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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도2158 판결

[국가보안법위반][공1996.12.15.(24),3648]

판시사항

[1]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소정의 '지령'의 의미

[2] 국가보안법 제6조 의 잠입·탈출죄의 구성요건

[3] 남한과 북한을 왕래하는 행위가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3조 에 해당되어 국가보안법의 적용이 배제되기 위한 요건

[4] 국가보안법 제5조 제2항 소정의 금품수수죄의 성립요건

판결요지

[1]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소정의 잠입·탈출죄에 있어서의 지령을 받는다고 함은 반국가단체 또는 그 구성원으로부터 직접 지령을 받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지령을 받는 자로부터 다시 지령을 받는 경우까지를 포함하는 것이고, 또한 그 지령은 지시와 명령을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반드시 상명하복의 지배관계가 있을 것을 요하지 아니하고 그 지령의 형식에도 아무런 제한이 없다.

[2]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국내에 잠입하면 잠입죄가 성립되는 것이며 탈출 당시 다시 들어올 목적이 있었는지 은밀히 들어온 것인지 여부는 잠입·탈출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

[3] 남한과 북한을 왕래하는 행위가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3조 에 해당되어 국가보안법이 배제되기 위하여는 우선 그 왕래행위가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4] 국가보안법 제5조 제2항 소정의 금품수수죄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로부터 받는 금품의 가액이나 가치 또는 금품수수의 목적은 가리지 아니하나, 그 구성요건상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므로, 금품의 수수행위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이 없는 경우에는 금품수수죄로 처벌할 수 없다.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윤기원 외 2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피고인들의 상고이유를 본다.

(1) 공소권남용의 주장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246조 제247조 가 검사에게 자의적이고 무제한적인 소추권을 부여한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검사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형사적 제재를 함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또 형법 제51조 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는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는 것이다( 당원 1990. 9. 25. 선고 90도1613 판결 , 1992. 4. 24. 선고 92도256 판결 , 1996. 2. 13. 선고 94도2658 판결 참조). 기록을 통하여 이 사건의 소추 경위와 공소사실의 내용 그리고 원심이 인정한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의 이 사건 공소제기가 공소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므로 논지는 이유 없다.

(2)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하였다는 주장에 관하여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일시,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나(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 이는 범죄사실을 특정하고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는 정도, 즉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식할 수 있고 범죄구성요건을 밝히는 정도 등으로 기재하면 되는 것이고( 당원 1984. 8. 14. 선고 84도1139 판결 , 1992. 8. 14. 선고 92도1211 판결 , 1996. 5. 31. 선고 96도197 판결 참조), 그 일부가 다소 불명확하게 적시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와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에 의하여 특정할 수 있으면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을 살펴보면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이 요구하는 바의 공소사실의 특정은 있었다고 보여지며,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의 지령을 받기 위하여 탈출하는 경우 그 받고자 하는 지령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고무하고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 금품을 수수한 경우 북한공산집단에게 이익이 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의 지령을 받고 잠입 또는 탈출한 경우 누구가 구성원이고 누구가 그 지령을 받은 자인지를 구분하여 밝히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공소사실의 특정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반대의 입장에서 주장하는 논지는 이유 없다.

(3) 잠입, 탈출의 점에 관하여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소정의 잠입·탈출죄에 있어서의 지령을 받는다고 함은 반국가단체 또는 그 구성원으로부터 직접 지령을 받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지령을 받는 자로부터 다시 지령을 받는 경우까지를 포함하는 것이고, 또한 그 지령은 지시와 명령을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반드시 상명하복의 지배관계가 있을 것을 요하지 아니하고 그 지령의 형식에도 아무런 제한이 없다 는 것이 당원의 견해이다( 당원 1990. 8. 24. 선고 90도1285 판결 참조). 또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국내에 잠입하면 잠입죄가 성립되는 것이며 탈출 당시 다시 들어올 목적이 있었는지 은밀히 들어온 것인지 여부는 잠입·탈출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는 것이다 ( 당원 1985. 1. 22. 선고 84도2323 판결 , 1990. 6. 8. 선고 90도646 판결 , 1990. 9. 25. 선고 90도1613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들의 잠입, 탈출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이에 대한 원심의 법률적용도 정당하며 원심이 인정한 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피고인들이 판시와 같은 경위로 북한으로 갔다가 판문점을 경유하여 국내로 들어온 것이라면 반국가단체인 북한공산집단으로부터 지령을 받기 위하여 그 지배하에 있는 북한지역으로 탈출하였다가, 그로부터 지령을 받고 대한민국 영역 내로 잠입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논지는 이유 없다.

(4) 회합, 찬양, 고무의 점에 관하여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판시와 같이 회합, 찬양, 고무 등의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넉넉하게 인정할 수 있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이 전체로 보아 찬양, 고무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설사 그 일부에 찬양, 고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부분이 들어있다고 하여도 이 사건 결과에는 영향이 없는 것이다. 또한 설사 피고인들이 북한의 일부 정책에 대하여 반대하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인들의 행위가 찬양, 고무에 해당한다면 이 사건 범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논지는 이유 없다.

(5)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의 적용 여부에 관하여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3조 는 "남한과 북한과의 왕래, 교역, 협력사업 및 통신역무의 제공 등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관하여는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이 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남한과 북한을 왕래하는 행위가 위 조항에 해당되어 국가보안법이 배제되기 위하여는 우선 그 왕래행위가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 당원 1992. 8. 14. 선고 92도1211 판결 , 1993. 2. 9. 선고 92도1815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의 채용증거와 그 판시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북한으로 간 목적은 위 조항 소정의 남북교류와 협력을 위한 목적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달리 그러한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 조항 소정의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도 없이 피고인들에게는 위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국가보안법 제5조 제2항 소정의 금품수수죄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로부터 받는 금품의 가액이나 가치 또는 금품수수의 목적은 가리지 아니하나 ( 당원 1985. 12. 10. 선고 85도1367 전원합의체 판결 , 1990. 6. 8. 선고 90도646 판결 , 1995. 9. 26. 선고 95도1624 판결 참조), 그 구성요건상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므로, 금품의 수수행위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이 없는 경우에는 금품수수죄로 처벌할 수 없다 고 할 것인바( 당원 1994. 4. 15. 선고 94도126 판결 참조),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이 북한 내에서 물품을 수수한 행위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 발생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이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피고인들 및 검사의 각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김석수(주심) 정귀호 이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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