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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8. 5. 28. 선고 97헌바68 결정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8조 제1항 등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김○순 외 3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김헌무 외 2인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97노1138 살인등피고사건

주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8조조세범처벌법 제4조 제1항“형법 …… 제38조 제1항 제2호 중 벌금경합에 관한 제한가중규정”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 법인세 등의 조세를 포탈하였다는 범죄사실 등으로 기소되어 1997. 5. 19. 위 지원에서 유죄판결(96고합74)을 선고받고 이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97노1138)하는 한편, 위 재판의 전제가 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이라 한다)제8조 제1항 제1호, 제2호 및 제2항과 조세범처벌법 제4조 제1항“형법 …… 제38조 제1항 제2호 중 벌금경합에 관한 제한가중규정” 부분이 헌법에 위반됨을 이유로 위헌심판제청신청(97초140)을 하였으나, 위 법원은 1997. 9. 19. 청구인들의 위 제청신청을 기각하였고, 이에 청구인들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위헌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특가법 제8조조세범처벌법 제4조 제1항“형법 …… 제38조 제1항 제2호 중 벌금경합에 관한 제한가중규정” 부분의 위헌여부이고, 관련 법률조항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8조(조세포탈의 가중처벌)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다음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포탈하거나 환급받은 세액 또는 징수하지 아니하거나 납부하지 아니한 세액(이하 “포탈세액 등”이라 한다)이 연간 5억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포탈세액 등이 연간 2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제1항의 경우에는 그 포탈세액 등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한다.

제4조(형법적용의 일부 배제)

① 제8조 내지 제11조, 제12조의2와 제12조의3 제3항의 범칙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는 형법 제9조, 제10조 제2항, 제11조, 제16조, 제32조 제2항제38조 제1항 제2호 중 벌금경합에 관한 제한가중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다만, 징역의 형에 처할 때에는 예외로 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들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특가법 제8조 제1항 제1호·제2호 및 제2항의 위헌성

첫째, 지나치게 가혹하고 무거운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 즉, 위 특가법 조항에 규정된 법정형이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의 경우와 비교할 때 그 가중의 정도가 지나치고, 법정형의 하한이 너무 높으며 거기에 다시 포탈세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이 필요적으로 병과되어 국민의 생존권까지 위협하게 된다. 위와 같은 지나치게 가혹하고 무거운 형벌은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 제37조 제2항에서 유래하는 과잉금지의 원칙 및 제10조의 인간존엄성의 이념에도 반한다.

둘째, 법정형의 하한이 너무 높게 규정되어 있어서 형의 선고유

예가 불가능함은 물론 포탈세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달리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도 불가능하며 또 과중한 벌금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도록 규정하여 법관의 양형판단의 재량권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있다.

셋째, 구성요건 중 ‘연간 포탈세액 등’의 개념이 모호하여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2) 조세범처벌법 제4조 제1항“형법 …… 제38조 제1항 제2호 중 벌금경합에 관한 제한가중규정” 부분의 위헌성

조세범처벌법위반자에 대하여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 중 벌금경합에 관한 제한가중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보호법익의 주체가 국가라는 이유로 일반 형사범의 경우와는 달리 무거운 처벌을 규정한 것으로서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므로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또 제37조 제2항의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에도 반한다.

나. 서울고등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이유

(1) 특가법 제8조 제1항 제1호·제2호 및 제2항과 조세범처벌법 제4조 제1항에 의한 법정형이 지나치게 무거워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위 법률조항들은 거액의 조세포탈범에 대하여 그 형을 가중하여 처벌함으로써 범죄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고 나아가 벌금형의 필요적 병과를 통하여 조세포탈자가 부정하게 취한 이득을 박탈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입법된 것으로서 그것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헌법상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반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으며 또한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침해한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

(2) 특가법 제8조 제1항 제1호·제2호에 규정된 ‘연간’의 개념은 관련법규정 및 법률이론에 의한 법관의 보충적 해석을 통하여 충분히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다.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 검사의 의견

서울고등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이유와 대체로 같다.

3. 판 단

가. 특가법 제8조의 위헌여부

(1) 지나치게 가혹하고 무거운 형벌인지의 여부

(가) 법정형의 내용에 관한 입법형성권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된다(헌재 1995. 4. 20. 91헌바11 , 판례집 7-1, 487).

(나)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의 입법배경과 개정연혁

그러므로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이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헌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지를 살피기에 앞서 먼저 그 입법배경과 개정의 경과를 보기로 한다.

원래 어떤 범죄를 특별법의 제정을 통하여 가중처벌하는 것은, 그 법률로 대응하고자 하는 사회현상에 큰 변화가 생겨서 일반법의 특정형으로는 처벌의 실효가 없게 되었거나, 종래에는 단순한 행정범으로 인식되던 것이 사회사정의 변화에 따라 형사범으로 인식되게 된 경우와 같이 그 범죄의 성격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었거나, 또 경우에 따라서는 선고형이 너무 낮아서 입법으로 일정한도 이상의 양형의 선택을 제한하게 하는 등의 경우에 흔히 사용되는 법률정책이다.

그런데 조세포탈범은 국가의 존립기반인 국가의 재정권을 침해하는 국가적 법익에 관한 범죄로서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헌법상 국민의 기본적 의무인 납세의무를 면탈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반사회적 반윤리적 범죄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복지국가적 경향이 갈수록 강화되어가는 오늘에 있어서는 조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국민의 담세율(擔稅率)과 담세액(擔稅額)이 점차 증대됨에 따라 조세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관심이 증대된 한편 조세포탈의 금액과 방법도 거대하고 교묘해지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현상 및 사회사정의 변화는 조세포탈범에 대하여 특별법에 의한 가중처벌을 필요로 하게 하였으며, 이에 종래의 조세범처벌법의 법정형을 대폭 가중하여 그 포탈세액 등에 따라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이 입법되었다.

한편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은 그 동안 국가경제규모의 확대, 물가상승, 사회가치관 및 국민법감정의 변천에 따라 가중처벌의 기준이 되는 포탈세액 등 구성요건해당금액을 현실에 맞도록 상향 조정하여 왔다.

즉, 애당초 특가법 제8조 제1항은 1966. 2. 23. 법률 제1744호로 제정될 당시에는 포탈세액 등이 1,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포탈세액 등이 5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각 처하도록 규정하였다가, 1980. 12. 18. 법률 제3280호로 개정되면서 포탈세액 등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포탈세액 등이 2,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각 처하도록 규정하였고, 그 후 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다시 개정되면서 지금과 같이 포탈세액 등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포탈세액 등이 2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각 처하도록 규정하게 되었다.

(다) 형벌체계상의 균형상실 또는 과잉처벌인지의 여부

그렇다면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의 법정형이 다른 범죄의 그것과 견주어 볼 때 지나치게 높아서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행위자를 그 귀책사유 이상으로 과잉처벌하는 것인지의 여부를 보기로 한다.

1)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 각호와의 비교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 각호는 그 법정형이 가장 중한 경우에 있어서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 등의 3배 이하에 상

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 비하여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은 그 법정형이 가장 경한 경우에 있어서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포탈세액 등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조세범처벌법과 비교할 때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의 법정형이 상당히 높은 것임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차이는 연간 포탈세액이 199,999,999원인 경우와 2억원인 경우를 놓고 그 법정형을 비교할 때 그 차이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조세포탈범은 재정범으로서 일반형사범에 비하여 범행의 동기나 행위의 태양 등이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고 그것이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는 조세포탈액 등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중된다는 점에서 볼 때 위와 같은 조세포탈액 등을 기준으로 한 단계적 가중처벌은 일응 수긍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 할 것이고, 그 한계금액 2억원을 전후한 사안에 있어서의 법정형의 현저한 차이는 법관이 구체적 재판에서 작량감경 등을 통하여 조절이 가능한 것이므로 그것을 들어서 바로 불합리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조세포탈행위가 국가적 법익에 관한 범죄이고 반사회적, 반윤리적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처하는 조세범처벌법의 처벌규정이 너무 가벼워서 범죄예방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가중처벌을 위하여 위 특가법 조항을 입법하게 된 것이라는 입법배경,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적 소득수준에서 본 2억원의 경제적 가치, 거액의 조세포탈에 대한 국민 일반의 법감정 내지 비난여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의 법정형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것이라거나 범행자를 귀책 이상으로 과잉처벌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2) 법정형의 하한의 문제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의 법정형의 하한을 보면 포탈세액 등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포탈세액 등이 2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각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따라서 어느 경우에나 형의 선고유예가 불가능함은 물론 포탈세액 등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달리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도 불가능하고 또 공소시효가 10년까지 늘어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곧 이 사건 특가법의 법정형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고 그 적용대상자를 과잉처벌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의 하한도 입법자가 그 재량으로 결정할 사항이며, 조세포탈액 5억원 이상인 경우를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또 조세포탈액이 2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그 하한을 규정하는 것이 앞에서 살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그리고 이 사건 특가법 조항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재판에서 법관이 법률상 감경 및 작량감경 등을 통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길도 열려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그 가중의 정도가 불합리하여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한 것이라거나 범행자를 귀책 이상으로 과잉처벌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3) 벌금형의 필요적 병과의 문제

이 사건 특가법 제8조 제2항은 그 조세포탈자에 대하여 포탈세액 등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는 조세범을 형사범으로 파악하는 한 형벌로서는 자유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고 효과적이며 더구나 조세채권에 대하여 간이하고 우선적인 집행절차를 규정하여 우선적으로 징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있는 오늘날에 있어서는 조세포탈자에 대한 과도한 벌금형의 필요적 병과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아니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조세포탈범에 대한 벌금의 필요적 병과여부는 원칙적으로 입법정책의 문제이고, 이 사건 특가법 조항에 벌금형의 필요적 병과를 규정한 것은 조세포탈행위의 반사회성, 반윤리성에 터잡아 거액의 조세포탈자에 대하여 경제적인 불이익을 가하고 아울러 그가 부정하게 취한 이득을 박탈함으로써 국민의 납세윤리를 확립하고 나아가 건전한 사회질서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앞에서 살핀 여러 가지 사정과 아울러 이 사건 특가법 조항에 해당하여 벌금형이 병과되는 경우에 있어서도 법관이 정상에 따라 작량감경 등을 통한 벌금형의 감액이 가능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벌금형만의 선고유예도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벌금형의 필요적 병과규정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것이라거나 범행자를 귀책이상으로 과잉처벌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라)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의 합헌성

결국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의 법정형은 입법재량 범위내의 것으로서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한 것이라거나 과잉처벌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이나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유래하는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할 수 없고 나아가 헌법 제10조의 인간존엄성의 이념에도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2)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의 법정형의 하한이 너무 높게 규정되어 있고 과중한 벌금형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도록 규정하여 법관의 양형판단의 재량권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법정형은 법관으로 하여금 구체적 사건의 정상에 따라 그에 알맞는 적정한 선고형을 이끌어 낼 수 있게끔 되도록 그 폭을 넓게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입법자가 앞서 본 바와 같은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따라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헌재 1995. 4. 20. 93헌바40 , 판례집 7-1, 553).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의 경우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게 규정함으로써 포탈세액 등이 5억원 이상인 자에 대하여는 달리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법관이 선고유예는 물론이고 집행유예의 선고도 할 수 없고 포탈세액 등이 2억원 이상인 자에 대하여도 역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법관이 선고유예를 할 수 없으며, 또 벌금형도 필요적으로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일정액 이상의 조세포탈범에 대하여 그 위법성과 비난

가능성의 정도를 높게 평가하여 징벌의 강도를 높이고자 한 입법자의 결단이라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입법자의 결단은 앞에서 본 여러가지 사정에 비추어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자의적인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이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3)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한 것인지의 여부

(가) 구성요건 명확성의 원칙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입법권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즉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처벌법

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우리 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헌재 1996. 12. 26. 93헌바65 , 판례집 8-2, 792).

(나) 포탈세액계산에 있어서 ‘연간’이라는 개념과 명확성 원칙의 위배여부

특가법 제8조 제1항 제1호·제2호는 연간 포탈세액 등이 일정액 이상이라는 가중사유를 구성요건화하여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의 조세포탈행위와 합쳐서 하나의 범죄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연간 포탈세액 등의 액수는 단순한 양형의 자료에 불과한 것이 아니고 구성요건적 요소인 것이다.

그런데 조세범처벌법 위반행위 자체가 조세의 종류에 따라 그 성립과 확정, 과세기간과 납부기한 등이 달라서 그 포탈세액 등을 계산하는 방법 또한 동일한 것이 아니고 예컨대 부가가치세와 같이 조세의 종류에 따라서는 연간 포탈세액의 기준을 포탈 등이 성립하는 신고 및 납부시기를 기준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과세기간을 기준으로 할 것이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판례는 일찍이 ‘연간’에 있어서의 ‘연’의 의미를 문리상의 의미 그대로 ‘연도’의 의미로 보고 ‘당해연도 1. 1.부터 12. 31.까지 사이에 포탈한 세액 등의 합계액’을 ‘연간 포탈세액 등’으로 보아왔으며 이를 전제로 부가가치세 제2기분 포탈세액의 귀속연도에 관하여도 그 성립시기와는 관계없이 과세기간을 기준으로 연간 포탈세액등을 계산하여야 할 것이라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82. 6. 22. 82도938, 집30(2)형108;대법원 1983. 4. 12. 83도

362, 집31(2)형104 각 참조).

결국 특가법 제8조 제1항 각 호가 연간 포탈세액 등을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가중처벌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그 연간 포탈세액 등의 계산에 있어 “연간”의 개념정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함은 입법론상 바람직스러운 것이라고는 볼 수는 없으나, “연간”이라는 용어 자체가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의심을 가질 정도로 불명확한 개념이라고는 볼 수는 없고, 다만 이 사건 특가법 조항이 갖는 구조적 특성에 기인하는 해석상의 이견은 관련법규정 및 법률이론에 입각한 법관의 보충적 해석과 판례의 축적을 통하여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이므로, 위 특가법 조항이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 조세범처벌법 제4조 제1항“형법 …… 제38조 제1항 제2호 중 벌금경합에 관한 제한가중규정” 부분의 위헌여부

조세범처벌법 제4조 제1항은 조세포탈행위에 대한 벌금형의 병과에 있어서 벌금경합에 관한 형법상의 제한가중규정인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결과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조세포탈행위를 동시에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경우에는 각 죄마다 벌금형을 따로 양정하여 이를 합산한 액수의 벌금형을 선고하게 되고 위 형법규정이 정하는 바와 같이 가장 중한 죄에 정한 벌금 다액의 2분의 1로 제한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수개의 조세포탈행위에 대한 처벌에 있어서 형법상의 벌

금제한가중규정을 준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결국 조세포탈죄의 법정형에 관한 문제이고 국가의 입법정책에 속하는 문제로서, 조세포탈범의 처벌에 있어서 그 행위의 반사회성, 반윤리성에 터잡아 그에 대한 징벌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위와 같이 일부 형법규정의 적용을 배제한 입법자의 의도는 우리의 경제현실이나 사회실정 및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것이라 할 수 있고 그것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넘어선 과잉처벌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위 조세범처벌법 조항은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이나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유래하는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인 특가법 제8조조세범처벌법 제4조 제1항“형법 …… 제38조 제1항 제2호 중 벌금경합에 관한 제한가중규정”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아래와 같이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

나는 주문표시 중『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8조조세범처벌법 제4조 제1항“형법 …… 제38조 제1항 제2호 중 벌금경합에 관한 제한가중규정”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심판청구를 기각한다』로 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재판소가 1995. 10. 26. 선고한 92헌바45 군형법

제75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 93헌바62 구 주택건설촉진법 제52조 제1항 제3호 등 위헌소원, 94헌바7 ·8(병합)구 조세감면규제법 제62조 제3항 위헌소원, 95헌바22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 제20조 제1항 위헌소원, 94헌바28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위헌소원의 각 사건 결정시에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제47조 소정의 기속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합헌결정을 굳이 할 필요가 없으며, 이 사건의 경우는 국민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그 뜻을 받아 들일 수 없는 결론 즉 합헌이라면 굳이 아무런 실효도 없이 국민이 청구한 바도 없는 “합헌”임을 주문에 표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주심)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 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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