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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5. 5. 26. 선고 99헌마513 2004헌마190 결정문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등 위헌확인 (주민등록법시행령 제33조 제2항)]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1. 오○익 외 1인(99헌마513)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창국 외 6인

2. 이○빈 외 2인( 2004헌마190 )

대리인 여는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강문대 외 7인

여민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선수 외 1인

법무법인 길상

담당변호사 김인회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송호창 외 2인

해람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안상운

필동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안영도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이상희 외 1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이은우

피청구인

경찰청장(99헌마513)

주문

1.주민등록법시행규칙 제9조 중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를 송부하도록 한 부분에 대한 청구인 이○빈, 같은 최○아, 같은 정○호의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2.위 청구인들의 나머지 심판청구와 청구인 오○익, 같은 홍○만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99헌마513사건

청구인 오○익, 같은 홍○만은 주민등록법 제17조의8주민등록법시행령 제33조 제2항에 의하여 이미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사람들로서, 사회운동단체인 인권실천시민연대와 사회진보연대에 각 소속되어 있으면서 1999. 6.초경부터 주민등록증 일제갱신을 계기로 지문날인반대운동을 해 오고 있다.

위 청구인들은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당시 자신들이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날인함으로써 만들어진 열 손가락의 지문정보를 피청구인 경찰청장(이하 ‘경찰청장’이라고만 한다)이 보관·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공권력행사로 인하여 자신들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인격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1999. 9. 1.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2004헌마190 사건

청구인 이○빈, 같은 최○아, 같은 정○호는 모두 17세가 되어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1항에 의하여 주민등록증 발급대상자가 된 사람들로서,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을 하라는 통지를 받고 각 관할 동사무소를 방문하였으나 담당공무원들로부터 주민등록법시행령 제33조 제2항에 의한 별지 제30호서식을 근거로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열 손가락 지문을 날인할 것을 요구받게 되자 이를 거부하였다.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3항, 제21조의4 제2항·제3항에 의하면, 위 청구인들은 발급신청기간 내에 주민등록증의 발급을 신청하여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그 기간 내에 신청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5만 원 이하 또는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위 청구인들은 주민등록법시행령 제33조 제2항에 의한 별지 제30호서식 중 열 손가락의 회전지문과 평면지문을 날인하도록 한 부분과 주민등록법시행규칙 제9조 중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를 송부하도록 한 부분이 자신들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인격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04. 3. 11.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청구인 이○빈, 같은 최○아, 같은 정○호(이하 ‘청구인 이○빈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는 ① 주민등록법시행령 제33조 제2항에 의한 별지 제30호서식 중 열 손가락의 회전지문과 평면지문을 날인하도록 한 부분(이하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라 한다) ② 주민등록법시행규칙 제9조 중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를 송부하도록 한 부분(이하 ‘이 사

건 시행규칙조항’이라 한다), 청구인 오○익, 같은 홍○만(이하 ‘청구인 오○익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는 ③ 경찰청장이 청구인 오○익 등의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날인되어 있는 지문정보를 보관·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행위(이하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라 한다)의 각 위헌 여부이다(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 오○익의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는 1985. 8. 14. 작성되어 경찰청장이 그 다음달 무렵부터 그의 지문정보를 보관하여 왔고, 1995. 3. 14. 그의 여섯 손가락 지문을, 2003. 7. 30. 그의 열 손가락 지문 모두를 전산화하였으며, 청구인 홍○만의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는 1993. 10. 20. 작성되어 경찰청장이 그 다음달 무렵부터 그의 지문정보를 보관하여 왔고, 1996. 2. 10. 그의 여섯 손가락 지문을, 2004. 8. 9. 그의 열 손가락 지문 모두를 전산화하였으며, 위 각 보관 또는 전산화한 날 무렵부터 청구인 오○익 등의 지문정보를 문서 및 전산자료의 형태로 보관하면서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해오고 있음이 인정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심판대상이 되는 것은 위와 같이 계속되는 사실행위 중 앞에서 본 심판청구당시의 행위가 될 것이다. 지나간 행위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인정될 수 없고, 별도로 헌법적 해명을 해야 할 필요성도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법시행령 제33조 제2항주민등록법시행규칙 제9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주민등록법시행령 제33조 제2항에 의한 별지 제30호서식은〔별지 2〕기재와 같다).

주민등록법시행령 제33조(주민등록증의 발급절차) ① 생략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주민등록증 발급통지를 받은 자 또는 공고된 자는 그 통지서 또는 공고문에 기재된 발급신청기간 내에 본인이 직접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시·군·자치구(이하 “주민등록지의 시·군·구”라 한다)의 관계공무원에게 사진(6월 이내에 촬영한 가로 3센티미터 세로 4센티미터의 탈모상반신의 사진을 말한다. 이하 같다) 1매를 제출하거나 그 사무소에서 직접 사진을 촬영하고, 본인임을 소명한 후, 그 공무원 앞에서 별지 제30호서식에 의한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지문을 날인하여 신청하여야 한다.

③~⑤ 생략

주민등록법시행규칙 제9조(주민등록발급신청서의 송부)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와 별지 제5호서식의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집계표를 다음달 5일까지 해당자의 주민등록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의 파출소장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별지 3〕기재와 같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시행규칙조항에 관한 부분

행정자치부장관은 이 사건 시행규칙조항이 지문날인을 하지 않은 청구인 이○빈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청구할 수 있는바, 여기에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라 함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자기의 기본권이 현재 그리고 직접적으로 침해받은 자를 의미하며 단순히 간접적, 사실적 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뿐인 제3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헌재 1992. 9. 4. 92헌마175 , 판례집 4, 579, 580; 1998. 8. 27. 97헌마372 등, 판례집 10-2, 461, 470-471 등).

이 사건 시행규칙조항은 지문날인이 된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의 작성을 전제로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으로 하여금 이를 해당자의 주민등록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의 파출소장에게 송

부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그렇다면 지문날인을 거부한 청구인 이○빈 등으로서는 이 사건 시행규칙조항에 의하여 자신들의 기본권을 현재 침해받고 있다고 볼 여지가 없음은 명백하다.

한편, 기본권의 침해가 장래에 발생하더라도 그 침해가 틀림없을 것으로 현재 확실히 예측된다면 기본권구제의 실효성을 위하여 침해의 현재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나(헌재 1992. 10. 1. 92헌마68 등, 판례집 4, 659, 669; 2002. 7. 18. 2001헌마605 , 판례집 14-2, 84, 96 등), 이 사건의 경우 지문날인제도를 다투고 있는 청구인 이○빈 등이 장래 지문날인을 할 것이 확실히 예측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시행규칙조항에 의한 기본권침해 역시 확실히 예측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규칙조항에 대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 및 현재성 요건을 결여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나.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관한 부분

행정자치부장관은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지문날인을 하지 않은 청구인 이○빈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청구인 이○빈 등은 17세에 달한 주민등록증 발급대상자로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따라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열 손가락 지문을 날인하여 주민등록증의 발급을 신청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고, 정당한 사유 없이 발급신청기간 내에 신청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5만 원 이하 또는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지게 되었으므로(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3항, 제21조의4 제2항·제3항),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령 그 자체에 의하여 의무가 부과된 경우로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대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자기관련성, 직접성 및 현재성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다.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에 관한 부분

(1) 헌법소원의 대상성 여부

행정자치부장관과 경찰청장은 경찰청장이 청구인 오○익 등의 지문정보를 보관하고 이를 전산정보로 변환하여 경찰청의 행정목적에 사용하는 것은 그로 인하여 그들에게 어떠한 법률관계의 변동이나 이익의 침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경찰청장이 지문정보를 보관·전산화하여 이를 경찰행정목적에 사용하는 것은 개인정보의 하나인 지문정보의 보관·처리·이용을 의미하고, 이는 후술하는 바와 같이 헌법상 기본권의 하나로 인정되는 이른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공권력의 행사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한다는 행정자치부장관과 경찰청장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청구기간의 준수 여부

경찰청장은 청구인 오○익 등의 이 부분 심판청구는 그들의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시기와 비교하여 이미 청구기간이 도과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에 의하면, 제6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의 심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 오○익의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는 1985. 8. 14. 작성되어 경찰청장이 그 다음달 무렵부터 그의 지문정보를 보관하여 왔고, 1995. 3. 14. 그의 여섯 손가락 지문을 전산화하였고, 청구인 홍○만의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는 1993. 10. 20. 작성

되어 경찰청장이 그 다음달 무렵부터 그의 지문정보를 보관하여 왔고, 1996. 2. 10. 그의 여섯 손가락 지문을 전산화하였으며, 위 각 보관일 무렵부터 청구인 오○익 등의 지문정보를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해 오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는 위와 같이 각 보관 또는 전산화한 날 이후 청구인 오○익 등의 헌법소원심판 청구시점까지 계속되고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이 계속되는 권력적 사실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이 부분 심판청구의 경우 청구기간 도과의 문제는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지문날인제도의 개관

(1) 지문날인제도의 연혁

주민등록법은 시·군의 주민을 등록하게 함으로써 주민의 거주관계를 파악하고 상시로 인구의 동태를 명확히 하여 행정사무의 적정하고 간이한 처리를 도모할 목적으로 1962. 5. 10. 법률 제1067호로 제정된 이래, 2004. 3. 22. 법률 제7201호로 최종 개정되기까지 모두 13차례에 걸쳐 개정되었다.

지문날인제도는 주민등록법 제정당시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고, 1968. 5. 29. 법률 제2016호로 주민등록법이 개정되어 주민등록증 제도가 도입되면서 주민등록증의 발급과 관련하여 비로소 도입된 것이다. 지문날인제도의 법적 근거는 1968. 9. 16. 대통령령 제3585호로 개정된 주민등록법시행령 제32조 제2항에서 “주민등록증의 발급을 받고자 하는 자는 그 자신이 …… 별지 제33호 서식에 의한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와 주민등록용지에 무인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양손 무지지문을 날인하도록 한 것이 처음이다.

이에 이르기까지의 입법과정상 논의를 살펴보면, 앞서 본 주민등록제도 일반에 관한 입법목적 외에도 치안상 필요한 특별한 경우에는 신원이나 거주관계를 확인하기 위하여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도록 함으로써 간첩이나 불순분자를 용이하게 식별 색출하여 반공태세를 강화하고 행정상 주민등록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행정능률과 주민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점이 입법목적으로 고려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주민등록증제도, 나아가 지문날인제도의 입법목적으로는, 주민의 거주관계 파악 및 행정사무의 적정, 간이한 처리라는 주민등록제도 일반에 관한 입법목적 외에도 치안유지나 국가안보가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된 것이고, 이러한 입법목적에는 날인된 지문의 범죄수사목적상 이용도 포함됨은 자명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1975. 8. 26. 대통령령 제7759호로 주민등록법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열 손가락 지문을 날인하도록 한 이래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편, 1997. 12. 17. 법률 제5459호로 개정된 주민등록법은 21세기 정보화시대에 대비하여 종전의 주민등록증 대신 주민카드로 갱신 발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나, 1999. 5. 24. 법률 제5987호로 개정된 주민등록법에서 국민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이유로 전자주민카드사업은 보류되었다. 주민등록법에 ‘지문’이라는 표현이 사용됨으로써 지문날인제도가 법률에 명시적 근거를 갖게 된 것은 위 1997. 12. 17. 개정법 제17조의8 제2항에서 주민카드에 수록할 사항 중의 하나로 지문을 규정하면서부터이고, 그 후 위 1999. 5. 24. 개정법 제17조의8 제2항 본문에서 “주민등록증에는 성명·사진·주민등록번호·주소·지문·발행일·주민등록기관을 수록한다.”라고 하여 주민등록증에 수록할 사항 중의 하나로 지문을 규정한 이래 오늘에 이르고 있다.

(2)경찰청장의 지문정보의 보관·전산화 및 이용 현황

경찰청장의 답변서 등 이 사건 관련자료에 의하면, 지문정보의 보관·전산화 및 그 이용 현황은 다음과 같다.

(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열 손가락 지문날인제도가 시행된 것은 1975. 8. 26. 대통령령 제7759호로 주민등록법시행령이 개정되면서부터이고, 현재 경찰청에서는 열 손가락 지문이 날인된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를 보관하고 있다.

(나) 경찰청에서는 1990년부터 개인의 인적 사항, 열 손가락 지문 등이 포함되어 있는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를 고속의 대용량컴퓨터에 이미지 형태로 입력한 다음, 필요시 단말기에 현출시켜 지문을 확인하거나 또는 변사자의 인적 사항 및 현장유류지문 등을 자동으로 검색하여 동일인 여부를 확인하는 체계인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을 도입하여 가동하기 시작하였다.

1990. 10.경 최초로 지문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기 시작하여 1998. 2. 이전까지는 좌우 손가락 세 개씩 여섯 손가락 지문만을 입력하고, 그 이후에는 열 손가락 지문 모두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2003. 6. 15. 경찰청이 보관하고 있던 약 3,900만 명의 지문정보에 대한 전산화가 일응 완료되었다.

(다)경찰청에서는 위와 같이 보관·전산화하고 있는 지문정보를 우선 범죄수사활동에 이용하고 있다. 즉 살인, 강도, 절도 등 각종 범죄가 발생하게 되면 지방청 및 경찰서의 과학수사반(감식요원)이 현장에 출동, 과학적 방법으로 현장에 유류된 지문을 채취함으로써 용의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검거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2002년 발생한 총범죄발생은 형법범과 특별법범 포함하여 약 183만 건에 달하고, 이 중 민생치안과 관련이 있는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는 약 47만 건이 발생하였다. 위 5대 범죄 중 지문에 의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폭력을 제외하고, 지문으로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약 19만 건에 이른다.

다음으로 지문정보는 각종 신원확인에 이용되고 있다. 첫째, 대형사건사고나 변사자가 발생한 경우에 신원확인을 위하여 이용된다. 이러한 경우의 신원확인은 수사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유족측 입장에서는 장례나 보상절차를 밟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둘째, 형사입건피의자가 다른 건으로 기소중지되어 있는 경우 등에 타인의 인적사항을 도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타인의 인적사항을 도용하여도 경찰청에서 보관중인 피도용자의 지문과 일선 경찰서 등에서 송부되어 온 수사자료표상 지문을 대조함으로써 이를 적발하고 있다. 셋째, 전과자나 신용카드 빚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등이 자신의 전과나 채무 등을 은폐하기 위하여 다른 호적 또는 주민등록을 만들려고 하는 일이 있는데, 경찰청에서의 지문대조과정에서 이러한 시도를 차단하고 있다.

나. 이 사건 심판대상과 관련기본권

(1)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이 사건 시행규칙조항에 대한 부분은 부적법 각하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 중 본안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 사건 시행령조항과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의 각 위헌 여부이다.

그런데 주민등록증 발급대상자로 하여금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열 손가락의 지문을 날인하도록 하고 있는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지문정보의 수집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는 개인정보의 하나인 지문정보의 수집·보관·전산화·이용이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적용되고 행해진 규범 및 행위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그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청구인들(청구인들 5인 모두를 말한다. 이하 같다)이 이 사건 심판청구에서 침해된 것으로

거론하고 있는 기본권으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인격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양심의 자유 등을 들 수 있는바, 우선 이 사건 심판청구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2)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즉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말한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라고 할 수 있고,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이나 사사(私事)의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않고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한다. 또한 그러한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

새로운 독자적 기본권으로서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헌법적으로 승인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다음과 같은 사회적 상황의 변동을 그 배경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인류사회는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종전의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진입하게 되었고, 이에 따른 정보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개인정보의 수집·처리와 관련한 사생활보호라는 새로운 차원의 헌법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제기되었다.

현대에 들어와 사회적 법치국가의 이념 하에 국가기능은 점차 확대되어 왔고, 이에 따라 국가의 급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국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복리증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가에 의한 개인정보의 수집·처리의 필요성이 증대된다. 오늘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행정기관의 정보 수집 및 관리 역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킴으로써 행정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오늘날 국민이 급부행정의 영역에서 보다 안정적이고 공평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정보기술의 뒷받침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현대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그 그림자도 짙게 드리우고 있다. 특히 컴퓨터를 통한 개인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가 진행되면서 개인정보의 처리와 이용이 시공에 구애됨이 없이 간편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고, 정보처리의 자동화와 정보파일의 결합을 통하여 여러 기관간의 정보교환이 쉬워짐에 따라 한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모든 기관이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오늘날 현대사회는 개인의 인적 사항이나 생활상의 각종 정보가 정보주체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타인의 수중에서 무한대로 집적되고 이용 또는 공개될 수 있는 새로운 정보환경에 처하게 되었고, 개인정보의 수집·처리에 있어서의 국가적 역량의 강화로 국가의 개인에 대한 감시능력이 현격히 증대되어 국가가 개인의 일상사를 낱낱이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사회적 상황 하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승인하는 것은 현대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내재된 위험성으로부터 개인정보를 보호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결정의 자유를 보호하고, 나아가 자유민주체제의 근간이 총체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헌법적 보장장치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헌법상 근거로는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헌법 제10조 제1문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근거를 둔 일반적 인격권 또는 위 조문들

과 동시에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규정 또는 국민주권원리와 민주주의원리 등을 고려할 수 있으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으로 보호하려는 내용을 위 각 기본권들 및 헌법원리들 중 일부에 완전히 포섭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그 헌법적 근거를 굳이 어느 한 두개에 국한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이들을 이념적 기초로 하는 독자적 기본권으로서 헌법에 명시되지 아니한 기본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개인의 고유성, 동일성을 나타내는 지문은 그 정보주체를 타인으로부터 식별가능하게 하는 개인정보이므로,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개인의 지문정보를 수집하고, 경찰청장이 이를 보관·전산화하여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것은 모두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인 이 사건 시행령조항 및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기본권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들고 있으나, 위 기본권들은 모두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헌법적 근거로 거론되는 것들로서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수집·보관·전산화·이용이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 그 보호영역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과 중첩되는 범위에서만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 여부를 판단함으로써 위 기본권들의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어 그 침해 여부를 별도로 다룰 필요는 없다고 보인다.

(4)그 밖에 청구인 이○빈 등은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의하여 신체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제12조 제1항 전문에서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는 신체의 안정성이 외부로부터의 물리적인 힘이나 정신적인 위험으로부터 침해당하지 아니할 자유와 신체활동을 임의적이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헌재 1992. 12. 24. 92헌가8 , 판례집 4, 853, 874). 그렇다면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주민등록증 발급대상자에 대하여 열 손가락의 지문을 날인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만으로는 신체의 안정성을 저해한다거나 신체활동의 자유를 제약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의한 신체의 자유의 침해가능성은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헌법 제19조가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있어서의 양심에는 세계관·인생관·주의·신조 등은 물론이고 나아가 널리 개인의 인격형성에 관계되는 내심에 있어서의 가치적·윤리적 판단도 포함된다. 그러므로 양심의 자유는 널리 사물의 시시비비나 선악과 같은 윤리적 판단에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을 내심의 자유는 물론, 이와 같은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되지 않을 자유까지 포괄한다(헌재 1991. 4. 1. 89헌마160 , 판례집 3, 149, 152 참조). 그런데 지문을 날인할 것인지 여부의 결정이 선악의 기준에 따른 개인의 진지한 윤리적 결정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워, 열 손가락 지문날인의 의무를 부과하는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대하여 국가가 개인의 윤리적 판단에 개입한다거나 그 윤리적 판단을 표명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볼 여지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의한 양심의 자유의 침해가능성 또한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청구인 오○익 등은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가 자신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영장주의 내지 강제수사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미 수집되어 있는 지문정보를 보관·전산화하여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것만으로 신체의 안정성을 저해한다거나 신체활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신체의 자

유를 침해하거나 영장주의 내지 강제수사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가 없고,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가 범죄현장에서 지문이 채취된 자 또는 지문정보가 보관되어 있는 모든 국민의 유죄추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5)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에 있어 문제되는 기본권을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국한하여 보기로 하고, 이하에서는 심판대상인 이 사건 시행령조항 및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에 의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이 헌법상 허용되는 것인지 여부를 살펴본다.

다. 법률유보의 원칙 위배 여부

(1) 기본권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제한할 수 있으나, 그 제한의 방법은 원칙적으로 법률로써만 가능하고 제한의 정도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고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그런데 위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제한에 관한 법률유보의 원칙은 ‘법률에 의한 규율’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한 규율’을 요청하는 것이므로, 기본권의 제한에는 법률의 근거가 필요할 뿐이고 기본권 제한의 형식이 반드시 법률의 형식일 필요는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인 이 사건 시행령조항 및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와 같이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인정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공권력의 행사는 반드시 법률에 그 근거가 있어야 한다.

(2) 먼저 주민등록증 발급대상자로 하여금 열 손가락의 지문을 날인하도록 하고 있는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법률의 근거가 있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1항 및 제3항은 주민등록이 된 자 중 17세 이상의 자에 대하여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도록 하면서 그 발급은 발급대상자의 신청에 의하도록 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 본문은 “주민등록증에는 성명·사진·주민등록번호·주소·지문·발행일·주민등록기관을 수록한다.”라고 하여 주민등록증의 수록사항의 하나로 지문을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5항은 “주민등록증 및 그 발급신청서의 서식과 그 발급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등록법시행령 제33조 제2항은 주민등록증 발급대상자는 관계공무원 앞에서 별지 제30호서식에 의한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지문을 날인하여 주민등록증 발급을 신청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별지 제30호서식은 열 손가락의 회전지문과 평면지문을 날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 이○빈 등은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 본문이 규정하는 지문은 주민등록증에 수록되는 ‘오른손 엄지손가락 지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주민등록증과는 상관없는 열 손가락 지문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으므로, 열 손가락의 지문을 날인하여 신청하도록 하고 있는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법률의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민등록법 제1조는 “이 법은 시·군 또는 구의 주민을 등록하게 함으로써 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의 동태를 상시로 명확히 파악하여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행정사무의 적정한 처리를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주민등록법의 이러한 입법목적은 주민등록법 제7조 이하에서 규정하고 있는 개인별 및 세대별 주민등록표의 작성에 의하여 대부분 달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문날인제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주민등록증제도는 위와 같은 주민등록법의 일반적인 입법목적과는 다른 측면을 가지고 있다. 즉 주민등록증제도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래 치안유지나 국가안보를 위하여 탄생한 제도로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신원확인

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고, 그 목적달성을 위하여 주민등록증에는 성명·사진·주민등록번호·주소·지문 등을 수록하도록 하고 있는바, 특히 주민등록표의 수록사항이 아닌 지문을 수록하도록 한 것은 국민의 자기식별성을 강화함으로써 보다 확실한 신원확인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살피건대,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 본문은 주민등록증의 수록사항의 하나로 지문을 규정하고 있을 뿐 ‘오른손 엄지손가락 지문’이라고 특정한 바가 없으며,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서는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5항의 위임규정에 근거하여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의 서식을 정하면서 보다 정확한 신원확인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하여 열 손가락의 지문을 날인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법률에 근거가 없는 것으로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3)다음으로 경찰청장이 청구인 오○익 등의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날인되어 있는 지문정보를 보관하는 행위에 법률의 근거가 있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가)앞에서 본 바와 같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개인에게 자신에 관한 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스스로 결정할 권한을 보장하고 있으며, 특히 현대적인 정보처리기술의 조건 아래서는 국가 등 공권력에 의한 개인정보의 무제한적 수집, 저장, 이용 및 교부에 대하여 개인을 보호할 것이 요구된다.

경찰청장이 본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관장하는 주민등록에 관한 사무와 관련하여 수집된 지문정보를 송부받아 이를 보관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그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

그런데 경찰청장의 지문정보 보관행위의 법률적 근거가 구비되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지문정보의 내용과 특성 및 그로 인한 기본권제한의 정도가 고려되어야 한다.

지문은 손가락 끝마디 안쪽에 있는 피부의 무늬 또는 그것이 어떤 물건에 남긴 흔적을 말한다. 지문정보는 만인부동(萬人不同), 종생불변(終生不變)의 특징을 지니고 있어 개인의 고유성, 동일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정보이므로 가장 정확하고 효율적인 사람의 신원확인수단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는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다.

첫째, 지문정보는 개인의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징표일 뿐 종교, 학력, 병력, 소속 정당, 직업 등과 같이 정보주체의 신상에 대한 인격적·신체적·사회적·경제적 평가가 가능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아니하므로, 그 자체로는 타인의 평가로부터 단절된 중립적인 정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지문정보는 누구나 손쉽게 정보주체를 확인할 수 있는 성명, 사진, 주민등록번호 등과는 달리 일반인의 경우 지문정보의 내용을 가지고 정보주체를 파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이에 대한 전문적인 감식능력이 있는 경우에만 그 정보주체의 확인이 가능하다.

셋째, 지문정보는 지문을 직접 날인하는 방법에 의하여 생성되기 때문에 정보주체로부터 정보수집자에게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보의 내용이 실제 내용과 다르게 왜곡될 염려가 없는 객관적인 정보이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정보주체로 하여금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을 스스로 통제하도록 함으로써 타인에게 형성될 정보주체의 사회적 인격상에 대한 결정권을 정보주체에게 유보시킨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바, 지문정보는 위와 같은 특성으로 인하여 그러한 결정권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매우 작다.

특히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날인되어있는 지문정보는 정보주체가 지문날인시 지문정보

의 수집 및 처리가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쉽사리 예상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경찰청장이 지문정보를 보관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요청되는 법률에 의한 규율의 밀도 내지 수권법률의 명확성의 정도는 그다지 강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먼저 우리 실정법 질서 내에서 개인정보의 보호에 관한 기본법으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의 관련규정을 살펴본다.

위 법률은 제1조에서 “이 법은 공공기관의 컴퓨터에 의하여 처리되는 개인정보의 보호를 위하여 그 취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공공업무의 적정한 수행을 도모함과 아울러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5조는 “공공기관은 소관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개인정보화일을 보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10조 제1항은 “보유기관의 장은 다른 법률에 의하여 보유기관의 내부에서 이용하거나 보유기관 외의 자에게 제공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해 개인정보화일의 보유목적 외의 목적으로 처리정보를 이용하거나 다른 기관에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2항 제6호는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한 경우에는 당해 개인정보화일의 보유목적 외의 목적으로 처리정보를 이용하거나 다른 기관에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률이 제1조에서 공공기관의 컴퓨터에 의하여 처리되는 개인정보만을 그 보호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그것이 일반문서에 의한 개인정보의 경우에 비하여 기본권침해의 우려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같은 법 제5조 및 제10조 제2항 제6호는 그 규정취지가 기본권침해의 우려가 매우 큰 개인정보화일의 경우에도 그것이 소관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그 보유를 허용하고, 그것이 범죄수사를 위한 것이라면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보다 기본권침해의 우려가 덜하다고 할 수 있는 일반문서에 의한 개인정보의 경우에도 같은 범위와 목적 하에서 당연히 그 보유 및 제공을 허용하는 취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같은 법 제10조 제2항 제6호는 컴퓨터에 의하여 이미 처리된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컴퓨터에 의하여 처리되기 이전의 원 정보자료 자체도 경찰청장이 범죄수사목적을 위하여 다른 기관에서 제공받는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하고, 경찰청장은 같은 법 제5조에 의하여 소관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이를 보유할 권한도 갖고 있으며, 여기에는 물론 지문정보를 보유하는 것도 포함된다. 주민등록법시행규칙 제9조가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를 관할 경찰서의 파출소장에게 송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경찰청장이 청구인 오○익 등의 지문정보를 보관하는 행위는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제5조, 제10조 제2항 제6호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다음으로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 본문은 “주민등록증에는 성명·사진·주민등록번호·주소·지문·발행일·주민등록기관을 수록한다.”라고 하여 지문을 주민등록증의 수록사항의 하나로 규정함으로써 지문을 신원확인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

지문은 가장 정확하고 효율적인 신원확인수단으로서 특히 정밀한 신원확인이 지속적으로 요청되는 경찰행정에서 이의 취득·활용은 대단히 긴요하다. 경찰행정영역에서 지문정보는 범죄현장에서 채취한 지문과의 대조, 대형사건사고나 변사자가 발생한 경우의 신원확인, 타인의 인적사항 도용방지 등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바, 이러한 지문정보의 활용은 그 구체적 용도가 무엇인지를 막론하고 모두 개인의 신원확인이라는 점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경찰청장이 신원확인의 목적으로 지문정보를 취득하여 이를 보관하는 것은 주민등록증제도 내지 지문날인제도의 주된 도입목적인 치안유지나 국가안보에도 부합하는 것으로서 최초의 지문수집의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문정보를 가장 필요로 하는 기관이 이를 보관함으로써 본래의 목적달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주민등록법 제17조의10 제1항은 “사법경찰관리가 범인의 체포 등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17세 이상인 주민의 신원 또는 거주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주민등록증의 제시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사법경찰관리는 주민등록증을 제시하지 아니한 자로서 신원을 증명하는 증표나 기타 방법에 의하여 그 신원이나 거주관계가 확인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 한하여 인근 관계관서에서 그 신원이나 거주관계를 밝힐 것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의 전문은 사법경찰관리가 범죄수사를 하는 경우 등에 지문을 신원확인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규정으로 볼 수 있고, 그 후문의 경우 경찰관서에서 지문 등 주민등록증 수록사항에 관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어야만 비로소 그 효과적인 집행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밖에 경찰법 제3조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치안정보의 수집을 경찰의 임무 내지 경찰관의 직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찰청장이 청구인 오○익 등의 지문정보를 보관하는 행위는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 본문, 제17조의10 제1항, 경찰법 제3조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도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라)따라서 경찰청장이 청구인 오○익 등의 지문정보를 보관하는 행위가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4) 나아가 경찰청장이 보관하고 있는 청구인 오○익 등의 지문정보를 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행위가 법률의 근거가 있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제10조 제2항 제6호 등의 규정에 의하여 경찰청장에 의한 지문정보의 보관이 허용되는바, 개인정보화일의 보유를 허용하고 있는 같은 법 제5조에 의하여 지문정보를 컴퓨터의 자기테이프·자기디스크 기타 이와 유사한 매체에 기록된 개인정보화일로 변환하는 전산화도 허용되는 것이므로, 경찰청장은 자신이 업무수행상의 필요에 의하여 적법하게 보유하고 있는 청구인 오○익 등의 지문정보를 전산화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경찰청장이 지문정보를 보관하는 것은 범죄수사 등의 경우에 신원확인을 위하여 이용하기 위한 것이므로, 경찰청장이 청구인 오○익 등의 지문정보를 보관하는 행위의 법률적 근거로서 거론되는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제10조 제2항 제6호 등은 모두 경찰청장이 청구인 오○익 등의 지문정보를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행위의 법률적 근거로서 원용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경찰청장이 보관하고 있는 청구인 오○익 등의 지문정보를 전산화하고 또한 이를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것이 법률의 근거가 없는 것으로서 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5)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인 이 사건 시행령조항 및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는 모두 그 법률의 근거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정보화사회로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개인정보보호의 필요성이 날로 증대하

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경찰청장이 지문정보를 보관·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 등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 보관·전산화·이용의 주체, 목적, 대상 및 범위 등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그 법률적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과잉제한 여부

(1)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주민등록증 발급대상자로 하여금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열 손가락의 지문을 날인하도록 하고 있고, 경찰청장은 청구인 오창익 등의 지문정보를 보관·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 등에 이용하고 있다.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의하여 열 손가락 지문을 날인하여 신청하게 함으로써 지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지문정보가 경찰에서 범죄수사목적 등으로 이용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인 이 사건 시행령조항 및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는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어 지문정보의 수집·보관·전산화·이용이라는 넓은 의미의 지문날인제도를 구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인 이 사건 시행령조항 및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과잉제한하는지 여부를 살펴봄에 있어 이를 분리하여 고찰하지 아니하고, 지문정보의 수집·보관·전산화·이용을 포괄하는 의미의 지문날인제도(이하 ‘이 사건 지문날인제도’라 한다)가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의 문제로서 살펴보기로 한다.

(2) 이 사건 지문날인제도의 특징은 17세 이상 모든 국민의 열 손가락 지문정보를 수집하여 경찰청장이 이를 보관·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 등에 이용한다는 점에 있다. 일반적으로 지문날인제도 자체가 정확한 신원확인을 위한 것이지만, 특히 이 사건 지문날인제도가 범죄자 등 특정인만이 아닌 17세 이상 모든 국민의 지문정보를, 그것도 한 손가락만이 아니라 열 손가락 모두의 지문정보를 수집하여 보관하도록 한 것은 신원확인기능의 효율적인 수행을 도모하고, 신원확인의 정확성 내지 완벽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지문날인제도의 목적의 정당성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또한 17세 이상 모든 국민의 열 손가락 지문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보관·전산화하여 이용하는 것이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3)이 사건 지문날인제도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해 최소성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첫째, 이 사건 지문날인제도가 17세 이상 모든 국민의 지문정보를 구체적 사건과 관련 없이 사전에 포괄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보관·전산화하여 범죄수사목적 등에 이용하는 것이 피해 최소성의 원칙에 어긋난 것으로서 개인정보에 대한 과도한 수집 및 이용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경찰이 범죄수사나 사고피해자의 신원확인 등의 경우에 행하는 지문정보의 이용은 구체적 사건에서 채취한 지문과 경찰이 미리 수집하여 보관중인 지문정보를 대조하는 방식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만일 경찰이 사전에 광범위한 지문정보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면 지문정보를 통한 신원확인작업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범죄자 등 특정인의 지문정보만 보관해서는 17세 이상 모든 국민의 지문정보를 보관하는 경우와 같은 수준의 신원확인기능을 도저히 수행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개인별로 한 손가락만이 아닌 열 손가락 모두의 지문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보관·이용하는 것에 대하여도 정보의 과잉수집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 손가락만의 지문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그 손가락 자체의 손상, 세월의 경과나 사고발생으로 인한 지문의 손상 등으로 인하여 한 손가락만의 지문정보로는 신원확인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정확성 면에 있어서도 열 손가락 모두의 지문을 대조하는 것과 비교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열 손가락 모두의 지문정보를 수집하여 이용하는 것이 지나친 정보수집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셋째, 다른 신원확인수단의 존재와 관련하여 피해 최소성의 원칙 위배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우선 가장 간편한 신원확인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사진의 경우를 보면, 사람의 용모는 성장이나 세월의 경과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고, 성형수술에 의한 사후적 변화도 얼마든지 가능하므로 사진으로는 신원확인의 정확성을 담보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것만으로는 경찰행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신원확인의 수요 및 필요성에 효과적으로 부응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 그밖에 신원확인수단으로 유전자, 홍채, 치아 등을 들 수 있으나, 이들에 대하여는 대체로 지문의 경우에 비하여 그 수집·보관과 관련한 인권침해의 우려가 매우 높고, 그 확인시스템의 구축에 비용 및 시간이 너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남겨진 흔적과의 대조를 통하여도 쉽게 신원확인이 가능한 지문에 비하여 신원확인이 가능한 범위가 협소하다는 점 등의 단점이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여러 신원확인수단 중에서 정확성·간편성·효율성 등의 종합적인 측면에서 현재까지 지문정보와 비견할만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4)또한 이 사건 지문날인제도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법익의 균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도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지문정보는 앞에서 본바와 같이 중립성·객관성·이용주체제한성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지문날인제도에 의하여 17세 이상 모든 국민의 열 손가락 지문정보를 수집하고 경찰청장이 이를 보관·전산화하여 범죄수사목적 등에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정보주체가 현실적으로 입게 되는 불이익은 그다지 심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경찰청장이 앞에서 본바와 같이 보관·전산화하고 있는 지문정보를 범죄수사활동, 대형사건사고나 변사자가 발생한 경우의 신원확인, 타인의 인적사항 도용 방지 등 각종 신원확인의 목적을 위하여 이용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공익이 그로 인한 정보주체의 불이익에 비하여 더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첨언하자면, 법은 현실여건의 바탕위에서 그 시대의 역사인식이나 가치이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므로, 어느 특정한 법이 뿌리박고 있는 정치·경제·사회적인 현실과 역사적 특성을 무시하고 헌법의 순수한 일반이론에만 의존하여서는 그 법에 관련된 헌법문제에 대하여 완전한 이해와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헌재 1996. 12. 26. 90헌바19 등, 판례집 8-2, 729, 757), 우리 나라는 분단국가로서 아직도 체제대립이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그러한 사정에 있지 아니한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국가안보차원에서 국민의 정확한 신원확인의 필요성이 크다는 점도 법익의 균형성 판단과 관련하여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지문정보가 다른 개인정보를 통합하는 연결자(key data)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들어 지문정보 수집의 해악이 크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우리 나라의 경우 위와 같은 연결자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지문보다는 오히려 주민등록번호라고 할 것이고, 실제로 그러한 해악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볼 아무런 사정을 발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잠재적 해악의 발생가능성만으로 이를 이익형량에 있어서 중요한 고려대상으로 삼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5) 결국 이 사건 지문날인제도에 의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은 과잉금지의 원칙의 위배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등 모든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여지므로, 이 사건 지문날인제도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5.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시행규칙조항에 대한 청구인 이○빈 등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기로 하고, 청구인 이○빈 등의 나머지 심판청구와 청구인 오○익 등의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전효숙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의한 것이다.

6.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전효숙의 반대의견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가. 적법요건에 관하여

청구인 오○익 등의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날인되어 있는 지문정보 등을 경찰청장이 보관해 온 행위 중 심판청구일인 1999. 9. 1. 이전의 보관 등 행위는 이미 지나간 것으로서 권리보호이익이 없고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도 없어 심판대상으로 볼 필요가 없는지에 관하여 본다.

일반적으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심판청구에 대한 결정전에 종료된 경우에는 권리 보호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행위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되어 온 경우 그 중간에 심판청구인의 주관적 목적이 달성되었다거나 앞으로 반복침해의 위험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실행위 전체를 심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옳다. 더구나 이 사건은 현대정보사회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관련하여 지문정보 수집, 보관 등의 행위에 관한 헌법적 해명을 해야 할 최초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행위까지 아울러 위헌 여부를 따져 볼 실익이 있다.

나. 본안에 관하여

(1)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제한과 헌법상 한계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을 위하여 열 손가락 지문을 날인하도록 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법률유보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의 지문정보를 수집·보관·전산화·범죄수사 목적에 활용하는 행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점,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헌법적 보장의 필요성과 헌법상 근거에 관하여는 다수의견이 설시한 논지에 우리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이 사건의 나머지 심판대상 규정이나 행위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는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과잉제한인지의 여부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므로 그와 관련된 범위 내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 헌법에서 최고의 가치를 가지는 핵심적인 조항으로서 헌법에 의하여 창설된 모든 국가기관의 공권력행사는 이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고 이에 봉사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체계적으로 최상위의 목표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규범적으로 이는 모든 국가작용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국민 개개인은 통치의 대상이

나 지배의 객체가 되어서는 안되고 그 자체가 목적적 존재로서 섬김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국민 개개인의 그 인격이 최고도로 자유롭게 발현될 수 있도록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현대 고도정보화사회에서 개인의 존엄과 가치,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의 발현이 명실상부하게 보장되려면 개인정보의 무제한적인 수집·보관·이용 등으로부터 개인을 효과적으로 보호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개인정보의 배포·공개 및 그 반면인 수집·보관·이용 등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그 정보주체인 개인이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정보를 수집·보관 및 이용하려면 그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개인정보를 수집하려면 그 목적이 명확히 제시되어야 하고, 수집된 정보를 이용할 때 그 목적이 수집목적과 같은 경우에는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지만 그 목적이 각각 다르거나 수집된 정보를 제3자에게 전달하려면 별도로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개인정보는 이용목적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정확하고 안전하며 최신의 것이어야 하므로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정보주체가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정보는 분실 또는 권한 없는 접근·파괴·사용·변경·공개 등의 위험으로부터 합리적인 안전보장장치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한다.

또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명확히 규정한 경우에만 가능하며 그 경우 개인의 인격자체를 훼손시키는 것과 같이 본질적인 내용은 결코 침해할 수 없다. 이는 곧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기본적인 헌법원리로 삼고 있는 우리 헌법에서 개인의 정보주권에 대한 제한은 그 정보주체 스스로가 동의하거나 자신의 대표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통하여서만 즉, 자기지배를 통하여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고도정보화사회에서 정보를 통한 타인이나 사회세력, 국가권력에 의한 지배는 헌법상 허용되지 아니하며, 그것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개인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은 도저히 확보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개인의 지문정보는 만인부동·종생불멸의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고유성·동일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정보이다. 특정 개인의 신체가 그 자체이듯이 그 신체의 일부분 중 ‘지문’이라는 것은 그 개인자체를 징표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갑의 지문이 곧 갑이라고 판단될 수 있는 것이기에 특정인의 신원확인을 위한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다. 지문은 “중립적인 정보, 전문적인 감식능력 필요(이 점에 대하여는 오늘날 지문인식기술의 발달로 반드시 절대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객관적인 정보”라는 특성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도정보화사회에서는 특히 다음과 같은 점에서 지문정보의 오·남용으로 인해 국민 개인의 기본적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지문이 개인정보의 연결자로 사용되는 경우이다.

현대 고도정보화사회에서는 주민등록증에 수록된 지문정보를 복사하는 것만으로도 지문정보 수집이 가능할 것이므로, 국가기관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개인도 이를 수집할 수 있으리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오늘날 공·사생활에서 우리는 자신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편익을 취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생활방식이 급속히 확산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문정보를 수집한 국가나 기업, 개인이 이를 집적하고, 그것을 통하여 그 개인의 성향이나 취미, 소비행태, 병력 등 사생활을 엿볼 수 있으며, 그 개인에 대한 평가, 분석을 함부로 할

수 있어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크다.

둘째, 지문은 개인의 신체의 일부분이므로, 그 속성상 언제 어디서나 개인은 지문을 남겨두고 다니고 있어, 개인의 지문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는 국가나 기업, 타인은 그 개인의 행위나 사생활을 추적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그 가능성이 알려지거나 스스로 인식하게 되는 경우 개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에 제약을 가져오는 등 개인의 인격과 자유는 심히 위축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헌법상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하여는 지문정보의 수집, 보관, 활용에 대하여 그 목적·대상·범위·기한 등의 요건을 엄격하게 법률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

(2) 법률유보원칙 위배 여부

(가) 피청구인 경찰청장의 지문원지의 보관 등에 대하여

1)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지문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정보로서 개인에 대한 신원확인의 기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제약할 가능성과 여지가 있는 것이므로, 중앙행정기관인 경찰청장이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상 개인의 지문정보를 수집·보관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 그 수집·보관의 목적, 대상, 범위, 기한 등 요건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지문정보에 대한 제1차 정보수집기관인 주민등록증발급기관이 주민등록증에 지문정보를 수록하는 것에 대하여만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에 근거가 마련되어 있을 뿐 경찰청장이 지문원지를 수집·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의 직접적인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주민등록법시행규칙 제9조에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를 해당자의 주민등록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의 파출소장에게 송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지문정보가 포함된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를 관할동장이 관할경찰서의 파출소장에게 송부·제공하는 행위가 주민등록법, 주민등록법시행령 기타 어떠한 법률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고, 오로지 주민등록법시행규칙에 규정되어 있을 뿐이므로, 피청구인의 청구인들에 대한 지문정보의 수집·보관행위는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가)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하여

청구인들의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가 관할경찰서에 송부되어 경찰청장이 지문정보를 수집한 행위는 청구인 오창익의 경우 1985. 9.경, 청구인 홍석만의 경우 1993. 11.경에 각 이루어졌고 개인정보보호법은 1995. 1. 7.에 시행되었다. 같은 법에 시행 전의 공공기관의 정보 취득 보유행위도 소급하여 유효하다는 등의 특별규정이 없으므로 그 시행전의 행위에 대해 같은 법이 법률상 근거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공공기관이 적법하게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전제로 이를 컴퓨터에 의하여 이용·처리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개인정보에 대한 침해로부터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자 제정된 법률로서 컴퓨터에 의하여 처리되기 전의 원 정보자료의 적법성 등을 규율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개인정보보호법안에 대한 국회 행정위원회의 1993. 12. 심

사보고서 참조). 같은 법 제5조에 따라 공공기관이 소관업무수행에 필요한 범위내에서 개인정보화일을 만들어 보유하는 경우 거기에 담겨질 개인정보는 어디까지나 합법적으로 취득한 것이어야 한다. 만약 공공기관이 불법적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라도 일단 컴퓨터 화일로 만들어 놓으면 같은 법에 의해 보유가 정당화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입법취지에 반하고, 개인정보의 수집·보관·처리·이용행위를 할 때에 당사자의 동의나 법률의 근거를 요한다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본질에 비추어도 용인할 수 없다.

같은 법 제10조 제2항 제6호에서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한 경우에는 개인정보화일을 다른 기관에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한 취지는, 범죄수사기관에서 어떤 수사대상자나 범죄혐의의 단서가 발견되어 수사상 필요한 경우 그 관련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의 장에게 그에 대한 소명과 함께 개인정보자료를 송부해 줄 것을 요청하여 특정 개인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는 것이지 수사기관에서 향후 범죄수사를 위하여 사전에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상 지문정보를 모두 송부받고 이를 전산화하여 범죄수사목적으로 활용하라는 데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추후에 시행된 위 법률조항이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 송부에 관한 주민등록법시행규칙 제9조의 법률적 근거가 된다고 보는 것은 컴퓨터에 의하여 처리되는 개인정보화일을 공공기관이 함부로 다루지 않도록 하여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취지나 목적에도 전혀 부합되지 아니한다.

결국 이 사건 지문정보 취득행위의 법률적 근거가 없는 이상 그 후의 보관행위도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주민등록법 제1조는 주민등록제도에 관한 일반적인 입법목적규정이고, 같은 법 제17조의8 제2항은 주민등록증의 수록사항으로서 ‘지문’을 규정하였을 뿐이고, 같은 법 제17조의10 제1항은 사법경찰관리가 범인의 체포 등 직무수행상 필요한 경우 구체적인 거주관계나 신원확인을 위하여 주민등록증의 제시를 요구하거나 신원이나 거주관계를 밝힐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규정일 뿐이다. 경찰법 제3조는 경찰청은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는 경찰의 조직법이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경찰관의 일반적인 직무집행의 범위를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법규정들이, 중앙행정기관인 경찰청장이 구체적인 범죄 수사나 신원확인의 필요성과 상관없이 17세 이상 모든 국민의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상 지문원지를 송부받아 보관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그리하면 정보이용의 주체, 목적과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규율하여야 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본질에 반하기 때문이다.

(나) 피청구인 경찰청장의 지문원지의 전산화·범죄수사목적 활용행위에 대하여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찰청장이 지문원지를 수집·보관하는 행위는 법률상의 근거가 없는 것이므로 개인정보 침해의 위험성이 더 큰 지문정보 전산화나 범죄수사목적에 활용하는 행위는 더욱더 법률상 근거가 없는 것이 된다.

주민등록제도의 입법목적은 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 동태를 파악하여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행정사무의 적정한 처리를 도모하는 데에 있다. 그런데 범죄수사목적으로 지문정보를 수집·활용하는 것은 행정절차가 아니라 형사절차의 하나인 수사절차의 일환이다. 수사절차로 이행되면 기본권 관련 대상이나 그 제한내용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개인의 기본적 인권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는 다르게 된다. 따라서 당초 수집목적 외의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하려면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0조 제2항 제6호

에서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한 경우에 개인정보화일을 다른 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한 규정도 구체적인 수사상 필요가 있을 경우에 한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신원확인에 유용하다고 하여 수사기관에서 향후 범죄수사를 위하여 사전에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상 지문정보를 모두 송부받고 이를 전산화하여 범죄수사목적으로 활용하라는 법적 근거는 아니다.

(다) 소 결

따라서 피청구인 경찰청장이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날인함으로써 만들어진 청구인 오창익·홍석만의 열 손가락의 지문원지를 관할시장 등으로부터 송부받는 방법으로 지문정보를 수집하여 보관하면서 이를 전산화하고 범죄수사목적에 활용하는 것은 법률에 근거가 없는 것으로 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고, 나아가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하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원리와 이를 담보하는 법치주의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3)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이 사건 심판대상행위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률유보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이 사건 시행령 규정을 포함한 심판대상행위가 모두 법률적 근거를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특히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본권의 과잉제한금지원칙에 위배된다.

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 동태를 파악하여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행정사무의 적정한 처리를 도모하고자 하는 주민등록법의 입법취지를 달성하기 위하여 반드시 하나가 아니라 열 손가락의 평면지문과 회전지문 모두를 수집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오히려 다수의견이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지문이 신원확인의 가장 유용한 정보자료라는 특성을 이용하여 경찰행정의 편의를 도모하는데 주로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경우에도 지문정보의 수집, 보관, 이용이 구체적으로 범죄혐의가 인정되거나 범죄단서를 포착한 경우에만 한정된 것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범죄예방 차원이나 범죄정보수집단계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인지 그 목적이나 범위, 한계가 불분명하고 명확하게 정해진 바가 없다. 수사상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이미 법질서를 침해한 바 있거나 앞으로 반규범적 행위를 할 개연성이 있는 범죄의 전력이 있는 자나 성향을 가진 자의 지문정보를 수집 보관하고 이를 후일 범죄수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범죄현장에 남겨진 다른 증거물이나 범죄혐의자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탐문조사, 기타 과학적 수사방법을 통하여 범인의 신원확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형사고나 변사자의 신원도 그러한 사고가 발생한 때에 치아나 유전자감식 등 다른 대체수단을 활용하여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전력이 없는 모든 일반 국민의 주민등록증발급신청의 기회에 열 손가락의 회전지문과 평면지문 일체를 수집, 보관, 전산화하고 있다가 이를 그 범위, 대상, 기한 등 어떠한 제한도 없이 일반적인 범죄수사목적 등에 활용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최소한의 침해라고 할 수 없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우연히 범죄 현장에 당해 범죄와 관계없이 시차를 달리하여 있은 적이 있어 지문을 남긴 경우, 경찰이 모든 국민의 지문정보를 범죄수사에 활용함에 따라 범죄와 무관한 사람도 수사대상자 내지 범죄혐의 대상자로 지목되어 범죄수사를 위한 소환 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그리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문정보는 위와 같은 구체적인 범죄수사를 위해서 뿐 아니라 일반적인 범죄예방이나, 범죄정보수집 내지는 범죄예방을 빙자한 특정한 개인에 대한 행동의 감시에 남용될 수 있어 법익균형성도 상실될 우려가 있다. 지문정보가 신원확인에 효율적인 유용한 수단이므로 신원확인의 정확성 내지 완벽성

을 제고하기 위하여는 무제한적인 지문정보의 수집, 보관, 전산화, 이용행위라도 타당성이 인정된다는 견해는 행정의 편의성을 국민의 기본권보다 앞세운 발상이다. 공권력행사의 남용가능성이 존재한다면,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하여 그 공권력행사가 법률유보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입각하여 이루어지도록 엄격하게 규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 이공현(주심)

〔별지 1〕 청구인 명단:생략

〔별지 2〕 별지 제30호서식

(앞 쪽)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
※아래의 작성방법과 유의사항을 읽고 기재하시기 바랍니다.
성 명
한 글
주민등록번호
-
한 자
주 소
( 통 반)
세대주
본 적
호 주
직 업
특수기술
혈액형
관계공무원
확 인
담당공무원
이(통)장
소명관계서류
년 월 일 신청인 (서명 또는 인)
구비서류
사진(3cm×4cm) 1매
수수료
없 음
처리기간
<작성방법 및 유의사항>
1. (※) 표시란과 뒤쪽은 공무원이 기재하고 그 외 사항은 모두 신청인이 직접 기재합니다.
2.이(통)장란은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에서 발급한 증명서(사진이 첩부된 것에 한함, 학생증 포함)를 제시할 수 없는 경우에만 경유합니다.
3. 기재사항은 한자라고 표시된 경우 외에는 모두 한글로 기재합니다.
4. 기재할 때에는 흑색 볼펜 또는 흑색 잉크를 사용합니다.
5.본인이 아니거나 또는 이중으로 발급신청을 하게 되면 지문에 의하여 그 사실이 판명되며,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주민등록법 제21조 제2항).

(뒷 쪽)

사진(남자)
(3cm×4cm)
주민등록
번  호
-
사진(여자)
(3cm×4cm)
성 명
한글
분류
검사
천공
검공
한자

왼손 회전지문
둘째손가락
셋째손가락
넷째손가락
다섯째손가락
첫째(엄지)손가락
오른손 회전지문
둘째손가락
셋째손가락
넷째손가락
다섯째손가락
첫째(엄지)손가락
왼손 평면지문
오른손 평면지문
왼손 엄지
오른손 엄지

〔별지 3〕

2.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국민의 지문을 국가가 채취해서 수집·보관한다면 지문정보의 주체인 국민은 통제를 받고 감시되고 있다는 위압감과 굴욕감을 느끼게 되고, 지문날인강요는 기본권 주체의 자유로운 행동과 사고에 관련되어 있는바, 국가가 17세 이상의 모든 국민에게 열 손가락 지문날인을 강요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인격권,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2)주민등록법에 의하여 수집된 지문정보를 경찰청이 보관·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것은 국민의 인격권과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며, 경찰청이 범죄현장에서 채취한 지문과 동일한 지문을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17세 이상의 모든 국민의 지문정보를 전체적으로 검색하는 것은 곧 대상 국민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으로서 이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영장주의와 이로부터 파생되는 강제수사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된다.

(3)현대 정보화사회에서 프라이버시권 또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적극적인 권리로 파악되고 있고, 개인정보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말하며 지문은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정보이다. 따라서 개인의 지문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헌법적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며, 나아가 경찰청이 수집된 지문정보를 송부받아 이를 보관·전산화하고 범죄수사목적으로 이용하는 행위 또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4)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 본문은 “주민등록증에는 성명·사진·주민등록번호·주소·지문·발행일·주민등록기관을 수록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여기에서 ‘지문’은 성명·사진·주민등록번호 등과 함께 주민등록증에 수록되는 ‘오른손 엄지손가락 지문’을 의미할 뿐, 주민등록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열 손가락 지문’을 의미하는 것으로는 해석할 수 없다. 따라서 열 손가락 지문날인제도는 주민등록법의 어디에도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

(5) 경찰청이 지문날인제도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 범죄자 검거와 대형사고 등의 경우의 신원확인은 ‘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의 동태 파악’을 기본적인 목적으로 하는 주민등록법의 규율범위를 현저하게 일탈하는 것으로서 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가사 위와 같은 목적의 타당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의한 열 손가락 지문날인제도는 목적달성에 적절한 수단과 방법이 아니며, 그 목적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제한도 아니므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

(6) 현재 국민의 열 손가락 지문을 날인받은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를 경찰로 보내는 근거는 이 사건 시행규칙조항뿐이다. 그런데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목적을 고지하고 동의를 얻든지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므로 이 사건 시행규칙조항은 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

(7) 기본권제한은 법률에 의해서만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이 아무런 법률의 근거 없이 국민의 지문정보를 보관·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것은 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법률에 의하여 제한하더라도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수단을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년간 약 2,000여 건의 신원확인을 위하여 17세 이상의 모든 국민의 열 손가락 지문을 보관·전산화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은 과

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나. 행정자치부장관과 경찰청장의 의견 및 답변

(1)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나 이 사건 시행규칙조항에 대한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지문날인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위 조항들이 지문날인을 하지 않은 청구인 이가빈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심판청구 중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에 대한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경찰청에서 지문정보를 보관하고 이를 전산정보로 변환하여 경찰행정목적에 사용하는 것은 경찰청 내부의 행정작용에 불과한 것으로서 그로 인하여 청구인 오○익 등에게 어떠한 법률관계의 변동이나 이익의 침해가 있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또한 청구인 오○익 등의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시기와 비교하여 이미 청구기간이 도과한 것이다.

(2)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은 주민등록증에는 지문을 수록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연령에 달한 자는 주민등록증의 발급을 신청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5항은 “주민등록증 및 그 발급신청서의 서식과 그 발급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에 따라 주민등록법시행령 제33조 제2항은 주민등록증 발급통지를 받은 자는 관계공무원 앞에서 별지 제30호서식에 의한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지문을 날인하여 신청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위 서식은 뒷면에 열 손가락의 지문을 날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문은 신원확인을 위하여 필요한 모든 지문을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천재지변, 대형사고 등에서 지문을 신원확인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열 손가락의 지문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5항의 위임에 따라 주민등록법시행령 제33조 제2항에 의하여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열 손가락의 지문을 날인하여 신청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열 손가락 지문날인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3)주민등록증 발급의 목적은 거주지에 살면서 등록한 성명, 생년월일, 주소 등 기본적인 사항 이외에 사진과 지문을 수록함으로써 국민의 인적사항과 거주관계를 보다 더 정확하게 증명하거나 확인하기 위한 것인바,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의한 지문날인제도는 국민의 자기식별성을 과학적으로 강화한 것으로서 피의자 구속 등 보다 완벽한 신원확인을 필요로 하는 사법경찰업무 등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제도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신원확인을 위한 다른 수단으로는 사진이나 유전자감식 등의 방법이 있으나, 사진은 용모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지고 유전자감식방법은 인권침해의 우려가 더욱 크고 그 비용이 과다하기 때문에 지문날인이 신원확인의 가장 적절한 수단이다.

대부분의 범죄수사나 사고피해자의 신원확인을 위한 지문감식업무는 지문만 있고 인적사항을 모를 때 행해지기 때문에 지문이용기관에서 사전에 지문정보를 보관하고 있지 않으면 이를 확인할 수가 없고, 범죄자 등 특정인의 지문만 보관해서는 지문을 활용한 범죄수사나 사고피해자의 신원확인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으며, 개인별로 한 손가락만의 지문을 보관하게 되면 손가락 또는 지문의 손상시 신원확인이 불가능해지므로,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의한 열 손가락 지문날인제도는 기본권제한의 최소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지문날인에 의하여 달성되는 공익이 그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 이○빈 등이

주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 인격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4)국민의 열 손가락 지문을 날인받은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를 파출소장에게 송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시행규칙조항은 별도의 규정으로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 제5항 또는 동법시행령 제33조 제2항에 따라 단순히 세부업무처리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경찰청에서 송부받은 지문을 보관·이용함으로 인하여 일반국민이 직접적으로 인격권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시행규칙조항이 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5)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에서 주민등록증에 지문을 수록하도록 규정한 입법목적은 국가기관 등에서 국민 개개인의 신원을 확인할 때 지문도 하나의 신원확인 항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주민등록법 제17조의10 제1항 전문은 사법경찰관리가 피의자를 체포·구속·심문하거나 범죄수사를 하는 경우 등에 지문을 신원확인용도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고, 같은 항 후문은 경찰관서에서 지문 등 주민등록증 수록사항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그 집행이 가능하므로, 이 사건 시행규칙조항에서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를 파출소장에게 송부하도록 규정하여 이를 경찰청이 통합관리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밖에 경찰관의 임무와 직무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경찰법 제3조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경찰청의 정보통신관리관과 수사국의 업무를 규정하고 있는 경찰청과그소속기관등직제 제7조제12조 등도 경찰청이 지문정보를 보관·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근거가 된다.

따라서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가 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6)경찰청이 지문정보를 보관·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에 이용하는 것은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적법하게 날인되어 있는 지문을 활용하는 것으로서 새로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며, 가사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및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필요성과 비교형량할 때 후자의 공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 오창익 등이 주장하는 인격권, 신체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7)지문은 단지 범죄수사의 단서로 활용되는 것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문날인 자체가 범죄자나 외국인 등 특정인을 대상으로 범법의 가능 또는 우려를 인정하여 운영되는 제도가 아니라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제도인 만큼, 경찰청장의 보관 등 행위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영장주의 내지 강제수사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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