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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도3191 판결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명예훼손)][공1996.10.1.(19),2928]
판시사항

일부 허위사실이 포함된 기사를 작성한 신문기자에게 비방의 목적이나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의 위법성을 부인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내용 중에 일부 허위사실이 포함된 신문기사를 보도한 사안에서, 기사 작성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그 기사 내용을 작성자가 진실하다고 믿었으며 그와 같이 믿은 데에 객관적인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의 위법성을 부인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 2점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은 한겨레신문 민권사회부 기자로서 국가안전 기획부 소속 타자수인 공소외 1을 비방할 목적으로 1989. 10. 6. 자 위 신문 11면 머릿기사 '이내창씨 사망 전 안기부 요원 동행'이라는 제목 아래 '중앙대 안성캠퍼스 총학생회장 이내창씨가 사망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동행한 사람은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며 이 중 여자는 안기부에 근무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으며, 숨진 이씨가 배에 타기 직전 이씨를 보았다는 다방종업원 최희씨는 이씨가 동행한 여자는 사진으로 확인해 보니 도아무개(23세), 위 공소외 1과 동일인이다.)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고, 선장 이현우는 이씨와 배에 탄 남자는 백아무개(22세)라고 말하고 도씨는 안기부에 근무하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는 요지의 허위기사를 작성, 이를 게재한 위 신문을 그 날 전국 일원에 보급하게 하여서 공연히 위 공소외 1이 안기부 직원으로서 이내창의 사망 직전 동행하고 이내창의 죽음에 관여된 듯한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그녀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사실 적시의 보도내용 중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총학생회장인 이내창이 사망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동행한 사람은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었다.', '최희가 경찰에서 이내창과 동행한 여자를 사진으로 보니 도아무개였다고 진술하였다.', '이현우가 이내창과 함께 배에 탄 남자는 백아무개라고 말하였다.', '도씨는 안기부에 근무하고 있다.'는 부분은 사실로 인정되고, '이내창이 사망 직전에 마지막으로 동행한 사람은 백승희와 안기부 요원인 공소외 1이였다.'라는 부분은 진실과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지나 1심 거시의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의 보도 경위, 변사 전후의 이내창의 행적과 밝혀진 사망원인, 공소외 1과 백승희가 용의자로 지목되게 된 경위나 목격자로 나타난 이현우, 최희의 경찰에서의 진술 및 그 진술의 번복과정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기사가 보도될 당시에는 객관적으로 이내창의 사망에 공소외 1 등이 관여된 듯한 강한 의혹을 갖기에 충분한 여러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되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기사를 작성할 당시에 그 내용을 허위라고 인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당시 이를 허위라고 인식하지 못한 사정 및 이 사건 보도내용이 세계청년학생축전에 학생운동권 대표가 비밀리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정부수사기관과 학생운동권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시점에서 학생운동권의 간부 중 한 사람이었던 이내창이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것과 관련하여 의혹이 제기되고 있던 상황하에서 피고인이 위 기사를 작성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공소외 1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2) 보도내용의 진실성 여부는 보도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 판단하여야 함은 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피고인이 취재하여 보도하게 한 이 사건 기사의 전체적 취지는 변사체로 발견된 위 이내창이 사망 직전에 동행한 일행 중에 안기부직원 신분인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도하고 이에 대하여 강한 의혹을 제기하는 데 불과한 것이지 이를 안기부 직원인 위 공소외 1이 정치공작에 의하여 위 이내창과 동행하다가 살해하였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므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기사내용 전체가 허위보도라는 논지는 이유 없다.

또한 피고인이 신문기사를 작성할 당시에는 이내창의 목격자로 지목된 공소외 최희가 당초 진술을 번복하여 위 공소외 1이 이내창과 동행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사실은 인정되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수사기관의 거부로 목격자인 이현우와 최희의 진술조서를 보지 못하였고, 피고인이 면담한 공소외 이현우는 수사기관에서 그 때까지도 거룻배를 이용하여 이내창을 변사체로 발견된 현장 부근까지 실어다 준 사실이 있는데 당시 이내창과 동행한 일행 중에 여자 1명, 남자 1명이 있었는데 여자가 이내창의 도선비까지 지불하였다고 진술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도 보도내용과 같은 말을 하였으며, 특히 피고인은 취재현장에 내려가기 전에 변사사고 직후 조사단을 구성하여 현장조사 등을 하고 목격자를 수소문하여 위 최희를 찾아낸 바 있는 중앙대학교 교수와 학생들을 만나 조사내용을 전해들었고, 피고인에 앞서 이내창의 변사사건을 취재하여 보도한 일이 있는 한겨레신문 기자 오룡으로부터 위 최희와 이현우의 경찰에서의 진술내용을 듣고, 아울러 위 최희의 경찰에서의 1회 진술조서 사본을 넘겨받은 사실이 인정되는 데다가 원심이 허위가 아니라고 인정한 기사내용은 객관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위 최희가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과 위 이현우가 피고인에게 들려준 말을 보도하는 형식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위 보도내용 중 '이내창이 사망 직전에 마지막으로 동행한 사람은 남자인 백아무개와 안기부 여직원인 도아무개였다.'라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사실을 보도한 것으로 인정되고, 위 허위인 부분에 대하여도 피고인이 진실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나아가 피고인이 일간신문의 기자인 점, 위 공소외 1의 성명을 특정하지 아니하고 '도아무개'라고 기재한 점까지를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이 취재보도한 위 기사의 목적은 당시 이내창의 변사사건에 관하여 제기되고 있던 여러 의문점을 취재하여 이를 독자들에게 알림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려는 것이었고, 피고인에게 위 공소외 1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취재보도한 기사의 내용 중 일부는 허위가 아니고, 일부 기사내용은 허위이나 피고인이 허위인 점을 인식하였거나 비방의 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이나 명예훼손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2. 제3점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의 위 취재보도를 형법 제307조 제2항 의 허위사실적시명예훼손죄로 의율한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위 기사내용을 허위라고 인식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을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는 없고 다만 형법 제307조 제1항 의 죄로 처벌할 여지가 있을 뿐이라고 전제한 다음, 명예훼손죄에 있어서는 개인의 명예보호와 정당한 표현의 자유보장이라는 상충되는 두 법익의 조화를 꾀하기 위하여 형법 제310조 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진실한 것이라는 증명이 없다 할지라도 행위자가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 인데, 위 기사는 당시 평양에서 벌어진 세계청년학생축전에 학생운동권 대표가 비밀리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정부수사기관과 학생운동권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시점에서 중앙대 안성캠퍼스 총학생회장인 이내창이 거문도의 외딴 해수욕장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것과 관련하여 제기된 의혹들을 취재하여 보도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것으로 그 주요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내창이 사망 직전에 마지막으로 동행한 사람은 백승희와 안기부 요원인 공소외 1이였다.'라는 취지의 이 사건 기사내용이 진실이라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없고 나아가 그것이 결국에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하더라도 안기부의 추적대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내창이 거문도에까지 와서 사망하게 된 경위와 그 사망 원인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던 터에 안기부 직원인 공소외 1이 여수에서 거문도까지 가는 배에 위 이내창과 동승하였던 것으로 밝혀지고 나아가 이내창과 공소외 1의 일행이 거문도에서 함께 동행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는 목격자까지 나왔으나 그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그 진술을 번복하였던 까닭에 피고인이 위 기사내용을 진실이라고 믿고 보도하게 되었던 것이므로 피고인이 그와 같이 믿은 데에는 객관적으로 그럴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 할 것이어서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310조 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면, 원심의 이와 같은 인정 판단은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이나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안용득 지창권(주심) 신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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