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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6. 7. 27. 선고 2005헌마1189 공보 [기소유예처분취소]
[공보118호 1200~1208]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교사의 학생 체벌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례

결정요지

교사가 학생의 행동을 바로 잡으려는 의도에서 체벌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체벌의 불가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절차와 방법이 적정하지 아니하며, 체벌의 정도도 가볍지 아니하므로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객관적 타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기소유예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례

참조판례

헌재 2003. 10. 30. 2002헌마518 , 판례집 15-2하, 185

대법원 2004. 4. 25. 선고 98도2389 판결(공2000상, 1345)

대법원 2004. 6. 10. 선고 2001도5380 판결(공2004하, 1187)

참조조문
당사자

청 구 인 김○숙

대리인 법무법인 부산

담당변호사 권혁근

피청구인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

주문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 및 부산지방검찰청동부지청 2005형제24383호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청구인은 ○○고등학교 여교사(전공과목 ○○)이고 김○훈은 위 학교 1학년 8반에 재학하던 남학생이었는데 그의 어머니는 청구인을 폭행죄 등으로 고소하였는바, 고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1) 2005. 5. 23. 09:25경 김○훈이 수업에 지각하였다는 이유로 손바닥으로 위 김○훈의 뺨을 1회 때려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 와우진탕의 상해를 가하고,

(2) 같은달 26. 위 학교에서 김○훈을 교무실로 데리고 가 세워놓고 ‘너는 왜 그리 못되었느냐’고 꾸지람을 하여 교무실에 있던 다른 교사들마다 지나가면서

위 김○훈의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 박거나 막대기로 때리도록 함으로써 위 김○훈을 폭행하고,

(3) 같은달 28. 위 학교에서 위 김○훈의 같은 반 급우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위 김○훈에게 ‘너는 내 손으로 뺨을 때렸지만 너 같은 것은 내 손으로 뺨을 때릴 가치도 없는 놈이다, 너의 행동은 퇴학감이다’라고 말을 하고 이어서 위 김○훈을 교무실로 데리고 가 교사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교무실에 있던 교사들에게 ‘김○훈 이거 퇴학감 맞지요’라고 소리치는 등 위 김○훈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수사결과 위 가.의 (2)항에 대하여는 청구인이 직접 폭행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3)항에 대하여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려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하고, 가.의 (1)항에 대하여는 그 기재된 바와 같은 유형력의 행사만으로는 상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나, 폭행죄의 혐의는 인정된다고 보고 여러 가지 정상을 참작하여 2005. 10. 21.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으며, 청구인은 같은 해 12. 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 위 가.의 (1)항 사건 당시 김○훈은 강○규 등 3인과 함께 식당에서 라면을 먹고 청구인이 진행하던 1교시 수업시간에 25분 늦게 들어갔다. 이에 청구인은 흥분하여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손바닥으로 김○훈의 뺨을 때렸으나 피하자 강○규 등의 뺨을 한 대씩 때린 후, 김○훈에게 ‘너는 왜 피하느냐’고 화를 내며 다시 때릴 때 손끝에 뺨을 맞게 되자 김○훈은 욕설을 하며 교실을 나갔다.

라. 그 후 김○훈은 청구인과 담임 교사 우○호의 상담과 지도를 거부하다가 같은 해 5. 26.부터 학교에 다니기 싫다며 등교하지 않았고, 5. 31. 김○훈의 아버지가 학교에 찾아와 사과한 뒤 김○훈이 등교하였으나 수업시간에 잠을 자면서 교사의 지도에 따르지 않았다. 6. 17. 생활선도협의회에서 김○훈을 퇴학시키기로 결정하였는데, 그 때까지 김○훈은 전체 수업일수 91일 중에서 39일을 결석하였고, 지각 6일, 조퇴 2일, 수업시간 불참 21회였다.

마.김○훈의 어머니는 같은 해 6. 18. 의사로부터 진단서를 발급받고, 학교에 자퇴처리를 요구하여 6. 28. 자퇴처리되자, 7. 4. 청구인을 상대로 위와 같이 고소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및 답변

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의 체벌행위가 징계권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

니하는 정당행위로서 폭행죄가 성립되지 아니함에도 피청구인이 그 혐의를 인정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체벌은 학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허용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교육관련 법령에 의하면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만 체벌을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청구인은 교육상 불가피한 사유가 없는데도 개인적인 감정을 이유로 흥분된 상태에서 체벌을 행하였으니 징계권의 범위를 일탈하여 사회상규에 위반된다. 청구인의 폭행죄 혐의를 인정하고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기소를 유예한 이사건 처분은 정당하다.

3. 판 단

가. 쟁 점

이 사건 쟁점은 교사인 청구인의 체벌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에 있다.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 상규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의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 윤리, 도의적 감정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어서,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가는 구체적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나. 체벌 근거 법령의 내용

각국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인 배경과 국가의 성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체벌은 중세에 이르기까지 가장 효과적인 교육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근대에 이르러 많은 교육사상가들에 의해 체벌이 근본적인 비난을 받게 되면서 점차 완화과정을 걷게 되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미국의 일부 주나 소수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체벌이 비인간적이고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 등으로 법으로 금지하는 경향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통념도 체벌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용적이었는데, 해방 후 아동중심교육이념에 의거하여 체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아울러 청소년들의 반사회적, 반윤리적 행동, 폭력범죄의 증가가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체벌에 대한 찬반 논쟁이 심화되었다. 이에 대통령 자문 교육개혁위원회는 1997. 6. 2.자 보고서에서 체벌은 “21세기를 살아가게 될 신세대의 감각에 맞는 효과적인 생활지도 수단이 아니며 교육적 효과보다는 학생의 정신적 상처를 유발시키고 폭력을 재생산하는 부작용을 초래

할 수 있으므로 학생의 인간적 존엄성이 존중되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하여 학교 내에서의 체벌을 금지하고 이를 교육 관련법에 반영토록 한다”고 보고하였으며 그에 따라 교육관련 법령이 정비되기에 이르렀다.

교육기본법 제12조 제1항은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고, 제2항은 “교육내용, 교육방법, 교재 및 교육시설은 학습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을 중시하여 학습자의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강구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초중등교육법(1997. 12. 13. 공포, 1998. 3. 1. 시행) 제18조 제1항은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그 시행령 제31조 제7항은 “학교의 장은 법 제18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한 지도를 하는 때에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즉, 징계방법으로서의 체벌은 허용되지 않으며, 기타 지도방법으로서도 훈육·훈계가 원칙이고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은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는 취지다. 이러한 법령들에는 시대적인 조류에 따라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의 기본적 인권을 특별히 존중하겠다는 입법자의 결단이 서려있다.

한편, ○○고등학교는 학생생활규정 제58조와 제59조에서1)체벌의 기준·절차·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

하여 2004. 3. 1.부터 시행하고 있다.

다. 정당행위 판단 기준

심한 체벌은 대상학생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고 인격권 내지 인격성장의 권리에 손상을 가져 올 수 있다. 다만 정도가 심하지 않은 체벌은 체벌대상 학생에게도 학습의 효과를 높여주고, 질서가 유지된 상태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할 가능성이 있다. 또 교육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훈계와 벌, 지도와 징계 등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교사는 체벌을 효과적인 교육방법의 하나로 여길 소지가 있다. 이처럼 학교체벌에는 체벌대상 학생과 교사, 다른 학생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므로 그 규율의 형식과 내용, 절차는 법령에 의해 엄격하게 정해져야 한다. 따라서 교사가 학생에게 체벌을 하려면 원칙적으로 위에 본 법령과 규정을 준수하여 행해야 한다. 물론 학생생활규정만이 체벌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때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교사가 이를 무시하고 직무상의 재량이라는 이유로 멋대로 체벌을 가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통념상 용인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교육관련 법령에서 체벌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교육방법이 아니라 극히 제한적인 지도방법으로 정하였고 학생생활규정은 이를 구체화하였으며, 학교는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기본적인 장소이므로 교사가 먼저 인권과 적법절차를 중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미성년의 학생들은 교육을 통하여 인격을 형성하여 가는 과정에 있는데, 정신적 신체적으로 감수성이 예민하고 행동을 절제하기 어려운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다. 사회환경이 급변하면서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자신의 개성과 자유를 중시하며 기존의 가치관념으로 분류

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양식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교사들이 관심영역과 개성이 다른 많은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교육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적절한 교육방법을 택하지 아니하고 체벌로 쉽게 학생들을 통제하려는 것은 교육자로서의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또 벌받을 만한 행동이 반드시 맞을 짓은 아니며, 진정한 벌이나 지도란 학생이 스스로 깨달음을 얻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자칫 심각한 인권침해를 불러올 수 있는 체벌보다 학생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일깨우고 민주적 가치와 인권의식을 체화시키는 대안적 훈육방법, 효과적인 학급경영기법 및 학생지도능력을 강화하여 개발하는 것이 바로 교육담당자의 직무인 것이다.

혹시 학생의 교사에 대한 폭력이나 불손한 행동으로 교사의 권위가 실추되는 예가 있음을 들어 체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행위에 대해 징계를 하는 등으로 대처하여 교사의 권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고, 또 교사나 다른 학생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할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행해지는 체벌 대상 학생에 대한 신체적 위해는 긴급피난이나 정당방위 등의 법리에 의해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도 있다. 체벌로 교사의 권위를 세울 수 있다는 생각은 종래의 뿌리깊은 권위주의적 사고에 터잡아 교사의 권위를 그릇된 방법으로 강조한 것이다. 교사의 참된 권위는 학생들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인격의 주체로 대하고 사랑과 관심을 베풀어 지도하려고 노력할 때에 학생들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체벌이 사회적 상당성을 충족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좁다고 해야 할 것인데, 좀더 구체적으로 현행 교육관련 법령 아래서 사회통념상 체벌의 객관적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체벌은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만 행해져야 한다.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란 훈육이나 훈계 등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는 교정이 불가능하여 체벌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를 말한다. 교사의 성격에서 비롯되거나 감정을 내세워 행해지는 폭력행위는 교육상 필요한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하기 어렵고 다른 대체수단으로 지도할 수 있음에도 체벌을 하는 경우에는 체벌의 불가피성을 충족하기 어렵다.

둘째, 체벌의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체벌 전에 학생에게 체벌의 목적을 알리고 훈계하여 변명과 반성의 기회를 주고, 신체의 이상 유무를 살핀

후 시행해야 한다. 만약 학칙에서 정한 체벌 절차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따라야 한다.

셋째, 방법이 적정해야 한다.

체벌은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정해진 체벌 도구를 사용해야 하고 위험한 도구나 교사의 신체를 이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체벌의 장소는 가능한 한 비공개 장소에서 개별적으로 행해야 한다. 체벌 부위는 상해가 발생할 위험이 적은 둔부 등이어야 한다.

넷째, 그 정도가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학생의 성별·연령·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수인할 수 있는 정도이어야 하고, 특히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주어서는 아니된다[대법원 2004. 6. 10. 선고 2001도5380 판결(공2004하, 1187) 참고].

라. 청구인의 행위의 정당 여부

이제 위에서 검토한 법리를 이 사건에 적용해 본다.

우선, 체벌의 불가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김○훈이 수업시간에 지각한 행위는 지도를 요하는 행위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러한 행위를 고치기 위하여 반드시 빰을 때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업시간에 또는 수업이 끝난 후 타이르거나 담임선생님이나 생활지도부에 넘겨 면담, 훈계 등을 받도록 할 수 있었음에도 뺨을 때린 것으로서 교육상 체벌을 해야 할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청구인은 그 동안 김○훈의 학습태도가 불량하여 계속적인 훈계에도 효과가 없어서 남학생에게 모욕을 가할 의사로 때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구인은 당시 김○훈을 포함한 4명의 학생들이 지각했다는 이유로 때린 것이지 김○훈의 지속적인 학습태도 불량을 이유로 삼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문제의 초점은, 이 사건 당시 수업시간에 지각한 학생들의 뺨을 때리지 않으면 안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에 있는 것이지 김○훈이 뺨 한 대 정도는 맞아도 될 만큼 평소 학습태도가 불량하다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김○훈의 지속적인 학습태도 불량이 청구인의 기소 여부나 양형의 참작사유가 될 수도 있고, 그 자체가 지도를 요하는 행위로서 경우에 따라 체벌의 사유도 될 수 있을 것이나, 이는 별도의 문제다.

더구나 모욕감을 주기 위한 의도로 체벌한 것이라면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의 인권을 최대한으로 존중하도록 한 교육관련 법령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또, 절차와 방법을 준수하지 아니하였다.

위 학생생활규정에, 교사가 체벌을 하려면 사전에

체벌의 사유를 분명히 인지시키고 체벌시행은 다른 학생이 없는 별도의 장소에서 반드시 제3자(생활지도부장이나 교감)를 동반하여 하되, 체벌 전에 학생의 신체적, 정신적인 상태를 점검하며, 일정한 규격의 나무 체벌봉으로 둔부에 시행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교사의 신체를 이용한 체벌이나 얼굴에 가하는 체벌은 금지되어 있다. 이와 같이 체벌의 절차를 신중하게 하고 체벌도구나 체벌부위를 한정한 이유는 교사가 위엄을 유지하면서도 좀더 냉철한 마음으로 체벌의 필요성과 정도를 헤아려 학생에게 큰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체벌을 가하도록 하고, 학생에게는 대체벌을 요구하거나 스스로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주기 위한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절차를 지킬 수 없을 만큼 급박하거나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는데도 청구인은 김○훈 등이 수업시간에 늦게 들어오자 바로 다른 학생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자신의 손바닥으로 뺨을 때렸다.

끝으로, 체벌의 정도가 가볍지 아니하다.

사람의 얼굴은 그의 정체성과 인격을 나타내는 부위로서 소중하게 여겨지는바, 비록 남학생이라고 하더라도 감수성이 예민한 고등학교 1학년의 어린 학생이 공개적으로 뺨을 맞게 되면 신체적 고통보다 인격적인 모욕감을 더 느껴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김○훈이 청구인의 체벌 이후 청구인과의 대화도 싫고 학교도 더 가기 싫어졌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체벌이 학생들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지각한 학생들에게 일단 주의를 주고 수업을진행한 후 수업이 끝난 뒤 훈육을 한다고 하여 학습분위기를 더 해친다고 볼 수도 없고,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라면 지각이나 그에 대한 제재의 의미를 알 수있는 나이에 있으므로 체벌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수업을 한다고 하여 본보기 효과가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청구인이 김○훈의 행동을 바로 잡으려는 의도에서 체벌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체벌의 불가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절차와 방법이 적정하지 아니하며, 체벌의 정도도 가볍지 아니하므로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객관적 타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4. 결 론

결국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체벌행위를 폭행죄로 인정하고 평소 김○훈의 학습태도나 청구인의 교사로서의 근무자세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하여 기소를 유

예한 처분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고, 이로써 청구인의 평등권이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관여 재판관 6인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며, 아래에 기재된 바와 같이 재판관 권 성,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조대현은 반대의견을, 재판관 권성은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표명하였다.

5. 재판관 권 성,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청구인이 김○훈의 뺨을 때린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되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 교사의 학생 훈육 책임

초·중등학교의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가르침과 아울러 그들의 인격이 올바로 형성되도록 지도하는 직무를 담당한다. 초·중등학교의 학생들은 인격을 형성하는 단계에 있으므로 그들의 인격을 올바르게 훈육하는 일은 학생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미성년 학생의 인격이 올바르게 형성되도록 지도·훈육하는 일은 교사의 소중한 직책이다.

우리 헌법질서에 맞는 인간상은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자신의 책임 아래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하는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 개인과 공동체의 상호연관 속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인격체이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2헌마518 결정).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개인주의가 발달할수록 공동체의 질서를 존중하는 의식도 더욱 소중해진다. 그리고 가정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요즈음에는 학교의 인성교육이 더욱 긴요하다. 그러므로 교사는 미성년의 학생들을 사회공동체의 질서를 존중하여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지고 남과 어울려 사는 건전한 사회인으로 육성하여야 한다.

학생의 인격을 올바르게 육성시키는 일은 학생 본인에게 유익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공동이익에 이바지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교사는 미성년 학생의 인격을 올바르게 형성시키기 위하여 또는 그릇된 인격을 바로잡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학생을 훈계할 수 있고 훈계하여야 한다. 교사는 훈계의 필요성 유무를 판단하고 훈계의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여 시행하여야 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학생에 대하여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을 훈계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것도 허용되어야 한다. 이는 교사의 정당한 직무수행이고 책임이다.

교사는 학생의 인성교육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이므로, 학생에 대한 훈계의 필요성과 훈계방법의 선택에 대한 교사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헌법 제31조 제4항이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은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취지이다.

나. 이 사건 체벌행위의 정당행위성

청구인이 김○훈의 뺨을 때린 행위는 폭행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 그런데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사회윤리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행위는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이다.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부정되기 위해서는,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고,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이 꼭 필요하고 상당하며 다른 수단이 없어야 하고,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이 법익균형성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4. 4. 25. 선고 98도2389 판결(공2000상, 1345)].

그러므로 청구인의 김○훈에 대한 폭행행위가 정당행위의 요건에 해당되는지 살펴본다.

(1) 이 사건 체벌행위의 목적

청구인은 고등학교 1학년생인 김○훈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김○훈이 다른 학생 3명과 함께 수업시간에 25분이나 늦게 들어오자, 김○훈을 포함한 학생 4명에게 뺨을 한 대씩 때린 것이다. 김○훈 등 4명의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관한 규칙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던 다른 학생들의 수업을 방해한 것이다. 청구인이 김○훈이나 그와 함께 늦게 참석한 학생들에게 개인적인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거나 교육적 훈계 이외의 목적으로 그들을 때렸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김○훈의 뺨을 때린 목적은 김○훈의 잘못을 훈계하기 위한 것임이 명백하다.

청구인의 폭행은 교사의 교육목적의 훈계행위로서 정당한 직무행위에 해당되고 교육행위의 자주성과 전문성의 차원에서 존중되어야 한다. 적어도 일반인들 사이의 폭행행위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여서는 안 된다.

(2) 이 사건 체벌행위의 불가피성과 상당성

학생의 인권도 존중되어야 하고 학생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은 교육상 불가피한 때에만 허용되어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체벌의 교육적 효과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리고 교육수단으로서

채찍보다 사랑이 더욱 더 효과적이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교육법령도 학생에 대한 체벌행위는 교육상 불가피한 때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도 학생체벌에 관한 절차와 기준을 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학생체벌에 대한 교육적 평가와 형사법적 평가는 구분되어야 한다. 전자는 학생교육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고 후자는 체벌행위자의 형사처벌을 판가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체벌에 관한 교육적 기준은 체벌행위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를 할 때에 참고자료로 될 수 있을 뿐이다. 학생체벌에 관하여 교육적 관점에서 마련된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하여 막바로 학생체벌에 대한 사회적 상당성을 부정하거나 형사처벌의 가벌성을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

김○훈 등 학생 4명은 식당에서 라면을 먹기 위하여 1교시 수업시간을 25분이나 지각했다. 김○훈 등 4인의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관한 규칙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던 청구인과 다른 학생들의 수업을 방해한 것이다. 김○훈 등의 이러한 행위가 잘못된 것이고 훈계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김○훈 등 4인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고 있던 다른 학생들에게도 명백한 일이다. 그러므로 김○훈 등 4인을 체벌하기 전에 체벌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여 사회적 상당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렵다. 김○훈 등의 잘못이 이미 교실 내의 모든 학생들에게 공개되었으므로 김○훈 등에 대한 훈계를 은밀히 하지 않고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하였다고 하여 탓할 수도 없다. 오히려 교실 내의 모든 학생들에게 공개된 잘못에 대해서는 즉석에서 공개적으로 훈계함으로써 잘못한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 대해서도 교육적 효과를 미치게 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김○훈은 결석과 지각·수업이탈이 잦았고 학교 규율을 지키지 않고 교사의 지도조차 거부하는 학생이었다. 청구인으로부터 뺨을 맞자 “씹할 좆같네”라고 욕하면서 교실을 뛰쳐나가기까지 했다. 그 후 부모와 교사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지도를 거부하다가 학교 생활선도협의회로부터 퇴학결정까지 받았다. 이러한 김○훈의 성행에 비추어 보면 김○훈에 대한 체벌의 필요성과 불가피성은 매우 현저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김○훈은 교사의 지도를 거부하는 학생이기 때문에 그를 훈육하기 위해서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이 불가피하고 유일한 훈계수단

이라고 판단한 것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청구인은 손바닥으로 뺨을 한 대씩 때렸을 뿐이다. 김○훈이 피하는 바람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더 때린 것이고, 이는 피하지 않고 뺨을 맞은 다른 학생들과 형평을 맟추기 위한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때린 사람은 여교사이고 맞은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의 남학생들이다. 김○훈 등의 잘못을 훈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폭행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보기 어렵다. 김○훈의 어머니는 김○훈이 와우진탕이라는 상해를 입었다는 진단서까지 발급받아 청구인을 고소하였지만, 그 진단서는 이 사건 체벌행위가 있은 후 26일이 지난 뒤에 귀가 멍하다고 말하여 발급받은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검사도 상해죄는 유죄로 인정하지도 않았다.

청구인은 이 사건 체벌 당시 김○훈 등의 규율위반으로 인하여 화가 났지만 그로 인하여 흥분하거나 흥분상태에서 구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자 고등학생의 경우 신체적 고통보다 여교사로부터 맞는다는 창피감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에 강하게 때리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이러한 진술의 취지를 김○훈에게 모욕을 줄 목적으로 때렸다는 취지로 오해하여서는 안 된다.

청구인이 ○○고등학교의 학생생활규정이 정한 학생체벌의 절차와 방법을 지키지 않은 점은 있다. 그러나 김○훈 등의 규율위반행위는 수업시간 도중에 이루어져 수업을 받고 있던 모든 학생들에게 이미 공개되어 즉석에서 공개리에 훈계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그러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하여 청구인의 체벌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을 잃어 형사처벌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교사의 학생에 대한 체벌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3) 이 사건 체벌행위의 법익균형성

청구인의 체벌행위는 김○훈의 뺨을 한 대 때린 행위로서 형식적으로만 보면 김○훈에 대한 폭행죄를 구성하고 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 그러나 그것은 교사가 김○훈을 올바르게 훈육하기 위한 훈계행위이다. 뺨 한 대로 침해되는 학생의 신체의 자유보다 학생의 잘못을 훈계하여 올바로 훈육하는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의 그릇된 성행을 방치하는 것보다 체벌을 통해서라도 그의 인격을 올바르게 훈육함으로써 인격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학생

의 인권을 더 존중하고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길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미성년 학생들에 대한 인성교육은 교사에게 맡겨진 직책이므로, 교사가 미성년 학생의 올바른 훈육을 위하여 체벌을 훈계수단으로 선택하였다고 하더라도 학생의 신체의 자유보다 교사의 훈육책임을 더 중시하여야 한다. 교사의 체벌행위가 훈계권의 남용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이상 정당한 직무행위로서 보호되어야 한다. 이것은 교사의 권리나 권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을 올바르게 훈육하여 성숙한 사회적 인간으로 육성한다는 공익성 때문이다. 이 경우에 학생의 신체의 자유를 앞세워 교사의 체벌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가치체계를 전도시키는 것이고 학생들의 잘못에 대한 교사의 훈계를 주저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올바른 훈육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국민들의 사회성을 빈약하게 하여 공동체 전체의 불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다.

(4) 결국 청구인의 김○훈에 대한 체벌행위는 직무상의 정당한 훈계행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취소

청구인의 김○훈에 대한 체벌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직무상 훈계행위를 폭행죄의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청구인의 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

6. 위헌의견에 대한 재판관 권 성의 보충의견

가. 청소년에 대한 교육을 맡고 있는 선생님은 지식 이외에 덕망과 위엄, 이 두 가지를 함께 갖추고 교육의 현장에서 상황에 맞게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활용하여야만 교육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그 교육은 온전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성선(性善)의 본성과 성악(性惡)의 본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존재이므로 어려서부터 덕으로 선성(善性)을 권장하고 위엄으로 악성을 절제하여야만 올바른 인간으로 교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위엄이 없으면 학생은 태만과 건방짐의 부덕(不德)에 빠져드는 유혹을 받게 되며 이미 그러한 부덕에 빠진 학생은 선생님이 위엄으로 질책하고 덕망으로 포용하지 않으면 그러한 부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위엄과 덕을 베풀지 않는 선생님이 있다면 그는 보수를 목적으로 지식만을 판매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선생님은 교육의 현장에서 구체적인 상황에 대처하여 때로는 덕망으로, 때로는 위엄으로, 때로는 이 양자를 함께 베풀어, 잘못을 저지른 학생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여야만 하는데 그 구체적인 방법은 당연히 선생님이 그 재량으로 결정하고 선택하여야만 할 것이다.

그리하여 때로는 잘못을 못 본 척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엄히 잘못을 질책하여야만 할 경우도 있을 것이며 또한 그 양자 사이에는 여러 가지 다른 방법으로 대처하여야 할 많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위엄으로 잘못을 질책하여야 할 경우에 반드시 체벌을 사용할 필요는 물론 없는 것이고 또한 체벌의 사용이 언제나 정당시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체벌이 보다 효과적이거나, 체벌이 아니면 질책의 효과가 없다고 할 경우도 있을 것임은 사리상 당연한데 이 경우에 체벌의 필요성 유무에 대한 판단 및 체벌의 구체적 방법의 선택은 역시 선생님의 재량에 맡겨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이러한 때에는 이런 방법을 쓰고 저러한 때에는 저런 방법을 쓰도록 하라고, 미리 규정을 만들어 놓을 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모든 경우에 걸쳐 다 망라하여 규정할 수도 없으려니와 이러한 고정된 규정만 가지고서는 다양한 실제의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규정은 본질적으로 선생님들을 위한 참고용의 가이드라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보아야 한다.

나. 그러므로 문제는 실제의 경우에 행사된 선생님의 재량이 적절한 것이었는가 또는 재량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재량을 남용한 것은 아니었는가 하는 것에 귀착된다.

우선 첫째로, 체벌의 대상이 된 학생의 부덕 내지 비행이 얼마나 중대한 것인지 하는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아주 사소한 비행의 경우라면, 초기에 비행의 단서를 뿌리 뽑는 것이 교육상 필요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은, 체벌의 선택은 재량의 남용이라고 볼 소지가 많다.

둘째로, 설혹 잘못이 있다고 하여도 이를 덮어주고 모르는 척 하는 것이 오히려 잘못을 고치게 하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되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 과연 그 잘못에 대하여 체벌이 필요한 것이었는지 하는 점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체벌을 가하는 것으로는 이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거의 교정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심각한 비행에 대하여 체벌을

가하는 것은 오히려 체벌의 필요성에 대한 재량을 그르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로, 선생님 자신의 폭력적 성향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또는 그러한 성향의 발로로 말미암아 의식, 무의식 간에 체벌이 선택된 것은 아니었는지 하는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선생님의 폭력적 성향이나 기질로 인하여 체벌이 행사되었다면 이는 재량의 남용에 해당할 경우가 많을 것이다.

넷째로, 잘못을 저지른 학생 이외의 다른 학생에 대하여 체벌이 미치는 교육적 효과 또는 반교육적 효과에 대하여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사소한 잘못 또는 용서를 받아도 좋을 만한 잘못이라고 다른 학생들이 생각하는 부덕 내지 비행에 대하여, 선생님이 체벌을 가한다면 이는 다른 학생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고 그 결과, 선생님을 무오류(無誤謬)로 믿고 싶어 하는 순진한 학생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반교육적 효과를 일으킨다. 반대로 마땅히 엄히 질책되어야 할 비행을 선생님이 방치하는 것을 본 학생들에게는 이른바 ‘깨진 창문’ 이론이 제시하는 ‘무질서의 만연’을 당연시하는 반교육적 효과를 일으킨다. 잘못에 대한 체벌이 다른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일으켜 자기절제를 유도하는 교육적 효과를 갖는 점에 대하여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른 학생들에게 반교육적 효과를 일으키는 체벌이라면 이는 재량을 그르친 것이 될 소지가 있다.

끝으로, 체벌의 내용과 정도가 비행에 비하여 과도한 것은 아니었는지 하는 점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가혹하고 무자비하다고 일반적으로 여겨질 체벌은 어느 경우에도 재량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이상에서 검토한 여러 가지 기준에 비추어 체벌의 선택과 행사가 현저히 재량을 남용하거나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 아닌 한 선생님의 체벌행위는 최소한 형법상으로는 정당한 행위로서 폭행의 위법성을 조각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이제 이 사건에 돌아와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문제의 학생은 수업일수 91일 중 결석이 39일, 지각이 6일, 조퇴가 2일, 수업시간 불참이 21회나 되었고 평소 성행이 불량하고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는 태도를 보였는데다가 사건 당일에는 다른 학생 3인과 함께 식당에서 라면을 먹고 1교시 수업시간에 25분이나 늦게 들어왔다는 것이다.

우선 이러한 경우에 이를 질책함이 없이 그대로 방임한다면 문제의 학생 자신 및 다른 학생들에게, 규칙을 무시하고 태만을 부리고 건방을 떨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여도 괜찮다는 반교육적 분위기와 인식을 만연시킬 우려가 있어 이는 사소한 잘못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나아가 청구인이 시도한 체벌이라는 것도 여자의 손바닥으로 뺨을 한차례 가볍게 때리는 것 정도이었으므로 이를 잘못에 비하여 과중한 체벌이었다고는 역시 도저히 인정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청구인의 이러한 체벌행위가 그 자신의 폭력적 성향이나 기질에서 연유한 것이라고 볼 자료도 전혀 없다.

끝으로, 회초리(또는 나무막대)를 사용하는 대신 손바닥을 사용하는 것이 언제나 무방하다거나 바람직하다고는 물론 할 수 없다. 그러나 회초리를 휴대하지 않았다거나 가까운 곳에 이것이 비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 상황에 따라서는, 즉석에서 체벌과정을 끝내고 곧이어 수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현장을 정리하기 위하여, 회초리의 사용 이외의 다른 대체수단을 재량으로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에서 한 바와 같은 선택을 재량의 남용이나 한계의 일탈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청구인의 체벌행위는 체벌에 관한 선생님의 재량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 아니어서 최소한 형법의 적용 측면에서는 정당한 행위이고 따라서 폭행의 위법성을 조각한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 청구인이 한 것과 같은 이 정도의 체벌행위를 형법상 정당한 행위로 인정하지 아니하고 폭행죄가 된다고 한다면 선생님들은 교육의 현장에서 상당한 체벌을 가하여야 할 경우라고 생각되는 경우를 만나 이를 벌하기 위하여 손을 들거나 매를 들었다가도, “이렇게 했다가는 폭행죄로 고소당하거나 처벌되지 않을까” 하는 찜찜한 생각에 우물쭈물하다가 손을 내리고 마는 안일과 나약과 무책임 속으로 도피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기강과 가치관의 심각한 붕괴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청소년교육의 장래가 더욱 황폐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할 때 이것은, 양을 훔친(攘羊) 아버지를 고발한 아들을 곧은 사람(直躬)이라고 사직당국이 평가하는 것과 같아서, 아들이 아버지를 숨겨주는 것 가운데에 곧음이 있다고 보는 도덕적 성찰을 근저에서 허무는 것이다.

라.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이 선생님으로서의 재량에 의하여 비행학생을 가벼운 체벌의 방법으로 적절히 훈계하여 교사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이로써 보람과 행복을 찾고자 하는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므로 이는 마땅히 취소되어야 한다

고 생각한다. 이에 위헌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제출하는 바이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공현 조대현(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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