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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8. 12. 26. 선고 2007헌바128 판례집 [민법 제1066조 제1항 위헌소원]
[판례집20권 2집 648~665]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 있어서 ‘주소의 자서’와 ‘날인’을 유효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066조 제1항 중 ‘주소’ 및 ‘날인’ 부분(이하 한정된 부분을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중에서 ‘날인’ 부분이 유언자의 재산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주소’ 부분이 유언자의 재산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날인’ 부분에 대하여 2008. 3. 27. 2006헌바82 결정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날인’ 부분은 유언자의 사망 후 그 진의를 확보하고, 상속재산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며, 상속제도를 건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가장 간이한 방식의 유언이지만 위조나 변조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고 유언자의 사후 본인의 진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방식을 구비할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다.

한편, 동양문화권인 우리나라에는 법률행위에 있어서 인장을 사용하는 오랜 법의식 내지 관행이 존재하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날인’ 부분은 이와 같은 법의식 내지 관행에 비추어 성명의 자서만으로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부족하다는 고려에 입각하고 있으므로 성명의 자서 외에 날인이라는 동일한 기능을 가진 두 가지 방식을 불필요하게 중복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유언자로서는 무인을 통하여 인장을 쉽게 대체할 수 있고, 민법이 마련

하고 있는 다른 방식의 유언을 선택하여 유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으며, 생전에 수증자와 낙성ㆍ불요식의 사인증여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도 있으므로, 날인을 요구하는 것은 기본권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반되지 않을 뿐 아니라 법익균형성의 요건도 갖추고 있다.

2.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주소’ 부분 역시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을 명확히 함으로써 유언자의 사망 후 그 진의를 확보하고, 상속재산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상속제도를 건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성명의 자서로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이 1차적으로 특정될 것이지만 특히 동명이인의 경우에는 유언자의 주소가 그 인적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간편한 수단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 성명의 자서에다 주소의 자서까지 요구함으로써 유언자로 하여금 보다 신중하고 정확하게 유언의 의사를 표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다.

한편,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자서를 요구하는 주소는 유언자의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이면 되고, 반드시 주민등록법에 의하여 등록된 곳일 필요가 없으므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을 할 정도의 유언자라면 쉽게 이를 기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소의 기재는 반드시 유언전문과 동일한 지편에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유언증서로서의 일체성이 인정되는 이상 주소는 유언증서를 담은 봉투에 기재하여도 무방하므로 유언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유언의 요식주의를 취하는 이상, 유언을 하는 자가 당연히 작성할 것이라고 기대되는 ‘유언의 전문, 유언자의 성명’ 등과 같은 최소한의 내용 이외에 다른 형식적인 기재 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유언의 요식주의를 관철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으며, ‘주소의 자서’는 다른 유효요건과는 다소 다른 측면에서 의연히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 내지 유언의 진정성 확인에 기여하는 것이므로 기본권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반되지 않을 뿐 아니라 법익균형성의 요건도 갖추고 있다.

재판관 조대현의 ‘주소’ 부분에 대한 한정위헌의견

민법 제1066조 제1항이 유언자필증서에 유언자의 주소를 기재하도록 요구하는 이유는 유언자의 성명과 주소에 의하여 유언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성명과 함께 유언자를 특정할 수 있는 요소는 주소 외에 주민등록번호·생년월일·본적·가족 성명·사회적 신분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고, 그 중에서 주소의 특정기능이 가장 우월하다고 보기 어렵고, 유언자의 주소 기재가 없으면 유언자를 특정할 수 없게 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유언자필증서에 유언자의 주민등록번호 기타 유언자를 특정할 수 있는 기재가 있는 경우에도 민법 제1066조 제1항 중 ‘주소’ 부분을 적용하여 유언자필증서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송두환의 ‘주소’ 부분에 대한 위헌의견

동명이인의 경우에 유언자의 주소가 기재되지 않았더라도 그 유언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누구의 유언인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란 쉽게 생각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주소를 반드시 기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을 확인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설령 주소의 기재가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의 확인을 위해 적절한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유언장 전문의 자서와 성명의 자서, 그리고 유언의 내용에 의해서 유언장의 실제 작성자와 유언장의 명의자의 동일성을 확보할 수 있음은 물론, 유언이 그의 진의에 의한 것임을 충분히 밝힐 수 있는 등 누가 한 유언인지를 밝혀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므로 주소를 반드시 기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중복적인 요건을 과하는 것으로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반되며, 주소의 자서가 흠결되면 유언이 무효로 되고 유언자의 진의가 관철될 여지는 전혀 없게 될 것이므로 주소의 자서를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침해되는 법익과 보호되는 공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어 법익의 균형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재판관 김종대의 위헌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주소’ 부분에 대하여는 앞서 본 단순위헌의견의 이유와 그 견해를 같이하고, ‘날인’ 부분에 대하여는 헌재 2008. 3. 27. 2006헌바82 결정에서 위헌이유를 상세히 밝힌 바와 같이, 오늘날 날인은 자필에 비해 타인에 의한 날인가능성과 위조가능성이 커 의사의 최종적 완결 방법으로는 부적당하게 되어 각종 법률에서 서명(성명의 자서)만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날인을 요구하는 목적은 유언장의 전문의 자서와 성명의 자서에 의해서 충분히 달성되므로 그 밖에 날인을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중복적인 요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유언자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 최소 침해성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한 것이고, 법익 균형성의 원칙에도 위반되므로 위헌으로 선언하여야 한다.

심판대상조문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066조(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①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년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

② 생략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8조(주소) ① 생활의 근거되는 곳을 주소로 한다.

② 생략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562조(사인증여)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생길 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060조(유언의 요식성) 유언은 본법의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생하지 아니한다.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065조(유언의 보통방식)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의 5종으로 한다.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066조(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①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년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

② 전항의 증서에 문자의 삽입, 삭제 또는 변경을 함에는 유언자가 이를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

참조판례

1. 헌재 1989. 12. 22. 88헌가13 , 판례집 1, 357, 368

헌재 1997. 12. 24. 96헌가19 등, 판례집 9-2, 762, 774

헌재 1998. 8. 27. 96헌가22 등, 판례집 10-2, 339, 356-357

헌재 2004. 10. 28. 2003헌가13 , 판례집 16-2하, 76, 81

헌재 2008. 3. 27. 2006헌바82 , 판례집 20-1상, 355, 368

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

당사자

청 구 인 백○훈

대리인 변호사 한송희

당해사건대법원 2006다12848 소유권이전등기, 대법원 2006다12855 가처분이의

주문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066조 제1항 중 ‘주소’ 및 ‘날인’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1988. 6. 23.생)의 망 조부 백○기는 2002. 6. 15. 73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사망하였는데, 그 법정상속인으로 청구인의 부(父) 백○성 외 6명의 딸들이 있었다. 백○기는 상속재산으로 대전시, 공주시 등지에 21건의 주택, 대지 등 부동산을 비롯하여 하나은행 유성지점 등에 2건의 예금채권을 남겼고, 위 법정상속인들은 2002. 12. 9.경까지 각 상속지분에 따라 위 각 부동산들에 관하여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거나 위 예금채권을 모두 인출하였다.

(2) 청구인은 2003. 1. 10.경 대전지방법원에 백○기가 작성한 유언증서와 그 유언증서가 담겨 있었던 봉투라고 주장하면서, 유언증서 및 봉투에 관한 검인신청 및 유언집행자 지정청구를 하였다. 위 유언증서에는 백○기의 자필

로 유언장이라는 제목과 백○기 명의로 소유한 부동산 및 기타 일체의 재산을 청구인에게 상속한다는 내용 및 작성연월일(음력 1999. 8. 15.)과 백○기의 성명이 세로로 정서되어 있고, 그 백○기의 성명 아래에는 백○기의 무인인지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주가 묻은 채 네 번에 걸쳐 연속적으로 무인이 찍혀져 있었다. 한편, 위 봉투는 황갈색의 서류봉투로서 그 표면에는 가로줄이 그어져 있는 흰색의 편지지(양면괘지)의 일부가 오려 붙여져 있고 그 위에 백○기의 주소와 전화번호 및 백○기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데, ‘유언장 재중’ 등 유언장을 담고 있는 봉투라는 뜻의 기재는 없었다.

(3) 청구인은 백○기가 위 유언증서에 그 소유의 재산 일체를 청구인에게 유증한다는 취지와 그 작성연월일 및 성명을 자필로 기재하고 그 성명 아래에 무인을 찍었으며 위 유언증서의 일부로 볼 수 있는 봉투 위에 그 주소까지 자필로 기재하였으므로 그 소유의 재산일체를 청구인에게 유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위 유언증서에 의한 백○기의 유언이 유효함을 전제로 백○성 등 법정상속인들을 상대로 2003. 4. 14.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2003카합29호)에서 유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위 각 상속부동산에 대하여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을 받아 둔 다음 2003. 5. 27. 대전지방법원(2003가합4239호)에 위 각 상속 부동산에 관한 지분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함과 아울러 인출한 예금의 반환을 구하였다. 그러나 청구인은 2005. 5. 11. 대전지방법원에서 백○성에 대해서만 민사소송법 제150조에 의한 자백간주판결로 승소하였을 뿐, 나머지 법정상속인들에 대해서는 위 유언증서가 백○기의 것이라고 볼만한 날인 또는 무인이 흠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주소가 자서되어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민법이 정하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의 요건과 방식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유언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되었다. 또한 청구인은 2005. 8. 31.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에서 백○성을 제외한 나머지 법정상속인들 사이에서 계속된 위 가처분의 이의사건(2005카합57호)에서 위 가처분결정이 취소되고, 청구인의 가처분신청은 기각되었다.

(4) 이에 청구인이 2005. 6. 3. 및 같은 해 9. 7. 백○성을 제외한 나머지 법정상속인들을 상대로 대전고등법원(2005나5025호 및 2005나8888호)에 각 항소하였으나 2006. 1. 19. 모두 기각되자, 다시 2006. 2. 8. 대법원(2006다12848호 및 2006다12855호)에 각 상고하여 그 소송계속중에 민법 제1066조 제1항 중 ‘주소’ 및 ‘날인’을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으로 정한 부분에 대하여

대법원 2006카기55, 56호로 각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07. 10. 25. 청구인의 상고 및 위 신청들이 모두 기각되자, 2007. 11. 2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066조 제1항 중 ‘주소’ 및 ‘날인’ 부분(이하 한정된 부분을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그 내용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066조(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①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

[관련조항]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562조(사인증여)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생길 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제1060조(유언의 요식성) 유언은 본법의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생하지 아니한다.

제1065조(유언의 보통방식)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의 5종으로 한다.

제1066조(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② 전항의 증서에 문자의 삽입, 삭제 또는 변경을 함에는 유언자가 이를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 이유 및 이해관계기관의 의견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유언은 유언자가 생전에 행하는 최종적인 의사표시로 결과실현에 대한 의욕이 큰 만큼 다른 어떠한 의사표시보다도 존중되어야 마땅한데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진정성을 둘러싼 법적 분쟁을 해결하고 법적 안정성을 실현한다는 목적 하에 이미 성명과 작성년월일, 전문의 자서를 요구함으로써 충분히 그 진정성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더 나아가 ‘날인’과 아울러 ‘주소의 자서’까지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 과학문명사회에서 날인제도는 동양권 일부 국가에서만 사용되는 제도일 뿐만 아니라 그 위조의 용이성이나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금융기관에서조차 대출관련서류에 날인 대신에 서명을 하도록 전환하고 있는 등

거래계의 일반적인 관행이 변화된 점, 주소의 자서 역시 유언자의 동일성을 확인한다는데 의미가 있으나 이는 이미 다른 요건에 의하여 충분히 명확할 뿐만 아니라 주소의 변동성과 불명료성, 유언자의 건강 및 기억력의 불완전성, 망자로 되는 유언자의 입장에서 주소가 별 큰 의미가 없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날인’과 아울러 ‘주소의 자서’까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엄격한 형식적 요건으로 요구하고 나아가 이를 흠결할 경우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를 무시한 채 그 유언을 무효로 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9조, 제23조 제1항, 헌법 전문 등에서 보장하는 유언자의 유언의 자유 등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다.

나. 대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의 이유요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민법이 정한 다른 유언 방식과는 달리 증인 등 제3자의 관여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간편한 방식의 유언으로서, 상대적으로 위조나 변조의 위험성이 크고 유언자 본인의 진의를 확인하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유언자의 진의를 보다 명확히 하는 한편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엄격한 형식적 요건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그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0조, 제19조, 제23조, 제37조, 헌법 전문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조항과 재산권보장 조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이해관계기관 법무부 장관의 의견요지

유언은 유언자의 생전에 성립하나 유언자의 사후에 비로소 효력이 발생하게 되고 다수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므로 법적 안정성의 확보가 중대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그 간이성 때문에 널리 이용되고 있는 방식이지만, 유언 내용의 불명확성이나 방식불비, 유언자의 진의 확인이 어렵고, 위ㆍ변조 가능성 등으로 인하여 유언자의 사후에 유언의 진실성에 대한 분쟁이 일어날 위험성이 크며, 특별한 공적 보관을 요구하지 않아 유언장의 분실ㆍ멸실ㆍ은닉ㆍ위조ㆍ변조ㆍ미발견의 우려가 있어 유언자의 진의확보가 곤란해진다.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경우에 다른 유언 방식에 비하여 더욱 엄격한 유언의 요식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또한 ‘날인’ 요건에 대한 합헌적 법률해석, 즉 본인이 날인하지 아니하고 다른 사람이 대신 날인하는 경우, 인감도장이 아닌 막도장이나 무인에 의한 경우, 날인을 할 장소를 한정하지 않고 유언서의 모두나 말미 등에 하는 경우 등도 모두 그 유효성을 인정하여 합헌적 법률해석을 통한 유효성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할 수 있고, ‘주소의 자서’ 요건에 대하여도 유언자의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이라면 주민등록법에 의하여 등록된 곳일 필요가 없고, 다른 요건을 모두 갖추고 주소의 기재만을 빠뜨린 경우에는 유언자의 진의를 존중하여 그 유언을 유효로 볼 가능성도 있으므로 유언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유언자의 유언의 자유의 제한 정도가 이로 인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어 법익균형성도 갖추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유언자의 유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가. 제한되는 기본권 및 심사기준

(1) 제한되는 기본권

우리 헌법의 재산권 보장은 사유재산의 처분과 그 상속을 포함하는 것인바, 유언자가 생전에 최종적으로 자신의 재산권에 대하여 처분할 수 있는 법적 가능성을 의미하는 유언의 자유는 생전증여에 의한 처분과 마찬가지로 헌법상 재산권의 보호를 받는다(헌재 1989. 12. 22. 88헌가13 , 판례집 1, 357, 368;헌재 1997. 12. 24. 96헌가19 등, 판례집 9-2, 762, 774 참조). 유언자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유증을 하는 경우 그 방식을 모두 구비하지 않으면 설사 유언자의 의사가 진정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유언의 효력이 부인되어 유언자의 진의를 관철할 수 없게 되는바, 이는 자신의 재산권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제한하는 것으로 헌법 제23조 제1항에서 보장되는 유언자의 재산권에 대한 제한이 된다.

한편 유언의 자유는 단순한 재산권 처분의 권능 이외에도 사적 자치의 실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유언을 할지의 여부, 그 구체적인 내용의 선택, 유언의 방식 등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맡겨져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 있어서 그 방식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된 유언자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된다(헌재 2008. 3. 27. 2006헌바82 , 판례집

20-1상, 355, 368).

(2) 심사기준

상속권은 재산권의 일종이므로 상속제도나 상속권의 내용은 입법자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한다고 할 것이지만, 입법자가 법률로써 상속제도와 상속권의 내용을 정함에 있어서 입법형성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는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일탈하는 경우에는 그 법률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서는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그 목적달성을 위한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그리고 그 입법에 의해 보호하려는 공공의 필요와 침해되는 기본권 사이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어야 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은 법률 내지 법률조항은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1998. 8. 27. 96헌가22 등, 판례집 10-2, 339, 356-357;헌재 2004. 10. 28. 2003헌가13 , 판례집 16-2하, 76, 81;헌재 2008. 3. 27. 2006헌바82 , 판례집 20-1상, 355, 369 등 참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날인’ 부분의 위헌 여부

(1) 종전 결정례의 요지

우리 재판소는 2008. 3. 27. 2006헌바82 결정(판례집 20-1상, 355, 369-372)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날인’ 부분에 대하여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 결정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날인’ 부분은 유언자의 사망 후 그 진의를 확보하고, 상속재산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상속제도를 건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은 이를 수긍할 수 있다.

(나) 방법의 적절성

이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입법자는 유언에 대하여 엄격한 형

식을 구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고, 특히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가장 간이한 방식의 유언이지만 증인이나 제3자의 관여를 요구하지 않아 위조나 변조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고 유언자의 사후에는 본인의 진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엄격한 방식을 구비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다.

(다) 침해의 최소성

동양문화권인 우리나라에는 법률행위에 있어서 인장을 사용하는 오랜 법의식 내지 관행이 존재하는바, 사문서에 있어서 인장은 주로 의사표시의 주체와 문서를 매개하여 의사표시의 진정성을 확보하고 문서가 문서작성자에 의하여 작성되었다는 것을 징표하는 기능을 하며, 특히 의사의 최종성을 표현하고 문서의 완결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관행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법률생활에 있어서 서명으로 개인의 인적 동일성을 징표하는 관행이 점차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서명의 관행이 날인의 관행을 완전히 대체하였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하기는 어려우며, 거래계의 일반적 관행상 서명이 의사의 최종성과 문서의 완결성을 표현하는데 충분한 수단으로 인식되거나 사용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날인’ 부분은 이와 같은 법의식 내지 관행에 비추어 성명의 자서만으로는 당사자의 최종적인 진의를 확보하고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고려에 입각하고 있으므로 동일한 기능을 가진 두 가지 방식을 불필요하게 중복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이외에도 개인의 명의로 작성된 사문서이지만 관공서에 제출하는 문서로서 그 성립 및 내용의 진정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신청서 등에 있어서는 신청자의 서명날인이 법령상 요구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 있어서 날인은 인장에 의한 것뿐만 아니라 무인에 의한 것도 포함된다는 것이 판례의 취지(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 참조)이므로 유언자로서는 무인을 통하여 인장을 쉽게 대체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유언자가 접근할 수 없는 불가능한 방식을 요구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민법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이외에도 녹음에 의한 유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등을 마련하고 있으므로

유언자로서는 다른 방식의 유언을 선택하여 유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그리고 유언자가 민법이 요구하는 유언의 방식을 구비하여 유증을 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생전에 민법 제562조의 사인증여를 함으로써 자신의 의사를 관철할 수도 있다.

더욱이 ‘외국인의 서명날인에 관한 법률’은 서명날인의 제도를 가지는 국가에 속하지 않는 외국인의 경우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서명날인하여야 할 경우에 서명만으로써 이에 대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유언자가 외국인인 경우에 서명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여 구체적인 타당성을 도모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날인’ 부분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문의 자서와 서명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유언자로 하여금 인장을 날인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날인을 요구하는 것이 기본권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라)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날인’ 부분은 자필증서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하여 유언자의 사후 발생하기 쉬운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고 사유재산제도의 근간이 되는 상속제도를 건전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사익인 유언자의 유언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와 종합적으로 비교하였을 때 그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더욱 크다고 할 것이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2) 이 사건에서의 판단

이 사건의 경우에 위 선례에서의 판시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새로운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판시를 그대로 유지함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날인’ 부분은 헌법 제23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유언자의 재산권과 헌법 제10조에 의해서 보장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함에 있어 헌법 제37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주소’ 부분의 위헌 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주소’ 부분 역시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을 명확히 함으로써 유언자의 사망 후 그 진의를 확보하고, 상속재산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상속 제도를 건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이를 수긍할 수 있다.

(2) 방법의 적절성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가장 간이한 방식의 유언이지만 증인이나 제3자의 관여를 요구하지 않아 위조나 변조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고 유언자의 사후 본인의 진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엄격한 형식을 구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성명의 자서로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이 1차적으로 특정될 것이지만 특히 동명이인의 경우에는 유언자의 주소가 그 인적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간편한 수단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 성명의 자서에다 주소의 자서까지 요구함으로써 유언자로 하여금 보다 신중하고 정확하게 유언의 의사를 표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주소의 자서까지 요구하여 엄격한 방식을 구비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다.

(3) 침해의 최소성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자서를 요구하는 주소는 유언자의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이면 되고(민법 제18조 제1항), 반드시 주민등록법에 의하여 등록된 곳일 필요가 없으므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을 할 정도의 유언자라면 쉽게 이를 기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소의 기재는 반드시 유언전문과 동일한 지편에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유언증서로서의 일체성이 인정되는 이상 주소는 유언증서를 담은 봉투에 기재하여도 무방하므로 유언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민법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이외에도 녹음에 의한 유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등을 마련하고 있으므로 유언자로서는 다른 방식의 유언을 선택하여 유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고, 유언자가 민법이 요구하는 유언의 방식을 구비하여 유증을 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생전에 민법 제562조의 사인증여를 함으로써 자신의 의사를 관철할 수도 있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경우에는 다른 유언방식에 비하여 덜 엄격하여 가장 손쉽게 이용될 수 있는 방식인 반면 유언내용이 불명확하거나 서로 상반되어 유언자의 사후에 유언의 진실성에 대한 분쟁이 일어날 개연성이나 우리 민법이 특별한 공적인 보관을 요구하고 있지도 않아 유언장의 분실, 은닉, 위조 등의 우려도 그만큼 크다 할 것이므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 있어서는 그 요식성을 엄격하게 강화할 필요도 있다.

결국 앞서 본 입법목적에 따라 유언의 요식주의를 취하는 이상, 유언을 하

는 자가 당연히 작성할 것이라고 기대되는 ‘유언의 전문, 유언자의 성명’ 등과 같은 최소한의 내용 이외에 다른 형식적인 기재 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유언의 요식주의를 관철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요청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 있어서 최소한의 내용 이외에 ‘주소의 자서’를 요구한 것이고, ‘주소의 자서’는 다른 유효요건과는 다소 다른 측면에서 의연히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 내지 유언의 진정성 확인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유언자가 위 요건을 충족하는 것도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할 것이므로 주소의 자서를 요구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을 두고 기본권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4)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주소’ 부분 역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하여 유언자의 사후에 발생하기 쉬운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고 사유재산제도의 근간이 되는 상속제도를 건전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사익인 유언자의 유언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와 종합적으로 비교하였을 때 그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더욱 크다고 할 것이므로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었다 할 것이다.

(5)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주소’ 부분도 헌법 제23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유언자의 재산권과 헌법 제10조에 의해서 보장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함에 있어 헌법 제37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라. 청구인의 나머지 주장에 대한 판단

(1)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하여 ‘날인’과 ‘주소’를 요구함으로써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 및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2)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개인의 재산권의 처분에 대한 일반적 의사표시에는 아무런 요식행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유언자가 자필증서에 의하여 유언을 함에 있어서는 유언자의 사망 후 그 진의를 확보함과 아울러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상속제도를 건전하게 보호하기 위하여 자필증서에 날인을 요구하는 등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고, 이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 이상,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을 하고자 하는 유언

자에 대하여 특별히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엄격하게 ‘날인’과 ‘주소’의 자서를 형식적 요건으로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불합리한 차별이라 하여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3)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19조에서 규정하는 양심의 자유에 위반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양심의 자유를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양심은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가치적ㆍ도덕적 마음가짐으로, 개인의 소신에 따른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 형성과 변경에 외부적 개입과 억압에 의한 강요가 있어서는 아니 되는 인간의 윤리적 내심영역이다. 보호되어야 할 양심에는 세계관ㆍ인생관ㆍ주의ㆍ신조 등은 물론, 이에 이르지 아니하여도 보다 널리 개인의 인격형성에 관계되는 내심에 있어서의 가치적ㆍ윤리적 판단도 포함될 수 있다(헌재2005. 5. 26. 99헌마513 등, 판례집 17-1, 668, 684). 나아가 ‘양심상의 결정’이란 선과 악의 기준에 따른 모든 진지한 윤리적 결정으로서 구체적인 상황에서 개인이 이러한 결정을 자신을 구속하고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양심상의 심각한 갈등 없이는 그에 반하여 행동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2004. 8. 26. 2002헌가1 , 판례집 16-2상, 141, 151;헌재 2008. 10. 30. 2006헌마1401 , 공보 145, 1566, 1574)

그러나 이 사건에서와 같이 유언자가 자신의 재산권을 처분하는 단독행위로서 유증을 하는 경우에 있어서 유언자의 의사표시는 재산적 처분행위로서 재산권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일 뿐이고, 인간의 윤리적 내심영역에서의 가치적ㆍ윤리적 판단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할 것이므로 헌법 제19조에서 규정하는 양심의 자유의 보호대상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유언자에게 그 의사표시를 함에 있어서 엄격하게 ‘날인’ 및 ‘주소’의 자서를 형식적 요건으로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유언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김종대의 다음 5. 내지 7.과 같은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조대현의 ‘주소’ 부분 한정위헌의견

민법 제1066조 제1항 중 ‘주소’ 및 ‘날인’ 부분은 원칙적으로 위헌이라고 보

기 어렵지만, 유언자필증서의 다른 기재에 의하여 유언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경우에도 민법 제1066조 제1항 중 ‘주소’ 부분을 적용하여 유언자필증서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민법 제1066조 제1항이 유언자필증서에 유언자의 주소를 기재하도록 요구하는 이유는 유언자의 성명과 주소에 의하여 유언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성명과 함께 유언자를 특정할 수 있는 요소는 주소 외에 주민등록번호·생년월일·본적·가족 성명·사회적 신분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고, 그 중에서 주소의 특정기능이 가장 우월하다고 보기 어렵고, 유언자의 주소 기재가 없으면 유언자를 특정할 수 없게 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유언자필증서에 유언자의 주민등록번호 기타 유언자를 특정할 수 있는 기재가 있는 경우에도 유언자의 주소가 기재되지 않았다고 하여 그 유언자필증서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입법취지의 범위를 넘어서 유언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도 없이 유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유언자필증서에 유언자의 주민등록번호 기타 유언자를 특정할 수 있는 기재가 있는 경우에도 민법 제1066조 제1항 중 ‘주소’ 부분을 적용하여 유언자필증서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6.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송두환의 ‘주소’ 부분 위헌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날인’ 부분에 대하여는 다수의견과 의견을 같이 하나, ‘주소’ 부분에 대하여는 다수의견과 달리 유언자의 재산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의견을 밝혀 둔다.

먼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유언자의 주소의 기재를 요구하는 법 규정의 목적은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을 확인함으로써 유언자의 사망 후 그 진위를 명확하게 가리고, 상속재산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상속제도를 건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

그런데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주소를 반드시 기재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그 목적달성을 위한 적절한 방법인가 하는 점에 대하여 먼저 살펴보면,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은 제1차적으로는 그 성명에 의하여 특정될 수 있지만 동명이인도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 유언자의 주소는 그 인적 동일성을 확인

할 수 있는 간편한 수단이 될 것이다. 이 점에서는 방법의 적정성의 요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동명이인의 경우에 유언자의 주소가 기재되지 않았더라도 그 유언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누구의 유언인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란 쉽게 생각할 수 없다. 더욱이 일반인의 거래관행이나 규범의식이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서 주소의 기재까지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 다른 형식의 유언에서는 주소의 기재를 요구하고 있지 않은 점, 자필증서 유언의 요건으로서 주소의 기재를 요구하는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 등까지 보태어 본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주소를 반드시 기재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을 확인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설령 주소의 기재가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의 확인을 위해 적절한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본다. 주소의 기재가 없는 자필증서유언을 무효로 하면서까지 주소를 반드시 기재하도록 요구할 이유는 없다. 즉 유언장 전문의 자서와 성명의 자서, 그리고 유언의 내용에 의해서 유언장의 실제 작성자와 유언장의 명의자의 동일성을 확보할 수 있음은 물론, 유언이 그의 진의에 의한 것임을 충분히 밝힐 수 있는 등 누가 한 유언인지를 밝혀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므로 주소를 반드시 기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중복적인 요건을 과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언자의 사후에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고 사유재산제도의 근간이 되는 상속제도를 건전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은 전문의 자서와 서명, 날인에 의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것임에 반하여, 주소의 자서가 흠결되면 이 사건 유언은 무효가 되고 유언자의 진의가 관철될 여지는 전혀 없게 될 것이므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주소의 자서를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침해되는 법익과 보호되는 공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어 법익 균형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주소’ 부분은 방법의 적정성 내지 침해의 최소성, 그리고 법익의 균형성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서 유언자의 재산권과 헌법 제10조에 의해서 보장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7. 재판관 김종대의 위헌의견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유언 전문의 자서와

서명 이외에 ‘주소의 자서’ 및 ‘날인’까지 요구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다.

우선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주소’ 부분에 대하여는 앞서 본 단순위헌의견의 이유와 그 견해를 같이하므로 따로 이유 설시를 하지 않기로 한다.

다음 ‘날인’ 부분에 대하여는 이미 헌재 2008. 3. 27. 2006헌바82 결정(판례집 20-1상, 355, 372-374)에서 아래와 같은 요지로 위헌 이유를 상세히 밝힌 바 있으므로 동 사건에서의 이유를 인용하기로 한다.

“오늘날 의사의 확정방법으로서 날인은 자필에 비해 현저히 그 중요성이 감소되었고, 더구나 날인은 자필에 비해 타인에 의한 날인 가능성과 위조 가능성이 커 의사의 최종적 완결 방법으로는 부적당하게 되어 각종 법률에서 날인을 요구하는 경향은 점차 줄어들고 단순히 서명(성명의 자서)만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날인을 요구하는 목적은 유언장 작성자와 유언장 명의자의 동일성을 확보하고 유언이 그의 진의에 의한 것임을 밝히기 위한 것인데, 이는 유언장의 전문의 자서와 성명의 자서에 의해서 충분히 달성되므로 그 밖에 날인을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중복적인 요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최소침해성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는 것이고, 유언자의 사후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고 사유재산제도의 근간이 되는 상속제도를 건전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은 전문의 자서와 서명에 의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것임에 반하여, 날인이 흠결되면 이 사건 유언은 무효가 되고 유언자의 진의가 관철될 여지는 전혀 없게 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침해되는 법익과 보호되는 공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어 법익균형성의 원칙에도 위반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날인’ 부분은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유언자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해외출장으로 서명날인 불능)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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