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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9. 6. 28. 선고 2018헌바128 판례집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 위헌소원]
[판례집31권 1집 665~678]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2012. 5. 14. 법률 제11422호로 개정된 것) 제12조 중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부분(이하 ‘이 사건 금지조항’이라 한다) 가운데 ‘그 밖의 방법’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나. ‘이 사건 금지조항’과 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2015. 1. 28. 법률 제13106호로 개정되고, 2019. 1. 15. 법률 제162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조 제1항 제1호 중 이 사건 금지조항을 위반하여 ‘응급의료를 방해한 사람’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 하며, 위 두 조항을 통틀어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응급환자의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는지 여부(소극)

다.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이 과잉형벌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이 사건 금지조항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의료 업무와 응급 상황에 있는 환자의 신체와 건강을 보호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또한 이 사건 금지조항의 규율대상인 ‘그 밖의 방법’은 급박한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이 있는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등에 지장을 줄 만한 행위로 한정된다.

입법자는 ‘그 밖의 방법’이라는 일반적인 개념을 사용하여 응급의료법을 통하여 제재하여야 할 방해 행위의 대상을 넓게 규정하며 그 해석의 판단지침이 될 만한 구체적인 예시로 폭행, 협박, 위계, 위력을 나열하고 있고, 이는 공통적으로 응급의료종사자에게 유·무형의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여 즉시 필요한 응급의료를 받아야 하는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등에 지장을 주거나 지장을 줄 위험을 발생하게 할 만한 행위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금지조항 중 ‘그 밖의 방법’이 규율하고 있는 대상은 ‘폭행’, ‘협박’, ‘위력’, ‘위계’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것으로 응급의료종사자에게 유·무형의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여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에 지장을 주거나 지장을 줄 위험을 발생하게 할 만한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금지조항의 ‘그 밖의 방법’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은 응급환자 본인의 의료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직접 제한하거나 그러한 제한을 규범의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또한, 응급환자 본인의 행위가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것으로 ‘응급진료 방해 행위’로 평가되는 경우 이는 정당한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므로, 이를 다른 응급진료 방해 행위와 마찬가지로 금지하고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한다고 하여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제한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응급환자 본인을 포함한 누구라도 폭행, 협박, 위력, 위계, 그 밖의 방법으로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며, 형벌 외의 다른 제재수단으로는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같은 수준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이 사건 처벌조항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징역형과는 별도로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고, 법정형에 하한을 두지 않아 여러 양형조건을 고려하여 그 행위의 위법 정도와 행위자의 책임에 비례하는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이 사건 처벌조항이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은 과잉형벌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부분

참조판례

가. 헌재 1998. 7. 16. 97헌바23 , 판례집 10-2, 243, 261헌재 2002. 6. 27. 2001헌바70 , 판례집 14-1, 601, 608헌재 2009. 3. 26. 2007헌바72 , 판례집 21-1상, 406, 120헌재 2010. 3. 25. 2009헌가2 , 판례집 22-1, 407, 413, 415-416헌재 2014. 7. 24. 2013헌바169 , 판례집 26-2상, 115, 120-121

나.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09도14407 판결

당사자

청 구 인최○○

국선대리인 변호사 강은현

당해사건대법원 2017도11764 응급의료에관한법률위반

주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2012. 5. 14. 법률 제11422호로 개정된 것) 제12조 중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부분과 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2015. 1. 28. 법률 제13106호로 개정되고, 2019. 1. 15. 법률 제162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조 제1항 제1호 중 위 부분을 위반하여 ‘응급의료를 방해한

사람’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5. 12. 6. 12:50경부터 같은 날 14:00경 사이에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던 중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고(수원지방법원 2016고약13524),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2017. 1. 26.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수원지방법원 2016고정1672). 이에 청구인이 항소하였으나 2017. 7. 7. 그 항소가 기각되었다(수원지방법원 2017노1082).

나. 청구인은 위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였고, 그 상고심 계속 중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이라 한다) 제12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대법원은 2017. 10. 31. 그 상고를 기각함(대법원 2017도11764)과 동시에 청구인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대법원 2017초기742).

다. 청구인은 2018. 2. 22. 응급의료법 제12조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응급의료법 제12조 전체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당해 사건의 범죄사실은 청구인이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하였다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을 이와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한다. 또한 당해 사건은 형사재판이므로 재판에 직접 적용되는 처벌조항도 금지조항과 함께 심판대상으로 삼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2012. 5. 14. 법률 제11422호로 개정된 것) 제12조 중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부분(이하 ‘이 사건 금지조항’이라 한다)과 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2015. 1. 28. 법률 제13106호로 개정되고, 2019. 1. 15. 법률 제162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조 제1항 제1호 중 이 사건 금지조항을 위반하여 ‘응급의료를 방해한 사람’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 하며, 위 두 조항을 통틀어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12조(응급의료 등의 방해 금지)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의료기사와「의료법」제80조에 따른 간호조무사를 포함한다)의 응급환자에 대한구조·이송·응급처치 또는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僞計), 위력(威力),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기재(機材)·의약품 또는 그 밖의 기물(器物)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60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2조를 위반하여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손상 또는 점거한 사람

[관련조항]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응급환자”란 질병, 분만, 각종 사고 및 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그 밖의 위급한 상태로 인하여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람을 말한다.

2. “응급의료”란 응급환자가 발생한 때부터 생명의 위험에서 회복되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위해가 제거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응급환자를 위하여 하는 상담·구조(救助)·이송·응급처치 및 진료 등의 조치를 말한다.

4. “응급의료종사자”란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취득한 면허 또는 자격의 범위에서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의료인과 응급구조사를 말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은 ‘누구든지’ 응급의료 행위를 방해한 자를 처

벌하도록 규정하여 응급환자 본인까지 수범자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그 결과 응급의료를 받기 원하지 않는 응급환자도 응급의료종사자에게 복종하여야 한다는 해석이 도출되어 응급환자 본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나.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이 응급환자 본인까지 수범자에 포함시키며 응급의료에 대한 방해 행위를 광범위하게 규정하여, 범죄의 경중이나 고의성의 유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응급환자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의료 행위에 복종하지 않은 어떠한 경우라도 위 법률조항으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

다.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 중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부분은 형벌규정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

4. 판 단

가. 응급의료법, 응급의료 방해 행위 금지 및 처벌 규정에 대한 개관

(1) 응급의료법의 의의

응급의료는 일반 의료서비스와는 달리 의료, 공중보건, 사회안전 등이 교차하는 영역으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할 대표적인 공공의료 분야이며, 응급의료체계는 국방, 검찰, 소방 등과 같이 국민의 생명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의 범주에 속한다. 왜냐하면 국민 누구나 질병, 분만, 각종 사고 및 재해 등으로 예기치 못한 순간에 응급환자가 될 수 있는데, 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어야 신속하고 적정한 응급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생존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응급의료는 다른 일반 의료에 비하여 생명보존이 어렵거나 심신상 중대한 위해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응급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소수의 환자를 위해 24시간 대비하여야 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극히 비효율적·비수익적이므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정부 주도로 응급의료체제를 구축·발전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1. 6. 22. 보건사회부령 제869호로 ‘응급의료관리운영규칙’을 마련하여 운영하여 오다가, 1994. 1. 7. 위급상태에 있는 환자에 대하여 적기에 적정 수준의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 의료의 적정을 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2) 응급의료 방해 행위의 금지 및 처벌 규정의 입법취지 및 연혁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등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처벌하는 응급의료법 규정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등 응급의료 업무를 보호하여 궁극적으로는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헌법 제36조 제3항에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이행하는 데 그 입법목적이 있다.

1994. 1. 7. 법률 제4730호로 제정된 응급의료법 제5조는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기재·약품 기타의 기물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응급의료의 방해금지를 규정하고 있었고, 제57조 제1항 제1호로 위 규정을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벌칙 조항을 두었다. 그 후 응급의료법이 2000. 1. 12. 법률 제6147호로 전부 개정되어 금지조항의 위치가 제12조로 변경되면서 방해의 대상이 되는 응급의료의 유형에 ‘이송’이 추가되고, ‘약품’이 ‘의약품’으로 변경되었다. 한편 벌칙조항의 위치가 제60조 제1항 제1호로 이동하였으며, 그 문구는 “제12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손상 또는 점거한 자”로 변경되었다.

이후 응급의료법 제12조는 2012. 5. 14. 법률 제11422호로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의료기사와 ‘의료법’ 제80조에 따른 간호조무사를 포함한다)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이송·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爲計), 위력(威力),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기재(機材)·의약품 또는 그 밖의 기물(器物)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개정되었다. 위 개정 법률은 방해 금지의 대상이 되는 응급의료의 주체를 응급의료행위를 지원하고 있는 진료보조자들(의료기사, 간호조무사)까지 확대하고, 방해 행위 유형의 예시로 폭행, 협박, 위계, 위력을 규정하였다.

한편 응급의료법 제12조를 위반한 자에 대한 형사처벌에 관한 규정인 응급의료법 제60조 제1항 제1호는 2011. 8. 4. 법률 제11004호로 개정되면서 그 문구가 “제12조를 위반하여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손상 또는 점거한 사람”으로 수정되었고, 2015. 1. 28. 법률 제13106호로 개정되면서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변경되어 벌금형의 상한이 높아졌다. 그리고 2019. 1. 15. 법률 제16252호 개정 시에는 그 위치가 제60조 제2항 제1호로 변경되었다.

나.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위반 여부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의 의의

법치국가 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 제한입법에 대하여 요구된다. 규범의 의미내용으로부터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수범자가 알 수 없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확보될 수 없고, 법 집행당국에 의한 자의적 집행이 가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명확성의 원칙은 특히 처벌법규에 엄격히 요구된다. 다만 그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입법권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명확성의 원칙은 자의를 허용하지 않는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더라도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그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파악하여야 한다. 형벌 근거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자의를 허용하지 않는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더라도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그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야 하므로,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명확하여야 하는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각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2009. 3. 26. 2007헌바72 ; 헌재 2014. 7. 24. 2013헌바169 참조).

(나) 예시적 입법과 명확성 원칙

형벌조항은 그 규율대상에 포섭되는 모든 사례를 구성요건으로 빠짐없이 열거하는 방식과 규율대상을 모두 포섭하는 공통적인 징표를 구성요건으로 규정하는 방식이 있다. 전자는 규율대상이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법규범의 흠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고, 후자는 규율대상을 모두 포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법률의 해석·적용에 자의가 개입되어 규율대상이 무한히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하여 이와 같은 두 가지 규율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예시적 입법형식이 고안되었다. 예시적 입법

은 규율대상인 대전제를 규정함과 동시에 그에 해당하는 구체적 개별사례들을 예시적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예시적 입법형식은 법규범의 공백상태를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구성요건의 대전제인 일반조항의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통하여 그 적용범위를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 따라서 예시적 입법형식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려면, 예시한 개별적인 구성요건이 그 자체로 일반조항의 해석을 위한 판단지침을 내포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일반조항 자체가 그러한 구체적인 예시를 포괄할 수 있는 의미를 담고 있는 개념이어야 한다(헌재 2002. 6. 27. 2001헌바70 ; 헌재 2010. 3. 25. 2009헌가2 ; 헌재 2014. 7. 24. 2013헌바169 참조).

(다) 이 사건 금지조항 중 ‘그 밖의 방법’ 부분이 명확성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

1) 응급의료법은 국민들이 응급상황에서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의료를 적정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또한 응급의료종사자가 응급 상황에 있는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를 방해하는 것은 응급의료종사자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이다. 따라서 이 사건 금지조항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의료 업무와 응급 상황에 있는 환자의 신체와 건강을 보호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2) 이 사건 금지조항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爲計), 위력(威力),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응급의료종사자란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취득한 면허 또는 자격의 범위에서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의료인과 응급구조사,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의료기사, 의료법 제80조에 따른 간호조무사(응급의료법 제2조 제4호, 제12조)를 뜻한다. 그리고 응급환자란 질병, 분만, 각종 사고 및 재해로 인한 보상이나 그 밖의 위급한 상태로 인하여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람을 말하며(응급의료법 제2조 제1호),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제2조는 위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자’란 특정한 응급증상 및 이에 준하는 증상이 있는 자 또는 그 증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응급의료종사자가 판단하는 증상이 있는 자를 뜻한다고 하면서, 특정한 응급증상 및 이에 준하는 증상을 별표1에 나열하고 있다. 한편 ‘방해’란 업무에 어떤 지장을 주거

나 지장을 줄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헌재 1998. 7. 16. 97헌바23 참조). 따라서 이 사건 금지조항의 규율대상인 ‘그 밖의 방법’은 급박한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이 있는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등에 지장을 줄 만한 행위로 한정된다.

3) 그런데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제재할 필요성이 큰 반면, 그와 같은 방해 행위의 유형은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응급의료법에 의한 제재가 필요한 방해 행위의 유형을 법률에 일일이 구체적이고 확정적으로 미리 열거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므로, 입법자는 ‘그 밖의 방법’이라는 일반적인 개념을 사용하여 응급의료법을 통하여 제재하여야 할 방해 행위의 대상을 넓게 규정하며 그 해석의 판단지침이 될 만한 구체적인 예시로 폭행, 협박, 위계, 위력을 나열하고 있다.

4) 방해 행위의 구체적 예시로 열거된 ‘폭행’은 사람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행위이고, ‘협박’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일체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며,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이고, ‘위력’은 폭행, 협박보다 정도가 경미한 것으로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유·무형의 일체의 세력이다. 즉, 방해 행위의 구체적 예시로 열거된 폭행, 협박, 위계, 위력은 공통적으로 응급의료종사자에게 유·무형의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여 즉시 필요한 응급의료를 받아야 하는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등에 지장을 주거나 지장을 줄 위험을 발생하게 할 만한 행위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금지조항 중 ‘그 밖의 방법’이 규율하고 있는 대상은 ‘폭행’, ‘협박’, ‘위력’, ‘위계’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것으로 응급의료종사자에게 유·무형의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여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에 지장을 주거나 지장을 줄 위험을발생하게 할 만한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금지규정이 예시하고 있는 ‘폭행’, ‘협박’, ‘위력’, ‘위계’는 ‘그 밖의 방법’을 해석하는 유용한 판단지침이 된다.

5) 이와 같이 응급의료법의 입법 취지, 규정형식및 문언의 내용을 종합하여 볼 때,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구체적인 사건에서 어떠한 행위가 이 사건 금지조항의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규율되는지 충분히 예견할 수 있고, 이는 법관의 보충적 해석을 통하여 확정될 수 있는 개념이다.

따라서 이 사건 금지조항의 ‘그 밖의 방법’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이 응급환자의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는지 여부

1)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여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개인의 인격권·행복추구권은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전제하는 것이고,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환자가 자신의 신체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는 자유로이 진료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체결된 진료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진료계약을 유지하는 경우에도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는 제공되는 구체적인 진료행위의 내용을 선택하고 그 내용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으며, 원칙적으로 의사는 이를 받아들이고 환자의 요구에 상응한 다른 적절한 진료방법이 있는지를 강구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14. 6. 26. 선고 2009도14407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응급상황에 있는 응급환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에 더하여 응급의료법은 응급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거나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하여 응급의료가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응급의료종사자로 하여금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에 관하여 설명하고 그 동의를 받아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제9조 제1항), 응급환자가 응급의료에 동의하지 않고 이를 거부하였다면 응급의료종사자는 환자의 결정을 존중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이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의 방법에 의한 응급진료에 대한 방해 행위를 제재하고 있다고 하여 응급환자로 하여금 응급의료종사자의 모든 조치에 수긍할 의무를 부과하거나 응급의료종사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즉,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은 응급환자 본인의 의료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직접 제한하거나 그러한 제한을 규범의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2)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에서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폭행, 협박, 위력, 위계,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처벌함에 따라, 응급환자 본인이 응급의료에 대한 거부 내지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행위에 대해서도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되어 처벌된다면 응급환자 본인의 자기결정권 또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다.

3) 먼저 응급환자 본인의 행위가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 범위 내에 있다면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규율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므로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제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한편 응급환자 본인의 모든 행위가 응급의료에 대한 거부 내지 항의를 위한 행위라는 이유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그 행위의 태양, 내용, 방법 및 그 결과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 이는 정당한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 행사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즉, 응급환자 본인의 행위가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것으로 ‘응급진료 방해 행위’로 평가되는 경우 이는 정당한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므로, 이를 다른 응급진료 방해 행위와 마찬가지로 금지하고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한다고 하여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제한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응급환자 본인이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표출된 행위가 심판대상조항이 금지하는 ‘응급진료 방해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을 전제로 헌법상 보장되는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내용과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을 구체적으로 비교·형량하여 법원이 판단하여야 할,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문제일 뿐이다.

4) 따라서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은 응급환자 본인의 자기결정권이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지 아니하므로, 위 기본권의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한다.

(나) 과잉형벌에 해당하는지 여부

1) 다만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이 응급환자 본인을 포함한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폭행, 협박, 위력, 위계,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과잉형벌인지가 문제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2) 응급의료종사자는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매우 급박한 상태에 있는 응급환자에 대하여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통하여 응급환자를 생명의 위험에서 회복시키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위해를 제거하기 위한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자이다. 따라서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는 급박한 상태에 있는 응급환자의 생명 내지 심신에 치명적인 위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더군다나 응급의료종사자들이 응급의료 현장에서 폭행, 협박, 위력, 위계 등의 행위로 인하여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등을 방해 받는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응급환자를 위하여 안정적이고 소신 있는 진료를 할 수 없게 되고, 궁극적으로 응급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응급의료행위가 주로 이루어지는 응급실은 공간적으로 분리가 되어 있지 않아 응급실에 있는 다수의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처치·진료 등이 동시에 이루어지거나, 응급의료종사자들이 우선순위가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중에도 다른 응급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하여 대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응급의료종사자들의 응급의료 업무에 대한 방해 행위는 다른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한편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은 일반조항으로 다소 광범위한 개념인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등을 방해하는 행위를 제재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응급 상황에 있는 환자의 신체와 건강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폭행, 협박, 위계, 위력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행위 유형으로 포섭되지 않는 ‘그 밖의 방법’에 의한 방해 행위까지 규율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응급환자 본인을 포함한 누구라도 폭행, 협박, 위력, 위계, 그 밖의 방법으로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며, 형벌 외의 다른 제재수단으로는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같은 수준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3) 이 사건 처벌조항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징역형과는 별도로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고, 법정형에 하한을 두지 않아 여러 양형조건을 고려하여 그 행위의 위법 정도와 행위자의 책임에 비례하는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이 사건 처벌조항이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4)따라서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은 과잉형벌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심판대상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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