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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도로교통법 제118조 위헌확인", 결정해설집 2집, 헌법재판소, 2003, p.593
[결정해설 (결정해설집2집)]
본문

- 운전자의 좌석안전띠 착용의무와 범칙금 통고처분 -

(헌재 2003. 10. 30. 2002헌마518, 판례집 15-2하, 185)

이 승 환*

1. 자동차 운전자에게 좌석안전띠를 매도록 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범칙금을 납부하도록 통고하는 것이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2. 자동차 운전자에게 좌석안전띠를 매도록 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범칙금을 납부하도록 통고하는 것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3. 자동차 운전자에게 좌석안전띠를 매도록 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범칙금을 납부하도록 통고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이 사건 심판대상은 도로교통법(1999. 1. 29. 법률 제5712호로 개정된 것) 제48조의2 제1항 본문 전단 및 이를 어겼을 경우에 범칙금을 납부하도록 통고하는 도로교통법 제118조 본문의 해당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이고, 그 규정내용 및 관련 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로교통법 제48조의2(운전자의 특별한 준수사항) ①행정자치부령이 정하는 자동차의 운전자는 그 자동차를 운전할 때에는 좌석안전띠를 매어야

하며, 그 옆좌석의 승차자에게도 좌석안전띠(유아인 경우에는 유아보호용장구를 장착한 후의 좌석안전띠를 말한다. 이하 같다)를 매도록 하여야 한다. 다만, 질병 등으로 인하여 좌석안전띠를 매는 것이 곤란하거나 행정자치부령이 정하는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18조(통고처분) 경찰서장은 범칙자로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는 그 이유를 명시한 범칙금납부통고서로 범칙금을 납부할 것을 통고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각호 생략)

도로교통법 제117조(통칙) ①이 장에서 “범칙행위”라 함은 제113조 각호 또는 제114조 각호의 죄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말하며, 그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이 장에서 “범칙금”이라 함은 범칙자가 제118조의 규정에 의한 통고처분에 의하여 국고에 납부하여야 할 금전을 말하며, 그 범칙금의 액수는 범칙행위의 종류ㆍ지역ㆍ차종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113조(벌칙)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벌한다.

1. ……제48조의2(제2항을 제외한다)……의 규정을 위반한 차마의 운전자

청구인은 2002. 7. 21. 좌석안전띠를 착용하지 않고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경찰관에게 적발되어 범칙금 30,000원의 납부통고를 받고 이를 납부하였다. 청구인은 좌석안전띠를 매도록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제48조의2 제1항 및 이를 어겼을 경우에 범칙금을 납부하도록 통고하는 도로교통법

118조의 해당부분은 청구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헌법 제10조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사생활 공간인 승용차 내부에서 좌석안전띠를 매도록 하고 이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에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은 청구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좌석안전띠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않으므로 좌석안전띠를 착용할 것인지의 여부는 개인의 사리판단에 맡겨야 한다. 좌석안전띠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한 경우도 있고, 교통정체 구간과 같이 서행할 경우도 있는 만큼 획일적인 좌석안전띠의 강제가 개인의 생명과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좌석안전띠를 매는 것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에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은 국가의 편의적인 공권력의 행사로 청구인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다.

좌석안전띠가 교통사고발생시에 인명피해를 줄이는 것은 여러 가지로 검증되고 있으며, 실제로 안전띠착용의 단속과 홍보활동을 강화한 결과 교통사고사망자가 감소하고 있고, 다른 나라도 안전띠착용을 강제하고 있다. 따라서 좌석안전띠착용을 의무화하고 위반자에게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합헌적인 제한이다.

1. 자동차 운전자에게 좌석안전띠를 매도록 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범칙금을 납부하도록 통고하는 것은, 교통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험과 장애를 방지ㆍ제거하고 사회적 부담을 줄여 교통질서를 유지

하고 사회공동체의 상호이익을 보호하는 공공복리를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운전자의 불이익은 약간의 답답함이라는 경미한 부담이고 좌석안전띠 미착용으로 부담하는 범칙금이 소액인데 비하여 좌석안전띠 착용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동승자를 비롯한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인 비용을 줄여 사회공동체의 이익을 증진하는 것이므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침해되는 청구인의 좌석안전띠를 매지 않을 자유라는 사익보다 크며, 제도의 연혁과 현황을 종합하여 볼 때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게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2. 일반 교통에 사용되고 있는 도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영역이며, 수많은 다른 운전자 및 보행자 등의 법익 또는 공동체의 이익과 관련된 영역으로, 그 위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행위는 더 이상 개인적인 내밀한 영역에서의 행위가 아니며, 자동차를 도로에서 운전하는 중에 좌석안전띠를 착용할 것인가 여부의 생활관계가 개인의 전체적 인격과 생존에 관계되는 ‘사생활의 기본조건’이라거나 자기결정의 핵심적 영역 또는 인격적 핵심과 관련된다고 보기 어려워 더 이상 사생활영역의 문제가 아니므로, 운전할 때 운전자가 좌석안전띠를 착용할 의무는 청구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3. 제재를 받지 않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좌석안전띠를 매었다 하여 청구인이 내면적으로 구축한 인간양심이 왜곡ㆍ굴절되고 청구인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진다고 할 수는 없어 양심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하지 아니하므로, 운전 중 운전자가 좌석안전띠를 착용할 의무는 청구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운전자가 좌석안전띠를 착용하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확률을 줄이고 부상의 정도를 가볍게 함으로써 운전자 본인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면하게 된다. 또한 교통사고발생시에 동승자와의 차내충돌을 방지하여 운전자 본

인 및 다른 동승자의 피해를 감소시키고, 운전자가 사고차량의 조종기능을 잃지 않은 경우에는 2차 사고발생의 확률을 줄이며, 운전자의 차외방출로 다른 차량 등과 충격해 발생할 수 있는 2차 사고피해 및 다른 차량이 입을 운행의 장애를 감소시킨다. 좌석안전띠착용으로 운전자가 의식을 잃지 않게 되면 동승자 및 다른 사고당사자의 응급구호활동에 나설 수 있고 사고신고 및 구조요청을 신속하게 할 수 있어서 다른 사고관련자의 손해를 줄일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구조ㆍ의료ㆍ요양ㆍ간호비용 등의 지출을 감소시키고, 사고처리절차에 따른 행정부와 사법부의 비용을 줄인다. 또한 각종 사보험 및 국민연금, 산업재해보상보험 등의 지출을 감소시켜서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며, 이러한 사회적 비용의 감소는 곧 다른 보험가입자 및 각종 연금가입자의 보험료 또는 연금보험료의 부담을 감소시킨다. 또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26조 이하의 규정에 따라 정부가 일정한 교통사고피해 사상자에게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을 하고 있는바, 좌석안전띠착용으로 인명피해의 손실을 줄이는 것은 이러한 국고의 지출감소에도 기여한다. 무엇보다도 기본권의 주체이며, 경제활동주체인 인적 자원의 손실을 방지하는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1) 밀(J. S. Mill)은 그의 ‘자유론(On Liberty)’에서 공권력 행사의 정당화 근거로 다음과 같은 명제를 제시했다.

“인류가 개인적으로나 또는 집단적으로 그 성원의 누군가의 행동의 자유에 간섭할 경우에 정당하다고 간주되는 유일한 근거는 자기방위라는 것이다. 즉 문명사회의 일원에 대하여 그의 의사에 반하여 권력을 행사해도 정당시되어지는 유일한 목적은 다른 성원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는 것에 있다. 그 사람 자신의 행복은, 물질적인 것이거나 정신적인 것이거나간에, 충

분하고도 정당한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를 위하여 도움이 될 것이라든가, 그를 더욱 행복하게 할 것이라든가, 또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아 그렇게 하는 것이 현명할 뿐만 아니라 또는 정당하기도 할 것이라는 이유로써 그에게 어떠한 행동이나 억제를 강제하는 것은 정당시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들은 그에게 충고를 하거나 사리를 이해시키거나 설득시키거나, 또는 무엇인가를 간청하거나 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로 될 것이지만, 그에게 강제를 가하든가 또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떠한 형벌을 가하거나 할 이유로는 되지 않는다.2)”

(2) 이와 같이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행위에 대하여 공권력이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타해금지의 원리’라고 하며 타해금지의 원리는 일반적으로 널리 승인되어 있는 공권력 개입의 정당화 사유이다3).

(3) 반대로 일응 자신에게 관련된 문제라고 하더라도 행위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여 스스로를 해칠 우려가 있다면 국가는 부모가 미성년인 자녀에게 행하는 것과 같이 개인의 행동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 自害禁止원리 또는 가부장주의(legal paternalism)4)이다.

완화된 자해금지원리 또는 연성가부장주의는, 행위자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아 이를 올바로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더라면 스스로를 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것이 행위자의 진의라고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만 영향이 미치는 행위에 대한 국가의 개입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5).

(4) 순수한 자해금지원리 또는 경성가부장주의는 행위자의 자율성이 충족된 상황에서도 오로지 행위자 개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행위자의 선택에 개입하는 자유제한원리를 말한다6).

(1) 헌법이 기본권제한의 정당화사유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 타해금지원리, 자해금지원리 등으로부터 기본권제한의 정당화근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Mill의 저작이 나왔던 시대와 동일하지 않은 사회적ㆍ기술적 환경과 가치관 아래에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헌법이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ㆍ공공복리’라는 기본권제한의 정당화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이상,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한 심사기준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출발하여야 할 것이고, 다시 이에 대한 정당화근거를 충족하였는지 심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2) 따라서 타해금지원리 등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기본권제한의 합헌성심사에서 입법목적의 정당성 또는 방법의 적절성 내지 법익의 균형성이 있는지,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내용으로 기능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타해금지원리는 개인의 자율성과 국가의 자유주의적 중립성을 그 이념적 기반으로 전제한다. 근대인권선언의 기본이념으로, “자유는 타인을 해하지 않는 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프랑스 인권선언 제4조, “법은 사회에 해를 가하는 행위만을 금지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프랑스 인권선언 제5조가 대표적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우리 헌법질서도 기본적으로 이와 부합한다고 하겠다. 개인의 자율성만이 어떤 시민의 자유 행사도 그와 똑같은 자유를 행사할 모든 시민의 권리를 방해하지 않을 것임을 보증한다. 어떤 시민의 자율성도 이 점에서 모든 시민의 자율성을 보호할 필요에 의해서만 제한된다. 이런 경우 이외에는 자유주의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관념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는 경쟁적인 선관념들 사이에 최대한 중립적이 된다7).

그런데 개인과 집단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과 국가가 개인과 집단의 삶

에 완전히 무관심한 것이 같은 것은 아니다. 개인이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설령 그가 속한 공동체나 사회의 가치 및 신념과 상충하는 경우에도 중요한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8).

(가) 자유주의자가 인간의 자율성에 부여하는 우선성이 절대적ㆍ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우선성과 범위가 수정되거나 제한되어야 한다는 공동체주의의 견해에 따르면, 지극히 원론적인 타해금지원리만이 기본권제한의 정당화원리인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틀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논의를 도출해 볼 수 있다.

또한 자유주의 입장에서도, 개인의 자율성과 국가의 중립성을 긍정하면서도 공동체적 선의 존재를 긍정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통합을 중시하거나9), 나아가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국가가 특정한 삶의 방식의 가치를 판단하여 시민들의 행복을 증진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견해10)도 있는 등, 사회공동체의 이익과 배치되는 개인의 자유를 무제한적으로 시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 다만 전면적으로 자해금지원리를 기본권제한의 정당화근거로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근간으로 하고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보장하는 우리 헌법질서와 배치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 그렇다면 개인의 행위가 물리적ㆍ1차적ㆍ직접적 인과관계로 타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 외에도, 그 행위의 결과가 사회 공동체 전체에 불이익을 가져오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제재도 타해금지원리에 따라 정당화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와 같이 보는 것이 Mill이 자유론에서 타해금지원리를 제창했던 때와는 달리 고도로 기술화되고 분업화된 오늘날의 사

회실상에 더 적합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他害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문제된다.

위해(harm)의 개념을 어떻게 파악하는 가에 따라서 ‘타해금지의 원리’의 내용이 달라지게 된다. 상호의존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사회에서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행위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타해의 범위를 직접 피해를 입는 개인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으로 좁게 해석할 것인지, 간접적으로 사회 전체에 미치는 피해나 사회적 비용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해석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위해의 개념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면 현대사회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자유방임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위해의 개념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면 사실상 국가의 무제한적인 개입을 정당화하여 자해금지원리와 차이가 없는 결과를 낳는다.

(가) 헌법 제37조 제2항의 公共福利의 개념과 타해금지원리

1)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공공복리’란 다의적인 개념으로 학설마다 그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으나 소극적 목적보다 적극적 목적을 강조하는 견해가 많다11). 공공복리란 개인적 이익을 초월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결정되는 전체적 이익인 국가절대주의적 공공복리개념 또는 개인적 생활이익을 절대시하는 근대 시민국가적 복리와 구별되는 것으로, 개개인의 사적 이익에 우월하면서 개개인에게 공통된 이익을 의미하는 국민공동의 공공복리개념인 사회국가적 공공복리개념으로, 이는 기본권의 제한사유임과 동시에 사회적 기본권에 대해서는 실천목표가 되는 것으로 사회공동생활의 지표이자 국가적 이념이라는 견해12), 공공복리를 위한 기본권의 제한은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와는 달리 적극적인 복지향상을 위

한 것으로 보는 견해13)등이 그것이다.

2) 사회국가 원리

자유주의적 기본권들은 사회국가원리에 구속된다. 국가는 기본권적 자유에 불가결한 사회적 전제를 창출하고 확보할 책임이 부과되므로 사회적 격차를 상대화하고 자유의 사회적 기초에 해당하는 사회의 발전과 복리를 전체적으로 조정하기 위하여 관여하게 된다14).

3) 국가의 후견적 개입을 허용하는 입법의 증가

私法영역에서도 자신을 노예로 파는 계약과 같은 것을 무효화하고 있으며, 노동법이나 경제법 등의 영역에서는 국가의 광범위한 후견적 개입을 허용하는 입법이 늘고 있다15).

4) 헌법재판소의 결정례

헌법재판소도 경제영역에서의 적극적인 국가목표 등을 “공공복리”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으며(헌재 1996. 12. 26. 96헌가18, 판례집 8-2, 680, 692-693),『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게 신고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교통질서유지 및 사회공동체의 상호이익을 보호하는 공공복리를 위한 필요에서 합리적으로 제정된 것이다.(헌재 1990. 8. 27. 89헌가118, 판례집 2, 222, 235)』라고 설시하였다.

5) 검토

법률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구체화된 우리 헌법질서는 적극적인 복지향상 및 사회공동체의 이익보호를 위한 기본권의 제한도 공공복리를 위한 것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우리 헌법의 인간상과 타해금지원리

우리 헌법제10조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행복추구권을 보장함으로써 개인의 존엄을 규정하고 전체주의를 배격하고 있다.

1) 학설은 우리 헌법질서가 예정하는 인간상을 개인주의도 집단주의도 아닌 것으로 공동체에 구속되는 인격주의적 인간상을 전제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16)17).

2)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1954. 7. 20. 투자보조금사건에서 “기본법의 인간상은 고립된 배타적 개인의 형상이 아니다. 기본법은 공동체에 관련되고 또 공동체에 구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로 인하여 자신의 고유가치를 훼손당하지 아니한다는 의미로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긴장을 결정하였다18).”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인간상 공식을 헌법재판소가 독일기본법 제2조 제1항에 규정된 타인의 권리, 헌법질서, 도덕률과 별도로 일반적 행동자유에 대한 독자적인 제4의 한계, 즉 공동체구속성이라는 한계를 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19). 또한 기본법 제2조 제1항의 헌법질서의 한계를 ‘인간상’의 내용을 통하여 구체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써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긴장지대에 인간의 위치를 설정하고 있다20).

3) 우리 헌법재판소도 학설과 독일헌법재판소의 견해와 같은 입장에서, 우리 헌법의 인간상을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ㆍ사회관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자신의 책임 아래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하는 성숙한 민주시민(헌재 1998. 5. 28. 96헌가5, 판례집 10-1, 541, 555; 헌재 2000. 4. 27. 98헌가16 등, 판례집 12-1, 427, 461)”으로 보고 있다.

4) 검토

우리 헌법상의 기본권이 그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인간관은 개인과 공동체의 상호연관 속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인격체이고, 국가관은 개인의 자유에 초점이 있는 자유민주적 법치국가이면서 동시에 동료 인간들에 대한 배려에 초점이 있는 사회국가이다. 따라서 우리 헌법상의 기본권을 해석함에 있어서 개인절대주의적 또는 국가절대주의적 편향은 허용되지 않으며, 따라서 예컨대 “의심이 있을 때에는 자유에 유리하게”라는 개인우선의 명제가 일반적 해석원칙으로 무조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개인의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이 균형을 잡도록” 기본권이 해석되어야 한다21).

그렇다면 우리 헌법질서가 예정하는 인간상에 비추어 볼 때 사회공동체의 이익보호를 위한 기본권의 제한이 정당화될 여지가 많아진다고 할 것이다.

(다) 他害 개념의 제한적인 확장 필요성

1) 기본권제한의 정당한 입법목적,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방법 등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헌법재판의 기준의 하나로, 타해금지원리만을 채택하고 그 他害의 개념을 지나치게 좁게 설정하면, 公共福利의 개념 안에 적극적인 국가목표도 포함하고 있는 것, 우리 헌법질서의 인간상과 배치된다고 할 것이다.

자유주의 철학에 따라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가안전ㆍ질서유지ㆍ공공복리를 합당하게 축소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22)에서도, 일정한 요건 아래서 경제개입 등 실질적 자유의 향유조건을 창출하기 위한 국가활동을 인정하고 있다23).

2) 그렇다면 타해금지원리만을 기본권제한의 정당화근거로 보지 않고 자해금지원리도 부분적으로 받아들이거나, 他害의 개념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

충분한 검토 없이 자해금지원리에 따른 국가의 개입을 정당화한다면 개인의 모든 생활에 대하여 국가의 개입이 허용될 잠재적 위험성이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물리적 1차적인 인과관계에 의한 타인의 이익에 대한 나쁜 영향만으로 他害의 개념을 한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이지만 사회전체 구성원의 이익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他害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이 상당하다고 여겨진다.

3) 간접적으로 사회적 부담을 발생시키는 개인의 행위가 다른 사람의 권리나 이익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광범위한 개입을 허용할 위험이 있으므로, 이를 제한적으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 한계를 헌법재판소가 적극적으로 개념을 정의하여 규정할 성격은 아니며, 재판기관으로서 국가의 무분별한 개입

의 한계를 설정할 수 있도록 행위의 특징을 가능한 한 열거하고, 국가의 개입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면 족할 것이다.

(1) 운전자의 사망이나 중상의 위험을 줄이는 효과는 운전자 자신과 관련된다.

타해금지원리에 따르면 자기 자신에게만 관련된 문제에 대한 국가의 간섭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좌석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운전자의 행위가 다른 사람과 관련되는지, 운전자 자신에게만 관련된 문제인지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

(2) 동승자의 피해감소와 2차 사고발생 위험감소, 신속한 구조요청 등의 사고수습이라는 효과에 대해서는 간접적이고 파생적인 것에 불과하여 다른 사람의 권리나 이익과 무관하다고 보는 견해24)와 다른 사람의 권리와 관계된다는 견해25)로 나뉜다.

교통사고 발생 순간에 좌석안전띠를 매지 않은 운전자는 좌석을 이탈하여 동승자와 충돌하여 동승자의 중상 또는 사망의 위험을 높인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운전자가 좌석안전띠를 매지 않음으로써 다른 사람의 권리 또는 이익에 영향을 주게 된다 할 것이므로, 좌석안전띠 착용 의무화의 정당성은 커진다고 할 것이다.

(3) 교통사고 사상자를 줄임으로써 구조ㆍ의료ㆍ요양ㆍ간호비용 등 사회전체의 비용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일응 간접적이고 파생적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도로교통이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 교통사고로 인하여 공동체가 지출하는 비용의 중대성 등을 검토할 때 반드시 다른 사람의 권리나 이익을 직접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볼 것인지 논의의 여지가 있다.

(4) 어떤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지 여부는 특정한 사회공동체의 물질적ㆍ사회적ㆍ역사적 환경에 따라서 규정되는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좌석안전띠를 매지 않는 행위는 개인의 인격적 생존의 핵심영역, 내밀한 사생활영역, 인간내면의 양심과 같은 영역, 정치적ㆍ종교적ㆍ철학적인 믿음과 관련된 영역, 인격의 발전, 취미 여가활동 등 인격발현에 관계되는 영역, 생활방식의 다양성에 기여하여 사회와 인류의 문화를 풍부하게 하는데 관계되는 행위영역이라고 볼 수 없다. 오늘날의 도로교통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한 개인의 행위로 공동체 전체가 함께 영향을 받으며, 좌석안전띠를 매지 않는 행위로 운전자가 얻는 성취감은 답답함의 감소 정도로 극히 미미하지만 그 결과로 발생하는 비용 등 사회적 부담은 무척 크다.

또한 좌석안전띠를 매지 않는 행위로 인한 사회적인 불이익과 비용지출은 객관적으로 검증되며, 좌석안전띠를 매지 않은 행위자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며, 좌석안전띠를 착용하지 않는 행위는 교통사고시 동승자의 피해를 증가시키는 직접적인 타익침해의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도 좌석안전띠를 매지 않은 운전자는 그로 인해 자신이 받을 불이익을 회피하거나, 좌석안전띠를 매지 않는 행위를 반복한다고 하여 위험을 감소시키지 못한다. 그로 인하여 좌석안전띠 미착용으로 운전자가 사망 또는 중상이라는 불이익을 받은 경우, 통상 운전자 스스로 그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회 전체에 보건ㆍ연금ㆍ보험ㆍ구조비용 등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운전면허를 가진 국민이 2천만명을 넘는 상황에서 좌석안전띠를 매지 않는 행위를 하는 행위자는 사회보전을 위하여 국가가 개입할 만큼 많다.

(5) 따라서 좌석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결과로 교통사고 발생시에 운전자가 사망 또는 중상에 이르게 되어 발생하는 사회적 부담은 공동체 전체의 이익과 관련된 것이므로, 좌석안전띠를 매지 않아서 발생하는 위험한 결과는 행위자 자신에게만 해를 끼치는 행위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 즉 다른 사람에게도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0조 전문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고, 행복추구권은 그의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과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을 포함한다(헌재 1991. 6. 3. 89헌마204, 판례집 3, 268, 275; 헌재 1998. 5. 28. 96헌가5, 판례집 10-1, 541, 549; 헌재 1998. 10. 29. 97헌마345, 판례집 10-2, 621, 633 등)”고 판시하여, 헌법 제10조 제1항의 행복추구권에 근거한 일반적 행동자유권 또는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행위를 할 것이냐 아니냐에 대한 자유로운 결단을 전제로 하며26), 이성적이고 책임감있는 사람이라면 자기에 관한 사항은 스스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자기결정의 자유가 보장됨으로써 개성이 풍부한 인격의 발전이 기대되게 된다27).

이러한 일반적 행동자유권 또는 자기결정권의 보호범위에 대해서는 개인의 인격적 생존의 핵심영역, 또는 인격의 발전에 관계되는 행위와 관련된 영역에 한정하는 ‘인격적 이익설’28)과 개인의 인격발현과는 무관하게 모든 생활영역의 행위를 보호한다는 ‘일반적 자유설’29)이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일반적 자유설의 입장에서, 해외여행의 자유, 계약체결에서의 사적자치, 경제적 영역에서의 행동의 자유, 공로에서의 자동차운행, 공무원의 부업, 숲속에서의 승마, 선별없는 소의 목축, 공로에서의 기부금모집30),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자유31), 동성연애32), 마약사용33)등

도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보호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러한 일반적 행동의 자유는 합헌적 질서내에서 근거가 없는 국가권력에 의한 불이익한 부담을 지지 않을 기본권적 청구권을 포함한다34).

우리 헌법재판소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에는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행동을 하는 것은 물론 소극적으로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 즉 부작위의 자유도 포함되며35),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포괄적인 의미의 자유권으로서 일반조항적인 성격36)을 가지며, 다른 기본권에 보충적인 성격37)을 가진다고 판시하여, 일반적 자유설에 따르고 있다.

구체적으로 우리 헌법재판소는 일반적 자유설의 입장에서 계약의 자유38), 자유롭게 다른 지역의 탁주를 마실 소비자의 자기결정권39), 미성년자의 당구장 출입40), 소비자의 자기결정권41), 음주측정에 응하지 않는 행위42), 기부금품의 모집행위43), 부동산양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자유44), 결혼식 하객에 대한 음식물 제공45), 성행위 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성적자기결정권46), 노래연습장의 출입47)등을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보호영역으로 판시하고 있다.

즉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모든 행위를 할 자유와 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로,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가치있는 행동만 그 보호영역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48). 따라서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보호영역으로는 머리모양, 복장, 음주여부 등 개인의 생활방식과 취미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며, 개인의 생활방식에는 위험한 스포츠를 즐길 권리, 좌석안전띠나 헬멧을 착용하지 않을 권리 등 “위험한 생활방식으로 살아갈 권리”도 포함된다49). 따라서 좌석안전띠를 매지 않을 자유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나오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보호영역에 속한다.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들은 청구인이 하고 싶지 않은 운전중 좌석안전띠를 매야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이에 위반했을 때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존재한다.

(1) 타해금지원리를 검토하며 살핀 바와 같이, 자동차 운전자에게 좌석안전띠를 매도록 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범칙금을 납부하도록 통고하는 것은, 교통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험과 장애를 방지ㆍ제거하고 사회적 부담을 줄여 교통질서를 유지하고 사회공동체의 상호이익을 보호하는 공공복리를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방법이 적절하다.

(2) 헌법질서가 예정하고 있는 인간상에 비추어 볼 때, 인간으로서의 고유가치가 침해되지 않는 한 입법자는 사회적 공동생활의 보존과 육성을 위하여 주어진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개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할 수 있는바, 운전자가 좌석안전띠를 착용하여야 하는 의무는 이러한 범위 내에 있다 할 것이다. 헌법 제34조 제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된 복잡한

교통상황과 교통사고의 현황에 비추어 볼 때, 국민의 보호를 위하여 국가가 좌석안전띠착용을 의무화하여 교통사고로 인한 국민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험과 장애를 방지ㆍ제거하고 사회적 부담을 줄일 필요성이 있으며, 또한 이러한 국가의 개입은 운전자로서도 예측가능하다.

도로교통법 제48조의2로 인하여 청구인은 운전 중 좌석안전띠를 착용할 의무를 지게 되는바, 이는 운전자의 약간의 답답함이라는 경미한 부담이고 좌석안전띠 미착용으로 청구인이 부담하는 범칙금이 소액인 데 비하여, 좌석안전띠착용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인 동승자를 비롯한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는 재산적인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인 비용을 줄여 사회공동체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므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침해되는 청구인의 좌석안전띠를 매지 않을 자유의 제한이라는 사익보다 크다고 할 것이어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3) 1980년에 처음으로 고속도로에서의 좌석안전띠 착용의무가 규정되었고 그 동안에 일반도로에서는 좌석안전띠 착용에 대한 홍보만 하였으나, 국가의 홍보만으로는 일반도로에서 좌석안전띠 착용율이 높아지지 않아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1990년에 문제되고 있는 일반도로에서의 좌석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된 입법연혁, 뒷좌석 승차자에 대해서는 제재를 부과하지 않고 좌석안전띠 착용 홍보만 이루어지고 있는데 뒷좌석 승차자가 좌석안전띠를 매는 비율이 현저히 낮은 점, 부상 신체의 상태 등으로 좌석안전띠 착용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 많은 예외를 두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계몽이나 홍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운전자의 좌석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한 입법자의 판단이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가) 도로교통법 제118조가 규정하는 범칙금은 도로교통법 제113조, 제114조의 죄에 해당하는 위반행위에 대하여 경찰서장이 통고처분에 의하여 부과하는 제재벌, 금전벌의 성질50)을 가진다. 도로교통법 상의 통고처분은

법원에 의하여 자유형 또는 재산형에 처하는 과벌제도에 갈음하여 행정관청이 법규위반자에게 금전적 제재를 통고하고 이를 이행한 경우에는 당해 위반행위에 대한 소추를 면하게 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통고처분제도는 국가와 범칙자간의 화해 제도라고 하기도 한다51).

(나) 이러한 통고처분은 형사절차의 사전절차로서의 성격을 갖는 점 등으로 일반 행정행위와 다른 법적 성질을 가지지만52), 다른 한 편으로 교통범칙금 통고처분은 도로교통법에 위반된 행위에 대하여 벌칙을 정하면서 특정된 비교적 경미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형사절차에 앞서 행정적 처분에 의하여 일정액의 범칙금을 납부하는 기회를 부여하여 그 범칙금을 납부한 자에 대하여는 기소를 하지 아니하고 사건을 신속, 간이하게 처리하는 절차로서 법원이 공판절차를 통하여 기소된 범죄사실의 유무를 심리, 판단하는 재판절차와는 제도적 취지 및 법적 성질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53).

(다) 도로교통법 상의 통고처분은 형벌적 제재를 유보하고 행정상의 조치를 선행시킨 것이며, 도로교통법 상의 의무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과하여지는 금전적 부담이고 간접적으로 의무이행을 담보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행정벌의 범주에 속한다54). 그런데 범칙금은 형법상의 刑이 아니기 때문에 행정형벌이 아니며, 과태료와 달리 강제집행에 의하여 실현되지 않으므로 행정법상의 의무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형법에 刑名이 없는 벌인 과태료를 과하는 행정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행정질서벌과도 구별된다.

(라) 따라서 범칙금은 행정형벌도 행정질서벌도 아니면서, 도로교통법상의 의무위반에 대하여 형벌적 제재를 유보하면서 행정상의 조치를 선행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특례를 의미한다55). 통고처분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범죄행위임에 틀림없고, 통고처분에 불복할 경우 소추절차로 이행된다는 점에서 통고처분은 엄밀한 의미의 비범죄화 문제와는 구별되지만, 위

반행위자가 통고처분에 승복하면 범칙금의 납부로 법적 제재가 종결되어 수형인명부에 등재되는 등 범죄행위로 인한 사후관리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비범죄화의 정신에 접근하게 된다56).

(가) 문제의 제기

위헌론의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범칙금 통고처분이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 있다.

1) 운전자가 좌석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아서 생기는 사회적 불이익은 간접적인 것에 불과하고, 주된 불이익은 행위자 자신의 사망 또는 중상이라는 결과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자살을 처벌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행위자 본인에게만 불이익을 입힐 뿐인 운전자가 좌석안전띠를 매지 않은 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형벌을 부과할 수는 없다. 개인의 행복은 강제적인 온정주의에 의하여 좋아질 수 없으며,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개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그의 자율성을 침해할 뿐이다.

2) 사회적인 불이익이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좌석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행위는 직접적으로 행정목적을 침해하고 나아가 공익을 침해할 고도의 개연성을 띤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단지 간접적으로 행정상의 질서에 장해를 줄 위험성이 있음에 불과한 단순한 의무태만 내지 의무위반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좌석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하여 곧바로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침해가 일어날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으며, 단지 그러한 위험성이 증가하는데 그친다. 그렇다면 운전자의 좌석안전띠 착용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로 행정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위반행위의 위험성에 대한 법적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3) 행정질서벌인 과태료를 부과하더라도 똑같은 공익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행정형벌을 과하는 것은 기본권을 가장 덜 침해적인 방법으로 제한한다는 헌법적 요청에 반한다.

범칙금 납부 통고처분은 불복할 경우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게 하여 그 납부를 사실상 강제하므로 행정형벌의 집행방법의 하나라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인바, 이는 좌석안전띠 착용의무 위반행위의 위험성에 대한 법적 판단을 그르친 것으로, 행정질서벌의 부과로도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의무위반 행위와 그에 대한 책임이 현저하게 균형을 잃어 헌법 제37조 제2항으로부터 나오는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고, 다른 행정법규 위반자와의 사이에서 헌법상의 평등의 원리에 위반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통고처분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나) 검토

1) 어떤 행정법규위반의 행위에 대하여 이를 단지 간접적으로 행정상의 질서에 장애를 줄 위험성이 있음에 불과한 경우로 보아 행정질서벌인 과태료를 과할 것인지 아니면 직접적으로 행정목적과 공익을 침해한 행위로 보아 행정형벌을 과할 것인지, 행정형벌을 과할 경우 그 법정형의 형종과 형량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는, 당해 위반행위가 위의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가에 대한 법적 판단을 그르친 것이 아닌 한 그 처벌내용은 기본적으로 입법권자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입법재량에 속하는 문제이며(헌재 1994. 4. 28. 91헌바14, 판례집 6-1, 281, 303; 헌재 1998. 5. 28. 96헌바83 판례집 10-1, 624, 635 참조), 특정 인간행위에 대하여 그것이 불법이며 범죄라 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여 이를 규제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도덕률에 맡길 것인지의 문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와의 상호관계를 함수로 하여 시간과 공간에 따라 그 결과를 달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결국은 그 사회의 시대적인 상황ㆍ사회구성원들의 의식 등에 의하여 결정될 수밖에 없다(헌재 1997. 7. 16. 95헌가6등, 판례집 9-2, 1, 19; 헌재 2001. 10. 25. 2000헌바60, 판례집 13-2, 480, 486).

따라서 좌석안전띠를 매지 않은 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액의 산정 및 보험법 상의 불이익만을 가할 것인지, 형사적 제재도 가할 것인지의 여부 및 형사적 제재방법의 선택은 기본적으로 입법권자의 의지 즉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입법권자의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한다.

2) 범칙금 통고처분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정도가 가장 큰 기본권제한수단이라고 볼 수 있는 행정형벌을 과하기 이전에, 좌석안전띠

착용의무 위반행위에 대하여 범칙금 납부로 법적 제재가 종결되도록 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행정질서벌인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범칙금납부 통고처분보다 기본권을 덜 침해한다고 할 수 있으나, 어떤 행정법규위반의 행위에 대하여 행정질서벌인 과태료를 과할 것인지 아니면 행정형벌을 과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입법권자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입법재량에 속하는 문제이다.

오늘날 질서위반법의 영역이 확장되어 일상생활의 상당부분이 질서위반법의 테두리 속으로 들어와 법익침해를 보호하고, 형법도 환경범죄 등의 영역에서 행정명령 위반적 성격을 가지는 행위태양들을 범죄구성요건으로 파악하고 있기에, 범죄행위와 질서위반행위를 그 본질적인 속성만으로 구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범죄행위와 질서위반행위는 행위유형의 속성 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불법내용 및 책임내용의 경중을 함께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57). 따라서 좌석안전띠 미착용행위는 본질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여야 할 질서위반행위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3)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범칙금은 행정형벌이 아니며 비범죄화의 정신에 접근하는 제도로서 범칙금을 납부한 교통범칙자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정도는 행정질서벌인 과태료를 납부한 자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정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좌석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에 대한 제재방법으로 행정질서벌인 과태료보다는 그 정도가 강하지만 행정형벌보다는 그 정도가 약한 범칙금을 선택한 입법자의 판단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과중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4) 그렇다면 범칙금 통고처분은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다.

일반 교통에 사용되고 있는 도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영역이며, 수많은 다른 운전자 및 보행자 등의 법익 또는 공동체의 이익과 관련된 영역으로, 그 위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행위는 더 이상 개인적인 내밀한 영역에서의 행위가 아니며, 자동차를 도로에서 운전하는 중에 좌석안전띠를 착용할 것인가 여부의 생활관계가 개인의 전체적 인격과 생존에 관계되는 ‘사생활의 기본조건’이라거나 자기결정의 핵심적 영역 또는 인격적 핵심과 관련된다고 보기 어려워 더 이상 사생활영역의 문제가 아니므로, 운전할 때 운전자가 좌석안전띠를 착용할 의무는 청구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제재를 받지 않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좌석안전띠를 매었다 하여 청구인이 내면적으로 구축한 인간양심이 왜곡ㆍ굴절되고 청구인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진다고 할 수는 없어 양심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하지 아니하므로, 운전 중 운전자가 좌석안전띠를 착용할 의무는 청구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헌법은 통고처분이나 통고처분에 대한 불복방법에 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통고처분을 인정할 것인지 또는 통고처분에대하여 어떤 형식과 불복제도를 둘 것인가의 문제는 헌법원리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입법자가 정하여야 할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그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도로교통법상의 통고처분은 처분을 받은 당사자의 임의의 승복을 발효요건으로 하고 있으며, 행정공무원에 의하여 발하여 지는 것이지만, 통고처분에 따르지 않고자 하는 당사자에게는 정식재판의 절차가 보장되어 있다.

통고처분 제도는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자로 하여금 형사처벌절차에 수반되는 심리적 불안, 시간과 비용의 소모, 명예와 신용의 훼손 등의 여러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범칙금 납부로써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를 신속ㆍ간편하게 종결할 수 있게 하여 주며, 교통법규 위반행위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현실에서 행정공무원에 의한 전문적이고 신속한 사건처리를 가능하게

하고, 검찰 및 법원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어 준다. 또한 통고처분제도는 형벌의 비범죄화 정신에 접근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통고처분 제도의 근거규정인 도로교통법 제118조 본문이 적법절차원칙이나 사법권을 법원에 둔 권력분립원칙에 위배된다거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이 사건 결정은 ‘위험한 생활방식으로 살아갈 권리’도 헌법상 보호되는 기본권의 보호영역에 속하는지 여부, 공동체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행위에 대해서 국가가 관여할 수 있는 한계 등에 대하여 의미있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전통적인 공동체가 축소된 자리에 새로운 방식의 공동체의 상이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 결정이 판시한 바와 같이 우리 헌법질서가 예정하고 있는 인간상은, 공동체의 단순한 구성분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와 고립된 주관적 개인도 아니기 때문에, 사회공동체의 이익에 영향을 주는 개인의 행위에 대해서는 기본권의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사안은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현황과 좌석안전띠 미착용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공공복리와 질서유지를 위해서 국민의 기본권을 일정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전적으로 행위자 자신에게만 관련된 것이고 다른 사람이나 공동체와는 무관한 것으로 평가되는 행위라면, 공권력의 개입은 신중하여야 할 것이며, 다르게 판단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이익 사이의 조화 및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한계에 대하여 더욱 심도있는 헌법적 쟁송과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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