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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9. 6. 24. 선고 97헌마265 결정문 [불기소처분취소]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정○수

대리인 변호사 고광록

피청구인

춘천지방검찰청 검사

주문

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춘천지방검찰청 1996년 형제13882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제3대 강원도의회 의원이었던 청구인은, 의정활동의 일환으로

동료 도의원인 청구외 정○철, 김○룡(이하 “청구외 인”이라 한다)과 남북 강원도 교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간사장으로 활동하면서 1994. 11. 17. 통일원으로부터 북한주민 접촉 승인을 받았다. 1995. 3. 20. 중국 북경에서 북한대사관 직원을 만나 남북 강원도 교류문제를 논의하면서 청구인과 청구외 인의 명의로 된 김정일에게 보내는〔별지 제1〕과 같은 편지(이하 ‘이 사건 편지’라고 한다)를 전달하였다. 이 사건 편지는 강원도 의회와 북강원 인민위원회 간의 자매결연, 의원세미나 개최, 특산물 교환, 문화체육행사와 학생 수학여행단 교류, 남북 청소년 야영대회 등 남북 강원도 교류사업이 성사될 수 있도록 협조하여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편지 앞머리에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김정일 인민군 총사령관 귀하. 안녕 하셨습니까. 김일성 주석께서 서거 이후 애통한 마음으로 나날을 보내셨을 총사령관께 삼가 위로와 격려 말씀 드립니다”라는 인사말과 중간 부분에는 청구인이 1994. 11.에 김정일로부터 서한을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청구인이 역대 군사정권에 저항한 반독재 투쟁경력을 소개하고 끝에는 1995. 4. 평양에서 개최되는 “국제체육문화축전”에서 교류방안에 관하여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통일원과 수사기관은 이 사건 편지의 내용과 전달 경위를 조사하게 되었다.

○○일보는 1995. 4. 9.자 신문에서 “북 접촉 도의원 3명 내사”라는 제목과 “검·경 김정일에 ‘김일성 사망 애도’ 편지”라는 부제목으로 된 기사를 게재한 이래 같은 해 9. 6.까지〔별지 제2〕와 같이모두 17차례에 걸쳐 ‘김일성 애도 편지’라는 표현을 제목 또는 본문에 사용하면서 청구인과 청구외 인이 김정일이 사건 편지를 보낸 사실과 그 내용, 이에 대한 통일원의 조치, 경찰 및 검찰의 수사상황, 이북5도민회의 반응 등에 관한 기사와 독자투고를 게재하였다.

나.청구인은 ○○일보의 보도가 비방 목적에 의한 허위 내용으로서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로 1996. 11. 22. 춘천지방검찰청

에 피고소인 조○진(○○일보사 발행인 겸 편집인), 이○종(○○일보사 편집국장), 이○표(○○일보사 사회2부 기자), 최○현(○○일보사 사회부 기자)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각 고소하였다.

피청구인은 1997. 2. 26.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은 항고, 재항고를 거쳐 1997. 8. 21.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 및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한편, 청구인이 ○○일보를 상대로 신청한 정정보도 심판사건은 일부인용 판결이 있었고(춘천지방법원 1996. 10. 10. 선고 95카기299 판결), ○○일보와 피고소인 이○표를 공동피고로 제기한 손해배상(위자료) 청구사건에서도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1997. 11. 6. 선고 96가합2272 판결; 서울고등법원 1998. 4. 23. 선고 97나57360 판결; 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다24624 판결).

2. 고소사실의 요지

피고소인 등은 공모하여, 청구인과 청구외 인이 김정일에게 남북교류 성사를 촉구하는 편지를 보낸 행위에 대하여 검찰·경찰이 수사중임을 기화로 제4대 강원도의회 의원선거(1995. 6. 27.) 입후보 예정자였던 청구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가.이 사건 편지에 교류 촉진을 위한 수단으로 형식상 상주(喪主)인 김정일에게 의례적으로 완곡하게 “위로”라는 표현을 단 한차례 사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995. 4. 9.자 ○○일보에 ‘김일성 사망 애도 편지’라는 부제를 붙여 기사화한 이래 같은 해 9. 6.자 보도에 이르기까지 17차례에 걸쳐 같은 표현을 반복·사용함으로써 청구인이 김일성의 사망을 애도하기 위하여 이 사건 편지를 작성 전달하였다는 허위내용의 기사를 게재하고,

나.강원도지방경찰청이 청구인의 서신 전달 행위에 대하여 내사에 착수한 사실이 없음에도, 1995. 4. 9.자 ○○일보에 ‘청구인의 서신 전달 행위에 대하여 검찰과 경찰이 도의원 3명을 상대로 국가보안법

반 여부를 내사중이다’라는 허위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고,

다.통일원이 아무런 경고조치를 취한 일이 없는 데도, 1995. 4. 11.자 신문에 ‘통일원에서 관계 도의원들에 대하여 경고조치 하기로 결정하고 금명간 경고 공문을 보내기로 하였다’는 허위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고,

라.강원도지방경찰청이 1995. 4. 24. 청구인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였음에도 같은 달 28.자 신문에 ‘김일성 애도 도의원 3명 보강수사 계속’이란 제목 아래 ‘강원도지방경찰청이 같은 달 27. 도의원 3명을 상대로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 등을 계속 조사하였다’는 허위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고,

마.청구인이 1995. 9. 5. 검찰 조사시 편지에 반정부 투쟁을 담은 경위에 대한 조사를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같은 달 6.자 신문에 ‘검찰에서 청구인을 상대로 위 서신에 반정부 투쟁을 담은 경위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는 허위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여 청구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

3. 청구인의 주장 요지

가.피청구인은 허위 기사가 보도된 것을 인정하면서도 청구인을 비방할 목적이나 범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무혐의 결정을 하였으나, 17차례 중 16차례의 기사는 1995. 4. 9.부터 같은 해 6. 11.에 보도된 것으로, 제4대 강원도의회의원 선거일이 같은 해 6. 27.인 점, 강릉시 주문진읍은 실향민들이 많고 반공의식이 강한 지역정서상 김정일에게 보낸 김일성 사망 애도 서신 관련 보도는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밖에 없는 점, 언론사에 근무하는 피고소인들로서는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선거를 앞둔 시점에 집중 보도한 것은 비방 목적이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사건 편지는 김일성 사망을 애도하는 내용이 아니라 교류사업에 협력하여 달라는 것이었고, 의례적으로 ‘위로’라는 표현을 한 마디 사용하였을 뿐인데도 ‘애도’라고 기사화한 피고소인들의 행위는 이 사건 편지의 전체

적인 내용은 도외시한 채 지엽말단의 한 표현을 문제삼아 서신 내용이 마치 김일성 사망 애도 서신인 양 보도한 것은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다.

나.피청구인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만을 검토하여 혐의없음 결정을 하였으나 일반적인 명예훼손죄에 대한 판단을 빠뜨린 잘못이 있다.

4. 판 단

가. 언론의 자유와 명예의 보호

이 사건은 공적(公的) 인물(도의회 의원)의 공적인 활동과 관련된 사실을 보도한 신문기사가 명예훼손적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 인격권(헌법 제10조)으로서의 개인의 명예 보호와 언론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상반되는 두 권리를 조정하는 한계 설정을 하는 것이 쟁점으로 된 사건이다.

(1)헌법제21조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 … 를 가진다(제1항).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제4항)”고 하고,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이를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의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와 타인의 인격권인 명예는 모두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므로 두 권리의 우열은 쉽사리 단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자기의 사상과 의견 표현에 아무런 제한도 받지 않고 타인의 인격권인 명예를 함부로 침해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언론의 자유는 자기모순에서 헤어나지 못하므로, 헌법은 언론·출판의 자유(이하 ‘언론의 자유’라 한다)는 보장하되 명예 보호와의 관계에서 일정한 제한을 받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개인이 언론 활동을 통하여 자기의 인격을 형성하는

개인적 가치인 자기실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평등한 배려와 존중을 기본원리로 공생·공존관계를 유지하고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회적 가치인 자기통치를 실현하는 수단이다. 개인의 언론 활동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행위자와 피해자라는 개인 대 개인 간의 사적(私的) 관계에서는 언론의 자유보다 명예 보호라는 인격권이 우선하나, 당해 표현이 공공적·사회적·객관적인 의미를 가진 정보에 해당되는 것은 그 평가를 달리 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알권리)는 개인의 인격형성과 자기실현은 물론 정치적 의사 형성과정에 참여하는 자기통치를 실현하는 공적 성격도 아울러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이 듣고, 읽고, 보는 이른바 알권리는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매체의 보도에 의존하는 바가 크고 이 보도를 통한 정보는 활발한 비판과 토론을 할 수 있게 하여 국민의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라는 결과를 이끌어 내게 된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를 하는지를 감시하고 권력을 가진 자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보장하며, 소수의견을 외면하지 않는 정치적 언론이 숨쉬는 열린 공간에서 여론을 수렴하여 그것을 다수의사로 결집·형성하는 과정을 갖는 것은 우리들 모두가 만들고 가꾸는 민주제의 참된 모습인 것이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본다면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자유로운 교환을 위한 열린 공간의 확보와 언론매체에 의한 정보의 전달은 민주제의 필수불가결한 본질적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2)개인의 명예 보호를 구체화한 일반법으로는 민법형법을 들 수 있다. 민법제750조, 제751조에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한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거나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정신상 고통을 가한 경우에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규정을 두고, 형법제307조 내지 제309조에서 공연히 사실(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한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와

공연히 모욕하는 행위에 형사제재를 과하는 한편, 제310조는 위법성의 조각으로 처벌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대한 규정을 둔 것이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명예)를 보호할 목적으로 만든 명예훼손 관련법은, 권력을 가진 자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제한·억압하는 수단으로 쓰여졌다. 국민의 알권리와 다양한 사상·의견의 교환을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는 민주제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인 기본권이고, 명예 보호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하는 기초가 되는 권리이므로, 이 두권리를 비교형량하여 어느쪽이 우위에 서는지를 가리는 것은 헌법적인 평가 문제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론매체의 명예훼손적 표현에 위에서 본 실정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언론의 자유와 명예 보호라는 상반되는 헌법상의 두 권리의 조정 과정에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즉, 당해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아니면 사인(私人) 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인지, 피해자가 당해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自招)한 것인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사실(알권리)로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표현 내용과 방식에 따라 상반되는 두 권리를 유형적으로 형량한 비례관계를 따져 언론의 자유에 대한 한계 설정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공적 인물과 사인, 공적인 관심 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에는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하고, 더욱이 이 사건과 같은 공적 인물이 그의 공적 활동과 관련된 명예훼손적 표현은 그 제한이 더 완화되어야 하는 등 개별사례에서의 이익형량에 따라 그 결론도 달라지게 된다. 이곳에서는 이 사건의 쟁점인 명예훼손적 표현에 대한 형사제재의 면책요건에 관한 일반적인 원리만 설시하기로 한다.

(3)형법 제310조는 “제307조 제1항(사실적시 명예훼손)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언론의 자유와 명예 보호라는 두 가치를 유형적으로 형량하는 조정을 꾀하고 있다.

그런데 진실성의 증명과 공공의 이익이라는 위법성의 조각 요건을 엄격하게 요구하면 형사제재의 범위는 넓어지고 언론의 자유는 위축된다. 가치있는 공적인 사안이나 국민이 알아야 할 사안(알권리)에 대하여 자유로운 비판이나 토론을 하지 못하게 형사벌로 규율한다면 언론의 자유는 질식하고, 비교형량의 비중은 명예 보호쪽에 너무 치우치게 된다. 이와 같은 언론 자유의 위축이나 질식은 바로 다수결 원리의 형해화로 이어지고 민주주의 또한 이름뿐인 존재로 전락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명예훼손적 표현에 대한 형사법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헌법적인 요청을 고려하여 첫째, 그 표현이 진실한 사실이라는 입증이 없어도 행위자가 진실한 것으로 오인(誤認)하고 행위를 한 경우,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명예훼손죄는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둘째,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라는 요건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그 적용범위를 넓혀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의 배려라는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사실(알권리)에는 공공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또 사인이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과 이로 인하여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려 공공의 이익은 쉽게 수긍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6. 22. 92도3160, 공 1993하, 2188; 1994. 8. 26. 94도237, 공 1994하, 2572. 각 참조). 셋째, 명예훼손적 표현에서의 “비방할 목적”(형법 제309조)은 그 폭을 좁히는 제한된 해석이 필요하다. 법관은 엄격한 증거로써 입증이 되는 경우에 한하여 행위자의 비방 목적을 인정하여야 한다.

이상의 법리를 공적 인물의 공적인 활동과 관련된 신문보도에 비추어 생각컨대,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사

실(알권리)은 민주제의 토대인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므로 형사제재로 인하여 이러한 사안의 게재(揭載)를 주저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신속한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신문의 속성상 허위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서 한 명예훼손적 표현에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거나, 중요한 내용이 아닌 사소한 부분에 대한 허위보도는 모두 형사제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대법원 1996. 8. 23. 94도3191, 공 1996하, 2928 참조). 시간과 싸우는 신문보도에 오류(誤謬)를 수반하는 표현은, 사상과 의견에 대한 아무런 제한없는 자유로운 표현을 보장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결과이고 이러한 표현도 자유토론과 진실확인에 필요한 것이므로 함께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위라는 것을 알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데도 진위(眞僞)를 알아보지 않고 게재한 허위보도에 대하여는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의 합헌성

도의회 의원인 청구인이 의정활동의 일환으로 북한의 김정일에게 보낸 이 사건 편지에 대해서 통일원과 경찰·검찰이 그 경위와 내용을 조사한 사실을 ○○일보가 보도한 명예훼손적 표현에 대하여, 피청구인이 고소인인 청구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보도한 것이 아니고 범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한 결정의 당부(當否)를 검토하기로 한다.

(1) 고소사실 “가”항에 대하여

(가)이 사건 기록을 검토하건대, 첫째,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김정일 인민군 총사령관 귀하. 안녕 하셨습니까. 김일성 주석께서 서거 이후 애통한 마음으로 나날을 보내셨을 총사령관께 삼가 위로와 격려 말씀 드립니다”로 시작되는 이 사건 편지의 인사말에는 김일성의 죽음을 적시하고 그로 인한 김정일의 슬픔에 대해 위로와 격려를 표시하고 있다. 여기에 사용된 “위로”{(몸이나 마음의 괴로움이 풀어지도록) 좋은 말과 행동으로 따뜻하게 대하다}와 격려(용기나 의욕이

솟아나도록 북돋아 주는 것)는 김일성의 사망과 관련된 것이고, 상주(喪主)의 슬픔을 위로하는 이른바 “조문(弔問)”〔(남의 죽음에 대하여) 슬퍼하는 뜻을 나타내며 상주를 위문하는 것〕에 해당된다. 이 “조문”은 “애도(哀悼)”(사람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석해 하는 것, 이상, 연세 한국어사전, 두산동아 1998)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못 볼 바 아니다. 비록 조문과 애도의 사전적인 의미는 다소 다르다 하더라도 일상적인 어법에서 그 차이가 뚜렷한 것은 아니다.

둘째, 편지 내용의 전체 취지는 교류를 촉구하는 내용임이 분명하나, 애도를 나타내는 인사말이 포함되어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일보가 1995. 4. 9.자 처음 보도를 하기 전인 같은 해 3. 29. 통일원이 이 인사말을 비롯한 그 밖의 내용들을 문제삼아 청구인 일행으로부터 이 사건 편지의 작성 전달과정에 대한 경위서를 받는 한편, 경찰과 검찰에서는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대외비로 내사한 사실이 있는 점(수사기록 2-7, 11, 2-19, 21면)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편지는 애도가 주된 목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당시 공적 토론의 쟁점이었던 애도의 뜻이 담긴 인사말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신문사가 사건의 성격을 “김일성 사망 애도 편지”라고 평가·규정한 것이 비합리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셋째, ○○일보의 “애도 편지”라는 표현이 편지의 인사말 부분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은 아니지만 객관적·실질적으로 볼 때에 그 뜻을 임의로 변경한 것도 아니다〔공안문제연구소의 감정서(1995. 4. 13.자)도 “김일성 사망의 애도와 김정일에 대한 위로의 인사말을 사용하였다”고 내용을 정리한 다음, “의례적 애도와 위로”라고 평가하고 있다(수사기록 139면)〕.

(나)〔별지 제2〕의 ○○일보의 일련의 보도내용을 모두 살피면, 객관적으로 볼 때에, ○○일보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사건 편지의 주된 내용은 남북교류 성사의 촉구이고 김일성 사망 애도는 편지의 인사말이라는 취지를 되풀이 하였으므로 일반 독자들 또한 그와 같은

취지대로 인식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 더욱이 ○○도민일보는 4. 21.자 기사에서 “김일성 애도한 것 아니다”라는 제목에 “김○룡 의원 대북서한 협조요청 차원 의례적 표현에 불과, 남북교류추진위, 도의회서 공식해명”이라는 부제목으로 해명기사를 쓰고(수사기록 30면), 다른 지면에서는 “인사치레가 와전된 것”이라는 제목과 “‘슬퍼할 이유없어’ 강력주장, 실정법 위반 사실무근 강조” “통일원 사과가 증거일부 매도비판”이라는 부제목하에 김○룡 도의원의 공식발언내용을 보도하여(수사기록 31면), 일반 독자들로서는 두 신문보도를 통하여 사건의 전말을 올바르게 알 수 있었다. ○○도민일보가 “애도 편지”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청구인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실었다는 것이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의 결론을 뒤집는 증거로 되는 것은 아니다.

(2) 고소사실 “나”항에 대하여

피고소인 이○표는, 1995. 4. 7.자 춘천지방검찰청에서 법무부와 대검에 보낸 정보보고 문건을 보면 그 이전에 강원지방경찰청에서 청구인의 남북교류 추진 배경, 성향 등에 대하여 대외비 공작 내사중이라는 사실이 기재되어 있고, 그 이튿날 춘천지방검찰청 공안 담당검사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내사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사실 그대로 기사를 작성한 것이므로 허위가 아니라고 변소하고, 위 정보보고 기재내용(수사기록 2-7, 11면)도 이에 부합한다.

(3) 고소사실 “다”항에 대하여

통일원이 청구인에 대하여 경고조치를 한 바가 없음은 청구인의 질의에 대한 통일원이 회신한 문건에 의하여 확인되므로(수사기록 2-43면), 4. 12.자 기사에서 “통일원은 …… 의원들에 대해 경고조치 하기로 결정하고 금명간 해당 의원들에게 경고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는 부분은 일단 위의 회신과는 그 내용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소인 이○표는 그 전날인 4. 11. 통일원 교류 2과 성명불상자에게 전화로 그 내용을 확인한 바 있고, 같은 신문사 문○기 기자가 통일원에 확인하였더니 관계자를 경고하기로 결정하였다고 알

려주므로 사실인 것으로 믿고 기사를 작성한 것이지 허위인 줄 알고 기사를 작성한 것은 아니라고 하고, 위 문익기의 진술내용(수사기록 175, 178면)도 위 변소에 부합한다.

4. 12.자 기사는 “‘김일성 애도 편지’관련 도의원 3명이 경찰에 자진 출두”라는 제목과 ‘찬양목적 없었다’ 진술 …… 통일원 ‘경고’ 결정”이라는 부제목으로 이 사건 편지를 보내게 된 경위와 중국 방문중 북측과의 직·간접적인 접촉 활동내용 등을 조사받은 사실을 보도한 것으로서, 통일원의 경고결정은 그 기사의 말미 부분에 있다.

통일원은 1995. 3. 29. 편지를 전달한 경위서를 받고 난 다음, 청구인과 청구외 인에게 교류취소 통고문을 작성하여 북측에 발송하도록 하였다가 정부당국이 남북교류를 방해한다는 역선전의 빌미를 줄 것을 우려하여 구두로 교류취소 통고를 하도록 종용하였고(수사기록 2-7, 11면), 4. 10. 통일원 대변인 성명에서 통해 이 사건 편지를 보낸 것은 당초의 승인사항을 명백히 벗어나는 것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힌(수사기록 2-25면) 일련의 사실에 비추어 보면, 여기의 “경고”는 대북접촉 승인취소와 관련된 내용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고소사실 “다”항에 대하여는 피고소인들의 명예훼손적 표현은 진실한 사실로 믿고서 한 행위이고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다.

(4) 고소사실 “라”항에 대하여

청구인은 강원도지방경찰청이 4. 24. 청구인에 대한 조사를 마지막으로 내사를 종결하였는데도 같은 달 28.자 기사에서 ‘27일 이들 의원들을 상대로 국가보안법 위반 등에 대한 보강수사를 계속했다’는 허위사실을 보도하여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주장한다(수사기록 2-32면). 이에 대해 피고소인 이○표는 청구인을 “소환”하여 조사하였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직 수사가 종결되지 않고 경찰에 사건이 계류중이라는 의미로 기사를 작성하였을 뿐이고,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음을 경찰담당자와 춘천지검 차장검사에게 확인하였다고 하고 소환조사의 경우에

는 반드시 기사내용에 “소환”이라고 쓰는데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 아니한 것만 보아도 허위가 아님을 알 수 있다고 변소한다.

경찰청은 1995. 4. 15. 일부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검찰에 수사상황보고를 하였더니, 검찰이 보완수사를 지시하여(수사기록 132- 137면) 같은 달 20. 통일원에 수사관을 파견 조사하고, 같은 달 24. 청구인에 대해 소환조사를 마친 후 재품신을 하자 “검찰에서 직접 조사할 예정이니 내사 상태로 즉시 송치할 것”이라는 검사의 지휘에 따라 같은 해 5. 3. 춘천지방검찰청으로 내사기록을 송부하였다(수사기록 2-19, 132, 145면). 위의 기사는 내사종결 여부가 쟁점이고 4. 24.은 아직 내사가 종결된 것이 아니다. 4. 28.자 기사는 보강수사를 계속한다는 것으로 “소환”이라는 표현도 쓰지 아니 하였으므로(수사기록 2-32면) 피고소인 이○표의 변소에 수긍이 가고, 청구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기사를 게재한 것으로 볼 증거도 없다.

(5) 고소사실 “마”항에 대하여

피고소인 최승현은 담당 검사에게 청구인을 상대로 남북접촉 승인과정, 접촉 경위와 방법, 서신에 반정부 투쟁 내용을 담은 경위 등에 대하여 조사하였느냐고 물어 본 바 그렇다고 대답하여 기사화한 것이라고 하면서 허위가 아니라고 변소한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당시 자신이 조사받은 조서에는 반정부 투쟁에 관한 부분은 없는 것으로 보아 피고소인의 기사는 허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서에 기재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는 그 부분을 조사하지 아니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더욱이 청구인이 허위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이 사건 편지의 주된 내용이 아닌 사소한 부분일 뿐만 아니라 그 동안 경찰과 검찰이 조사한 것은 이 사건 편지의 내용과 전달 경위로서 편지내용 중의 일부인 반정부 투쟁에 관한 부분도 조사대상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당일 조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조사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했다고 해서 중요부분이 아닌 위 부분이 명예훼손적 표현이 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더러 진실한 사실로 믿고서 한 행위로서

그 오인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이다.

(6) 비방할 목적의 유무

○○일보는 1995. 1.부터 같은 해 3. 23.까지 청구인과 청구외 인 등 도의원들의 대북접촉 활동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도해 왔던 점(수사기록 65-68면), 통일원과 검찰·경찰에서 이 사건이 종결되자 같은 해 9. 29.자 기사에서 내사종결 배경에 관하여 자세하게 혐의가 없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점(수사기록 69면), 김일성 사망에 따른 조문 문제는 당시 전국적인 관심사였고 청구인은 도의원이라는 신분을 갖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청구인이 이 사건 편지를 전달한 경위와 내용을 관계기관에서 조사한 것을 보도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줄 의도에서 기사화하였다는 피고소인들의 변소에 수긍이 가고 달리 비방할 목적이 있음을 인정할 자료는 없다.

(7)끝으로, 피청구인은 1995. 4. 9. 이전에 고소인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내사하지 않은 점, 통일원에서 고소인에게 경고 결정을 않은 점, 1995. 9. 5. 검찰조사시 김일성 애도서신에 반정부 투쟁을 담은 경위에 대해 조사받은 사실이 없는 점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보도한 것은 사실이나, 고소인이 김일성 애도 서신을 북한 측에 전달하였으며 경찰·검찰에서 내사를 받은 사실이 있는 점에 비추어 고소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보도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소인들의 범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우리 재판소가 위에서 인정한 사실과 그에 대한 평가결과와는 이유를 일부 달리하고 있으나, 결론은 옳기 때문에 이를 취소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청구인이 제기한 정정보도 심판사건과 손해배상(위자료) 청구사건이 각 일부승소로 판결이 확정된 사정은, 이 사건과는 인정사실에 대한 평가와 적용법률의 차이로 인하여 결론이 다르게 된 것이다.

5. 결 론

이상의 이유로 청구인의 이 심판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한 재

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주심) 한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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