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권 ○ 섭
대리인 변호사 이 정 일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1992. 3. 12.부터 ○○화학공업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같은 회사의 보통주식 10% 이상을 보유한 증권거래법 제188조 제1항 소정의 주요주주인데, 1997. 8. 12.부터 1998. 6. 3.까지 위 주식을 매도, 매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익을 얻음으로써, 1999. 3. 18.의 부도로 인하여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을 받은 위 회사의 관리인으로부터 같은 법 제188조 제2항 전문에 의한 단기매매차익반환청구를 받아, 2000. 4. 18. 서울지방법원 98가합114133호로 위 관리인에게 9,774,839,08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받았다.
(2) 청구인은 2000. 5. 2. 서울고등법원 2000나22272호로 항소하는 한편, 2001카기273, 274호로 위 증권거래법 제1888조 제2항 및 관련 규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01. 5. 18. 청구인의 항소가 기각되면서 위 신청도 모두 기각되었고, 단기매매차익반환 사건은 청구인의 상고로 2001. 12. 초 현재 대법원 2001다42684호로 계속 중이다.
(4) 한편, 청구인은 위 회사의 정리계획을 인가한 2000. 8. 21.자 인천지방법원 99회1 회사정리 사건의 결정에 대하여 항고하였으나, 2001. 3. 8. 서울고등법원 2000라350호로 항고
가 기각된 데 이어 같은 해 5. 30. 청구인의 특별항고가 대법원 2001마1772호로 기각되면서 같은 날 회사정리법 제240조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도 대법원 2001카기81호로 각하되었다.
(5) 그후 청구인은 상소에 의하여 그 사유를 주장한 경우에는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422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등의 이유로 2001. 7. 1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같은 해 12. 1.에는 민사소송법 제424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추가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민사소송법(1990. 1. 13. 법률 제4201호로 개정된 것) 제422조 및 제424조, 그리고 민사소송법이 "판단 유탈을 재심사유로 하는 재심재판에 있어서 원심재판부의 법관은 전심재판에 관여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의 규정을 갖고 있지 아니한 입법부작위가 위헌인지의 여부이다.
위 제422조 및 제424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422조【재심사유】① 다음 경우에는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하여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당사자가 상소에 의하여 그 사유를 주장하였거나 이를 알고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생략
2. 법률상 그 재판에 관여하지 못할 법관이 관여한 때
3. 내지 8. 생략
9.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판단을 유탈한 때
10. 11. 생략
② 생략
③ 항소심에서 사건에 대하여 본안판결을 한 때에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재심의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
제424조【재심관할법원】① 재심은 재심을 제기할 판결을 한 법원의 전속관할로 한다.
② 심급을 달리하는 법원이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한 판결에 대한 재심의 소는 상급법원이 관할한다. 다만, 항소심판결과 상고심판결에 각각 독립한 재심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청구인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회사정리 사건인 인천지방법원 99회1, 서울고등법원 2000라350, 대법원 2001마1772의 각 결정은 모두 "자산이 부채를 초과하는 정리회사는 어떤 채권자에게도 손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청구인의 주장을 간과하였고, 단기매매차익반환 사건인 서울지방법원 98가합114133 및 서울고등법원 2000나22272의 각 판결에서도 "채권의 출자전환은 단기매매차익반환의 예외이어야 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서울고등법원 2001카기273, 274 사건에서도 이에 대한 판단을 유탈하였다.
청구인은 판단을 유탈한 판결에 대하여 상소만 가능하고 재심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위 각 사건을 상소에 의하여 다투었는데, 2001. 6. 11. 대법원 2001마1772호 결정을 송달받는 한편 서울고등법원 2000나22272호 판결을 담당변호사로부터 전달받은 후인 같은 달 중순경에야 비로소 "중요한 판단의 유탈"이 민사소송법 제422조 제1항 제9호에 의하여 재심사유로 규정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2) 제422조 제1항은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하여만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면서 "상소에 의하여 그 사유를 주장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하급심에서 판단 유탈을 하였음에도 상급심에서 이를 간과한 경우에는 판결의 확정 여부와 관계없이 그 하급심 판결에 대한 재심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즉 재심이 원칙적인 불복방법이어야 하며, 그래야만 세 번 재판받을 청구인의 권리가 침해되지 아니하고 법관의 판단 유탈이 없어져 사법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고 소송경제에도 기여한다.
또한, 위와 같은 이유로 재심을 청구하게 되는 경우에는 상소에 있어서의 불변기간을 도과하게 되므로 그 불변기간은 재심에 대한 판결이 송달되는 때로부터 기산되어야 한다. 즉, 당사자의 중요 주장에 대하여 판단을 유탈한 경우에는 상소와 재심 모두 가능하게 하고, 재심에 대한 판결이 있은 후 비로소 상소기간이 기산되어야 하며, 판단 유탈을 사유로 하는 재심의 재판에서 원심재판부의 법관은 전심재판에 관여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따라서, 첫째, 제422조와 관련하여, ①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하여만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 ② 상소에 의하여 그 사유를 주장한 경우에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것, ③ 중요 주장에 대한 판단 유탈로 재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 재심 및 상소 모두 상소기한 내에 가능하고 상소이유는 추후 제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규정이 없는 것, ④ 재심사유가 있는 경우 상급법원에서의 판결확정 여부에 관계없이 그 사유가 있는 원심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규정이 없는 것, 둘째, 민사소송법상 위와 같은 전심재판 관여의 간주규정이 없는 것, 셋째, 재심관할법원에 관한 규정인 제424조 등은 모두 청구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 제1항)를 침해한다.
나. 법원행정처장의 의견
(1) 하급심의 판단 유탈은 재심사유이자 상소이유도 되므로 비정상·예외적 불복방법인 재심의 소를 인정할 필요는 없고, 상급심이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판단 유탈이라는 동일한 사유로 다시 재심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소송경제에 반할 뿐 아니라 재판청구권의 남용이 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남소를 방지하여 사법작용의 효율적 운영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청구인으로서도 상소에 의하여 이를 다투었다면 재판청구권의 침해는 없는 것이며, 재판청구권이란, 심급제도하에서 국민이 법에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말하는 것이지 동일한 사유로 수차에 걸쳐 같은 내용의 청구를 반복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3) 더욱이, 상소와 재심 중 어느 구제방법을 행사하도록 할 것인지의 문제는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다.
3. 판단
먼저, 직권으로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청구기간
(1)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소정의 청구기간과 관련하여, 법령 자체에 의하여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법령소원에 있어서의 청구기간은, 그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침해를 당한 경우에는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 그 법령이 시행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로, 법령이 시행된 후에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로 각 해석된다 함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헌재 1991. 1. 8. 90헌마210 , 판례집 3, 1, 2-3; 헌재 1993. 7. 29. 92헌마6 , 판례집 5-2, 167, 172∼173; 헌재 1996. 6. 13. 95헌마115 , 판례집 8-1, 516, 522-523; 헌재 1999. 10. 7. 99헌마537 ; 헌재 1999. 12. 22. 99헌마715 ; 헌재 2000. 4. 27. 99헌마360 ; 헌재 2000. 10. 10. 2000헌마613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은 회사정리 사건 및 단기매매차익반환 사건에서 청구인의 중요한 주장에 대한 판단 유탈이 있었음에도 이를 사유로 한 재심청구가 허용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상소에 의한 방법으로만 다투었는데, 2001. 6. 중순경 비로소 제422조에 의한 재심청구가 가능하다는 사실 및 그러나 상소에 의하여 그 사유를 주장한 경우에는 재심의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같은 해 7. 1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2) 한편, 이 사건 청구 중 입법부작위에 관한 부분, 즉 제422조와 관련하여 중요 주장에 대한 판단 유탈로 재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 재심 및 상소 모두 상소기한 내에 가능하고 상소이유는 추후 제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규정이 없는 것과 재심사유가 있는 경우 상급법원에서의 판결확정 여부에 관계없이 재심사유가 있는 원심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규정이 없는 것, 그리고, 민사소송법상 판단 유탈을 사유로 하는 재심의 재판에서 원심재판부의 법관은 전심재판에 관여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내용의 규정이 없는 것의 위헌을 다투는 부분은 모두 헌법상 재판청구권의 보장과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나, 헌법에서 위 기본권의 보장을 위하여 재심과 상소의 양립이나 하급심 판결에 대한 자유로운 재심청구, 전심재판 관여 간주 등에 관한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한 바 없고, 위 각 사유들과 관련하여 헌법해석상 이러한 내용의 입법의무가 국가에 대하여 발생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며, 오히려 청구인의 주장과 같은 기본권 침해는 재심청구에 관한 위 제422조의 입법이 불완전·불충분하게 이루어짐으로써 입법의 결함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으므로, 위 입법부작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입법부작위가 아니고 이른바 부진정입법부작위임이 분명하다(헌재 1996. 11. 28. 95헌마161 , 공보 19, 93; 헌재 1998. 7. 16. 96헌마246 , 판례집 10-2, 283, 299 참조).
그런데, 부진정입법부작위를 대상으로, 즉 입법의 내용·범위·절차 등의 결함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려면 결함이 있는 당해 입법규정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여 그 헌법위반을 내세워 적극적인 헌법소원을 제기하여야 하고, 이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법 소정의 제소기간(청구기간)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 헌법재판소의 견해인바(헌재 1989. 7. 28. 89헌마1 , 판례집 1, 157, 163-164; 헌재 1993. 3. 11. 89헌마79 , 판례집 5-1, 92, 101-102; 헌재 1993. 9. 27. 89헌마248 , 판례집 5-2, 284, 295; 헌재 1996. 6. 13. 93헌마276 , 판례집 8-1, 493, 496; 헌재 1999. 1. 28. 97헌마9 , 판례집 11-1, 45, 51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위 제422조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있으므로, 위 입법부작위에 관한 청구 역시 제422조 및 제424조에 대한 청구와 함께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소정의 청구기간 내에 제기되어야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살피건대, 청구인이 위 서울지방법원 98가합114133호 단기매매차익반환 사건의 판결에 대하여 항소한 2000. 5. 2. 무렵에는 이미 제422조 및 제424조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볼 것이고, 따라서, 청구인이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언제 알았느냐의 여부에 관계없이 위 각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청구기간 180일이 경과된 후에 제기되었음이 역수상 명백하여 부적법하다.
나. 일사부재리의 원칙
또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고 하여 헌법재판소가 각하결정을 하였을 경우에는, 그 각하결정에서 판시한 요건의 흠결을 보정할 수 있는 때에 한하여 그 요건의 흠결을 보정한 후 다시 심판청구를 하는 것은 모르되, 그러한 요건의 흠결을 보완하지 아니한 채로 동일한 내용의 심판청구를 되풀이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헌재 1992. 9. 3. 92헌마197 , 판례집 4, 576, 577; 헌재 1992. 12. 8. 92헌마276 , 판례집 4, 842, 844; 헌재 1993. 5. 13. 92헌마238 ; 헌재 1993. 6. 29. 93헌마123 , 판례집
그런데, 청구인은 2001. 6. 25.에도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심판청구와 전혀 동일한 내용의 민사소송법 제422조, 제424조와 민사소송등인지법 제8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가, 같은 해 7. 10. 헌법재판소 제3지정재판부로부터 "청구인이 위 98가합114133호 판결을 송달받아 항소를 제기한 2000. 5. 2. 무렵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제한이 발생하였고 또한 청구인이 이를 알게 되었으므로 위 청구기간 60일은 물론 180일도 훨씬 경과되었다."는 취지의 이유로 헌법재판소법 제72조 제3항 제2호에 의한 각하결정을 받은 사실은 우리 재판소에 현저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청구기간 도과의 흠결을 보정함이 없이 만연히 동일한 내용의 심판청구를 되풀이한 것으로서 부적법하고 그 흠결을 보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어느모로 보나 부적법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01. 12. 20.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한대현
주심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권성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