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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4. 1. 28. 선고 2010헌바295 결정문 [소득세법 제94조 제1항 제2호 가목 위헌소원]
[결정문] [전원재판부]
사건
청구인

김○호

대리인변호사 선영석

당해사건

수원지방법원 2009구합11554 양도소득세부과처분무효확인의소등

선고일

2014.01.28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사건 개요

가. 성남판교택지개발사업지구 내의 성남시 ○○동에 있던 청구인 소유의 주택이 2004. 3. 26. 수용되었는데, 청구인은 2004. 8. 4. 송○록에게 위 수용에 따라 장래 부여받을 예정인 이주자택지분양권을 3억 2,000만 원에 매도하고, 이주자택지의 필지가 확정되면 분양계약금을 5,000만 원 한도에서 청구인이 납부하기로 특약하였다.

나. 청구인은 2006. 12. 26. 사업시행자인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

터 이주대책대상자 확인·결정을 받은 다음, 2007. 3. 14. 성남판교택지개발사업지구 내 단독주택용지(필지번호 제175-1호) 252㎡에 대한 이주자택지분양권(이하 ‘이 사건 분양권’이라 한다)을 부여받고 분양계약금 45,062,000원을 납부하였다.

다. 청구인은 2007. 6. 19. 이 사건 분양권의 취득일을 2007. 3. 14., 양도일을 2007. 5. 23., 취득가액을 45,062,000원, 양도가액을 125,062,000원으로 신고하고 이에 따른 2007년 귀속분 양도소득세 34,875,000원을 납부하였다.

라. 용인세무서장은 2008. 12. 5. 이주대책대상자 확인·결정 전에 이 사건 분양권이 양도되었으므로, 이주대책대상자 확인·결정일인 2006. 12. 26.을 양도시기로 보아 이 사건 분양권의 취득가액을 45,062,000원, 양도가액을 3억 2,000만 원으로 하여 2006년 귀속분 양도소득세 172,566,550원을 청구인에게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부과처분’이라 한다).

마. 청구인은 조세심판원에 이 사건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심판청구를 제기하였으나 2009. 4. 7. 기각되고, 그 결정이 같은 달 9. 청구인에게 송달되었다. 청구인은 2009. 10. 19. 용인세무서장을 상대로 이 사건 부과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그 소송 계속 중 구 소득세법 제94조 제1항 제2호 가목 중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2010. 6. 3. 위 청구 및 제청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2010. 7. 1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소득세법(2000. 12. 29. 법률 제6292호로 개정되고, 2008. 12. 26. 법률 제92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4조 제1항 제2호 가목 중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이고,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94조(양도소득의 범위) ① 양도소득은 당해연도에 발생한 다음 각호의 소득으로 한다.

2.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양도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득

가.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건물이 완성되는 때에 그 건물과 이에 부수되는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

3.청구인의 주장

양도소득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에 부동산의 수용으로 교부받은 이주자택지분양권의 전매가 포함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위배되고, 이주자 생활대책으로 교부받은 분양권 양도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 사실상 타지로의 이주를 제한하여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 또한 이주자가 재산권의 수용에 대한 보상을 현금으로 받은 경우에는 증여세나 양도소득세를 부담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이주자택지분양권을 받아 양도하는 경우에는 양도소득세를 부담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4.판단

이 사건 심판청구가 적법한지 여부를 살펴본다.

가. 재판의 전제성의 의미

재판의 전제성은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이

가지는 구체적 규범통제절차로서의 본질을 드러내 주는 요건으로서(헌재 1993. 5. 13. 92헌가10 등 참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적법하려면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하고, 여기에서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 함은 그 법률이 당해 사건에 적용되고,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헌재 2010. 9. 30. 2009헌바101 ).

나. 불가쟁력이 발생한 행정처분과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효력

비록 위헌인 법률에 기한 행정처분이라고 하더라도 그 행정처분에 대하여 법령에 정한 제소기간이 모두 경과하는 등 더 이상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다툴 수 없게 된 때에는 그 뒤에 한 위헌 결정의 효력이 이에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제소기간이 경과함으로써 그 행정처분을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된 뒤에도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이 그 처분의 무효확인소송이나 처분의 효력 유무를 선결문제로서 다투는 민사소송 등에서 언제든지 그 처분의 근거 법률이 위헌이라는 이유를 들어 그 처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 처분으로 불이익을 받은 개인의 권리구제에는 더 없는 장점이 되기는 하겠지만, 이로 말미암아 제소기간의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의 행정쟁송제도가 뿌리째 흔들리게 됨은 물론, 기존의 법질서에 의하여 형성된 법률관계와 이에 기초한 다른 개인의 법적 지위에 심각한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이 법률의 위헌 결정의 효력을 장래에 미치도록 규정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취지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비록 위헌인 법률이라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의하여 비로소 형성적으로 그 효력을 잃게 되는 것이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있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그 법률의 효력을 부인 할 수는 없다는 이치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고 하여 위헌법률심판에 의한 구체적 규범통제의 실효성 확보나 개인의 권리구제에 심각한 지장이 생긴다고 단정할 수 없다. 행정처분의 당사자 또는 법적 이해관계인은 그 처분에 대한 법령상의 제소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적법한 소송을 제기하고 그 사건에서 그 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법원이 이에 대하여 위헌 여부 심판을 제청하는 길과 제청신청이 기각되는 경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여 위헌법률 및 이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효력을 당해 사건에서 소급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당사자 또는 법적 이해관계인에게는 법령상 인정된 제소기간 내에 적법한 소송을 제기하여 그 절차 내에서 그 행정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다툴 수 있도록 보장하고, 제소기간의 경과 등 그 처분에 대하여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된 때에는 비록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이라 하더라도 되도록 그 효력을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다 같이 헌법상 지켜져야 할 가치인 법적 안정성과 개인의 권리구제를 조화시킴이 바람직한 길이다(헌재 1994. 6. 30. 92헌가18 반대의견; 헌재 1994. 6. 30. 92헌바23 반대의견 참조).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법원은, 행정청이 어떠한 법률에 근거하여 행정처분을 한 후 헌법재판소가 그 법률을 위헌으로 결정한 경우 그 행정처분은 결과적으로 법률의 근거 없이 행하여진 것과 마찬가지여서 하자 있는 것으로 되지만, 일반적으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사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있기 전에는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하자는 행정처분의 취소사유일 뿐 당연무효사유는 아니라고 판시해 오고 있는 것이다(대법원

1994. 10. 28. 선고 92누9463 판결; 대법원 2001. 3. 23. 선고 98두5583 판결;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두16202 판결 등 참조).

다.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효력과 재판의 전제성

(1)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것은 그 법률이 당해 사건에 적용되고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바, 근거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이 행정처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그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질 수 없는 것이므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위헌인 법률에 기한 행정처분이 무효인지 여부는 당해 사건을 재판하는 법원이 판단할 사항이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대법원은 행정청이 법률에 근거하여 행정처분을 한 후에 헌법재판소가 그 행정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을 위헌으로 결정하였다면 결과적으로 그 처분은 법률의 근거가 없이 행하여진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 하자가 있는 것이 된다고 할 것이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하자는 단지 행정처분의 취소사유에 해당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사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있기 전에는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하자는 행정처분의 취소사유에 해당할 뿐 당연무효사유는 아니라고 전제한 다음, 제소기간이 경과한 뒤에는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이 위헌임을 이유로 무효확인소송 등을 제기하더라도 행정처분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음이 원칙이므로, 이미 제소기간이 경과하여 불가쟁력이 발생한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

라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진다고 볼 수 없어, 이 경우는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왔다(헌재 2001. 9. 27. 2001헌바38 ; 헌재 2005. 3. 31. 2003헌바113 ; 헌재 2006. 11. 30. 2005헌바55 ; 헌재 2007. 10. 4. 2005헌바71 ; 헌재 2010. 9. 30. 2009헌바101 등 참조).

(2)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에 있어 요구되는 재판의 전제성은 헌법재판소법 제41조에 의한 위헌법률심판절차와 마찬가지로 ‘구체적’ 규범통제절차로서의 본질을 드러내 주는 요건이다. 행정처분에 대한 제소기간이 경과한 후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한 경우, 앞서 살핀 바와 같이 근거 법률의 위헌 여부가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한다면, 구체적 사건의 해결과 관계없이 근거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되어 구체적 규범통제제도에 근거한 현행 헌법재판제도와 조화되기 어렵다. 설령 구체적 규범통제제도로 인한 규범적 공백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메우는 것은 헌법재판소에 주어진 역할이 아니다. 또한 본안 판단의 결과 법률의 위헌 결정을 통하여 달성할 수 있는 헌법의 최고규범성 확보 역시 구체적 규범통제를 위한 적법요건 판단 단계에서 고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은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형벌에 관한 법률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률규정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구체적 규범통제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법원의 제청·헌법소원의 청구 등을 통하여 헌법재판소에 법률의 위헌 결정을 위한 계기를 부여한 당해 사건 등에 대하여 형벌에 관한 법률이외에도 소급효가 인정된다고 본다(헌재 2000. 8. 31. 2000헌바6 참조). 위와 같은 예외적

인 소급효 인정과 관련하여, 재판의 전제성 부인이 재심청구를 통해 확정판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도록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취지에 부합하지 아니한다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절차에서는,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이 위헌으로 결정된 경우 그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는 전제에서, 그 처분의 효력을 판단하여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 등이 달라지는지 여부에 따라 재판의 전제성 인정 여부를 결정한다. 결국 제소기간이 경과한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에 대한 재판의 전제성의 부인은 법률의 위헌 결정에 대한 소급효 인정과 서로 조화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헌법재판소법의 체계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살펴본 헌법재판소의 견해는 여전히 타당하고, 이와 달리 판단할 사정의 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행정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에 의해 침해되는 기본권이 중요하며 그 법률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긴요히 필요한 경우에는 근거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이 행정처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없는 때에도 헌법질서의 수호자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예외적으로 본안판단에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헌재 1993. 12. 23. 93헌가2 ; 헌재 2013. 7. 25. 2012헌바63 참조).

라. 이 사안의 경우

이러한 입장에서 이 사건 심판청구를 살펴보면, 먼저 당해 사건은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제소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되었으므로 설령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 결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처분을 할 당시 이미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이 명백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다.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5.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 및 재판관 조용호의 아래 7.과 같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반대의견

우리는 행정처분에 대한 무효확인소송이나 그 효력 유무를 선결문제로 하는 민사소송에서,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률의 위헌 여부는 그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이 지났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이 사건의 경우에도 본안 판단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의견을 밝힌다.

가. 재판의 전제성 판단의 성격

위헌법률심판 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에서 심판대상이 되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것은, 그 법률이 당해 사건 재판에 적용되고, 그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헌재 1993. 12. 23. 93헌가2 ; 헌재 1995. 7. 21. 93헌바46 등 참조).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법원의 견해를 존중하

는 것이 원칙이나, 재판의 전제성과 관련된 법원의 법률적 견해가 유지될 수 없다면 헌법재판소가 이를 직권으로 조사하여 판단할 수 있다(헌재 2012. 4. 24. 2011헌바92 등 참조). 특히,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인 ‘위헌제청신청이 기각된 때’에는, 법원의 합헌 판단에 따라 기각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법원이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각하되거나 기각되는 경우도 함께 포함되는 것이므로(헌재 1993. 7. 29. 90헌바35 등 참조), 재판의 전제성에 관한 최종적인 판단권은 헌법재판소에 있다.

그런데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때에는 헌법재판소법 제42조 제1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당해 사건 재판이 정지되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청구도 통상적으로는 당해 사건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 법원이 위헌제청신청을 기각 또는 각하함에 따라 이루어진다. 또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청구의 경우 재판의 전제성이 부정되면 같은 법 제72조 제3항 제4호에 따라 재판관 3인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에서도 각하될 수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당해 사건 법원이 종국적으로 판단하는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심판대상인 법률조항이 당해 사건 재판에 적용되지 않음이 법리상 명백할 때, 또는 당해 사건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논리적으로 그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질 여지가 없음이 명백하다는 결론에 이르는 때에 비로소 재판의 전제성을 부정할 수 있다.

나. 하자 있는 행정처분의 효력에 관한 판단의 성격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하자 있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하자

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것인지 여부를 판별함에 있어서는 그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함을 요한다(대법원 1995. 7. 11. 선고 94누461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2다68485 판결;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5다31439 판결 등 참조).

법원이 행정처분의 하자를 무효사유로 판단하려면 그 하자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명백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은, 위법한 행정처분이라고 하더라도 법적 안정성 및 신뢰보호의 원칙을 고려하여 그 효력을 그대로 인정할 필요성을 고찰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행정처분의 하자가 단지 취소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한 때에는,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이 지난 후에 상대방이 그 처분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더라도 법원은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없고, 행정처분의 효력이 민사소송에서 선결문제가 되는 경우 그 처분이 항고소송절차에 의하여 취소되거나 행정청이 스스로 그 처분을 취소하지 않는 이상, 민사법원은 선결문제가 된 행정처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행정처분에 존재하는 하자가 법규의 어느 부분을 위반한 것이고 그 중대성이 어느 정도인지, 또 그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인지는, 모두 개별 소송사건에서 법원이 행정처분의 위법성을 심사하면서 위반된 법규의 목적과 기능 및 그 행정처분을 둘러싼 구체적 사실관계를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법적으로 평가한 바에 따라 판단하게 된다.

다.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효력과 재판의 전제성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이 종래의 선례에 따라 재판의 전제성을 부정하는 근거는, 일반적으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사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는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하자는 행정처분의 취소사유에 해당할 뿐 당연무효사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처분의 무효확인소송 또는 그 효력 유무를 선결문제로 하는 민사소송에서 그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어 당해 소송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경우, 그러한 하자가 행정처분의 무효사유인지 또는 취소사유인지는, 당해 사건 법원이 헌법에 위반되는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이 가지는 목적과 기능뿐만 아니라 개별 행정처분과 관련된 사실관계의 특수성까지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판단할 문제이므로, 그 행정처분의 위법성에 관한 법원의 본안 판단 이전에 논리적·가정적으로 단정하여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이 당해 사건 재판에 적용됨은 분명하고, 그 법률이 위헌이 될 경우 행정처분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상존하여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그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질 여지가 없음이 명백하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은 인정되어야 한다.

라.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당해 사건에 대한 소급효와 재판의 전제성

(1) 다수의견이 이 사건에서 재판의 전제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는 이른바 중대명백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위법한 행정처분의 효력 유지 여부와 관련하여 구체적 타당성과 법적 안정성의 조화를 고려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여 법률의 위헌 여부에 관한 본안 판단에 나아갈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법적 안정성은 그 법률이 위헌으

로 결정될 경우의 효력 범위와 관련하여 검토할 문제이므로, 법원이 개별 행정처분의 효력 유지 여부와 관련하여 고려하는 법적 안정성과는 성격이 다르다.

법률조항은 그 속성상 다수의 수범자를 전제로 하므로, 그 수범자인 국민이 법원의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에 대한 헌법적 해명을 하고 위헌결정이 선고될 경우 그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사전에 예측 가능한 입법정책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이와 달리 오로지 개별 행정처분의 효력 유지라는 관점에서 그 근거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적 해명에 나아가지 않는 것은, 당장은 그 행정처분의 효력과 관련된 법률관계를 어느 정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법률조항에 근거한 다수의 행정처분들이 존재할 가능성을 고려할 때 그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방치하는 것이 되므로, 궁극적으로 법적 안정성의 확보에 기여한다고 볼 수 없다.

(2)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 범위에 관련되는 법적 안정성의 확보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에서는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경우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을 제외하고는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을 해석함에 있어, 위헌결정을 위한 계기를 부여한 당해 사건 등에 대해서는 그 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된다고 수차례 밝혀 왔다(헌재 1993. 5. 13. 92헌가10 등; 헌재 2000. 8. 31. 2000헌바6 등 참조).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법률의 위헌 여부 판단의 계기를 부여한 당해 사건’ 등에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것은 헌법 제107조 제1항

이 정하는 구체적 규범통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헌재 1993. 5. 13. 92헌가10 등 참조). 특히,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 해당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재심청구 기회의 보장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 계속 중 심판대상이 된 법률조항이 다른 사건에서 이미 위헌으로 결정된 경우에는 그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임을 확인하는 주문의 결정을 선고하고 있다(헌재 1999. 6. 24. 96헌바67 ; 헌재 2012. 7. 26. 2009헌바35 등 참조).

이와 같이 우리 헌법헌법재판소법의 체계상 법률조항이 적용되어 그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는 그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이 소급하여 미치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에서 위헌결정이 선고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의 재심청구를 통해 예외적으로 확정판결의 효력마저 부인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 관하여 단지 ‘행정처분의 불가쟁력’을 이유로 획일적으로 재판의 전제성을 부정함으로써 본안 판단에도 나아가지 않는 것은, 위와 같은 우리 헌법헌법재판소법의 체계와 어울리지 아니한다. 따라서 행정처분의 하자가 무효사유인지 또는 취소사유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의 하나인 중대명백설이 재판의 전제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3) 또한, 위와 같이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한다고 하여 행정처분의 하자를 무효사유와 취소사유로 구분하는 기준이 부정되거나,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이 일

률적으로 모두 당연무효가 됨으로써 기존의 행정쟁송제도가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률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선고하는 경우 그 위헌결정의 효력은 당해 사건에 소급하여 미치며, 당해 사건 법원은 이를 토대로 해당 법률조항이 가지고 있던 목적과 기능 및 스스로 인정한 사실관계의 특수성까지 고려하여 그 법률에 근거한 개별 행정처분의 효력이 무효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여기에 쟁송기간 경과 여부도 함께 고려하여 재판하여야 할 것인바, 이는 대법원이 제시한 행정처분의 무효사유와 취소사유의 원칙적 구분 기준을 구체적인 사안에 적용하는 모습의 하나일 뿐이다.

마.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의 위헌성을 획일적으로 취소사유로 보는 경우의 문제점과 예외적 무효사유 판단의 부적절성

(1) 일반적으로 행정처분의 하자에 그 주체, 내용, 절차 등에 관한 다양한 종류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이 규율하는 내용도 다양한 종류가 있을 수 있고,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이 위헌이라고 판단될 경우 그 이유 또한 다양할 수 있다.

그런데 개별 행정처분의 하자가 무효사유인지 또는 취소사유인지를 판단할 경우 통상적으로는 무효사유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종류의 하자조차도, 그것이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의 위헌성에서 비롯된다는 이유만으로 획일적으로 취소사유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은 헌법의 최고규범성에 비추어볼 때 타당하지 않다.

예컨대, 다수의 개발 관련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인정의제 조항의 경우 해당 조항이 위헌 무효가 되면 수용재결의 선행처분인 사업인정 자체가 없는 것과 같이 된다. 통상적으로 사업인정에 어떤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업인정 자체가 존

재하지 않는 것은 충분히 수용재결의 무효사유라고 볼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정이 법률의 위헌성에서 비롯된다는 이유만으로 오히려 취소사유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2) 한편,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는 중대명백설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부당한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에 관하여, 종래의 선례도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이 있는 경우 행정처분을 당연무효라고 볼 수 있는 ‘예외적 사정’이 있는지에 따라 재판의 전제성 유무가 달라지고, 이 경우 행정처분이 무효인지 여부는 당해 사건을 재판하는 법원이 판단할 사항이라고 하고 있다(헌재 1999. 9. 16. 92헌바9 ; 헌재 2005. 3. 31. 2003헌바113 ; 헌재 2007. 10. 4. 2005헌바71 ; 헌재 2010. 9. 30. 2009헌바101 등 참조).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행정처분 자체의 효력이 쟁송기간 경과 후에도 존속 중인 경우, 특히 그 처분이 위헌법률에 근거하여 내려진 것이고 그 행정처분의 목적달성을 위하여서는 후행(後行) 행정처분이 필요한데 후행 행정처분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와 같이, 행정처분을 무효로 하더라도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반면에 그 하자가 중대하여 구제가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당연무효사유로 보아서 쟁송기간 경과 후에라도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헌재 1994. 6. 30. 92헌바23 참조).

하지만, 이와 같이 위헌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이 무효가 되는 ‘예외적 사정’이 있는지는 그 행정처분을 둘러싼 구체적 사안의 특성에 따라 권리구제의 필요성과 법적 안정성을 비교하여 판단하는 것이므로, 이는 개별 행정처분의 효력 유지 여부와 관련된 행정소송의 본안 판단 영역의 문제이고, 규범통제를 위한 재판의 전제성의 영역에서 판단될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원칙적으로는 취소사유인 행정처분의 하자를

예외적으로 무효사유로 볼 것인지에 관하여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헌법재판소가 행정재판을 대신하는 것과 같은 내용이 되어 부적절하다.

설사 심판대상이 된 법률조항의 규범적 내용만으로 위와 같은 예외적 사정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해당 규범의 구체적인 목적과 기능, 국민의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문제이므로, 그 내용은 사실상 본안 판단에 해당하는 것이다. 즉, 이처럼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이 무효로 판단될 ‘예외적 사정’이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방증할 뿐이다.

바. 소결

재판의 전제성 판단은 당해 사건에서 법원이 인정하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관계없이 내리는 헌법재판소의 논리적·가정적 판단으로서 심판대상인 법률조항이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이 아님이 명백한 때, 적용되더라도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의 내용이 달라지거나 그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질 여지가 없음이 명백한 때에 비로소 재판의 전제성이 부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행정처분의 하자가 무효사유인지 취소사유인지를 가리는 것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토대로 그 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률의 목적과 기능 등을 고려하여 이를 법적으로 평가하여 내리는 판단으로서, 이는 최종적으로 법원의 몫이다. 법원의 이러한 본안 판단 이전에 헌법재판소가 재판의 전제성을 판단하면서 행정처분이 무효사유인지 취소사유인지를 논리적·가정적으로 단정하여 판단할 수는 없다.

따라서 행정처분에 대한 무효확인소송이나 그 효력 유무를 선결문제로 하는 민사소송에서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이 위헌이 될 경우, 그 행정처분이 무효가 될 가능성

이 상존하므로, 그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이 지났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그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질 여지가 없음이 명백하다고 볼 수는 없어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의 위헌 여부는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행정처분의 하자가 무효사유인지 취소사유인지는 개별 행정처분이 위법함에도 불구하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그 효력을 유지할 것인지와 관련되는 문제이며, 이른바 중대명백설도 이러한 고려에 따라 세워진 기준의 하나이다. 반면, 재판의 전제성은 법원의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의 위헌 여부에 관한 본안 판단에 나아갈 것인지의 문제이므로, 이에 관한 법적 안정성은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 범위를 정하는 입법정책으로 확보될 문제이다. 그런데 우리 헌법헌법재판소법의 체계상 법률의 위헌 여부 판단의 계기를 부여하는 당해 사건에서는 언제나 위헌결정의 효력이 소급하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의 경우에는 확정된 당해 사건 판결의 효력이 재심청구를 통해 부인될 수도 있으므로,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의 위헌 여부가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그 행정처분의 불가쟁력을 고려하기 어렵다. 따라서 행정처분의 하자가 무효사유인지 또는 취소사유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의 하나인 중대명백설은 재판의 전제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7. 재판관 조용호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나는 반대의견에 대한 비판을 통하여 다수의견을 보충하고자 한다.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려면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될 것이 요구된다. 이 경우 재

판의 전제성 요건은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이 그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을 당연무효로 만드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대법원은 행정처분의 근거법률이 위헌으로 결정되었다는 사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사유는 아니라고 꾸준히 판시해 오고 있으므로,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이 법원에서 무효로 인정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될 것이다. 그런데 반대의견과 같이 매우 예외적으로 법원에서 무효가 인정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면서 ‘일반적으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경우,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효력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의 부담이 커지고, 그 부담은 결국 행정기관과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나아가 행정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고 근거법률을 다투는 것이 완전히 허용됨에 따라 무효확인소송의 일반화와 남소(濫訴)가 우려되는데, 이는 법적 안정성과 실질적 정의라는 법치국가 원리의 구성요소들간의 형량(衡量)에 있어서, 거의 구제가능성도 없으면서 국민의 권리구제라는 명분에만 지나치게 경도된 나머지 법적 안정성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2) 재판의 전제성 인정 여부와 관련하여, 행정행위 하자, 즉 무효와 취소의 구별기준에 관한 이른바 '중대명백설'은 반대의견이 법정의견에 대한 공격의 도구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일뿐, 법정의견이 중대명백설에 기초하여 재판의 전제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법정의견이,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당연무효는 아니라고 보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그 하자가 명백한지 여부를 떠나 이 경우를 무효라고 본다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는 데 있다. 법률조항은 그 속성상 다수의 수범자를 전제로 하여 수많은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고, 그 법률조항에 기하여 행정처분이 대량으로 계속 반복하여 이루어지므로, 공법관계에서는 특히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의 요청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사정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는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도, 국회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하여 제정·공포된 법률은 그 합헌성이 추정된다는 데에 그 근거가 있다(헌재 2005. 3. 31. 2003헌바113 ; 헌재 2007. 10. 4. 2005헌바71 등 참조). 반대의견에 따를 경우, 행정처분의 쟁송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그 처분의 직·간접적인 근거 법률의 위헌성을 주장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또 어떤 소송형태로든 그 효력을 다툴 수 있게 되는바, 이는 행정처분의 무효사유와 취소사유의 구분을 전제로 구축하여 온 행정법체계와 행정쟁송체계 전반에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법적 안정성의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3) 위헌결정의 소급효 또는 재심청구가 가능함을 이유로 당해 사건 만큼은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반대의견은, 위헌결정의 장래효를 원칙으로 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에 반할 뿐 아니라, 행정행위의 고유한 특성, 즉 불가쟁력(확정력)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위헌결정의 소급효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보다 더 넓게 소급효를 인정하고 있는 대법원도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된다고 하여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된다고는 할 수 없고, 오히려 이미 취소소송의 제기기간이 경과하여 확정력이 발생한 행정처분에는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미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1994. 10. 28. 선고 92누9463 판결). 따라서 어떤 행정처분이 무효인지 여부는 결국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독일연방헌법재판소법 제79조 제2항 제1문과 같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도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의 원칙 내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의 해석상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아니라는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굳

이 반대의견과 같이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범위를 입법정책으로 확보할 문제는 아니다. 이렇게 재판의 전제성을 부정한다고 하여 구체적 규범통제의 실효성 확보나 국민의 권리구제에 심각한 지장이 생긴다고 볼 수 없다. 행정처분의 당사자 또는 법적 이해관계인은 그 처분에 대한 법령상의 불복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적법한 소송을 제기하고 그 사건에서 그 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다툴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4)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이라 하더라도 그에는 예외가 인정되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헌재 1994. 6. 30. 92헌바23 등 참조). 그러나 위와 같은 ‘예외적 사정’을 인정한다고 하여 일반적으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예외적 사정을 인정하는 경우 법적 안정성을 크게 훼손할 염려가 있는지 여부는 헌법재판소에 드러난 사실관계와 법률관계만으로 파악 가능한 것이고, 반드시 행정소송의 본안판단 문제라고만 볼 것도 아니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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