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구단8665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취소
원고
A
피고
공무원연금공단
변론종결
2020. 3. 25.
판결선고
2020. 4. 22.
주문
1. 피고가 2018. 9. 18. 원고에 대하여 한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B경찰청 경비부장으로서 서울 시내 주요 집회상황 및 경호행사 등에 대한 총괄책임자로 근무하던 중 2018. 4. 28. '돌발성 난청 NOS(상세불명), 한쪽(좌측)'(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으로 진단받았고, 2018. 8. 22.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한 공무상요양승인을 신청하였다.
나. 피고는 2018. 9. 18.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상병은 공무 외적인 요인(체질적 소인, 지병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 사건 상병에 이르게 되었다는 의학적 소견으로 이 사건 상병과 공무 및 공무상 과로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19. 2. 21. '이 사건 상병은 그 발병 원인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고, 소음이나 스트레스에 의해 발병한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어 공무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가 B경찰청 경비부장으로 공무를 수행하면서 과로에 노출되어 있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상병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인정사실
1) 원고의 경력, 업무내용 및 근무상황
가) 원고는 1986. 3. 24. 경찰공무원으로 임명되어 경찰 업무를 수행하였고, 2014. 1. 15. 경무관으로 승진한 후 2015. 10. 7.부터는 B경찰청 기동단장으로, 2016. 12. 8.부터는 B경찰청 경비부장으로 각 근무하다가 2018. 12. 26. 명예퇴직하였다.
나) 원고가 B경찰청 경비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2과, 7계, 5대로 구성되어 있는 경비부 128명, 기동본부 2,616명, 직할대 1,594명, 경찰서 577명, 의무경찰 9,091명 등 합계 14,003명에 대한 총괄지휘업무를 맡았다.
다) 원고는 매주 토요일마다 이루어지는 대규모 집회·시위 관리를 위한 상황지휘센터를 총괄하는 업무를 하면서 무전으로 지휘를 하고, 경호 행사시 지휘망, 경호망, 교통망 등의 상황을 여러 무전기를 통하여 청취하였을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직무실에 고정 무전기 2개, 휴대용 무전기 1대를 청취하면서 불시의 상황에 대비하면서 근무하였다.
라) 원고의 이 사건 상병 발병 6개월 전 초과근무내역과 원고가 경비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담당한 집회 및 경호 횟수는 아래 각 도표 기재와 같다(을 제2호증 참조).
마) B경찰청 경비부장인 원고는 이 사건 상병의 진단 전날인 2018. 4. 27.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어 대통령 경호행사 등의 총괄지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를 준비하던 07:30경 경비부장실에서 어지러움으로 인하여 한 쪽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좌측 귀가 전혀 들리지 않는 증상이 발생하여 C병원에 내원 후 다음날 이 사건 상병 진단을 받았다.
2) 의학적 소견
가) 원고 주치의 소견(D이비인후과)
○ 원고는 2018. 4. 27. 좌측의 돌발성 난청 발생 이후 스테로이드 고막 주입술을 6회 시 행하였고, 청력은 조금 회복되었으나 고도 난청 상태이다. ○ 일반적으로 돌발성 난청은 과로와 스트레스 이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업무상 스트레스의 누적으로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사료된다. |
나) 피고측 제시 의학정보(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 돌발성 난청은 순음청력검사에서 3개 이상의 연속된 주파수에서 30dB 이상의 청력손실 이 3일 내에 발생한 감각신경성 난청이며, 때로 귀에서 소리가 나거나(이명), 귀가 꽉 찬 느낌(이층만감), 현기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 대부분 한쪽 귀에 발생하고 30~5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한국에서도 연간 10만 명 당 10명 이상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돌발성 난청은 대부분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치료에 대한 반응이나 예후가 다양한 만큼 원인은 다인성일 가능성이 높다. 주된 원인으로 알려진 것은 바이러스 감 염 혹은 혈관장애이고, 그 외 와우막 파열, 자가면역성 질환, 청신경종양 및 기타 원인 (외림프 누공, 당뇨, 척추동맥 손상, 급작스러운 소음노출 등)이 있다. |
다)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진료기록보완감정촉탁 결과
○ 스트레스가 돌발성 난청의 직접적이고 독립적인 발병인자로 보기는 어렵고, 일반적으로 돌발성 난청의 원인은 바이러스의 감염이나 혈류장애로 인해 신경염이 생기거나 와우내 출혈로 섬유화나 골화가 진행되어 생긴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단순히 스트레스나 누적 된 과로가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과도한 업무나 스트레스와 돌발성 난청의 관련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주 된 원인으로 생각되는 혈류의 변화나 바이러스의 감염은 스트레스와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다. ○ 돌발성 난청의 위험인자로 음주,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이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고, 바이러스 감염의 원인으로 이전에 감기 증상과 같은 상기도 감염 후에 난청이 발 생하기도 한다. ○ 혈류장애로 인해 뇌경색이 발생하여 돌발성 난청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원고의 경우 는 그러한 경우가 아니므로 혈류장애가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 원고의 건강검진기록부에 기재된 혈압이나, 혈당, 콜레스테롤, 체질량 등은 정상범위이 므로 혈관장애를 일으킬 위험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다. ○ 흡연도 혈관장애의 위험인자로 알려진 항목이나, 원고는 12년간 금연한 상태이므로 인 과관계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 추간판 탈출증, 비염, 편도선염, 근육, 관절치료 등이 돌발성 난청 발병에 직접적인 원인 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 소음성 난청은 일반적으로 90dB 이상의 큰 소음이 하루 8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되 는 경우에 양측 귀에 영향을 미쳐서 양측 귀의 감각신경성 난청을 일으키는 경우로서, 소음에 의해 일측성인 돌발성 난청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고, 원고의 일측성 돌발성 난청 이 소음에 의해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 종합적으로 돌발성 난청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난청으로 여러 가지 인자가 관여할 것으 로 보이고, 한 가지 원인만으로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에 의한 신경염이나 혈류장애로 인한 신경세포의 손상을 통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단순한 피로의 누적이나 과도한 스트레스가 이러한 바이러스 감염이나 혈류 장애를 일 으켰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 ○ 일측성 돌발성 난청과 지속적인 소음 노출과 관련을 짓기는 어렵고, 과도한 스트레스는 혈류의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은 있지만 스트레스의 정도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돌 발성 난청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내지 3, 갑 제4호증, 갑 제5호증의 1 내지 3, 갑 제6, 7, 15, 16호증, 을 제2, 4호증,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진료기록보완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구 공무원연금법(2018. 3. 20. 법률 제1552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제1항 소정의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이란 공무 수행 중 공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부상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부상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는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두47878 판결 등 참조). 한편,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의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고, 인과관계 입증의 방법 및 정도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다른 근로자의 동종 질병에의 이환 여부 등의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 입증되면 족하다(대법원 1998. 5. 22. 선고 98두4740 판결 등 참조). 또한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두32898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앞에서 본 인정사실 및 위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공무 수행 중에 그 공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상병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공무상요양승인 신청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려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가) 돌발성 난청의 경우 그 발병 원인이 의학적으로 명백히 규명되어 있지 않더라도 혈류장애 내지 바이러스 감염 등이 중요한 발병 원인으로 보이고, 일반적으로 과도한 스트레스가 혈류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과로나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면역 기능의 저하로 바이러스 감염에 노출될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도 돌발성 난청의 주된 원인으로 생각되는 혈류의 변화나 바이러스의 감염과 스트레스 사이의 관련성을 언급하고 있다.
나) B경찰청 경비부장은 집회·시위 관리, 대통령 및 주요국빈 등 경호업무를 비롯하여 서울의 경비·대테러·작전·재해 등 업무를 총괄·지휘하고, 경호행사시에는 경찰무전망을 지휘하는 경호 제대 선구에 승차하여 특이사항을 점검하며 우발상황을 선조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원고가 B경찰청 경비부장으로 재임한 후 이 사건 상병 발병일까지의 기간에는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 평창올림픽 관련 북한고위급 방한 등의 행사가 발생하여 대규모 집회 관리 및 엄중한 경호가 다수 이루어졌다.
다) 특히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일인 2018. 4. 27.에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어 B경찰청 경비부장인 원고로서는 더 강화된 경호 업무 준비 등으로 육체적·정신적 긴장의 강도가 과중한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은 원고의 일상 업무에 비하여 업무의 강도 등이 과중하여 임상의학적으로 질병의 발생 및 악화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갖는 약 24시간 이내의 부하 상태에 있었다고 보인다. 원고에 대한 외래진료기록에도 원고가 이 사건 상병 발병 2일 전부터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고 진술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라) 또한 원고는 1986. 3. 24. 경찰공무원에 임명된 이후 30년 이상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그 중 15년 이상 경비업무를 수행하였다. 나아가 불시의 상황에 대비하며 집회 관리, 경호행사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B경찰청 기동단장으로 2015. 10. 7.부터 2016. 12. 7.까지 약 1년 2개월, 연이어 B경찰청 경비부장으로 2016. 12. 8.부터 이 사건 상병 발병일인 2018. 4. 27.까지 약 1년 5개월 근무하던 중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 원고는 위와 같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전 총 약 2년 7개월 이상 B경찰청 기동단장 및 경비부장으로 재임한 상태였는데, 위와 같은 재임기간은 기동단장 내지 경비부장으로 근무하였던 다른 근무자들의 평균 재임기간보다 합계 1년 이상이 긴 기간이다.
마) 한편, 원고에 대하여 2017. 9. 11. 이루어진 일반건강검진결과에 기재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체질량 등은 정상 범위 내로 돌발성 난청의 주된 원인 중 하나인 혈류장애를 일으킬 위험도가 높다고는 볼 수 없다. 나아가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을 일으킬 만한 다른 건강상 원인 내지 음주, 흡연습관 등도 있다고 보기 어렵다.
바) 공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 그 증명이 있다고 할 것인데,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단순히 '돌발성 난청의 의학적 특성'에 비추어 이 사건 상병이 원고의 근무 환경과 직무 수행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고만 판단하였다. 게다가 피고는 원고의 체질적 소인, 지병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 사건 상병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판단하였으나,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의 원인이 되는 체질적 소인 내지 지병이 있다는 점에 부합하는 별다른 자료도 찾을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판사 김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