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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2023. 7. 11. 선고 2022누54278 판결
[국적이탈신고반려처분취소] 상고[각공2023하,516]
판시사항

2001년 미국에서 대한민국 국적 아버지와 미국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양국 국적을 동시에 지닌 갑이 2018년 주 시애틀 한국 총영사관을 거쳐 법무부장관에게 국적법 제14조 제1항 에 따른 국적이탈 신고를 하였으나, 갑이 위 신고 당시 국내에 생활근거를 두고 거주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법무부장관이 위 신고를 반려한 사안에서, 갑이 미국 생활의 장기적·지속적 근거를 미국 주소지에 두고 있으므로 국적법 제14조 제1항 에 따른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충분하다는 이유로, 위 반려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2001년 아메리카합중국(이하 ‘미국’이라 한다)에서 대한민국 국적 아버지와 미국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양국 국적을 동시에 지닌 갑이 2018년 현주소를 미국 주소지로 기재하여 주 시애틀 한국 총영사관을 거쳐 법무부장관에게 국적법 제14조 제1항 에 따른 국적이탈 신고를 하였으나, 갑이 위 신고 당시 국내에 생활근거를 두고 거주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법무부장관이 위 신고를 반려한 사안이다.

갑이 2001년 출생 이후 만 16세 9개월이었던 국적이탈 신고 당시까지 합계 약 8년 11개월간 국내에 거주하였으나, 갑과 가족들은 갑의 아버지가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동안만 국내에 체류한 것으로서 추후 근무지 변경에 따라 언제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거나 해외의 다른 미군 주둔지로 이전할 수 있고, 국적이탈 신고 이전 국내 체류기간의 길고 짧음은 국적법 제14조 제1항 본문(이하 ‘국적이탈조항’이라 한다)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판단하는 데 하나의 부차적 고려사항일 뿐이며, 당시 미성년자로서 친권자인 부모들이 지정하는 장소에 거주해야 했던 갑으로서는 아버지의 근무지에서 줄곧 부모 등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점, 갑과 가족이 국내에 있는 동안 미군기지 밖에 거주했으나 이는 주한미군 영내 관사의 고질적 부족 등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서, 영외 주택의 임차비용도 미국 정부가 부담했으며, 미국 본토와 거의 동일한 생활환경을 갖춘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교육, 소비, 문화 등 일상생활을 영위하였던 점, 갑의 부모는 미국 주소지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갑과 함께 미국에 거주하는 동안 실제 그곳에서 생활한 반면, 그들이 국내에 주택 기타 재산을 보유하거나 소득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SOFA)’ 제1조에 규정한 합중국군대의 구성원, 군무원 및 그들의 가족에게는 A3 체류자격을 부여하고, 이들은 외국환거래법 등 외국환거래 관련 법규상 비거주자로 분류하는 점, 갑의 주소가 외국에 있는 것으로 해석하더라도, 국적이탈조항의 입법 목적에 어긋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갑이 미국 생활의 장기적·지속적 근거를 미국 주소지에 두고 있으므로 국적법 제14조 제1항 에 따른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충분하다는 이유로, 위 반려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사례이다.

원고,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최문기)

피고,피항소인

법무부장관

제1심판결

서울행법 2022. 6. 24. 선고 2021구합86535 판결

2023. 3. 10.

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21. 7. 26. 원고에 대하여 한 국적이탈 신고 반려처분을 취소한다.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1년생으로, 아메리카합중국(이하 ‘미국’이라 한다)에서 대한민국(이하 ‘한국’이라 한다) 국적인 아버지(그 후 2007. 4. 10. 미국 국적 취득으로 한국 국적 상실)와 미국 국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양국 국적을 동시에 지니게 된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18. 8. 3. 주 시애틀 한국 총영사관을 거쳐 피고에게 국적법 제14조 제1항 에 따른 국적이탈 신고(이하 ‘이 사건 신고’라 한다)를 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신고 당시 제출한 2018. 7. 19. 자 외국거주 사실증명서에 당시 현주소(Present Address)를 시애틀 주재 한국 총영사관 관할구역에 있는 (주소 생략)(이하 ‘미국 주소지’라 한다)으로 기재하였다.

라. 피고는 2021. 7. 26. 국적법 제14조 에 따라 국적을 이탈하려면, 외국에 주소를 두고 거주한 상태에서 국적이탈 신고를 해야 하나, 출입국 기록, 기타 제출한 서류 등을 검토한 결과, 원고가 2005. 9.경부터 2009. 8.경까지, 2010. 12.경부터 2014. 12.경까지, 2017. 8.경부터 2018. 7.경까지 각 국내에 체류하였고, 이 사건 신고를 위하여 일시 출국한 후 2018. 7. 23. 다시 입국하여 2021. 5.경까지 부모와 함께 국내에 생활하는 등 이 사건 신고 당시 국내에 생활근거를 두고 거주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신고를 반려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처분사유의 부존재: 원고는 미군인 아버지를 따라 그의 임지인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생활하였으나, 미국에 있을 때는 미국 주소지에 부모가 소유한 주택에 거주하였고, 한국에서도 미국 정부의 해외주택수당으로 임차한 영외 주택에 거주하면서,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학업을 포함한 일상생활 전반을 영위하는 등, 출생 이후 지금껏 미국을 주된 기반으로 생활하여 왔으므로, 국적법 제14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그와 달리 본 이 사건 처분은 처분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

2) 재량 행사의 하자: 원고의 국적이탈로 인한 공익 침해의 우려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반면,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가 입을 기본권 및 사익의 침해는 실로 막대함에도, 피고는 공익상 필요가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관련 법령 규정 및 법리

가) 복수국적자로서 외국 국적을 선택하려는 자는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만 그 주소지를 관할하는 재외공관장을 거쳐 피고에게 한국 국적을 이탈한다는 뜻을 신고할 수 있고( 국적법 제14조 제1항 본문, 이하 ‘국적이탈조항’이라 한다), 피고는 국적이탈조항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이를 수리한다( 국적법 시행령 제18조 제2항 ). 국적법은 당초 국적이탈 신고에 대하여 외국에 주소가 있을 것을 요구하지 않다가, 위와 같은 외국 주소 보유 요건을 신설하였는데(2010. 5. 4. 법률 제10275호), 그 개정의 이유를 살펴보면,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만 재외공관을 통하여 국적이탈 신고를 할 수 있게 하여 실제 국내에 생활기반을 두고 있는 자의 국적이탈을 제한함으로써, 국내에 생활기반을 두고 있는 자의 국적이탈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을 해소하여 국민통합에 기여’함은 물론, ‘병역자원 유출 방지’의 효과도 거두겠다는 것이다.

나) 국적법은 ‘주소’의 개념을 정의하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으므로, 국적이탈조항에서 말하는 ‘주소’는 기본적으로는 그 사전적 의미 및 민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민법 제18조 제1항 은 ‘주소’를 ‘생활의 근거되는 곳’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서 ‘생활의 근거되는 곳’이란 생활관계의 중심이 되는 장소로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및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판정함이 원칙이다( 대법원 1984. 3. 27. 선고 83누548 판결 , 대법원 1990. 8. 14. 선고 89누8064 판결 등 참조. 헌법재판소 2023. 2. 23. 선고 2020헌바603 전원재판부 결정 도 국적이탈조항의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란 입법 취지 및 그에 사용한 단어의 사전적 의미 등을 고려할 때 다른 나라에 생활근거가 있는 경우를 뜻함이 명확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주소’라는 법 개념을 채용한 동기나 맥락, 특히 ‘주소’라는 요건에 결부한 법률효과 등은 개별 법령마다 같을 수 없으므로, 이처럼 다소 추상적인 주소 개념은 개별 법령의 특성을 고려하여 그 의미를 경우에 맞게 구체화하여야 한다.

다) 국적법상 국적이탈의 요건으로서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기본적으로 국적이탈을 신고할 무렵 복수국적자 본인이 일상생활의 근거로 삼던 장소의 물리적 위치를 기준으로 할 것이지만, 본래 자연인의 총체적 생활관계는 지속과 축적을 통하여 장기적으로 형성·유지·발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오로지 국적이탈 신고 시점의 소재만 단면적으로 파악하여 결정할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주소는 동시에 두 곳 이상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민법 제18조 제2항 , 이른바 주소 복수주의), 국적이탈조항은 “외국에 생활근거 없이 주로 국내에서 생활하며 대한민국과 유대관계를 형성한 자가 단지 법률상 외국 국적을 지니고 있다는 사정을 빌미로 국적을 이탈하려는 행위를 제한”하자는 것이므로(앞서 든 헌법재판소 2020헌바603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국적이탈 신고 당시 일상생활을 영위하던 국내 근거지가 따로 있다 하여도, 반드시 외국에 주소, 즉 생활근거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속단할 것은 아니며, 앞서 본 국적이탈조항의 입법 취지, 원고처럼 병역준비역 편입 대상이 되는 복수국적자는 친권자가 지정하는 거소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미성년 상태에서 국적이탈의 신고를 하게 되는 점( 병역법 제2조 제2항 제8조 , 민법 제4조 , 헌법재판소는 2015. 11. 26. 선고한 2013헌마805, 2014헌마788 전원재판부 결정 에서, 위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국적법 제12조 제2항 본문과 제14조 제1항 단서가 국적이탈의 자유에 대한,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과도한 제한은 아니라고 보았지만, 적어도 그것이 국적이탈의 자유에 대한 제한임을 인정하였으므로, 국적이탈조항의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를 합헌적으로 해석·적용하려면 위와 같은 사정까지 충분히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등에 비추어 볼 때, ㉠ 국내에 상시적·영속적 생활관계를 형성할 목적으로 상시 체류한 것인지, 아니면 비록 국내 체류기간이 다소 길더라도, 어디까지나 일시적·우연적 계기에 따른 것으로서, 조만간 국적국인 외국으로 복귀하리라고 볼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는지, ㉡ 거소를 지정한 친권자 등과 국내에서 함께 생활하였는지, 만일 그렇다면 거소지정권자가 국내에서 생활하게 되는 데 외국 정부 등의 의도적 권력 작용이 개재하였는지, ㉢ 국내 체류에 관하여 국제법이나 정부 간 조약·협정 등에 따른 특별한 법적 대우를 받는지, ㉣ 국적이탈을 위하여 신고한 외국 주소에서 복수국적자와 그 가족들이 실제로 상당 기간 생활한 적이 있는지 및 현재도 그곳을 거점으로 자산을 보유하거나, 소득활동을 하는 등 사회경제적 생활관계를 계속 형성·유지하고 있는지 등 제반 사정을 두루 살펴, 복수국적자가 국적이탈을 위하여 신고한 외국 주소를 실제로 그 나라에서 생활관계의 거점으로 삼고 있고, 머지않은 장래에 그곳으로 돌아가 생활을 이어갈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국적이탈조항에서 말하는,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처분사유 존부에 관하여

가)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1, 5, 6, 7, 13, 15, 21, 22, 24호증, 을 제4부터 7호증(가지번호 있으면 모두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원고가 출생 후 줄곧 미국에 거주하다가, 2005. 9. 4. 미군인 아버지가 주한미군 (부대명 1 생략)으로 전출함에 따라 부모와 함께 입국하여, 2009. 8. 3.까지 용산 미군기지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위 미군기지 내 초등학교를 다닌 사실, ② 그 후 2009. 8. 3. 미국으로 돌아가 거주하다가, 2010. 12. 25. 아버지가 주한미군으로 전속 발령을 받자 다시 입국하여 오산 미군기지 인근에 거주하면서 위 미군기지 내 초등학교 및 중학교를 다닌 사실, ③ 2014. 12. 18.부터는 미국 주소지에 부모가 소유한 주택(현재도 소유하고 있다)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하면서 인근의 (학교명 1 생략)을 졸업하고[그동안 원고의 아버지는 미국 주소지 인근의 육군기지인 (부대명 2 생략)에서 복무하였다], 아버지의 전속 발령에 따라 2017. 8. 9. 다시 입국하여 오산 미군기지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위 미군기지 내 고등학교를 다닌 사실, ④ 미국 정부는 파병 군인에게 영내 관사를 배정하거나, 기지 인근의 주택을 임차할 수 있게 해외주택수당(Overseas Housing Allowance)을 지급하는데, 원고의 아버지도 가족들이 거주하던 국내 주택을 모두 미군의 해외주택수당을 받아 월세로 임차한 사실, ⑤ 원고의 가족들은 국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도 미국 국방부가 제공하는 의료보험(Tricare) 프로그램에 따라 의료급여를 받아온 사실, ⑥ 원고가 다닌 미군기지 내 초·중등학교들은 모두 미국 정규학교와 동일한 학력을 인정받으며, 원고는 거기에서 통상의 미국 초·중등학교 교과과정을 마친 후 2020년 가을 학기부터 미국 뉴저지 주립 (학교명 2 생략) 대학교 뉴악(Newark) 캠퍼스에 재학 중인 사실, ⑦ 원고의 가족 중 원고와 여동생 소외인(원고의 아버지의 미국 국적 취득 전인 2005. 3. 14. 미국에서 출생)만 복수국적자이고, 나머지는 모두 미국 국적만 보유하고 있는 사실, ⑧ 원고의 부모는 한국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원고의 출생신고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가, 국적을 이탈하려면 먼저 가족관계등록을 하여야 한다는 출입국관리 당국의 안내에 따라, 이 사건 신고 시점에 근접한 2018. 4. 13.에야 뒤늦게 원고의 출생신고를 한 사실, ⑨ 원고의 아버지는 본래 미국 우체국(Postal Service) 직원으로서, 휴직 상태로 미군에 복무하고 있어, 전역 후 우체국에 복직 가능한 지위에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위에서 인정한 사실들에 이 사건 변론에 드러난 다음의 여러 사정까지 보태어 보면, 원고는 미국 생활의 장기적·지속적 근거를 미국 주소지에 두고 있다 할 것이므로, 국적이탈조항에 따른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충분하고, 그와 달리 본 사건 처분은, 복수국적자는 한국 법령 적용에서 한국 국민으로만 처우한다는 국적법 제11조의2 제1항 이나 미성년자로서 주한미군인 아버지와 함께 생활할 수밖에 없는 원고의 물리적 소재(소재)만 따져, 국적이탈조항을 형식적·기계적으로 해석·적용한 것으로서, 원고의 나머지 주장은 살필 것도 없이, 그 자체로서 위법하다.

(1) 원고 및 그 가족들은 원고 아버지가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동안만 국내에 체류한 것으로서, 추후 근무지 변경에 따라 언제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거나 해외의 다른 미군 주둔지로 이전할 수 있다. 비록 원고가 2001년 출생 이후 만 16세 9개월이었던 이 사건 신고 당시까지 합계 약 8년 11개월간(= 2005. 9. 4.부터 2009. 8. 3.까지 약 3년 11개월 + 2010. 12. 25.부터 2014. 12. 18.까지 약 4년 + 2017. 8. 9.부터 이 사건 신고를 한 2018. 8. 3.까지 약 1년, 일시 출입국에 따른 단기 해외 체류기간까지 포함) 국내에 거주하였다고는 하나, 국적이탈 신고 이전 국내 체류기간의 길고 짧음은 국적이탈조항 본문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판단하는 데 하나의 부차적 고려사항일 뿐이며(예를 들어 출생 후 만 16세가 되기 직전까지 오직 국내에서만 생활한 복수국적자가 만 16세가 된 직후 외국에 소재한 부모 소유 주택으로 가족과 함께 전거하여, 부모는 그 부근의 직장에 취업하여 상시 소득활동을 하고, 본인도 그곳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등 실제로 그곳에서 생활하다가, 만 17세가 될 무렵 국적이탈 신고를 하였다면, 그 복수국적자가 생애 대부분을 국내에서 보냈다고 하여 국적이탈 신고를 반려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시 미성년자로서 친권자인 부모들이 지정하는 장소에 거주하여야 했던 원고로서는 아버지의 근무지에서 줄곧 부모 등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밖에 없었음을 감안하여야 한다. [비록 이 사건 처분 당시까지 국내에 머문 기간을 모두 합치면 약 11년 10개월을 초과하지만, 이는 피고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행정절차법 제19조 ,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 , 국적법 시행규칙 제12조 [별지 제8호 서식]를 무시하고, 별다른 자체 조사나 추가 자료 제출·보완 요구도 없이 처리를 지연하다가, 이 사건 신고 후 3년이 거의 다 지난 시점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이 사건 처분을 하였기 때문으로(피고가 손쉽게 취득할 수 있는 가족관계등록정보나 출입국 정보 외의 다른 자료를 이 사건 처분을 하는 데 고려한 흔적도 없다), 원고가 같은 기간에도 줄곧 주한미군 자녀라는 동일한 지위에서 국내에 체재한 이상, 이 사건 신고 이후 국내 체재기간은 이 사건 처분의 처분사유 유무를 따질 때 크게 고려할 바가 되지 못한다. 원고가 2020년 가을학기부터 미국 대학교에 재학하였음에도, 그로부터 거의 1년이 지난 이 사건 처분 당시까지 국내에 체류한 것은 코비드19의 대유행이라는 예상 외의 사태와 그로 인한 대학의 비대면 수업 등에 기인하였을 가능성이 크므로, 대학 입학 이후 기간에 대해서는 특히나 더욱 그렇다.]

(2) 비록 원고와 그 가족이 국내에 있는 동안 미군기지 밖에 거주하였다고는 하나, 이는 주한미군 영내 관사의 고질적 부족 등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서, 앞서 보았듯이 영외 주택의 임차비용도 미국 정부가 부담했으며, 미국 본토와 거의 동일한 생활환경을 갖춘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교육, 소비, 문화 등 일상생활을 영위하였다. 피고는 ㉠ 주한 미군기지도 엄연히 국내라거나, ㉡ 주소를 정할 때 언어, 문화, 교류관계, 소속 집단까지 고려한다면 중국인 집단거주지나 다문화마을에서, 자국민들끼리만 어울려 살고, 자국어를 사용하며, 자녀는 외국인학교를 보내는 등 본국에 가깝게 생활하는 외국 출신은 그 실생활의 근거가 외국에 가까우므로 외국에 주소를 가진 것으로 보아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하나, 원고 및 그 가족이 미군기지를 국내 생활의 주요 거점으로 삼았다는 것은, 원고가 국적이탈을 위하여 신고한 미국 주소지가 국적이탈조항에 따른 외국 주소로서 실재성과 진정성이 있음을 뒷받침하는 여러 사정의 하나일 뿐(더구나 국적이탈 신고자가 외국에 주소가 있다고 볼 ‘사정’의 하나로서, 양국 정부 간 협정에 따라 법적 지위를 인정받는 미군기지와 자연히 발생한 외국계 집단거류지는 결코 그 의미가 같다고 볼 수 없다), 결코 미군기지 자체가 외국이라거나, 원고가 국내에서 살던 영외 임차 주택이 곧 외국 주소라는 것이 아니므로, 피고가 내세우는 위의 사정들은 어느 것이나 이 사건의 결론을 좌우할 수 없다.

(3) 원고의 부모는 미국 주소지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원고와 함께 미국에 거주하는 동안 실제 그곳에서 생활한 반면, 그들이 국내에 주택 기타 재산을 보유하거나 소득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볼 사정은 일체 찾을 수 없다(피고는 원고 가족이 국내에 재산이 없다고 볼 객관적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주택임차권도 국내에 보유한 재산이라고 강변하나, 앞서 본 바처럼 원고 가족의 국내 거주 주택은 전세가 아니라 월세로 임차한 것이며, 그 월세조차도 모두 미국 정부가 별도 지급하는 해외주택수당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 임차권이 ‘재산’이라 한들, 고작 반대급부의 의무를 수반하는 사인 간의 기한부 채권일 뿐, 장기적·지속적 생활관계의 징표로서 전형적 ‘재산’이라고 보기 어렵고,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한미군이나 그 가족은 한국에서 소득세 등 조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는 데다가, 원고 가족이 국내에 주택 등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일종의 간접사실로서, 그에 대한 입증책임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떠나, 일정한 상태의 부존재라는 입증사항의 특성이나 부동산 보유자료 또는 금융거래자료 등 증거에 대한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피고가 소송 외 또는 소송절차에서 이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것임에도, 피고는 이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한 채, 그저 증거의 부재만 탓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위와 같은 주장은 이 사건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4) 원고가 이 사건 신고 전 한국 여권을 발급받거나, 기타 한국 국민으로서 공법상 권리를 행사하거나, 주거·의료·복지·교육·영사 등 제반 영역에서 특별히 직접적 보호·지원·혜택을 받은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앞서 보았듯이 원고의 부모는 이 사건 신고 불과 몇 달 전까지 국내에서 원고의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았다(끝내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현실적으로 원고가 한국 국적을 보유한 복수국적자임을 피고가 알 수 있었을지도 의심스러운바, 그나마 원고처럼 부모가 둘 다 한국계인 경우조차 아니고, 외국 국적인 부모, 특히 성씨를 자식에게 물려줄 가능성이 큰 아버지가 한국계가 아니었을 경우, 더더욱 그렇다). 원고는 국내에 전입신고를 하지도 않았다.

(5)「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SOFA)」제1조에 규정한 합중국군대의 구성원, 군무원 및 그들의 가족(이하 ‘주한미군 등’이라 한다)에게는 A3 체류자격(외국인 등록 대상에서는 면제이나, 본인이 원하면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을 수는 있다)을 부여하고, 이들은 외국환거래법 기타 외국환거래 관련 법규상 비거주자로 분류한다. 또한 같은 협정 제8조 제2호에 따르면 주한미군 등은 여권 및 사증에 관한 한국 법령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는 반면, 한국 영역에서 영구적 거소 또는 주소를 요구할 권리를 취득하는 것을 인정받지 못한다. 나아가 이들은 같은 협정 제14조에 따라 한국에 소득세 등의 조세를 납부할 의무도 없다. 대법원 등기예규인 ‘재외국민 및 외국인의 부동산등기신청절차에 관한 예규’ 제13조 제1항 제4호 (다)목도 주한미군이 발행한 거주사실증명서를 외국인의 주소증명정보의 일례로 들고 있는데, 이는 주한미군 등의 경우 미국에 따로 주소가 있음을 전제로 한 규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6) 피고의 그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내세운 판례들은 과세처분의 효력에 관한 것( 대법원 1990. 8. 14. 선고 89누8064 판결 , 헌법재판소 2021. 10. 28. 선고 2019헌바148 전원재판부 결정 등)으로서 ‘주소’라는 개념 요소의 입법적 맥락이 상이하거나, 주한미군의 아들이 아닌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을 다룬 것( 서울행정법원 2020. 4. 9. 선고 2019구합91336 판결 ) 또는 주민등록 직권말소를 다룬 것( 수원지방법원 2005. 5. 4. 선고 2004구합5455 판결 )으로서 사안이 전혀 달라, 모두 이 사건에 원용하기 적절하지 않다.

(7) 앞서 본 원고의 특수한 예외적 상황을 고려할 때, 원고의 주소가 외국에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하더라도, 국적이탈조항의 입법 목적에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다.

(가) 원고는 출생에 의한 국적 취득에 관하여 원칙적 속지주의(출생지주의, jus soli)를 택한 미합중국 헌법 수정 제14조 제1항 제1문에 따라 미국 국적을 얻었으나, 설령 미국 밖에서 출생하였어도, 그 어머니가 원고를 낳기 전에 미국 국적자로서 미국에 거주한 이상, 예외적 속인주의(혈통주의, jus sanguinis)를 취한「이민 및 국적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제1401조에 따라 미국 국적을 취득하였을 것이므로, 흔히 말하는 ‘원정출산’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더구나 원고는 주한미군의 아들로서 국내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 따라서 그의 국적이탈에 대하여 병역의무자들을 포함한 일반 국민이 유의미한 수준의 사회적 위화감을 느끼리라 보기 어렵다.

(나) 병역자원의 관리에 유의미한 문제점이 발생하리라 볼 수도 없다. 피고 주장에 따르더라도 2021년 하반기에 주한미군의 아들이 낸 국적이탈 신고는 고작 8건이었으며, 앞서 든 판단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국적이탈에 관하여 이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것은 주한 외국 외교관의 아들 정도다. [우리 국적법이 출생에 의한 국적 취득과 관련하여 양계(양계) 혈통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주한 외국 외교관의 아들로서 복수국적자인 경우도 얼마든지 충분히 생길 수 있다(예컨대, 한국 국적인 어머니가 미국 유학 중 한국계가 아닌 미국 국적 남성과 혼인하여 아들을 낳고, 훗날 그 미국 남성이 외교관이 되어 주한 미국대사관에 부임하면, 그 아들은 복수국적자이자 주한 외교관의 아들로서 국내에 머물게 된다).「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Convention de Vienne sur les Relations Diplomatiques, 18 Avril 1961)」제37조 제1항, 제35조에 따르면, 접수국은 외교관 및 그와 같은 세대를 구성하는 가족에 대하여 종류 여하를 불문한 일체의 공공 역무(tout service public de quelque nature)와 군사상 부담(charges militaires)을 면제하여야 하나, 외교관 가족의 경우 접수국 국민이 아니어야 하므로, 주한 외교관의 아들도 이 사건에서 원고가 겪은 바와 같은 문제를 겪을 수 있다. 한편 피고가 주한 외국 외교관의 아들이 낸 국적이탈 신고도 주한미군의 아들이 낸 국적이탈 신고와 같은 기준으로 처리하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 게다가 국적이탈조항의 입법 목적 중 ‘병역자원의 유출 방지’는 궁극적으로는 국방력을 유지·보전하자는 것인데, 이 사건 처분과 같은 입장을 취한다면, 한반도 방위의 최일선에서 한미 군사동맹의 접착제 역할을 수행할 한국계 미군 장병들의 가족 동반을 어렵게 만들어, 한국 근무를 기피하게 함으로써, 거꾸로 해당 조항의 주요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마저 초래할 수 있다(원고의 아버지도 갑 제20호증으로 제출한 진술서에서, 원고의 국적이탈에 이토록 어려움을 겪을 줄 알았다면, 아무리 소속 부대에서 요청하였어도, 한국 근무의 연장을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회하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3. 결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다. 원고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기로 한다.

[별 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심준보(재판장) 김종호 이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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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조문

- 국적법 제14조 제1항 위헌조문 표시

- 국적법 시행령 제18조 제2항

본문참조판례

대법원 1984. 3. 27. 선고 83누548 판결

대법원 1990. 8. 14. 선고 89누8064 판결

헌법재판소 2023. 2. 23. 선고 2020헌바603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20헌바603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는 2015. 11. 26. 선고한 2013헌마805, 2014헌마788 전원재판부 결정

대법원 1990. 8. 14. 선고 89누8064 판결

헌법재판소 2021. 10. 28. 선고 2019헌바148 전원재판부 결정

서울행정법원 2020. 4. 9. 선고 2019구합91336 판결

수원지방법원 2005. 5. 4. 선고 2004구합5455 판결

본문참조조문

- 국적법 제14조 제1항

- 국적법 제14조

- 국적법 시행령 제18조 제2항

- 민법 제18조 제1항

- 민법 제18조 제2항

- 병역법 제2조 제2항

- 병역법 제8조

- 민법 제4조

- 국적법 제12조 제2항

- 국적법 제11조의2 제1항

- 행정절차법 제19조

-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

- 국적법 시행규칙 제12조

원심판결

- 서울행법 2022. 6. 24. 선고 2021구합8653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