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문 익 환 외 1인
청구인들대리인 변호사 한 승 헌 외 6인
당해소송
사건
서울형사지방법원 89고합643 국가보안법위반
〔주 문〕
1. 1991. 5. 31. 개정 전의 국가보안법(1980. 12. 31. 법률 제3318호로 전문개정된 것으로서, 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2항, 제6조 제1항·제2항, 제7조 제1항 및 제8조 제1항은, 각 그 소정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 할 것이므로, 그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위 국가보안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 제1항 제2호 중단(중단)에 관한 부분은, 그 소정의 “국가기밀”을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가치를 지닌 사실, 물건 또는 지식이라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1991. 5. 31. 개정전의 국가보안법(1980. 12. 31. 법률 제3318호) 제4조 제1항 제2호(청구인 문익환은 제외), 제5조 제2항, 제6조 제2항, 제7조 제1항(청구인 유○호는 제외), 제8조 제1항 위반을 이
유로 1989. 5. 31. 서울형사지방법원에 기소되었다(같은 법원 89고합643 국가보안법위반사건). 청구인들은 위 법원에 위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주장하면서 위 각 조항들을 비롯한 위 개정전 국가보안법의 전조항 및 국가보위입법회의법(1980. 10. 28. 법률 제3260호)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으나(위 법원 89초3020 사건) 1989. 10. 5. 각 그 신청이 기각되자, 같은 달 18.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제5조(자진지원·금품수수)
①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를 지원할 목적으로 자진하여 제4조 제1항 각호에 규정된 행위를 한 자는 제4조 제1항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
②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로부터 그 정을 알고 금품을 수수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4조(목적수행)
①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한 행위를 한 때에는 다음의 구별에 따라 처벌한다.
2.형법 제98조에 규정된 행위를 하거나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폭발물을 사용한 때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제6조(잠입·탈출)
①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의 지령을 받거나 받기 위하여 또는 그 목적수행을 협의하거나 협의하기 위하여 잠입하거나 탈출한 자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7조(찬양·고무 등)
①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8조(회합·통신 등)
①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된다는 정을 알면서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한편, 구법은 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일부개정 되었으나(이하 이를 “신법”이라 한다), 이 개정법률 부칙 제2항(경과조치)은 이 개정법률 시행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국가보위입법회의법(법률 제3260호)”은 대통령령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서 1980.10. 28. 제정·공포한 것인데,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정당한 입법기관이 아니므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의결·제정한 국가보위입법회의법은 입법권이 국회에 속함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은 물론, 소위 유신헌법(1972. 12. 27. 공포)이나 제5공화국 헌법(1980. 10. 27. 공포)의 관계규정에도 위반되어 위헌무효이다.
(2) 이와 같이 위헌무효인 국가보위입법회의법에 의하여 구성된 “국가보위입법회의”도 정당한 입법기관이 아니며, 따라서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제정한 구법은 입법권이 국회에 속함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40조, 국민주권의 원리를 천명한 헌법 제1조 제2항 등에 위반되어 위헌무효이다.
(5) 구법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다음 북한지역에서의 잠입, 북한지역으로의 탈출, 북한 구성원과의 회합·통신, 북한의 활동에 대한 찬양·고무 등을 금지·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그 구성요건이 막연하고 추상적이며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당국의 입장에 따라서는 어떠한 종류의 지리적 이동이나 사람과의 만남·연락도 모두 금지할 수 있게 되어 있고, 또 당국의 입장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모든 종류의 지적 활동 및 공동활동을 금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는 국민의 거주이전의 자유, 통신의 자유, 신체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나아가 행복추구권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 및 헌법의 위 각 기본권 조항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이유
(1) 형사소송사건의 피고인은 자신에게 적용되지 아니한 법률에 대하여는 그 위헌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적격이 없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청구인들)은 자신들에게 적용되지 아니한 “국가보위입법회의법”에 대하여 그 위헌여부를 다툴 적격이 없고, 국가보위입법회의법은 그 부칙 제2조에 따라 제5공화국 헌법에 의하여 구성된 국회의 최초 집회일부터 그 효력을 상실하였으므로 그 위헌 여부를 다툴 이익도 없다.
(2) 구법은 북한공산집단등 불법집단으로부터 국가의 안전과 국민전체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에 선언된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에 따라 불가피한 최소한의 제한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그로 인하여 국민의 기본권행사가 본질적으로 침해된다거나 헌법상의 국제평화주의 및 평화통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으며, 구법의 각 조항들은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불명확하다거나 헌법상 당연히 보장되는 행위까지 위축시킬 정도로 그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도 할 수 없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1)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제68조 제2항에 따른 법률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이나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구체적 쟁송사건에서 재판의 대상이 되어 있는 사실관계에 직접 적용될 법률이나 법률조항에 대하여서만 허용된다 할 것인바, 이 사건의 당해 소송사건인 서울형사지방법원 89고합643 피고사건의 피고인들인 청구인들에게는 구법 제4조 제1항 제2호, 제5조 제2항, 제6조 제2항, 제7조 제1항, 제8조 제1항이 적용되었을 뿐 구법의 그 나머지 조항이나 국가보위입법회의법은 적용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와 같이 청구인들에게 적용되지 아니한 법률조항이나 법률은 그 재판의 전제가 된 것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그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3)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대한민국이 한반도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밝히고 있으므로 한반도내에서 대한민국의 주권과 부딪치는 어떠한 주권하의 통치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법리상 당연하며, 북한이 적화통일의 목표를 버리지 않고 있는 이상 우리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수호하기 위하여 구법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이에 동조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하는 것이 국제평화주의나 평화통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4) 구법의 각 법문들은,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 그 구성요건이 무엇을 금지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 있고 또 판례와 학설에 의하여 그 구체적 의미와 내용이 정립되어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구법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려는 반국가단체의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내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일부 제한하고 있음에 불과하므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각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3. 판 단
가.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1)청구인 문익환의 사망과 그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
기록에 첨부된 서울 중구청장 인증의 1994. 5. 30.자 제적등본의 기재에 의하면 청구인 문익환은 이 사건 심판절차 계속중인 1994. 1. 18. 사망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이 인용되는 경우에는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고 이 재심에 있어서는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는바(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6항, 제47조 제3항·제4항) 형사소송법은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가 재심의 청구를 할 수 있으며 검사도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재심의 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424조).
따라서 청구인 문익환이 비록 이 사건 심판절차 계속중에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헌법소원을 인용한다면 그 배우자나 직계친족등은 확정된 유죄판결에 대하여 위와 같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동인의 심판청구에 대하여 이를 각하하거나 심판종료선언을 할 것은 아니다.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에 있어서는 법원에 계속된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되어 있어야 하고(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 제41조 제1항), 이 경우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함은 문제되는 법률이나 법률조항이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며, 그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헌법재판소 1993. 7. 29. 선고, 92헌바48 결정 등 참조). 또한 청구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적용되지 아니한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구인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당해 형사사건에 있어서 그 재판의 전제가 되었다고 할 수 없다(헌법재판소 1989. 9. 29. 선고, 89헌마53 결정 등 참조).
(다) 다음, 구법의 전조항에 대한 심판청구에 관하여 본다.
기록에 첨부된 청구인들에 대한 공소장 사본 및 판결문 사본의 각 기재내용에 의하면, 청구인들은 구법 제4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98조 제1항, 구법 제5조 제2항, 제6조 제2항, 제7조 제1항, 제8조 제1항의 죄로 공소제기되었으며, 이에 대하여 제1심 및 제2심 법원은 모두 청구인들에 대하여 구법 제5조 제2항, 제6조 제2항, 제8조 제1항을 각 적용하고, 청구인 문익환에 대하여는 구법 제7조 제1항을, 청구인 유원호에 대하여는 공소장변경 없이 구법 제4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98조 제1항을 적용(이는 곧 구법 제4조 제1항 제2호 전단을 적용함을 뜻한다)하는 대신 구법 제5조 제1항, 제4조 제1항 제2호 중단(중단)을 각 적용하여
판결하였으며, 또한 제2심 법원은 공소장변경없이 청구인 유원호의 일부 범죄사실에 대하여 제6조 제2항을 적용하는 대신 같은 조 제1항을 적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위 각 조항 중 제5조 제2항, 제6조 제2항, 제7조 제1항, 제8조 제1항에 관하여 각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공소장의 “적용법조”란에 적시된 법률조항과 법원의 판결에서 적용된 법률조항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인데, 이 경우에는 비록 공소장에 적시된 법률조항이라 하더라도 구체적 소송사건에서 법원이 적용하지 아니한 법률조항은 결국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헌법재판소에서 그러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로 인하여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구인 유원호에 대한 공소장에 적시된 구법 제4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98조 제1항(즉, 구법 제4조 제1항 제2호 전단 부분)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는 반면, 법원이 판결에서 적용한 구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 제1항 제2호 중단(즉,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라는 부분)에 관한 부분 및 구법 제6조 제1항은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할 것이다.
결국, 구법 제5조 제1항(그중 제4조 제1항 제2호 중단이 적용되는 부분에 한하여), 제2항, 제6조 제1항, 제2항, 제7조 제1항, 제8조 제1항을 제외한 구법의 그 나머지 조항들은 청구인들에게 적용되지 아니한 것이므로 이 사건과 관련된 당해 소송사건(서울형사지방법원 89고합643 국가보안법위반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되었다고 할 수 없어, 이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도 부적법하다.
나. 위헌여부에 관한 판단
(1) 개정절차로 인한 구법의 위헌 여부
1980. 10. 27. 공포된 구 헌법 부칙 제6조 제1항은 “국가보위입법회의는 ……이 헌법 시행일로부터 이 헌법에 의한 국회의 최초의 집회일 전일까지 국회의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국가보위입법회의에 한시적으로 입법권을 부여하는 헌법상의 근거규정을 두었고, 같은 조 제3항은 “국가보위입법회의가 제정한 법률과 ……등은 그 효력을 지속하며, 이 헌법 기타의 이유로 제소하거나 이의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구 헌법하에서 그 제정절차을 다툴 수 없는 유효한 법률임을 명백히 하였으며, 한편 1987. 10. 29. 공포된 현행헌법 부칙 제5조는 “이 헌법시행 당시의 법령과 조약은 이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 그 효력을 지속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법령의 지속효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제정된 법률은 “그 내용”이 현행 헌법에 저촉된다고 하여 이를 다투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 제정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것을 이유로 하여 이를 다툴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구법이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제정된 것이므로 위헌무효라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헌법재판소 1992. 4. 14. 선고, 90헌바23 결정 참조).
(2) 북한의 반국가단체성(반국가단체성)
1991. 9. 남·북한이 유엔(U.N)에 동시가입하였다. 그러나 이는 “유엔헌장”이라는 다변조약(다변조약)에의 가입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유엔헌장 제4조 제1항의 해석상 신규가맹국이 “유엔(U.N)”이라는 국제기구에 의하여 국가로 승인받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것만으로 곧 다른 가맹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당연히 상호간에 국가승인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 현실 국제정치상의 관례이고 국제법상의 통설적인 입장이다.
또 1991. 12. 13. 남·북한의 정부당국자가 소위 남북합의서(“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하였고 1992. 2. 19. 이 합의서가 발효되었다. 그러나 이 합의서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전문 참조) 임
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합의문서인 바, 이는 한민족공동체 내부의 특수관계를 바탕으로 한 당국간의 합의로서 남북당국의 성의있는 이행을 상호 약속하는 일종의 공동성명 또는 신사협정에 준하는 성격을 가짐에 불과하다. 따라서 남북합의서의 채택·발효후에도 북한이 여전히 적화통일의 목표를 버리지 않고 각종 도발을 자행하고 있으며 남·북한의 정치·군사적 대결이나 긴장관계가 조금도 해소되지 않고 있음이 엄연한 현실인 이상,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나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에 관하여는 아무런 상황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또 1990. 8. 1. 법률 제4239호로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이 공포·시행된 바 있다. 이 법률은 남·북한간의 상호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인데(제1조) 남·북한간의 왕래·교역·협력사업 및 통신역무의 제공 등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관하여는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안에서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이 법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어(제3조) 이 요건을 충족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 법률의 적용은 배제된다고 할 것이므로 국가보안법이 이 법률과 상충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요컨대, 위 두 법률은 상호 그 입법목적과 규제대상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므로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이 공포·시행되었다 하여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이 소멸되었다거나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소멸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헌법재판소 1993. 7. 29. 선고, 92헌바48 결정 참조).
그러므로 북한이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 소위 남북합의서의 채택·발효 및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의 시행 후에도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지금도 각종 도발을 계속하고 있음이 엄연한 현실인 점에 비추어, 국가의 존립·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수호하기 위하여 국가보안법의 해석·적용상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고 이에 동조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하는 것 자체가 헌법이 규정하는 국제평화주의나 평화통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3) 구법 제7조 제1항의 위헌 여부
(가) 우리 재판소는 이미 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에서 구법 제7조 제1항의 위헌성에 관하여 그 견해를 밝힌 바 있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우선 구법 제7조 제1항에서 “구성원”, “활동”, “동조”, “기타의 방법”, “이롭게 한” 등 다의적(다의적)이고그 적용범위가 광범한 용어들이 있어, 이를 문언 그대로 해석·운영할 경우에는 헌법상의 언론·출판, 학문·예술의 자유를 침해할 개연성이 있고 또 법운영 당국의 자의적(자의적) 집행을 허용할 소지가 있어 법치주의에 반하고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생기며, 나아가 우리 헌법이 천명한 평화적 통일지향의 규정과 양립하기 어려운 문제점 등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남북이 군사력으로 대치하고 있으며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하에서는 이 조항의 완전폐기에서 오는 국가적 불이익이 폐기함에서 오는 이익보다 이익형량상 더 클 것이며, 국가의 존립·안전에 대한 침해나 민주체제전복을 부추기는 내용의 언동까지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하는 것이 헌법이 아닐진대 여기에 합헌적이고 긍정적인 면도 간과할 수 없고, 문제의 소재가 법문의 다의성과 그 적용범위의 광범성에 있는 만큼 이를 헌법합치적으로 축소·제한하면 앞서 본 이 조항의 위헌성은 제거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문리해석상으로는 일응 이 조항에 해당하는 행위라 할지라도 그 가운데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무해(무해)한 행위는 처벌에서 제외하고 이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이를 적용하도록 처벌범위를 축소제한하는 경우에는 앞서 본 헌법규정들에 합치되는 합헌적 해석이 되고 그 위헌성은 제거된다 하여, 구법 제7조 제1항에 대하여 한정합헌의 결정을 한 것이다.
(나) 우리 재판소의 위 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후에, 남·북한이 1991. 9. 유엔에 동시가입하였고 또 남·북한의 정부당국자가 같은 해 12. 13. 소위 남북합의서에 서명하여 이것이 발효되었으며 또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이 공포·시행된 바 있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러한 사실들로 인하여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소멸되었다거나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이 없어졌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변경만으로는 우리 재판소가 위와 같이 한정합헌결정을 한 후에 그 결정의 논리적 내지 현실적 근거나 된 사실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없고, 지금에 이르러 위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다른 사정변경이 있다고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다) 다만, 위에서 본 우리 재판소 결정의 주문은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1980. 12. 31. 벌률 제3318
호)은 그 소정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경우에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표시하고 있으나, 그 결정의 이유의 결론부분을 보면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은 그 소정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해석하에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의 이유 중 “결론”부분 참조)라고 설시하고 있는 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라는 표현은 “위해(위해)”라는 용어와 유사성이 있는 “위험”이라는 용어가 겹쳐 있어 그리 적절하지는 않다고 보여지는 점 등을 고려하여 결정이유의 설시내용에 보다 더 부합하도록 “구법 제7조 제1항은 그 소정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 할 것이므로 그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설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표현은 앞서 본 우리 재판소 결정의 주문내용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그 기본적 견해에 변경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
(4) 구법 제5조 제2항 및 제8조 제1항의 위헌 여부
(가) 구법 제5조 제2항
이 조항의 구성요건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하여 이를 문리대로 해석하면, 금품을 교부하는 자가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라는 정을 알면서 그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면 그 금품의 가액이나 가치는 물론 금품수수의 목적을 가리지 않고 이 조항의 죄(금품수수죄)가 성립되며, 그 금품수수가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된다는 정을 알 것이라든가 반국가단체의 목적수행과 관련이 있을 것 등은 이 죄의 성립요건이 아니게 된다(대법원 1985. 12. 10. 선고, 85도1367 전원합의체판결 등 참조). 따라서 반국가단체의 목적수행과 관련성이 없고 국가의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이 없는 경우까지도 형사처벌이 확대될 위험이 있고, 이는 죄형법정주의, 평화통일의 원칙과 저촉될 뿐만 아니라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국민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경제활동의 자유등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나) 구법 제8조 제1항
이 조항의 구성요건 가운데 “이익이 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부분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그 적용범위가 광범하다. “이익”에는 어떤 영역에서건 유형·무형 또는 직접·간접의 모든 이익이 그 중요성이나 내용을 불문하고 모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므로 이 개념을 형식논리적으로 확대해석하면 회합·통신 기타 연락행위 그 자체가 곧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된다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은 신법 제8조 제1항이 구법 제8조 제1항의 구성요건 중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부분을 삭제한 대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부분을 추가하고 또 신법 제1조 제2항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은 그 법의 해석준칙은 천명한 것에서도 뚜렷이 엿볼 수 있다.
(다) 적용범위한정의 필요성
따라서 구법 제5조 제2항 및 제8조 제1항에 관하여서도 위에서 본 우리 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의 취지에 따라, 위 각 조항 소정의 행위 가운데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무해한 행위는 처벌에서 배제하고 이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이 조항들을 적용하도록
그 적용범위를 축소제한하면 헌법에 합치되고 위와 같은 위헌성은 제거된다.
(5) 구법 제6조 제1항 및 제2항의 위헌 여부
(가) 구법 제6조 제1항
이 조항을 문리 그대로 해석·운영하면 “잠입”과 “탈출”의 동기나 목적 또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고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오거나 그 지역으로 나가는 행위(특히 제3국에 거주하다가 그 지역으로 나가는 행위)가 모두 그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없는 경우까지도 형사처벌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 이는 죄형법정주의나 평화통일의 원칙에 저촉될 뿐만 아니라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국민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에서 도출되는 출입국의 자유등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사실은 신법 제6조 제1항이 그 구법조항의 구성요건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을 추가하고 또 신법 제1조 제2항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은 그 법의 해석준칙을 천명한 것에서도 뚜렷이 엿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조항도 앞서 본 우리 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따라 그 소정의 행위 가운데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무해한 행위는 처벌에서 배제하고 이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이를 적용하는 것으로 그 적용범위를 축소제한하면 헌법에 합치되고 위와 같은 위헌성은 제거된다.
(나) 구법 제6조 제2항
이 조항의 구성요건 가운데 “목적수행”이라는 개념은 다의적이고 그 적용범위가 광범하다. “목적수행”에는 “정부참칭”이나 “국가변란”(구법 제2조 참조)으로 직접 이어지는 행위가 포함됨은 물론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의 존속·유지를 위한 모든 행위도 간접적으로는 목적수행을 위한 행위로 평가될 수도 있다.
또 이 조항은 같은 조 제1항(단순잠입·탈출죄)의 경우와는 달리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의 잠입이나 그 지역으로의 탈출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잠입죄에 있어서는 잠입전의 출발장소에, 탈출죄에 있어서는 탈출 목적지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그만큼 적용의 범위가 확대되어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이 조항을 그 문리대로만 해석하는 경우에는 “정부참칭”이나 “국가변란”과 실질적 관련성이 매우 희박하거나 그 중요성에 있어서 극히 사소한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이어서, 그것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거의 없는 경우에도 적용될 소지가 없지 않다.
따라서 이 조항도 그 소정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이를 적용하는 것으로 그 적용범위를 축소제한하면 헌법에 합치된다고 생각한다.
(6) 구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 제1항 제2호 중단(중단)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
(가) 심판대상의 한정
구법 제5조 제1항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를 지원할 목적으로 자진하여 제4조 제1항 각호에 규정된 행위를 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인 바, 이 조항중 이 사건에 있어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는 부분은 구법 제4조 제1항 제2호 중단(중단)부분이 적용되는 경우뿐이므로 이 범위 내에서만 판단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부분 심판의 대상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를 지원할 목적으로 자진하여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다.
법문을 보면, 구법 제4조 제1항의 이른바 “목적수행죄”가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를 주체로 하는 신분범·단순고의범임에 대하여, 구법 제5조 제1항의 이른바 “자진지원죄”는 비신분범·목적범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구법 제5조 제1항의 죄의 주체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아닌 “일반인”이다. 만약 행위자가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인 경우에는 구법 제5조 제1항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고 구법 제4조 제1항의 “목적수행죄”에 해당하게 된다.
(나) “국가기밀” 개념에 관한 한정해석의 필요성
구법 제4조 제1항 제2호 중단 소정의 “국가기밀”의 개념에 관하여 구법 자체에는 아무런 정의규정이나 해설규정이 없으므로 법적용당국이 그 의미를 자의적(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할 경우 그와 같은 광범위한 해석과 법운용은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고 따라서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
유, 특히 “알 권리”를 불합리하게 침해할 소지가 없지 아니하다.
그렇기는 하지만 “기밀” 또는 “비밀”이라는 개념 자체는 본래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으로서 그 시기와 장소 및 상황에 따라 “기밀성”이 생성될 수도 있고 소멸될 수도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구성요건을 일일이 세분하여 명확성의 산술적인 관철을 요구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현저히 곤란할 수도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보편적 내지 일반적 개념의 용어사용은 부득이하다고 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당해 법률이 제정된 목적과 그 규정내용 및 다른 규범과의 연관성등을 고려하면 일정한 합헌적 해석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명확성의 구비 여부가 가려져야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92. 2. 25. 선고, 89헌가104 결정 참조). 이러한 관점에서 위 심판대상 법률조항 소정의 “국가기밀”의 개념을 살펴본다.
(다) 합헌적 한정해석의 내용
일반적으로 국가비밀법제(국가비밀법제)에 있어서 “비밀”의 실질적 요건으로는 “비공지성(비공지성)”과 실질비성(실질비성)을 포함하는 의미의 “요비닉성(요비닉성)”의 두 가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비공지성이란 보통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을 말하고, 요비닉성이란 비밀로 감추고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말하며, 실질비성이란 비밀로서 보호될 만한 실질적 가치가 있음을 말한다. 우리 재판소도 구 군사기밀보호법(1972. 12. 26. 법률 제2387호) 제2조 제1항 소정의 “군사상의 기밀”에 관한 해석론으로서, 군사상의 기밀이라 함은 “비공지의 사실로서…… 그 누설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가치를 지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위 89헌가104 결정, 군사기밀보호법 제2조 참조).
먼저, 구법 제4조 제1항 제2호 중단 소정의 국가기밀도 그것이 “비밀”의 일종인 이상 “비공지성” 요건은 갖추고 있어야 하므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 즉 공지의 사실은 “국가기밀”의 개념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위 국가기밀은 좁은 의미의 “요비닉성”, 즉 비밀로 감추고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의 입법목적(구법 제1조 참조)을 고려할 때 위 국가기밀은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는 명백한 위해성을 가진 사실, 물건 또는 지식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국가기밀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 즉 비공지(비공지)의 사실(넓은 의미)로서, 국가의 안전에 대한 불이익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것이 적국 또는 반국가단체에 알려지지 아니하도록 할 필요성 즉 “요비닉성”이 있는 동시에, 그것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적 가치가 있는 것 즉 “실질비성”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
이와 같은 국가기밀의 개념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국가기밀에 해당한다고 하기 위하여는 문제가 된 사실, 물건 또는 지식이 공지(공지)인 것이 아니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사항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져서 더 이상 탐지·수집이나 확인·확증의 필요가 없는 사항이라고 한다면 이미 국가기밀이라 할 수 없다(헌법재판소 위 89헌가104 결정, 군사기밀보호법 제2조 참조).
한편, 이 점에 관하여 대법원의 판례는 일관하여, 위 조항 소정의 “국가기밀”이라고 함은, 반국가단체에 대하여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아니함이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모든 정보자료로서, 순전한 의미에서의 국가기밀에 한하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방면에 관한 국가의 모든 기밀사항이 포함되며, 그것이 국내에서의 적법한 절차등을 거쳐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항이라도 반국가단체인 북한에게는 유리한 자료가 되고 대한민국에는 불이익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면 국가기밀에 속한다는 견해(대법원 1990. 6. 8. 선고, 90도646 판결;1992. 10. 27. 선고, 92도2068 판결;1993. 10. 8. 선고, 93도1951 판결 등 참조)를 표명하고 있는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구법 자체에 “국가기밀”의 개념에 관한 정의규정이나 해설규정이 없어 대법원의 확립된 해석론(판례)이 법규적 기능을 하고 있으므로 이를 살펴보건대, 이러한 해석론은 “국가기밀”이라는 문언의 문의적 한계(문의적 한계)를 훨씬 벗어나고 “기밀”의 실질적 요건을 헐어버린 것으로서 그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하고 모호하여, 법피적용자에게 무엇이 금지되고 처벌되는 행위인가에 관하여 명확한 예측가능성을 제공하는 기능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법적용당국의 자의적인 법해석·적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결국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므로 이를 헌법에 합치되도록 축소·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기밀은 비밀로서 보호될 만한 실질적 가치가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법규와 행정상의 지시 등에 의하여 비밀로 취급되는 이른바 형식비(형식비)라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내용이 국가안전의 불이익 방지에 필요한 실질을 구비한 실질비(실질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국가기밀로 보호될 수 없다. 이러한 비밀로서의 실질가치를 가지는지의 여부는 그 내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비밀주체 내지 비밀관리자의 비밀유지 의사만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안전의 보장과 관련된 내용이 아닌 정부 또는 어떤 정치세력의 단순한 정치적 이익이나 행정편의에 관련된 것에 불과한 이른바 가성비밀(가성비밀)은 국가기밀에 해당하지 아니한다(헌법재판소 위 89헌가104 결정 참조).
그리고 국가의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함은 어떤 비밀의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그것이 국가안전보장에 미치는 영향의 내용 내지 정도가 객관적으로 보아 애매모호하다거나 사소한 것이라거나 구체성이 현저히 결여되어 있는 것등은 제외되어야 함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가 거기에 해당하는가의 판단은 결국 법적용당국이 위에서 제시한 해석기준에 비추어 당해 기밀사항의 내용과 가치의 정도 및 그 사항이 국가안전보장에 미치는 기능 등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결정할 수밖에 없다.
(라) 처벌규정의 흠결의 문제
끝으로, 국가기밀의 개념을 위와 같이 합헌적으로 한정해석을 하는 경우 “국가기밀”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면서도 반국가단체에 대하여 비밀로 하여야 할 각종 정보의 누출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는 이러한 정보의 누출도 마땅히 규제되어야 하겠지만, 법문의 문의상(문의상) 명백한 한계가 있고 또 그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뿐인 구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 제1항 제2호 중단에 관한 부분에 의하여 이를 규제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이 우리 재판소의 기본적 견해이다. “국가기밀”이라고 까지는 보기 어려운 이러한 각종 정보의 누출등은 구법 및 신법 기타 현행 형벌법규로도 상당한 정도 그 규제가 가능하다고 본다.
신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구법의 규정에 의하도록 되어 있는바(신법 부칙 제2항), 각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한, 신·구법 제7조 제1항 소정의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반국가활동에 대한 동조행위에 관한 처벌규정, 신·구법 제9조 제2항 본문 후단 소정의 편의제공행위에 대한 처벌규정(구법 제9조 제2항의 해석론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 1992. 4. 14. 선고, 90헌바23 결정 참조) 등이 있고, 그것이 군사기밀보호법 소정의 “군사상의 기밀”인 경우에는 1993. 12. 27. 전문개정 전의 구 군사기밀보호법(법률 제2387호) 제6조(탐지·수집의 경우), 제7조, 제8조, 제10조(누설의 경우)와 위 전문개정 후의 현행 군사기밀보호법(법률 제4616호), 제11조(탐지·수집의 경우), 제12조, 제13조(누설의 경우) 등에 각 그 처벌규정이 있으며, 군형법의 피적용자가 군사상의 기밀을 누설한 경우에는 군형법 제80조 제1항에 그 처벌규정이 있고,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국가안보와 관계된 그 직무상의 비밀을 누설할 경우에는 형법 제127조에 그 처벌규정이 있다.
(마) 결어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보안법의 입법목적, “국가기밀”의 일반적 의미 내지 실질적 요건 및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과 죄형(죄형)균형의 요청, 그리고 국가안보와 국민의 표현의 자유 내지 “알 권리”와의 조화의 요청 등을 고려할 때, 구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 제1항 제2호 중단에 관한 부분은 그 소정의 “국가기밀”을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가치를 지닌 사실, 물건 또는 지식이라고 해석하여야 하고, 이와 같이 한정해석을 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① 구법 제5조 제2항, 제6조 제1항·제2항, 제7조 제1항 및 제8조 제1항은, 각 그 소정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 할 것이므로, 그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② 구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 제1항 제2호 중단에 관한 부분은, 그 소정의 “국가기밀”을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
이 결정은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주심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