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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4조 제1항 및 제2항 위헌소원", 결정해설집 1집, 헌법재판소, 2002, p.651
[결정해설 (결정해설집1집)]
본문

- 정부관리기업체 간부직원의 수재행위에 대한 가중처벌과 과잉금지원칙 -

(헌재 2002. 11. 28. 2000헌바75, 판례집 14-2, 633)

노 희 범*

1. 특가법상 정부관리기업체 간부직원은 공무원이 아님에도 직무와 관련한 수재행위에 관하여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형법상 공무원에 해당하는 뇌물죄로 처벌하는 것이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2. 특가법상 정부관리기업체 간부직원의 직무와 관련한 수재행위를 형법상 뇌물죄로 처벌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이 사건 심판대상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1995. 12. 29. 법률 제5056호) 제4조 제1항 및 제2항의 위헌여부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4조【뇌물죄 적용대상의 확대】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기관 또는 단체(이하 “기업체”라 한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업체(이하 “정부관리기업체”라 한다)의 간부직원은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적용에 있어 이를 공무원으로 본다.

1.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또는 간접으로 자본금의 2분의 1이상

을 출자하였거나 출연금ㆍ보조금등 그 재정지원의 규모가 그 기업체 기본재산의 2분의 1이상인 기업체

2. 국민경제 및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업무의 공공성이 현저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도ㆍ감독하거나 주주권의 행사등을 통하여 중요사업의 결정 및 임원의 임면등 운영전반에 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체.

② 제1항의 간부직원의 범위는 기업체의 설립목적, 자산, 직원의 규모 및 해당 직원의 구체적인 업무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가. 청구인은 경기 화성군 팔탄농협 조합장으로 근무하던 중, 1997. 11.경 위 팔탄농협이 총공사비 2억9천여만원 상당의 미곡종합처리장 공사를 발주하여 진행하는 과정에서 윤?호와 공모하여, 같은 해 12.경 위 공사의 건축설계용역을 수주한 무면허 건축설계사 정0수 등 건설업자로부터 불법 묵인 및 위 용역과 관련된 편의제공 명목 등으로 금 1,000만원, 위 공사의 기계설치부분을 수주한 ??기업사 부사장 송?섭으로부터 위 공사와 관련한 편의제공등 명목으로 금 700만원, 1998. 2.경 위 공사의 건물공사부분을 수주한 수성산업주식회사 사장 김0배로부터 위 공사와 관련한 편의제공 명목 등으로 금 1,000만원을 각 교부받아 법령에 의하여 공무원으로 간주되는 자가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금품)을 수수하였다는 이유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되어 서울지방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항소하여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3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나. 이에 청구인은 대법원에 상고하여 상고심 계속 중이던 2000. 8. 16. 위 재판의 전제가 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이라고만 한다) 제4조 제1항 및 제2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같은 해 9. 15. 위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송달받게 되자, 같은 해 9. 28. 특가법 제4조 제1항 및 제2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우리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을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 규정하고 있고 그 직무수행의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특별히 보장하고 있는 반면, 우리 헌법 제119조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여 사회ㆍ경제활동과 관련하여 공무원과 일반 국민의 지위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의 정신에 따라 우리 현행 형법은 업무집행의 청렴성과 관련하여 공무원의 직무집행은 국가사회 전체의 공익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그 직무집행의 공정을 보호하고 개인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비교될 수 없다는 점에서 뇌물죄와 배임수재죄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그 범죄구성요건 및 법정형을 달리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 사건 조항은 헌법 제7조제119조의 취지를 몰각하고 정부관리기업체의 간부직원을 공무원과 같이 취급한 것으로 헌법적 정당성이 없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출자 등 재정지원의 규모가 그 기업체의 자본금 내지 기본재산의 2분의 1이상인 기업체라고 하여 바로 그 기업체의 업무가 공공성을 띠는 것은 아니다. 또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도ㆍ감독하거나 주주권의 행사등을 통하여 중요사업의 결정 및 임원의 임면 등 운영전반에 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체라고 하여 이들 기업체가 행하는 업무 전부가 공공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 기업체의 업무 중 공공성을 가지는 부분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도, 감독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업무’에 한정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처벌의 대상을 수행하는 업무의 성질에 따라 구분하지 않고 기관이나 단체로 구분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의 경우에는

‘과잉’된 제한을 할 수 없다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

이 사건 조항의 입법목적이 공공성의 보장에 있다면, 그 적용대상을 간부직원에 한정할 수 없다. ‘공공성’이라는 사회적 영향력은 그 업무가 간부직원에 의하여 수행되는가 부하직원에 의하여 수행되는가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처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의하여 결정된다. 간부직원에 대하여만 뇌물죄가 적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정부관리기업체의 간부직원을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확대 적용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4조의 규정 취지는 정부가 소유ㆍ지배하는 공공적 성격이 강한 기업체는 국가정책과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간부직원에 대하여 일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청렴의무를 부과하여 그 직무의 불가매수성을 확보하고자 하는데 있는 것으로 국민의 기본권제약에 관하여 과잉금지를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이나 평등권을 보장한 헌법 제11조에 본질적으로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1. 가. 특가법상 정부관리기업체는 수익성을 추구하고 그 조직과 운영도 국가로부터 독립된 사기업과 유사한 특수법인이다. 그러나 특정한 공익상의 이유로 정부가 소유ㆍ지배하거나 국가정책 및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담당하는 기업으로서 본질상 공공성 내지 공익성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정부관리기업체의 업무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관리기업체의 간부직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 등을 수수ㆍ요구ㆍ약속하는 것을 방치하면 설사 부정한 청탁이나 배임행위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들과 금품 등을 제공하는 자간에 유착관계가 형성되고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된 나머지 불공정하거나 불법적인 업무처리를 초

래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그 결과 사업목적이 왜곡되고 정부관리기업체의 부실화를 가져와 국가재정을 좀먹고 궁극적으로 국가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입법자가 비록 정부관리기업체 간부직원이 공무원은 아니라 할지라도 공무원에 버금가는 정도의 청렴성을 요구하고, 이들이 직무와 관련하여 수뢰행위를 하였을 경우 별도의 배임행위가 있는지를 불문하고 형벌을 과하여 그 업무의 불가매수성을 확보하더라도 거기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것이므로 헌법 제11조에 규정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나. 통상 ‘간부직원’이란 기업체의 의사결정권자인 임원(사장, 이사, 감사)과 의사결정 및 사업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견관리자들인 반면, 그 외 직원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지위에 있거나 간부직원의 업무처리를 보조하는 자이다. 그런데 업무를 보조하는 일반직원보다는 중요업무를 담당하는 간부직원에게 수뢰행위로 인한 부정비리가 생길 가능성이 훨씬 높고 그로 인한 피해의 위험성(규모) 또한 훨씬 클 것이라는 점은 경험칙상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부관리기업체 간부직원의 직무와 관련한 수재행위에 대하여 일반직원과는 달리 공무원과 동일하게 처벌하더라도 거기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것이므로 헌법 제11조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2.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보호법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법정형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었다거나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잉형벌이라고 할 수 없다. 또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정부관리기업체 간부직원이 받게될 형벌위협과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보다 정부관리기업체 간부직원의 직무의 불가매수성을 확보함으로써 얻는 사회적 공익이 더 크다고 할 것이므로 법익 균형성 원칙도 충족한다고 할 것이다.

나. 정부관리기업체는 특정의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기관 또는 단체로서 그 업무는 전체적으로 공공성을 지니기 때문에 이들 업무를 공공성이 있는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로 구별할 수 없다할 것이고, 가사 공공성이 있는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를 구분할 수 있다하더라도 형사제재를 통하여 보호해야될 정도로 공공성이 충분한 업무인가 아닌가는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구분하는 것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바, 입법자가 그러한 기준을 선택한 것에 위헌적인 잘못이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이 사건 결정은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뇌물죄를 정부관리기업체 간부직원의 수재행위에 대하여도 확대적용하는 법률규정이 평등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1995. 9. 28. 개정되기 전의 같은 조항에 대한 위헌소원사건(93헌바50)에서 위헌결정을 한 바 있고, 그 후 위 조항은 개정되었는데 다시 위헌소원이 제기된 사안이다. 아래에서는 이 사건 조항의 입법연혁 및 입법례를 살펴본 연후에 이 사건 결정의 의미를 살펴본다.

특가법형법, 관세법, 조세범처벌법, 산림법, 임산물단속에관한법률, 외국환관리법마약법에 규정된 特定犯罪에 대한 加重處罰등을 규정하여 건전한 사회질서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하기 위하여 1966. 2. 23. 법률 제1744호로 신설ㆍ공포되었다. 당시의 기록1)을 보면, 정부가 법안을 제출했고, 국회법사위에서는 법안심사를 하면서 수뢰액에 따른 공무원의 가중처벌의 필요성, 형량의 적정성등을 논의2)했을 뿐 정부관리기업체 간부직원을 공무원으로 간주하여 뇌물죄를 적용하는 조항(구 특가법 제4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그 후 특가법은 몇차례 개정되기는 했으나, 지금

까지 그 기본골격을 유지해 오고 있으며, 위 조항은 제정ㆍ공포된 이후로 개정됨이 없이 유지되어 오다가 1995. 9. 28.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비로소 실효되었다.

구 특가법 제4조(1966. 2. 23. 법률 제1744호로 신설되고, 1995. 9. 28.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실효된 것) 제1항“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적용에 있어서는 정부관리기업체의 간부직원은 이를 공무원으로 본다”라고, 제2항은 “전항의 정부관리기업체 및 간부직원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만 규정하여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뇌물죄를 적용하는 ‘정부관리기업체’ 및 ‘간부직원’의 범위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위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소원이 제기되었고3), 헌법재판소는 1995. 9. 28. 위 법 제1항 및 제2항에 대하여 위헌결정4)을 하였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4조 제1항의 “정부관리기업체”라는 용어는 수뢰죄와 같은 이른바 신분범에 있어서 그 주체에 관한 구성요건의 규정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하게 규정하여 전체로서의 구성요건의 명확성을 결여한 것으로 罪刑法定主義에 위배되고, 나아가 그 법률 자체가 불명확함으로 인하여 그 법률에서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라 할 것이므로 委任立法의 限界를 일탈한 것으로서 위헌이다』(1995. 9. 28. 93헌바50. 판례집 7-1, 297, 310~311)

이에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실효된 구 특가법 제4조 제1항 및 제2항을 위헌결정의 취지에 따라 바로잡기 위하여 1995. 12. 29. 법률 제5056호로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 그 간부직원을 공무원으로 보도록 되어 있는 정부관리기업체의 정의규정을 신설하여 대통령령에 규정될 정부관리

기업체의 내용 및 범위의 기본적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정부관리기업체의 간부직원의 범위에 대한 위임기준을 명백히 규정하는 이 사건 조항으로 개정하였다.

공무원 이외의 다른 직역에 종사하는 자가 직무에 관하여 금품 기타 이익을 수수ㆍ요구 또는 약속하는 경우 배임여부를 불문하고 수재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경우를 우리의 형사법 체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유형을 살펴보면, ①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적용에 있어서 임원이나 직원을 공무원으로 보는 유형과 ② 형법상 뇌물죄와 유사한 처벌례를 직접 규정하는 유형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의 유형은 다시 (ⅰ) 임ㆍ직원을 가리지 않고 모두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것(이 사건 조항의 정부관리기업체의 각 설립의 근거법률 상당수5), 지방공기업법 제83조6), 도시재개발법 제61조7)8), 한국자원재생공사법 제15조, 농지법 제50조9)), (ⅱ) 임원만을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것(이 사건 조항 및 동법 시행령 제3조 제2호), 임원과 과장(대리급)이상의 직원을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것(이

사건 조항 및 동법시행령 제3조 제1호,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18조 및 동법시행령 제14조10))이 있고, 후자의 유형은 다시 (ⅰ)

한편, 금융기관의 임ㆍ직원의 수재행위를 처벌하는 특경가법 제5조의 제1항 및 지방공단 및 공사의 임ㆍ직원의 수재행위를 처벌하는 지방공사법 제83조는 우리 재판소에서 이미 합헌결정을 받은 바 있는데, 그 각 요지는 다음과 같다.

『금융기관의 임ㆍ직원에게는 공무원에 버금가는 정도의 청렴성과 업무의 불가매수성이 요구되고 이들이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수수 등의 수재행위를 하였을 경우에는 별도의 배임행위가 있는지를 불문하고 형사제재를 가함으로써 금융업무와 관련된 각종 비리와 부정의 소지를 없애고, 금융기능의 투명성ㆍ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 제1항에서 금융기관의 임ㆍ직원의 직무와 관련한 수재행위에 대하여 일반 사인과는 달리 공무원의 수뢰죄와 동일하게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헌재 1995. 5. 27. 98헌바26. 판례집 11-1, 622, 628, 629 참조)

『지방공사의 직원에게는 공무원에 버금가는 정도의 청렴성과 그 직무의 불가매수성(不可買收性)이 요구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를 보호하고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며, 위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그 직원을 형법상의 뇌물죄 규정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형식을 취하였다 하여 이를 부적절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또한, 지방공사 직원의 금품수수 관련 행위를 형법 제129조 제1항에 의하여 처벌한다 하더라도 이를 가리켜 지나치게 가혹하여 위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잉처벌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고, 공무원의 신분

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직무의 공공적 성격으로 인하여 청렴성과 불가매수성이 요구되는 경우에 그 직무와 관련된 수재행위를 공무원의 뇌물수수 행위와 같거나 유사하게 처벌하는 사례는 우리 형사법 체계상 흔히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전체 형벌체계상 정당성을 상실하였거나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지방공사의 공공적 성격 및 이에서 도출되는 그 인적 구성원의 청렴성 및 직무의 불가매수성이라는 측면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지방공사 직원의 직무와 관련한 수재행위 등에 대하여 일반 사인과 달리 공무원의 수뢰죄와 동일하게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헌재 2001. 11. 29. 2001헌바4 판례집 13-2, 678면 : 678면)

우리의 특가법 제4조와 유사한 법률조항이 일본의 경제관계벌칙의정비에관한법률(1943년 제정ㆍ공포) 에 있다가 폐지되었는데, 위 법 제1조17)는【공무원으로 간주되는 자】라는 제목으로 “영단(營團), 금고(金庫) 또는 이들에 준하는 것으로 별표 갑호에 규정하는 자의 임원 기타 직원은 벌칙의 적용에 대하여는 이를 법령에 의해 공무에 종사하는 직원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위 같은 법 별표 갑호는 “주택영단, 농지개발영단, 지방식량영단, 교역영단, 부흥금융금고, 일본은행”을 규정하였는바, 위 별표에 기재된 단체는 정부가 소유ㆍ지배하거나 투자한 기관 내지 단체로서 그 임ㆍ직원은 공무원으로 간주되어 배임행위 여부를 불문하고 수뢰행위를 처벌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1997. 위 조항이 폐지되어 일본의 경우 더 이상 일반 공기업의 임ㆍ직원을 포괄적으로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처벌하는 규정은 사라졌다. 다만, 개별법률에서는 아직도 수재행위에 대하여 공무원이 아닌 자를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처벌하는 경우는 있다.18)

한편, 현행 경제관계벌칙의정비에관한법률 제1조19)에 의하면, ‘특별법령에 의하여 설립된 회사, 철도사업ㆍ전기사업ㆍ가스사업 등 그 성질상 당연히 독점으로 될 사업을 영위하거나 또는 임시물자수급조정법 등 경제의 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법령에 의하여 통제관련업무를 영위하는 회사 또는 조합, 이에 준하는 별표 소정의 업체20)의 임ㆍ직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약속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부정한 행위…를 한 때에는 8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의하면 일본은행법에 의한 일본은행, 장기신용은행법에 의한 장기신용은행,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한 농업협동조합 연합회, 수산업협동조합법에 의한 수산업협동조합 연합회 등은 위 ‘특별법령에 의하여 설립된 회사’에 해당하므로 그 임ㆍ직원에 대하여는 공무원21)과 유사한 직무의 염결성을 요구하여 배임행위 여부를 불문하고 수뢰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일본의 입법례로 보면, 구 경제관계벌칙의정비에관한법률 제1조는 우리의 특가법 제4조법 제2조(현행법 제1조)는 우리의 특경가법 제5조 제1항과 각각 유사하다고 보인다.

공무원이 아닌 자의 뇌물죄 관련 행위를 공무원의 뇌물죄와 같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처벌에 관한 입법례나 판례는 없는 것으로 보

인다.

가.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의 ‘헌법적’ 쟁점에 대하여 직접 판단하기에 앞서 특가법상 정부관리기업체의 법적 성격을 규명하고 그 간부직원에게는 강한 윤리성이 요구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특가법상 정부관리기업체는 강학상의 공기업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기업과 유사한 공익기업으로서 공공성(公共性)과 기업성(企業性)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현대국가는 국민의 생활배려라는 공급행정의 일환으로서 국가의 기간산업육성,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지역개발, 소비자보호, 재정확보등 국가정책을 실현하기 위하여 독립 법인을 설립하거나 사기업에 직ㆍ간접으로 출자하여 국책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업은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거액의 투자를 요하거나 그에 대한 수요의 탄력성이 매우 낮아서 사기업의 자유경쟁에 맡겨서는 사회적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강학상 이를 公企業이라고 한다”고 정의를 내린 후 “ 우리나라의 공기업(주식회사형기업과 공사형기업)은 모두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되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임원의 임면, 중요사업의 결정, 예산, 회계 등 경영전반에 관하여 정부가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시하고 위와 같은 강학상의 공기업22)은 특가법상의 정부관리기업체와 그 설립동기, 사업의 성격, 정부의 소유 내지 지배력 행사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유사하다고 보았다.23)실제로 이 사건 조항의 위임에 의하여 같은 법 시행령

이 규정하고 있는 정부관리기업체의 면면을 보면, 정부가 소유ㆍ지배하는 기업체와 소유하거나 투자하지는 않았지만 사업이 국가정책 및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법령에 의하여 임원의 임면, 중요사업의 결정, 예산 및 감사 등 운영전반에 관하여 정부가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관 또는 단체라고 판시한 후, “정부관리기업체는 公共性과 企業性이라는 법적 성격을 띠고 있고 위와 같은 특성으로부터 정부관리기업체의 설립목적에 따른 사업의 수행여부, 공공투자의 안전성, 수익성 창출 등을 감독하기 위하여 정부관리기업체에 대한 관리 내지 통제의 필요성이 생긴다”고 판시하여 정부관리기업체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이 공공성에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어서 특가법상 정부관리기업체 임직원의 불가매수성과 염결성 확보의 필요성을 정부관리기업체의 공익사업체라는 점과 더불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을 들면서 거기에 덧붙여 정부관리기업체가 독점적 내지 우월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부정과 비리가 생길 소지가 크기 때문에 정부관리기업체 임ㆍ직원의 직무의 불가매수성이 요구되고 공무원과 유사한 지위에 있으므로 공무원과 같은 정도의 높은 윤리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하여 경험적인 사실을 기초로 한 입법자의 판단을 존중하고 있다. 정부관리기업체 임ㆍ직원의 직무의 불가매수성 및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된다는 입법자의 판단을 존중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수긍이 간다. 다만, 사인의 직무가 불가매수성이 요구된다고 하여 공무원과 유사한 지위에 있다는 결론에 이른 과정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은 아쉬운 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결론적으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조항의 쟁점에 대하여 곧바로 심사를 하지 않고 특가법상의 정부관리기업체가 공공성이 있고, 그 간부직원은 공무원과 같은 정도의 높은 윤리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판단한 다음 구체적인 헌법적 쟁점에 대하여 위헌여부를 심사하는 논증의 순서를 밟고 있다.

나. 평등원칙에 대한 판단부분

헌법재판소는 평등심사에 있어서 종래 비례원칙에 따른 엄격 심사와 입법자가 차별취급을 함에 있어서 합리적 근거없이 자의적으로 한 것인지에

대한 자의성 심사인 완화된 심사의 두가지 심사기준을 적용해 왔다24). 또 엄격한 심사척도에 의할 것인지, 완화된 심사척도에 의할 것인지는 입법자에게 인정되는 입법형성권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25)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가지 요소26)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헌법상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영역이므로(헌재 1995. 4. 20. 93헌바40, 판례집 7-1, 547 참조) 이에 관한 법률의 평등원칙위반여부는 이른바 ‘자의금지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완화된 심사가 적용되는 것이 기존의 선례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조항이 정부관리기업체의 간부직원을 일반 사인과 달리 취급하여 공무원과 같이 처벌하여야 할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고 하면서 “만일 합리적 근거가 없다면, 이 사건 조항은 형벌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헌법 제10조와 평등의 원리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1조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여 자

의금지원칙에 따른 심사를 하고 있다.

한편, 자의금지라는 평등원칙 위반에 대한 심사기준27)은 ①비교집단의 동일성 여부, ②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의 존부이다. 비교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일반적으로 당해 법률규정의 의미와 목적 등에 달려 있으며28), 恣意性은 차별을 정당화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 선례이다. 헌법재판소는 정부관리기업체의 업무의 공공성에 비추어 그 간부직원의 직무와 관련한 수재행위를 방치하면 업무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사업목적이 왜곡되어 궁극적으로 국가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간부직원을 공무원의 수뢰죄에 의율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어 간부직원은 기업체의 의사결정 및 사업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이므로 단순히 업무를 보조하는 일반직원보다는 수재행위로 인한 부정비리가 생길 가능성이 훨씬 높아 간부직원의 수재행위를 일반직원과는 달리 처벌하더라도 헌법 제11조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는 금융기관의 임ㆍ직원의 수재행위를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 제1항 및 지방공사의 직원에 대하여 공무원의 수뢰죄로 처벌하는 지방공기업법 제83조에 대한 위헌소원에 대한 합헌결정(헌재 2001. 11. 29. 2001헌바4 판례집 13-2, 678)의 심사척도 및 논증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위 지방공기업법 제83조에 대한 위헌소원에서 위헌의 반대의견을 개진했던 2인의 재판관29)도 이 사건에서는 반대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런데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에서는 비교되는 두 집단인 일반 사인과 정부관리기업체 임직원이 동일한 집단인지 여부에 대한 논증이 생략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두 사실관계 내지 집단이 동일한지 여부는 그 법률의 입법목적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고 정부관리기업체의 임직원의 직무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보면 두 집단은 동일한 집단이라고 볼 수 있는가 라는 점에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법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 판단했어야만 하는 것이 보다 논리적인 논증순서가 아니었나 한다. 그러나 정부관리기업체라는 정부출자가 있는 업체라도 곧바로 직무가 공공적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고 분명히 법률상 공무원의 신분이 아닌 자가 정부관리기업체에서 근무한다고 하여 공무원과 동일한 집단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위 양자는 ‘사인’의 범주에 속하는 법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결론에 있어서 이 결정은 잘못이 없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지적은 일반 사인과 정부관리기업체 간부직원 사이뿐만 아니라 간부직원과 일반직원 간에도 마찬가지로 가능하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입법자가 일반 사인과 정부관리기업체 간부직원, 간부직원과 일반직원에 대하여 차별취급을 하는 합리적 이유를 자세히 밝히면서도 그에 앞서 판단되어야 하는 비교집단 상호간의 동일성 여부에 대하여는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데, 위 비교집단 상호간에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판단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다. 과잉금지원칙 위반여부에 대한 판단부분

(1) 형벌법규에 관한 입법권의 범위와 한계에 관한 헌법재판소 판례

(가) 우리 헌법은 근대자유민주주의헌법의 원리에 따라 국가의 기능을 입법ㆍ사법ㆍ행정으로 분립하여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권력분립제도를 채택하고 헌법 제40조에서 입법권은 주권자인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 귀속시키고 있어 형벌법규의 제정은 원칙적으로 국회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것이다(1992. 4. 28. 90헌바24, 판례집 4, 229 참조).

(나) 특히 입법권자는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현대사회의 다양한 현상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그 제정이 필요하거나 이를 정당하게 할 특별한 사안이 있는 경우에는 기존의 일반형사법에 대한 특별규정으로 특정범죄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1992. 4. 28. 90헌바24, 판례집 4, 231 참조).

(다) 나아가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가지 요소30)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1995. 4. 20. 93헌바40, 판례집 7-1, 547 참조).

(라) 그러나 국회의 입법재량 내지 입법정책적 고려에 있어서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제한은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입법은 할 수 없으므로, 헌법이나 법률에 의하여 명시된 죄형법정주의와 소급효의 금지 및 이에 유래하는 유추해석금지의 원칙 외에 헌법재판소는 몇가지 입법원칙을 선언한 바 있다.

(ⅰ)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처벌규정의 보호법익 및 형벌의 범죄예방효과 등에 비추어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전체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음으로써 다른 범죄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헌법상 평등의 원리에 반하거나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입법금지원칙에 반하여서는 아니된다(1995. 11. 30. 94헌가3, 판례집 7-2, 556~557 참조).

(ⅱ) 입법자는 법관들에게 구체적 양형을 선고함에 있어서 그 책임에 알맞는 형벌을 선고할 수 있도록 형벌개별화(刑罰個別化)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폭넓은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야 한다(위 90헌바24, 판례집 4, 230 참조). 그러나 입법자가 앞서 본 바와 같은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따라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위 93헌바40, 판례집 7-1, 553 참조).

(2) 해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조항이 국민경제 및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관리기업체의 업무의 공정성과 신뢰성, 투명성을 확보하여 사회공공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 내지 수단도 적합하다고 하였다. 이어 입법목적, 보호법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법정형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었다거나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잉형벌이라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조항으로 인하여 정부관리기업체 간부직원이 받게될 형벌위협과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보다 정부관리기업체의 직무의 불가매수성을 확보함으로써 얻는 사회적 공익이 더 크다고 보아 법익 균형성도 충족한다고 하였다. 위와 같은 판단은 과잉금지원칙에 대한 전형적인 논증인데, 다만 위 원칙의 세 번째 기준인 ‘피해의 최소성’이라는 표현이 언급되지 않고 대신 입법목적 등을 고려할 때 과잉형벌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아마도 정부관리기업체 임ㆍ직원 전부를 공무원으로 간주하지 않고 수재행위로 인한 정부관리기업체의 업무의 공공성을 해할 우려가 큰 간부직원의 수재행위만을 공무원으로 간주하여 처벌하도록 한 것은 업무의 비중이 낮은 보조업무종사자의 수재행위를 제외한 것으로써 피해의 최소성 원칙을 충족한다는 판단이 과잉형벌이 아니라는 판단에 포함되어 생략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방공기업법 제83조에 대한 위헌소원에서의 반대의견(위헌의견)의 논지는 공기업의 직원의 경우 공공적 성격이 강한 직책이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음에도 지방공기업법은 공기업의 사업이 어떤 영역이든지 불문하고 모든 지방공기업의 임ㆍ직원을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형법상의 뇌물죄로 처벌하는 것은 행정편의적인 입법으로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노출되어있다는 것이다31). 그러나 이 사건 조항은 위 반대의견의 논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의 소지가 제거되어 있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위 반대의견을 개진했던 두 분의 재판관도 이 사건 결정에서는 합헌의견에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정부관리기업체는 특정의 국가목적(공익사업)을 위해 설립된 기관 또는 단체로서 그 업무는 전체적으로 공공성을 지니기 때

문에 이들 업무를 공공성이 있는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로 구별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가사 공공성을 가지는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를 구분할 수 있다하더라도 업무의 중요도에 따라 구분하는 것도 하나의 기준이 된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지는 입법자가 입법목적, 보호법익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할 사항이라고 한 형벌법규에 대한 입법자의 광범위한 형성권을 갖는다는 선례와 다르지 않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결정은 이미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는 특경가법 제5조 및 지방공기업법 제83조에 대한 합헌결정에 이어 공적인 업무에 종사하거나 업무가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등 공공성이 강한 경우 공무원이 아닌 자의 수재행위에 대하여도 공무원의 수재행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법률조항의 합헌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과 관련하여 이 사건 결정에도 불구하고 다음 두 가지 점은 여전히 석연치 않다. 첫째, 이 사건 조항의 정부관리기업체 설립의 각 근거법률에는 수재행위에 관한 한 기업체의 임원 또는 임ㆍ직원 전부를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경우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과의 관계에서는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중복처벌조항을 두고 있는 셈이다. 입법정책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둘째,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정당성의 근거를 정부관리기업체의 업무의 공공성과 정부의 소유 내지 실질적인 지배력행사에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의한 대통령령이 규정하고 있는 정부관리기업체 중에는 정부가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민영화에 따라 공기업적 성격을 잃어 가고 있는 기업체도 있다. 예컨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지역농협을 보면, 지역농협은 농업인(조합원)의 생산성제고와 생산물의 판로 및 유통을 도와 조합원의 지위향상을 목적으

로하는(농협법 제13조) 농업인의 자조조직이다. 또 임원은 조합원의 총회에서 선출되고(동법 제45조 제3항) 해임되며(동법 제54조), 회계는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동법 제63조). 지역농협은 사업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정부로부터 차입을 할 수 있으나, 조합원의 출자로만 자본금을 형성하기 때문에 정부의 출자도 없다. 따라서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지역농협이 정부관리기업체(공기업)로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 하지만 농협법은 농림부장관이 조합에 대하여 광범위한 감독권을 행사하고 감독상 필요한 명령이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동법 제162조 제1항), 조합원보호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조합에 대하여 경영지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동법 제166조) 경영전반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는 원래 농협이 정부주도로 설립되었고(점차 정부개입은 줄어들고 자조조직으로 성장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농업인의 지위향상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농협도 어느 정도 공공성을 가진다고 할 것이어서 정부관리기업체로 평가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정부의 출자도 미약하고 사업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중대하다고 보여지지 않는 공공성이 낮은 기업에 대하여까지 정부관리기업체로 평가하고 그 임ㆍ직원에 대하여 뇌물죄를 확대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할 필요가 있고 입법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이 있다. 이는 종국적으로 시행령의 위헌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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