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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0. 11. 25. 선고 2006헌마328 공보 [병역법 제3조 제1항 등 위헌확인 (제8조 제1항)]
[공보(제170호)]
판시사항

가.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18세부터 제1국민역에 편입되도록 한 구 병역법(1983. 12. 31. 법률 제3696호로 개정되고, 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병역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의 청구기간 도과 여부(적극)

나.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에 한하여 병역의무를 부과한 구 병역법 제3조 제1항 전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평등권 침해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청구인은 구 병역법 제8조 제1항, 제2조 제2항에 의하여 18세가 되는 해의 1. 1.에 제1국민역에 편입되었는바, 그로부터 1년이 경과하여 한 구 병역법 제8조 제1항에 대한 청구는 청구기간이 도과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나. (1)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송두환의 기각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이 특별히 양성평등을 요구하는 경우나 관련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경우의 차별취급을 그 내용으로 하

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징집대상자의 범위 결정에 관하여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된다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완화된 심사기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집단으로서의 남자는 집단으로서의 여자에 비하여 보다 전투에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개개인의 신체적 능력에 기초한 전투적합성을 객관화하여 비교하는 검사체계를 갖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여자의 경우에도 월경이나 임신, 출산 등으로 인한 신체적 특성상 병력자원으로 투입하기에 부담이 큰 점 등에 비추어 남자만을 징병검사의 대상이 되는 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이 현저히 자의적인 차별취급이라 보기 어렵다. 한편 보충역이나 제2국민역 등은 국가비상사태에 즉시 전력으로 투입될 수 있는 예비적 전력으로서 병력동원이나 근로소집의 대상이 되는바, 평시에 현역으로 복무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병력자원으로서 일정한 신체적 능력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므로 보충역 등 복무의무를 여자에게 부과하지 않은 것이 자의적이라 보기도 어렵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성별을 기준으로 병역의무자의 범위를 정한 것은 자의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2) 재판관 김희옥의 위 기각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입법자로서는, 현역 이외의 대체적 복무 형태는 국토방위라는 병역의무 본래의 목적과 관련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도록 하고, 병역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는 국민은 다른 형태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지원하도록 하는 등의 진지한 개선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그 구체적 내용은 입법자의 광범위한 형성 영역에 있다.

(3)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의 기각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기본의무인 국방의 의무의 부과에 관한 것이므로 그에 대한 심사는 기본권의 과잉제한을 논할 필요가 없고, 다만 기본의무의 부과가 그 목적에 있어 정당한지, 그 부과 내용이 합리적이고 공평한지 여부를 따지는 것으로 족하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보위를 목적으로 하는 국군의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한 것으로서 여자의 신체적 특징, 대한민국의 국방안보현실 등을 고려할 때 기본의무 부과에 있어 지켜야 할 헌법상 신사기준을 충족시킨다.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목영준의 위헌의견

헌법상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지는바,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조건 등에 따르는 차별취급은 용인되어야 할 것이나, 병역법은 국방의 의무 가운데 그 복무 내용이 신체적 조건이나 능력과 직접 관계되지 않는 의무까지도 남자에게만 부과함으로써 남자와 여자를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취급하고 있고, 현재 그러한 차별의 불합리성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방의 의무의 자의적 배분으로서 남성의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민형기의 각하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선언되더라도 종래 여자들이 병역의무를 부담하지 않던 혜택이 제거되는 것일 뿐 청구인과 같은 남자들의 병역의무의 내용이나 범위 등에 어떠한 직접적이고 본질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거나 자기관련성 또는 심판청구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조항에 대한 청구는 부적법하다.

참조판례

가. 헌재 2007. 2. 22. 2003헌마428 등, 판례집 19-1, 118, 131

나. 헌재 1999. 12. 23. 98헌마363 , 판례집 11-2, 770, 787, 783

헌재 2002. 11. 28. 2002헌바45 , 판례집 14-2, 704, 710

당사자

청 구 인김○훈

국선대리인 변호사 채형석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1981. 8. 13.생의 남성이고, 2005. 10. 1. 모집병(카투사)에 지원하여 2005. 12. 3. 병무청으로부터 육군 모집병 입영통지서를 이메일로 수령한 후 2006. 3. 13. 입대하였다.

(2) 청구인은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구 병역법 제3조 제1항제8조 제1항이 청구인의 평등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2006. 3. 10. 위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과 관련조항

청구인은 구 병역법 제3조 제1항제8조 제1항 전체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구 병역법 제3조 제1항 후문은 여성의 병역에 관한 사항을 정한 것으로 남성인 청구인에 대하여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함이 명백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구 병역법(1983. 12. 31. 법률 제3696호로 개정되고, 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전문 및 제8조 제1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로 한정하기로 한다.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법률조항]

구 병역법(1983. 12. 31. 법률 제3696호로 개정되고, 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병역의무) ①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헌법과 이 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자는 지원에 의하여 현역에 한하여 복무할 수 있다.

제8조(제1국민역에의 편입 및 편입대상자신고) ①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18세부터 제1국민역에 편입된다.

[관련조항]

구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목적) 이 법은 대한민국 국민의 병역의무에 관하여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3조(병역의무) ②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병역의무에 대한 특례를 규정할 수 없다.

③ 제1항에 따른 병역의무 및 지원은 인종·피부색 등을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병역의무자로서 6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병역에 복무할 수 없으며 병적에서 제적된다.

제5조(병역의 종류) ① 병역은 다음 각 호와 같이 현역·예비역·보충역·제1국민역 및 제2국민역으로 구분한다.

1. 현역:징집 또는 지원에 의하여 입영한 병과 이 법 또는 「군인사법」에 의하여 현역으로 임용된 장교·준사관·부사관 및 무관후보생

2. 예비역:현역을 마친 사람 기타 이 법에 의하여 예비역에 편입된 사람

3. 보충역:징병검사를 받아 현역복무를 할 수 있다고 판정된 사람중에서 병력수급사정에 의하여 현역병입영대상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사람과 공익근무요원·공중보건의사·징병전담의사·국제협력의사·공익법무관·공익수의사·전문연구요원·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 또는 의무종사하고 있거나 그 복무 또는 의무종사를 마친 사람 기타 이 법에 의하여 보충역에 편입된 사람

4. 제1국민역:병역의무자로서 현역·예비역·보충역 또는 제2국민역이 아닌 사람

5. 제2국민역:징병검사 또는 신체검사결과 현역 또는 보충역복무는 할 수 없으나 전시근로소집에 의한 군사지원업무는 감당할 수 있다고 결정된 사람 기타 이 법에 의하여 제2국민역에 편입된 사람

2. 청구인의 주장요지

가. 헌법 제39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여성에게는 병역의무를 면제하여 남성과 여성을 차별취급하고 있다. 한편 헌법 제11조 제1항은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여 특별히 양성간 평등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취급에 대하여는 보다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되어야 할 것인바, 군사현실의 변화와 병역의무의 내용의 다양화에 따라 여성에 대한 일괄적 병역면제 외에도 국방력 유지 등 입법목적을 달성할 다양한 수단이 존재함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여성에 대하여는 병역의무를 면제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나.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들은 군대에서 복무하는 동안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도록 하고, 지정된 군시설에 거주하도록 하며, 학업을 중단하도록 하여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학문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

3. 구 병역법 제8조 제1항에 대한청구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그 사유가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므로(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은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법령이 시행된 날부터 1년 이내에, 법령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부터 90일,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헌재 2007. 2. 22. 2003헌마428 등, 판례집 19-1, 118, 131 참조).

그런데 1981. 8. 13.생인 청구인은 구 병역법 제8조 제1항, 제2조 제2항에 의하여 1999. 1. 1. 제1국민역에 편입되었고, 그 때에 구 병역법 제8조 제1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할 것인바, 그로부터 1년이 경과하여 한 이 사건 심판청구 가운데 구 병역법 제8조 제1항에 대한 청구는 청구기간이 도과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4. 본안 판단

가. 현행 병역법의 체계

현행 병역법(이하 ‘법’이라 한다)은 대한민국 국민의 병역의무에 관하여 규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법 제1조), 병역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병역의무에 대한 특례를 규정할 수 없다(법 제3조 제2항)는 점에서 병역의무에 관한 기본법적 성격을 가진다.

현재 병역은 현역·예비역·보충역·제1국민역·제2국민역으로 구분되고(법 제5조),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18세부터 제1국민역으로 편입되는데(법 제8조, 구 병역법 제8조 제1항과 같다), 일정한 경우 징병검사를 거치지 아니하고 병역면제 또는 제2국민역 편입처분을 받을 수 있으나(법 제64조), 그 외에는 원칙적으로 병역의무자가 19세가 되는 해에 신체검사와 심리검사로 이루어진 징병검사를 거쳐 구체적인 병역처분(현역, 보충역, 제2국민역 편입 또는 면제)을 받으며(법 제11조, 제14조), 병역처분은 일정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변경가능하다(법 제65조).

현역은 입영한 날부터 일정기간 군부대에서 복무하고(법 제18조, 제19조 등), 보충역은 공익 업무나 전문분야 업무와 관련하여 일정기간 복무하며(법 제26조 내지 제43조), 일정기간의 현역복무를 마친 사람들은 예비역으로 분류된다(법 제5조 제1항 제2호).

예비역과 일정한 보충역은 병력동원소집대상이 되고(법 제44조), 병력동원소집대상에서 제외된 보충역과 제2국민역은 전시근로소집대상이 되며(법 제53조), 보충역, 승선근무예비역, 제2국민역 등은 일정한 경우 교육소집 대상이 된다(법 제55조).

한편 징병검사·현역병입영·공익근무요원 소집의무는 일정한 나이에 달하면 면제되고, 면제된 사람은 제2국민역에 편입되며(법 제71조 제1항), 현역·예비역·보충역의 병과 제2국민역의 병역의무는 40세까지이다(법 제72조 제1항).

이상 살핀 바와 같이 병역법은 병력수급사정과 징병검사 결과를 고려하여 평시에 군대의 구성원이 될 자, 국가비상사태의 발생시에 군대의 구성원이 될 자 및 군사지원업무를 수행할 자들의 복무내용 등 법률관계를 규율하고 있는 것으로, 그 초점은 국가 안보를 위한 적정한 병력규모를 상시적으로 유지하면서 국가비상사태의 발생시를 대비한 전력의 탄력성을 아울러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송두환의 기각의견

(1)구 병역법 제3조 제1항 전문의 의미 및 문제 제기

구 병역법 제3조 제1항 전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헌법과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대한민국 국민 중 남자는 원칙적으로 병역의무자임을 밝히고 있으며, 이는 징병검사의 대상자가 된다는 의미이다.

한편 대한민국 국민인 여자가 병역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는 병역법상 직접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나, 구 병역법 제3조 제1항 후문은 “여자는 지원에 의하여 현역에 한하여 복무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바, 현역복무에 지원할 권리만을 인정한 위 규정의 반대해석상, 여자는 병역의무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방의 의무 가운데 병역의무를 부담하는 대상자를 ‘대한민국 남자’로 정하여 병역의무자의 범위에서 여성을 배제한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한 ‘병역의무’와 ‘국방의 의무’가 동일한 것은 아니나, 병역의무는 국방의 의무의 주

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바, 국방의 의무를 입법을 통하여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남성과 여성에 대하여 서로 다른 범위의 의무를 부과한 것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차별취급인지, 평등권침해 여부가 문제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평등권침해 여부

(가) 심사기준

평등권침해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 엄격한 심사척도에 의할 것인지, 완화된 심사척도에 의할 것인지는 입법자에게 인정되는 입법형성권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다.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나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입법형성권은 축소되고, 보다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헌재 1999. 12. 23. 98헌마363 , 판례집 11-2, 770, 787 참조).

1)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선언하면서, 이어서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성별’을 기준으로 병역의무를 달리 부과하도록 한 규정이고, 이는 헌법 제11조 제1항 후문이 예시하는 사유에 기한 차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헌법 제11조 제1항 후문의 위와 같은 규정은 불합리한 차별의 금지에 초점이 있고, 예시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절대적으로 차별을 금지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입법자에게 인정되는 입법형성권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성별’의 경우를 살펴보면, 성별은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생래적인 특징으로서 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매우 오랜 기간 동안 대표적인 차별가능사유로서 정당화되어 왔기 때문에, 불합리한 차별을 극복해야 할 절실한 필요에 의하여 우리 헌법이 이를 차별금지의 사유로 예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헌법규정이 남성과 여성의 차이, 예컨대 임신이나 출산과 관련된 신체적 차이 등을 이유로 한 차별취급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며, 성별에 의한 차별취급이 곧바로 위헌의 강한 의심을 일으키는 사례군으로서 언제나 엄격한 심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우리 헌법은 ‘근로’, ‘혼인과 가족생활’ 등 인간의 활동의 주요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으로서 성별에 의한 불합리한 차별적 취급을 엄격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는 영역에 대하여는 양성평등 보호규정(제32조 제4항, 제36조 제1항)을 별도로 두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이 헌법이 특별히 양성평등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왔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2) ‘국가의 안전보장’은 국가의 존립과 영토의 보존, 국민의 생명·안전의 수호를 위한 불가결한 전제조건이자 모든 국민이 자유를 행사하기 위한 기본적 전제조건으로서 헌법상 인정되는 중대한 법익이고, 국방의 의무는 국가의 안전보장을 실현하기 위하여 헌법이 채택한 하나의 중요한 수단이다(헌법재판소 2004. 10. 28. 2004헌바61 등, 공보불게재). 즉 우리 헌법제39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는바, 모든 국민은 외부 적대세력의 직ㆍ간접적인 침략행위로부터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 의무를 진다고 할 것이다.

현재 국방의 의무는 병역법향토예비군설치법, 민방위기본법, 비상대비 자원관리법, 징발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여러 법률을 통하여 구체화되어 있는바, 병역법에서 구체화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서 그 의무자의 기본권이 여러 가지 면에서 제약을 받게 되는 점은 인정되나, 이는 헌법상의 국방의 의무의 규정에 의하여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서, 국가나 공익목적을 위하여 개인이 특별한 희생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헌재 1999. 12. 23. 98헌마363 , 판례집 11-2, 770, 783)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나아가 징집 대상자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는 그 목적이 국가안보와 직결되어 있고, 그 성질상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최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목적적으로 정해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입법자 등의 입법형성권이 매우 광범위하게 인정되어야 하는 영역이다(헌재 2002. 11. 28. 2002헌바45 , 판례집 14-2, 704, 710).

국제무대에서의 패권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한 군사력은 위험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고, 한 국가의 적정한 병력규모는 일반적으로 그 나라가 처한 군사적 위협의 정도를 우선으로 하여, 정치·외교 환경, 경제규모 등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인바, 헌법상 국방의 의무를 부담하는 국민들 중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국군의 구성원으로 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국가의 안보상황, 재정능

력 등의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국가의 독립을 유

지하고 영토를 보전함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결정할 사항인 것이다(헌재 1999. 2. 25. 97헌바3 , 판례집 11-1, 122;헌재 2002. 11. 28. 2002헌바45 , 판례집 14-2, 704, 709-710 참조).

4)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이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는 경우나 관련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경우의 차별취급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징집대상자의 범위 결정에 관하여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완화된 심사척도에 따라 자의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나) 판단

이 사건 법률조항이 병역의무자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으로서 ‘성별’을 선택한 것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취급인지 살펴본다.

1) 일반적으로 집단으로서 남자는 여자에 비하여 근력, 순발력 등이 우수하고, 여자는 남자에 비하여 유연성 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는 등 서로 다른 신체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런데 전투를 수행함에 있어 요청되는 신체적 능력과 관련하여 본다면, 무기의 소지·작동 및 전장의 이동에 요청되는 근력 등이 우수한 남자가 전투에 더욱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집단으로서의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개개인을 대상으로 판단하는 경우, 여자가 남자에 비하여 전투에 적합한 신체적 능력이 우월한 사례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개개인에 적용되는 신체적 능력의 구체적인 평가기준을 세우는 것은 곤란하고, 병역기피를 위하여 신체적 능력 측정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투수행을 위한 신체적 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하여 병역면제 대상임이 명백한 경우를 발견하는 것을 넘어, 보다 구체적으로 개개인의 신체적 능력을 수치화, 객관화하여 비교하는 검사체계를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또한 신체적 능력이 매우 뛰어난 여자의 경우에도 그 생래적 특성상 월경이 있는 매월 1주일 정도의 기간 동안 훈련 및 전투 관련 업무수행에 장애가 있을 수 있고, 특히 가임기 여자는 현재 임신상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언제든 임신·출산과 출산 후 수유 등 대체 불가능한 부담을 질 개연성이 있는바, 임신중이거나 출산 후 일정한 기간은 위생 및 자녀양육의 필요성에 비추어 영내생활이나 군사훈련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나아가 여자는 전시에 포로가 되는 경우 등에 있어, 남자에 비하여 성적 학대를 비롯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에서 군사작전 등 실전투입에 부담이 크다.

이러한 신체적 특징의 차이의 기초하여, 입법자가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하여 남자만을 징병검사의 대상이 되는 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이 현저히 자의적인 것이라 보기 어렵다.

2) 한편 청구인은 현역 외에 보충역으로 복무하는 데에는 신체적 능력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아니함에도 여자를 배제하는 것은 자의적인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현역 외의 보충역이나 제2국민역 역시 국가 안보를 위한 병력자원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적정한 병력규모를 초과하는 과다한 병력을 형성하는 경우, 그와 같은 병력을 유지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우리의 경제현실에 비추어 곤란하고, 또한 과다한 병력의 유지는 인접 국가를 자극하여 군비경쟁을 촉발하고 오히려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군사문화의 사회적인 확산 및 헤게모니 장악은 자유와 평등, 평화의 헌법적 이념의 실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평시의 병력규모는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되어야 하고, 현역의 수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국가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예비적 전력을 확보하고, 유지할 필요가 있음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병역법은 언제든 국가비상사태에 즉시 전력으로 편입될 수 있는 예비적 전력으로서 보충역과 제2국민역을 두어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에 병력동원 내지 근로소집의 대상이 되도록 한 것이다.

결국 보충역이나 제2국민역이 평시에 군인으로서 복무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병력자원으로서의 일정한 신체적 능력 또는 조건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의 위와 같은 주장은 이유없다.

3) 또한 비교법적으로 보아도,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입법이 현저히 자의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없다. 징병제가 존재하는 70여 개 나라 가운데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국가는 이스라엘 등 극히 일부 국가에 한정되어 있으며,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대표적 국가인 이스라엘의 경우도 남녀의 복무기간 및 병역거부 사유를 다르게 규정하는 한편, 여성의 전투단위 근무는 이례적인 것이 현실이다.

4) 그 밖에 남녀의 동등한 군복무를 전제로 한 시설과 관리체제를 갖추는 것은 역사적으로나 비교법적으로 전례가 없어 추산하기 어려운 경제적 비용이 소요

될 수 있고, 현재 남자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군조직과 병영의 시설체계 하에서 여자에 대해 전면적인 병역의무를 부과할 경우, 군대 내부에서의 상명하복의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희롱 등의 범죄나 남녀간의 성적 긴장관계에서 발생하는 기강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없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5)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성별을 기준으로 병역의무자의 범위를 정한 것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취급으로서 자의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3) 그 밖의 청구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병역의무를 부담하게 됨에 따라 직업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학문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나, 병역의 종류에 따라 달리 부과되는 구체적인 의무 이행에 따르는 기본권의 제한에 관하여 특정하여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법률에 의한 병역의무의 형성에도 헌법적 한계가 없다고 할 수 없고 헌법의 일반원칙, 기본권보장의 정신에 의한 한계를 준수하여야 할 것이나(헌재 1999. 2. 25. 97헌바3 , 판례집 11-1, 122, 130),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병역의무 부과 자체로 인한 기본권의 제한은 국가 안전보장을 위하여 숙련된 전투병을 양성·유지하고, 국가 비상사태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기본권보장의 정신에 의한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려우며, 그 밖의 개별 병역처분에 따른 구체적 의무 부과가 지나친 것인지 여부는 이 사건 심판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다. 재판관 김희옥의 위 나.항의 기각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위 나.항의 합헌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면서, 다만 헌법상 국방의 의무의 의의에 비추어 이에 관한 현행법에 대하여는 더욱 진지한 입법자의 개선 노력이 필요함을 지적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보충의견을 밝혀두고자 한다.

헌법 제39조 제1항에서 국방의 의무의 주체를 모든 국민으로 정한 것은 국가존립의 기초가 되는 기본 의무를 원칙적으로 국민 모두가 분담하도록 함으로써 국가공동체의 통합을 지향하는 의미가 내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행법상 국방의 의무로서 남성이 원칙적으로 현역과 예비역 등을 포함하는 병역의무와 민방위기본법상의 민방위대를 구성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과 달리, 여성은 이러한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고, 다만 남성과 같이 민방위기본법상의 협조의무와 징발법상 징발목적물 제출 의무 및 비상대비자원 관리법상 중점관리대상자원으로 지정된 경우의 훈련의무를 부담할 뿐이므로(민방위기본법 제3조 제2항, 제18조, 징발법 제9조 제1항, 비상대비자원 관리법 제2조 제1항, 제11조), 그 내용에 있어 남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헌법 제39조 제2항에 의하여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한 법적인 불이익 처우가 금지되고 제대군인에 대한 지원책이 존재함에도,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남성들이 병영생활을 하는 동안은 물론 전역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회적·경제적 불이익을 체감하는 이유는, 병역의무는 특정한 연령대에서 일정 기간 노동력을 타율적으로 제공하는 비대체적·일신전속적 성격이 있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누릴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제도적 자유에서 오는 이익을 다른정책적 입법으로 보전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현실적으로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한 불이익을 국방의 영역이 아닌 다른 정책적 입법으로 보전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국민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국민의 의무 이행을 다른 형태로 지원하고 그들의 불이익을 보전하는 데에 인적·물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둔다면, 이는 간접적으로 국토방위에 기여하는 국방의 의무의 내용이 될 수 있고, 국가공동체의 통합이라는 지향점에 따라 모든 국민이 부담하는 국방의 의무를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음에도 입법자는 이러한 고려를 소홀히 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한편 헌법 제39조의 국방의 의무는 본질적으로 국가공동체의 위기 상황에 대비한 고도의 전략적 고려를 전제로 하는 광범위한 입법재량으로 구체화되는 것이면서도, 기본권 보장 체계를 중심으로 하는 우리 헌법상 예외에 해당하는 국민의 의무로서 그 내용은 직·간접적으로 국토방위라는 목적과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현역 복무 이외의 사회적·공익적 서비스를 병역의무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것은 대체적 복무를 부과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국토방위라는 병역의무 부과 목적과의 연관성을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특히 여성에게 대체적 복무 형태의 병역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것도 현저히 자의적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점에도 그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있

다.

그런데 현행법상의 병역의무는 예컨대 보충역 등에 있어 사실상 국방과 관련이 거의 없는 사회적·공익적 서비스를 내용으로 하는 광의의 대체적 복무 형태가 점점 다양화되고 그 외연이 갈수록 확대되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경향은 국방의 의무의 내용을 국가가 국토방위라는 목적과는 상관없이 다른 광범위한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도 국민의 노동력을 원칙적으로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변질시킬 우려가 있으며, 이는 국민의 의무를 예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체계에 어긋날 수 있다.

요컨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방의 의무의 형성에 관한 입법재량의 고도의 전략적 특성에 비추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하지만, 현행법상 병역의무 이외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국방의 의무에 대한 고려는 미흡하면서, 병역의무의 내용에 있어 국토방위라는 목적과의 연관성보다는 국민의 노동력의 무상 사용이라는 성격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경향은 모든 국민을 국방의 의무의 주체로 정하여 국가공동체의 통합을 지향하고 있는 헌법 제39조 제1항의 정신 및 헌법상 국민의 의무의 예외성에 비추어 볼 때 문제점이 없지 않다. 그러므로 입법자는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함에 있어 현역 이외의 대체적 복무 형태는 국토방위라는 병역의무 본래의 목적과의 연관성을 유지하면서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도록 하고, 병역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는 국민이 다른 형태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지원하고 그 이행으로 인한 광범위한 불이익을 보전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진지한 개선의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입법자의 광범위한 형성 영역에 있다고 할 것이다.

라.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의 기각의견

우리는 남자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위 나.항의 기각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나, 그렇게 보는 근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견해를 달리한다.

(1) 우리 헌법은 국민의 기본적 권리의 보장과 그 제한에 관하여 헌법 제10조 내지 제37조에서, 기본적 의무의 부과에 관하여 헌법 제38조제39조에서 각각 별도로 규정함으로써, 헌법의 존립과 국가공동체의 보존ㆍ유지를 위하여 기본권과 기본의무를 대등하게 결합시켜 놓고 있는바, 이러한 기본구도에 비추어 볼 때, 국민의 기본의무 중 하나로서 헌법 제39조가 규정하고 있는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과 그 차원이 다른 것이어서, 그 위헌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개별 기본권을 과잉제한하느냐 하는 문제는 논할 필요가 없고, 오직 국방의 의무라는 기본의무를 부과한 것이 헌법적 관점에서 볼 때 그 목적에 있어 정당한지 또 그 부과내용에 있어 합리적이고 공평한 것이었는지를 따짐으로써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본의무 부과내용이 합리적이고 공평한 것인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입법자가 해당 기본의무를 부과함에 있어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나 원리들, 즉 명확성의 원칙,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기본권존중의 원칙, 평등원칙 등을 충실히 준수하였는지를 심사하게 될 것이므로, 위에서 제시한 기본의무 부과의 위헌성 심사기준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위헌성 심사에 적용되는 과잉금지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하여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소홀하게 될 것으로 우려할 필요는 없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외부 적대세력의 직ㆍ간접적인 침략행위로부터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국가의 존립을 지켜내고 영토를 보전하는 것을 궁극적 사명으로 하는 국군의 병력을 형성하는 징집대상자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과 관련된 법률이다. 국방의 의무를 부담하는 국민들 중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국군의 구성원으로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이런 문제는,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와 관련된 것으로서 입법자가 국가의 안보상황, 재정능력 등의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사항이고, 그 목적이 국가안보와 직결되어 있고, 그 성질상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최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목적적으로 정해져야 하는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의 영역에 속함은 우리 재판소도 이미 인정한 바 있으므로(헌재 2002. 11. 28. 2002헌바45 , 판례집 14-2, 704, 710 등 참조), 징집대상자를 결정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기본의무 부과의 목적이 국가의 유지ㆍ보존을 위한 필요에 직결되어 있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쟁점은, 남자만을 군의 의무적 징집대상으로 하고 여자는 배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이 과연 평등원칙 나아가 기본권 존중의 원칙을 충실히 반영한 것으로서 합리적이고 정당한 의무부과로 볼 수 있는지 하는 것이다. 법정의견은 이를 청구인의 평등권이라는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의 문제로 파악하고 남자만을 징집대상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인 차별취급인지에 중점을 두어 심사하고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한 차별취급은 입법자가 남자만을 징

집대상자로 하는 내용으로 국방의무를 부과한 데 따른 결과적인 현상에 불과하므로, 차별취급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원인, 즉 위와 같이 남자만 징집하기로 한 입법자의 병역의무 부과가 합리적이고 공평한 것이어서 헌법적으로 정당한 의무부과였는지를 심사하는 것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무의미한 것이다. 왜냐하면,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위헌심사기준을 통과하면 그로 인하여 생겨난 부담이 과잉이냐 아니냐와 무관하게 합헌적 법률이 되듯이, 기본의무를 부과하는 법률이 위 위헌심사기준을 통과하게 되면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생겨난 기본권의 제한이 과잉이냐 아니냐 또는 차별취급이냐 아니냐를 따로 따질 것 없이 합헌적 법률이 된다고 해야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합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녀를 차별취급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의적인 차별이 아니어서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으므로 합헌”이 아니라, “남자만을 징집대상자로 하여 군의 병력을 편성하기로 한 기본의무 부과가 그 목적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공평한 내용으로 부과된 것이기에 그 결과 나타나는 차별취급이라는 기본권 제한은 수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합헌”이라고 논증함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3) 이러한 관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의무부과가 그 내용에 있어 합리적이고 공평한 것인지 살펴 보기로 한다.

(가) 우선,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토를 방위함이 국군의 신성한 사명이라는 점(헌법 제5조 제2항),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이 다름아닌 위 국군의 직접적인 병력을 형성하기 위한 것인 점을 고려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부과하고 있는 국방의 의무 내용이 합리적이고 공평한 것인지 여부는 위 입법목적과의 관련 하에 고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즉, 여자를 병역의 징집대상으로 편입시킬지 말지, 편입시킨다면 어떤 방식으로 편입시킬지는, 오로지 국가보위를 목적으로 하는 국군의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한 전체적 국방력 설계를 주된 관점으로 하여 정할 문제이지, 남성 개인이 가지는 기본권을 남녀간에 자의적 차별 없이 여하히 보장해 줄 것인가라는 기본권보장을 주된 관점으로 해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권보장 영역에서 남녀의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로서 허용되지 않는 사유라 하여 반드시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는 관점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나) 여자에 대한 국방의무의 부과와 관련하여, 현재 우리 법제는, 지원에 의하여 장교ㆍ준사관ㆍ부사관ㆍ무관후보생으로서 현역복무를 하거나(병역법 제3조 제1항 후문), 지원에 의하여 예비군 또는 민방위대원이 될 수 있도록(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 제1항, 민방위기본법 제18조 제2항) 하는 이외에는 징집대상에서 여자를 제외시키고 있다. 따라서 지원에 의하여 입대하지 않는 일반 여성으로서는 민방위기본법상의 협조의무나 징발법상 징발목적물 제출의무 같은 일반 국민으로서 부담하는 기본적인 국방의 의무 이외에는 여하한 병역의무가 부과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다) 병력에 의한 전투를 수행함에 있어 요청되는 신체적 능력과 관련하여 본다면, 남성은 여성에 비하여 무기의 소지ㆍ작동 및 전장에서의 이동에 요청되는 근력 등이 우수한 집단이므로 상대적으로 전투에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여성의 경우 일상적인 생리적 순환에 기하거나 또는 임신과 출산, 수유라는 특별한 신체적 변화에 기하거나 간에 비상시에 즉각적으로 전투에 동원되어 최적의 군사력을 유지하는 데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전시 상황에서 남성에 비하여 각종 위험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평시라 하더라도 군대 내부에서의 상명하복의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적 긴장관계에서 발생하는 범죄 또는 기강해이의 우려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국방부가 지원에 의하여 입대한 여군을 지상 근접 전투를 주임무로 하는 연대급 이하 부대라든가, 특수작전이나 장거리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 직무와 관련된 신체요구조건이 대다수 여군에게 부적절한 부대 및 직위에는 여군의 배치를 제한하고 있는 것도 위와 같은 현실적 이유를 반영한 때문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여자의 신체적 특징, 군의 징집대상으로 편입시킬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우려요소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자는 최적의 전투자원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남성만을 징집의무대상자로 정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은, 국가를 보위하기 위한 최적의 전투력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는 국방의무 부과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특히 정전 상태에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전면적이건 국지적이건 남북간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현재까지도 상존하여 언제든지 최강의 국방력을 동원하여 효율적인 준비태세를 갖추어야 하는 대한민국의 국방안보현실을 고려하여 볼 때, 합리적이고 공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의 경우에도 신체적 능력이나 전투력의 제공에 있어 남성에 못지 않은 예외적인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의 국방의

의무부과는 여자라는 집단의 전체적인 특질을 최적의 전투력 확보라는 차원에서 고려한 것이므로, 여성 개개인의 능력을 별개로 평가하지 않았다 하여 위 의무부과가 비합리적이거나 불공평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국방의 의무부과의 타당성을 검토함에 있어서는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주로 문제되는 개인적이거나 개별적인 고려보다는 전체적인 국방력의 설계라는 독자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라) 청구인의 주장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을 광의로 해석하여 즉시 전투력을 형성하는 의무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병력형성, 다양한 형태의 대체복무까지 포함하는 병역의무부과에 관한 규정이라고 본다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의무부과가 합리적이라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다고 할 것이다.

일단 여성을 징집대상에 편입시킨 후 다양한 형태의 대체복무에 종사시키는 것은 현재 국방인력의 배 이상에 해당하는 인력을 병역자원으로 흡수하자는 것인데, 여성의 대체복무인력에 대한 특별한 수요나 관리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기계적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대체복무인력을 늘린다는 것은 그 관리를 위한 국가의 예산이나 인력의 낭비를 필연적으로 수반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국방인력에 대한 효율적 활용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재정상황,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도 큰 부담을 주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한정적인 국방예산이나 국가의 인적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활용ㆍ분배하면서도 최적의 전투력을 확보하도록 국방력을 설계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에도, 여성을 병역자원으로 편입시켜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것이다.

(마) 그러므로, 대한민국이 처한 국가적 안보상황, 국가의 현실적 재정능력, 국방인력 및 조직의 수요와 역할, 병력을 형성함에 있어 요구되는 신체적 특질이나 사회적 역할에 있어 남녀가 가지는 기능적 차이 등을 두루 고려하여 병역의무를 일률적으로 남자에게만 부과하고 여자에게는 부과하지 않도록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무부과 규정은 합리적이고 또한 공평하다고 할 것이다.

(4)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국방의무 부과는, 그 목적이 국가를 보위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할 뿐만 아니라 부과 내용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 기본권 존중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 합리적이고 공평한 것으로서, 기본의무 부과에 있어 지켜야 할 헌법상 심사기준을 충족시킨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합헌적으로 국방의 의무가 부과된 이상,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에게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평등권, 직업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기타 제반 기본권의 제한은 그 권리의 내용ㆍ성격 등에 관한 심사의 필요 없이 수인할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5. 결 론

그렇다면 구 병역법 제8조 제1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구 병역법 제3조 제1항 전문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구 병역법 제3조 제1항 전문에 대한 판단에 관하여,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목영준의 아래 6.과 같은 위헌의견과 재판관 민형기의 아래 7.과 같은 각하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목영준의 위헌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데 있어서 남성과 여성을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고 있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위헌의견을 밝힌다.

가. 헌법상의 국방의 의무

우리 헌법제39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남성은 물론 여성도 국방의무의 주체임을 명시하고 있다.

국방의 의무는 외부 적대세력의 직ㆍ간접적인 침략행위로부터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한 의무로서, 현대전이 고도의 과학기술과 정보를 요구하고 국민전체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이른바 총력전인 점에 비추어 ① 단지 병역법에 의하여 군복무에 임하는 등의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② 병역법, 향토예비군설치법, 민방위기본법, 비상대비자원관리법 등에 의한 간접적인 병력형성의무 및 ③ 병력형성이후 군작전명령에 복종하고 협력하여야 할 의무도 포함하는 개념이다(헌재 1995. 12. 28. 91헌마80 , 판례집 7-2, 851;헌재 2002. 11. 28. 2002헌바45 , 판례집 14-2, 704, 710).

이에 따라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방의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데, 이 경우 성별(性別), 신체조건, 학력 등 개개인의 객관적 상황에 의하여 차별이 발생할 수 있으나, 그러한 차별이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하여는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

나.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한 법률상의 의무

현재 국방의 의무는 병역법향토예비군설치법, 민

방위기본법, 비상대비자원관리법, 징발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여러 법률을 통하여 구체화되어 있는데, 위 개별 법률들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형성된 남성과 여성의 각 국방의무는 다음과 같다.

(1) 남성이 부담하는 국방의 의무

(가)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우선 이 사건 법률조항, 즉 병역법 제3조 제1항에 의하여 병역법상의 병역의무를 부담한다. 병역법에 의하면 남자는 만18세가 되면 제1국민역에 편입되고(제8조), 만19세가 되면 징병검사를 받은 후 병역처분을 받으며(제11조, 제14조), 병역처분 결과에 따라 현역 또는 보충역으로 복무하거나, 제2국민역으로 편입되거나, 혹은 병역의무를 면제받는다. 현역복무를 마친 자는 예비역으로 편입되고(제5조 제1항), 예비역과 일정한 보충역은 병력동원소집의 대상이 되며(제44조), 병역동원소집대상이 아닌 보충역과 제2국민역은 전시근로소집의 대상이 된다(제53조).

(나) 병역법상의 현역 및 보충역 복무를 마친 사람은 다시 향토예비군설치법에 의하여 8년간 향토예비군이 되어(제3조) 동원 및 훈련의 대상이 된다(제5조, 제6조).

(다) 한편 민방위기본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민방위에 관한 시책에 협조하여야 하고(제3조) 20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 40세가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 군인 등 일정한 직역에 종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민방위대로 조직되어(제18조) 교육 및 훈련의 대상이 된다(제23조).

(라) 그 밖에 징발법상 징발목적물 제출의무(제9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협조책무(제5조), 비상대비자원관리법상의 의무 등을 부담한다.

(2) 여성이 부담하는 국방의 의무

(가) 대한민국 국민인 여자는 병역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다만 지원에 의하여 현역복무가 가능하나(병역법 제3조 제1항 후문), 이는 병역의무의 문제는 아니다.

(나) 대한민국 국민인 여자는 향토예비군이 되지 않는다. 다만 지원에 의하여 예비군이 되는 것은 가능하나(제3조), 이 역시 병역의무와는 무관하다.

(다) 한편 민방위기본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여자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민방위시책에 관한 협조의무를 부담하나, 의무적으로 민방위대가 되지 않으며, 역시 지원에 의하여 민방위대가 될 수 있을 뿐이다(제3조, 제18조).

(라) 그 밖에 징발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비상대비자원관리법 상의 의무 등에 있어서는 남자의 경우와 같다.

(3) 차별의 발생

결국 병역법, 향토예비군설치법민방위기본법에 의하여 남성과 여성 간에 국방의무의 부담에 있어서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다. 차별의 합리성 여부

(1) 심사기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다수의 기각의견이 판단한 바와 같이 완화된 심사척도에 따라 자의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면 족하므로, 남성과 여성에 대한 위와 같은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2) 판단

(가) 남성과 여성은 전반적으로 다른 신체적 구조와 체력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국가나 사회에서의 역할이 상이하여야 하는 점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므로, 국방의무의 이행에 있어서도 이로 인한 차별취급은 당연히 용인되어야 한다.

그런데 병역법상의 병역의무 중 복무의 내용 자체가 신체적인 조건이나 능력과 직접 관계되는 것은 현역 복무(병역법 제24조, 제25조의 전환복무를 포함한다)와 상근예비역 및 승선근무예비역에 한정된다(제21조 내지 제23조의5). 즉 일정한 기간 동안 원칙적으로 군부대 내에서 생활하며(상근예비역의 경우 국방부장관의 허가에 의하여 군부대 밖에서 거주할 수 있다), 전시(戰時)를 대비하여 군사훈련을 받고 전투용 체력을 유지하여야 하는 것은 현역 복무자와 위 예비역들 뿐이다.

보충역은 일정기간 복무의무만이 있을 뿐, 군부대 내에서 거주하지 않으면서 공익근무요원으로서 사회서비스업무나 공익목적에 필요한 행정업무 등의 지원,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을 위한 예술ㆍ체육 분야 근무, 개발도상국가의 경제ㆍ사회ㆍ문화 발전 등을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거나, 공중보건의, 공익법무관, 전문연구요원 등으로 복무하므로, 대부분의 경우 남성의 특성인 체력적 강인함 등과는 큰 관계가 없다. 또한 제2국민역은 일정기간의 복무의무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남성 고유의 신체적 특징이 고려될 여지가 없다.

한편,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는 보충역 중 일부는 부대편성이나 작전수요를 위하여 병력동원소집의 대상이 되고, 나머지 보충역과 제2국민역은 군사업무를 지원하기 위하여 전시근로소집의 대상이 되지만, 이에 응하여야 할 의무 자체는 군작전명령에 복종하고 협조하여야 할 의무일 뿐이다.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병력동원 및 근로소집의 대상자 가운데 누구를 동원ㆍ소집할 것인지는 동원ㆍ소집권자가 당시의 필요인력 수급상황 등 및 대상자의 신체적 조건이나 적성 등을 고려하여 선택하게 되므로, 국가비상사태에 군작전명령에 복종ㆍ협조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반드시 남성으로서의 신체적 능력이 필수적 전제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남성과 여성 간의 신체적 상이 및 그에 따른 사회적 역할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병역법상의 모든 국방의무를 남자에게만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규정된 국방의무의 부담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을 합리적으로 차별한다고 볼 수 없다. 이는 오히려 과거에 전통적으로 남녀의 생활관계가 일정한 형태로 형성되어 왔다는 사실이나 관념에 기인하는 차별로 보이는바, 그러한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헌재 2005. 2. 3. 2001헌가9 , 판례집 17-1, 1, 19 참조).

(나) 한편 위와 같은 차별의 불합리성을 완화하기 위하여는,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9조 제2항의 취지를 존중하여 병역의무의 이행에 따른 기본권 제한을 완화시키거나 그 제한으로 인한 손실을 전보하여주는 제도적 장치가 존재하여, 성별에 따른 국방의무의 부담이 전체적으로 보아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보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현재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고 있는 여러 법률들은 남자에 대하여 대부분의 의무를 부과하고, 여자는 소극적 지원에 그치게 함으로써 국방의무의 배분이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남자에 대하여 병역의무의 이행에 따르는 기본권 제한을 완화시키거나 그 제한으로 인한 손실 및 공헌을 전보하여 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도 않다(여성의 임신 및 출산에 의한 국가ㆍ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국가가 이로 인한 손실 및 공헌을 전보하는 장치를 마련하여야 하는 문제는 병역의무의 문제와 별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라. 소결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한 것은, 헌법상 국방의무를 합리적 이유없이 자의적으로 배분한 것으로서 남성의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7. 재판관 민형기의 각하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다음과 같이 기본권침해 가능성이나 자기관련성 또는 심판청구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므로 각하되어야 한다.

가. 이 사건 심판청구의 취지

청구인은 남자들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자신의 평등권 및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있는바, 그 주장의 취지는 남자들에게도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병역의무를 부과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여자들에 대하여도 남자들과 같은 병역의무를 부과하여야 한다는 것이 분명하므로, 이러한 심판청구의 경우에도 기본권침해 가능성이나자기관련성 또는 심판청구의 이익이 있는지가 문제된다.

나. 평등권 침해

(1) 기본권에 대한 침해적인 법률에 있어서는 수범자가 당사자로서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되었음을 주장하게 되나, 그 반대로 수혜적인 법률의 경우에는 수혜범위에서 제외된 자가 자신이 평등원칙에 반하여 그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보통이고(헌재 2001. 11. 29. 99헌마494 , 판례집 13-2, 714, 723;헌재 2003. 6. 26. 2002헌마312 , 판례집 15-1, 765, 770 등 참조), 그와 같은 경우 상대방 비교집단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되어 그러한 혜택이 제거됨으로써 비교집단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법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향상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 그 법률을 직접 적용받는 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1999. 12. 23. 98헌마363 , 판례집 11-2, 770, 780;헌재 2001. 11. 29. 2000헌마84 , 판례집 13-2, 750, 756;헌재 2010. 4. 29. 2009헌마340 , 공보 163, 917, 919-920 등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은 경우 그 심판청구와 자기관련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① 두 비교집단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어 어느 한 집단에 대한 혜택의 부여가 동시에 다른 비교집단에 대한 불이익을 의미하는 관계이어야 하고, ② 수혜적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되어 경쟁관계에 있는 비교집단에 대한 혜택이 제거되는 경우 그로 인하여 다른 비교집단에 속한 자들의 기본권이나 권리의무관계 등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그 법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존재하여야 하며, ③ 그 밖에도 혜택을 받는 비교집단의 규모 외에도 해당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혜택이나 권리관계의 법적 성격, 비교집단의 본질적 속성, 두 비교집단 사이의 상관관계의 정도 및 대체가능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법리는 그 수혜의 내용이 국가로부터 사회보장적 급여 등을 받는 등 적극적인 혜택이 주어지는 경우뿐만 아니라 조세나 부담금 등 공적 부담이나 의무를 면제받는 등 소극적인 혜택을 받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2) 그런데, 현재 남자들이 이행하고 있는 군 복무의 성격 및 내용이나 남녀 사이의 본질적이고 속성적인 차이 등을 고려할 때, 남자들이 의무적으로 이행하는 군 복무를 여자들이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고, 병역의무의 내용이나 범위 및 주체를 선정하는 문제는 고도의 정책적, 기술적 또는 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설령 여자들에게 병역의무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필연적으로 병역제도나 군의 인사체계가 곧바로 남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경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특히 군 복무기간을 볼 때, 여자들에게도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병역의무가 인정되어 군 인력의 전체적인 수효가 양적으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복무기간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군의 인력 수급상황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군 전투력의 유지 및 강화의 필요성이나 안보상황의 변화에 따른 숙련병에 대한 수요의 정도 등 오히려 정책적이고 군사과학적인 차원에서 질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문제로서, 설령 이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남자들의 복무기간이 단축되는 등 양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이익은 병역제도나 군사정책이 변경됨으로 인하여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사실상의 이익 내지 반사적인 이익에 지나지 않을 뿐, 이를 들어 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 또는 법률상의 이익이라고 보기 어렵다.

(3)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되더라도, 종래 여자들이 병역의무를 부담하지 않던 혜택이 제거되는 것에 그칠 뿐, 청구인과 같은 남자들의 병역의무의 내용이나 범위 등에 어떠한 직접적이고 본질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우며, 나아가 그 결정으로 인하여 현재 여자들이 누리고 있는 병역의무에 있어서의 상대적인 혜택이 청구인과 같은 남자들에게 그대로 확대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기본권, 즉 평등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그 기본권침해 가능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그러한 기본권침해의 상태가 회복되거나 청구인에게 유리한 법적 효과 내지는 법적 지위의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자기관련성 또는 심판청구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

다. 소결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마땅히 각하되어야 한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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