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생후 30개월인 갑의 어머니 피고인 을과 아버지 피고인 병이 공모하여 갑이 말을 잘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로 밀걸레 봉을 이용하여 갑의 머리 등 전신을 수십 차례 때려 살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 병은 피고인 을의 구타행위로 갑이 사망할 가능성 내지 위험이 있음을 예견하면서도 피고인 을의 구타행위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부작위 등을 통하여 피고인 을의 살인 범행을 방조하였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생후 30개월인 갑의 어머니 피고인 을과 아버지 피고인 병이 공모하여 갑이 말을 잘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로 밀걸레 봉을 이용하여 갑의 머리, 팔, 다리, 몸통 등 전신을 수십 차례 때려 살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 병은 피고인 을이 약 3시간에 걸쳐 밀걸레 봉으로 갑의 전신을 구타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를 제지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 을의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피고인 병에게로 다가온 갑에게 “네가 잘못했으니 맞아야 된다.”, “이 정도로 맞아서 죽진 않아.”라고 말하며 갑의 머리 부위를 손으로 몇 차례 때리고 갑을 피고인 을이 있는 곳으로 밀쳤으나, 살인 범행의 경과와 피고인 을의 구타행위 정도 및 갑의 사망원인 등에 비추어, 위 행위만으로는 피고인 병에게 공동정범의 주관적 성립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살인범죄의 실행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 병은 피고인 을의 구타행위로 갑이 사망할 가능성 내지 위험이 있음을 예견하면서도 민법 제913조 및 아동복지법 제5조 에 따른 보호·양육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 을의 구타행위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부작위 등을 통하여 피고인 을의 살인 범행을 방조하였다고 한 사례.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인 1
피 고 인
피고인 2
항 소 인
피고인들 및 검사(다만, 검사의 경우 피고인 1의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에 대하여)
검사
김민정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성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1을 징역 20년에, 피고인 2를 징역 6년에 각 처한다.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다.
압수된 밀걸레 봉 2개(증 제1호)를 피고인 2로부터 몰수한다.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인 1
원심이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인(이하 ‘피고인’이라고 한다) 1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20년,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2
1) 피고인 2에게 살인의 고의는 물론이고 피고인 1의 살인 범행에 대한 공동가공의 의사도 없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살인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2에 대한 살인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살인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원심이 피고인 2에게 선고한 형(징역 10년,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몰수)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다. 검사
피고인 1에게 살인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음에도, 원심이 피고인 1에 대한 부착명령청구(피해자 공소외 1과 피해자들의 가족에 대한 접근금지명령 및 살인죄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청구 포함)를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
2. 판단
가. 직권판단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에 관한 피고인들의 항소이유에 대해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가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제3의 가.항과 관련하여 “피고인 2는 위와 같이 피고인 1이 위 밀걸레 봉으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계속해서 폭행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고, 이러한 피고인 1의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부분을 “피고인 2는 피해자의 친부로서 민법 제913조 및 아동복지법 제5조 에 의하여 피고인 1의 폭행을 제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피고인 1이 위 밀걸레 봉으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계속해서 폭행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은 채, 오히려 위와 같은 피고인 1의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로 변경하는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변경되었다.
한편 피고인들의 나머지 각 죄는 위와 같이 변경된 공소사실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 에 의하여 경합범 가중을 한 형기 범위 내에서 단일한 선고형으로 처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피고인 1에 대한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는 경우에는 그와 함께 동시에 심리되어 동시에 판결이 선고되어야 하는 피고인 1에 대한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 역시 파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2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피고인 2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2015. 6. 2. 17:10경 울산 동구 전하동 소재 피해자 공소외 2가 다니던 ○○어린이집으로 피해자를 데리러 갔으나 피해자가 엄마인 자신을 보고는 교실로 들어가서 ‘집에 가기 싫다’며 떼를 쓰고 말을 듣지 않은 일로 화가 나, 위 어린이집에서 피고인들의 주거지인 울산 동구 (주소 생략), 나동 4호(△△연립)까지 가는 노상에서, 손으로 울고 있던 피해자의 입 부위를 5회가량, 손바닥으로 피해자의 뒤통수를 2회가량 때리고, 피해자를 밀어 길바닥에 넘어뜨렸는데, 마침 이를 목격한 성명불상의 행인이 피고인 1에게 “야, 너 애 때릴 거야? 당장 신고할 테니까 서라.”라는 말을 하여 더 화가 난 상태에서 위 주거지에 도착하였다.
피고인 1은 같은 날 17:45경 위 주거지에서, 위와 같은 이유로 집에 들어오자마자, 방 출입문 쪽에 서 있던 피해자가 울려고 한다는 이유로 손바닥으로 피해자의 입 부위를 다시 2회가량 때렸고, 그 뒤 피해자를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게 하였으며, 같은 날 18:30경이 되어서야 위와 같이 같은 자리에 계속 서 있던 피해자를 불러 자신의 오른쪽 앞에 앉게 한 뒤 피해자에게 저녁 식사를 대신해서 구운 삼겹살을 먹게 하였으나 피해자가 울면서 먹지 않자, 또다시 격분하여 그곳 화장실에 있던 밀걸레 봉(알루미늄 재질, 전체 길이 9cm)을 무릎으로 부러뜨린 뒤, 걸레가 달려 있는 부분은 쓰레기봉투에 넣고 나머지 부분인 위험한 물건인 밀걸레 봉(길이 54cm, 두께 2cm가량)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머리 왼쪽 부위를 2회가량 때리고, 약간 몸을 든 상태로 피해자의 뒤통수를 1회가량 때린 다음, 평소 피해자가 잠을 자기 위하여 방바닥에 깔아 놓는 피해자의 공간으로 가게 하여 약 1시간 동안 피해자를 벽을 향해 서 있게 하는 방법으로 벌을 세웠다.
피고인 1은 같은 날 20:00경 위 주거지에서, 남편인 피고인 2가 퇴근 후 귀가하여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위와 같이 피해자로 인하여 화가 난 경위에 대하여 피고인 2와 대화를 나누다가 다시 화가 치밀어 오르자, 피해자를 피고인 1의 오른쪽 앞에 앉게 한 다음 위와 같이 부러진 밀걸레 봉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3~4회가량 때리는 행동을 2~3회 반복하였다.
피고인 2는 피해자의 친부로서 민법 제913조 및 아동복지법 제5조 에 의하여 피고인 1의 폭행을 제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피고인 1이 위 밀걸레 봉으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계속해서 폭행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은 채, 오히려 위와 같은 피고인 1의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아버지인 피고인 2에게로 다가온 피해자에게 “네가 잘못했으니 맞아야 된다.”, “이 정도 맞아서 죽진 않아.”라고 말하며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손으로 5~6회가량 때리며 피고인 1이 있는 곳으로 밀쳤고, 그 뒤 피고인 1은 위 밀걸레 봉이 움푹 들어가고 휘어질 정도로 강한 힘으로 피해자의 머리, 팔, 다리, 몸통 등 전신을 3~4회가량 때리는 행동을 7~8회가량 더 반복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2015. 6. 2. 20:00경부터 같은 날 23:00경까지 약 3시간 동안 피해자가 말을 잘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로, 위험한 물건인 위 밀걸레 봉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머리, 팔, 다리, 몸통 등 전신을 가격하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위와 같이 피해자의 머리 전체 부위를 비롯한 팔, 다리, 몸통 등 전신을 30~40회가량 때렸다.
결국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와 같이 피해자를 때려 피해자로 하여금 2015. 6. 2. 23:56경 울산 동구 전하동 소재 울산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광범위한 피하출혈 및 다발성 타박상 등에 의한 외상성 쇼크로 사망하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판시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판시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 2가 피고인 1의 구타로 인하여 피해자 공소외 2가 사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지하기는커녕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 공소외 2의 머리를 때린 사실 등이 인정되므로 피고인 2에게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 및 공모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인 2에 대한 살인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형법 제30조 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고,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도479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범죄 실현의 전 과정을 통하여 행위자들 각자의 지위와 역할, 다른 행위자에 대한 권유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위와 같은 공동가공의 의사에 기한 상호 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한편 공동정범의 본질은 분업적 역할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에 있으므로 공동정범은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음에 반하여 종범은 그 행위지배가 없는 점에서 양자가 구별된다( 대법원 1989. 4. 11. 선고 88도1247 판결 등 참조).
나) (1) 그런데 피고인 1이 수사기관 이래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면서 피해자 공소외 2가 죽기를 바라고 때린 것은 아니며,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 공소외 2가 사망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함으로써 자신의 범행은 물론이고 피고인 2와의 공모관계도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과 아래 (2)항 기재 사정들에 비추어, 검사가 드는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2에게 살인죄의 공동정범의 성립요건인 살인에 대한 공동가공의 의사와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살인범죄의 실행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가 없다.
(2) 피고인 2는 수사기관 이래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살인의 고의 및 피고인 1과의 공모관계를 부인하면서 다만, 피고인 2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 즉, 피고인 1이 2015. 6. 2. 20:00경부터 23:00경까지 약 3시간에 걸쳐 위험한 물건인 밀걸레 봉으로 피해자의 전신을 구타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한 채, 오히려 위와 같은 피고인 1의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피고인 2에게로 다가온 피해자에게 “네가 잘못했으니 맞아야 된다.”, “이 정도로 맞아서 죽진 않아.”라고 말하며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손으로 5~6회가량 때리고 피해자를 피고인 1이 있는 곳으로 밀쳤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으나, 그와 같이 피고인 1의 구타행위를 제지하지 않은 이유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① 피고인 1은 큰딸인 공소외 1을 출산한 후부터 우울증에 시달려 집안 문제나 자녀양육 문제로 화가 나서 술을 마시면 흥분의 정도가 심해져 스스로 주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말리면 더 흥분하며 시간이 지나고 술이 깬 후에 달래면 비로소 흥분이 가라앉는다.
② 피고인 1은 자녀양육 문제로 화가 나서 술을 마시면 자녀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려 드는데 그때마다 피고인 2가 피고인 1을 겨우겨우 달래고 맞춰 주어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심하게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③ 그런데 이 사건 당일에는 피고인 1이 피고인 2의 귀가 전부터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이유로 화가 치밀어 소주 2병을 마시고 위험한 물건인 밀걸레 봉으로 피해자 공소외 2를 폭행한 상태였으며, 피고인 2의 귀가 후 추가로 마신 술로 인하여 재차 화가 치밀어 올라 밀걸레 봉으로 피해자 공소외 2의 전신을 구타하였는데, 당시 피고인 2가 그와 같은 구타행위를 말리면 피고인 1이 더 흥분할 것 같았고 만일 피고인 1이 화를 이기지 못하여 가출이라도 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아 피고인 1을 제지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피고인 2의 모이자 피고인 1의 시모인 공소외 3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피고인 1에 대한 부착명령청구 전 조사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 2는 피고인 1의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 및 충동조절장애 등으로 인하여 피고인 1과 지속적으로 다툼 내지 가정불화를 겪어 왔으나, 그때마다 가출로 갈등을 회피하여 속초, 통영, 부산 등지를 전전하면서 생활해 오다가 지인의 소개로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 취직하면서, 2014. 12.경부터 다시 피고인 1과 함께 생활하였고, 2015. 1. 초순경에는 부모님에게 맡겨 두었던 자녀들을 울산으로 데려와 이 사건 범행 당시까지 함께 생활해 왔던 사실이 인정된다.
(3) 피고인 2가 인정하고 있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위 내용과 위 (2)항에 기재된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 공소외 2의 아버지인 피고인 2가 이 사건 범행 당시에 피고인 1의 구타행위로 인하여 피해자 공소외 2가 사망할 가능성 내지 위험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하면서도 민법 제913조 및 아동복지법 제5조 에 따른 보호·양육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채 그 진술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의 구타행위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이를 용인하는 잘못된 행위로 인하여 살인방조의 죄책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더 나아가 피고인 2에게 공동정범의 주관적 성립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살인범죄의 실행행위가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아울러 이 사건 살인 범행의 경과와 피고인 1의 구타행위의 정도 및 피해자의 사망원인 등에 비추어, 피고인 2가 자신에게로 다가온 피해자 공소외 2에게 “네가 잘못했으니 맞아야 된다.”, “이 정도로 맞아서 죽진 않아.”라는 말을 하였다는 점과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손으로 5~6회가량 때리고 피해자를 피고인 1이 있는 곳으로 밀친 행위가 살인방조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고, 그와 같은 행위만으로는 피고인 2에게 공동정범의 주관적 성립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살인범죄의 실행행위가 있었다고도 보기 어렵다.
(4) 따라서 피고인 2를 이 사건 살인 범행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공동정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부분 피고인 2의 주장은 이유 있다 할 것이다.
다)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 그 심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방어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가벼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범죄사실을 방조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99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원심 및 당심의 심리 경과 등에 비추어, 피고인 2에게 살인방조의 죄책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한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당심은 직권으로 피고인 2에게 살인방조죄의 죄책을 인정하기로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2의 항소는 이유 있고, 또한 원심판결에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도 있으므로 피고인 1에 대한 부착명령청구사건에 대한 검사의 주장과 피고인들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 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① 원심판결문 제6쪽 제2행부터 제6행까지 중 “피고인 2는 위와 같이 피고인 1이 위 밀걸레 봉으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계속해서 폭행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고, 이러한 피고인 1의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부분을, “피고인 2는 피해자의 친부로서 민법 제913조 및 아동복지법 제5조 에 의하여 피고인 1의 폭행을 제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피고인 1이 위 밀걸레 봉으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계속해서 폭행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은 채, 오히려 위와 같은 피고인 1의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로 변경하고, ② 원심판결문 제6쪽 제9행부터 제16행까지를 아래와 같이 고치는 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이로써 피고인 1은 2015. 6. 2. 20:00경부터 같은 날 23:00경까지 약 3시간 동안 피해자가 말을 잘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로, 위험한 물건인 위 밀걸레 봉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머리, 팔, 다리, 몸통 등 전신을 가격하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위와 같이 피해자의 머리 전체 부위를 비롯한 팔, 다리, 몸통 등 전신을 30~40회가량 때렸다.
결국 피고인 1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때려 피해자로 하여금 2015. 6. 2. 23:56경 울산 동구 전하동 소재 울산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광범위한 피하출혈 및 다발성 타박상 등에 의한 외상성 쇼크로 사망하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고, 피고인 2는 이를 방조하였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 법조 및 형의 선택
가. 피고인 1: 아동복지법 제72조 , 제71조 제1항 제2호 , 제17조 제3호 , 제5호 , 형법 제30조 (판시 범죄사실 제1항 기재 상습아동학대의 점과 판시 범죄사실 제3의 나.항 기재 상습아동학대의 점을 포괄하여, 징역형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 (살인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나. 피고인 2: 각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2호 , 제17조 제3호 (판시 범죄사실 제2항 기재 아동학대의 점, 징역형 선택),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2호 , 제17조 제5호 , 형법 제30조 (판시 범죄사실 제3의 나.항 기재 아동학대의 점, 징역형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 , 제32조 제1항 (살인방조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1. 법률상 감경(피고인 2의 살인방조죄에 대하여)
1. 경합범가중
가. 피고인 1: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형이 더 무거운 살인죄에 정한 형에 위 두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경합범가중)
나. 피고인 2: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형이 가장 무거운 살인방조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1. 이수명령(피고인들에 대하여)
1. 몰수(피고인 2에 대하여)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가. 피고인 1: 징역 5년~37년 6월
나. 피고인 2: 징역 2년 6월~22년 6월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피고인 1
1) 살인죄
[유형의 결정] 살인 〉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잔혹한 범행수법(가중요소), 미필적 살인의 고의(감경요소)
[권고형의 범위] 징역 15년 이상
2)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죄
[유형의 결정] 체포·감금·유기·학대 〉 유기·학대 〉 일반적 기준 〉 제2유형(중한 유기·학대)
[특별가중인자]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학대의 정도가 중한 경우, 상습범인 경우
[권고형의 범위] 징역 1년~3년
3) 다수범죄 처리기준의 적용: 징역 15년 이상
나. 피고인 2
1) 살인방조죄
방조범이므로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2) 판시 범죄사실 제3의 나.항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죄
[유형의 결정] 체포·감금·유기·학대 〉 유기·학대 〉 일반적 기준 〉 제2유형(중한 유기·학대)
[특별가중인자] 유기·학대의 정도가 중한 경우
[권고형의 범위] 징역 1년~2년
3) 판시 범죄사실 제2항 각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죄
[유형의 결정] 체포·감금·유기·학대 〉 유기·학대 〉 일반적 기준 〉 제2유형(중한 유기·학대)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형의 범위] 징역 6월~1년 6월
4) 다수범죄 처리기준의 적용: 징역 2년 6월 이상(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아니한 범죄가 있어 위 권고형의 하한만 고려하되, 처단형의 하한이 더 높으므로 이에 따름)
3. 선고형의 결정
가. 모든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 발달을 위하여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나야 하며, 모든 형태의 학대와 폭력 및 방임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아동의 부모는 아동을 가정에서 그의 성장 시기에 맞추어 건강하고 안전하게 양육하여야 하며,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이 사건 피해자들의 모인 피고인 1은 피해자들의 신체와 정서를 보호하고 피해자들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양육하여야 할 의무를 저버린 채 어린 자녀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하여 왔을 뿐만 아니라 만 2세에 불과한 피해자 공소외 2를 밀걸레 봉으로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구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생후 30개월에 불과한 나이에 친부모로부터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심한 학대를 지속적으로 받아왔고 장시간에 걸친 잔인하고 무자비한 구타행위로 인하여 고귀한 생명을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한 채 목숨을 잃게 된 피해자 공소외 2가 겪었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정도는 이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그리고 그와 같은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만 4세의 피해자 공소외 1이 입었던 정신적 충격과 혼란 또한 상상하기 어려우며 그것이 향후 성장과정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감안하면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피고인 1이 그 자녀들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저지른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 1의 불우한 성장 환경과 출산 후부터 겪게 된 우울증, 알코올 의존 및 충동조절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도저히 정상적인 훈육이나 체벌 및 그 과정에서 생겨난 사고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나이 어린 자녀들을 자신의 분노와 울분 및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편으로 삼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피고인 1이 저지른 이 사건 범행의 잔혹성은 일반인의 법감정에 비추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것으로,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다만 피고인 1이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닫고 사망한 피해자의 명복을 빌면서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과 피고인 1이 자신의 자녀를 자신의 손으로 무참하게 살해하였다는 죄책감과 비난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이 사건 변론과정에 나타난 참작할 여러 사정들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양형기준상의 권고형의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 1에 대한 형을 정하기로 한다.
다. 이 사건 피해자들의 아버지이자 피고인 1의 남편인 피고인 2로서는 비록 피고인 1과의 혼인생활이 순탄하지 못하고 갈등과 불화가 끊이지 않는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하더라도, 이를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부딪혀 갈등 및 불화를 해소하거나 완화시키고, 자녀들인 이 사건 피해자들이 피고인 1의 비정상적이고 무자비한 폭력 행사에서 벗어나 다른 아동들처럼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라도록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2는 피고인 1과의 갈등 및 불화가 반복될 때마다 가출이라는 방법으로 이를 회피하였고, 또한 피고인 1의 자녀들에 대한 비정상적인 폭력 행사가 지속적으로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도가 심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막지 아니한 채 그때그때마다 임시방편적으로 해결하는 소극적·방관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그리고 이 사건 범행 당일에는 피고인 1의 폭력 행사가 일반인의 법감정에 비추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잔인하고도 무자비하며 끔찍한 수준에 이르러 피해자 공소외 2의 사망이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피고인 1의 폭력 행사를 전혀 제지하지 않은 채 도리어 피고인 1의 폭력 행사를 거들거나 이를 합리화시키는 듯한 납득할 수 없는 태도로 일관하여 결국 피해자 공소외 2를 사망케 하였다.
그와 같은 피고인 2의 무책임하고도 납득하기 어려운 방조하에 이루어진 피고인 1의 끔찍한 폭력 행사로 인하여 피해자 공소외 2가 고귀한 생명을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한 채 극심한 고통 끝에 사망한 점을 감안할 때, 피고인 2의 행위 역시 크게 비난받아 마땅하며 그에 상응하는 처벌도 뒤따라야 한다.
다만 살인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한 원심과 달리 당심에서는 피고인 2에게 살인의 방조범으로서의 죄책만 인정되는 점, 피고인 2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하여 피해자 공소외 2가 사망에까지 이르게 되었음을 뒤늦게나마 자책하면서 반성하고 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 2 역시 자신의 잘못으로 인하여 자녀를 죽게 하였다는 죄책감과 비난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이 사건 변론과정에 나타난 참작할 여러 사정들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양형기준상의 권고형의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심보다 다소 감경된 형을 선고하기로 한다.
무죄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2에 대한 살인의 점의 요지는 위 2. 나. 1)항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위 2. 나. 3)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2의 행위가 살인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인 2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 부분 공소사실에 포함된 판시 살인방조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피고인 1에 대한 부착명령청구에 관한 판단
1. 부착명령청구의 요지
피고인 1은 살인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
2. 관련 법리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 에 규정된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란 재범할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피부착명령청구자가 장래에 다시 살인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살인범죄의 재범의 위험성 유무는 피부착명령청구자의 직업과 환경, 당해 범행 이전의 행적, 범행의 동기, 수단, 범행 후의 정황, 개전의 정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러한 판단은 장래에 대한 가정적 판단이므로 판결 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2도2289, 2012감도5, 2012전도51 판결 참조).
3. 판단
이 사건 증거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 1이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살인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닌 점, ② 피고인에게 음주운전으로 1회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전력 외에는 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 ③ 청구 전 조사서에 의하면, ‘한국형 범죄자 위험성 평가척도(KORAS-G)’의 기준에 의할 경우 총점 13점으로 조금 높은 편이기는 하나,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의 기준에 의할 경우, 재범위험성이 ‘중간’ 수준으로 평가된 점, ④ 피고인 1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⑤ 피고인 1이 알코올 사용 장애 및 우울증 등을 앓고 있기는 하나, 피고인 1이 향후 장기간의 수형생활을 통해 사회와 격리됨으로써 이후 재범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이고, 징역형 및 이수명령으로 인하여 재범 방지와 성행 교정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인 1의 나이, 환경, 이 사건 범행 이전의 행적,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 1에게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4항 제1호 에 따라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