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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7. 11. 27. 선고 94헌마60 판례집 [등사신청거부처분취소]

[판례집9권 2집 675~715]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검사의 수사기록 열람·등사거부행위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에 補充性의 例外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적극)

2. 검사의 수사기록 열람·등사거부행위에 대한 위헌확인이 이미 청구인의 主觀的 權利救濟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憲法秩序의 守護維持를 위하여 그 審判請求의 利益을 인정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3. 검사보관의 수사기록에 대하여 변호인의 열람·등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 迅速·公正한 裁判을 받을 權利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4. 검사보관의 수사기록에 대하여 변호인의 열람·등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 변호인의 助力을 받을 權利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5. 검사보관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의 節次

6. 검사보관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권의 制限 및 다른 基本權과의 調和

7. 변호인의 辯論準備를 위한 수사기록 열람·등사신청에 대하여 정당한 事由를 밝히지 아니한 채 이를 전부 거부한 것이 憲法에 위반하여 基本權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1.검사의 수사기록 열람·등사거부행위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상의 준항고가 허용되지 아니하고 행정심판법이나 행정소송법상의 행정쟁송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그에 의하여 권리가 구제될 가능성이 없어서 청구인에게 위와 같은 절차의 선이행을 요구하는 것은 청구인으로 하여금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것이 된다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 불구하고 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의 하나로 보아야 할 것이다.

2. 검사의 열람·등사거부행위 이후 공판절차가 진행되어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고 따라서 제1회 공판기일 개시 전에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여 충실한 변론준비를 하고자 하였던 청구인으로서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청구가 인용된다 하더라도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나 헌법소원은 주관적 권리구제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보장의 기능도 겸하고 있는 것으로서 제1회 공판기일 전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거부행위의 위헌여부는 헌법질서의 수호 유지를 위하여 그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긴요하다 할 수 있으므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3. 검사가 보관하는 수사기록에 대한 변호인의 열람·등사는 실질적 당사자대등을 확보하고, 신속·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것이며, 그에 대한 지나친 제한은 피고인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4.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교통권에 그치지 아니하고 더 나아가 변호인을 통하여 수사서류를 포함한 소송관계 서류를 열람·등사하고 이에 대한 검토결과를 토대로 공격과 방어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변호인의 수사기록 열람·등사에 대한 지나친 제한은 결국 피고인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5.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권이 헌법상 피고인에게 보장된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라 하더라도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며, 또한 헌법상 보장된 다른 기본권과 사이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즉, 변호인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권도 기본권제한의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인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검사가 보관중인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는 당해 사건의 성질과 상황, 열람·등사를 구하는 증거의 종류 및 내용 등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그 열람·등사가 피고인의 방어를 위하여 특히 중요하고 또 그로 인하여 국가기밀의 누설이나 증거인멸, 증인협박, 사생활침해, 관련사건 수사의 현저한 지장 등과 같은 폐해를 초래할 우려가 없는 때에 한하여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6.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신청은 수사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검사에게 직접 하여야 한다. 이는 수사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자에게 신청하는 것이 원칙일 뿐만 아니라 신청을 받은 검사도 신속하고 간편하게 열람·등사를 허용할 수 있을 것이고, 또 비록 검사의 공소제기에 의하여 법원에 소송계속이 생겼다 하더라도 증거조사 전단계에서는 검사가 보관중인 수사기록에 대하여 법원이 열람·등사를 허용할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7. 이 사건에 있어서 청구인의 변호인 김선수가 1994. 3. 22. 국가보안법위반죄로 구속기소된 청구인의 변론준비를 위하여 피청구인인 검사에게 그가 보관중인 수사기록일체에 대한 열람·등사신청을 하였으나 같은 달 26. 피청구인은 국가기밀의 누설이나 증거인멸, 증인협박, 사생활침해의 우려 등 정당한 사유를 밝히지 아니한 채 이를 전부 거부한 것은 청구인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재판관 김용준의 反對意見

현행 형사소송법은 증거조사의 방식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당사자주의 소송구조를 취함과 아울러 공소를 제기함에는 공소장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증거는 피고인에 대한 신문이 종료된 뒤에 공판정에서 제출하게 하는 공소장일본주의와 공판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공소가 제기되어 사건이 법원에 계속된 후 당사자의 일방인 피고인의 변호인이 대립되는 당사자인 검사에 대하여 직접, 그것도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을 모두 열람·등사하게 하여달라고 하는 청구권이,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헌법 제27조 제1항·제3항과 제12조 제4항이 보장하고 있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의 기본권으로부터 바로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공소가 제기된 후 증거조사가 되기 전에 변호인이 직접 검사에게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 일체를 열람·등사하게 하여 달라고 청구할 권리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임을 전제로 한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인용될 수 없는 것임이 명백하여 이를 기각할 수 밖에 없으므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그리고 공소가 제기되어 사건이 법원에 계속된 후에는, 변호인이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할 필요가 있는지의 여부나 검사가 변호인에게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허용하지 아니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의 여부 등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하여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검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충분하게 방어할 기회를 피고인에게 주는 등 공판절차를 합목적적으로

원활하게 진행함으로써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하여야 할 책무를 지닌 법원의 적절한 소송지휘권의 행사를 통하여 당해 사건의 형사소송절차에서 판단될 일이지, 헌법재판소가 사건마다 일일이 수사기록을 검토하여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재판관 신창언의 反對意見에 대한 補充意見

나는 재판관 김용준의 반대의견과 기본적으로 견해를 같이 한다.

다만 위 반대의견 중 공소제기후 공판준비 내지 증거조사에 들어가기 전단계에서도 법원의 소송지휘권에 기하여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을 변호인에게 열람·등사하게 할 수 있다고 보는 부분에 대하여는 견해를 달리한다.

결론적으로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에 대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열람·등사 청구권은 헌법상 기본권 조항에서 바로 도출되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라 할 수 없고, 법원의 소송지휘권에 기하여 공판준비 내지 증거조사 이후 단계에서 비로소 허용되는 형사소송절차상의 권리라 할 것이다.

청 구 인조 ○ 찬

대리인 변호사 박 재 승 외 3인

대리인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 선 수

피청구인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참조조문

憲法 제12조 제4항, 제27조 제1항·제3항

憲法裁判所法 제68조 제1항

刑事訴訟法 제35조(書類, 證據物의 閱覽, 謄寫) 辯護人은 訴訟係屬中의 關係書類 또는 證據物을 閱覽 또는 謄寫할 수 있다.

刑事訴訟法 제47조(訴訟書類의 非公開) 訴訟에 關한 書類는 公判의 開廷前에는 公益上 必要 其他 相當한 理由가 없으면 公開하지 못한다.

刑事訴訟法 제55조(被告人의 公判調書閱覽權 등) ① 被告人은 公判調書의 閱覽 또는 謄寫를 請求할 수 있다.

②~③ 생략

刑事訴訟法 제185조(書類의 閱覽 等) 檢事, 被告人, 被疑者 또는 辯護人은 判事의 許可를 얻어 前條의 處分에 關한 書類와 證據物을 閱覽 또는 謄寫할 수 있다.

刑事訴訟法 제198조(注意事項) 檢事, 司法警察官吏 其他 職務上 搜査에 關係있는 者는 秘密을 嚴守하며 被疑者 또는 다른 사람의 人權을 尊重하고 搜査에 妨害되는 일이 없도록 注意하여야 한다.

刑事訴訟法 제290조(證據調査) 證據調査는 被告人에 對한 訊問이 終了한 뒤에 하여야 한다. 但 必要한 때에는 訊問中에도 이를 할 수 있다.

刑事訴訟法 제291조(同前) ① 訴訟關係人이 證據로 提出한 書類나 物件 또는 제272조, 제273조의 規定에 依하여 作成 또는 送付된 書類는 檢事, 辯護人 또는 被告人이 公判廷에서 個別的으로 指示說明하여 調査하여야 한다.

② 裁判長은 職權으로 前項의 書類나 物件을 公判廷에서 調査할 수 있다.

刑事訴訟法 제292조(證據調査의 方式) ① 裁判長은 檢事, 辯護人 또는 被告人에게 證據物을 提示하고 證據物이 書類인 때에는 그 要旨를 告知하여야 한다.

② 被告人의 請求가 있는 때에는 裁判長은 證據된 書類를 閱覽 또는 謄寫하게 하거나 書記로 하여금 朗讀하게 할 수 있다.

刑事訴訟法 제293조(證據調査結果와 被告人의 意見) 裁判長은 被告人에게 各 證據調査의 結果에 對한 意見을 묻고 權利를 保護함에 必要한 證據調査를 申請할 수 있음을 告知하여야 한다.

刑事訴訟法 제417조(同前) 檢事 또는 司法警察官의 拘禁, 押收 또는 押收物의 還付에 關한 處分에 對하여 不服이 있으면 그 職務執行地의 管轄法院 또는 檢事의 所屬檢察廳에 對應한 法院에 그 處分의 取消 또는 變更을 請求할 수 있다.

刑事訴訟規則 제30조(피고인의 소송관계서류 열람 등) ① 피고인은 소송계속중의 관계서류 또는 증거물을 열람 또는 등사할 수 있다.

②~③ 생략

刑事訴訟規則 제132조의2(수사기록의 일부에 대한 증거 신청방식) ① 법 제311조 내지 제315조 또는 제318조의 규정에 의하여 증거로 할 수 있는 서류나 물건이 수사기록의 일부인 때에는 검사는 이를 특정하여 개별적으로 제출함으로써 그 조사를 신청하여야 한다. 수사기록의 일부인 서류나 물건을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나 피고인의 정상에 관한 증거로 제출할 경우 또는 법 제274조의 규정에 의하여 공판기일전에 서류나 물건을 제출할 경우에도 이와 같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한 증거신청은 이를 기각할 수 있다.

軍事法院法 제64조(書類·證據物의 閱覽 및 謄寫) 辯護人은 公訴提起후에는 關係書類 또는 證據物을 閱覽 또는 謄寫할 수 있다.

참조판례

1. 1989. 9. 4. 선고, 88헌마22 결정

1991. 5. 13. 선고, 90헌마133 결정

2. 1991. 7. 8. 선고, 89헌마181 결정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

3. 1993. 7. 29. 선고, 90헌바35 결정

4.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

주문

피청구인이 1994. 3. 26. 국가보안법위반사건의 피고인인 청구인의 변호인 김선수의 위 사건의 수사기록(서울지방검찰청 1994년 형제19005호 기록) 일체의 열람·등사신청에 대하여 국가기밀의 누설이나 증거인멸, 증인협박, 사생활침해의 우려 등 정당한 사유를 밝히지 아니한 채 전부 거부한 것은 청구인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임을 확인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94. 3. 21. 국가보안법위반죄로 구속기소되었는데 그 변호인인 변호사 김선수가 청구인을 위한 변론을 준비하기 위하여 같은 달 22. 피청구인에게 경찰 및 검찰에서의 청구인의 자술서 및 피의자신문조서, 참고인들의 진술조서 등이 포함된 서울지방검찰청 1994년 형제19005호 사건 수사기록 일체를 열람·등사하겠다는 신청을 하였으나, 피청구인은 거부사유를 일체 밝히지 아니한 채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그 변호인의 열람·등사를 거부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헌법 제12조 제4항이 보장하고 있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헌법 제27조 제1항·제3항이 보장하고 있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1994. 4. 16.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변호인 김선수의 위 수사기록의 열람·등사신청에 대하여 거부한 행위의 위헌여부이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들의 의견

가. 청구인 주장의 요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되는 것이며, 헌법에 의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신속하고 공정

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청구인에 대한 수사가 종결되고 이미 공소가 제기된 상황에서 변호인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거부하였다.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거부행위는 첫째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제1회 공판기일전에 미리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여 방어계획을 수립하고자 하는 청구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둘째 수사기록과 증거물을 제1회 공판기일전에 미리 열람·등사하여 충실한 방어준비를 한 후 공판에 임함으로써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고자 하는 청구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및 법무부장관의 의견

(1) 헌법소원의 적법성에 관한 의견

(가) 피청구인의 열람·등사거부행위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으로서 처분의 일종이므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하여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등의 구제절차를 거쳐야 할 것인데, 이 사건 헌법소원은 위 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바로 그 심판청구에 이르렀으므로 부적법하다.

(나) 피청구인의 열람·등사거부행위 이후 공판절차의 진행에 따라 청구인에 대한 수사기록은 1994. 5. 10. 법원에 증거로 제출되어 이미 피청구인의 수중을 떠났고, 피청구인은 더 이상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허용할 위치에 있지 아니하여 열람·등사거부로 인한 기본권 침해행위는 이미 종료되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2) 본안에 관한 의견

(가) 피청구인의 열람·등사거부행위는 그 정당한 법이론적 근거를 가진다. 즉, 형사소송법은 당사자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당사자주의 소송구조에 있어서는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의 수집 및 제출은 본래 당사자가 각기 행하여야 하며, 유리한 증거의 발견을 목적으로 상대방 당사자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따라서 변호인이라 하더라도 상대방 당사자인 검사에게 제1회 공판기일 이전의 단계에서 증거로 제출되지도 아니한 자료들에 대하여 그 전부를 공개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제47조에서 소송서류의 비공개를, 제198조에서 수사비밀의 엄수를 규정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수사서류는 피고인 또는 이해관계인의 명예를 보호하고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영향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를 공개하지 아니함이 원칙이고 열람·등사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5조가 변호인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그것은 공소제기후 공판절차에서 증거로 제출된 수사서류들에 한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나) 피청구인의 열람·등사거부행위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라 하더라도 실체적 진실발견과 수사 및 재판에 있어서의 경제의 원리 등을 초월하여 모든 방안을 전면적으로 허용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며, 보다 유효적절한 방법에 의하여 변호인의 조력이 보장된다면 기본권이 침해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공소제기 후 아직 증거로서 제출되지 않고 있는 검사 보관의 수사기록은 그 열람·등사가 허용

될 수 없는 것이며, 그로 인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제한을 받는다 하더라도 청구인에게는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교통권이 보장되어 있으므로 송달된 공소장을 토대로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의견교환 등을 통하여 변론준비를 함으로써 충분한 것이고,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가 필요하다면 증거조사단계에서 법원으로부터 필요한 부분을 열람·등사받을 수도 있는 것이므로 이로써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충분히 보장된 것이라 볼 수 있고, 피청구인의 열람·등사거부행위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 피청구인의 열람·등사거부행위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신속한 재판’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제1회 공판기일을 개시하고 사실심리, 증거조사 및 변론 등의 공판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여 빠른 시일 내에 판결을 선고하는 것에 의해서 달성되는 것이다. 피청구인이 제1회 공판기일 개시전에 그가 보관중인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거부하였다 하더라도 변호인으로서는 공소장 검토 및 피고인과의 접견 등을 통하여 변론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고, 또 그로써 충분한 것이므로 신속한 재판을 위하여 반드시 수사기록 전체를 공판기일 개시이전에 열람·등사받아야 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따라서 그 열람·등사거부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실제로 청구인에 대한 형사피고사건은 1994. 3. 21. 공소제기된 후 같은 해 5. 10. 제1회 공판기일이 개시되었고, 1회의 기일속행이 있은 뒤 같은 해 6. 3. 제1심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다른 일반사건 또는 공안사건에 비하여 단기간 내에 종결되었던 것으로 신속

한 재판이었던 것이다.

(라) 수사기록 일체에 대한 열람·등사신청은 실무적 관행에 비추어 보더라도 부당한 것이다. 변호인의 수사기록 열람·등사신청에 대한 현재의 실무적 관행은 피의자가 자백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등 개전의 정이 현저하고 수사에 순응하는 등 재판의 원활한 진행이 보장되는 경우에 변호인이 등사범위를 특정하여 신청하면 공소유지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이를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청구인의 변호인은 이 사건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신청시 그 열람·등사대상을 지적하면서 ‘1. 자술서 및 피의자신문조서(경찰, 검찰) 2. 참고인들 진술조서 3. 기타 수사기록 일체’라고 하여 포괄적 추상적으로 기재하고 구체적으로 등사범위를 특정하지 아니하였는바, 이와 같은 수사기록 일체에 대한 열람·등사신청은 실무적 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고 공소제기 후 필요한 공판준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마) 이상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건대, 피청구인이 변호인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신청을 거부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바로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거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3. 판 단

가.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성에 관한 판단

(1) 보충성요건의 충족여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함에 있어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이를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청구인으로서는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다면 심판청구에 앞서 이를 거쳤어야 할 것이고 이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부적법한 심판청구라 할 것이다.

이 사건 헌법소원에 있어서 피청구인인 검사의 수사기록 열람·등사거부행위에 대한 구제절차로는 형사소송법상의 준항고절차(형사소송법 제417조)나 행정심판법행정소송법에 의한 행정쟁송절차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준항고절차의 경우 형사소송법 제417조가 준항고의 대상을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구금, 압수 또는 압수물의 환부에 관한 처분’으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수사기록의 열람·등사거부에 대한 구제절차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고(헌법재판소 1991. 5. 13. 선고, 90헌마133 결정 참조), 행정쟁송절차의 경우도 형사절차내에서 검사가 행한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거부처분에 대하여 전혀 다른 절차인 행정쟁송절차에 의하여 불복하게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고 타당한 것인지도 의문이려니와 가사 그것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는 공판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미리 필요한 것으로서 시기를 놓치게 되면 자칫 무용의 것이 되기 쉬운 것인데 행정쟁송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이 결코 짧지 아니한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그와 같은 구제절차가 당해 형사사건 공판개시 전에 완결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행정쟁송이 심리단계에 들어갈 즈음에는 이미 당해 형사사건 공판절차가 개시되어 수사서류는 검사에게서 법원으로 넘겨진 상태가 되어 그 행정쟁송은 더 이상 유지할 실익이 없어 각하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청구인에게 위와 같은 절차

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청구인으로 하여금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것이 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은 구제절차가 없거나 구제절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권리가 구제될 가능성이 없어 청구인에게 그 절차의 선이행을 요구할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 불구하고 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의 하나로 보아 적법하다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89. 9. 4. 선고, 88헌마22 결정;1991. 5. 13. 선고, 90헌마133 결정 등 참조).

(2) 권리보호이익의 존부

청구인에 대한 국가보안법위반사건은 피청구인의 이 사건 열람·등사거부행위 이후 그 공판절차가 진행되어 1994. 5. 10. 제1회 공판기일이 개시되었고 증거조사 및 변론을 거쳐 같은 해 6. 3.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는바, 따라서 제1회 공판기일 개시 전에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여 충실한 변론준비를 하고자 하였던 청구인으로서는 제1심판결이 선고된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 사건 심판청구가 인용된다 하더라도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소원은 주관적 권리구제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보장의 기능도 겸하고 있으므로 가사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같은 유형의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고, 헌법질서의 수호 유지를 위하여 그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긴요한 사항에 대하여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91. 7. 8. 선고, 89헌마181 결정;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 등 참조). 이 사건 헌법소원에 있어서 피청구인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거부행위는 그 주장 내용 및 답변의 취지로 미루어 보건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으로 보여지고, 그에 대한 헌법적 정당성 여부의 해명은 헌법질서의 수호를 위하여 매우 긴요한 사항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의 이익은 여전히 존재한다 할 것이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1) 형사소송절차에 있어서의 기본권과 수사기록의 열람·등사

우리나라의 형사소송절차는 8·15 해방 후 형사소송법의 제정과 그 후 수차례의 개정을 통하여 당사자주의적 요소와 피의자·피고인의 인권보장규정이 대폭 도입되었으며, 특히 증거조사의 방식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당사자주의의 소송구조를 취하게 되었다. 소송구조의 이러한 변화는 증거로 수사기록을 제출함에 있어서도 직권주의 소송구조하에서는 공소의 제기와 동시에 수사기록 일체를 법원에 제출하던 것을 공판중심주의와 공소장일본주의가 채택된 당사자주의 소송구조하에서는 기소단계에서는 법원에 공소장만 제출하고 증거는 공판정에서 피고인에 대한 신문이 종료한 후 이를 특정하여 개별적으로 제출함으로써 그 조사를 신청하도록 됨에 따라(형사소송법 제290조, 제291조, 형사소송규칙 제132조의2) 증거제출전까지는 검사가 수사기록을 보관하게 되었다. 따라서 공소제기후 법원에서 증거로 제출된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할 수 있었던 종전과 달리 공소제기후 증거제출전까지 사이에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이하 수사기록이라 한다)을 어디서, 어떤 절차로, 어떤 서류를 열람·등사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원래 영미법계에서 발달한 당사자주의는 당사자에게 소송의 주도권을 인정하여 당사자의 공격과 방어를 중심으로 심리가 진행되고 법원은 제3자적 입장에서 양당사자의 주장과 입증을 판단하는 주의이며, 공격·방어방법의 무기 즉 증거는 각자가 개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편 당사자주의는 당사자의 법적 평등 즉 당사자대등을 전제로 하는데 여기서의 당사자대등은 형식적 당사자대등이 아니라 실질적 당사자대등 즉 무기평등을 의미한다. 민사소송에 있어서는 증거의 편재현상이 없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다소 능력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각자가 증거를 개발하여 공격·방어를 행하는 것이 당연하나, 형사소송에 있어서는 국가기관으로서 거대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에 대하여 월등하게 우월한 증거수집능력과 수사기술을 갖추고 있어 소추자인 검사는 거의 모든 증거를 독점하게 되므로 증거의 공유없이는 실질적 당사자대등은 기대할 수 없고, 자칫 당사자주의는 헛구호에 그치게 될 위험이 있다. 또한 검사는 소추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당사자로서의 지위 외에도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지위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해야 할 의무도 지고 있으므로 진실을 발견하고 적법한 법의 운용을 위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에 대하여는 상대방에게 방어의 기회를 부여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에 대하여는 이를 상대방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주어야 한다.

그러면 형사소송법이 당사자주의 소송구조를 취하면서 형사소송에 있어서 당사자의 실질적 대등과 검사의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지위에서 발생하는 위와 같은 문제의 해결방법으로 헌법적으로는 어떠한 방법이 있는지 살펴본다. 헌법은 형사피고인에게 보다 효율

적이고 실질적인 방어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제12조 제4항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형사피고인의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헌법 제27조 제1항·제3항에서는 형사피고인에게 신속하고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즉, 헌법은 형사소송절차에서 언제나 불리한 지위에 놓여 있고 인권이 유린되기 쉬운 피고인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하여 사법절차에 있어서의 피고인의 권리를 헌법상의 권리로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형사피고인에 대한 기본권의 보장과 당사자주의 소송구조하에서의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문제를 어떻게 조화있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하여 아래에서 입법례를 먼저 살펴보고, 구체적인 기본권의 침해여부를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2) 입법례

먼저 우리나라의 군사법원법 제64조는 ‘변호인은 공소제기후에는 관계서류 또는 증거물을 열람 또는 등사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여 변호인의 공소제기후의 수사기록 등에 대한 열람·등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다음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일반적으로 변호인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권을 폭넓게 그리고 신속하게 허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미국 연방형사소송규칙 제16조는 피고인측의 신청이 있으면 검사가 보유하고 있는 증거를 피고인측에서 열람·등사·사진촬영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할 것을 법원이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공판전 증거개시절차(pre-trial discovery)를 인정하고 있으며, 독일의 형사소송법 제147조 제1항도 ‘변호인은 법원에 있거나 공소를

제기하는 경우 법원에 제출하여야 할 소송기록을 열람하고 직무상 보관된 증거물을 관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공소제기후 법원에 제출되지 아니하고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에 대하여도 변호인에게 열람권을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 형사소송법 제118조 제3항은 ‘예심판사는 피의자신문의 적어도 2일전에 변호인에게 판사실 또는 서기실에서 자유롭게 소송기록을 볼 수 있다는 통지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공판절차전 예심의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의 소송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394조는 예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공판이 개최되는 경우에도 변호인은 언제든지 자유로이 소송기록을 열람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 형사소송법제299조 제1항에서 검찰관이 증인 등의 심문을 청구하는 때에는 미리 피고인측에 대하여 그 성명 및 주소를 알 기회를 부여하여야 하고 증거서류 또는 증거물의 증거조사를 청구함에 있어서도 이것을 열람할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형사소송규칙 제178조의6 제1항에서 검찰관이 증거조사를 청구할 예정인 증거서류, 증거물에 관해서는 공소제기후 제1회 공판기일전에 가능한 한 신속하게 열람의 기회가 부여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고재판소는 사안의 성질, 심리의 상황, 열람을 구하는 증거의 종류 및 내용, 열람의 시기, 정도 및 방법, 기타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그 열람이 피고인의 방어를 위하여 특히 중요하고 또 그에 의하여 증거인멸이나 증인협박 등의 폐해를 초래할 우려가 없고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재판장은 소송지휘권에 기하여 검찰관에게 그 소지하는 증거를 변호인에게 열람시키도록 명령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시하여 열

람·등사의 범위를 검사 보관의 증거서류 및 증거물에까지 확대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각국은 직권주의 소송구조를 취하는 나라이거나 당사자주의 소송구조를 취하는 나라이거나 공소제기후 공판전의 단계에서 그 범위에 차이는 있을지라도 일정한 범위내에서 변호인에게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허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열람·등사의 거부와 피고인의 기본권의 침해 여부

(가)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

형사소송의 기본이념은 실체적 진실발견과 적법절차 및 신속한 재판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제27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여기서의 법률에 의한 재판이라 함은 ‘형사재판에 있어서는 적어도 그 기본원리인 죄형법정주의와 절차의 적법성 뿐만 아니라 절차의 적정성까지 보장되는 적법절차주의에 위반되지 않는 실체법과 절차법에 따라 규율되는 재판’(헌법재판소 1993. 7. 29. 선고, 90헌바35 결정 참조)으로 피고인의 방어활동이 충분히 보장되고, 실질적 당사자대등이 이루어진 공정한 재판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형사피고인은 형사소송절차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주장과 답변 및 입증·반증 등 공격과 방어의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고, 단순한 처벌대상이 아니라 형사소송절차를 형성·유지하는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향유하며, 검사의 공격에 대하여 실질적인 ‘무기평등’이 이루어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받

고 있는 것이다.

헌법제27조 제3항에서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여기서의 신속한 재판이라 함은 적정한 재판을 확보함에 필요한 기간을 넘어 부당히 지연된 재판이 아닌 재판을 의미한다. 신속한 재판은 국가적 견지에서는 적정하고 실효성 있는 형벌제도의 운용을 위하여 중요하지만,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고 재판에 수반한 정신적 불안, 사회적 불이익을 최소화하는데 커다란 의의가 있는 것이다. 불필요한 재판의 지연은 피고인에게 인신구속의 부당한 장기화를 초래하여 허위자백과 물심양면의 고통을 강요하게 되고, 오랫동안 형사피고인이라는 불명예를 짐지울 뿐만 아니라 증거의 멸실, 왜곡에 의하여 실체적 진실발견이 저해될 염려가 있다. 또한 재판결과 설사 유죄로 된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불안정한 상태의 신속한 해소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신속한 재판은 적법절차에 의한 공정한 재판 못지않게 형사재판에 있어서 지켜져야 할 준칙인 것이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제290조에서 ‘증거조사는 피고인에 대한 신문이 종료한 뒤에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피고인신문을 증거조사에 선행시키고 있고, 또 형사소송법은 증거조사의 방식에 관하여 증거서류들에 대하여는 ‘공판정에서 개별적으로 지시설명하여 조사’(제291조 제1항)하고, 재판장은 ‘그 요지를 고지’(제292조 제1항)하도록 하며, ‘피고인에게 각 증거조사의 결과에 대한 의견을 묻고 권리를 보호함에 필요한 증거조사를 신청할 수 있음을 고지하여야

한다.’(제293조)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수사기록은 국가기관이 그에게 부여된 강제 또는 임의의 수사권을 행사하여 당해 사건과 관련된 피의자, 피해자, 신고자, 증인 등 관계자에 대한 모든 진술 및 검증, 감정, 공무소등에의 조회의 결과 등을 수집한 방대한 양의 증거를 포함하고 있으며, 장차 공판절차에서 법관의 면전에 제출되어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되게 된다. 따라서 증거조사 전에 검사가 보관하는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고 이를 검토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변호인으로서는 피고인에 대한 검사의 주신문에 대하여 유효·적절한 반대신문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증거조사단계 이후에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여 검토한 후 피고인에 대한 반대신문을 보충할 수는 있으나 방어란 그 시기도 중요한 의미가 있어 처음부터 일관성 있게 수립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공판기일 전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열람·등사가 거부된다면 방어에 차질을 빚게 되고 법원의 심증형성에도 불리하게 작용하여 공정한 재판을 해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사기록에 대한 사전 열람·등사의 거부는 증거조사절차의 지연을 가져와 형사소송의 이념인 신속한 재판을 저해하게 될 우려가 있다. 즉, 변호인이 공판전에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여 검토하는 경우 증거조사절차에서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수사기록에 대하여 증거동의여부를 신속히 결정할 수 있고, 부동의하는 부분에 대하여만 증거조사를 하면 되므로, 모든 증거에 대하여 증거조사절차에서 비로소 열람하는 경우에 증거검토를 위하여 필연적으로 따르게 될 불필요한 심리절차의 지연과 중단을 방지하고 신속한 재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검사가 보관하는 수사기록에 대한 변호인의 열람·등사는 실질적 당사자대등을 확보하고, 신속·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것이며, 그에 대한 지나친 제한은 피고인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침해여부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형사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체포·구속되었을 때 즉시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게 함으로써 당사자대등의 원칙을 실질적으로 확보하여 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으며, ‘변호인의 조력’이란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의미한다(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 참조).

법률적 소양이 부족하고 구속상태에 있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으로서는 그 심리적 압박감이나 공포감과 행동의 자유의 제한 때문에 정당한 자기권리의 주장과 방어에 있어서 많은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국가권력의 일방적인 형벌권행사로부터 인신의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하여는 변호인의 조력은 필수적인 것이다. 이러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서는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교통권이 있으며,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 참조).

그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그와 같은 접견교통권에 그치지 아니하고 더 나아가 피고인이 그의 변호인을 통하여 수사

서류를 포함한 소송관계 서류를 열람·등사하고 이에 대한 검토결과를 토대로 공격과 방어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는 것은 피고인을 위한 변호인의 활동이 충분히 보장됨을 의미하는 것이며, 변호인의 변론활동중 수사기록에 대한 검토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는 이를 피고인의 이익으로 원용하고 불리한 증거에 대하여는 검사의 공격에 대하여 효율적인 방어를 위하여 필수적인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접근이 거부되어서는 실질적 당사자대등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충분하게 보장되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형사소송법제35조에서 ‘변호인은 소송계속중의 관계서류 또는 증거물을 열람 또는 등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변호인에게는 일반적으로 소송관계 서류의 열람·등사를 허용하는 반면, 피고인 본인에 대하여는 제55조 제1항에서 ‘피고인은 공판조서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하고, 제185조에서 ‘검사, 피고인, 피의자 또는 변호인은 판사의 허가를 얻어 전조의 처분(증거보전처분을 지칭함)에 관한 서류와 증거물을 열람 또는 등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또 제292조 제2항에서 ‘피고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재판장은 증거된 서류를 열람 또는 등사하게 하거나 서기로 하여금 낭독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개별적으로 구체적인 절차에 있어서 특정서류의 열람·등사만을 허용하여 그 열람·등사의 범위에 차등을 두고 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수사서류까지를 포함한 소송관계서류 전반에 관하여 보다 면밀하고 광범위하게 검토하여 방어계획을 수립하기 위하여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아

니할 수 없는 것이다(다만, 형사소송법 제55조 제1항은 피고인에 대하여 ‘공판조서의 열람 또는 등사’만을 허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소송규칙제30조 제1항에서 ‘피고인은 소송계속중의 관계서류 또는 증거물을 열람 또는 등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소송관계서류 전반에 관하여 그 열람·등사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변호인의 수사기록 열람·등사에 대한 지나친 제한은 결국 피고인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게 되는 것이다.

(다) 결국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신청에 대하여 피청구인의 주장대로 우리 형사소송법이 당사자주의 소송구조 및 소송서류비공개의 원칙을 취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를 전면거부하거나 이미 자백하고 있고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는 등의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수사기관의 은혜적인 배려로서 그 열람·등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한다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피고인과의 사이에 불평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가져와 실질적 당사자대등을 기대할 수 없으며, 따라서 형사소송절차의 기본이념인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고, 피고인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4) 열람·등사의 절차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신청은 수사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검사에게 직접 하여야 한다. 이는 수사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자에게 신청하는 것이 원칙일 뿐만 아니라 신청을 받은 검사도 신속하

고 간편하게 열람·등사를 허용할 수 있을 것이고, 또 비록 검사의 공소제기에 의하여 법원에 소송계속이 생겼다 하더라도 증거조사 전단계에서는 검사가 보관중인 수사기록에 대하여 법원이 열람·등사를 허용할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5) 열람·등사의 대상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가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수사의 본질상 내재적 한계가 있다. 수사기록 중 열람·등사가 허용되는 것은 피고인에 대한 수사의 범위 내에서 수집된 것으로서 장차 법원에 증거로 제출될 서류, 증거물 등과 같은 피고인의 공격과 방어의 준비를 위하여 필요한 부분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수사기록중 증거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증거인멸 등의 위험이 유형적으로 작은 증거들, 예컨대 압수조서, 증거물, 실황조사서, 감정서, 피고인 자신의 자술서, 피의자신문조서 등은 제한없이 열람·등사가 허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참고인 진술조서도 증인에 대한 신분이 사전에 노출됨으로써 증거인멸, 증인협박 또는 사생활침해 등의 폐해를 초래할 우려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수사기관 내부의 의견서, 보고문서, 메모, 법률검토, 내사자료 등 피고인의 범죄사실 입증에 관련된 증거가 아닌 자료는 원칙적으로 피고인의 방어활동과 직접 관계가 없고 이는 열람·등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고 이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할 경우에는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가 나오면 좋고, 나오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검사가 수중에 가지고 있는 자료 일체의 열람·등사를 요구하는 소위 낚

시여행(fishing ex-pedition)을 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경우 검사는 과연 어디까지 열람·등사를 허용하여야 할지도 모르게 되는 결과로 되고, 또한 실질적당사자대등과 무기각자개발의 원칙을 전제로 한 당사자주의 소송구조 자체를 무너뜨리게 되며, 이는 형사피고인에게 보장된 적법절차의 원칙과 기본권을 넘어서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6) 열람·등사권의 제한 및 다른 기본권과의 조화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권이 헌법상 피고인에게 보장된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라 하더라도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며, 또한 헌법상 보장된 다른 기본권과 사이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즉, 변호인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권도 기본권제한의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인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검사가 보관중인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는 당해 사건의 성질과 상황, 열람·등사를 구하는 증거의 종류 및 내용 등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그 열람·등사가 피고인의 방어를 위하여 특히 중요하고 또 그로 인하여 국가기밀의 누설이나 증거인멸, 증인협박, 사생활침해, 관련사건 수사의 현저한 지장 등과 같은 폐해를 초래할 우려가 없는 때에 한하여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사유로 거부하는 경우에도 법익형량의 원칙등 기본권제한에 요구되는 모든 원칙은 엄격히 지켜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는 피고인에 대한 수사가 종결되고 공소가 제기된 이후에 허용된다 할 것이다. 공소제기 이전의 수사단계에서도 열람·등사를 허용한다면 수사기

밀의 누설 등으로 국가형벌권의 행사가 현저히 방해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사기록의 열람·등사가 사건에 직접·간접으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공동피의자, 공동피고인, 고소인이나 참고인, 증인, 감정인 등의 명예나 인격, 사생활의 비밀, 생명·신체의 안전과 평온 등과 충돌하는 경우에는 상충되는 기본권에 의하여 역시 제한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피고인의 기본권도 이들 기본권의 희생위에 보장될 수는 없으며, 이들 기본권은 다같이 존중될 수 있도록 상호 조화점을 구하지 아니하면 아니될 것이기 때문이다.

(7) 이 사건에 있어서 열람·등사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와 기본권침해 여부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변호인 김선수가 1994. 3. 22. 국가보안법위반죄로 구속기소된 청구인의 변론준비를 위하여 피청구인에게 피청구인이 보관중인 수사기록(서울지방검찰청 1994년 형제19005호) 일체에 대한 열람·등사신청을 하였으나 같은 달 26. 피청구인은 아무런 거부사유를 밝히지 아니한 채 이를 거부하고, 이 사건 헌법소원에 대하여도 형사소송법이 당사자주의 소송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소송서류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이유로 피청구인의 위 거부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주의나 소송서류비공개의 원칙이 변호인의 열람·등사신청을 전면적으로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함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며, 이 사건에 있어서 국가기밀의 누설이나 증거인멸, 증인협박, 사생활침해 등의 폐해를 초래할 염려 등 열람·등사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사유를 밝히지도 아니하였고, 그후 피청구인은 공판정에서 이 사건 수사기록 일체를 증거로 제출하고 있다.

따라서 정당한 사유를 밝히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거부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청구인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8) 피청구인 및 이해관계인의 나머지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청구인 등은 형사소송법이 공소장일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공판단계에서 증거로 제출되기 전에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증거들에 대하여 이를 열람·등사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소장일본주의는 법원으로 하여금 사전에 유죄심증의 예단을 갖고 재판에 임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마련된 제도로서 공정한 재판을 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는 어디까지나 법원에 대한 예단 배제의 한도 내에서 운용되어야 하는 것이지 그것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제약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된다. 또한 위 입법례에서 본 바와 같이 당사자주의 소송구조를 취하는 나라들도 범위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변호인의 열람·등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청구인 등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피청구인 등은 또 형사소송법제47조에서 소송서류의 비공개를, 제198조에서 수사상 비밀의 엄수를 규정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공판전에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는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규정들은 형사소송에 있어서 무죄로 추정을 받아야 할 피고인이 단순한 혐의 또는 수사단계에서 수

사서류 등이 공개됨으로 말미암아 입게 될 기본권의 침해를 방지하고자 함에 주된 목적이 있는 것이지 피고인의 방어권행사를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으므로 위 규정들을 이유로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필수적인 열람·등사를 전면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

(다) 피청구인 등은 또 형사소송법 제35조가 ‘변호인은 소송계속중의 관계서류 또는 증거물을 열람 또는 등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법률조항에 의하여 변호인에게 허용되는 열람·등사권의 범위는 검사가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관계서류와 증거물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청구인이 변호인의 제1회 공판기일 이전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법률조항 자체가 공판기일 이전의 변호인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권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고 있지는 아니할 뿐만 아니라 피청구인의 이 사건 열람·등사거부로 인한 헌법상 권리에 대한 침해를 정당화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할 것이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피청구인 등은 또 방대한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신청은 검찰업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공판기일 전의 검사 보관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사기록의 열람·등사에 따른 기록의 멸실, 손괴, 변조 등 기록보존상의 문제나 열람·등사로 인하여 초래될지도 모를 검찰청 업무의 폭주나 지장등의 문제는 기술적으로 처리,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어서 이러한 다소간의 현실적 문제점 등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로 될 수는 없는 것이다(헌법재판

소 1991. 5. 13. 선고, 90헌마133 결정 참조).

그러므로 어느 모로 보나 피청구인등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변호인 김선수가 1994. 3. 21. 국가보안법위반죄로 구속기소된 청구인의 변론준비를 위하여 같은 달 22. 피청구인에게 한 서울지방검찰청 1994년 형제19005호 사건 수사기록 일체에 대한 열람·등사신청에 대하여 같은 달 26. 국가기밀의 누설이나 증거인멸, 증인협박, 사생활침해의 우려 등 정당한 사유를 밝히지 아니한 채 피청구인이 이를 거부한 것은 청구인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이라 할 것이나, 피청구인의 이 사건 열람·등사거부행위가 이미 종료되고 그로 인한 기본권침해상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이를 취소하는 대신 위헌임을 확인하는 선언을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다음과 같은 재판관 김용준의 반대의견과 재판관 신창언의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는 이외에는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김용준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공소가 제기된 후 증거조사가 되기 전에는, 변호인이 변론을 준비하기 위하여 직접 검사에게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 일체를 열람·등사하게 하여 달라고 청구할 권리가 있는 것을 전제로,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피고인)의 변호인이 피청구인(서울지방검찰청 검사)에게 피청구인이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 일체의 열람·등사를 신청한 데 대하여, 피청구인이 국가기밀의 누

설이나 증거인멸, 증인협박, 사생활침해의 우려 등의 폐해를 초래할 염려 등 열람·등사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사유를 밝히지 아니한 채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거부한 것은 청구인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이라고 판단한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형사소송에 있어서는 국가기관으로서 거대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에 대하여 월등하게 우월한 증거수집능력과 수사기술을 갖추고 있어 소추자인 검사는 거의 모든 증거를 독점하게 되므로 증거의 공유 없이는 실질적 당사자대등은 기대할 수 없고, ……또한 검사는 소추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당사자로서의 지위 외에도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지위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해야 할 의무도 지고 있으므로 진실을 발견하고 적법한 법의 운용을 위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에 대하여는 상대방에게 방어의 기회를 부여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에 대하여는 이를 상대방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주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현행 형사소송법은 다수의견도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증거조사의 방식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당사자주의 소송구조를 취”함과 아울러, 공소를 제기함에는 공소장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증거는 피고인에 대한 신문이 종료된 뒤에 공판정에서 제출하게 하는 공소장일본주의와 공판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공소가 제기되어 사건이 법원에 계속된 후 당사자의 일방인 피고인의 변호인이 대립되는 당사자인 검사에 대하여 직접, 그것도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을 모두 열람·등사하게 하여달라고 하는 청구권이, 다수의견

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헌법 제27조 제1항·제3항과 제12조 제4항이 보장하고있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의 기본권으로부터 바로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나. 다수의견이 공소가 제기된 후 증거조사가 되기 전에라도, “실질적인 당사자대등을 확보하고 신속·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기 위하여 …… 수사기록 중 피고인에 대한 수사의 범위 내에서 수집된 것으로서 장차 법원에 증거로 제출될 서류, 증거물 등과 같은 피고인의 공격과 방어의 준비를 위하여 필요한 부분만”은 변호인에게 열람·등사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점과 “따라서 수사기록중 증거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증거인멸 등의 위험이 유형적으로 작은 증거들, 예컨대 압수조서, 증거물, 실황조사서, 감정서, 피고인 자신의 자술서, 피의자신문조서 등은 제한없이 열람·등사가 허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참고인 진술조서도 증인에 대한 신분이 사전에 노출됨으로써 증거인멸, 증인협박 또는 사생활침해 등의 폐해를 초래할 우려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점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공소가 제기되어 사건이 법원에 계속된 이상, 변호인이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립되는 상대방 당사자인 검사에게 직접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것이 아니라(물론 변호인이 검사에게 직접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하더라도, 검사는 변호인이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함으로 말미암아 다수의견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은 “국가기밀의 누설이나 증

거인멸, 증인협박, 사생활침해” 등의 폐해를 초래할 위험 등이 없다고 판단되는 한, 변호인에게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수사기록 중 열람·등사를 원하는 증거를 특정하고(변호인이 수사기록 중 열람·등사를 원하는 증거를 특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형사소송규칙 제141조에 따라 법원에 대하여, 검사가 어떤 증거서류나 증거물 등을 보관하고 있는지에 관하여 검사에게 석명을 구할 것을 요구하거나,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증거서류나 증거물 등의 목록을 작성하여 제출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증거를 열람·등사하여야 할 필요성을 밝혀 검사로 하여금 변호인에게 그 증거를 열람·등사시키도록 명하여 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하고, 법원은 변호인의 그 신청이 상당하다고 판단할 때에는 소송지휘권에 기하여 검사에게 그 증거를 변호인에게 열람·등사시키도록 명함으로써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공소가 제기 된 후에는 법원이 소송지휘권에 기하여 변호인이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할 필요가 있는지의 여부나, 변호인에게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게 함으로 말미암아 발생할 폐해때문에 검사가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허용하지 아니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의 여부 등을 심리·판단하여, 그 결과에 따라 변호인이 열람·등사하고자 하는 증거를 변호인에게 열람·등사하게 하도록 검사에게 명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 다수의견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공소가 제기된 후 증거조사가 시작된 이후의 단계에서는, 검사가 증거로 제출하지 아니한 채 보관하고 있는 서류나 물건 중에 변호인이 열람·등사하

고자 하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검사에게 직접 그 증거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것이 아니라 법원을 통하여 그 증거를 열람·등사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공소가 제기된 후 공판기일이 지정되고 증거조사가 시작되더라도, 검사가 수사기록과 증거물을 모두 법원에 송부하지 아니하는 이상, 증거조사가 시작되기 전인지, 시작된 후인지에 따라 변호인이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는 절차나 방법이 달라진다고 볼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아무 것도 없다.

라. 다수의견이 기본적으로 당사자주의 소송구조를 채용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절차에서 변호인에게 열람·등사가 허용되는 수사기록의 범위에 내재적 한계가 있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결론적으로는 청구인의 변호인이 피청구인에게 피청구인이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 일체의 열람·등사를 신청한데 대하여, “정당한 사유를 밝히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거부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청구인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고 있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수의견에 의하더라도 검사가 국가기밀의 누설이나 증거인멸, 증인협박, 사생활침해의 우려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밝히기만 하면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거부하더라도 무방한 것인지의 여부가 명확하지 아니하고, 헌법재판소가 주문에 표시된 바와 같이 헌법적 해명을 한 후 앞으로도, 공소가 제기된 후 증거조사가 되기 전에 변호인이 직접 검사에게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 일체를 열람·등사하게 하여 달라고 신청한 데 대하여 검사가 변호인에게

수사기록(전부 또는 일부)의 열람·등사를 허용하지 아니할 만한 사유가 있음을 밝히고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거부한 경우에, 피고인이 검사의 그 수사기록 열람·등사 거부처분의 취소를 헌법소원심판으로 청구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는 변호인이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할 필요가 있는지의 여부와 검사가 변호인에게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허용하지 아니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의 여부를 심리하여 헌법소원심판청구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인지의 여부도 분명하지 않다.

그렇지만 공소가 제기되어 사건이 법원에 계속된 후에는, 변호인이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할 필요가 있는지의 여부나 검사가 변호인에게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허용하지 아니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의 여부 등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하여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검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충분하게 방어할 기회를 피고인에게 주는 등 공판절차를 합목적적으로 원활하게 진행함으로써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하여야 할 책무를 지닌 법원의 적절한 소송지휘권의 행사를 통하여 당해 사건의 형사소송절차에서 판단될 일이지, 헌법재판소가 사건마다 일일이 수사기록을 검토하여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분명하게 밝혀 두고자 한다.

마. 그렇다면 공소가 제기된 후 증거조사가 되기 전에 변호인이 직접 검사에게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 일체를 열람·등사하게 하여 달라고 청구할 권리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임을 전제로 한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인용될 수 없는 것임이 명백하여 이를 기각할 수밖에 없으므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시하는 것이다.

6. 재판관 신창언의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가. 나는 재판관 김용준의 반대의견과 기본적으로 견해를 같이 한다.

반대의견이 모두에서 적정하게 판단하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당사자주의 소송구조와 공소장일본주의 및 공판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공소가 제기되어 사건이 법원에 계속된 후 당사자의 일방인 피고인의 변호인이 대립되는 당사자인 검사에 대하여 직접,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게 하여달라고 하는 청구권이 헌법상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기본권으로부터 바로 도출된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변호인이 수사기록 중 열람·등사를 원하는 증거를 특정하고 그 필요성을 밝혀 법원에 검사로 하여금 그 증거를 열람·등사시키도록 하여 달라는 신청을 하고, 법원은 그 신청이 상당하다고 판단할 때에는 소송지휘권에 기하여 검사에게 그 증거를 열람·등사시키도록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나. 다수의견은 헌법상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근거하여 공소제기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허용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헌법상 피고인에게 인정되는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소위 청구권적 기본권으로서 그 규정 자체에 의하여 곧바로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 청구권이 인정되는 구체적 권리로는 보기 어렵고,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권리의 내용과 절차 및 한계

등이 규정됨으로써 비로소 구체화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에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이는 그 문언에 비추어 체포, 구속당한 피의자, 피고인 자신에게만 한정되는 신체적 자유에 대한 기본권으로서(헌법재판소 1991. 7. 8. 선고, 89헌마181 결정 참조), 변호인의 방어준비와는 직접 관련성이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상 명문의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이 헌법상 기본권을 근거로 바로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 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무리한 이론구성이라 할 것이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와 같이 당사자주의 소송구조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 영국, 카나다, 일본 등은 물론, 직권주의 소송구조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 프랑스 등의 경우에도 형사소송법 등 법률에 구체적으로 수사기록의 열람·등사청구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고 있으며, 헌법상 기본권에 기하여 직접 이를 인정하고 있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다. 그리고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든, 형사소송절차상 법원의 소송지휘권에 기하여 인정되는 권리로 보든 간에,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 청구권은 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결코 무제한적으로 허용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일 수사기록 일체에 대한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법률에 피고인측의 수사기록 열람·등사 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는 미국·영국 및 일본 등의 국가에서 조차 입법 또는 판

례상 피고인의 권리남용 내지 방어권의 남용으로 보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소위 “낚시여행”(fishing expedition)을 허용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 관하여는 다수의견도, “수사서류에 대한 열람·등사가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수사의 본질상 내재적 한계가 있다…… 이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할 경우에는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가 나오면 좋고, 나오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검사가 수중에 가지고 있는 자료 일체의 열람·등사를 요구하는 소위 낚시여행(fishing expedition)을 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경우 검사는 과연 어디까지 열람·등사를 허용해야 할지 모르게 되는 결과로 되고, 또한 실질적 당사자대등과 무기각자개발의 원칙을 전제로 한 당사자주의 소송구조를 무너뜨리게 되며, 이는 형사피고인에게 보장된 적법절차의 원칙과 기본권을 넘어서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 청구권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결론에 있어서는 수사기록 일체에 대한 열람·등사신청을 거부한 검사의 행위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제기한 이 사건 헌법소원을 인용함으로써 스스로 논리의 일관성을 결하고 있다.

라. 더욱이 다수의견에 따르면,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 청구권은 헌법상 기본권조항에서 바로 도출되는 국민의 기본권이라 할 것이므로 검사가 열람·등사신청을 거부하는 경우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당연히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헌법소원이 제기되면, 헌법재판소로서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 하나하나의 증거에 대하여

수사기록을 검토하여 거부사유가 정당한지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인데, 이와같은 사태는 당해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판진행의 면에서 보나, 헌법재판의 본질과 실제 및 헌법재판소의 위상 등에 비추어 보나 심히 부적절하고 부당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하여는 반대의견도 “법원의 적절한 소송지휘권의 행사를 통하여 당해사건의 형사소송절차에서 판단될 일이지, 헌법재판소가 사건마다 일일이 수사기록을 검토하여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마. 반대의견 중 공소제기후 공판준비 내지 증거조사에 들어가기 전단계에서도 법원의 소송지휘권에 기하여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을 변호인에게 열람·등사하게 할 수 있다고 보는 부분에 대하여는 견해를 달리한다.

우리 형사소송법이 공소장일본주의와 공판중심주의를 비롯한 당사자주의 소송구조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공판전에 법원의 예단을 방지하여 법원이 제3자적 입장에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의 존부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전개되는 공격·방어를 바탕으로 심증을 형성하도록 함으로써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려는 취지이다.

따라서 만일 공소제기후 공판준비 내지 증거조사에 들어가기 전단계에서까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법원에 대한 수사기록 열람·등사 청구권을 인정하고 법원이 소송지휘권에 기하여 그 필요성 유무를 심사, 허용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사실상 법원에 예단을 갖게 하고 심증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공소장일본주의 및 공판중심주의 등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공소제기 이후에는 언제든지 수사기록의 열람·등사가 허용될 수 있다는 반대의견

에 찬동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우리와 같은 당사자주의 소송구조를 취하고 있는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일본에서는 증인 등의 신문청구나 증거서류 또는 증거물의 조사를 청구하는 경우 미리 상대방에게 그 성명 및 주거를 알려 주거나 열람의 기회를 부여하도록 증거개시제도를 인정하고 있으나(형사소송법 제299조 제1항), 그 증거개시 절차는 검사 및 변호인이 상호 열람할 기회를 준 증거서류 또는 증거물에 대하여 제1회 공판기일전 상대방에게 가능한 한 빨리 동의 여부를 통지하도록 하는 등(동 규칙 제178조의6 제1항 제2호, 제2항 제2호) 증거개시 과정에 법원이 개입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검찰측이 보유하고 있는 증인의 진술서 및 보고서에 대하여 증인보호와 증거조작 방지를 위하여 공판전 개시를 허용하지 않고 증인에 대한 주신문 이후에야 열람, 개시 등을 허용하고 있고(연방법전 제18편 제3500조 (a)항), 카나다에서도 피고인은 그가 공판정에 소환명령을 받은 이후 또는 공판이 시작된 이후에야 비로소 증거 및 증거물 등을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형법 제603조).

바. 결론적으로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에 대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열람·등사 청구권은 헌법상 기본권 조항에서 바로 도출되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라 할 수 없고, 법원의 소송지휘권에 기하여 공판준비 내지 증거조사 이후 단계에서 허용되는 형사소송절차상의 권리라 할 것이다.

이에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표명하는 것이다.

1997. 11. 27.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 용 준

재판관 김 문 희

재판관 이 재 화

재판관 조 승 형

주 심 재판관 정 경 식

재판관 고 중 석

재판관 신 창 언

재판관 이 영 모

재판관 한 대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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