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실제 사기 피해자와 공소장 기재의 피해자가 다른 경우 법원의 조치
판결요지
기소된 공소사실의 재산상의 피해자와 공소장 기재의 피해자가 다른 것이 판명된 경우에는 공소사실에 있어서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주지 아니하는 한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 기재의 사기피해자와 다른 실제의 피해자를 적시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 사
변호인
대한법률구조공단 공익법무관 이한조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침구류 사업을 하다가 1994. 8.경 부도를 낸 후 처 이성희 명의로 다시 사업을 시작하기는 하였지만 영업실적은 부진한 반면에 이미 부도난 수표와 어음을 회수하는 데 많은 자금을 소요하여 자금압박에 시달리던 끝에 사실은 피해자로부터 카페트를 납품받아 이를 판매하더라도 그 대금을 피해자에게 지불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1995. 10. 24. 서울 노원구 상계1동 1025에 있는 피고인 경영의 상일상회에서 피해자 김춘식에게 카페트를 납품하여 주면 그 카페트를 판매하는 즉시 그 대금을 결제하여 주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즉석에서 카페트 22장 시가 352만 원 상당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한 것을 비롯하여 그 때부터 같은 해 11. 29.까지 카페트 5,393장 합계 금 71,406,000원 상당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피고인의 검찰(대질신문) 및 제1심 법정에서의 자백, 원심 증인 김춘식, 정재환의 진술, 김춘식, 정재환에 대한 각 검찰진술조서의 기재 및 청구서 사본(수사기록 7쪽), 지불각서 사본(수사기록 32쪽)의 기재가 있는데, 피고인은 원심에서 피고인의 검찰 및 제1심 법정에서의 자백은 비록 피고인에게 이 사건 카페트를 공급한 사람은 김춘식이 아닌 정재환이지만, 결국 어느 누구에게건 피고인이 카페트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어서 그와 같이 자백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바, 피고인이 이 사건 카페트를 공급받은 상대방은 정재환임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피고인의 검찰(제3회 피의자신문조서) 및 제1심 법정에서의 자백은 그 자백의 동기 및 경위에 비추어 보아 신빙성이 없어 이를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김춘식, 정재환의 각 진술은 믿을 수 없으며, 청구서 사본 및 지불각서 사본의 각 기재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기소된 공소사실의 재산상의 피해자와 공소장 기재의 피해자가 다른 것이 판명된 경우에는 공소사실에 있어서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주지 아니하는 한 공소장변경절차없이 직권으로 공소장 기재의 사기피해자와 다른 실제의 피해자를 적시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87. 12. 22. 선고 87도2168 판결 , 대법원 1992. 10. 23. 선고 92도198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심이 정재환은 이 사건 카페트의 자재인 부직포를 생산하고, 조석기는 화학사원단을 정재환에게 대주어 정재환이 카페트 완제품을 만들었으며, 김춘식은 그 과정에서 봉제를 담당했음에 불과했고 따라서 피고인에게 이 사건 카페트를 공급한 사람은 정재환이라고 인정한 것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카페트를 공급한 사람에 관하여 공소사실과 인정되는 사실을 대비하여 보면, 사기범행의 피해자가 김춘식이냐 정재환이냐의 점에 관하여만 차이가 있을 뿐 그 밖의 피해목적물 자체나 기망의 일시, 방법 및 금액이 모두 동일하여 그 기본적 사실에 있어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데다가, 피고인이 처음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와 원심 법정에서까지 계속하여 이 사건 카페트를 정재환이 공급한 것이고, 카페트 대금을 정재환에게 주어야 한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면에서도 어떠한 실질적인 불이익을 준다고도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있어서 동일성이 인정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주지 아니하는 이상 그 피해자가 공소장 적시의 김춘식이 아니라 하여 막바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피해자를 가려내어 그 피해자에 대한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이 기대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카페트를 공급한 자가 공소사실에서 적시한 김춘식이 아니라 정재환이라는 사정에 치중한 나머지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데에는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공소사실의 동일성과 심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검사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기에 이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더욱 심리한 후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에 쓴 바와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