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공1996.7.15.(14),1973]
[1] 언론에 의한 명예훼손과 위법성조각사유
[2] 일간신문사가 다른 언론매체의 보도내용을 직접 취재한 것처럼 기사를 작성하면서 그 내용의 진위 여부에 관한 사실확인 노력을 게을리하였음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1] 신문 등 언론매체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그 기사 등 보도내용의 진실성이 증명되거나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
[2] 일간신문사가 다른 언론매체의 보도내용을 마치 직접 취재한 것처럼 기사를 작성하면서, 그 기사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피해자 및 관련자와 접촉하려고 시도하였으나 그 방법이 부적절하였거나 그 노력을 다하지 못하여 실패하자, 더 이상의 사실확인 노력도 하지 아니한 채 별다른 근거 없이 만연히 기사를 작성한 경우, 일간신문이 신속성을 요구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언론매체에게 그 기사의 취재 과정에서 그 기사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최유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창국)
주식회사 코리아헤럴드내외경제신문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성환 외 6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가 발행하는 영자지 일간신문인 1991. 4. 12.자 코리아헤럴드에 "여배우 불법유학관련 혐의(Film actress accused of overseas study scam)"라는 제목과 "약 100억 원 챙겨;한국유학생 250명 미국 산악지역 가건물에서 시간만 낭비(Pockets about ₩10 bil.;250 Korean students idling in makeshift building on U.S. mountain)"라는 소제목 아래 "최유리(Choi Yu-ri)"라는 설명이 붙은 원고의 사진과 함께 "서울 경찰은 중, 고생 수백 명을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 유학토록 불법 알선하고, 100억 원 이상을 챙겼다는 미확인 혐의로 유명 여배우 최유리를 찾고 있다(Popular film actress Choi Yu-ri is being sought by the Seoul police for allegedly illegally arranging for hundreds of Korean middle and high school students to be enrolled at a U.S. high school and pocketing at least 10 billion won in 'arrangement fees.'). (중략) 경찰에 따르면 이 학생들은 대부분 서울의 부유층 자녀들로 영어실력이 모자라는 관계로 미국 학교측에서 수업시간 후 학교부설 농장에서 말먹이를 주는 등의 하찮은 일도 시킨다고 한다. 서울 소재의 한 유학알선업체인 코리아아카데미의 대표인 최유리(28)는 경찰수사가 시작된 후 미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The students, mostly from highly affluent families in Seoul, were forced by U.S. school authorities to do menial work at the school farm, such as feeding horses after class, because they lacked English ability, the police investigators said. The 28-year-old Choi, head of the Korea Academy, an overseas study arrangement agency in Seoul, is known to have fled to the United States after getting the wind of the investigation.). (중략) 이 업체에서 미국 고등학교에 입학을 알선한 약 250명의 한국 학생은 산간지방의 임시 건물에서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The roughly 250 Korean students whom Choi's arranged to have enrolled at a language program in the U.S. high school stayed in makeshift building high on a mountain.). (이하 생략)"라는 기사가 게재된 사실, 그런데 사실은 소외 1이 위 코리아아카데미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면서 교육법, 병역법 및 국외유학에 관한 규정 등에 의하면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에 미달하는 자는 교육감의 유학자격 인정을 받아야 국외유학을 할 수 있음에도, 해외여행 자유화조치 이후부터는 17세 미만자들도 관광이나 친지방문 등의 목적으로 여권을 받을 수 있고, 미국 고등학교에서 방학기간에 실시하는 단기 어학연수 과정에 등록하는 경우에도 학생비자를 받을 수 있으며, 미국에 학비만 지급하면 쉽게 입학할 수 있는 학교가 있는 점을 이용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유학이 가능한 것처럼 속여 유학생을 모집, 알선함으로써 그 비용 명목으로 금원을 편취하여 왔으며, 원고는 위 회사의 광고모델이 되었다가 위 소외 1의 제의로 위 회사의 '이사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면서 위 회사의 유학상담 업무 등을 하여 온 사실, 경찰은 코리아아카데미 등 해외유학 알선업체를 내사한 후 위 소외 1, 소외 2 및 원고를 유학여권을 받을 수 없는 250명의 중고등학생을 유학 알선하고 그 명목으로 합계 100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하였다는 혐의로 입건하고 1991. 4. 11. 09:30경 서울시경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위 사건에 관하여 "코리아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위 소외 1, 2와 그 이사장으로 되어 있는 원고가 공모하여 1990. 1. 25.부터 1991. 4. 10.까지 사이에 학부모들로부터 금원을 받고 여권발급 신청시 그 목적과 체류기간 등을 유학이 아닌 일반 관광목적 등으로 허위 기재하는 방법으로 250명 중, 고등학생의 불법유학을 알선하여 100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하였다는 혐의를 가지고 수사를 하였는데, 위 소외 1은 이와 같은 사실이 인정되어 여권법위반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였으나, 원고와 위 소외 2는 현재 소재불명으로 계속 수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부하면서 담당직원이 "원고가 위 소외 1 등과 공모한 사실은 확인되었으나 원고는 현재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고 미국으로 도피하여 신병이 확보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수배중이다."라는 보충설명까지 하였으나, 사실은 위 발표 당시까지 원고는 미국으로 도피하는 등 수사를 피하려고 한 바가 전혀 없었음에도 원고를 조사한 바도 없었던 사실, 경찰 발표 후 라디오를 비롯한 방송매체들은 같은 날 13:00경 뉴스부터 마치 원고가 위 불법유학사기 사건의 주모자이고 이에 대한 수사를 피하여 도주한 듯한 표현으로 뉴스를 내보냈고, 같은 날 오후 석간신문인 중앙일보에는 판시와 같은 내용의 기사가 게재되었으며, 연합통신도 판시와 같은 내용의 통신문을 송신한 사실, 위 코리아헤럴드는 영자지인 특수한 사정으로 경찰서에 상주하는 기자가 없는 관계로 경찰수사 관련 기사나 기타 사건기사는 연합통신의 통신문과 방송, 기타 다른 신문에서 보도된 내용을 위주로 기사를 작성하여 왔는데, 이 사건 당시에도 피고 소속 기자들은 뒤늦게 경찰에 가서 위 보도자료를 구한 후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하여 원고와 접촉을 시도하였으나 원고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코리아아카데미에서도 그 진위를 확인하여 주지 아니하므로 경찰 보도자료, 연합통신의 통신문, 다른 신문의 기사, 방송매체의 방송내용 등을 참고로 이 사건 기사를 작성한 사실, 그 후 경찰은 같은 달 18. 원고를 조사한 후 여권법위반과 사기혐의가 인정된다는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으나, 검찰은 같은 해 5. 18. 여권발급 자체에 부정한 방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여권법위반 혐의에 대하여, 1992. 6. 26. 원고는 위 코리아아카데미의 운영에는 관여하지 아니하여 위 소외 1 등이 불법유학알선의 대가로 금원을 받은 비위행위와는 무관하다는 이유로 사기혐의에 대하여 각 무혐의처분을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위 불법유학사기에 관련된 듯한 표현의 기사와 경찰로부터 수배를 받아 미국으로 도피하였다는 기사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어서 그로 인하여 원고의 명예가 훼손된 점은 인정되나, 위 기사는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보도된 것이고, 당시 피고로서는 경찰 출입기자가 없었으므로 위 사건을 경찰로부터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라 후에 입수한 경찰의 보도자료, 연합통신의 통신문, 다른 신문의 기사, 방송매체의 방송내용 등을 참고로 하였으며 원고에 대하여도 가능한 한 접촉을 시도하여 원고의 반론권을 보장하려 하였으므로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기사의 진실성이 증명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진실하다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결국 위법성 내지 책임성을 결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2. 상고이유를 본다.
신문 등 언론매체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그 기사 등 보도내용의 진실성이 증명되거나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 할 것이다( 당원 1994. 5. 10. 선고 93다36622 판결 ,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기사로 인하여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었음은 분명하나, 위 기사 자체는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보도된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이 점을 다투는 논지는 이유 없다.
그러나 위 기사내용 중 원고가 위와 같은 불법적인 유학을 알선하여 약 100억 원의 이득을 챙기고, 경찰수사가 시작된 후 미국으로 도피하였다는 부분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진실이 아닐 뿐 아니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위 기사내용 중 유학간 학생들이 현지에서 받는 처우에 관한 부분도 그 진실성이 의심스럽다.
따라서 피고가 위 기사내용 중 진실성이 증명되지 않은 위와 같은 부분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원심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회사에는 경찰 출입기자가 없는 탓에 피고 소속 기자들은 경찰의 보도자료, 연합통신의 통신문, 다른 신문의 기사, 방송매체의 방송내용을 참고하여 위 기사를 작성하였다는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기사와 관련하여 피고 소속 기자들이 직접 구한 유일한 취재자료는 경찰의 보도자료뿐이라 할 것인데, 위 기사내용을 경찰의 보도자료내용과 비교하여 보아도 경찰의 보도자료에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은 내용, 즉 유학간 학생들이 산간 가건물에서 허송세월하고 있으며, 학교당국이 수업 후에 학교농장에서 말을 먹이는 일과 같은 하찮은 일을 시키고 있다거나, 원고가 수사가 시작된 후 미국으로 도피하였다는 내용 등이 추가되어 있고, 특히 그 추가 부분 중 일부를 소제목으로 강조하는 등 과장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도록 기사가 작성되어 있다.
또한 언론매체가 다른 언론매체의 보도내용을 참작하여 보도하였다 하더라도 자신의 보도로 인한 책임은 면할 수 없으므로(더구나 이 사건과 같이, 다른 언론매체의 보도내용을 명시적으로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취재한 양 작성하는 경우에는 더욱 더 그러하다.), 자기 책임하에 그 내용의 진위 여부를 직접 확인하려는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특히 일간신문이나 방송의 보도내용은 취재시간이 제한된 탓에 보도내용의 진위 여부가 불확실하거나 과장보도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그 진실성이 객관적으로 담보되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를 진실로 믿기 위하여는 더욱 더 진위 여부의 확인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 소속 기자들이 경찰 보도자료의 내용에 다른 언론매체의 보도내용 일부를 추가하여 직접 취재한 것처럼 기사를 작성하면서, 그 기사내용의 진위 확인을 위하여 한 노력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은 제1심 증인 이성렬의 증언에 의하여 피고 소속 기자들이 원고와 접촉을 시도하였으나 원고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코리아아카데미에서도 그 진위를 확인하여 주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도 가능한 한 접촉을 시도하여 원고의 반론권을 보장하려 하였다고 하여 마치 피고가 사실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다한 듯이 판시하였으나, 갑 제17호증에 의하면 소외 이융휘가 1991. 4. 11. 14:00경 이 사건을 보도한 중앙일보를 보고 원고 집에 전화하여 원고와 통화하였고, 같은 날 저녁 7시뉴스를 보고 난 후에도 원고에게 전화하여 원고와 통화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 소속 기자들의 원고에 대한 접촉 시도가 부적절하였거나, 그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질 뿐 아니라, 위 이성렬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위 증인이 코리아아카데미의 사무실에 전화하니 성명 미상의 여자가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 지금 아무도 없다."라고 말하였다는 것인바, 이는 코리아아카데미측 관련자와 접촉을 시도하였다가 실패한 것에 불과할 뿐이고 신원도 확인되지 아니한 자의 위와 같은 말을 들어 원심과 같이 코리아아카데미에서 그 진위를 확인하여 주지 아니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결국 피고 소속 기자들은 위 기사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원고와 코리아아카데미측 관련자와 접촉하려고 시도하였으나 그 방법이 부적절하였거나 그 노력을 다하지 못하여 실패하자, 더 이상의 사실확인 노력도 하지 아니한 채 별다른 근거 없이 만연히 기사를 작성하였으므로, 일간신문이 신속성을 요구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기사의 취재 과정에서 그 기사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달리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하여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