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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5.24.선고 2015다255333 판결
구거철거
사건

2015다255333 구거철거

원고피상고인

A

피고상고인

포천시

원심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15. 11. 19. 선고 2015나52665 판결

판결선고

2016. 5. 2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권리의 행사가 주관적으로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으면, 그 권리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하고, 그 권리의 행사가 상대방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관적 요건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결여한 권리행사로 보이는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추인할 수 있으며, 어느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이 되는지 여부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0422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다. 59783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피고가 지방세 체납처분 절차로 신청한 2012. 2. 22.자 공매절차에서 지목이 구거인 원심 판시 토지 625㎡(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13,999,000원에 낙찰받아 2012. 5. 4.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나. 이 사건 토지의 중앙을 가로질러 원심 판시 별지 도면 표시 ㄱ, ㄴ, ㄷ, ㄹ, ㅁ,비, 그의 각 점을 순차로 연결한 선내 (가) 부분에 콘크리트 재질의 구거 88m(이하 '이 사건 구거'라 한다)가 설치되어 있다.

이 사건 토지의 지목이 1970, 7. 24. 구거로 변경되었음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구거는 적어도 그 무렵 또는 그 전에 설치된 후 개·보수를 거듭하여 현재에 이르렀다고 보이고, 공매 실무에 비추어 원고는 이 사건 토지에 이 사건 구거가 설치되어 있는 사실을 알면서 이 사건 토지를 낙찰받았다고 보인다.다. 이 사건 구거는 전체 3.5km의 구간으로 이루어진 구거 중 하단 2.5km 지점에 위치하고 있고 그동안 농수로로 이용되어 왔는데, 이 사건 구거를 통해 농업용수의 공급을 받는 농지는 17농가의 10ha에 이르고 있으므로, 이를 폐쇄하거나 철거할 경우에는 위 농가들의 농업에 큰 피해를 줄 것임이 분명하다. 또한 이 사건 구거를 이전할 경우에는 인근에 있는 다른 사람의 사유지로 물길을 돌리게 되어 새로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더욱이 물흐름 꺾임 현상이 심하여져 집중호우 시에는 재해위험이 커진다. 이러한 사정과 아울러 이 사건 구거에 인접한 도로와의 거리와 경사도 및 인접 토지의 소유관계 등 주변 토지의 여건과 우기 시 배수로가 매립되어 재해가 발생할 위험성 등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이 사건 구거의 이전 내지 지중화가 어렵거나 경제적으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이 사건 구거의 이전이나 지중화를 바라는 원고의 요구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구거 중 건축물이 들어서게 되는 일부 구간에 대하여는 덮개 설치가 가능하지만 그 밖의 요구사항은 주로 재해 발생의 위험과 재정여건에 비추어 즉시 시행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하여 왔다.

라. 한편 이 사건 토지는 정방형이 아니라 이 사건 구거를 따라서 나란히 길게 늘어진 모양으로서, 그 폭이 매우 좁은 부분이 있을 뿐만 아니라 비스듬한 언덕을 이루고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이 사건 토지에 주택을 건축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일반 토지로 이용하는 것도 사실상 곤란하다.

마. 그럼에도 원고는 이 사건 구거의 철거를 요구하면서, 그것이 이루어지지 아니한다면 이 사건 토지의 공매 취득가인 13,999,000원의 81%에 이르는 11,340,000원을 매년 사용료로 지급하라고 요구하여 왔고, 피고가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자 그 철거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바. 한편 피고는 이 사건 구거를 포함하여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할 의사를 가지고 있고, 이를 반영하여 원심에서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수용절차에 의하여 매수하고 일정 기일부터 그 매수 시까지 연 1,000,000원 또는 4,000,000원의 사용료 상당액을 지급하는 내용의 강제조정결정 및 화해권고결정이 이루어졌음에도, 원고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이 사건 구거의 철거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3. 위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구거가 설치된 사실을 알면서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한 원고가 그 매수 또는 통상적인 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을 요구하는 등의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농수로로 사용되는 이 사건 구거를 철거하는 방법으로만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은 원고 자신에게는 별다른 이익이 없는 반면, 피고에게는 새로운 농수로 개설을 위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재해발생의 위험마저 증가할 수 있어 그 피해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에도 반하게 되므로, 현저히 과도한 사용료를 요구하면서 이 사건 구거의 철거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4.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들에 대하여 충분히 살펴보지 아니한 채 이에 어긋나는 제1심판결 이유만을 인용하여, 원고가 이 사건 구거의 철거를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으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이기택

대법관이인복

주심대법관김용덕

대법관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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