다. 그렇다면 항로를 사용한다는 것은 선박 그 자체의 출입 통로로 이용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항로 사용의 궁극적인 목적이 화물의 양·적하에 있다 해도 이를 두고 선박이 아니라 화물이 항로를 사용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같은 법 제2조 제7호 에 의하면 ‘정박지’란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장소를 말하므로, 정박지의 사용 역시 선박 그 자체의 정박을 위해 이용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항만법 제2조 제1호 에 의한 ‘항만’이란 선박의 출입, 사람의 승선·하선, 화물의 하역·보관 및 처리, 해양친수활동 등을 위한 시설과 화물의 조립·가공·포장·제조 등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진 곳을 말한다. 그리고 항만법 제2조 제5호 에 의한 ‘항만시설’은 위와 같은 항만의 종합적 기능에 대응하여 수역시설, 임항교통시설, 계류시설, 하역시설, 여객이용시설, 화물 유통시설, 선박보급시설, 해양친수시설 등 다양한 시설을 망라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항만시설을 사용한 자 혹은 사용하는 물건에 부과되는 항만시설 사용료는 사용된 항만의 기능 및 사용 규모에 대응하여 그 요율이 책정되고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항만시설에 대한 사용료는 부과되지 아니한다. 항만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 은 항만시설을 사용하려는 자가 작성하여야 할 사항으로 사용목적, 사용하려는 항만시설의 위치·명칭 및 면적·길이 등 규모를 들고 있고, 항만법 시행령 제28조 제1항 은 항만시설 사용료를 일원화하지 않고 선박료, 화물료, 여객터미널 이용료, 항만시설 전용 사용료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 등 관계 법령의 여러 규정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항만시설 사용료 중 화물입출항료는 화물의 입·출항에 사용된 항만시설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사용료이다. 그런데 국유재산법 제32조 , 같은 법 시행령 29조 에 의한 국유재산 사용료는 원칙적으로 사용의 대상이 되는 국유재산을 기준으로 하여 이를 사용허가 받아 직접 이용하는 사람에 대하여 부과될 뿐, 예컨대 그 사람으로부터 임차한 사람 등 그 사람과 계약관계를 맺은 제3자에 대하여는 부과되지 않는다. 이는 다른 법령에 의한 사용료 부과처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서, 제3자에 대하여 사용료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법령상 명시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항만법항만공사법은 원칙적으로 항만공사가 항만시설의 사용자에게 직접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항만시설의 운영을 위탁받은 자와 임대계약을 체결한 자가 그 임대계약자의 승낙을 받은 항만시설의 사용자에게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각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항만공사가 수역시설의 사용자인 선주로부터 화물을 적하받을 관계에 있을 뿐 수역시설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 화주에게 화물입출항료(사용료의 일종이다)를 부과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원칙으로 돌아가 수역시설의 사용료는 항만의 수역시설 기능을 사용한 선주에게만 부과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옳다.

○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구 항만법(1991. 3. 8. 법률 제43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선박이 항만내에 안전히 입항하여 정박’하는 항만의 기능에 따라 선주에게 선박입항료를, ‘항만내에서 화물을 적·양하’하는 항만의 기능에 따라 화주에게 화물입항료를 각각 부담시키고 있다. 위 다수의견은 그 근거로 항만시설 설치비용에 대한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들고 있다. 그런데 화물은 부두 등에서 양·적하되는 과정을 통해 항만시설을 비로소 사용하게 되므로 양·적하에 관련된 항만시설의 사용이 비용부담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와 다르게 화물이 양·적하 관련 항만시설을 사용하였는지와 무관하게 선박에 실린 채 항로 및 정박지를 이용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화물입출항료를 부과하도록 정한 것은 수익과 비용부담 사이의 견련관계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따르게 되면 마치 국가가 국유재산을 대부받은 자는 물론 그로부터 국유재산을 임차하여 사용하는 자에 대하여도 중복하여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과 다름없는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 이 사건 규정에 의하면 수역시설 중 항로 및 선회장은 선박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로 규정되어 있고 정박지 및 선류장은 정박료의 징수대상시설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로 임항교통시설 및 화물장치장 외에 ‘수역시설’이 중복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항로나 정박지를 이용하는 자는 선주이지 화주가 아니라는 점, ② 피고는 항로나 정박지를 이용하는 선주에게 선박입출항료 및 정박료를 부과·징수할 수 있는 점, ③ 수역시설 외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인 임항교통시설 및 화물장치장은 모두 화물 적하에 직접 사용되는 시설들인 점, ④ 선박에 적재된 화물도 간접적으로 수역시설을 사용하므로 사용료 부과 대상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라면 선박료 징수대상시설 중 수역시설이 아닌 외곽시설, 항행보조시설, 계류시설 등도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로 얼마든지 중복 규정될 수 있어 항만법 시행령 제28조 항만공사법 시행령 제13조 가 사용료를 선박료, 화물료 등으로 구분한 취지를 몰각하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규정이 수역시설을 선박료와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로 중복 규정한 것은 화물을 적하받을 자의 재산권을 별다른 근거 없이 침해하는 반면 항만공사로 하여금 사용료 부과의 대상이 될 수 없는 항만시설 사용에 대하여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불합리한 이중 부과이다.

○ 화물이 선박을 통해 간접적으로 항로를 사용한다고 보는 해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사건 규정에 의하면 선박입출항료의 요율은 1톤당 133원이고, 톤수는 「1969년 국제총톤수 측정에 관한 국제협약」에 따라 산정한 국제총톤수가 적용되는데, 국제총톤수는 선박법 제3조 , 선박톤수의 측정에 관한 규칙 제9조 에 따라 폐위장소의 합계용적에서 제외장소의 합계용적을 뺀 값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여기서 ‘폐위장소’라 함은 외판·구획·격벽·갑판 또는 덮개(천막을 제외한다)로 폐위되어 있는 선박 안의 모든 장소를 말하는데, ‘화물적재장소’라 함은 화물운송에 사용되는 폐위장소 안의 장소를 말하므로 화물적재장소의 용적은 선박입출항료의 요율 산정 기준이 되는 국제총톤수에 일정 부분 반영된다. 즉 화물이 간접적으로나마 항로를 이용한다고 보더라도 이미 선박입출항료에서 화물적재장소의 공간을 포함하여 선박의 톤수를 계상하고 있으므로, 그러한 가정적이고 간접적인 항로 사용의 대가는 이미 징수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 1975년경의 구 항만법이 화물입항료 부과의 근거법률로 마련되기 전에 적용되었던 톤세법(1975. 12. 31. 법률 제2874호로 1976. 1. 31.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톤세법’이라 한다) 제1조 제1항 은 “외국무역을 하기 위하여 외국에 왕래하는 선박이 개항에 입항하였을 때에는 그 입항할 때마다 순톤수 1톤당 30원의 톤세를 부과한다.”라고 규정하여 입항 자체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시기의 구 항만법(1975. 4. 4. 법률 제27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제15조 제3항 에서 관리청이 항만시설을 사용 또는 이용하는 자로부터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위 항만시설에는 수역시설, 임항교통시설, 하역시설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관리청은 위 사용료 징수의 규정에 따라 계선, 안벽, 잔교, 계선부표, 물양장, 야적장, 부두용지 등에 대한 개개의 사용료를 받아왔다. 즉 금액의 다과나 명칭의 상이는 별론으로 하고 입항 사실에 대하여 부과되는 ‘톤세’와 항만시설의 사용에 대하여 부과되는 ‘사용료’를 함께 징수하였다.

그런데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이 판시한 바와 같이, 대한민국은 1973년경 IBRD와 차관협정을 체결하면서 항만시설사용 요율의 상향 조정이 필요하였다. 그에 따라 1974. 4. 16. 교통부고시 제26호로 화물입항료를 징수하기 시작하였고, 그 후 개정된 구 항만법(1975. 4. 4. 법률 제2758호로 개정되고 1975. 12. 31. 법률 제28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제2758호 항만법’이라 한다) 제2조 제3항 은 화물입항료를 규정하였는데, 이 ‘화물입항료’는 ‘항만구역 및 임항지구안에서 화물이 선박으로부터 양하되거나 선박에 적하되기 위한 항만시설의 사용 또는 이용의 대가로 관리청이 징수하는 요금’을 말한다. 이러한 규정 내용은 1975. 12. 31. 개정된 구 항만법(1991. 3. 8. 법률 제4358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제2874호 항만법’이라 한다) 제15조의2 에서 “관리청은 제15조 제3항 의 규정에 의한 사용료로서 당해 항만에 입항하는 선박으로부터 수역시설(박지 및 선류장은 제외한다), 외곽시설 및 항행보조시설의 이용에 대한 선박입항료와 선박으로부터 양하 또는 적하되는 화물에 대하여 항만시설의 이용에 따른 화물입항료를 징수할 수 있다.”는 조항으로 승계되었다. 제2874호 항만법은 이러한 화물입항료를 선박입항료와 함께 사용료의 일종으로 분류하였고, 한편 톤세법은 1976. 1. 31. 폐지되었다. 그로부터 약 15년이 경과한 후인 1991. 3. 8. 법률 제4358호로 개정된 구 항만법은 입항료 항목을 삭제하였고, 관리청이 징수할 항만시설 사용료를 법률에서 직접 정하지 아니하고 교통부령이 정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틀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위와 같은 개정 연혁에 비추어 보면 ‘화물입항료’라는 개념 자체가 IBRD 차관협정의 이행을 위해 도입된 것으로서, 그 징수대상이 ‘화물’이란 점만 분명할 뿐 나머지 개념표지는 불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2874호 항만법이 정하고 있는 ‘입항료’도 사용료의 일종으로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명칭, 규정 형식에 비추어 볼 때 ‘입항하는 선박’ 및 ‘입항하는 선박으로부터 양·적하되는 화물’을 각각 징수대상으로 하여 입항 및 이에 따른 항만시설의 포괄적 이용에 대하여 부과되는 금전의 성격을 띠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톤세법이 폐지된 날과 같은 날인 1976. 1. 31. 시행된 제2874호 항만법은 항만시설 사용료를 징수하도록 하면서도 입항 사실에 근거하여 관리청이 징수하는 선박 및 화물 입항료를 신설하였다. 이는 1975. 5. 1. 이전의 항만법이 항만시설 사용료만을 규정하면서도 입항 사실에 관하여는 톤세법에 따른 톤세를 부과하던 징수체계와 유사성이 크다.

이처럼 항만법의 개정 연혁으로부터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사정들을 모아보면, 제2874호 항만법이 정한 화물입항료는 항만시설의 구체적인 사용에 대한 비용부담이 아니라 입항 및 이에 따른 항만시설의 포괄적 이용에 대하여 부과되는 금전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화물이 항만시설인 항로를 이용한 점에 주목하여 화물입항료의 부과대상이 된다고 보았는데 이러한 입장 역시 제2874호 항만법이 정한 화물입항료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행 항만법항만공사법의 각 관계법령은 입항료를 별도로 부과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계 법령 상 항만시설 사용료를 선박료, 화물료 등으로 나누어서 사용되는 항만시설의 기능, 규모에 따라 각기 요율을 달리하고 있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현행 항만법항만공사법이 구법의 입항료 개념을 채용하지 않은 것이 항만시설 사용료와의 중복 때문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으나, 항만시설 사용의 대가를 사용료로 일원화한 현행법령의 체계 아래서는 화물이 항만시설을 포괄적으로 이용한다는 관념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이 사건 규정 역시 화물이 항만시설인 수역시설을 어떤 방식으로든 이용하고 있음을 전제로 규정된 것이므로 항만법의 개정 연혁에 비추어 보아도 그 타당성이 낮다.

6) 소결론

그렇다면 항만시설의 사용료인 화물입출항료는 화물을 양·적하하는 항만시설을 사용한 경우에만 부과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의 요율 산정기준 중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에 수역시설을 포함시킨 부분은 항만공사법이 부여한 사용료 징수의 위임범위를 일탈함으로써 위법하고 그 효력이 없다고 판단된다.

다. 인정사실

1)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은 2003. 8. 28. 고시 제2003-64호로 원고가 ○○화력발전소 운영을 위하여 설치하는 항만시설, 장안서 항로에서 ○○화력발전소로 이어지는 정박지 및 항로 등에 대하여 항만구역 밖 항만시설로 지정·고시한 사실을 알리면서, 위 항만시설에 대하여는 이 사건 고시에 의해 선박 및 화물 입출항시 항만시설사용 허가신청 및 사용료를 납부할 것을 요청하였다.

2) 그 후 인천지방해양항만청장(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2008. 2.경 조직 개편으로 인하여 인천지방해양항만청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는데, 2015. 1.경 인천지방해양수산청으로 다시 명칭이 변경되었다)은 2008. 5. 23. 원고의 ○○화력 3, 4호기에 대한 항만시설 추가 지정·고시 요청에 대하여 이를 인천항 항계 외 항만시설로 추가 지정·고시하였고, 이와 관련한 항만시설사용료와 관련된 사항은 피고와 협의할 것을 요청하였다.

3) 이 사건 항만시설에 진출입하기 위하여 선박이 사용하는 ‘장안서 인천항 입항항로’, ‘장안서 정박지’는 인천지방해양항만청에 의하여 인천항 항만구역 밖 항만시설로 지정·고시되어 있다. 이 사건 항만시설에 입항하는 선박은 인천항 입항 항로인 동수도를 통하여 입항하여 이 사건 항만시설에 화물을 하역한 후 다시 동수도를 따라 출항하였다가 인천항 항계진입 직전에 선회하여 서수도를 따라 나가게 된다.

4) 국토해양부장관은 2011. 8. 16. 항만공사법 제4조 제3항 ,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의 규정에 따라 항만공사 관할 대상 항만시설을 지정·고시하면서(국토해양부고시 제2011-461호), 이 사건 항만시설(○○화력발전소 수역시설인 항로 및 정박지, 계류시설인 돌핀, 석회석부두, 물양장)을 수역시설 및 계류시설인 항만구역 밖의 항만시설로서 피고의 관할대상 항만시설로 지정·고시하였다. 또한 인천지방해양항만청장은 2014. 4. 3.경 피고가 인천항 항만시설을 관리·운영하고 사용료를 징수하는 업무를 하도록 피고에게 인천항 항만구역 내·외의 항만시설(○○화력발전소 수역시설인 항로, 정박지, 계류시설인 돌핀, 석회석 부두, 석회·정제석 부두, 물양장)에 대한 관리권을 무상 대부(연장)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5, 6호증, 을 제2 내지 4, 6, 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피고는 원고가 소유한 이 사건 항만시설을 원고 스스로 사용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사용료를 부과·징수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처분은 항만시설 사용료 중 화물입출항료를 부과하는 처분이고, 이 사건 항만시설 중 계류시설이 원고에 의하여 설치된 점은 다툼이 없다. 그러나 이 사건 규정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화물입출항료는 ‘수역시설’, ‘임항교통시설’, ‘화물보관처리시설 중 화물장치장’에 대하여 부과되는 것이다. 이 사건 항만시설 중 인천항의 항만구역 외 항만시설로 지정·고시된 것은 수역시설, 계류시설, 항행보조시설이므로 결국 위 화물입출항료는 이 사건 항만시설의 수역시설에 대하여 부과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수역시설인 항로 및 정박지는 수면 그 자체를 말하므로 원고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와 전제가 다른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가 항만시설을 관할하면서 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을 제13, 1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기재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인천항의 항만구역 외 항만시설로 지정된 이 사건 항만시설의 수역시설을 관할하면서 이를 관리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전제가 다른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항만공사법에 의하면 항만공사의 관할구역은 항만법에 의한 항만구역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항만구역 외의 항만시설 등이다( 항만공사법 제4조 제3항 ). 여기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항만구역 외의 항만시설 등’에는 항만구역 밖의 시설로서 해양수산부장관이 공사별로 지정·고시한 항만법 제2조 제5호 가목 의 기본시설 중 수역시설 및 계류시설이 포함된다( 항만공사법 시행령 제2조 제1호 ). 국토해양부장관은 2011. 8. 16. 위 시행령 규정에 따라 항만공사 관할 대상 항만시설을 지정·고시하면서 이 사건 항만시설(○○화력발전소 수역시설인 항로 및 정박지, 계류시설인 돌핀, 석회석부두, 물양장)을 수역시설 및 계류시설인 항만구역 밖의 항만시설로서 피고의 관할대상 항만시설로 지정·고시하였으므로 이 사건 항만시설은 피고의 관할인 항만시설에 해당한다. 달리 이 사건 항만시설이 항만법 제30조 제4항 , 같은 법 시행령 제27조 , 항만공사법 제30조 제2항 ,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 가 규정하는 바와 같이 항만시설사용료가 면제되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아니한다.

항만공사법 제4조 제2항 , 제3항 에 의하면 항만공사는 항만시설의 개발, 관리, 운영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그 관할은 무역항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항만시설에 미치는 것이어서 항만공사의 관할 구역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으로 담당하는 항만시설의 개발, 관리·운영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구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일 직전인 2014. 4. 3.경 인천지방해양항만청장으로부터 인천항 항만시설을 관리·운영하고 사용료를 징수하는 업무를 하도록 인천항 항만구역 내·외의 항만시설에 대한 관리권을 무상 대부(연장)받기도 하였다.

④ 피고는 2007. 6. 1.경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으로부터 방치폐선 및 침몰물을 제거하고 유지준설하는 등 수역시설에 대한 유지 및 관리 업무를 이관 받았으므로 피고가 관할 구역 내 항만시설을 유지·관리할 업무를 일부나마 담당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3) 화물이 인천항 수역시설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역시설을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피고가 화물입출항료를 부과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위 인정사실과 앞서 본 관계 법령의 해석을 종합하여 보면, 장안서 정박지 및 인천항 입항 항로는 인천항의 항만구역 외 항만시설이므로 피고가 그 시설을 사용한 자에게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점, 이 사건 항만시설의 수역시설 및 계류시설 등이 인천항의 항만구역 외 항만시설로 지정·고시된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규정(앞서 효력이 없다고 본 부분을 제외한다)에 의하면 화물입출항료는 ‘임항교통시설’, ‘화물보관처리시설 중 화물장치장’을 사용하여 화물을 양·적하한 경우에만 부과되어야 하고 수역시설은 부과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런데 원고가 수역시설 이외에 화물을 양·적하하는 피고의 항만시설, 즉 인천항의 항만구역 외 항만시설로 지정·고시된 임항교통시설, 화물장치장을 사용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마.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은 그 법률상 근거가 없어 위법하므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것 없이 이를 취소하여야 한다.

6.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할 것인데,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기각한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 중 이에 관한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흥준(재판장) 김성수 이현수

주1) 다만, 피고가 2014. 3. 31. 원고에게 항만시설사용료 요율변경통지를 할 당시 그 근거로 이 사건 고시를 들고 있으나(갑 제1호증 참조), 아래 5의 나. 3)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처분의 직접적인 근거는 이 사건 고시가 아닌 이 사건 규정으로 보아야 하는 점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행정청은 처분을 하는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일반적으로 당사자가 근거규정 등을 명시하여 신청하는 인·허가 등을 거부하는 처분을 함에 있어 당사자가 그 근거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이유를 제시한 경우에는 당해 처분의 근거 및 이유를 구체적 조항 및 내용까지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그로 말미암아 그 처분이 위법한 것이 된다고 할 수 없는바(대법원 2002. 5. 17. 선고 2000두8912 판결 참조), 이 사건 고시와 이 사건 규정이 그 내용상 동일한 점에 비추어 이 사건 규정이 그 근거로 제시되지 않고 이 사건 고시로 잘못 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절차적 위법이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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