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고법 1996. 7. 30. 선고 96노815 판결 : 상고기각
[국가보안법위반 ][하집1996-2, 749]
판시사항

[1] 한총련 소속 여대생 밀입북 사건에서, 국가의 안전·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상 금품수수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2] 민족통일대축전행사 참가를 위하여 밀입북한 한총련 소속 여대생에 대하여 지령수수탈출과 잠입, 회합·찬양·고무의 점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한총련 소속 여대생 밀입북 사건에서, 수수한 물품 자체의 종류나 용도·내용이 방문기념품 내지는 의례적인 선물로 쓰여지는 것들이고, 그 가치에 있어서 고가의 물품들이 아니며 비록 밀입북한 대학생들에 대한 격려의 의미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들이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활동이나 밀입북 대학생들의 소속 집단 및 그 활동에 통상적으로 필요하다는 등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는 할 수 없고, 손목시계를 제외한 나머지 물품들을 북한에 남겨두고 온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밀입북한 대학생들이 그러한 물품을 수수한 행위 정도를 가지고 그 행위 자체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 발생의 직접적 또는 근접한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상 금품수수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2] 민족통일대축전행사 참가를 위하여 밀입북한 한총련 소속 여대생에 대하여 지령수수탈출과 잠입, 회합·찬양·고무의 점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항 소 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남성열외 2인

주문

피고인들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 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점에 관하여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들의 각 금품수수의 점에 대하여 수수한 금품의 종류, 용도, 가치와 반국가단체의 활동과의 관련성 등 금품수수 당시의 객관적 상황에 비추어 종합적으로 고려 판단하여 볼 때에 피고인들이 받은 금품은 단순한 의례적인 방문 기념품이나 선물들로서 피고인들의 각 금품수수 행위는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 발생의 직접적 또는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우선 국가보안법 제5조 제2항 의 금품수수죄는 금품을 수수하는 상대방이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라는 정을 알면서 그 금품을 수수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금품의 가액이나 가치 또는 금품수수가 반국가단체의 목적 수행을 위한 것이라는 요건 등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대한민국을 해할 의도가 있는 경우에 한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일관된 취지인바, 이 점에서 원심판단은 대법원판례와 상반된 판단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북한 공산집단의 대남적화전략과 전술, 범청학련의 실체 및 성격, 피고인들의 의식 성향, 방북 경위, 체북 중 활동내용 및 피고인들이 각 교부받은 물품의 형식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에 피고인들이 받은 물품들은 단순한 의례적 선물이나 방문기념품이 아니며, 피고인들 및 피고인들이 소속한 범청학련의 활동을 격려하고 찬양하는 것으로 피고인들이 남한으로 돌아가면 그 선물들을 범청학련 소속 구성원들에게 보여주어 남, 북 청년학생들이 더욱 열심히 투쟁하는 데 이용할 상징적 도구로서 주고 받은 것들이 분명하고 그 수수한 장소도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을 찬양, 고무 동조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단순한 선물이나 의례적인 기념품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이를 단순한 선물이나 의례적인 기념품으로 단정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금품수수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판결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의 점

피고인들의 방북 경위, 목적, 방북 중 활동상황, 피고인들이 현정권을 반통일 세력으로 매도하고 있는 점,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가 남북한 통일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국론을 분열시켜 북한의 대남적화통일전략에 이용될 뿐이라는 점, 피고인들이 자신의 범행을 정당시하고 한총련 및 재야단체에서 피고인들을 영웅시하여 미화, 찬양하고 있는 점 등 이 사건의 여러 정상에 비추어 원심의 양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나. 피고인들

(1) 이 사건 공소제기가 부적법하다는 점에 관하여

첫째, 국가의 형벌권은 만인에게 평등하여야 하고 특정인에게만 불이익하게 행사되어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그 동안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 온 남한의 경제인, 문화인들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피고인들의 순수한 방북동기를 무시한 채 피고인들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한 것은 공소권을 남용하여 위법하고, 둘째,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회합, 통신에 관하여 누구와 회합을 하였는지, 지령수수에 관하여 어느 부분의 지령을 수수한 것인지, 고무, 찬양 부분에 관하여 어느 부분이 고무, 찬양한 것인지 공소사실이 불분명하고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공소제기는 부적법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률해석의 위법성

(가) 지령수수탈출과 잠입의 점에 관하여

먼저 지령을 받기 위하여 방북하였고 지령을 받고 잠입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피고인들이 북한에 방문한 이유는 한총련 대표로서 북한에서 있었던 제1차 범청학련 공동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함이었지 지령을 받기 위하여 방북한 것이 아니고 원심판시 범죄사실에는 지령의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나 이와 같은 지령을 받았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다음으로 국가보안법상의 "지령"이라 함은 그 수행으로 말미암아 국가의 안전,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것임이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명백히 인정되는 내용의 지시로서 "지령을 받는다" 함은 그것을 받은 자가 그것을 내린 자에 대한 관계에서 종속적 지위에 서서 그것을 내린 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그 지령을 수행하겠다고 결의하는 것을 뜻한다고 할 것인데, 원심판시 지령의 내용이라는 공동합의문의 결의라는 것은 피고인들이 평소 생각하던 통일관에 부합할 뿐 아니라 피고인들이 대표가 된 한총련의 공식견해로서 북한측이 도모하려는 이익과 달리 피고인들 또는 위 한총련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가지고 피고인들이 지령을 받았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안부인사를 전해 달라는 말과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가지고 지령이라 함은 법의 확대, 유추 해석을 넘어 법을 창조하는 것이고, 다음으로 잠입과 탈출에 관하여 피고인들이 반드시 대한민국으로 돌아오겠다는 전제하에 잠시 북한지역을 여행한다는 의사로 그 곳에 도착을 한 것은 일반적인 언어관용에 비추어 "탈출"이라고 할 수 없고, 또한 다시 대한민국으로 들어오기 전에 판문점을 통해 들어온다는 사실을 공표하여 국내외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들어 온 것은 "잠입"이라는 용어의 범주에 속할 수 없고 또한 국민은 자기 나라에 돌아올 권리가 있으므로 자기 나라에 들어오는 행위를 따로 떼어 처벌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북한에 간 위법한 상태를 시정하는 것을 처벌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지령수수 탈출과 잠입의 점은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거나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되어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피고인들의 방북행위는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위반죄에 해당될지언정 그 자체가 국가보안법의 처벌대상은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나) 회합, 고무, 찬양의 점에 관하여

회합에 관하여

원심판시 범죄사실 제2, 4, 6, 7, 8, 10, 11, 12, 13, 14, 18항의 각 범죄사실의 내용 중 피고인들이 회합한 상대방이 누구인지가 명백하지 아니하고 피고인들에 대하여 국가의 안전,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거나 그러한 위험이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고무, 찬양에 관하여

피고인들은 통일에 관하여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자신들의 통일관, 통일의 방법 등에 관하여 북한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발표하였던 것으로 원심이 고무, 찬양이라고 의율하는 것의 대부분은 한총련 등 재야단체의 공식견해이거나 피고인들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강조한 것에 불과하여 피고인들이 국가의 안전,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하거나 그러한 위험이 명백하다고 할 수 없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도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범죄사실 제4항의 국가보안법 철폐론은 그 동안 국내에서 수없이 제기되었던 사안으로 어디에도 북한을 찬양하거나 동조하는 내용이 없고, 범죄사실 제9항의 김일성 동상에 대하여 조의를 표하는 것이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고 볼 수 없고, 범죄사실 제16항 내지 제18항의 피고인들의 통일을 이루자는 내용은 대한민국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통일정책에 반하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이러한 내용이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했다고 할 수 없다.

(3) 양형부당의 점에 관하여

설사 유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은 오로지 민족통일에 대한 열망으로 북한을 방문하여 민족애에 따른 사려깊은 행동을 보임으로써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기는커녕 조국과 민족의 이익에 크게 기여하였고 법이론상이나 국민의 법 감정상으로나 범죄가 될 만한 행위를 전혀 하지 않은 확신범이자 양심범인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량은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금품수수로 인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들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1. 1995. 8. 17. 16:10경 '한총련' 대표용으로 배정받은 벤츠승용차를 타고 위 최정남과 함께 평양 학생소년궁전을 방문하여 책임자인 관장으로부터 학생소년궁전의 연혁,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내부시설을 구경하고, 궁전극장에서 예술소조원들의 종합공연을 관람한 후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수예작품과 "조국통일", "불패의 애국대오 한총련", "조선은 하나다"라는 구호가 적힌 서예작품 3점을 교부받고,

2. 같은 해 8. 21. 10:00경 북한요원 강현미의 안내에 따라 피고인들은 위 최정남과 함께 만수대 창작사를 방문, 내부시설 등을 관람한 후, 만수대 창작사측으로부터 피고인들의 인물을 그린 초상화 각 1점씩을 교부받고,

3. 같은 날 저녁 시간불상경 고려호텔 내 피고인들의 숙소에서 50세 가량의 성명불상 여자 3명으로부터 하얀색 저고리와 검정색 치마로 된 한복 1벌씩을 선물로 교부받고, 함께 따라왔던 성불상 경희(인쇄공업대학 1학년 재학 중)라는 여자로부터 가로 80㎝, 세로 60㎝ 크기의 광목천에 "우리 갈길 많고 험난해도 오직 통일의 한길로"라고 쓴 혈서 1점을 교부받고,

4. 같은 날 21:00경 "8·15 민족대축전" 행사에 참가했던 조총련의 산하단체인 '재일조선청년동맹' 소속 회원들이 북한을 떠나기 전에 피고인들을 만나보고 싶어한다는 연락을 받고, 평양 고려호텔 2층 식당에서 재일조선청년동맹원 약 30여 명과 만나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음 날 같은 장소에서 연회를 갖기로 하고, 동 단체의 간부인 성명불상 남자(20대 중반)로부터 스위스제 'TISSOT' 여자용 손목시계(모델명:J 144/244 K) 1점씩을 각 교부받고,

5. 같은 해 9. 2. 20:00경 평양 고려호텔 39층 소재 소회의실에서 피고인들은 위 최정남과 함께 호텔을 방문한 김형직사범대학 학생위원장 윤광택(20대 후반) 등 학생위원회 간부 20여 명과 만나 인사한 후 성명불상 학생들이 기념이 될 만한 것을 요구하여 그들이 건네준 수첩에

피고인 1은

"청춘의 삶은 진정 이러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밤을 함께 보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 만나도 조국사랑이라는 똑같은 마음으로 친절한 벗이 되고 열정적이고 창조적으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백만학우와 북녘 친우들이 서로 한동이로 어울리는 그날이 기다려집니다. 그날까지 굳은 마음먹고 각자 자기 위치에서 힘차게 투쟁해 나갑시다. 그리고 김형직사범대학과 남녘 자매 결연대학과 서신왕래 등 자주교류가 잘 안되고 있는데 앞으로 더욱 노력을 부탁합니다."라고 기재해 주고,

피고인 2는

"조국을 위해 한몸 바칠 수 있는 청년의 삶은 아름답습니다. 우리 조국의 통일을 위해 우리 모두 손맞잡고 파도가 되어 나갑시다."라는 내용으로 기재를 해 주고, 계속해서 학생들과 함께 통일관련 노래를 합창한 후 피고인들은 김형직사범대학 학생대표들이 제공하는 "조국통일"이라고 씌여진 족자 1개(가로 약 1m, 세로 약 50㎝ 크기)를 교부받고,

6. 같은 해 9. 4. 14:00경 위 최정남 등과 함께 김일성 종합대학을 방문, 대학학장 및 학생위원장 양희섭(32세 가량)으로부터 대학 연혁 및 현황 등에 관한 설명을 듣고 강의실, 박물관, 동·식물·광물전시장 등 여러 시설물을 돌아본 후 위 대학 휴게실에서 노동신문 등 북측 기자 약 10여 명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피고인 1은 미리 준비한 소감문을 낭독하고, 이어서 피고인 2는 향후 체북일정을 발표한 후, 각과 학생대표 30여 명과 간담회를 개최하여 남과 북의 서신왕래 등 교류문제 및 '한총련' 백만학도의 조국통일에 대한 의지, 그리고 상호 관심사항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이어서 동 대학교 학생 5,000여 명 참석하에 교내 체육관에 마련된 " '한총련' 대표 환영모임"에 참석하여 피고인 1은 연설한 후, 김일성대학 학생대표들이 제공하는 천리마상이 각인된 동패 각 1점, 대학전경이 표구된 족자 1점을 각 교부받고,

7. 같은 해 9. 12. 20:00경 평양 고려호텔에서 피고인들을 방문한 김일성대학 학생위원회 위원장 양희섭(32세 가량) 등 학생대표 20여 명과 만나 좌담회를 개최, "북과 남 청년학생들 사이에 교류와 연대투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대책", "외세를 몰아내고 연방제 통일실현을 위한 투쟁에서 북과 남 청년학생들의 앞에 나서는 구체적 방도", "통일조국 실현을 위한 청년학생들의 꿈과 이상" 등을 주제로 토론하고, 이어서 "범청학련가", "조선은 하나다" 등의 노래를 합창한 후 김일성 종합대학 학생위원회측에서 제공하는 백두산에서 수집한 돌에 '조국통일'이란 문구를 새긴 "붉은 돌" 1개씩을 선물로 각 교부받고,

8. 같은 날 15:00경 위 최정남과 함께 평양외국어대학을 방문, 녹음 수업실, 동시통역 연습실 등을 돌아본 후, 동 대학측이 주최한 환영모임에 참석하여 대학학생위원회 위원장의 연설에 이어 피고인 1이 연설을 한 후 참가자들과 함께 통일과 관련된 노래들을 합창하고 나서 학생대표들로부터 북한대학생 교복 각 1벌(남색 치마, 남색 상의, 흰색 블라우스), 배드민턴채 2개 및 풍경화 액자 1개를 선물로 교부받고,

9. 같은 해 9. 14. 15:00경 김형직사범대학을 방문하여 대학 교직원 및 학생들로부터 꽃다발 증정 등 열렬한 환영을 받고, 동교 학생위원회 윤광택위원장으로부터 위 성용승, 박성희가 김형직사범대학에 명예학생으로 등록된 사실을 듣고, 92년 전대협의 박성희, 성용승 대표들의 동교 방문 상황 및 남한 학생들의 생활과 투쟁장면 등을 수록한 비디오를 함께 시청한 후 대학측으로부터 수예품을 선물로 교부받고,

10. 같은 해 9. 14. 20:00경 고려호텔에서 피고인들을 방문한 평양의학대학 학생대표들과 만나 동 호텔 39층 휴게실에서 좌담회를 개최, "민족 대단결로 연방제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남북 청년학생들이 벌여온 투쟁정형", "앞으로의 구체적 과정들에 대하여 남북 청년학생들 사이의 자주적 교류와 연대투쟁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 등을 주제로 상호 의견을 교환한 후 학생대표들에게 피고인 1, 2도 연설을 한 다음 그들로부터 민속식품인 토장(된장+더덕)을 선물로 교부받고,

11. 같은 해 9. 22. 15:00경 위 최정남과 함께 평양시 소재 김책공업종합대학을 방문하여 학생들로부터 꽃다발 증정 및 "장하다 한총련!", "조국통일" 구호제창 등 열렬한 환영을 받고, 전남대학교와 자매결연이 체결되어 있는 동 대학교 학생들에게 연설을 하고, 이어서 동 대학교 학생위원회 대표들과 현안문제에 관해 심도있게 의견을 교환하고, 소위 광주민중항쟁 열사를 추모하기 위하여 동 대학 구내에 조성되어 있는 조국통일 글자 모양의 진달래 화단을 돌아본 후 학생대표들로부터 피고인들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는 수석 1점씩을 교부받고,

12. 같은 날 20:00경 평양 고려호텔 2층 회의실에서 피고인들을 찾아온 만수대 창작사 노동청년 10여 명과 만나, 약 2시간 동안 다과를 하면서 통일문제 등에 관하여 의견을 교환한 후 그들로부터 산수화와 화조 수예품 각 1점을 선물로 교부받고,

13. 같은 날 20:00경 피고인들의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을 찾아온 평양외국어대학 학생위원회 간부들과 동 호텔 39층 휴게실에서 만나 약 3시간 좌담회를 열고, 성명불상 학생대표의 발언에 이어서 피고인 1, 2가 연설을 한 다음, 그들로부터 선물조로 도자기 3점과 보약(한약)을 교부받고,

14. 같은 해 9. 25. 15:00경 평양시 소재 모란봉 피복공장을 방문, 동 장소에 와 있던 범청학련 북측본부 의장 허창조와 함께 동 공장을 견학하고, 동소 책임자인 성명불상자로부터 각 블라우스 1점씩을 선물로 교부받아서 각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였다라고 함에 있다.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위 각 공소사실의 요지 기재 각 일시 및 장소에서 그 각 기재 경위로 그 기재 각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부터 그 기재 각 물품을 수수한 사실은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 제5조 제2항의 금품수수죄에 있어서는 금품의 가액이나 가치, 또는 금품수수의 목적은 가리지 아니하며 그 금품수수가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된다는 정을 알아야 한다든가 반국가단체의 목적 수행을 위한 것이라는 요건은 별도로 요구하지 않으나 그 구성요건상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며, 따라서 금품의 수수행위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이 없는 경우에는 금품수수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할 것인데( 대법원 1994. 4. 15. 선고 94도126 판결 참조),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금품수수 행위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 발생의 직접적 또는 근접한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여기에서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한다'함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협, 침해하고 영토를 침략하며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관을 파괴 마비시키는 등의 외형적인 적화공작 등을 의미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 함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일인독재 내지 일당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 평등의 기본원칙에 입각하여 법치주의적 통치질서를 유지함을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의 내부 체제를 파괴, 변혁시키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것이고( 대법원 1993. 9. 28. 선고93도1730 판결 , 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 참조), 그러한 위험의 존재 여부는 수수한 금품의 종류, 용도, 가치와 반국가단체 활동과의 관련성, 행위자의 성향이나 전력, 소속 집단 및 그 활동과의 관련성 등을 금품수수 당시의 객관적인 전, 후 상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수수한 물품들은 학교 또는 공장을 방문하거나 학생들 및 다른 단체 사람들의 방문을 받은 기회에 받은 수예작품과 서예작품, 피고인들의 인물을 그린 초상화, 한복, 가로 80㎝, 세로 60㎝ 크기의 광목천에 "우리 갈길 많고 험난해도 오직 통일의 한길로"라고 쓴 혈서, 여자용 손목시계, "조국통일"이라고 씌여진 족자, 천리마상이 각인된 동패, 대학전경이 표구된 족자, 대학생 교복, 배드민턴채, 풍경화 액자, 민속식품인 토장(된장+더덕), 피고인들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는 수석, 산수화와 화조 수예품, 도자기, 보약, 블라우스 등 그 물품 자체의 종류나 용도, 내용이 방문기념품 내지는 의례적인 선물로 쓰여지는 것들이고, 그 가치에 있어서 고가의 물품들이 아니며 비록 피고인들에 대한 격려의 의미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들이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활동이나 피고인들의 소속 집단 및 그 활동에 통상적으로 필요하다는 등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는 할 수 없고 손목시계를 제외한 나머지 물품들을 북한에 남겨두고 온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피고인들이 이러한 물품을 수수한 행위 정도를 가지고 그 행위 자체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발생의 직접적 또는 근접한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되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인바, 같은 이유로 이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판결은 정당하고 이를 탓하는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인들의 부적법한 공소라는 주장에 관하여

(1) 공소권 남용이라는 주장에 관하여

국가보안법의 규정은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3조 소정의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관하여는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적용이 배제되어 남북교류협력의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남한의 경제인, 문화인들에 대하여 국가보안법이 적용이 되지 아니하고 형사소송법 제246조 제247조 가 검사에게 자의적이고 무제한적인 소추권을 부여한 것은 아니더라도 검사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형사적 제재를 함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형법 제51조 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는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는바,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소추 경위와 공소사실의 내용, 원심이 인정한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제기가 공소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공소사실이 불특정하다는 주장에 관하여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일시,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나(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 이는 범죄사실을 특정하고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는 정도, 즉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식할 수 있고 범죄구성요건을 밝히는 정도 등으로 기재하면 되는 것이고 그 일부가 다소 불명확하게 적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에 의하여 특정할 수 있으면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 사건 공소사실을 살펴보면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이 요구하는 바의 공소사실의 특정은 있었다고 보여지며 회합의 상대방이 누구인지, 어느 부분이 지령을 수수한 것인지, 어느 부분이 반국가단체의 활동에 동조한 것인지 구체적인 사실이 적시되어 특정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주장에 관하여

(1) 지령수수 탈출과 잠입에 관하여

먼저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의 "지령"은 지시와 명령을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반드시 상명하복의 지배관계에 있음을 요하지 아니하고 그 지령의 형식에도 아무런 제한이 없고, 또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국내에 잠입하면 잠입죄가 성립되는 것이며 잠입 당시 그 지령사항을 수행할 의사가 있을 것을 필요로 하지만 탈출 당시 다시 들어올 목적이 있었는지 은밀히 들어온 것인지 여부는 탈출, 잠입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인데(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613 판결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북한공산집단에 의하여 추진된 민족통일대축전행사와 위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범청학련 제1차 중앙위원회에 참가하여 연방제 통일실현 방안 등에 관하여 협의하고자 베를린을 경유하여 비밀리에 입북하여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고 판시와 같은 연방제 통일방안 등에 관한 결의를 하고 원심판시와 같은 경로로 판문점을 경유하여 국내로 들어온 원심 판시 범죄사실이 충분히 인정되는바, 위 북한공산집단의 성격과 위 민족통일 대축전행사나 범청학련 중앙위원회는 북한공산집단이 우리의 국론분열 및 내부 교란책, 또는 통일전선전술 등의 적화통일전략으로 이용하기 위함으로 보여지는 점 및 그 이외에 피고인들의 입북 동기와 목적, 그 경위와 과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북한공산집단의 연방제 통일방안 등에 관한 지령을 받고 탈출, 잠입한 경우로서 국가의 안전,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한 위험이 되므로 피고인들의 방북 및 귀환행위가 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소정의 지령수수 잠입, 탈출죄에 해당안된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아울러 위와 같은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들의 행위가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소정의 남북교류협력의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 법위반죄만 성립한다는 주장 역시 이유 없다).

(2) 회합, 고무, 찬양의 점에 관하여

(가) 회합의 점에 관하여

원심판시 범죄사실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회합한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혀 놓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그 직책과 그 장소에 참석한 인원의 수 등과 그 밖의 사실들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 누구인지 특정된다고 할 것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들의 입북 동기와 목적, 그 경위와 과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원심판시 회합행위로 말미암아 국가의 안전,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하는 위험성이 명백하다고 할 것이니 이러한 위험성이 없음을 주장하는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고무, 찬양의 점에 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판시 피고인들의 고무, 찬양행위들이 피고인들의 입북 목적, 동기, 경위, 당시의 상황 등에 비추어 국가의 안전,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하는 위험성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위험성이 없다든가 또는 단순히 피고인들의 평소의 순수한 통일관 등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라. 국가보안법은 형벌법규로서 효력이 없고 위헌이라는 주장에 관하여

1990. 10. 27. 공포된 구 헌법 부칙 제6조 제1항에 의하면 국가보위입법회의는 구 헌법 시행일로부터 구 헌법에 의한 국회의 최초 집회일 전일까지 국회의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되어 있어 국가보위입법회의에 입법권을 부여하는 헌법상의 근거규정은 마련되어 있었고, 한편 구 헌법을 개정하여 1987. 10. 29. 공포되고 1988. 2. 25.부터 시행된 현행 헌법 부칙 제5조는 현행 헌법 시행 당시의 법률은 현행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 그 효력을 지속한다고 규정하여 구 법률에 이른바 지속효를 인정하고 있는바, 이 규정에 따라 현행 헌법에 위배되어 효력을 상실하는 구 법률은 현행 헌법과 합치될 수 없어 폐지, 실효되었다고 보여지는 법률에 한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는 한 비록 헌법 개정에 의하여 그 법률의 제정 근거나 제정절차가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법률은 일응 지속효를 갖는 것이고, 나아가 그 법률의 위헌 여부는 그 실질적 내용이 새로운 헌법에 구성하는 바에 의하여 위반되는 여부로 가려야 하는 것이므로 국가보안법이 현행 헌법과는 달리 국민의 대의기관이 아닌 국가보위입법회의에 의하여 전문 개정되었다는 사유만으로는 위 법이 위헌이라고 할 수 없고 또한 우리 헌법이 전문과 제4조, 제5조에서 천명한 평화통일의 원칙과 국제평화주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대전제하에서 추구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아직도 북한이 막강한 군사력으로 우리와 대치하면서 우리사회의 자유민주적 기본체제를 전복할 것을 포기하였다는 명백한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음이 분명한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본다고하여 우리 헌법이 천명한 국제평화주의 등의 원칙과 모순되는 법률이라고 할 수 없고(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1도3419 판결 참조), 국가보안법같은 법이 정한 행위가 국가의 안전,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경우에 적용되는 한에서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죄형법정주의에 배치되는 무효의 법률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대법원 1992. 8. 14. 선고 92도1211 판결 참조) 국가보안법이 법률로서의 효력이 없다든가 위헌이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마. 쌍방의 양형부당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들의 이 사건 입북 동기와 목적, 입북 경위와 북한에서의 활동내용,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들로 인하여 대한민국 정부나 국민들의 통일정책이나 통일의 방법 등에 관하여 미치는 영향, 그 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가족관계, 전과관계 등 이 사건 양형의 기준이 되는 모든 사정을 기록에 의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형량은 적정하고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4. 결 론

따라서, 피고인들 및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병학(재판장) 하광룡 최강섭

arrow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