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2가단35153 손해배상 등
원고
1. A
2. B
피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3. 2. 14.
판결선고
2013. 2. 28.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A에게 40,000,000원, 원고 B에게 53,380,611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11. 4. 27.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 A는 대전 동구 C시장 내 상가 중 일부를 임차하여 'D'라는 상호로 옷가게를 운영해왔다. 2010. 12, 28. 23:04경 C시장 내 상가에서 화재(이하 '이 사건 화재'라 한다)가 발생하여 D 옷가게 내부에 있던 의류와 집기 등이 훼손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나. 이 사건 화재 감식을 담당한 대전동부경찰서는 이 사건 화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중부분소(이하 '국과수'라 한다)에 그 감정을 의뢰하였는데, 국과수에서 감정 업무를 담당하던 E은 2011. 1. 17. 정수기 부분에 국한하여 아래와 같은 제1차 감정서를 작성, 대전동부경찰서로 보냈다.
감정물 및 감정사항 : 정수기 및 발화원인 ○ 검사 : 정수기 발화원인 : 시설물인 정수기(이하 '이 사건 정수기'라 한다)가 온수통의 온도센스 주변을 중심으로 연소된 형상을 보여, 온도센스의 습기 유입에 따른 전로 형성과 접점의 발열 등에 의한 발화로 추정됨 |
다. 이 사건 정수기의 제조회사인 주식회사 F가 2011. 4.경 제1차 감정의견에 반발하여 이 사건 정수기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며 재감정을 요청하자, E은 국과수의 감정절차규정(예규 제8호)을 준수하지 아니한 채 임의로 대전동부경찰서로부터 현장사진 40여 매를 받아 감정을 실시하였고, 2011. 4. 26. 아래와 같은 내용의 제2차 감정서를 작성한 후 이를 국과수의 감정정보관리시스템을 통해 결재 받지 않고 대전동부경찰서로 보냈다.
감정물 및 감정사항 : 정수기 및 발화원인 ○ 검사 : 정수기 및 현장사진 |
○ 발화원인 : ① 연소범위에 정수기가 위치하나 정수기의 소훼 정도와 현장의 연소형상을 종합적으로 볼 때, 기 회보된 정수기 온도센스의 전기적 특이점으로 인한 온도센서의 발열 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희박함, ② 소훼 중심은 정수기 상단의 작은 문 주변 벽면과 천장 부위로 볼 수 있으며, 수사기록 사진만으로는 시설물상 발화원은 논단이 어려움, ③ 기 회 보한 감정결과는 정수기만 제시되어 기기 자체에 대한 특이점을 기준으로 판단한 사항으로 기 회보한 정수기 온도센스의 발열에 의한 발화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감정결과를 정정함 |
라. E은 2011. 9. 7. 중앙징계위원회로부터 위와 같이 '① 재감정시 감정정보관리시스템을 통해 감정물을 배당받아야 하는 절차 미준수 및 임의로 재감정하는 등 직무태만, ② 감정결과를 놓고 옷가게 주인과 정수기 업체 간 갈등을 초래하여 민원야기 및 언론보도 등으로 국과수 위상 실추' 등의 징계사유로 감봉 2월의 징계처분을 받았고, 위 징계처분은 그 즈음 확정되었다.
마. 그 후 E을 제외한 국과수의 총 5명 감정인은 2012. 2. 14. 아래와 같은 내용의 제3차 감정서를 작성, 대전동부경찰서로 송부하였다.
○ 감정물 : 현장사진, 화재현장 ○ 감정사항 : 발화지점, 발화원인 발화지점에 대한 검토 : ① 현장의 연소사진은 D 옷가게 후면 출입문 외측 공간(G 주방 부분) 중, 전력량계 2개가 설치된 공간 부분에서 발화되면서 연소확대된 것으로 추정됨, D 옷가게 내부는 후면 출입문을 통하여 유입된 화염에 의해 연소된 형상이며, 그 외 내부 에서는 발화지점을 판단할 만한 국부적인 연소형상이나 연소확대의 중심 부분이 식별되지 않아 발화지점에서 배제 가능함 ○ 발화원인에 대한 검토 : G 주방 부분의 전력량계 설치 부분은 밀폐되지 않은 구조로서, |
전력량계 하단의 가연물 적치부분에서 인적인 요인이나 인위적인 착화에 의한 발화되었을 가능성과, 전력량계의 전원측 배선의 절연이 손상되어 절연파괴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발열 이나 불꽃이 발화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나, 양자 중 직접적인 발화원인을 한정하는 것은 불가능함 |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5호증, 갑 제8호증의 2, 을 제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국과수 소속 공무원인 E은 절차를 위반하여 임의로 제2차 감정을 실시하였을 뿐 아니라 제2차 감정 당시 화재원인에 대한 오류를 범하였다. 원고 A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로서 위 원고와 함께 D 옷가게를 운영하던 원고 B은, 제2차 감정서 철회를 위하여 1인 시위를 실시하여 그 기간 동안 생업에 종사하지 못하는 등의 손해를 입었고, 원고 A는 위 감정서 철회를 위하여 행정심판,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E, 주식회사 F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각 제기하여 소송비용 등을 지출하였으며, 또한 이 사건 화재의 피해자들이 가입한 보험회사 및 D 옷가게 임대인으로부터 구상금청구소송 및 명도소송을 당하여 소송비용 등을 지출하는 손해를 입었고, 원고들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위와 같은 재산상 손해배상 및 위자료로 청구취지 기재와 같은 돈의 지급을 구한다.
나. 판단
(1) 우선 E이 국과수의 절차를 위반하여 제2차 감정을 실시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본다.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함에 당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국가는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일반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권한을 행사할 때에는 국민에 대한 손해를 방지하여야 하고, 국민의 안전을 배려하여야 하며, 소속 공무원이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라도 국민 개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령에서 정한 직무상의 의무에 위반하여 국민에게 손해를 가하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이지만,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그 근거되는 법령의 규정에 따라 구체적으로 의무를 부여받았어도 그것이 국민의 이익과는 관계없이 순전히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거나, 또는 국민의 이익과 관련된 것이라도 직접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공공 일반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의무에 위반하여 국민에게 손해를 가하여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99다36280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국과수 소속 공무원인 E은 제2차 감정을 실시, 회보함에 있어 국과수의 감정절차규정을 위반하였고, 그로 인하여 2011. 8. 26. 감봉 2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감정정보관리시스템을 통하여 감정물을 배당받고 감정문서를 회보하도록 한 국과수의 감정절차규정은, 국과수 내부 및 공조기관 사이의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감정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도모하기 위한 것일 뿐, 특정 감정과 관련된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E의 위와 같은 행위는 임무해태에 해당한다고 비난할 수 있을지언정,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 ·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비록 E이 국과수 내부 규정을 위반하여 제2차 감정을 실시하였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가 국가배상책임을 진다고 볼 수는 없다.
(2) 다음으로 E이 실시한 제2차 감정에 오류가 있다는 점에 관하여 본다.
국과수 소속 공무원이 화재 등의 원인을 감정함에 있어, 위 공무원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제반 사정을 비추어 그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합리적 재량이 있다 할 것이므로, 감정결과가 실체적 사실관계와 배치된다는 것만으로 공무원의 감정행위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감정활동을 위법하다고 평가하기 위하여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감정방법 등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상 도저히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E이 실시한 제2차 감정결과가 제3차 감정결과와 상이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E의 감정활동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거나 경험칙상 용납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E이 실시한 제2차 감정의 오류로 인하여 피고가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나아가 손해의 점에 관하여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할 것이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판사 강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