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red_flag_2
서울고등법원 2019. 10. 30. 선고 2019노1025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쌍방

검사

하준호(기소), 박재현(공판)

변호인

변호사 최대휴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피고인이 제2 매수인인 공소외 3에게 서울 동대문구 (주소 1 생략) 대 497㎡(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를 매도할 당시 제1 매수인인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피해 회사’라 한다)는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마친 상태였으므로, 이러한 경우까지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실질적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

2) 피고인은 매매계약서 및 사업시행대행계약서에 기재된 ‘제8조 특기사항’에 따라 매매계약이 무효가 되었다고 믿고 공소외 3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는 배임의 고의가 없었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이유무죄 부분)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를 이중매도함으로써 얻은 재산상 이익은 피고인이 제2 매수인인 공소외 3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고 그 대가로 3억 5,000만 원을 지급받은 2016. 3. 31.경 또는 공소외 3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2016. 4. 4.경을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이 피해 회사에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한 2015. 9. 18.경을 기준으로 배임죄의 재산상 이익을 산정한 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5. 9. 18.경 피고인 소유의 이 사건 토지를 피해 회사에게 대금 52억 원에 양도하기로 하되, ‘1. ㉮ 피해 회사는 피고인에게 매매대금 4억 원을 먼저 지급하고, 추후 매매대금 2억 원을 추가로 지급하며, 4억 원은 피해 회사가 피고인이 지정한 자에게 이 사건 토지 지상에 신축할 건물 중 일부를 분양하여 대물 지급하는 방법으로 총 10억 원을 지급하고, ㉯ 피고인은 피해 회사로부터 지급받을 위 6억 원을 사용하여 이 사건 토지에 설정되어 있는 공소외 4 주식회사와 공소외 5 주식회사 명의의 각 가압류 및 공소외 6, 공소외 7 공동 명의의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이 사건 토지 지상 기존 건물에 있던 임차인을 이주시키는 등 피해 회사가 이 사건 토지 지상에 주상복합건물 신축사업을 시행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을 제거하며, ㉰ 피해 회사는 피고인이 위 두 가압류와 하나의 근저당권을 말소하면 이 사건 토지를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P/F(Project Financing) 대출을 받아 이 사건 토지에 2010. 6. 15.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인 피고인의 공소외 2 새마을금고에 대한 42억 원의 대출금채무를 변제하는 방법으로 피고인에게 나머지 매매대금 42억 원을 지급하고, ㉱ 계약체결 이후 위 대출금채무에 대한 이자는 피해 회사가 납부하며, ㉲ 그전 피고인과 공소외 4 주식회사 간 공동명의로 되어 있는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건축허가의 허가자 명의를 피해 회사로 변경하는 것을 피고인이 책임지고, ㉳ 피고인은 매매대금 4억 원을 지급받으면 피해 회사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피해 회사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주며, ㉴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 인근에 있는 공소외 8 소유의 서울 동대문구 (주소 2 생략) 대 1㎡를 책임지고 매입한다. 2. 피해 회사는 용적률 695.21%인 이전 건축허가에 터잡아 이 사건 토지에 지하 3층, 지상 14층, 연면적 4,104.94㎡의 주상복합건물을 신축하여 분양하는 사업을 시행한다’는 내용의 매매계약 및 건축사업 시행대행 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 및 사업시행대행계약’이라고 함)을 피해 회사의 대표이사인 공소외 9와 체결하였다. 위 공소외 9는 이 사건 매매계약 및 사업시행대행계약에 따라, ① 2015. 10. 12.경 피고인의 대출금 42억 원에 대한 연체이자 5,000만 원을 공소외 2 새마을금고에 지급하였고, ② 같은 달 14.경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공소외 6, 공소외 7 공동 명의의 근저당권을 말소하기 위해 117,525,110원을 공소외 6, 공소외 7에게 지급하였으며, ③ 같은 달 27.경 피고인과 공소외 4 주식회사 간 민사소송에서 피고인의 변호사 비용 1,200만 원을 지급하였고, ④ 같은 날 이 사건 토지 지상 기존 건물에 대한 1차 철거공사 명목으로 3,000만 원을 지급하였으며, ⑤ 같은 달 공소외 8 소유의 위 서울 동대문구 (주소 2 생략) 대 1㎡ 구입 명목으로 공소외 8에게 3,600만 원을 지급하였고, ⑥ 같은 달 이 사건 토지 지상 기존 건물 관련 미납한 가스비 등 공과금 명목으로 4,400만 원을 지급하였으며, ⑦ 같은 달 이 사건 토지 지상 기존 건물 임차인의 이사비 명목으로 2,400만 원을 지급하였고, ⑧ 같은 달 피고인이 공소외 10에게 부담하고 있는 채무 일부 변제 명목으로 공소외 10에게 800만 원을 지급하였으며, ⑨ 2015. 11.경 피고인이 공소외 11, 공소외 12에게 부담하고 있는 채무 일부 변제명목으로 공소외 11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였고, ⑩ 2015. 12.경 이 사건 토지 지상 기존 건물에 대한 2차 철거공사 명목으로 4,170만 원을 공소외 10에게 지급하였으며, ⑪ 2016. 2. 17.경 피고인이 공소외 13에게 부담하는 채무 변제 명목으로 액면금 3억 원의 약속어음을 공소외 13에게 지급하였고, ⑫ 같은 날 피고인이 공소외 14에게 부담하는 채무 변제 명목으로 127,000,000원을 공소외 14에게 지급하였으며, ⑬ 같은 달 19.경 피고인이 공소외 15에게 부담하는 채무 변제 명목으로 1,500만 원을 공소외 15에게 지급하였고, ⑭ 2016. 3. 15.경 피고인이 공소외 11, 공소외 12에게 부담하고 있는 채무 일부 변제 명목으로 공소외 11에게 1,000만 원을 추가 지급하였으며, 위 각각의 지급에 대하여 피고인의 위임을 받은 공소외 10을 통해 피고인에게 이를 확인받았다.

피고인은 피해 회사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면서 지급받기로 한 6억 원보다 225,225,110원을 초과한 합계 825,225,110원을 계약금, 중도금, 잔금 일부 명목으로 교부받았으므로, 매수인인 피해 회사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해 주어야 할 임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6. 2. 25.경 피해 회사에게 ‘2015. 10. 15.경 피고인의 채무 116,213,410원, 공소외 2 새마을금고 이자 5,000만 원, 공소외 8 소유 토지에 대한 매입금 3,600만 원을 지급하였을 뿐 그 후 4개월이 지나도록 공소외 2 새마을금고에 대한 이자지급의무 등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었으므로 피해 회사의 계약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였고, 위 우편이 2016. 2. 29.경 피해 회사에 도달하게 한 다음, 2016. 3. 31.경 공소외 3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기로 하고, 2016. 4. 4.경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공소외 3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 5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 회사에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나. 가등기를 마쳐준 매도인의 이중매매가 배임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1) 인정사실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2010. 6. 15. 근저당권자 공소외 2 새마을금고, 채무자 피고인, 채권최고액 54억 6,000만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졌다.

나) 피고인은 2015. 9. 18. 피해 회사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 및 사업시행대행계약을 체결하였다.

① 이 사건 매매계약

매도인 : 피고인
매수인 : 공소외 9(피해 회사의 대표이사)
매매대금 : 52억 원
잔금 : 10억 원
융자금 : 42억 원(새마을금고)을 승계하기로 한다.
특약사항
1. (생략)
2. 피고인 채무변제를 매매대금에서 피해 회사가 선지급한다.
3. 건축허가는 피고인이 책임지고 해결한다.
4. 4억 원은 대물지급

② 이 사건 사업시행대행계약

사업명 : ○○동 주상복합 건축물 신축공사
소재지 : 이 사건 토지, 서울시 동대문구 ○○동 (지번 생략)
제1조 (목적) 피고인이 주상복합 건물을 신축하여 분양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피해 회사가 자금을 조달(Project Financing 또는 피해 회사의 선투입자금)하여 사업지에 설정된 제한물권 말소 및 기타소요비용을 피고인에게 제공하고, 피고인은 공사 착공 전 상기와 같은 상업제약 요인을 선 정리하도록 하며, 피해 회사는 본 사업 공사 및 분양, 제 사업관리 등을 책임지고 사업시행을 대행하여 성공적인 사업수행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 (사업추진 및 인허가)
1) 사업추진 관련 : 피고인의 토지담보대출금(공소외 2 새마을금고) 42억 원과 10억 원을 피고인에게 지불함으로써 피해 회사에게 위 상기 사업 소재지(이 사건 토지, 위 (지번 생략) 토지) 본부동산 사업권지분 100% 및 모든 재산에 권한을 피해 회사에게 포기한다.
2) 인·허가 관련 : 피고인이 제공한 건축허가서 사업 관련 제공정보는 서울시 행정심판 중(주1)이나 서울시청에서 구청으로 허가권을 재승인하여 줄 것을 요청하면 기존 허가권을 유지하여 사업을 추진할 수 있으나 만약, 허가가 재승인 불허 판정이 나오면 피고인과 피해 회사가 협의하여 최대한 사업용적율(500%)로 재허가 받아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다. (중략)
제3조 (자금조달 및 집행)
1) 피해 회사는 4억 원을 피고인에게 제공하여 사업지의 제한물권 말소 및 명도비용으로 사용토록 하고, 금융대출금 42억 원은 피해 회사가 조달자금(금융권 P/F)으로 처리한다.
2) 피해 회사의 선투입금 중 총액은 4억 원으로 한다. 계약한 이후 1개월 이내에 2억 원을 피고인에게 지불한다. 잔액 4억 원에 대하여 피고인이 지정한 자에게 분양물로 피해 회사가 확보 지급한다.
3) 사업지 제한물권 말소 및 공동건축주 변경, 시공사 변경, 기존 임차인의 명도 처리, 기타 본 사업과 관련된 기존 이해관계의 정리, 해소는 최초 자금제공 후 시행사의 사업추진에 지장없이 피고인이 처리한다. 제한물권 말소 중 가압류권자 공소외 4 및 공소외 6, 공소외 7 근저당권은 재판 및 해방공탁으로 처리해야 하므로 그 기간은 3개월로 국한하기로 한다. 나머지 가압류권자 공소외 5는 자금집행 후 바로 해지하기로 한다.
4) 이상의 모든 조달자금 및 분양대금은 공동건축주명의 계좌 또는 신탁계좌로 입금하여 집행키로 하여 피해 회사가 모두 책임지고 처리한다.
5) 피고인은 ○○동 (지번 생략) 공소외 8(공동건축주) 소유의 토지 약 1제곱미터를 책임지고 매입한다.
6) 피해 회사는 공소외 2 새마을금고 대출금 42억 원에 대한 공담을 해지하여 대출금을 재설정하고, 토지에 대한 제한물권들을 피해 회사가 책임지고 해지키로 한다. 피해 회사가 타금융기관을 통해 P/F가 완료되는 시점으로 가늠한다. (중략)
제5조 (제경비 및 제세공과금의 처리) 본 사업 중 발생되는 제 경비와 부과되는 제세공과금(종합토지세, 건물의 보존등기비등)은 본 사업비에서 피해 회사가 부담하고, 본 계약한 날부터 이전 세제(주2)공과금 및 종합토지세 이자는 피고인이 부담한다.
제6조 (매매대금 정산) 총 52억 원 중 공소외 2 마을 42억 원을 피해 회사의 책임으로 해결하고 잔금 10억 원 중 피해 회사가 4억 원을 지불하였으므로 계약효력이 발생한다. 단, 현실적으로 공동사업의 일환으로 피고인은 피해 회사에게 위 부동산을 개발하여 사업추진을 할 수 있도록 현물출자 하기로 한다. 위 조건이 완료되면 현물출자가 된 것으로 간주하고, 피해 회사가 등기 이전을 요청할 경우 피고인은 이에 응한다.
제7조 (계약의 효력 및 방법) (중략) 2) 쌍방 진실과 성실로써 본 계약날인 후 모든 권한은 피해 회사에게 있고, 공소외 2 마을금고 이자금원을 이행키로 하고, 만약 피고인과 피해 회사 중 본 계약 위반으로 인한 계약파기는 물론 손해가 발생할 시는 위약한 측이 배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기로 한다.

주2) 세제

다) 피고인과 공소외 9는 수사기관에서 대금지급에 관하여 ‘계약금이 4억 원, 중도금이 2억 원이고, 잔금 4억 원에 대하여는 대물지급으로 약정하고 피해 회사가 42억 원 채무를 가져가는 조건’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80, 128쪽).

라) 피해 회사의 대표이사인 공소외 9가 2015년 10월경에 피고인에게 지급하였거나 혹은 피고인을 위하여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는 금원의 내역은 다음과 주3) 같다.

순번 일시 내역 금액(원)
1 15.10.12. 연체이자 공소외 2 새마을금고에 지급 50,000,000
2 15.10.14. 공소외 6, 공소외 7 공동명의 근저당권 말소 위해 지급 117,525,110
3 15.10.27. 피고인, 공소외 4 간 민사소송 변호사비용 지급 12,000,000
4 15.10.27. 이 사건 토지 지상 건물의 1차 철거공사 명목 공소외 16에게 지급 30,000,000
5 15.10.경 공소외 8 소유 ○○동 구입 명목으로 공소외 8에게 지급 36,000,000
6 15.10.경 가스비 등 공과금 지급 44,000,000
7 15.10.경 토지 지상 건물의 기존 임차인 이사비 명목 지급 24,000,000
8 15.10.경 피고인의 공소외 10에 대한 채무 800만 원 공소외 10에게 지급 8,000,000
합계 321,525,110

마) 피고인은 2015. 10. 29. 피해 회사 명의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이하 ‘이 사건 가등기’라 한다)를 마쳐주었다(증거기록 제70쪽).

바) 피해 회사는 그 후 2015. 11.경 피고인이 공소외 11, 공소외 12에게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일부 변제명목으로 공소외 11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한 것을 비롯하여 2016. 3. 15.경까지 사이에 위 321,525,110원을 포함하여 합계 825,225,110원을 피고인에게 지급하였다.

사) 피고인은 2016. 3. 31. 공소외 3과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제2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16. 4. 4. 공소외 3 명의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증거기록 제70, 141, 160쪽).

2) 관련 법리(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배임죄는 타인과 그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여야 할 신임관계에 있는 사람이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형사법에 의해 보호받는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볼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신뢰위반 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인정할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 정도, 거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 해당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와 같이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확정함에 있어서는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②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국민의 기본적 생활의 터전으로 경제활동의 근저를 이루고 있고, 국민 개개인이 보유하는 재산가치의 대부분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렇듯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는 여전히 크다.

③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된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을 지급하면 당사자가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구속력이 발생한다( 민법 제565조 참조). 그런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이고 충분한 수단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으로 믿고 중도금을 지급한다. 즉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이라는 신뢰에 기초하여 중도금을 지급하고, 매도인 또한 중도금이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급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이를 받는다. 따라서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부터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 이러한 신임관계에 있는 매도인은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게 된다. 나아가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에 고의로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매매계약상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④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매도인은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협력할 의무가 있고,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 목적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함으로써 그러한 판례를 확립하여 왔다. 이러한 판례 법리는 부동산 이중매매를 억제하고 매수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왔고, 현재 우리의 부동산 매매거래 현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여전히 타당하다. 이러한 법리가 부동산 거래의 왜곡 또는 혼란을 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기존의 판례는 유지되어야 한다.

3)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5. 10. 29. 피해 회사로부터 계약금 4억 원 중 합계 약 3억 2,100만 원만 지급받은 상태에서 피해 회사 명의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이 사건 가등기를 마쳐줌으로써 피고인의 이중매매에도 불구하고 피해 회사가 제2 매수인의 등기를 말소하고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주었다.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형사법에 의해 보호받는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볼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 정도, 거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함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이고 충분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중도금이 지급된 경우,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은 전적으로 매도인의 협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는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중요성을 띄게 된다.

그러나 매수인 명의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가 마쳐진 경우와 같이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이고 충분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는 상태에서 중도금이 지급된 경우에는, 이중매매로 인하여 제2 매수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먼저 마쳐졌다 하더라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의 순위보전의 효력으로 매도인의 아무런 협력 없이도 매수인 단독으로 제2 매수인의 등기를 말소하고 자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 있으므로,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매수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에 반드시 필요할 정도의 중요성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에 이르러 당사자가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구속력이 발생함으로써 계약금만 지급된 상태보다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신임관계가 더욱 보호받아야 할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이중매매를 방지할 수단이 마련되어 있다면 그 신임관계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 민법 제563조 ),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와 같이 이중매매 방지수단을 갖추어 준 매도인을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서 제외한다 하더라도, 이중매매로부터 매수인을 보호하는 데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다면, 설령 중도금이 지급되었다 하더라도 원칙으로 돌아가 매도인의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매도인 자기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이 옳다.

실제로 이 사건의 민사상 분쟁은 다음과 같이 해결이 되었다. 제2 매수인 공소외 3이 본소로 피해 회사에 대하여 이 사건 가등기의 말소를 구하였으나 패소하였고, 오히려 피해 회사의 반소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청구가 받아들여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1. 15. 선고 2016가합531879(본소), 2016가합574302(반소) ]. 그 후 공소외 3과 피고인은 2018. 5. 16. 피해 회사와 사이에 10억 원을 지급하는 대신, 피해 회사가 이 사건 가등기를 말소하기로 약정하였고, 이에 따라 같은 날 피해 회사가 이 사건 가등기를 말소하였다.

4) 소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피해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일부를 유죄로 인정한 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가등기를 마쳐준 매도인의 이중매매가 배임죄를 구성하는지에 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이 이유 있어 피고인의 이중매매가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 이상, 배임의 고의에 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가 없으므로 판단을 생략한다.

3.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다투는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는 일부 이유 있고, 원심판결 중 이유무죄 부분은 유죄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나,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지 아니한다].

다시쓰는판결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제2의 나.항에서 살핀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정준영(재판장) 김세종 송영승

주1) 당시 건축허가 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이 계속 중이었다.

주2) ‘제세’의 오기로 보인다.

주3) 한편, 피고인은 제2회 검찰피의자신문에서 자신이 매매대금으로 지급받은 금액은 총 271,525,110원이라고 진술하였다가, 순번 3, 8 부분을 추가로 인정하여 총 291,525,110원은 지급받은 것으로 인정하였고(증거기록 제424~428쪽), 순번 4와 관련하여서는 철거공사 명목으로 30,000,000원이 지급된 것은 맞지만, 매매대금에 포함될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424쪽).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